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렸던 먹잇감이 제 발로 왔구나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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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저자의 전작 『악플러 수용소』, 『과거여행사 히라이스』를 읽어보았다. 『악플러 수용소』의 경우 ‘온라인 범죄행위자 교정수용소’(악플러 수용소)에서 일어나는 기상천외한 사건들을 다룬 이야기로 악플에 의한 각종 범죄가 횡행함에 따른 사회 풍자 소설이다. 이곳에서는 토끼 마스크를 쓴 사내의 소름 끼치는 관리가 시작되고, 도망치려 했거나 수용소 규정에 반하는 행동을 한 사람들은 여지없이 하나둘 죽음을 맞는다. 섬뜩하기도 한 작품이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이 주에 한 번씩 상호평가 댓글을 통해 가장 추천을 많이 받은 순서대로 조기 퇴소를 위한 게임이 시작되며 각종 사건들이 엮인다.

또 『과거여행사 히라이스』는 여행을 안내하는 세일러와 고객을 쥐락펴락하는 캡틴을 만나 여행상품을 고르고, 비용을 지불하면 그것으로 과거여행 준비는 끝이다. 단, 시간법에 어긋난 행동을 하면 강제귀환을 해야 한다. 여행사 상품도 특별하지만, 평범하지만은 않은 고객들의 여행 동기도 너무나 다양하다. 조선시대, 일제강점기, 18~20세기 근현대부터 홍콩, 프랑스, 북대서양 바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공간을 넘나들며 감동적이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코로나 시대 여행 갈증을 덜어주는 작품이고, 최근 전성기를 맞고 있는 SF 타임슬립 소설이다. 스스로를 '이야기꾼'이자 때로는 '상상꾼'이라는 저자의 작명답게 흥미로운 소재를 잘 엮어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 소설 『기다렸던 먹잇감이 제 발로 왔구나』는 제목이 다소 섬찟하지만 흉악 범죄의 구성 요건이나 각각의 면면으로 유기적 관계에 놓인 등장인물의 조화와 부조화가 적절히 엮이며 사이코패스적인 범죄 소설이 아닌 사회 풍자소설로 꾸려나갔다. 어느 날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하는 뉴스가 터진다. 지보 그룹 차녀 납치 사건. 범인은 딸을 살려 보내는 대가로 선 회장에게 50억이란 거액을 요구한다.

하지만 누구나 예상한 범인은 범인이 아니다. 피해자가 사라져 이득을 보는 이들과 고통을 받는 이들 모두 수상하고 그들 사이의 속고 속이는 신경전은 아슬아슬하다. 과연 당신은 범인을 찾아낼 수 있을까? 이 작품에도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기 위해 병리적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각종 비리의 온상인 선 회장 이외에 재산 때문에 가족을 속이는 이들, 불법 거래로 뒷돈을 챙기기 위해 동료를 속이는 경찰, 북한에 두고 온 아들을 찾기 위해 멸시를 견뎌내는 탈북녀 등 고호 작가가 만들어낸 모든 인물들은 거리낌 없이 주변인을 철저히 속이는 사람들이다.

 


 

이 소설은 우리 사회가 '불신'의 늪에 빠져 있음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대기업 회장의 딸 납치를 둘러싸고 5명의 범죄가담자들은 자기들끼리도 서로 뒤통수를 치는 것이 많다. 서로가 너무나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서로의 패를 보여주지 않는 그런 상황이 계속된다. 같은 목적으로 함께 일해도 신뢰감이 없는 범죄조직의 단상일까, 불신의 늪에 빠진 우리 사회의 반영일까? 아무튼 독자로서는 반전의 흥미를 느낄 수 있어 좋긴 하다. 어쩌면 추리소설로서는 아주 알맞은 무대 설정과 인물 인용이다 싶다. 이 소설은 이웃 일본에 비해 추리소설이 약하다는 우리 문단에 대한 독자의 분석을 다소 뒤엎어주는 불쏘시개 역할을 할 만큼 스토리의 유기적 관계가 잘된 작품으로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보았던 어떤 추리소설보다도 인물과 스토리의 유기적 연결이 아주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켜 준다.

 

"얼굴은 반반한데 머리가 비어 보인단 말씀이야.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경찰 재직 시절에 유흥주점 단속 정보를 흘리는 대가로 뇌물 받아 챙긴 구봉을 협박할 만큼 싹수가 노랬던 계집애였다."(p.67)

 


 

대기업 회장의 차녀 '선초아'가 납치되면서 납치에 가담한 여러 인물들과 대기업 지보그룹의 가족들이 등장하는데 등장 인물들이 하나같이 심상치 않다. 과연 누가 선초아 납치를 의뢰한 범인일까 궁금해하며 읽었다. 딸이 납지당했는데도 그룹의 명예를 더 중요시하는 엄마 '하미숙', 돈으로 모든 것을 지배하는 대기업 회장인 아빠 '선영태'.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남매 관계라 보기 힘든 남동생 '선초석', 하미숙을 시기질투하며 재산에 눈이 먼 의붓언니 '선도영'. 서로 속이고 숙이는 숨막히는 심리전과 그들의 욕심이 오히려 선초아의 납치사건보다도 더 흥미진진할 정도다.

저자의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지는 부분도 많다. 다양한 개성을 지닌 납치범들과 그들 중의 한 명인 탈북녀의 사연이 가슴 아프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범죄에 인도적 차원의 양심을 바란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배신이 난무하는 관계에서 생각지도 못한 반전을 이끌어내려면 '불신 관계'에 초점을 두고 읽어야 할 터다. 당초 등장인물에 따른 독자의 생각보다 복잡하게 얽혀 있고, 반전에 반전을 위한 저자의 기초 장치인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추리소설이니만큼 저자의 반전을 이끌어내는 스토리가 관심의 중심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책 뒷 부분에 「쿠키」를 첨부해 독자들의 상상력을 한껏 자극한다. '신의 한 수'가 될지 '악수'가 될지는 독자들의 판단에 맡겨야 할 것이다.

 


 

윤 경위는 차근차근 정리해보기로 했다.

첫째, 이정도 인프라에 어울리는 사람이면서 청담J고등학교 학생들이 자주 찾는 노래방 건물 구조에 대해서도 꿰뚫고 있는 사람.

둘째, 짠돌이 회장이긴 해도 그에게 오십억이란 돈은 껌 값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아는 사람.

셋째, 그러면서 주변의 의심 없이도 선초아를 건물 밖으로 빼돌릴 수 있는 사람.

마지막 넷째, 돈과 맞바꿔서라도 초아가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는 사람. 그 순간 머릿속을 섬광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왜 어째서 이런 납치사주를 벌였을까?(p.182)

 

저자 : 고호

 

일꾼, 이야기꾼, 때로는 상상꾼. 그러나 정작 대학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했고, 재미없는 무역회사에서 평범한 밥벌이를 했다.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데는 자음과 모음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평소 지론이다. 그런 고민이 만들어낸 세계로는 『평양에서 걸려온 전화』와 『악플러 수용소』 등이 있으며, 사회적 이슈를 문학적으로 녹이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도 꾸준히 또 다른 세계를 만들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단법인 이효석문학선양회와 의정부전국문학상에서 수상한 바 있다. 『과거여행사 히라이스』를 썼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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