유리언덕 - 욕망이라는 이름의 경계선
장혜영 지음 / 예서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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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언덕』. 제목만으로 본다면 연극에 어울릴 듯한 분위기다. 첫눈에 반한 두 청춘 남녀가 있다. 서다요와 한태주의 사랑 이야기가 영화처럼 전개된다. 다요는 효도에 묶여 (부친의 부도회사를 회생시키기 위한) 정략결혼의 제물이 되고, 한태주는 사랑에 묶여 그녀(다요)의 효심을 존중해 다른 여자와 결혼을 결심하게 된다. 절망한 다요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고, 그것을 목격한 한태주의 친구는 자신을 강간한 계부와 화해하는 조건으로 협력업체 선정 허락을 받아낸다. 그렇게 해서 두 사람은 결혼에 성공한다. 욕망과 도덕이 타협한 결과물이다. 간략한 줄거리처럼 주제도 간결하다.

저자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경계선'으로 말한다. 욕망은 인간의 본능이다. 그러나 인간이 욕망만 추구한다면 동물에서 한발자국도 전진하지 못할 것이다. 인간이 동물이면서도 인간일 수 있는 이유는 도덕으로 욕망을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나 불교 등 위대한 종교에서는 인간의 탐욕은 모든 악의 근원으로 본다. 철저히 제어하고 다스려야 하는 게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이란 가르침을 준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현실은 욕망과 도덕의 전쟁선에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무너져 내리는 연속이다. 개인의 내면에 살고 있는 동물과 인간의 대결이며 그것의 현실투영이 인생이다. 이 소설 『유리언덕』은 도덕의 중력에도 도피 대신 연대를 통해 욕망을 이루어나가는 인물의 몸부림을 핍진하고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수직적 선-악 갈등구도를 플롯의 수술대에 눕혀 권선징악의 구식 척추를 제거하고 수평적 갈등구도를 생성시키는 『유리언덕』의 긴장감과 흡인력 있게 펼쳐지는 서사에 빠져보자.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의 재미를 위해 ‘등장인물’과 ‘줄거리’를 소개한다. 미리 내용을 알고 보는 영화는 재미가 없다. 소설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좋은 영화나 소설은 두세 번을 읽어도 늘 새로운 것이 있다. 감동도 더해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그것들을 '명작' 혹은 '명화'라고 한다. 이 소설도 명작의 반열에 오를 만한 충분한 조건을 갖춘 것으로 독자는 판단한다. 물론 문학적 기술 능력이나 구성, 문장력, 어휘 등 많은 조건들이 필요하겠지만 그것은 비평가들의 몫이다. 독자는 독자 입장에서 판단할 따름이다. 스토리가 우수하고 유기적 구성 조건을 갖추면 독자들의 흥미를 끌 수 있다. 이 소설의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본다.

 


 

대학에서 문학 강사 노릇을 하는 한태주는 대학원생 서다요를 처음 본 순간 그녀의 출중한 미모에 반한다. 다요 역시 한태주의 풍채에 연정을 느낀다. 하지만 아쉽게도 다요는 이미 약혼한 남자가 있다. 박스업체를 운영하는 아버지 회사가 부도나자 (협력업체로 선정되어 회사를 회생하기 위해) 자폐증환자인 백이사의 아들 백민호와 다요는 정략결혼을 약정한다. 뜨거워지는 애욕의 감정은 여러 가지 구실로 두 사람의 만남을 유혹하고 그것을 목격한 다요의 부친은 딸을 가택에 연금한다. 효녀인 다요는 회사를 구하려는 부친의 설득 앞에서는 효심에 기울고 선남인 태주 앞에서는 사랑에 혹하며 양자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 심리적 갈등을 겪는다.

도덕군자인 태주는 효도와 사랑의 갈림길에서 방황하는 다요의 입장을 이해하고 적극적인 개입을 포기한다. 두 선남선녀의 안타까운 상황을 옆에서 목도하는 친구 윤하늘과 다요의 사촌동생 혜진이 자진하여 도와주지만 두 사람은 욕망과 도덕의 마찰 속에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우유부단하게 흔들리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절망을 향해 치닫는다. 그러나 백이사의 음모술수에 말려들어 민호에게 순결을 잃을 뻔했던 다요는 가출하여 (부친을 떠나) 태주한테로 돌아와 태주와 함께 해외로 도주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그녀의 해외 도주 계획을 뒤늦게 알게 된 부친이 실신하여 병원 응급실로 호송되자, 효녀인 다요는 여객기에 탑승하려다가 포기하고 병원으로 달려간다. 태주도 혜진이도 그녀의 절절한 효심을 가로막을 수 없다. 부친은 생명의 위험을 빌미로 딸에게 결혼식을 올릴 것을 강요한다. 아버지를 죽음에서 구하기 위해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응낙한다. 한편 태주에게는 쪽지로 협력업체선정만 결정 나면 즉시 백민호와 이혼하고 그에게로 돌아갈 것이라고 약속한다. 혼례식 날 다요는 윤하늘이 신부 역할을 대신해 준 사이 호텔로 빠져나가 태주와 만나 그의 씨앗을 품는다.

지금까지 태주는 다요의 입장을 고려해 그것만은 자제했었다. 혼례식에서 다요는 극도의 슬픔을 견디지 못해 정신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호송된다. 그녀의 졸도 원인이 백민호네 집에서의 신랑 성폭력 사건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조건으로 병원에서 심리치료를 받는 한편, 건강이 호전될 때까지 신랑과 각방을 쓰며 부부 사이를 분리시키기로 한다. 백이사는 아들이 결혼했다는 안도감에 협력업체 선정날짜를 앞당겨 박스회사와 계약을 체결해 준다. 그러자 다요는 윤하늘을 통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즉각 이혼소송을 준비하며 태주한테 돌아가려고 한다. 그러나 백이사네는 태주에게 정략결혼의 대가가 협력업체 선정이라는 물증을 제공함으로써 이혼을 감수하더라도 선정을 취소함으로써 다요 부친을 위협하려고 한다.

 


 

결국 이혼하려면 협력업체 계약이 취소되어 부친의 회사가 파산하게 되고, 협력업체를 유지하여 회사를 살리려면 이혼을 포기해야만 한다. 다요는 이 두 가지 중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다. 그녀는 효녀이면서도 동시에 태주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태주는 대학 1학년에 다니던 여름 방학 시골에 갔을 때 우연하게 인연을 맺었던 정애와 결혼함으로써 다요의 효심을 지켜 주고 협력업체 계약을 유지하기로 마음 먹는다. 둘 다 가질 수는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희생을 선택한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다요는 무한한 실의에 빠져 극단의 선택을 시도하고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간다. 죽음의 문턱에서 헤매는 다요의 처량한 모습을 본 윤하늘은 비장한 결심을 한다.

자신을 강간한 계부를 찾아가 (치미는 분노를 억누르고) 부도난 친구 부친의 회사를 협력업체로 받아줄 것을 간청한다. 태주와 다요를 도와주기 위해 구역질이 나는 ‘아빠’라는 호칭까지 입 밖으로 뱉어낸다. 결국 태주와 다요는 욕망과 도덕의 깊은 계곡에서 모진 우여곡절을 거친 후에야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가 된다. 그러나 그들이 ‘유리언덕’을 넘으며 날카로운 유리조각에 찔려 상처투성이가 되면서 법적 부부가 되기까지는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동반되었다. 하늘은 캐나다로 이민을 가게 되었고 정애는 대학기숙사로 들어간다.

 


 

스토리와 사건의 연계성, 등장인물의 성격, 치밀한 구성 등 명작 요건에 별로 빠지지 않는다. 독자는 이 작품을 읽는 내내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의 작품을 읽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저자의 심리 표현이나 배경 묘사 등도 탁월하다. 자칫 세속적 요소만을 강조하거나 거기에 빠지는 독자는 저자의 구성의 탁월함을 놓친다면 TV 드라마 그 이상의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어려울 것 같다. 배경과 세상 사람들의 심리가 변했음을 간과하고 이 소설을 썼다면(만일 톨스토이의 시대로 돌아간다면) 많은 독자들을 확보할 수 있는 작품으로 인정될 수 있었을 것이란 추측을 버리고 싶지 않다. 치밀한 심리 묘사나 배경 표현은 연극 무대를 생각해도 좋을 만큼 맛깔나다. 독자가 연극을 연상케 한다고 말한 이유다.

 

저자 : 장혜영

 

소설가이자 인문·교양·세계사작가이다. 단편소설 〈하이네와 앵앵〉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그림자들의 전쟁〉, 〈화엄사의 종소리〉 외 다수의 중·단편소설을 발표했으며, 『꽃은 왜 아름다운가』 외 여러 권의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신춘문예 장편소설상 등 많은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다수의 학술서를 출간했다. 그 중 『술 예술의 혼』은 ‘2013년 문화관광부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다. 지금은 새로운 장편소설을 구상 중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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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렸던 먹잇감이 제 발로 왔구나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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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저자의 전작 『악플러 수용소』, 『과거여행사 히라이스』를 읽어보았다. 『악플러 수용소』의 경우 ‘온라인 범죄행위자 교정수용소’(악플러 수용소)에서 일어나는 기상천외한 사건들을 다룬 이야기로 악플에 의한 각종 범죄가 횡행함에 따른 사회 풍자 소설이다. 이곳에서는 토끼 마스크를 쓴 사내의 소름 끼치는 관리가 시작되고, 도망치려 했거나 수용소 규정에 반하는 행동을 한 사람들은 여지없이 하나둘 죽음을 맞는다. 섬뜩하기도 한 작품이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이 주에 한 번씩 상호평가 댓글을 통해 가장 추천을 많이 받은 순서대로 조기 퇴소를 위한 게임이 시작되며 각종 사건들이 엮인다.

또 『과거여행사 히라이스』는 여행을 안내하는 세일러와 고객을 쥐락펴락하는 캡틴을 만나 여행상품을 고르고, 비용을 지불하면 그것으로 과거여행 준비는 끝이다. 단, 시간법에 어긋난 행동을 하면 강제귀환을 해야 한다. 여행사 상품도 특별하지만, 평범하지만은 않은 고객들의 여행 동기도 너무나 다양하다. 조선시대, 일제강점기, 18~20세기 근현대부터 홍콩, 프랑스, 북대서양 바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공간을 넘나들며 감동적이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코로나 시대 여행 갈증을 덜어주는 작품이고, 최근 전성기를 맞고 있는 SF 타임슬립 소설이다. 스스로를 '이야기꾼'이자 때로는 '상상꾼'이라는 저자의 작명답게 흥미로운 소재를 잘 엮어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 소설 『기다렸던 먹잇감이 제 발로 왔구나』는 제목이 다소 섬찟하지만 흉악 범죄의 구성 요건이나 각각의 면면으로 유기적 관계에 놓인 등장인물의 조화와 부조화가 적절히 엮이며 사이코패스적인 범죄 소설이 아닌 사회 풍자소설로 꾸려나갔다. 어느 날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하는 뉴스가 터진다. 지보 그룹 차녀 납치 사건. 범인은 딸을 살려 보내는 대가로 선 회장에게 50억이란 거액을 요구한다.

하지만 누구나 예상한 범인은 범인이 아니다. 피해자가 사라져 이득을 보는 이들과 고통을 받는 이들 모두 수상하고 그들 사이의 속고 속이는 신경전은 아슬아슬하다. 과연 당신은 범인을 찾아낼 수 있을까? 이 작품에도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기 위해 병리적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각종 비리의 온상인 선 회장 이외에 재산 때문에 가족을 속이는 이들, 불법 거래로 뒷돈을 챙기기 위해 동료를 속이는 경찰, 북한에 두고 온 아들을 찾기 위해 멸시를 견뎌내는 탈북녀 등 고호 작가가 만들어낸 모든 인물들은 거리낌 없이 주변인을 철저히 속이는 사람들이다.

 


 

이 소설은 우리 사회가 '불신'의 늪에 빠져 있음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대기업 회장의 딸 납치를 둘러싸고 5명의 범죄가담자들은 자기들끼리도 서로 뒤통수를 치는 것이 많다. 서로가 너무나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서로의 패를 보여주지 않는 그런 상황이 계속된다. 같은 목적으로 함께 일해도 신뢰감이 없는 범죄조직의 단상일까, 불신의 늪에 빠진 우리 사회의 반영일까? 아무튼 독자로서는 반전의 흥미를 느낄 수 있어 좋긴 하다. 어쩌면 추리소설로서는 아주 알맞은 무대 설정과 인물 인용이다 싶다. 이 소설은 이웃 일본에 비해 추리소설이 약하다는 우리 문단에 대한 독자의 분석을 다소 뒤엎어주는 불쏘시개 역할을 할 만큼 스토리의 유기적 관계가 잘된 작품으로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보았던 어떤 추리소설보다도 인물과 스토리의 유기적 연결이 아주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켜 준다.

 

"얼굴은 반반한데 머리가 비어 보인단 말씀이야.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경찰 재직 시절에 유흥주점 단속 정보를 흘리는 대가로 뇌물 받아 챙긴 구봉을 협박할 만큼 싹수가 노랬던 계집애였다."(p.67)

 


 

대기업 회장의 차녀 '선초아'가 납치되면서 납치에 가담한 여러 인물들과 대기업 지보그룹의 가족들이 등장하는데 등장 인물들이 하나같이 심상치 않다. 과연 누가 선초아 납치를 의뢰한 범인일까 궁금해하며 읽었다. 딸이 납지당했는데도 그룹의 명예를 더 중요시하는 엄마 '하미숙', 돈으로 모든 것을 지배하는 대기업 회장인 아빠 '선영태'.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남매 관계라 보기 힘든 남동생 '선초석', 하미숙을 시기질투하며 재산에 눈이 먼 의붓언니 '선도영'. 서로 속이고 숙이는 숨막히는 심리전과 그들의 욕심이 오히려 선초아의 납치사건보다도 더 흥미진진할 정도다.

저자의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지는 부분도 많다. 다양한 개성을 지닌 납치범들과 그들 중의 한 명인 탈북녀의 사연이 가슴 아프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범죄에 인도적 차원의 양심을 바란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배신이 난무하는 관계에서 생각지도 못한 반전을 이끌어내려면 '불신 관계'에 초점을 두고 읽어야 할 터다. 당초 등장인물에 따른 독자의 생각보다 복잡하게 얽혀 있고, 반전에 반전을 위한 저자의 기초 장치인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추리소설이니만큼 저자의 반전을 이끌어내는 스토리가 관심의 중심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책 뒷 부분에 「쿠키」를 첨부해 독자들의 상상력을 한껏 자극한다. '신의 한 수'가 될지 '악수'가 될지는 독자들의 판단에 맡겨야 할 것이다.

 


 

윤 경위는 차근차근 정리해보기로 했다.

첫째, 이정도 인프라에 어울리는 사람이면서 청담J고등학교 학생들이 자주 찾는 노래방 건물 구조에 대해서도 꿰뚫고 있는 사람.

둘째, 짠돌이 회장이긴 해도 그에게 오십억이란 돈은 껌 값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아는 사람.

셋째, 그러면서 주변의 의심 없이도 선초아를 건물 밖으로 빼돌릴 수 있는 사람.

마지막 넷째, 돈과 맞바꿔서라도 초아가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는 사람. 그 순간 머릿속을 섬광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왜 어째서 이런 납치사주를 벌였을까?(p.182)

 

저자 : 고호

 

일꾼, 이야기꾼, 때로는 상상꾼. 그러나 정작 대학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했고, 재미없는 무역회사에서 평범한 밥벌이를 했다.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데는 자음과 모음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평소 지론이다. 그런 고민이 만들어낸 세계로는 『평양에서 걸려온 전화』와 『악플러 수용소』 등이 있으며, 사회적 이슈를 문학적으로 녹이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도 꾸준히 또 다른 세계를 만들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단법인 이효석문학선양회와 의정부전국문학상에서 수상한 바 있다. 『과거여행사 히라이스』를 썼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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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조선복지실록 - 단 한 명의 백성도 굶어 죽지 않게 하라
박영서 지음 / 들녘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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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대한민국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재난이 닥쳤다. 우리가 지금까지 시달리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이 전 세계에 걸쳐 선포된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만 처음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의 모든 나라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다. 약 100년 전 '스페인 독감'이라고 하는 세계 대유행의 전염병 상태 이후 100년 만에 다시 벌어진 팬데믹이기 때문이다. 많은 의학자들과 방역 당국은 앞다퉈 방역 방침과 개인 방역 수칙을 내놓고 방역 활동을 시작했다. 나라간 국경 통제를 실시하고, 2명 이상이 함께 모이는 것도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는 세계적 팬데믹은 아니지만 사스, 에볼라 등 기존 감염병에 따른 방역 체계를 잘 갖춰옴에 따라 초기 대처에 성공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다른 선진국들에서 하루 확진자가 20만명 이상씩 나오고, 사망자가 하루 1만명이 넘을 때도 우리는 확진자 수십 명, 사망자 한 자릿수를 기록할 만큼 방역 활동을 잘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른바 'K 방역'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모범적으로 팬데믹 상황에 잘 대처했다. 당연히 우리 국민들의 자발적 대처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을 터다. 경제 선진국뿐만 아니라 명실상부한 선진국이라는 것을 내세울 수 있도록 감염병 대책에 성공적이었다. 자부심을 가질 만한 성공적 대처였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이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어도 팬데믹은 지속되자 거리두기 완화와 생계형 자영업자의 영업 제한 해제 요구가 잇따르기 시작했다. "병 걸려 죽기 전에 굶어죽게 생겼다"는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국가의 사회보장제도가 이때만큼 화두에 오른 것도 이때다. 물론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있는 우리나라에서 재난지원금 문제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미국이 먼저 시작한 것이지만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의료보험제도의 완전한 실시로 방역에도 큰 도움이 되었고, 국민들의 자발적이자 적극적인 방역 활동까지 더해져 코로나가 우리나라에선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 않을까 하는 낙관을 가질 만할 무렵 바이러스 변이로 더 큰 유행성 감염병으로 확산되기 시작했고, 부랴부랴 거리두기나 영업 제한 조치가 다시 취해짐으로써 재난지원금 문제가 다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재난지원금엔 무지한 상태였다. 왜 국가가 그런 많은 돈을 개인에게 지급해야 되는지도 제대로 몰랐다. 한 번도 국가로부터 현금 지원을 받아보지 못한 대부분의 국민들이 얼떨떨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런 재난지원금 제도가 조선시대에도 있었나, 있다면 규모는 어느 정도였을까를 살펴보는 게 이 책의 목적이다. 조선시대에 웬 복지?라고 할 정도로 그때는 굶어죽는 일도 다반사였을 시대인데 무슨 재난지원금이냐 하는 것이 독자의 궁금증이었다. 교과서에서 배운 역사 지식만으로는 가뭄으로 흉년이 들었을 때 구휼미를 나눠줬다는 제도가 있었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복지'라고 할 만한 일들이 제도적으로 갗춰져 있을까엔 의문을 표시할 만큼 잘 모르고 있었다.

 


 

이 책 『시시콜콜 조선복지실록』은 조선을 복지국가로서 규정하고 조선의 사례를 통해 오늘날 우리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고민하게 한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책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책에 따르면 조선의 통치자는 안녕하지 못한 상태에 있는 백성을 구제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였고, 백성들은 민소를 써내는 등 제한적이나마 정치에 참여하여 정책의 수혜를 입고자 노력하였다. 특히 백성을 구휼하려는 통치자의 의지는 ‘단 한 명의 백성도 굶어 죽지 않게 하라’는 목표로 축약된다고 쓰고 있어 감동도 배가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조선 복지 정책의 핵심에 사람에 대한 존중과 사랑, 즉 인(仁)이 자리하고 있었던 까닭이라고 분석한다. 조선의 설계자들은 빈곤층을 포함하여 모든 사람이 인격적 완성을 이룰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그리하여 복지 정책을 통해 모두가 공동체의 일원으로 참여하게 되고 인의 가치가 확장되는 이상 사회를 꿈꿨다. 그랬기에 빈곤자를 돕는 일을 결코 낭비로 여기지 않았다. 이 책은 독자의 조선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다소 완화시켜 주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왕권이고, 양반이라는 지식, 귀족 계급이 정치를 하는 시대에 일반 국민과 심지어 노비조차도 복지의 대상이었다고 이 책은 밝히고 있다. 물론 제도의 시행에 있어 미숙하거나 왜곡돼 많은 부작용들이 속출했지만 복지제도를 갖춘 국가라는 사실에는 자부심마저 느껴진다.

 


 

사실 독자뿐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은 ‘조선은 복지국가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할 것이다. 학창 시절 역사 교육을 통해 ‘탐관오리’ ‘삼정의 문란’과 같은 말을 숱하게 들었을뿐, 일반 백성을 위한 복지제도로 삶의 사각에서 이뤄지는 비참한 백성의 삶은 기록되지 않은 게 많기 때문이다. 사극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보아온 조선 민중의 처절한 삶도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로 머릿속에 남아 있지만 성공적 복지를 이루어냈다는 결과는 한 번도 보거나 들은 적이 없다. 2015년쯤 유행하여 최근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헬조선’ ‘탈조선’이라는 신조어도 그러한 인상에 한몫했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은 당당하게 ‘조선은 복지국가였다’고 주장한다.

그 정책은 일종의 사회안전망으로서 기능한 ‘환곡’, 재난 상황에 식량을 지급하는 ‘진휼’(우리가 책에서 배운 대로)로 대표된다. 이 책은 두 개의 장으로 나뉜다. 1장에서는 이 외 사회 취약 계층을 위한 복지 정책으로서 조선의 아동복지, 노인복지, 여성 복지, 장애인 복지, 노비 복지에 대하여 설명한다. 제목에서처럼 '시시콜콜' 복지가 더 관심이 간다. 큰 규모의 복지 제도는 이미 배워서 알고 있고, 성공적이었다는 평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조선의 통치자들이 안녕하지 못한 상태에 있는 백성을 구제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였고, 백성들은 민소(民訴)를 써내는 등 제한적이나마 정치에 참여하여 정책의 수혜를 입고자 노력하였다고 주장한다.

 


 

오늘날의 관점으로 보기에는 지극히 소극적인 듯하지만, 천재지변 및 전쟁으로 인한 기근에 너무나 자주 노출되었고 또 취약했던 조선 사회로서는 지극히 이상적인 목표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랬기에 앞에서 구제해도 뒤에서는 굶어 죽는 사람들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조선은 절대 불가능해 보이는 이 목표를 포기하지 않았다. 저자는 조선 복지 정책의 핵심에 사람에 대한 존중과 사랑, 즉 인(仁)이 자리하고 있었던 까닭이라고 분석한다. 조선의 설계자들은 빈곤층을 포함하여 모든 사람이 인격적 완성을 이룰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그리하여 복지 정책을 통해 모두가 공동체의 일원으로 참여하게 되고 인(仁)의 가치가 확장되는 이상 사회를 꿈꿨다. 그랬기에 빈곤자를 돕는 일을 결코 낭비로 여기지 않았다. 이는 빈곤자들을 사회악으로 보고 노동으로 죗값을 치르게 한 영국의 〈구빈법〉과 극명히 대조된다.

또 가난한 사람 돕는 일을 국가의 마땅한 의무로 천명했다는 점에서는 〈바이마르 헌법〉에 앞선다고도 볼 수 있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그 지점에 조선 복지 정책의 핵심이 있다. 저자는 조선의 복지 제도나 시행에 대해 연구하며 중국이나 서양의 복지 제도 정착 과정에 대해서도 비교 분석한 것으로 보인다. 요즘 복지 선진국이라는 서양의 여러 나라에서도 나라의 국민을 위한 복지 제도는 우리가 앞선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점으로도 저자의 연구와 이 책은 높이 살 수 있다. 이는 제도의 유무가 아니라 제도의 적절한 시행, 재원의 충당 등이 모두 갗춰진 복지 제도의 정착에 도움을 주려는 저자의 의도가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의도를 잘 살필 수 있는 대목이 책 속에서 "조선의 복지 정책이 과연 얼마나 실효성 있었는가를 판단하고자 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후속 조사가 미흡했고 정책 통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한 말에서 파악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러나 사람 사는 모습은 수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믿음을 주춧돌 삼아 통계의 빈자리를 역사의 현장을 직접 살았던 이들의 목소리로 채워나간다. 이는 오늘날 민주주의와 선진국화를 짧은 기간 내에 이뤄낸 우리 국민의 성숙한 삶의 태도에 비춰 분명 제도를 제대로 실시하면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 앞선 복지국가를 이룰 수 있다는 기대에서였으리라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사실 정사인 『조선왕조실록』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굶어 죽는 사람들이 사라지지 않아 괴로워하는 통치자와 관료 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양반들은 일기에 관료로서 살아가는 고충 등을 솔직하게 기록해두었다. 그러나 역사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주의하지 않아 외면됐던 부분을 짚어내 오늘날 민생의 가려운 데를 제대로 긁어주는 정치인들에 들려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쌀 한 석, 보리 한 석에 양반 평민 할 것 없이 모두가 울고 웃는 모습…. 저자는 옛사람들의 목소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사료들을 활용해 당대 사회의 분위기가 훨씬 생동감 있게 다가오도록 했다. 더불어 사료를 적극적으로 윤색하여 현대적 시각으로 해석했는데, 그래서 수백 년 전 이야기임에도 생경하지 않게 느껴진다.

 


 

온갖 탈법 수단을 동원해 규제를 피하고 불법적인 이득을 취하는 아전과 탐관오리의 행태는 21세기의 부정부패 현장을 방불케 한다. 자기 녹봉까지 털어가며 밤낮없이 일하는 지방관의 모습은 오늘날 새로운 정책이 집행될 때마다 업무 과중에 시달리는 현장직 공무원을 연상시킨다. 저자는 전작 『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과 『시시콜콜한 조선의 일기들』을 통해 조선 사람들 역시 사랑하고 잔소리하고 청탁하고 거짓말하는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삶을 살았음을 이야기해왔다. 결국 사람 사는 모습은 다른 듯 비슷하기 마련이라는 삶의 이치는 우리로 하여금 역사를 더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역사를 제대로 살펴야 보다 나은 내일로 나아가는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저자 : 박영서

 

1990년생. 충주의 작은 사찰에서 살고 있으며, 딴지일보에 한국사·문화재·불교 관련 글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 『시시콜콜한 조선의 일기들』이 있습니다. 서른 살에 대학에 입학해 불교학을 공부하고 있으며, 업보를 많이 쌓은 탓에 대학원으로 끌려갈 예정입니다. 오래된 것들을 오늘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을 즐기면서 극단에 치우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아마도 순수하게 책만을 위해 글을 쓰는 마지막 세대가아닐까 싶지만, 기꺼이 걸어가려 합니다. 오래오래, 함께 걷고 싶습니다. 이메일: sangmo2004@naver.com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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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란 무엇인가
이인화 지음 / 스토리프렌즈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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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메타버스란 무엇인가』는 소설 『영원한 제국』을 쓴 이인화 작가가 쓴 책이다. 요즘 가장 주목 받고 있는 포스트 인터넷으로 꼽히는 '메타버스'에 대해 저자가 대학에서 연구하고 가르치던 것을 토대로 알기 쉽게 정리했다. 특히 초연결 정보사회에서 10대 학생들이 가장 이해하기 쉽고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써낸 것이다. 그가 선택한 방식은 도표와 스토리텔링 방식이어서 관심이 더 크다.

독자는 소설가 이인화만 알았지 그가 컴퓨터와 메타버스에 대해 전문적으로 연구하거나 배웠다는 점은 알지 못했다. 더욱이 국정농단 사건 때 학내 비리와 연결되어 그를 아끼는 많은 독자들로부터 비난과 안타까움을 샀던 작가이기 때문에 그가 메타버스와 관련된 연구를 했다는 사실도 이번에서야 알았다. 하지만 그의 비리가 자의든 타의든 재판에서 판단을 받고 몹시 안타까운 게 독자의 솔직한 심정이었는데 이번 책 출간으로 기대를 다시 가진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 책의 내용이 메타버스의 실체, 쟁점, 활용 등에 대해 쓴 것이어서 아날로그 세대인 독자가 알기 어려웠던 메타버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던 것도 이 책이 널리 활용될 것이란 기대를 크게 한다. 이 기회가 작가로서의 이인화에 대해 더 관심과 호감을 갖게 된 독자는 그의 『영원한 제국』 못지 않은 작품을 기대해본다.

 


 

지금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한 부분인 메타버스가 굉장히 인기를 얻고 선풍적이라 할 만큼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사실을 디지털 문화에 익숙지 않은 독자로 하여금 이 책을 읽어야겠다는 필독의 의지를 가져다 준 것도 이 책이 쉽게 쓰였다는 데 있다. 이 책을 통해 독자가 알게 된 사실은 극히 일부이겠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믿는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아이템을 사고팔며 북적거리는 소비자 인구의 압력이 콘텐츠 생산이라 하고, 메타버스의 아이템들은 현실의 물질이 아닌 가상의 구성물이란 지식도 얻었다.

이 때문에 메타버스 시장의 상거래는 예술적인 기호품을 수집하는 행위, 즉 컬렉션의 성격을 갖게 된다는 것이 이 책의 설명이다. NFT에 의한 컬렉션 시장의 완성은 재미 의미 보상의 완전한 메터버스를 구성한다는 내용에 대해선 조금 더 이해가 필요하겠지만 메타버스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을 얻기엔 충분한 책이다. 이 책은 구성도 완벽한 것으로 이해된다. 앞에서 언급한 메타버스의 실체, 쟁점, 활용 등 3개 부(部)로 나누고, 각 부마다 3개 소제목으로 구성, 모두 12장으로 설명한다. 많은 도표와 스토리텔링식 설명은 읽는 대로 이해될 수 있도록 쉽게 유기적으로 엮은 것도 이 책의 특장점이다.

 


 

저자는 이 책을 시작하는 1장 「열세 살 공룡이가 천백만원씩 버는 세상」이란 제목은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4,000만 명이 붐비는 로블록스와 어린개발자 비지니스맨이라는 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기존 게임과의 다른 점이 이 메타버스의 사용자가 바로 크리에이터이기도 한 공간이 메타버스라는 것이다. 메타버스는 '리니지2' 같은 킬러의 세계가 아니다고 강조한다. 게임의 놀이 요소를 욕망의 중계자(묙망의 삼각형)로 삼으며 5가지의 속성으로 영속성(persistence), 실시간(real time), 크라우드소싱(crowd sourcing), 온 오프라인 연계(on-offline linkage), 상호호환성(interoperability)이라고 한다.

로블록스 같은 메타버스를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있는 개념으로 우리가 아는 게임과 구분된다. 게임과는 다른 실생활 서비스를 목적으로 한다고 하지만 실생활과 연계되어 사람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할 방법으로 게임의 놀이 형식을 차용하고 '혼종'의 과정을 거쳐 메타버스의 모습이 점차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메타버스에 관한 책을 한 번 읽다가 포기했다. 전문용어가 나오는 부분은 너무 막혀 있어서다. 전문 용어를 완전히 해독한 독자여야 알 수 있는 책이어서 아날로그 세대의 독자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 책이 독자에게 텍스트로 다가온 이유는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다.

 


 

책에 따르면 메타버스는 공간적으로 확장될 뿐만 아니라 시간적으로도 무한히 확장된다. 따라서 시공간 여행 주제 기반 참여형 메타버스 박물관 미술관 전시관이 가능하며 사용자들은 고대, 중세, 근현대로의 시간과 공간 여행을 통해 당시의 시공간을 경험하는 것은 물론 개인의 맞춤형 관람을 경험한 뒤 다양한 시점을 공유하는 신개념의 메타지움(메타버스 뮤지엄)이 출현한다. 메타버스는 가상 전시나 홍보의 차원을 넘어 사용자들이 아바타를 만들어 거주하면서 상호작용할 수 있고, 가상재화를 소유하고 매매할 수 있는 본격적인 경제 공간이다.

시니어를 포함한 모든 계층과 모든 국적의 사용자들이 언어적 장벽을 넘어 쉽게 이용할 수 있고, 정보를 재생산할 수 있고,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마음에 맞는 콘텐츠에 몰입할 수 있는 6G 시대의 플랫폼으로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가상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사용자들은 누구나 손쉽게 제작해서 업로드할 수 있는 볼류메트릭 비디오, 실시간 3D 모델링, 맵 에디터, 게임 스크립터 등 창작 도구(오서링 툴/업로더)를 활용하여 사진, 동영상, 머시니마(MACHINIMA), 3D 오브젝트, 3D 월드 등의 콘텐츠를 만들고 거래한다.

 


 

이 책은 또 '뭘 모르는지 모르는 불확실한 공간'으로서 메타버스 개념은 윌리암 깁슨의 소설 <뉴 로맨서>, 영화 매트릭스, 그리고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우 크래쉬>에 이르러 좀 더 구체적인 '아바타'와 '메타버스'라는 게념이 창안되었다고 전한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메타버스의 개념은 정보송출시대(push, PC인터넷), 정보공유시대(share, 스마트폰), 가상거주시대(reside,메타버스)로 정보혁명의 진화를 외삽법으로 설명을 하고 있다. 이 가상 거주시대의 메타버스는 좀 더 세분하면 멀티 플레이스(태동기, ~2022), 멀티버스(성장기, 2023~2027), 메타버스(성숙기, 2028~)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는 메타버스의 태동기인 '멀티 플레이스'의 시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메타버스에 대한 설명 중 가장 확실하게 다가온 내용은 메타버스는 '타인과의 연결을 통한 공감'이라고 설명해서다.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고, 사람과 사람이 어떤 경험을 공유할 것인가의 문제라는 것이다. 독자의 안갯속 같은 머리가 맑아진다. 이것이 더욱 분명해지는 것은 이반 일리치의 <컨비비얼리티를 위한 도구>란 책의 소개와 컨비비얼리티의 개념을 통해서 메타버스가 지향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메타버스를 통해서 서로 연결되고, 함께 북적거리며 함께 같은 공간에서 존재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컨비비얼리티와 같은 개념이다. 수익모델이나 비지니스 모델 측면에서의 설명은 마지막 <활용>에서 나오지만 가수들이 공연을 하거나, 스포츠를 가상화하거나, 학교나 사무실을 메타버스의 세계에 만드는 등 앞으로 벌어질 다양한 활용과 요즈음 큰 화두인 NFT가 거래되는 시장, 메타버스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된다.

 


 

저자 : 이인화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문학과와 같은 대학원 석사, 박사를 졸업하고 23년간 이화여대 국문학과 및 융합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리니지2〉에 심취해 게임 폐인의 세계에 입문했다.『한국형 디지털 스토리텔링 : 리니지2 바츠해방전쟁 이야기』를 쓴 뒤 메타버스의 잠재력에 눈을 떴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이화여대에 메타버스를 연구하는 가상세계 문화기술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했다. SK텔레콤, ㈜KT, 삼성전자, 한국콘텐츠진흥원. 시공테크 등과 과제를 수행하면서 메타버스에 관한 5종의 보고서를 집필하고 메타버스 관련 논문 37편을 발표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북미 메타버스 사업 기획에도 참여했다. 연구서로 『디지털 스토리텔링』, 『스토리텔링 진화론』,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게임사전』 등이 있다. 영화 〈청연〉, 애니메이션 〈토우대장 차차〉, 설치미술 〈아슈겔론의 개〉, 발레 〈신시21〉 등의 시나리오를 쓰고 온라인게임 〈길드워〉 시나리오에 참여했다. 디지털 스토리텔링 저작도구 〈스토리헬퍼〉, 〈스토리타블로〉를 개발했다.

1988년 계간 〈문학과 사회〉로 등단하여『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영원한 제국』, 『인간의 길』, 『초원의 향기』, 『시인의 별』, 『하비로』, 『지옥설계도』, 『청혼자』, 『카란의 사랑』『2061년』 등을 발표했고 이상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추리소설 독자상, 중한청년학술상, 작가세계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소설이 미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 대만, 일본, 중국, 루마니아에 번역되었다. 현재 독립연구자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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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움이야말로 인생이다 - 고통의 바다 한가운데서도 웃을 수 있는 법
켄포 소달지 지음, 원정 옮김 / 담앤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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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름다움은 변화를 피할 수 없고, 변화는 괴로움을 가져오니 이것이 바로 ‘인생은 모두 괴로움’이라는 말의 뜻”이다. 세상이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다고 믿는 것은 자기기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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