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여왕 - 아무도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자
후안 고메스 후라도 지음, 김유경 옮김 / 시월이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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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표제어로 쓰인 '붉은 여왕'은 유럽 공동의 범죄 수사 프로젝트명이다. 이는 유럽 범죄 수사에 전념을 목표로 특수 수사기관이 사건의 독립적이고 완전한 해결을 위해 초법적 재량권이 필요한 경우 법망의 범위 밖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대단한 자긍심을 지닌 이 비밀 조직은 유럽 전역의 경찰 단체와 공동으로 업무를 수행하며 안토니아 스콧 역시 조직의 일원이다. 안토니아 스콧은 수사에 뛰어난 재능을 지닌 여성으로 2년 전 병원에서 혼수상태에 빠진 남편 마르코스가 사고를 당한 뒤 자신에게 닥친 죄책감에 자극받아 심각한 우울감에 빠지면서 그녀의 일과 현실로부터 도피한 바 있다.

천재를 능가하는 지능과 촉으로 가장 복잡하고 풀기 어려운 사건을 흔적도 남기지 않고 해결하려는 유럽의 비밀 조직 붉은 여왕에 영입될 만큼 총명하고 화려한 배경을 지녔다. 이 책 『붉은 여왕』은 함정에 빠져 정직을 당한 경찰 존에게 ‘멘토르’라는 남자가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면 모든 상황을 해결해주겠다며 존에게 한 아파트에 가서 ‘안토니아’라는 여자를 데려오라고 한다. 100년도 넘어 보이는 아파트에서 세상과 등진 채 혼자 살고 있던 안토니아는 ‘존’과 같은 방문객이 익숙하고 지긋하지만 어쩐지 이번에는 존과 함께해 보겠다는 마음이 들어, 멘토르가 이야기한 장소로 간다.

 


 

멘토르가 말한 '라 핀카'는 스페인 상류층들만 모여 사는 초호화 부촌으로 유럽에서도 가장 안전하다고 알려진 곳이다. 그곳에서도 가장 거대한 저택 앞에 내린 존과 안토니아는 멘토르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간다. 너무나 완벽해 보이는 저택 안에 기괴한 상황이 벌어져 있다. 소파 위에 놓여 있는 유럽 최대 은행 총장 아들의 시체. 단순 살인사건이라고 하기에는 그 방식이 너무 끔찍하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벌어진 글로벌 기업의 상속녀 납치 사건. 하지만 모두가 속셈이 있는 듯 입을 닫으려는 상황이 벌어지자, 3년 만에 전설의 ‘붉은 여왕 프로젝트’가 다시 시작된다.

저자 후안 고메스 후라도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스릴러 작가지만 이미 스페인은 물론 유럽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2016년 작품인 『흉터』는 당시 스페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자책으로 뽑혔고, 안토니아 스콧과 존 구티에레스의 환상적 케미가 돋보이는 『붉은 여왕』을 시작으로 『검은 늑대』, 『화이트 킹』의 총 3부작은 전 세계 40개국 언어로 번역될 정도로 인기 있는 작가란 출판사 측의 설명이다. 영화를 보는 듯한 생동감에 탄탄한 스토리, 거침없는 필력으로 스페인에서 출간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베스트셀러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이 소설이 한국에서 첫 출간된 것이다.

 


 

이야기는 ‘안토니아 스콧’이라는 비밀스러운 천재 요원과 일단 지르고 보는 저돌적인 경찰 ‘존 구티에레스’의 불편한 만남으로 시작한다. 두 사람은 앞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모든 면에서 서로 상극이다. 두 사람이 이번 사건에 극악무도한 사이코패스의 등장으로 티격태격하면서도 함께 공조해가는 ‘케미’가 이 책의 관전 포인트라고 이미 유럽 출판계에 알려져 있다. 특히 ‘안토니아 스콧’이라는 독특한 캐릭터의 등장에 대해 수많은 언론과 스릴러 팬들이 찬사를 보냈다. 여기에 3년 전 소설이 출간될 당시 주목을 끌었던 흥미로운 점이 하나 더 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스페인 마드리드 지역’과 ‘유럽 최대 은행’,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 같은 단서들이 국제적 논란거리가 있던 실제 기업들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한 번 여행 갔을 때 들른 스페인 마드리드는 투우, 플라멩고, 엘 클라시코(축구 라이벌전),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등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만 기억날 뿐 은행이나 패션 브랜드를 알 길이 없는 독자로서는 그냥 소설의 내용만 즐기면 될 일이다. 패션 브랜드는 우리 나라에 와 있는 Zara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다. 실제 사건을 몰라도 관련 없을 정도로 이 책에 빠져들면 책에서 손을 놓기 어려울 것이다. 실제 사건보다(물론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한 실화소설은 아니다) 현실을 그대로 옮긴 듯한 배경에 매우 리얼한 묘사로 속도감 있게 펼쳐지는 이 작품은 방대한 분량에도 몰입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흔히 접할 수 없는 스페인어 소설에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안토니아와 함께 주인공 역인 존 구티에레스 경감은 동성애자인 동시에 40년 이상 근속한 베테랑 경찰관이다. 그는 원래 바스크 지방 출신으로 역도를 좋아하여 신체가 유난히 튼튼하며 뛰어난 유머 감각을 지녔다. 정직한 경찰관이지만, 매춘부를 돕는 스캔들에 연루되어 현재 정직 처분 상태에 있다. 모든 붉은 여왕에게 있기 마련인 충실한 추종자로 묘사된다. 존 구티에레즈 경감은 흠잡을 데 없는 경찰 경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부패 행위에 연루되어 있다. 자구책으로 안토니아 스콧을 찾아가 그녀를 인생의 감옥에서 꺼내주겠다고 제안한다. 그 대가로 그는 자신의 경력 세탁(?)을 요구한다.

그 제안이 받아들여지자 안토니아의 거주지인 라바피에스로 이동하며 그녀를 간신히 설득하여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도록 돕는다. 이로써 그는 트루바 살해 사건을 통해 숨겨진 경찰의 본능을 일깨운다.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면서 안토니아와 존의 관계는 여러 단계의 변화를 거치게 된다. 완전히 다른 성격 차이에도 불구하고 결국 서로의 차이를 보완하게 된다. 미궁으로 빠져들던 수사는 희생자들의 신상이 점차 밝혀지면서 미지의 사실이 하나씩 제거된다. 물리적 정신적인 현격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경찰관 사이에는 강한 우정이 싹튼다. 그들은 스페인 경찰 역사상 가장 미묘한 사건들을 서로 도와가면서 해결한다.

 


 

첫 계기는 스페인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가장 큰 은행 중 하나인 은행장 아들의 살해 사건이고, 다음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섬유 재벌의 딸과 상속녀를 납치한 사건이다. 수사 과정을 통해 두 주인공은 그들 내면의 악마, 경찰의 방해, 그리고 희생자 가족들의 부실한 협조에 직면한다. 게다가 그들보다 더 잘 준비되고 잔인한 범죄자들과 맞서 싸우게 된다. 안토니아와 존이 은행장 아들의 살해 사건을 조사하는 동안 또 다른 부유한 젊은 여성의 유괴 사건이 일어나 수사에 난항을 겪는다.

한편 카를라는 세계에서 가장 부자로 알려진 갈리시아 출신 사업가 라몬 오르티스의 딸이다. 그녀의 아버지 및 배다른 언니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지면서 가족이 운영하는 섬유 회사 경영에서도 압박을 받는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그녀의 자세한 신상이 공개되면서 사건의 귀중한 단서로 작용한다. 이 작품은 영화화되어 인기를 끌만큼 탄탄한 스토리를 자랑하며, 안토니아 스콧의 모험을 그린 3부작 가운데 첫 번째 작품으로 유럽판 해리포터로 불린다고 한다. 주인공은 경찰이 되지 않고도 많은 범죄를 해결하는 놀라운 수완을 지닌 흥미로운 여성이다.

 


 

저자는 책의 「프롤로그」를 통해 안토니아 스콧을 설명한다. "안토니아 스콧은 하루에 3분만 자살을 생각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그 3분은 아주 짧은 시간일 수 있다. 하지만 그녀에겐 아니다. 사람들은 그녀의 머리가 엄청난 마력을 자랑한다고 말하지만, 그래도 스포츠카 엔진 정도는 아니다. 또, 처리 능력이 어마하다고 말하지만, 컴퓨터 같지는 않다. 오히려 그녀의 머릿속은 뭔가를 들고 빠르게 나무 덩굴 사이를 휙휙 날아다니는 원숭이들로 가득한 정글 같다. 거기에는 송곳니를 드러낸 원숭이 떼와 수많은 것들이 공중에서 왔다 갔다 하낟. 그래서 안토니오는 딱 3분만 맨발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눈을 감고 다음과 같은 일들을 할 수 있다.

① 눈앞에 보이는 창문에서 뛰어내렸을 때 땅에 닿는 속도 계산하기

② 영원히 잠드는 데 필요한 프로포플 밀리그램 수 계산하기

③ 저체온증으로 심장이 멈추기 위해서 얼음 호수에 잠겨 있어야 하는 시간과 온도 계산하기

 


 

이 작품은 120만 부 이상 판매되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저자는 스릴러 장르의 대표 주자로 부상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저자에게는 이 작품이 "시계처럼 정확하면서도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고, 뻔해 보이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중독성 있는 이야기를 쓴" 작가로 확실하게 독자들 뇌리속에 심어졌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스페인 최고의 추리작가, 심리 스릴러 작가로의 위상을 높여준 것이다. 이 재밌는 스토리의 스페인 추리소설은 독자들의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나른한 5월의 분위기를 생생하고 긴장감 넘치는 세계로 바꿔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 : 후안 고메스 후라도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 그의 작품들은 4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는 등 큰 성공을 거두었다. 977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태어나, 산파블로 대학(U. San Pablo-CEU)에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했다. 책, 영화와 가족의 회사를 좋아하며, 정치에 관심이 많다. 그의 아내와 두 아이들과 함께 스페인에서 거주하고 있다. [카날 플러스] 방송국, [ABC] 신문, [갈리시아의 목소리]에서 기자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매주 화요일 [갈리시아의 목소리] 신문에 고정 칼럼을 쓰면서 라디오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있다. 소설로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신의 스파이』(2006년)를 비롯하여, 『천국과의 계약』(2007년), 『배신자의 표상』(2008년)등이 있으며, 노르웨이 출판인상과 토레비에하 국제소설상을 수상하였다.

2007년 4월 16일 발생한 미국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사건’을 현장 취재한 이후 3개월 만에 완성한 최초의 논픽션으로 같은 해 스페인과 미국에서 출간한 『매드무비』의 저자이기도 하다. 2016년, 스릴러 소설인 『흉터(Cicatriz)』는 당시 스페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자책으로 뽑혔고, 안토니아 스콧과 존 구티에레스의 환상적 케미가 돋보이는 『붉은 여왕(Reina Roja)』을 시작으로 『검은 늑대(Loba Negra)』, 『화이트 킹(Rey Blanco)』의 총 3부작은 전 세계 100만 부 이상 팔리면서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거침없는 필력과 속도감, 영화를 보는 듯한 생동감으로 가득한 중독성 있는 이야기로 대중은 물론 비평가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으며 유럽 최고의 스릴러 작가로 불리고 있다. 그 외에도 영화와 책, 음악 등 다양한 내용을 다루는 팟캐스트를 공동 제작하면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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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리는 논어 한마디 - 거친 물결에 흔들리는 삶을 잡아줄 공자의 명쾌한 해답
판덩 지음, 이서연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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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論語)』는 유교의 경전이라고 할 수 있다. 옛날 중국에서는 학문하는 사람은 누구나 이 책부터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서삼경(四書三經)의 하나로, 중국 최초의 어록이기도 하다. 고대 중국의 사상가 공자의 가르침을 전하는 가장 확실한 옛 문헌이다. 공자와 그 제자와의 문답을 주로 하고, 공자의 발언과 행적, 그리고 뛰어난 제자의 발언 등 인생의 교훈이 되는 말들이 간결하고도 함축성있게 기재되었다.

『논어』라는 책 이름은 공자의 말을 모아 간추려서 일정한 순서로 편집한 것이라는 뜻인데, 누가 지은 이름인지는 분명치 않다. 「학이편」은 인간의 종신의 업(業)인 학문과 덕행을, 「요왈편」은 역대 성인의 정치 이상을 주제로 하였다. 이처럼 각 편마다 주제가 있기는 하나, 용어가 통일되지 않았고, 같은 문장의 중복도 있다. 특히 전반 10편을 상론, 후반을 하론이라고 하는데, 그 사이에는 문체나 내용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논어』의 문장은 간결하면서도 수사의 묘를 얻어 함축성이 깊다. 또한 문장간의 연계가 없는 듯하면서도 깊이 생각해보면, 공자의 인격으로 귀일되어 있다. 유교의 경전이 많지만 주희(朱熹:1130~1200 : 주자)가 『사서(四書)』로 추존하고, 이를 통일하여 『논어집주』를 저술했다. 중화민국 초기에는 구문화 개조를 위하여 공교(孔敎)·논어 비판이 행하여졌다. 그 후에도 계속되고 있으나, 연구가 지속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한국에도 일찍부터 도래되어 한학의 성행으로 널리 보급되고, 국민의 도덕사상 형성의 기본이 되었다. 구미 각국에도 연구서나 번역서가 많으며, 최근에는 미국에 특히 많다고 한다.

 


 

이 책 『나를 살리는 논어 한마디』는 우리의 인생을 올곧고 풍요롭게 해줄 문장을 『논어』에서 골라, 그 흐름대로 아침을 시작하며 하루를 돌아볼 수 있도록 펴낸 책이다. 이 책은 하루하루를 살면서 삶의 중심을 잡아줄 진중한 문장들을 담았다. 공자는 약 2,500년 전 시대를 호령하며, 약 3,000명의 제자를 둘 정도로 명문을 남긴 인물이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한 나라를 운영하는 정책이 되기도 하고,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가치관이 되기도 했다. 삶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누군가의 심려스러운 말로 불안이 내면을 덮칠 때,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서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방황할 때, 긴말을 하지 않는 공자의 묵직한 한마디는 삶을 개척하고 바르게 걸어갈 지혜의 힘을 준다고 저자 판덩은 설명한다.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공자의 필력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강한 울림을 전한다. 이 책은 전작 『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에 이어 『논어』의 4, 5, 6편을 실었다. 『논어』의 1, 2, 3편을 담은 전작이 배움과 위정, 예법, 공자가 사랑한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건넸다면, 이 책에는 공문십철에 해당하는 제작들의 이야기 속에 담긴 공자의 명언을 담았다. 공자가 늘 강조했던 어짊, 중용, 효와 충, 그리고 군자다움에 이르기 위해 갖춰야 할 덕목들이 무게가 실린 하나의 문장으로 재탄생되었다.

 


 

저자 판덩은 4000만 명이 넘는 회원이 소속된 ‘판덩 독서회’의 리더다. 그는 동서양의 문화적 장벽을 허물고, 중국과 서양의 고전을 넘나들며, 현실 생활에 응용할 수 있도록 『논어』를 새롭게 해석했다. 『논어』에 담긴 2천 년 전 공자의 지혜와 처세는 어렵지 않다는 것이 특징이다. 알기 쉽게 설명하고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친근하게 풀이했다. 저자는 대학원을 졸업한 후 중국 중앙텔레비전 방송국에 입사했지만, 극도의 스트레스와 무기력에 시달렸다. 그는 때로는 불안감에 잠을 이루지 못할 때도 있었다.

위기의 순간, 그를 구원한 책은 『논어』였다. 불안과 초조함으로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던 당시 『논어』를 만난 저자는 그 후 세상의 모든 『논어』를 찾아 읽으며 쉼 없이 연구했다. 『논어』는 동양 최고의 고전으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해석본이 출간되었다. 특히 저자 판덩이 해석한 『논어』의 특징은 현대의 삶을 렌즈 삼아 희대의 고전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한 것이다. 『논어』의 고리타분함을 벗고 수천 년의 시간이 지난 현재에도 현대인의 삶을 조망할 수 있는 시선으로 풀이해 ‘『논어』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읽는 고전’이라는 편견을 깼다.

 


 

이 책의 목적은 이미 수많은 동양학적 해석본이 존재하는 『논어』의 또 다른 학술적 ‘기준’을 세우는 데 있지는 않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학술적 논쟁에 참여할 생각도 없다고 말한다. 그저 본인이 인생의 위기에 처했을 때 『논어』를 읽으면서 불안을 이겨내고, 삶의 새로운 활로를 열었던 경험을 많은 독자와 나누고 싶은 마음이 저술의 주요 동기다. 자신이 이해한 바를 바탕으로 『논어』를 어떻게 우리 인생에 응용할 수 있는지, 지금 시대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설명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가 ‘논어’ 하면 떠올리는 딱딱한 한문체의 문장이나 모호하고 추상적인 옛 용어들을 최대한 배제했다. 실생활에서 잘 쓰이지 않는 고루한 문장들을 걷어내고, 현대적인 용어와 일상어로 공자의 깨달음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논어의 각 구문과 관련되어 틈틈이 소개되는 에피소드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겪는 일들이기에 더욱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그에 걸맞은 『논어』의 문장을 찾아내어 한자 하나하나를 해석하며 큰 깨달음을 준다. 저자는 책의 「머리말」을 통해 공자의 사상과 학문의 높은 완성도를 알 수 있는, 『논어』에 나오는 말로 끝맺는다.

"공자가 하지 않은 일이 네 가지 있었다. 무슨 일이든 확실하지 않는데도 지레짐작으로 단정을 내리는 의(意), 자기 언행에 있어 반드시 틀림없다고 단정내리는 필(必), 자기의 의견만 옳다고 고집하는 고(固), 매사를 자기만을 위한 이기적인 아(我)이다."

 


 

이 책은 앞서 언급한 대로 『논어』 4(리인), 5(공야), 6(옹야) 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3개 편에 대해 저자가 꼭 삶에 중요한 귀절과 문장들을 선정해 각 편에 알맞게 해석하고 주를 달아 현대적 어법으로 기술했다. 예를 들어 리인(里仁) 편에서는 "지혜로움과 어짊은 대립하지 않는다. 이 세상에는 지혜롭기만 한 사람도 없고 어질기만 한 사람도 없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지혜로운 부분과 어진 부분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지혜로움과 어짊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산과 물이 어우러져야 아름답듯이 내면의 아름다운 산수화를 그리기 위해서는 어짊과 지혜로움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것이다."라는 내용이라고 압축 설명한다. 이어 구체적 문장을 뽑아내 원문과 함께 설명 해석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다음엔 현대적 해석으로 구체적 사례나 현대 철학, 사상, 종교, 학문 등에서 공자의 문장에 맞는 사례들을 저자가 선정해 여기에 추가하면서 독자들이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 돕는다. 이후 다시 공자의 문장으로 돌아가 원래의 뜻을 다시 비교 설명한다. 마지막엔 〈마음 채우기〉란 별도의 보충설명을 덧붙인다. 독자들이 읽어가면서 완전하게 이해할 때까지 설명을 거듭한다.

"꽃이 핀 마을에 머무르면 매향을 품은 인생이 따라온다." - 인위미(仁爲美)란 문장에 대한 뜻을 원문과 함께 풀이한다. 子曰 "里仁爲美, 擇不處仁, 焉得知?" 공자가 말하길 "마을은 어질어야 아름답다. 어질지 않는 것을 선택한다면 어찌 지혜롭다고 하겠느냐?" 저자의 설명이 이어진다. "첫 문장은 공자가 환경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강조간 문장이다. 공자는 사람은 반드시 어짊과 덕성을 갗춘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p.26) 그리고 저자는 조직행동론 전문가인 히스 형제가 쓴 『스위치』는 동네 분위기가 아이들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해준다. (중략) '깨진 유리창 이론'이라는 사회학 이론이 있다. 말 그대로 깨진 유리창이 있는 장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관찰하고 기록한 것을 토대로 만든 이론이라며 현대적 사례나 비슷한 이론 등을 첨가하며 공자의 문장이 독자들이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 되풀이 설명을 하고 있다.

 


 

저자는 이 같은 분석과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공자의 말을 해석하고 주석을 달아줌으로써 독자들이 논어에 나오는 문장의 참뜻을 잘 새기고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는 밑바탕으로 자리잡기를 진심으로 희망하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집필 취지와 논리, 지식이 한데 어우러져 최선의 현대적 해석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저자는 이 시대 『논어』 연구가로 부족함이 없다고 독자는 믿는다. 「리인편」에 나오는 공자의 문장(제목)만 몇 개 골라 여기에 적어본다.

 

“어진 사람은 곤궁함도, 즐거움도 어짊도 편히 여긴다.” - 仁者安仁

“오직 어진 사람만이 누군가를 꽃으로 여겨 사랑을 심는다.” - 唯仁者能好人

“어진 사람은 이유 없이 함부로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다.” - 苟志於仁矣

“어짊은 밥을 먹는 사소한 순간에도 나를 다스릴 줄 아는 것이다.” - 君子無終食之間違仁

“잡념 없이 온 힘을 다해 어짊을 추구하니 또 무엇을 바라겠는가?”_(我未見力不足者

“내 어깨에 내려앉은 짐과 내가 걸어온 길이 곧 나를 보여주는 창이다.” - 觀過, 斯知仁矣

“도를 추구하고 즐거움을 찾는 인생, 행복하지 하지 아니한가. - 朝聞道, 夕死可矣

“거친 밥과 험한 옷을 감추려하는 자와 도를 논하지 마라.” - 士志於道而恥惡衣惡食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 그 기준은 ‘의로움’이 되어야 한다.” - 義之與比

“군자는 덕을 마음에 담아 새기고, 소인은 땅을 마음에 새긴다.” - 君子懷德

“이익을 좇으면 원망도 서둘러 따라온다.” - 放於利而行

“한 걸음 앞설 때와 한 걸음 물러날 때를 지키는 자의 여유를 배워라.” - 能以禮讓爲國乎

“자리가 존재할지 보다 위치에 맞는 능력이 있는가를 먼저 걱정하라.” - (患所以立

“일의 중심을 잡는 단단한 의로움을 간직하라.” - 君子喩於義

“어진 사람은 그림자마저도 배울 구석이 있다.” - 見賢思齊

 


 

저자 : 판덩

 

‘판덩 독서’ 창시자이다. 시안교통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이수했으며, 베이징 사범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이수했다. 1999년 국제 대학토론대회에서 우승했다. 중국 중앙 텔레비전에서 〈12스튜디오〉, 〈싼씽 지식 급행열차〉 등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2004년부터 베이징 교통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2013년 베이징 교통대학을 사직한 뒤 자신의 이름을 따서 ‘판덩 독서회’를 창립했다. 판덩 독서회는 지식 서비스 프로그램으로 오디오북, 동영상, 이미지 등을 활용해 책을 설명해 준다. 2018년 판덩 독서회는 브랜드 전략을 완성해 정식으로 ‘판덩 독서’로 명칭을 바꾸었고 지금까지 4천만 명이 넘는 회원에게 영향을 주었다.

주요 작품으로는 『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 『아이와 함께하는 평생 성장』, 『아이 마음 읽는 법』, 『평생 독서습관』, 『한 권의 책을 이해하는 법』, 『복제 가능한 리더십』 등이 있다.

 

역자 : 이서연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에서 석사를 졸업하고, 현재는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 기획 및 중국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전공을 살려 역사와 문화에 특별한 관심을 두고 번역하고 있으며, 중국만의 특색을 두루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원서에 담긴 중국의 모습을 한국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문장으로 번역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 『세계의 리더들은 왜 철학을 공부하는가』, 『니체의 인생상담소』, 『철학이 있는 저녁: 동양철학 50』, 『역사 속 경제 이야기』, 『철학이 있는 저녁: 서양철학 50』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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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 - 이어령 산문집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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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저자와 어머니, 저자 문학의 깊은 우물물이 되었던 그 기억들에 대하여 “어머니는 내 문학의 근원이었으며, 외갓집은 그 문학의 순레지였다.”고 이어령 선생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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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 - 이어령 산문집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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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우리 '시대의 지성'으로 존경받던 이어령 선생이 별세했다. 그는 우리 현대사 한가운데서 문학·예술·철학·사상 등 많은 분야에서 뛰어난 지성으로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신적 지주로서의 역할을 했다. 이 책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는 2010년 펴낸 이어령 선생의 산문집을 새롭게 출간했다. 종교적 표현을 빌자면 서원(誓願)산문집이라고 봐야 할 듯하다.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어머니에 대한 여섯 가지 은유를 선생이 사유한 글이다. 이어 선생의 종교, 특히 기독교에 대한 글들이 어어진 것으로 봐서 그렇다는 말이다.

여섯 가지 은유는 저자의 생각 속에서 거듭되며 형상화된 것들일 것이다. 「책」, 「나들이」, 「뒤주」, 「금계랍」, 「귤」, 「바다」이다. 모두 이어령 문학의 ‘우물물’이 되어준 어머니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과 ‘메멘토 모리’의 배경이 되는 여섯 살 소년 이어령의 고향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1부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에서 선생은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앞서 언급한 여섯 가지 키워드로 풀어낸다. 이 밖에도 이어령만의 사색적이고 섬세한 필치를 느낄 수 있는 산문들을 통해 그간 치밀하게 축조해온 이어령의 문학이 어떠한 과정으로 완성되어 왔는지를 보여준다. 독자들의 촘촘한 독서와 깊은 사유가 곁들여진다면 바로 독자들의 가슴속으로 쉽게 들어와 앉을 수 있는 것들이다.

 


 

이 글들에는 어머니부터 외갓집, 고향, 그리고 문학론에 이르기까지 “이제는 감각조차 남아 있지 않은” “묵은 글들” 속 또렷이 남은 기억들을 향한 이어령의 진심이 담겨 있다. “나는 그동안 글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만났지만 내 개인의 신변 이야기를 털어놓는 일은 거의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늘 마음 한구석에는 사적 체험이면서도 보편적인 우주를 담고 있는 이야기들, 이를테면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와 같은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요. 그래서 ‘메멘토 모리’의 배경이 되는 내 고향 이야기를 담은 글들을 중심으로 책 한 권을 여러분 앞에 내놓게 된 것입니다.”(p.10, 「머리말」 중에서)

“늘 마음 한구석에는 사적 체험이면서도 보편적인 우주를 담”은 이야기들로 “한 권의 책을 엮었으면 하는 생각”과 ‘어머니의 귤’처럼 일부만 공개되었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의 “전문을 읽고 싶어 하는 독자들”의 소망을 위해 이 책을 내놓게 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이어령 선생의 신앙 고백에 관한 인터뷰를 담은 ‘나는 피조물이었다’를 빼고 1부에서 4부 모두 선생의 산문으로 묶었으며, ‘나는 피조물이었다’는 ‘이어령 대화록’ 시리즈로 출간될 예정이라고 출판사 측은 밝힌다.)

 


 

선생은 “잠들기 전 늘 머리맡에서 책을 읽”어주셨던 어머니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하얀 책의 목소리를 방문”하기도 하고, “아버지가 사 오신 가죽구두를 신고” 어머니와 외갓집 나들이를 나서며 맡았던 “레몬 파파야나 박하분 냄새”를 기억한다. “나는 글자를 알기 전에 먼저 책을 알았다. 어머니는 내가 잠들기 전 늘 머리맡에서 책을 읽고 계셨고 어느 책들은 소리 내어 읽어주시기도 했다. 특히 감기에 걸려 신열이 높아지는 그런 시간에 어머니는 소설책을 읽어주신다.”(「책」에서)

“어머니는 나의 작은 손을 잡으신다. 그리고 보리밭 사잇길과 산모롱이, 마찻길, 신작로 이렇게 작은 길에서 점점 넓어지는 길로 나는 어머니를 따라서 나들이를 한다. 아버지가 서울에서 사 오신 작은 가죽구두를 신고 흙을 밟으면 이상한 소리가 난다.”(「나들이」에서) 선생에게 어머니는 “대청 한복판에 떡 버티고 앉아 집 안을 지키”는 뒤주처럼 “마음을 든든하게” 해주는 존재였으며, “늘 내 눈앞에서 생생하게 살아” “기쁠 때 제일 먼저 달려가 자랑”하고 “슬플 때 고통스러울 때 아직도 응석을 부릴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나의 서재에는 수천수만 권의 책이 꽂혀 있다. 그러나 언제나 나에게 있어 진짜 책은 딱 한 권이다. 이 한 권의 책, 원형의 책, 영원히 다 읽지 못하는 책. 그것이 나의 어머니이다.(p.19)

 


 

“바깥 하늘이 눈부시게 개일 때일수록 대청마루는 어둡다. 그 그늘진 곳에 계목나무의 묵직한 뒤주가 있고 그 위에는 모란꽃 무늬를 그린 청화백자 같은 것이 놓여 있다. 네 기둥과 두꺼운 나무판자로 짜여진 뒤주 모양은 어머니가 안방에 앉아 계신 것처럼 늘 마음을 든든하게 한다.”(「뒤주」에서) 선생은 여전히 “늦게까지 어머니의 품에서 떠나려 하지 않았”던 자신에게 어머니께서 맛보게 하셨던 금계랍의 쓴맛을 기억하며 어머니를 추억하고, 수술을 위해 서울로 가신 어머니가 “머리맡에 놓고 보시다가 끝내 잡숫지 않으시”고 보내신 귤을 통해 어머니의 “다리를 주물러”드리지 못했던 일을 후회하기도 한다.

“귤은 어렵게 어렵게 구해서 병문안 온 손님들이 가져온 것이라고 했다. 끝내 잡숫지 않으시고 나에게로 보내주신 것이다. 그 노란 귤과 거의 함께 어머니는 하얀 상자 속의 유골로 돌아오셨다. 물론 그 귤은 어머니도 나도 누구도 먹을 수 없는 열매였다. 그것은 먹는 열매가 아니었다. 그 둥근 과일은 사랑의 태양이었고 그리움의 달이었다.”(「귤」에서)

 

돌아가신 어머니, 그러나 늘 내 눈앞에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시는 어머니, 살아 있는 어떤 사람보다도 가깝게 계신 어머니, 기쁠 때 제일 먼저 달려가 자랑하는 어머니, 슬플 때 고통스러울 때 아직도 응석을 부릴 수 있는 어머니 - 그러나 언제나 발을 디디고 서 있는 이 딱딱한 흙의 저편에서만 존재하고 있는 어머니 - 이 ‘현존하는 거대한 부재’ 그 바다가 바로 나에게 있어서의 어머니인 것이다.(p.38~39)

 


 

2부 〈이마를 짚는 손〉과 3부 〈겨울에 잃어버린 것들〉에서는 저자의 사유가 개인에서 외부로 확대되고 있다. 2부 「오르페우스의 언어」에서는 신화로까지 확대된 저자의 사유가 비극적 음유시인화 되는 느낌을 받는다. 오르페우스는 사랑하는 아내 에우리디케가 뱀에 물려 죽자 저승까지 내려가 음악으로 저승의 신들을 감동시켜 다시 지상으로 데려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냈다. 그러나 지상의 빛을 보기까지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경고를 지키지 못해 결국 아내를 데려오지 못하고 슬픔에 잠겨 지내다 비참한 죽음을 맞았다.

이 글은 상징적인 표현이 나온다. 낙타의 혹과 선인장 안의 샘이란 외부의 신기루와 대비되는 것으로 내부에 있는 신화의 도시이다. 이 신화의 도시에서 저자가 발견한 것은 세 가지 언어다. 첫째는 프로메테우스다. 프로메테우스는 신과 인간을 갈라놓고 기술을 대립시킨다. 프로메테우스는 모든 것을 양극화시키는 힘이다. 둘째의 언어는 헤르메스이다. 가장 빠르게 뛰어다닐 수 있는 구두를 신고 분열되어 있는 존재와 존재를 이어주는 전령이다. 마지막 언어가 오르페우스다. 이미 오르페우스가 부는 피리 소리에는 모순도 대립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상충하는 것을 화합시켜 하나로 융합케 하는 결합의 언어라고 저자는 말한다.(p.62~63) 독자의 지식 수준이 낮은 탓인지 이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글들에 쉽게 녹아들지 못하고 책장을 넘긴다.

3부 〈겨울에 잃어버린 것들〉에서도 한 남자의 어린 시절 부유한 집안이어서 아버지로부터 값비싼 털모자를 선물로 받았는데 얼음이 깔린 마을의 공터에 아이들이 모여 팽이를 치고 있는 곳에 갔다. 그들의 팽이는 그들이 직접 만들었다. 산에서 나뭇가지를 잘라다 이리 깎고 저리 깎아 만들었을 팽이일 것이다. 그리고 그 둘은 서로가 가진 것을 부러워하다 결국 맞바꾼다. 값비싼 털모자와 막 깎아만든 볼품없지만 잘 도는 팽이를. 이후 어떻게 될지는 저자의 말대로 부잣집 아이는 상속자로서 땅을 원고지와 맞바꾸고 정미소를 팔아서 음악을 연습하고... 연극배우가 되기 위해서였다고 말한다. 이렇게 그 겨울 한 사건(털모자와 팽이의 교환)은 부잣집 아이의 삶의 운명을 바꾸는 사건이 된다. 이 부분에서도 저자의 어렸을 때 기억이라고 독자는 추측할 뿐 깊은 사유를 따라가지 못한다. 상징과 은유가 혼재되어 함부로 말했다 고인이 된 선생의 명예에 누가 될까 하는 우려에서다. 다만 잃어버린 꿈, 덧없이 흘러버린 세월, 언젠가 사라져버릴 삶에 대한 감성이 독자의 마음을 잡아 끄는 것은 분명하다. 아마 문학에 관심을 두고 적잖은 책을 읽은 독자라면 이 글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 짐작해본다.

 


 

이 밖에도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에는 이어령만의 사색적이고 섬세한 필치를 느낄 수 있는 산문들로 가득하다. 특히, 4부 〈나의 문학적 자서전〉에서는 이어령의 문학이 어떠한 과정으로 완성되어 왔는지를 보여준다. "나의 문학은 밤이었다. 혼자 깨어 있는 밤이었다. 나의 문학은 남폿불이었고 “어서 불 끄고 자라!”는 말 끝에 묻어오는 그을음 냄새였고 어디에선가 밤새도록 새어 나오는 물소리였다.

배신자들처럼 나보다 먼저 잠드는 식구들에 대한 원망이었지만 더러는 행복한 밤잔치이기도 했다."(「등불을 끄고 난 다음」에서) 선생은 이 책을 통해 “이제는 감각조차 남아 있지 않은” “묵은 글들” 속 또렷하게 남아 있는 향수를 전한다. 특히,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은 우리의 마음 깊숙한 곳을 울리며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어머니를 향한 선생의 진심이 이 책 가득 담겨 있는 것이다.

 

만약 내가 잠이 많은 아이였다면 마지막에 등불을 끄는 아이가 아니었다면 아마 지금쯤 나는 어느 당인가 전국구 의원 후보가 되어 내 차례가 되기를 고대하고 있거나 혹은 어느 수출회사 판매사원이 되어 노스웨스트를 타고 태평양 일부 변경선을 건너고 있었을는지도 모른다.(p.212)

 


 

대학에 들어가고 비평에 눈을 뜨는 순간에도 나는 여전히 여섯 살 난 아이 그대로 사람들이 잘 오지 않는 뒤꼍 마당을 파고 다녔다. 그 호젓한 뒤꼍 마당은 대학 강의실이 아니라 도서관이었다. 나는 거기에서 프로이트를 배우고 프로스트를 읽었다. 그들은 생의 표층이 아니라 저 땅속의 심층, 무의식을 뒤지는 갱부들이었다.(p.222)

 

저자 : 이어령

 

1933년 충남 아산에서 출생.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단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 재학 시절 [문리대학보]의 창간을 주도 ‘이상론’으로 문단의 주목을 끌었으며, [한국일보]에 당시 문단의 거장들을 비판하는 「우상의 파괴」를 발표, 새로운 ‘개성의 탄생’을 알렸다. 20대부터 [서울신문], [한국일보], [중앙일보], [조선일보], [경향신문] 등의 논설위원을 두루 맡으면서 우리 시대의 가장 탁월한 논객으로 활약했다. [새벽] 주간으로 최인훈의 『광장』 전작을 게재했고, 월간 [문학사상]의 주간을 맡아 ‘문학의 상상력’과 ‘문화의 신바람’을 역설했다. 1966년 이화여자대학교 강단에 선 후 30여 년간 교수로 재직하여 수많은 제자들을 양성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개폐회식 총괄 기획자로 ‘벽을 넘어서’라는 슬로건과 ‘굴렁쇠 소년’ ‘천지인’ 등의 행사로 전 세계에 한국인의 문화적 역량을 각인시켰다. 1990년 초대 문화부장관으로 취임하여 한국예술종합학교 설립과 국립국어원 발족의 굳건한 터를 닦았다. 2021년 금관문화 훈장을 받았다. 에세이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지성의 오솔길』 『젊음의 탄생』 『한국인 이야기』, 문학평론 『저항의 문학』 『전후문학의 새물결』 『통금시대의 문학』, 문명론 『축소지향의 일본인』 『디지로그』 『가위바위보 문명론』 『생명이 자본이다』 등 160권이 넘는 방대한 저작물을 남겼다. 마르지 않는 지적 호기심과 창조적 상상력, 쉼 없는 말과 글의 노동으로 분열과 이분법의 낡은 벽을 넘어 통합의 문화와 소통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끝없이 열어 보인 ‘시대의 지성’ 이어령은 2022년 2월 향년 89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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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모차르트 개런티는 얼마일까?
야마네 고로 지음, 정은희 옮김 / 시그마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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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는 가난하다'는 말은 언제부터 있었던 말일까? 어렸을 때부터 예술하는 사람은 먹고 살기 힘들다는 말을 들어왔다. 우리나라 현실이었다. 사실은 예술가가 되는 것부터 만만치 않았다. 흔히 말하는 개인교습이나 명망 있는 분으로부터 레슨을 받는 데 들어가는 돈이 웬만한 사람들은 쳐다보기도 힘들 정도의 액수였기 때문이다. 돈 없으면 자식을 예술가로 키울 수 없다는 말도 공공연한 현실도 받아들여졌다. 그때는 예술을 향유하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하이 소사이어티 계층(상류 사회)의 사람들이라고 인식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돈 벌려면 예술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었다. 우리 사회의 불과 40~50년 전의 모습이다.

돈 없는 사람은 운동선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나마 현실적이었다. 운동은 힘들지만 간혹 프로스포츠가 정착돼 있는 '인기종목'은 도전자도 많았다. 권투(복싱)나 축구 등이 그랬다. 물론 축구도 프로는 1980년 이후부터다. 그러나 야구 등 일부 '인기 종목'은 자신이 하기에 따라 밥은 먹고 살 정도로 구단 측(축구단이 대체로 재벌이나 금융기관 등이 운영했다)이 월급을 지불했다. 형편이 그나마 나은 종목의 운동 경기에 한해서다. 그 당시에도 영화배우는 돈을 잘 벌었다고 소문나 있었다. 음악, 미술 등의 예술은 비싼 관람비를 지불해야 하지만 영화 관람료는 훨씬 쌌기 때문에 영화배우는 인기도 좋았고, 지망자도 많았다. 돈을 잘 벌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영화배우는 당연히 최고의 직업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순수 예술이라고 하는(영화는 종합예술) 음악가와 화가, 문인들은 딴 직업을 갖지 않고서는 예술마저 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서양의 상황은 우리와 사뭇 다르다고 책을 통해 배웠다. 음악가나 화가들에게 돈 많은 가문이 고액을 들여 작품을 의뢰하기도 하고, 왕과 그 가족들은 궁정화가, 궁정음악가들을 고용해 많은 액수의 돈을 지불했다고 한다. 예술가들에게 적잖은 보수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더욱 활발하고 생계에 신경 쓰지 않고 예술에만 집중해 훌륭한 작품을 창조해낼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진 셈이다. 아무리 예술가라도 살아가는 동안 굶고, 헐벗고 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게 해서는 좋은 작품 생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래서 예술계의 좋은 작품 창조는 돈 많고 권력 높은 왕과 귀족들이 주도했고, 당연히 예술은 그들 중심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서양이라 해도 그 시대에는 일반 대중은 오페라 감상이나 음악회 감상, 미술 감상 등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것도 나중에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이 어느 정도의 돈을 받고 어떤 곡을 작곡했는지 그런 사실은 그 공부를 따로 하는 사람들 이외에는 관심 사항이 아니다. 책에서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실적으로 정확한 액수나 받는 대우 등에 대해 잘 파악해놓은 것을 본 적이 없다. '예술가는 돈과 거리를 두는 사람들'이라는 우리의 인식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지난 세기 산업사회로 발전해오는 동안 예술은 일반인들과는 차원이 다른 사람들의 몫이라고 생각해왔다. 근처에 예술하는 사람들을 봐도, 책에서도 '예술가는 배고픈 직업이다'라고 말하는 일이 상식처럼 돼 있었으니까. 사실 예술한다면 선도 들어오지 않는다고도 했다. 예술은 즐기는 것이지 직업인으로서의 예술가는 예술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인식을 갖고 있을 때이니 그럴 만도 했을 것이다. 문인 등 예술가들도 "예술은 배고파야 좋은 작품을 창작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도 많았다.

 


 

이 책 『잘 나가는 모차르트 개런티는 얼마일까?』는 독자의 궁금증을 자극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속 시원한 답변을 해주기도 한다. 한 예로, ‘클래식 음악 작곡가’라고 하면 음악을 위해 온몸을 불사르는 예술가 이미지, 예를 들어 한순간 영감을 받아 작곡을 하는 모차르트나 눈에 핏줄이 선채로 악보를 그리는 베토벤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예술가도 결국은 사람이다. 예술가든 아니든 돈 없이는 살 수 없는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여기서 이야기가 끝난다면 별로 흥미를 일으키지 못할 내용이다.

이 책 『잘나가는 모차르트 개런티는 얼마일까?』는 돈과 비즈니스 중심으로 역대 클래식 음악 작곡가들의 음악을 이야기한다. 더불어 작곡가들의 수입, 재정, 지출, 사치 성향 등을 이 책에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음악의 아버지 바흐, 천재 모차르트, 악성 베토벤, 그리고 20세기에 유럽과 미국에서 활동한 스트라빈스키까지, 음악사에 발자취를 남긴 작곡가들의 구체적인 수입과 그 히스토리를 이 책에서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위대한 클래식 음악 작곡가들도 먹고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다. 궁정이나 귀족 밑에서 일하거나 돈 많은 후원자를 구하기도 했다. 작품을 여기저기 팔며, 더 좋은 값을 받기 위해 치열하게 흥정하고, 직접 음악회를 주최하는 등 단순히 작곡만을 한 것이 아니었다. 연주나 지휘 활동도 했고, 심지어 바흐는 결혼식에서 음악 연주 등으로 생계를 꾸려나갔다. 작곡가들의 각기 다른 음악 스타일만큼 경제 사정 또한 시대와 환경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저자는 ‘클래식 음악’이라는 단어와 ‘돈’을 잘 연관시키지도 못하고, 연관시키면 약간은 고상하지 못하다는 선입견이 있다고 주장한다. 독자의 인식과 비슷한 점을 말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분으로서 서양음악을 전공하고 연주자보다는 공연이나 콘서트 기획자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렇다면 앞서 독자가 제기한 예술가들에 대한 편견은 일제강점기부터 비롯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사실 음악이라는 신성한 것에 천박한(?) 돈 이야기가 끼어든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란 편견과 선입견 때문에 위대한 음악가의 보수(개런티)에 대해 누구나 말을 꺼내기 힘든 부분이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위인전이나 영화에서 봤던 작곡가들 삶이야말로 돈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이 책은 ‘음악의 아버지’ 바흐부터 20세기 유럽과 미국에서 활동한 스트라빈스키까지 음악사에 위대한 족적을 남긴 작곡가 41명을 선별하여 그들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수입을 어떤 방법으로 얻었는지 자세히 살펴본다. 또한 이 책은 그들의 지갑 사정을 철저히 파헤치면서, 당시에 작곡됐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게 해놓았다. 책 곳곳에 있는 QR코드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으면, 스포티파이를 통해 해당 곡을 감상하거나 해당 곡의 음반 정보를 알 수 있다. 역대 클래식 작곡가들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나면, 아마도 음악이 새롭게 들릴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이 책에는 41명의 클래식 작곡가들이 나온다. 베토벤을 제외하고, 대비되는 삶을 산 작곡가들끼리 묶어서 그들의 음악을 돈과 비즈니스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오늘날에 자주 연주되는 베토벤의 위대한 〈교향곡 제9번〉도 초연 수익은 의외로 적었던 에피소드와 사망했을 때 오늘날 가치로 2조 원이 넘는 유산을 남긴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이야기 등을 만날 수 있다.

1장에서는 생계를 위해 음악과 관련된 온갖 일을 한 바흐와 연일 성공을 거듭하며 영국으로 이주한 헨델이 나온다. 2장에서는 모셨던 귀족 혹은 왕족의 운명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 하이든과 보케리니가 등장한다. 3장에서는 음악계의 고전적인 라이벌,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의 음악과 돈 이야기를 정리한다. 4장에서는 베토벤이 단독으로 나오는데 당시부터 시작된 음악 관련 기업, 예를 들어 악보 출판사, 피아노 제조사와 베토벤이 어떻게 협력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슈베르트 VS 로시니, 슈만 VS 멘델스존, 쇼핑 VS 리스트, 바그너 VS 베르디, 브람스 VS 요한 슈트라우스 2세, 차이콥스키 VS 러시아 5인조, 프로코피예프 VS 스트라빈스키 등이 나온다. 작곡가들 이야기 외에도 과거 통화를 현대 가치로 어떻게 환산했는지에 대한 것과 영화와 관련된 작곡가들의 에피소드도 칼럼을 통해 읽어볼 수 있도록 썼다. 이 책은 서양 음악사를 읽는 새로운 시선이기도 하다. 즉 돈에 따라 예술 행위나 작품을 판단하려는 뜻이 아니고, 오히려 그 반대다. 돈과 상관없이 생계에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예술혼을 불사르며 위대한 작품을 창조해낸 예술가들의 열정과 예술혼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작품이 달리 보이고 또 예술에의 열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앞서 언급한 대로 41명의 위대한 음악가들이 소개되지만 독자들의 선호는 각각 다를 것이다. 모두 여기에 소개할 수는 없으니 독자가 좋아하는 음악가 '베토벤' 부분만 한 소절 소개한다. 다른 음악가들은 저자가 일정 관점에 따라 두 명씩 함께 소개하고 있지만 유일하게 베토벤은 홀로 지면을 차지하고 있다. 저자의 개인적인 사견이 들어가 있을 리 없지만 더 자세히 기록되었을 터다. 이에 독자도 베토벤을 이 책 소개에 덧붙이고자 한다.

책에 따르면 베토벤이 남긴 음악은 〈영웅 교향곡〉, 〈운명 교향고〉, 〈합창 교향곡〉 등 숭고한 분위기의 작품이 많다. 예술이야말로 우리에게 소중한 존재이며, 진지한 태도로 조용히 경청해야 한다는 예술지상주의, 이른바 지금까지도 일부 사람들이 믿고 있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태도를 형성하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그의 인생은 극도로 인간적이고 때로는 초라하기까지 하다. 베토벤은 '악성'이라는 말로 상상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는 비교적 높은 수입에 비해 생활은 불안정하여 아슬아슬한 삶을 살았다. 베토벤이 취직한 것으 단 한 번뿐이다. 13세 때 고향인 독일 본에서 궁정의 제2오르가니스트로 연봉 약 750만원(150굴덴)을 받았다. 베토벤의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수입원은 출판이었다. 당시 유럽에는 이미 여러 출판사가 있었다. 대형 출판사 아르타리아에서 첫 작품번호가 붙은 악보가 출판된 것을 시작으로, 그 후 브라이트코프운트헤르텔, 쇼트, 짐로크 등 다수의 출판사와 거래하면서 악보를 지속적으로 출판했다. 베토벤은 거래에 꽤 엄격했다.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하는 곳을 차아 초판이 나온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른 출판사에서 출판하도록 하고, 불법 제조를 방지하기 위해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출판하는 등 최대의 이익을 얻기 위해 여러 방법을 활용했다.

 


 

위대한 문학 작품을 평가하려면 그의 작품의, 작품에 의한, 작품을 위한 작가를 평가해야 한다는 작품론적 시각에서 벗어나기에도 이 책은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예술가의 작품은 작가의 신념, 사상, 종교는 물론 그의 일상까지 모두 평가의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작가론적 관점을 보충해주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어떤 시야가 작품 평가에 옳은지에 관계 없이 예술가들의 삶은 작품과 함께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독자의 소견을 덧붙인다. 이 책은 한 사람의 음악가 얼마를 벌어 어떠헤 생활했나가 주된 내용이지만 글 속에는 더 많은 정보들이 세밀하게 분석되고 활동된다. 독자들이 직접 확인하시기를 진심으로 권유한다.

 

저자 : 야마네 고로

클래식 음악사무소 아스펜(Aspen)에서 3년, 무사시노 문화사업단에서 클래식 음악 기획 담당자로 약 10년 동안 근무한 뒤 현재 MCS영아티스츠(MCS Young Artists)에서 일하고 있다. 도호가쿠엔 대학교 피아노과를 거쳐 3년간 벨기에 레멘스 음악원에서 유학한 경험을 살려, 지금까지 200팀이 넘는 해외 아티스트를 초빙하여 1,000회 이상의 콘서트를 기획 · 개최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학생 시절부터 시작한 클래식 음악 애호가를 위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MCS영아티스츠의 블로그는 클래식 음악 분야에서는 이례적으로 월간 최다 약 17만 페이지뷰를 기록했다.

 

역자 : 정은희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 후 출판사에서 교과서와 참고서를 기획 · 편집했다. 대학에서 배운 일본어의 매력에 빠져 일본 문화를 공부하고 일본 서적을 읽으면서 번역가의 꿈을 키웠다. 글밥아카데미 수료 후 바른번역에서 전문번역가로 활동하며 좋은 책을 소개하는 데 힘쓰고 있다. 역서로는 『하버드 행복 수업』,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아주 작은 디테일의 힘』, 『싱킹 프레임』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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