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모차르트 개런티는 얼마일까?
야마네 고로 지음, 정은희 옮김 / 시그마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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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는 가난하다'는 말은 언제부터 있었던 말일까? 어렸을 때부터 예술하는 사람은 먹고 살기 힘들다는 말을 들어왔다. 우리나라 현실이었다. 사실은 예술가가 되는 것부터 만만치 않았다. 흔히 말하는 개인교습이나 명망 있는 분으로부터 레슨을 받는 데 들어가는 돈이 웬만한 사람들은 쳐다보기도 힘들 정도의 액수였기 때문이다. 돈 없으면 자식을 예술가로 키울 수 없다는 말도 공공연한 현실도 받아들여졌다. 그때는 예술을 향유하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하이 소사이어티 계층(상류 사회)의 사람들이라고 인식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돈 벌려면 예술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었다. 우리 사회의 불과 40~50년 전의 모습이다.

돈 없는 사람은 운동선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나마 현실적이었다. 운동은 힘들지만 간혹 프로스포츠가 정착돼 있는 '인기종목'은 도전자도 많았다. 권투(복싱)나 축구 등이 그랬다. 물론 축구도 프로는 1980년 이후부터다. 그러나 야구 등 일부 '인기 종목'은 자신이 하기에 따라 밥은 먹고 살 정도로 구단 측(축구단이 대체로 재벌이나 금융기관 등이 운영했다)이 월급을 지불했다. 형편이 그나마 나은 종목의 운동 경기에 한해서다. 그 당시에도 영화배우는 돈을 잘 벌었다고 소문나 있었다. 음악, 미술 등의 예술은 비싼 관람비를 지불해야 하지만 영화 관람료는 훨씬 쌌기 때문에 영화배우는 인기도 좋았고, 지망자도 많았다. 돈을 잘 벌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영화배우는 당연히 최고의 직업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순수 예술이라고 하는(영화는 종합예술) 음악가와 화가, 문인들은 딴 직업을 갖지 않고서는 예술마저 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서양의 상황은 우리와 사뭇 다르다고 책을 통해 배웠다. 음악가나 화가들에게 돈 많은 가문이 고액을 들여 작품을 의뢰하기도 하고, 왕과 그 가족들은 궁정화가, 궁정음악가들을 고용해 많은 액수의 돈을 지불했다고 한다. 예술가들에게 적잖은 보수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더욱 활발하고 생계에 신경 쓰지 않고 예술에만 집중해 훌륭한 작품을 창조해낼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진 셈이다. 아무리 예술가라도 살아가는 동안 굶고, 헐벗고 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게 해서는 좋은 작품 생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래서 예술계의 좋은 작품 창조는 돈 많고 권력 높은 왕과 귀족들이 주도했고, 당연히 예술은 그들 중심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서양이라 해도 그 시대에는 일반 대중은 오페라 감상이나 음악회 감상, 미술 감상 등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것도 나중에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이 어느 정도의 돈을 받고 어떤 곡을 작곡했는지 그런 사실은 그 공부를 따로 하는 사람들 이외에는 관심 사항이 아니다. 책에서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실적으로 정확한 액수나 받는 대우 등에 대해 잘 파악해놓은 것을 본 적이 없다. '예술가는 돈과 거리를 두는 사람들'이라는 우리의 인식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지난 세기 산업사회로 발전해오는 동안 예술은 일반인들과는 차원이 다른 사람들의 몫이라고 생각해왔다. 근처에 예술하는 사람들을 봐도, 책에서도 '예술가는 배고픈 직업이다'라고 말하는 일이 상식처럼 돼 있었으니까. 사실 예술한다면 선도 들어오지 않는다고도 했다. 예술은 즐기는 것이지 직업인으로서의 예술가는 예술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인식을 갖고 있을 때이니 그럴 만도 했을 것이다. 문인 등 예술가들도 "예술은 배고파야 좋은 작품을 창작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도 많았다.

 


 

이 책 『잘 나가는 모차르트 개런티는 얼마일까?』는 독자의 궁금증을 자극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속 시원한 답변을 해주기도 한다. 한 예로, ‘클래식 음악 작곡가’라고 하면 음악을 위해 온몸을 불사르는 예술가 이미지, 예를 들어 한순간 영감을 받아 작곡을 하는 모차르트나 눈에 핏줄이 선채로 악보를 그리는 베토벤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예술가도 결국은 사람이다. 예술가든 아니든 돈 없이는 살 수 없는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여기서 이야기가 끝난다면 별로 흥미를 일으키지 못할 내용이다.

이 책 『잘나가는 모차르트 개런티는 얼마일까?』는 돈과 비즈니스 중심으로 역대 클래식 음악 작곡가들의 음악을 이야기한다. 더불어 작곡가들의 수입, 재정, 지출, 사치 성향 등을 이 책에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음악의 아버지 바흐, 천재 모차르트, 악성 베토벤, 그리고 20세기에 유럽과 미국에서 활동한 스트라빈스키까지, 음악사에 발자취를 남긴 작곡가들의 구체적인 수입과 그 히스토리를 이 책에서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위대한 클래식 음악 작곡가들도 먹고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다. 궁정이나 귀족 밑에서 일하거나 돈 많은 후원자를 구하기도 했다. 작품을 여기저기 팔며, 더 좋은 값을 받기 위해 치열하게 흥정하고, 직접 음악회를 주최하는 등 단순히 작곡만을 한 것이 아니었다. 연주나 지휘 활동도 했고, 심지어 바흐는 결혼식에서 음악 연주 등으로 생계를 꾸려나갔다. 작곡가들의 각기 다른 음악 스타일만큼 경제 사정 또한 시대와 환경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저자는 ‘클래식 음악’이라는 단어와 ‘돈’을 잘 연관시키지도 못하고, 연관시키면 약간은 고상하지 못하다는 선입견이 있다고 주장한다. 독자의 인식과 비슷한 점을 말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분으로서 서양음악을 전공하고 연주자보다는 공연이나 콘서트 기획자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렇다면 앞서 독자가 제기한 예술가들에 대한 편견은 일제강점기부터 비롯된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사실 음악이라는 신성한 것에 천박한(?) 돈 이야기가 끼어든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란 편견과 선입견 때문에 위대한 음악가의 보수(개런티)에 대해 누구나 말을 꺼내기 힘든 부분이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위인전이나 영화에서 봤던 작곡가들 삶이야말로 돈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이 책은 ‘음악의 아버지’ 바흐부터 20세기 유럽과 미국에서 활동한 스트라빈스키까지 음악사에 위대한 족적을 남긴 작곡가 41명을 선별하여 그들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수입을 어떤 방법으로 얻었는지 자세히 살펴본다. 또한 이 책은 그들의 지갑 사정을 철저히 파헤치면서, 당시에 작곡됐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게 해놓았다. 책 곳곳에 있는 QR코드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으면, 스포티파이를 통해 해당 곡을 감상하거나 해당 곡의 음반 정보를 알 수 있다. 역대 클래식 작곡가들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나면, 아마도 음악이 새롭게 들릴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이 책에는 41명의 클래식 작곡가들이 나온다. 베토벤을 제외하고, 대비되는 삶을 산 작곡가들끼리 묶어서 그들의 음악을 돈과 비즈니스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오늘날에 자주 연주되는 베토벤의 위대한 〈교향곡 제9번〉도 초연 수익은 의외로 적었던 에피소드와 사망했을 때 오늘날 가치로 2조 원이 넘는 유산을 남긴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이야기 등을 만날 수 있다.

1장에서는 생계를 위해 음악과 관련된 온갖 일을 한 바흐와 연일 성공을 거듭하며 영국으로 이주한 헨델이 나온다. 2장에서는 모셨던 귀족 혹은 왕족의 운명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 하이든과 보케리니가 등장한다. 3장에서는 음악계의 고전적인 라이벌,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의 음악과 돈 이야기를 정리한다. 4장에서는 베토벤이 단독으로 나오는데 당시부터 시작된 음악 관련 기업, 예를 들어 악보 출판사, 피아노 제조사와 베토벤이 어떻게 협력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슈베르트 VS 로시니, 슈만 VS 멘델스존, 쇼핑 VS 리스트, 바그너 VS 베르디, 브람스 VS 요한 슈트라우스 2세, 차이콥스키 VS 러시아 5인조, 프로코피예프 VS 스트라빈스키 등이 나온다. 작곡가들 이야기 외에도 과거 통화를 현대 가치로 어떻게 환산했는지에 대한 것과 영화와 관련된 작곡가들의 에피소드도 칼럼을 통해 읽어볼 수 있도록 썼다. 이 책은 서양 음악사를 읽는 새로운 시선이기도 하다. 즉 돈에 따라 예술 행위나 작품을 판단하려는 뜻이 아니고, 오히려 그 반대다. 돈과 상관없이 생계에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예술혼을 불사르며 위대한 작품을 창조해낸 예술가들의 열정과 예술혼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작품이 달리 보이고 또 예술에의 열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앞서 언급한 대로 41명의 위대한 음악가들이 소개되지만 독자들의 선호는 각각 다를 것이다. 모두 여기에 소개할 수는 없으니 독자가 좋아하는 음악가 '베토벤' 부분만 한 소절 소개한다. 다른 음악가들은 저자가 일정 관점에 따라 두 명씩 함께 소개하고 있지만 유일하게 베토벤은 홀로 지면을 차지하고 있다. 저자의 개인적인 사견이 들어가 있을 리 없지만 더 자세히 기록되었을 터다. 이에 독자도 베토벤을 이 책 소개에 덧붙이고자 한다.

책에 따르면 베토벤이 남긴 음악은 〈영웅 교향곡〉, 〈운명 교향고〉, 〈합창 교향곡〉 등 숭고한 분위기의 작품이 많다. 예술이야말로 우리에게 소중한 존재이며, 진지한 태도로 조용히 경청해야 한다는 예술지상주의, 이른바 지금까지도 일부 사람들이 믿고 있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태도를 형성하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그의 인생은 극도로 인간적이고 때로는 초라하기까지 하다. 베토벤은 '악성'이라는 말로 상상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는 비교적 높은 수입에 비해 생활은 불안정하여 아슬아슬한 삶을 살았다. 베토벤이 취직한 것으 단 한 번뿐이다. 13세 때 고향인 독일 본에서 궁정의 제2오르가니스트로 연봉 약 750만원(150굴덴)을 받았다. 베토벤의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수입원은 출판이었다. 당시 유럽에는 이미 여러 출판사가 있었다. 대형 출판사 아르타리아에서 첫 작품번호가 붙은 악보가 출판된 것을 시작으로, 그 후 브라이트코프운트헤르텔, 쇼트, 짐로크 등 다수의 출판사와 거래하면서 악보를 지속적으로 출판했다. 베토벤은 거래에 꽤 엄격했다.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하는 곳을 차아 초판이 나온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른 출판사에서 출판하도록 하고, 불법 제조를 방지하기 위해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출판하는 등 최대의 이익을 얻기 위해 여러 방법을 활용했다.

 


 

위대한 문학 작품을 평가하려면 그의 작품의, 작품에 의한, 작품을 위한 작가를 평가해야 한다는 작품론적 시각에서 벗어나기에도 이 책은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예술가의 작품은 작가의 신념, 사상, 종교는 물론 그의 일상까지 모두 평가의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작가론적 관점을 보충해주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어떤 시야가 작품 평가에 옳은지에 관계 없이 예술가들의 삶은 작품과 함께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독자의 소견을 덧붙인다. 이 책은 한 사람의 음악가 얼마를 벌어 어떠헤 생활했나가 주된 내용이지만 글 속에는 더 많은 정보들이 세밀하게 분석되고 활동된다. 독자들이 직접 확인하시기를 진심으로 권유한다.

 

저자 : 야마네 고로

클래식 음악사무소 아스펜(Aspen)에서 3년, 무사시노 문화사업단에서 클래식 음악 기획 담당자로 약 10년 동안 근무한 뒤 현재 MCS영아티스츠(MCS Young Artists)에서 일하고 있다. 도호가쿠엔 대학교 피아노과를 거쳐 3년간 벨기에 레멘스 음악원에서 유학한 경험을 살려, 지금까지 200팀이 넘는 해외 아티스트를 초빙하여 1,000회 이상의 콘서트를 기획 · 개최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학생 시절부터 시작한 클래식 음악 애호가를 위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MCS영아티스츠의 블로그는 클래식 음악 분야에서는 이례적으로 월간 최다 약 17만 페이지뷰를 기록했다.

 

역자 : 정은희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 후 출판사에서 교과서와 참고서를 기획 · 편집했다. 대학에서 배운 일본어의 매력에 빠져 일본 문화를 공부하고 일본 서적을 읽으면서 번역가의 꿈을 키웠다. 글밥아카데미 수료 후 바른번역에서 전문번역가로 활동하며 좋은 책을 소개하는 데 힘쓰고 있다. 역서로는 『하버드 행복 수업』,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아주 작은 디테일의 힘』, 『싱킹 프레임』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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