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영혼의 이용
마쓰다 아오코 지음, 권서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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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지속가능한 영혼의 이용』은 일본 페미니즘을 대표하는 작가 마쓰다 아오코의 장편소설이다. 일본 페미니즘 운동의 현주소를 파악할 수 있는 단면을 제공해 주기도 한다. 이 작품에 등장하든 아니면 내용에 녹아 있든 '페미니즘'과 '미투운동'을 연상케하는 장면들이 담겨 있다. 독자는 한 사람의 독자로서 이 작품을 접했지만 소설의 주제가 페미니즘의 성격을 강하게 풍기고 있어 더 관심을 갖게 됐다. 독자는 페미니즘에 대해 자세히 모르기 때문에 이 작품을 읽기 전 백과사전을 통해 페미니즘과 미투운동에 관한 간단한 지식을 먼저 알아본다. 페미니즘(feminism)의 사전적 의미는 여성의 권리 및 기회의 평등을 핵심으로 하는 여러 형태의 사회적?정치적 운동과 이론들을 아우르는 용어이다.

두산백과에 따르면 여성과 남성의 관계를 살펴보고, 여성이 사회 제도 및 관념에 의해 억압되고 있다는 것을 밝혀내는 여러가지 사회적·정치적 운동과 이론들을 포괄한다. 역사적으로 남성이 사회활동과 정치참여를 주도해왔기 때문에, 페미니즘은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고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남성중심사회에 여성이 참여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로마 공화정(기원전 509~기원전 27) 시기에 처음 기록되었으며, 14세기 프랑스의 크리스틴 드 피잔이 처음으로 여성의 사회적 업적과 권리를 주장하는 글을 썼다. 페미니즘은 다음과 같이 1, 2, 3차 페미니즘 물결로 나뉜다.

 


 

또 미투 운동(Me Too movement)은 성폭행이나 성희롱을 여론의 힘을 결집하여 사회적으로 고발하는 것으로,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2017년 10월 할리우드 유명 영화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을 폭로하고 비난하기 위해 소셜 미디어에 해시태그(#MeToo)를 다는 것으로 대중화되었다. 직장 및 사업체 내의 성폭행 및 성희롱을 SNS를 통해 입증하며 보편화되었다.

한국의 미투 운동은 2017년 10월, 트위터에서 #오타쿠_내_성폭력 해시태그를 계기로 시작되었다. 2018년 1월 29일 현직 검사 서지현이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검사장이었던 안태근의 성폭력 실상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미투 운동이 본격적으로 대중에 알려졌다. 뒤따라 연극 연출가 이윤택의 성추행 사실이 SNS를 통해 폭로되면서 '위력에 의한 성폭력' 에 대한 고발이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더불어 시인 고은, 극작가 오태석, 이윤택, 배우 조민기, 배우 조재현, 정계인사 안희정, 정봉주 등 20명에 달하는 인사들이 가해자로 지목되었다. 2018년 2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은 "미투 운동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피해 사실을 폭로한 피해자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고, 미투 운동을 적극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피해자들의 폭로가 있는 경우 형사고소 의사를 확인하고, 친고죄가 폐지된 2013년 6월 이후의 사건은 고소 없이도 적극 수사할 것"이라 덧붙였다.[15] 이와 함께 분야별 신고상담센터를 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이 소설 『지속가능한 영혼의 이용』은 일본 페미니즘을 대표하는 작가 마쓰다 아오코의 장편소설로서 일본 내 페미니즘 운동의 단편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마쓰다 아오코는 핵심을 찌르는 간결한 문장으로, 에세이와 소설을 비롯한 작품들 전반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여성성의 압력을 날카롭게 이야기하기로 이름이 높다고 한다. 데뷔작부터 제26회 미시마 유키오상 후보와 제35회 노마문예 신인상 후보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냈다. 2018년에는 일본판 『82년생 김지영』의 추천사를 맡아, “절망으로 가득 찬 희망의 서”라 일컬으며 한국 페미니즘 소설에 공감과 경의를 표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지속가능한 영혼의 이용』은 해시태그 미투가 전 세계적 성폭력 고발 운동으로 번진 뒤 다시금 대두된 페미니즘을 온몸으로 경험한 작가가, 일본의 성차별적 현실을 날카롭게 들여다보고 폭로하는 소설이다. 이 작품은 어느 날 ‘아저씨’들이 갑자기 소녀들을 보지 못하게 되고, ‘시선’에서 벗어난 소녀들이 자유를 만끽하며 ‘아저씨’들을 향한 복수를 하는 도발적인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말한다. “‘아저씨’가 정하지 않은 세계를 보고 싶다. ‘아저씨’가 사라진다면 사회구조는 극적으로 바뀔 것이다. 그 사회를 보고 싶다.”

 


 

이 책은 어느 날 세상에서 '아저씨'들이 사라져 버린다는 설정으로 시작되는 가까운 미래의 이야기다. 우리가 사는 지구에서 남자와 여자란 구성으로 살아가는 이 세계에서 '아저씨'란 이름으로 불리는 그들을 구분하는 기준점은 연령이나 성별에 따르지 않고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보면서 무시하는 자들을 일컫는다. 게이코는 직장 내에서 성희롱을 당하고 회사 내에서 이를 제기하지만 주변의 오해와 자신의 결백함을 주장함에도 불구하고 퇴사를 한 30대 여성이다. 이후 캐나다로 여행을 하고 돌아온 그녀는 캐나다에서 자신이 보고 느낀 주변의 느낌들이 일본에 돌아온 후에 전혀 다른 분위기와 비교하게 되면서 침묵하지 않고 행동으로 나선다.

아저씨의 눈에 소녀들이 보이지 않게 된 후 소녀들만 사는 곳이 한정된다. 이때 두 가지 의문이 독자에게 다가온다. 새롭게 태어난 여자 아이들은 몇 살부터 이곳으로 가게 될까? 소녀들은 몇 살이 되면 이곳을 나오게 될까? 저자는 이런 세부적인 항목은 알려주지 않는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는지도 말해주지 않는다. 불친절한 설명처럼 느껴지지만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 사회에서 소녀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두렵고 무섭고 힘들고 편파적인지 보여주려는 것이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주며 독자들이 스스로 깨닫게 하고 저자는 불필요한 해석이나 해설을 덧붙이지 않음으로써 주제를 부각하는 전형적인 소설작품의 성격을 보여준다.

 


 

'일본의 성차별적 현실을 날카롭게 들여다보고 폭록하는 소설'이라는 소개는 내용과 아주 잘 들어맞는다. 후반부에 일본 여자 아이돌과 한국 여자 아이돌을 비교한 부분은 조금은 과장된 부분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독자 역시 서평을 쓰며 저자처럼 개인의 해석이나 해설을 하지 않겠다. 특히 한국 여자 아이돌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가타부타 하기는 싫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된 지식으로 그들에게 피해가 가거나 부정직한 혜택을 입게 하고도 싶지 않는다는 독자로서의 뜻도 담겨 있음을 이 서평을 읽는 독자들이 양해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일본에서 남성이 여성을 대하는 분위기는 많이 변화를 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종속적이고 순종적인 여인상을, 그래서 남성이 여성의 지위를 어떻게 억압하고 컨트롤하는지를 잘 보여줌으로써 사회적인 묵인 하에 이뤄지는 직장 내의 일이나 기타 여러 사례들을 통해 비판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다.

이는 젠더의 불평등한 모습뿐만이 아니라 여성 비정규직의 모습과 교복이란 코스프레를 통해 여자 아이돌을 바라보는 시선을 포함, 여성들을 착취하고 소비하는 데에 일말의 양심조차 꺼리지 않는 '아저씨'들의 존재, 여성들이 겪는 출산과 수유의 과정들을 등장인물이 하나씩 등장하면서 들려주기에 서로가 협조하며 살아가는 과정이 필요함에도 여전히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 지어지는 한계를 드러낸다. 일본 여성들이 결혼 후 남자의 성을 따라야 하는 문제와 남자인 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문제를 동시에 지적한 부분도 흥미롭다. 독자로서는 문제를 인식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경우 그 구분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바로 이어진다. 현실의 한계 속에서 독자의 생각들은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다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저자 : 마쓰다 아오코

 

일본의 대표적인 페미니즘 작가. 2013년 발표한 단편집 『적재 가능』으로 제26회 미시마 유키오상 후보와 제35회 노마문예 신인상 후보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냈다. 동 작품은 2014년 TWITTER 문학상 1위로도 선정되었다. 핵심을 찌르는 간결한 문장으로, 에세이와 소설을 비롯한 작품들 전반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여성성의 압력을 날카롭게 이야기하기로 이름이 높다. 이와 같은 작풍을 문단에서도 인정받아 2018년 일본판 『82년생 김지영』의 추천사를 맡아 썼으며, 2019년에는 연작 소설집 『야생화가 보이지 않는 일 년』에 수록된 단편 「여자가 죽는다」로 미국의 셜리 잭슨상 단편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2021년에는 일본의 민담과 설화 등을 현대적이고 페미니즘적으로 재해석한 단편집 『아줌마들이 사는 곳』으로 미국 파이어크래커상을 수상한 뒤, 레이 브래드버리상 후보로 올랐으며 휴고상·성운상과 함께 공상과학판타지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세계환상문학상을 수상했다. 근간으로 일본에서 금기시되는 사실혼 파트너와의 사이에서 맞이한 임신과 출산, 육아 등에 대해 다룬 에세이 『스스로 이름붙임』이 있다.

 

역자 : 권서경

 

대학에서 공연 연기를 전공했으며 졸업 후 전문 번역가로 전향, 현재 한국방송통신대 일본학과에 재학중이다. 저자와 독자 간의 가교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누구에게도 해롭지 않을 문장을 쓰고자 한다. 옮긴 책으로는 사이토 미나코의 『요술봉과 분홍제복』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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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마주할 수 있다면
탐신 머레이 지음, 민지현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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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결국 오빠의 심장만 가져간 게 아니라, 내 마음까지 가져갔다는 걸 깨달았다.” 심장으로 엮인 두 사람의 대체 불가한 로맨스 소설을 보고 운명적 사랑이라는 느낌이 들고, 한편으로는 인공지능 인간이 생각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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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마주할 수 있다면
탐신 머레이 지음, 민지현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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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마주할 수 있다면』은 인공심장으로 평생을 살다 기적적으로 심장 이식을 받은 조니의 눈에 사고로 쌍둥이 오빠를 잃은 기증자의 여동생이 들어오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살기 위해 버둥거리다 보니 점점 깊은 구덩이로 빠지던 두 사람의 만남. 공허와 슬픔이 켜켜이 쌓여 고개만 겨우 빼꼼 내밀고 숨을 쉬며 살아가던 두 사람 사이에, 독인지 약인지 알 수 없는 관계에서, 그리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피어나는 로맨스가 시작된다.

기적적으로 심장 이식을 받은 조니는 평범한 삶 앞에서 어쩐지 더 막막하고 공허하다. 평생을 인공심장으로 병원 생활을 해왔기에 병원 밖의 삶이 버겁고, 자신이 누군지 모르겠다. 왠지 심장 기증자를 찾으면 기적 같은 자신의 삶의 목적도 찾을 수 있을 거 같아 헤매다 보니 짐작 가는 사람, 사고로 목숨을 잃고 심장을 기부한 레오라는 남자아이가 있다. 레오에 대해 알아보던 중 우연히 쌍둥이 여동생 니브와 만나게 되고, 니브의 눈에 담긴 슬픔과 알 수 없는 감정에 빠져든다. 레오의 심장을 가지고 이렇게 마음을 줘도 되는 걸까. 윤리적 문제일까, 생물학적 문제일까. 인공 지능의 인간이 탄생할지 모른다는 과학기술의 시대에 저자가 새로운 시각의 문제를 던지는 느낌이다.

 


 

“그는 어쩌면 이 슬픔을 극복하게 해주는 빛 같아.” 사고로 쌍둥이 오빠를 잃고 슬픔과 상실감으로 가득한 니브. 삶 전체가 눈부시게 빛났던 오빠 때문에 항상 빛에 가려져 살던 니브는 오빠를 떠나보내고 나서 ‘잘난 레오의 동생’이라는 반쪽짜리 타이틀마저 잃은 채 그늘에 갇혀버린다. 그런 니브 앞에 오롯이 자신만을 바라봐주는 조니가 나타나 어깨를 내어준다. 무언가 숨기는 게 가득해 보이지만 자기와 유사한 공허함을 지닌 조니에게 걷잡을 수 없이 빠져버리게 된다. 운명처럼 서로에게 끌렸다고 생각하지만, 각자의 이유로 멀어지려 하는 두 사람. 둘의 시점이 교차되며 담아내는 사랑과 슬픔, 죄책감, 공허함 등의 감정이 얽혀 예측 불가능한 감정선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랑을 싹틔우고 서로를 보듬으며 위기를 극복해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읽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저미게 했다가 이내 다시 벅차올라 따듯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감정을 가진 인간과 감정이 없는 인공지능의 인간이 대비되어 독자 앞에 그려지는 것은 독자가 저자의 의도를 오버센스한 것인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지만 읽으면서 떠오르는 감정을 지울 수 없었음을 고백한다.

 


 

이 작품은 두 주인공의 절절한 로맨스가 중심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각각의 주인공들이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모습에서 독자들은 또 한 번 매료된다. 운명적인 듯, 필연적인 듯한 이들의 이야기는 ‘심장 이식’이라는 매개를 통해 펼쳐진다. 로맨스 소설의 대가 조조 모예스가 탐신 머레이 작가에게 휴가지에서 안타깝게 목숨을 잃게 되어 심장을 기증한 소년에 대한 기사를 전달하며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작가는 남겨진 가족에 대해 생각해보았고, 소년의 도움으로 새 삶을 찾은 사람에 대해서 궁금해졌다. 그렇게 조니와 레오, 그리고 니브의 캐릭터가 탄생했다.

심장을 이식받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심장의 주인을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는다고 한다. 이는 심장이 우리의 영혼이 깃들었고 사랑의 원천이라 여겨진다는 관념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조니 역시 마찬가지이다. 왠지 심장 주인인 레오의 피가 흐르는 거 같고 레오처럼 행동할 수 있을 거 같다. 난감한 상황에 처하면, 레오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부터 떠올린다. 그렇기에 더욱이 니브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의심하게 되고, 왠지 니브와 가까이 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인 것만 같다. 또한 조니 몸에 레오의 심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 니브조차 함께 하는 것을 꺼리게 될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조니의 생각은 이미 온 마음이 서로를 향하는 둘의 관계를 더 어렵고 힘들게 만든다.

 


 

상실과 공허에 잠식되어버린 조니와 니브는 친구나 가족과의 관계까지 파국으로 치닫으며 스스로를 철저히 더 단절시켜버린다. 소중한 누군가를 잃은 니브, 지나온 삶 자체가 텅 빈 조니는 과연 문제를 극복하고 세상 밖으로 나와 스스로를, 그리고 서로를 오롯이 사랑하게 될 수 있을까. 이 작품은 ‘리즈 북 어워드’, ‘햄프셔 북 어워드’ 수상에 이어 ‘영국 올해의 로맨스 소설상’ 최종 후보작에 올랐던 탐 머레이 작가의 첫 한국어 장편소설이다. 수상작 후보의 추천사 등을 통해 보면 인공지능 인간 출현을 앞두고 저자가 또 다른 시각에서 제기한 문제를 떠올리는 것 아닌가 하는 독자의 의구심은 뒤로 할 수밖에 없다. 어린이 문학부터 로맨스 소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독자들을 매료시킨 탐신 머레이 저자의 특유의 말랑말랑하면서도 따듯함을 가진 문체와 서정에, 삶과 죽음 사이에서 피어나는 사랑에 대한 절절함까지 담은 소설이라는 평에 독자의 조그마한 의구심은 단지 하나의 의혹을 더할 뿐인 것 같다.

 

“그만해, 잭슨.” 나는 책가방을 집어 들며 못마땅하다는 듯 말했다.

그러자 잭슨이 바로 나에게 다가와 땀에 젖은 얼굴을 바짝 들이대며 말했다. “어디 한 번 그만하게 만들어보시지?”

예전의 조니였다면 이쯤에서 뒷걸음질을 쳤을 것이다. 그러나 난 더 이상 예전의 조니가 아니다. 내 안에는 레오의 심장이 뛰고 있으며 그가 살았던 삶의 기억과 모습을 지켜가야 한다. 나는 어깨를 당당히 펴고 그를 노려보았다.(p.255)

 


 

엄마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악몽 같은 시간을 견디면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실은 우리 모두 그러는 중이다. 하지만 질식시킨다는 표현은 사실이었다. 엄마가 나를 쫓아다니며 다그칠 때는 정말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엄마에게 못되게 굴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시선을 옮겨 냉장고 문에 붙어있는 오빠의 사진과 그 옆에 있는 축구 경기 일정표를 보았다. 엄마와 내가 언쟁을 할 때면 늘 그러듯이 오빠는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얇은 잠옷 위로 손톱을 세워 가려운 팔꿈치를 긁었다.

“뭘 그렇게 보는 거야, 오빤?” 오빠가 나를 약 올릴 때면 내가 늘 그랬듯이 낮게 쏘아붙였다. “꺼지란 말이야.”

그러나 내쳐진 사람은 오빠가 아니었다. 오빠를 잃고 몸부림을 치고 있는 건 바로 우리였으니까.(p.279~280)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나서 조니가 말했다. “네가 내 마음을 온통 차지하고 있어. 알지?”

나는 순간 숨이 막힐 듯 놀라 그를 멍하게 쳐다보았다. “뭐라고?”

조니는 볼이 발갛게 달아오르면서도 내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자선 행사에서 너를 처음 본 순간부터 내 머릿속에는 온통 네 생각뿐이었어. 그 후로는 너의 모습 외에 다른 건 그릴 수 없었지. 그러면서 동시에 뭔가 내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야.”

나도 모르게 손에 들었던 스케치북이 침대 위로 떨어뜨렸다. “도대체… 왜?”

“내가 말했잖아.” 조니는 점점 더 얼굴이 붉어졌다. “너를 처음 본 순간부터 네 생각뿐이었다고. 그런데 내가 과연 너에게 다가가도 되는 건지 확신할 수가 없었어.”(p.371)

 


 

저자 : 탐신 머레이

 

그림책에서부터 로맨스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 콘월에서 태어나 영국의 여러 도시를 옮겨다니며 살았다. 현재는 남편과 딸, 아들과 하트퍼드셔에 살며 런던의 시립대학에서 아동문학을 가르친다. 지은 책으로는 『탱글우드 동물공원TANGLEWOOD ANIMAL PARK』 시리즈를 비롯해서 『완벽한 캐시디COMPLETELY CASSIDY』 시리즈 등이 있다.

『너와 마주할 수 있다면(INSTRUCTIONS FOR A SECONDHAND HEART)』은 영국 로맨스 소설가 협회에서 주최하는 올해의 로맨스 소설상 최종 후보작에 올랐으며, 리즈 북 어워드와 햄프셔 북 어워드에서 각각 문학상을 수상했다.

 

역자 : 민지현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립대학교에서 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뉴욕에 살면서,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의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꼴찌 마녀 밀드레드』 시리즈, 『메모왕 알로와 미스터리 학교』 시리즈, 『동물농장』,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원화 컬러링북』, 『앨비의 또 다른 세계를 찾아서』, 『불법자들: 한 난민 소년의 희망 대장정』, 『메이슨 버틀이 말하는 진실』, 『갤럭시』, 『착한 소녀의 거짓말』 등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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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부장의 슬기로운 이중생활
서성현 지음 / 바이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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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직장 분위기가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실감할 수 있는 책이다. 우리나라가 1990년 이전 산업 사회로의 과정에서의 직장은 그야말로 하루 24시간을 직장 일에 매달리는 직장인을 요구했다. 현장직은 그래도 노동 시간을 준수하는 범위에 속했다면 사무직은 노동 시간을 규정하나마나였다. 윗 사람이 퇴근한 후에야 자신의 퇴근이 가능한 시대였다. 일이 있으면 퇴근 후 잔업이나 야근 등은 예사였다. 물론 대기업이나 규모의 노동자들은 임금을 조금 더 받았지만 사무직은 임금은커녕 칭찬도 인색했다. 다 그런 건데 유별나게 한 사람만 칭찬해줄 분위기는 아니었으니까.

나중에 노동 시간을 90년대 이후 산업 사회의 정착과 완전한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노동 시간은 줄었지만 실제 노동 시간이 줄었다고 할 수 없는 게 이메일이나 휴대전화 문자 등으로 업무 점검이나 지시를 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퇴근과 근무의 경계가 오히려 모호해짐으로써 직장인들의 업무 해방은 요원한 것처럼 느껴졌다. 이제는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게 분명해 보인다. 노동시간 단축은 물론 업무 시간 외 문자나 이메일을 통한 업무 지시도 하지 못하도록 법 규정에 제한을 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책 『서 부장의 슬기로운 이중생활』은 산업화 막바지에 우리의 직장 문화를 엿보게 하는 잘 쓰여진 책이다.

 


 

이 책을 발간한 출판사 측은 "인생을 두 배로 즐기며 사는 서 부장의 은밀한 이중생활 특급 비법"이라고 홍보한다. 대기업 부장으로 재직 중인 저자 서성현은 ‘진짜 자신이 꿈꾸던 행복’을 얻기 위한 특급 비법을 알려주는 '이중생활 전도사'로 자부하는데, 그의 모든 노하우를 모아 이 책을 세상에 내놓는다. 이 책에는 인생을 두 배로 즐기며 사는 서 부장의 은밀한 이중생활 특급 비법이 담겨 있다. 단순히 ‘그동안 못 놀아봤으니 이제는 놀아보자’고 권하는 것이 아니다. 일과 삶의 최적의 밸런싱을 구현하기 위한 옵션이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진정한 이중생활’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두 배, 세 배로 즐겁게 사는 삶을 살 수 있다.

이제 그 시작을 위해 이 책을 읽고 첫걸음을 내딛어 보자는 저자의 슬기로운 이중생활의 본뜻이 있다. '이중생활'이란 말 자체가 부정적 의미를 함유하고 있다. 겉과 속이 다른 표리부동한 생활을 표현하는 말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겉으로는 검소한 척 살지만 속으로는 호화를 누리는 생활이라고 오해할 수 있고, 사람으로 표현하면 '겉 희고 속 검은' 인물이 하는 생활이라는 뜻도 포함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사실 산업화 사회라고 해서 두 개의 직업을 모두 다 두 개의 직업을 갖지 못한 것은 아니다. 요즘 말로 '본캐'와 '부캐'가 가능한 일부 업종도 있었다. 그러나 그때는 본캐로서는 의식주도 해결할 수 없는 열악한 조건의 직장일 경우이기 때문에 이 책에서 말하는 이중생활과는 의미가 다르다.

 


 

저자인 서 부장은 자신의 직장에서의 경험과 실제를 통해 이 책의 제목처럼 업무와 취미를 완전히 구별하는 이중생활을 한다. 아직도 대부분의 직장에서는 두 가지 일을 한다는 것을 마뜩치 않게 볼 것이다. 그것은 능력의 유무와 관계 없이 본업에 충실할 수 없을 것이란 의미에서다. 그리고 취미 생활에 대해서는 오히려 권장하는 직장이 많을 것이다.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취미 생활을 통해 얻을 수 있으니까다. 이 책에서 서 부장의 '이중생활'이 그렇다. 엄밀한 의미에서 투잡도 아니다. 지금까지 누구도 쉽게 겪어보지 못한 업무 외 시간을 잘 활용한다면 반대할 수도, 필요도 없는 것이다. 다만 산업화 시대에 머물러 있는 일부 기업 고위직이나 요즘 MZ 세대가 꼬집는 '꼰대'들의 시각이 아직 남아 있어서 표현된 말이라고 한다.

독자도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 두 시대에 걸쳐 직장 생활을 한 사람으로서 이 책에서 말하는 이중생활에 대한 의미를 잘 알고 있다. 저자는 “누군가보다는 조금 먼저, 또 누군가보다는 조금 늦게 ‘진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나는 나와 같은 삶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나는 이중생활을 통해 진짜 인생을 살고 있다.’라고. 그러니 이제는 그 무거운 낡은 쇠사슬을 끊어버리고 나와 함께 진짜 인생을 살아보자.” 이 말은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지만 독자로서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의 불만을 해소하기에 적당한 '이중생활'이란 생각이 강하다. 대기업 부장으로 재직 중인 저자 서성현은 ‘진짜 자신이 꿈꾸던 행복’을 얻기 위한 특급 비법을 알려주는 '이중생활 전도사'로 자부하는데, 그의 자부심을 폄훼하고 싶지 않고, 그럴 이유도 없다. 그의 모든 노하우를 모아 이 책을 세상에 내놓는 데는 용기와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 순기능의 역할만 받아들이고 싶다.

 


 

이 책에는 인생을 두 배로 즐기며 사는 서 부장의 은밀한 이중생활 특급 비법이 담겨 있다. 이중생활이 뜻하는 것은 바로 ‘진짜 인생을 두 배로 즐기는 것’이다. ‘초라한 중년으로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한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그러면 회사 문을 나설 때 또 다른 삶이 시작될 것이다. 저자의 말에 힌트가 담겨 있다. “이중생활을 이야기할 때마다 계속 받는 질문이 있다. ‘그동안 가족들을 위해 네가 희생해왔으니 이제 가족들과 조금 거리를 두고 너의 생활을 즐기겠다는 거냐?’ 나의 대답은 분명하다. ‘이중생활은 가족과의 분리가 아니라 가족과 함께하는 것이다.’” 사실 중년이 되면 ‘혼자’이고 싶은 시간이 늘어난다. 이 때문에 이중생활이라고 하면 나만을 위한 삶을 사는 것이라고 오해하기 쉽다.

그런데 “어떤 삶이 좋은 삶이고 잘 사는 삶인가?”라는 질문에 있어 가족은 빠질 수 없다. 이중생활은 가족과의 분리가 아니라 가족과 함께하는 것이다. 이중생활을 통해 맛볼 행복은 나를 믿고 지지해주는 가족과 함께할 때 의미가 있고, 더욱 열정적으로 내 삶을 단단하게 지키고자 함으로써 완성될 수 있다. 행복한 이중생활을 꿈꾸고 있다면, 절대 가족을 그 플랜에서 빼놓지 말아야 한다.

 


 

“재테크는 일정 규모의 목돈, 즉 종잣돈을 갖고 있어야만 시작할 수 있다. 재테크를 위한 씨앗이 종잣돈이란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아무 씨앗이나 종자로 쳐주지 않았다. 씨앗조차 되지 못한 세포 단계의 씨앗은 제대로 된 종자로 쓰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재테크를 위한 종잣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재테크는 일정 규모의 목돈, 즉 종잣돈을 갖고 있어야만 시작할 수 있다. 약간의 푼돈을 가지고 재테크를 하겠다는 것은 그저 연기처럼 사라질 꿈만을 품고 씨앗을 뿌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티끌 모으기’를 해본 자만이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가치들이 있을뿐더러 그렇게 모든 종잣돈이 당신의 이중생활을 가능하게 만든다.

저자는 이를 위해 직장 생활을 하면서 갖는 취미 생활을 '돈이 될 수 있는, 지속적인 것'을 권한다. 그 예로 독서와 운동 그리고 공부다. 특히 공부가 가장 권장할 만한 종목일 것이다. 쉽게 표현해 '돈 버는 공부'를 지속할 것을 권유한다. 앞서 말한 재테크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종잣돈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당장 모아놓은 돈이 없더라도 재테크 공부만큼은 일찍 시작하라고 강조한다. 재테크를 하기 위해서는 일반상식 이상의 전문적 지식이 필요하기 때무이다. 스스로 분석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지 못한 채 재테크에 뛰어들면 남의 말에 쉽게 휘둘리거나 유행만을 좇다가 결국 투자가 아닌 투기를 하는 우를 범하게 됨을 경계한다.

 


 

저자의 마지막 말은 이중생활의 확정적인 개념 정리로서, 독자의 경계심과 의구심을 말끔히 씻어준다. “‘제대로 된 회사생활 없는 이중생활은 말 그대로 외도(外道)지, 이중생활이 아니다.’라고 했으니 이에 대해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렇다면 ‘이중생활’이라는 관점에서 ‘회사생활을 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중생활을 시작한 사람 중 일부는 이중생활이 익숙지 않다 보니 회사생활을 적당히 대충해도 되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고는 한다. 그러나 일과 즐거운 삶의 균형, 즉 직장생활과 나 자신을 행복하게 해줄 꿈의 균형을 이루는 삶을 사는 것이 필요하다. 회사생활을 잘해야 이중생활도 잘할 수 있는 것이다.

『서 부장의 슬기로운 이중생활』은 단순히 ‘그동안 못 놀아봤으니 이제는 놀아보자’고 권하는 책이 아니다. 일과 삶의 최적의 밸런싱을 구현하기 위한 옵션이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진정한 이중생활’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두 배, 세 배로 즐겁게 사는 삶을 살 수 있다. 이제 그 시작을 위해 이 책을 읽고 첫걸음을 내딛기를 기대한다.

 

"많은 사람들이 “힘들다.” “지친다.” “바쁘다.” “정신없다.” “이렇게 사는 게 뭐냐.”라는 말만 하며 삶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누구나 힘들고 지치고 바쁘고 정신없는 삶을 살아간다. 우리는 다른 세계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지 않나. 같은 현실을 살면서도 왜 누구는 꿈을 실현하는 삶을 손에 쥘 수 있겠는가? 그들은 거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 어떻게 살고 싶은데?’ ‘그래서 뭘 하고 싶은데?’라며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다. 그렇게 답을 찾았다면 그 답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첫발을 내디뎠기 때문에 꿈을 실현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바로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 나의 꿈 역시 처음에는 거창하지 않았으며 이루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다 보니 지금은 상상한 것 이상으로, 꿈꿔왔던 것 이상이 이루어져 가고 있으며, 또 더 크고 새로운 꿈들 역시 꿀 수 있게 되었다."(p. 174~175)

 


 

저자 : 서성현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석산고등학교, 전남대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대학원 화학공학과를 졸업했다. GS칼텍스에 입사해서 수소연료전지 R&D, 신규사업개발 및 사업기획/전략 수립 관련된 일을 수행했고, 현재는 GS칼텍스 석유화학 사업본부에서 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회사에서 두 번의 모범사원상과 정부로부터 지식경제부장관 표창장을 받았고, 스마트그리드협회, 교통연구원과 기업들을 상대로 사업모델 강연을 했으며, 한국화학공학회 NICE지 지상 강좌 등 칼럼에도 다수 기고를 할 정도로 열심히 살았다. 가정적으로도 아이들의 육아와 교육에도 적극적이어서 현재 서울 양진초등학교 아버지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하지만 이렇게 사는 동안 어느덧 요즘 수많은 직장인과 같이 언젠가 꿈꿨던 자기 계발, 취미생활, 주말 즐기기 등은 먼 남의 이야기처럼 되어버렸다. 이러한 삶이 길어질수록 ‘진짜 자신이 꿈꾸던 행복’에 다다를 수 없다고 생각하고, 어느 순간 삶의 방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작은 시작이었지만 놀랍게도 그것이 ‘가능하다’라는 사실을 발견했고 지금은 많은 회사 후배들과 주변 직장인들에게 직장생활도 성공적으로 하면서 주말을 만끽하고 취미를 즐기는 삶의 해법을 멘토링을 해주고 있다. 저자는 아지트 '들기, 돈 버는 취미생활, 버킷리스트 뽀개기 등 우리가 꿈꿔왔던 행복한 생활을 즐기기 위한 ‘특급 비법’을 일목요연하고도 흥미롭게 풀어내는 '이중생활 전도사'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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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죽은 자의 이름을 묻는다 - 세계적인 법의인류학자가 들려주는 뼈에 새겨진 이야기
수 블랙 지음, 조진경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 『나는 매일 죽은 자의 이름을 묻는다』의 저자 수 블랙은 '법의인류학자'다. 법학과 의학은 독자에게는 어려운 학문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학교 다닐 때 전공도 인문학이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당시에는 법대나 의대는 초일류 수재들이나 가는 곳으로 인식되어 있다. 그만큼 공부가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사회가 복잡해지고 디지털화되어 세분화되는데 학문도 더 세부적으로 나뉠 듯하지만 법의인류학이라는 학문은 3개의 학문을 하나로 묶어 3가지 모든 것을 배워야 하는 것 같은 생각에 머리가 아플 정도로 힘들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법의학자'나 '인류학자'는 각기 다른 직업에 종사하는 학자들이다. 법의학이 따로 있고, 인류학이 따로 있잖은가. 우리나라에도 법의인류학자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그런 것을 공부한다는 사람을 만난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 아마 있다면 우리나라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나 있을 것 같다. 어떤 분들이고 어떤 일을 할까에 대한 궁금증보다 우리나라에 있나? 하는 궁금증이 먼저 생긴다. 아무튼 그들은 범죄 속에서 법학, 의학, 인류학까지 합친 분석과 정확하고 움직일 수 없는 증거를 찾는 일을 하는 것으로 이 책을 보고 유추한다. 이 책의 저자가 하는 일을 살펴보면 제목처럼 '뼈'에 새겨진 범죄 증거나 범행 수법 등을 찾아내는 결정적 수사관의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이 책은 저자가 빕의인류학자로서 범죄 수사에 도움을 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알아내는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저자는 범죄 수사 범인 색출에 결정적 증거로 제시되는 것들을 알아낸 경험과 사례를 중심으로 이 책을 썼다. 아마 수사관이 보면 좋을 듯하다. 독자는 단순하게 좋아하는 추리소설 읽기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선택했지만. 누가 시신의 머리를 비닐봉투 속에 버렸을까? 오래전 정원에 매장된 그는 누구일까? 세탁기 속에 왜 아내의 뼛조각이 들어 있었을까? 누군가 이 어두운 퍼즐을 맞추어야 한다면, 저자 수 블랙(SUE BLACK)은 아주 작은 뼈 한 조각을 통해 밝혀낸다.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선택할 직업이 아니죠.”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법의학자 수 블랙이 범죄소설보다 더한 실제 사건들을 이 책에 풀어놓는다. 작은 뼈 조각으로 죽은 자의 신원과 사인을 밝혀가며, 충격적이면서도 감탄을 자아내는 논리적 추론과 명쾌한 과학적 설명을 가득 담았다. 법의학자, 그중에서도 법의인류학자의 일은 주로 ‘신원 확인’과 맞닿아 있다. 수많은 시신들 속에서 고인의 ‘이름’을 찾아주는 일이며, 그들을 가족들 품으로 돌려보내 편안히 잠들게 하는 일이다.

 


 

법의인류학자는 마치 뼈가 레코드인 것처럼 축음기 바늘을 옮겨가면서 삶이라는 노래를 읽으려고 애쓴다. 그들의 관심은 뼈 주인의 삶이 어떠했고, 그 사람이 누구였는가를 알아내는 것이다. 이미 상세히 뼈에 기록되어 있는 그 사람의 경험을 찾고, 그 사람의 사연을 알아내고, 죽은 자에게 이름을 되찾아준다. 저자는 책에서 ‘법의인류학자의 일은 짧은 멜로디만 듣고 곡명을 알아내는 퀴즈 같다’고 말한다. 아주 작은 뼈 조각만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읽어내야 하기 때문이다.이 책은 수십 년간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혀내온 세계적인 법의인류학자 수 블랙이 뼈를 통해 죽은 자의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을 상세하게 들려준다. “단순히 인체에 기계적 강도를 부여하고 죽은 후 가장 마지막에 부패하는 생체조직으로 생각한다면 뼈에 대해 아주 조금만 아는 것이다.”라고 할 정도로 뼈는 많은 것을 우리에게 알려준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 인체의 뼈에 대해 연구하면 그 사람의 삶과 죽음에 관해 거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뼈의 모습은 사실 건조하고 죽은 상태다. 하지만 뼈도 살아 있다. 뼈를 자르면 피가 나고, 부러뜨리면 상처가 난다. 상처가 나면 원래 모양을 되찾기 위해 스스로 치료하려고도 한다. 뼈는 우리와 함께 성장하면서 라이프 스타일이 변하는 대로 적응하고 변화한다. 인간의 골격은 살아 숨 쉬는 복잡한 기관이다. 장에서 오는 영양분을 골격 주변에 있는 거대한 동맥그물을 통해 공급받고 관리받는다. 모든 불순물은 복잡한 정맥그물과 림프관그물을 통해 제거된다."(p.8~9)

 


 

뼈에는 지금도 당신의 인생이 기록되고 있다. 당신이 채식주의자인지, 산악자전거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는지, 몇 살인지, 머리카락이 어떤 색인지, 당신에 대한 모든 것을 뼈가 말해준다. 예를 들면 채식주의 식단은 뼈에 새겨져 있고, 산악자전거에서 떨어졌던 일은 치유된 흔적이 남은 빗장뼈가 보여준다. 저자는 뼈에 관한 해부학적 지식으로 범죄수사를 돕는 과정을 상세히 기술한다. 두개골로는 나이, 성별, 인종을 알아낼 수 있다. 디지털몽타주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을 복원해내는 것도 가능하다. 척추뼈는 주로 시신 절단 사건과 관련이 많으며, 갈비뼈는 범인이 범행을 저지를 때 가장 많이 노리는 부위이기 때문에 어떤 무기로 살해당했는지를 살피기에 좋다. 또 갈비연골에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트랜스젠더인지를 밝혀내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또 성장과정에서 극심한 정신적 충격이 있었다면 잠시 성장이 멈춰 다리뼈에 가느다란 흰 선이 남게 되는데, 이 해리스선(harris line)은 아동학대 범죄를 밝힐 때 중요한 증거가 된다.

법의인류학자는 마치 뼈가 레코드인 것처럼 축음기 바늘을 옮겨가면서 삶이라는 노래 중 그 단편들을 찾아내고, 오래전에 기록된 선율의 단장을 이끌어내어 골격의 뼈를 읽으려고 애쓴다고 저자는 밝힌다. 법의인류학자의 관심은 그 삶이 어더했고, 그 사람이 누구였는가를 알아내는 것이다. 또 뼈에 기록된 그 사람의 경험을 찾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따라 법의인류학자는 뼈로 그 사람의 사연을 알아내고 죽은 자에게 이름을 되찾아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수 블랙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다루기 어렵다고 알려진 어린이 뼈대 교과서를 집필한 만큼, 법의학에서 선진국이라고 알려진 영국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세계적인 법의인류학자다. 영국 범죄소설 작가 협회에서 논픽션 부문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석학의 위상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 『나는 매일 죽은 자의 이름을 묻는다』에서는 저자가 법의인류학자로 활동하며 겪었던 실제 사건들을 보여주면서, 사건의 의문점들을 뼈를 통해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담아냈다. 챕터마다 더해지는 명쾌한 과학적 설명은 우리 지식의 폭을 한층 넓혀주고, 충격적이면서도 감탄을 자아내는 수사 과정은 우리를 범죄 과학 수사의 세계로 이끈다.

 

시신안치소에서 나는 이 머리 없는 해골이 나이 든 여성의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손과 발의 관절염과 엉덩관절 치환술까지 여자의 설명에 부합했다. (중략)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 두개골이 노부인 시신의 일부가 맞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당시는 DNA 연구가 아직 초기 단계였던 시대다. 그래서 뼈 간에 해부학적 접합, 그리고 머리 부분의 성별과 연령이 시신의 것과 일치하는지에 의거하여 ‘적합’ 판정을 내려야 했다. 우리에게는 두개골과 아래턱뼈, 1번과 2번 목뼈가 있었지만 3번 목뼈는 없었다. 그렇다면 분명 이 부분이 바로 절단된 곳이며, 3번 목뼈가 없다는 것은 우리가 해부학적으로 시신과 두개골을 연결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두개골과 아래턱뼈의 해부학적 특징으로 보아 나이 많은 여성의 것일 가능성이 높았다.(p.31)

- 「창고 속의 머리 살인사건」 중에서

 


 

저자 : 수 블랙(SUE BLACK)

 

법의학 선진국인 영국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세계적인 법의인류학자이자 해부학자다.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2003년부터 2018년까지 던디대학교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옥스퍼드 세인트존스칼리지의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1999년 코소보 전쟁 당시 영국 법의학팀을 이끌며 전쟁 범죄 수사에 참여했고, 2004년 인도양에 쓰나미가 발생했을 때 사망자 신원 확인에 도움을 주기 위해 태국으로 파견된 최초의 법의학자 중 하나였다. 라디오와 텔레비전에 정기적으로 출연하며, 그녀의 전문 지식은 세간의 이목을 끄는 범죄 사건들을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2016년 법의인류학에 공헌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영 제국 데임 작위를 수여받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다루기 어렵다고 소문 난 어린이 뼈대 교과서를 집필하기도 했다. 영국 〈선데이 타임스〉의 극찬을 받은 베스트셀러 『남아 있는 모든 것들』의 작가다.

 

역자 : 조진경

 

건국대학교를 졸업한 후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우리말로 옮겨왔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클린: 씻어내고 새롭게 태어나는 내 몸 혁명』, 『설탕의 독』, 『생각의 지도 위에서 길을 찾다』, 『판도라의 상자』, 『리딩 노트』, 『트레이닝 캠프』, 『신화 동물 그리기』, 『대니 서의 업사이클링』, 『패닉 이후(공역)』,『유럽의 로맨틱 명소 101』, 『신비 동물을 찾아서』, 『콰이어트 키즈』, 『하루 10분 엄마표 지능코칭』 등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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