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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영혼의 이용
마쓰다 아오코 지음, 권서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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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지속가능한 영혼의 이용』은 일본 페미니즘을 대표하는 작가 마쓰다 아오코의 장편소설이다. 일본 페미니즘 운동의 현주소를 파악할 수 있는 단면을 제공해 주기도 한다. 이 작품에 등장하든 아니면 내용에 녹아 있든 '페미니즘'과 '미투운동'을 연상케하는 장면들이 담겨 있다. 독자는 한 사람의 독자로서 이 작품을 접했지만 소설의 주제가 페미니즘의 성격을 강하게 풍기고 있어 더 관심을 갖게 됐다. 독자는 페미니즘에 대해 자세히 모르기 때문에 이 작품을 읽기 전 백과사전을 통해 페미니즘과 미투운동에 관한 간단한 지식을 먼저 알아본다. 페미니즘(feminism)의 사전적 의미는 여성의 권리 및 기회의 평등을 핵심으로 하는 여러 형태의 사회적?정치적 운동과 이론들을 아우르는 용어이다.
두산백과에 따르면 여성과 남성의 관계를 살펴보고, 여성이 사회 제도 및 관념에 의해 억압되고 있다는 것을 밝혀내는 여러가지 사회적·정치적 운동과 이론들을 포괄한다. 역사적으로 남성이 사회활동과 정치참여를 주도해왔기 때문에, 페미니즘은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고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남성중심사회에 여성이 참여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로마 공화정(기원전 509~기원전 27) 시기에 처음 기록되었으며, 14세기 프랑스의 크리스틴 드 피잔이 처음으로 여성의 사회적 업적과 권리를 주장하는 글을 썼다. 페미니즘은 다음과 같이 1, 2, 3차 페미니즘 물결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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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미투 운동(Me Too movement)은 성폭행이나 성희롱을 여론의 힘을 결집하여 사회적으로 고발하는 것으로,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2017년 10월 할리우드 유명 영화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을 폭로하고 비난하기 위해 소셜 미디어에 해시태그(#MeToo)를 다는 것으로 대중화되었다. 직장 및 사업체 내의 성폭행 및 성희롱을 SNS를 통해 입증하며 보편화되었다.
한국의 미투 운동은 2017년 10월, 트위터에서 #오타쿠_내_성폭력 해시태그를 계기로 시작되었다. 2018년 1월 29일 현직 검사 서지현이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검사장이었던 안태근의 성폭력 실상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미투 운동이 본격적으로 대중에 알려졌다. 뒤따라 연극 연출가 이윤택의 성추행 사실이 SNS를 통해 폭로되면서 '위력에 의한 성폭력' 에 대한 고발이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더불어 시인 고은, 극작가 오태석, 이윤택, 배우 조민기, 배우 조재현, 정계인사 안희정, 정봉주 등 20명에 달하는 인사들이 가해자로 지목되었다. 2018년 2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은 "미투 운동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피해 사실을 폭로한 피해자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고, 미투 운동을 적극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피해자들의 폭로가 있는 경우 형사고소 의사를 확인하고, 친고죄가 폐지된 2013년 6월 이후의 사건은 고소 없이도 적극 수사할 것"이라 덧붙였다.[15] 이와 함께 분야별 신고상담센터를 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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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지속가능한 영혼의 이용』은 일본 페미니즘을 대표하는 작가 마쓰다 아오코의 장편소설로서 일본 내 페미니즘 운동의 단편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마쓰다 아오코는 핵심을 찌르는 간결한 문장으로, 에세이와 소설을 비롯한 작품들 전반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여성성의 압력을 날카롭게 이야기하기로 이름이 높다고 한다. 데뷔작부터 제26회 미시마 유키오상 후보와 제35회 노마문예 신인상 후보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냈다. 2018년에는 일본판 『82년생 김지영』의 추천사를 맡아, “절망으로 가득 찬 희망의 서”라 일컬으며 한국 페미니즘 소설에 공감과 경의를 표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지속가능한 영혼의 이용』은 해시태그 미투가 전 세계적 성폭력 고발 운동으로 번진 뒤 다시금 대두된 페미니즘을 온몸으로 경험한 작가가, 일본의 성차별적 현실을 날카롭게 들여다보고 폭로하는 소설이다. 이 작품은 어느 날 ‘아저씨’들이 갑자기 소녀들을 보지 못하게 되고, ‘시선’에서 벗어난 소녀들이 자유를 만끽하며 ‘아저씨’들을 향한 복수를 하는 도발적인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말한다. “‘아저씨’가 정하지 않은 세계를 보고 싶다. ‘아저씨’가 사라진다면 사회구조는 극적으로 바뀔 것이다. 그 사회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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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느 날 세상에서 '아저씨'들이 사라져 버린다는 설정으로 시작되는 가까운 미래의 이야기다. 우리가 사는 지구에서 남자와 여자란 구성으로 살아가는 이 세계에서 '아저씨'란 이름으로 불리는 그들을 구분하는 기준점은 연령이나 성별에 따르지 않고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보면서 무시하는 자들을 일컫는다. 게이코는 직장 내에서 성희롱을 당하고 회사 내에서 이를 제기하지만 주변의 오해와 자신의 결백함을 주장함에도 불구하고 퇴사를 한 30대 여성이다. 이후 캐나다로 여행을 하고 돌아온 그녀는 캐나다에서 자신이 보고 느낀 주변의 느낌들이 일본에 돌아온 후에 전혀 다른 분위기와 비교하게 되면서 침묵하지 않고 행동으로 나선다.
아저씨의 눈에 소녀들이 보이지 않게 된 후 소녀들만 사는 곳이 한정된다. 이때 두 가지 의문이 독자에게 다가온다. 새롭게 태어난 여자 아이들은 몇 살부터 이곳으로 가게 될까? 소녀들은 몇 살이 되면 이곳을 나오게 될까? 저자는 이런 세부적인 항목은 알려주지 않는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는지도 말해주지 않는다. 불친절한 설명처럼 느껴지지만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 사회에서 소녀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두렵고 무섭고 힘들고 편파적인지 보여주려는 것이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주며 독자들이 스스로 깨닫게 하고 저자는 불필요한 해석이나 해설을 덧붙이지 않음으로써 주제를 부각하는 전형적인 소설작품의 성격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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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성차별적 현실을 날카롭게 들여다보고 폭록하는 소설'이라는 소개는 내용과 아주 잘 들어맞는다. 후반부에 일본 여자 아이돌과 한국 여자 아이돌을 비교한 부분은 조금은 과장된 부분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독자 역시 서평을 쓰며 저자처럼 개인의 해석이나 해설을 하지 않겠다. 특히 한국 여자 아이돌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가타부타 하기는 싫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된 지식으로 그들에게 피해가 가거나 부정직한 혜택을 입게 하고도 싶지 않는다는 독자로서의 뜻도 담겨 있음을 이 서평을 읽는 독자들이 양해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일본에서 남성이 여성을 대하는 분위기는 많이 변화를 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종속적이고 순종적인 여인상을, 그래서 남성이 여성의 지위를 어떻게 억압하고 컨트롤하는지를 잘 보여줌으로써 사회적인 묵인 하에 이뤄지는 직장 내의 일이나 기타 여러 사례들을 통해 비판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다.
이는 젠더의 불평등한 모습뿐만이 아니라 여성 비정규직의 모습과 교복이란 코스프레를 통해 여자 아이돌을 바라보는 시선을 포함, 여성들을 착취하고 소비하는 데에 일말의 양심조차 꺼리지 않는 '아저씨'들의 존재, 여성들이 겪는 출산과 수유의 과정들을 등장인물이 하나씩 등장하면서 들려주기에 서로가 협조하며 살아가는 과정이 필요함에도 여전히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 지어지는 한계를 드러낸다. 일본 여성들이 결혼 후 남자의 성을 따라야 하는 문제와 남자인 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문제를 동시에 지적한 부분도 흥미롭다. 독자로서는 문제를 인식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경우 그 구분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바로 이어진다. 현실의 한계 속에서 독자의 생각들은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다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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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마쓰다 아오코
일본의 대표적인 페미니즘 작가. 2013년 발표한 단편집 『적재 가능』으로 제26회 미시마 유키오상 후보와 제35회 노마문예 신인상 후보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냈다. 동 작품은 2014년 TWITTER 문학상 1위로도 선정되었다. 핵심을 찌르는 간결한 문장으로, 에세이와 소설을 비롯한 작품들 전반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여성성의 압력을 날카롭게 이야기하기로 이름이 높다. 이와 같은 작풍을 문단에서도 인정받아 2018년 일본판 『82년생 김지영』의 추천사를 맡아 썼으며, 2019년에는 연작 소설집 『야생화가 보이지 않는 일 년』에 수록된 단편 「여자가 죽는다」로 미국의 셜리 잭슨상 단편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2021년에는 일본의 민담과 설화 등을 현대적이고 페미니즘적으로 재해석한 단편집 『아줌마들이 사는 곳』으로 미국 파이어크래커상을 수상한 뒤, 레이 브래드버리상 후보로 올랐으며 휴고상·성운상과 함께 공상과학판타지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세계환상문학상을 수상했다. 근간으로 일본에서 금기시되는 사실혼 파트너와의 사이에서 맞이한 임신과 출산, 육아 등에 대해 다룬 에세이 『스스로 이름붙임』이 있다.
역자 : 권서경
대학에서 공연 연기를 전공했으며 졸업 후 전문 번역가로 전향, 현재 한국방송통신대 일본학과에 재학중이다. 저자와 독자 간의 가교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누구에게도 해롭지 않을 문장을 쓰고자 한다. 옮긴 책으로는 사이토 미나코의 『요술봉과 분홍제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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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