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여왕 - 아무도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자
후안 고메스 후라도 지음, 김유경 옮김 / 시월이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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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표제어로 쓰인 '붉은 여왕'은 유럽 공동의 범죄 수사 프로젝트명이다. 이는 유럽 범죄 수사에 전념을 목표로 특수 수사기관이 사건의 독립적이고 완전한 해결을 위해 초법적 재량권이 필요한 경우 법망의 범위 밖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대단한 자긍심을 지닌 이 비밀 조직은 유럽 전역의 경찰 단체와 공동으로 업무를 수행하며 안토니아 스콧 역시 조직의 일원이다. 안토니아 스콧은 수사에 뛰어난 재능을 지닌 여성으로 2년 전 병원에서 혼수상태에 빠진 남편 마르코스가 사고를 당한 뒤 자신에게 닥친 죄책감에 자극받아 심각한 우울감에 빠지면서 그녀의 일과 현실로부터 도피한 바 있다.

천재를 능가하는 지능과 촉으로 가장 복잡하고 풀기 어려운 사건을 흔적도 남기지 않고 해결하려는 유럽의 비밀 조직 붉은 여왕에 영입될 만큼 총명하고 화려한 배경을 지녔다. 이 책 『붉은 여왕』은 함정에 빠져 정직을 당한 경찰 존에게 ‘멘토르’라는 남자가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면 모든 상황을 해결해주겠다며 존에게 한 아파트에 가서 ‘안토니아’라는 여자를 데려오라고 한다. 100년도 넘어 보이는 아파트에서 세상과 등진 채 혼자 살고 있던 안토니아는 ‘존’과 같은 방문객이 익숙하고 지긋하지만 어쩐지 이번에는 존과 함께해 보겠다는 마음이 들어, 멘토르가 이야기한 장소로 간다.

 


 

멘토르가 말한 '라 핀카'는 스페인 상류층들만 모여 사는 초호화 부촌으로 유럽에서도 가장 안전하다고 알려진 곳이다. 그곳에서도 가장 거대한 저택 앞에 내린 존과 안토니아는 멘토르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간다. 너무나 완벽해 보이는 저택 안에 기괴한 상황이 벌어져 있다. 소파 위에 놓여 있는 유럽 최대 은행 총장 아들의 시체. 단순 살인사건이라고 하기에는 그 방식이 너무 끔찍하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벌어진 글로벌 기업의 상속녀 납치 사건. 하지만 모두가 속셈이 있는 듯 입을 닫으려는 상황이 벌어지자, 3년 만에 전설의 ‘붉은 여왕 프로젝트’가 다시 시작된다.

저자 후안 고메스 후라도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스릴러 작가지만 이미 스페인은 물론 유럽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2016년 작품인 『흉터』는 당시 스페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자책으로 뽑혔고, 안토니아 스콧과 존 구티에레스의 환상적 케미가 돋보이는 『붉은 여왕』을 시작으로 『검은 늑대』, 『화이트 킹』의 총 3부작은 전 세계 40개국 언어로 번역될 정도로 인기 있는 작가란 출판사 측의 설명이다. 영화를 보는 듯한 생동감에 탄탄한 스토리, 거침없는 필력으로 스페인에서 출간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베스트셀러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이 소설이 한국에서 첫 출간된 것이다.

 


 

이야기는 ‘안토니아 스콧’이라는 비밀스러운 천재 요원과 일단 지르고 보는 저돌적인 경찰 ‘존 구티에레스’의 불편한 만남으로 시작한다. 두 사람은 앞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모든 면에서 서로 상극이다. 두 사람이 이번 사건에 극악무도한 사이코패스의 등장으로 티격태격하면서도 함께 공조해가는 ‘케미’가 이 책의 관전 포인트라고 이미 유럽 출판계에 알려져 있다. 특히 ‘안토니아 스콧’이라는 독특한 캐릭터의 등장에 대해 수많은 언론과 스릴러 팬들이 찬사를 보냈다. 여기에 3년 전 소설이 출간될 당시 주목을 끌었던 흥미로운 점이 하나 더 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스페인 마드리드 지역’과 ‘유럽 최대 은행’,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 같은 단서들이 국제적 논란거리가 있던 실제 기업들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한 번 여행 갔을 때 들른 스페인 마드리드는 투우, 플라멩고, 엘 클라시코(축구 라이벌전),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등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만 기억날 뿐 은행이나 패션 브랜드를 알 길이 없는 독자로서는 그냥 소설의 내용만 즐기면 될 일이다. 패션 브랜드는 우리 나라에 와 있는 Zara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다. 실제 사건을 몰라도 관련 없을 정도로 이 책에 빠져들면 책에서 손을 놓기 어려울 것이다. 실제 사건보다(물론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한 실화소설은 아니다) 현실을 그대로 옮긴 듯한 배경에 매우 리얼한 묘사로 속도감 있게 펼쳐지는 이 작품은 방대한 분량에도 몰입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흔히 접할 수 없는 스페인어 소설에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안토니아와 함께 주인공 역인 존 구티에레스 경감은 동성애자인 동시에 40년 이상 근속한 베테랑 경찰관이다. 그는 원래 바스크 지방 출신으로 역도를 좋아하여 신체가 유난히 튼튼하며 뛰어난 유머 감각을 지녔다. 정직한 경찰관이지만, 매춘부를 돕는 스캔들에 연루되어 현재 정직 처분 상태에 있다. 모든 붉은 여왕에게 있기 마련인 충실한 추종자로 묘사된다. 존 구티에레즈 경감은 흠잡을 데 없는 경찰 경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부패 행위에 연루되어 있다. 자구책으로 안토니아 스콧을 찾아가 그녀를 인생의 감옥에서 꺼내주겠다고 제안한다. 그 대가로 그는 자신의 경력 세탁(?)을 요구한다.

그 제안이 받아들여지자 안토니아의 거주지인 라바피에스로 이동하며 그녀를 간신히 설득하여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도록 돕는다. 이로써 그는 트루바 살해 사건을 통해 숨겨진 경찰의 본능을 일깨운다.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면서 안토니아와 존의 관계는 여러 단계의 변화를 거치게 된다. 완전히 다른 성격 차이에도 불구하고 결국 서로의 차이를 보완하게 된다. 미궁으로 빠져들던 수사는 희생자들의 신상이 점차 밝혀지면서 미지의 사실이 하나씩 제거된다. 물리적 정신적인 현격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경찰관 사이에는 강한 우정이 싹튼다. 그들은 스페인 경찰 역사상 가장 미묘한 사건들을 서로 도와가면서 해결한다.

 


 

첫 계기는 스페인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가장 큰 은행 중 하나인 은행장 아들의 살해 사건이고, 다음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섬유 재벌의 딸과 상속녀를 납치한 사건이다. 수사 과정을 통해 두 주인공은 그들 내면의 악마, 경찰의 방해, 그리고 희생자 가족들의 부실한 협조에 직면한다. 게다가 그들보다 더 잘 준비되고 잔인한 범죄자들과 맞서 싸우게 된다. 안토니아와 존이 은행장 아들의 살해 사건을 조사하는 동안 또 다른 부유한 젊은 여성의 유괴 사건이 일어나 수사에 난항을 겪는다.

한편 카를라는 세계에서 가장 부자로 알려진 갈리시아 출신 사업가 라몬 오르티스의 딸이다. 그녀의 아버지 및 배다른 언니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지면서 가족이 운영하는 섬유 회사 경영에서도 압박을 받는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그녀의 자세한 신상이 공개되면서 사건의 귀중한 단서로 작용한다. 이 작품은 영화화되어 인기를 끌만큼 탄탄한 스토리를 자랑하며, 안토니아 스콧의 모험을 그린 3부작 가운데 첫 번째 작품으로 유럽판 해리포터로 불린다고 한다. 주인공은 경찰이 되지 않고도 많은 범죄를 해결하는 놀라운 수완을 지닌 흥미로운 여성이다.

 


 

저자는 책의 「프롤로그」를 통해 안토니아 스콧을 설명한다. "안토니아 스콧은 하루에 3분만 자살을 생각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그 3분은 아주 짧은 시간일 수 있다. 하지만 그녀에겐 아니다. 사람들은 그녀의 머리가 엄청난 마력을 자랑한다고 말하지만, 그래도 스포츠카 엔진 정도는 아니다. 또, 처리 능력이 어마하다고 말하지만, 컴퓨터 같지는 않다. 오히려 그녀의 머릿속은 뭔가를 들고 빠르게 나무 덩굴 사이를 휙휙 날아다니는 원숭이들로 가득한 정글 같다. 거기에는 송곳니를 드러낸 원숭이 떼와 수많은 것들이 공중에서 왔다 갔다 하낟. 그래서 안토니오는 딱 3분만 맨발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눈을 감고 다음과 같은 일들을 할 수 있다.

① 눈앞에 보이는 창문에서 뛰어내렸을 때 땅에 닿는 속도 계산하기

② 영원히 잠드는 데 필요한 프로포플 밀리그램 수 계산하기

③ 저체온증으로 심장이 멈추기 위해서 얼음 호수에 잠겨 있어야 하는 시간과 온도 계산하기

 


 

이 작품은 120만 부 이상 판매되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저자는 스릴러 장르의 대표 주자로 부상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저자에게는 이 작품이 "시계처럼 정확하면서도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고, 뻔해 보이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중독성 있는 이야기를 쓴" 작가로 확실하게 독자들 뇌리속에 심어졌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스페인 최고의 추리작가, 심리 스릴러 작가로의 위상을 높여준 것이다. 이 재밌는 스토리의 스페인 추리소설은 독자들의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나른한 5월의 분위기를 생생하고 긴장감 넘치는 세계로 바꿔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 : 후안 고메스 후라도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 그의 작품들은 4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는 등 큰 성공을 거두었다. 977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태어나, 산파블로 대학(U. San Pablo-CEU)에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했다. 책, 영화와 가족의 회사를 좋아하며, 정치에 관심이 많다. 그의 아내와 두 아이들과 함께 스페인에서 거주하고 있다. [카날 플러스] 방송국, [ABC] 신문, [갈리시아의 목소리]에서 기자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매주 화요일 [갈리시아의 목소리] 신문에 고정 칼럼을 쓰면서 라디오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있다. 소설로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신의 스파이』(2006년)를 비롯하여, 『천국과의 계약』(2007년), 『배신자의 표상』(2008년)등이 있으며, 노르웨이 출판인상과 토레비에하 국제소설상을 수상하였다.

2007년 4월 16일 발생한 미국 ‘버지니아 공대 총기난사 사건’을 현장 취재한 이후 3개월 만에 완성한 최초의 논픽션으로 같은 해 스페인과 미국에서 출간한 『매드무비』의 저자이기도 하다. 2016년, 스릴러 소설인 『흉터(Cicatriz)』는 당시 스페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자책으로 뽑혔고, 안토니아 스콧과 존 구티에레스의 환상적 케미가 돋보이는 『붉은 여왕(Reina Roja)』을 시작으로 『검은 늑대(Loba Negra)』, 『화이트 킹(Rey Blanco)』의 총 3부작은 전 세계 100만 부 이상 팔리면서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거침없는 필력과 속도감, 영화를 보는 듯한 생동감으로 가득한 중독성 있는 이야기로 대중은 물론 비평가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으며 유럽 최고의 스릴러 작가로 불리고 있다. 그 외에도 영화와 책, 음악 등 다양한 내용을 다루는 팟캐스트를 공동 제작하면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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