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헤이의 긍정확언 - 전 세계 5천만 독자의 삶을 바꾼
루이스 L. 헤이.쉐릴 리처드슨 지음, 최린 옮김 / 센시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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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입사 시험 때 면접에서 자신의 성격이 어떤지 말해보라고 인사담당관이 묻는 경우가 많았다. 대체적으로 대인관계에 필요한 '원만함', '부드러움', '긍정적'인 대답이 많았다고 한다. 회사 조직 생활에서 가장 필요한 대인관계에서 좋은 점수를 따기 위해서였으리라. 그러나 가끔은 인사담당관이 원하지 않았던 대답도 나왔다고 한다. '초지일관', '시작하면 끝을 본다' 등 성실함을 강조하는 말이었으리라. 이런 답변을 했을 경우 어떤 점수를 주는지 당시 피면접자인 독자로서는 알 길이 없지만, 기억을 더듬어보면 '긍정적 성격'이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았다고 여겨진다. 그렇게 답변했던 사람들이 함께 합격했으니까.

물론 어떤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하는지에 대한 내용보다도 답변을 하는 자세 등을 체크했는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회사 생활이든, 학교 생활이든 긍정적인 성격은 모두 환영하는 것 같다. 아마 우리의 삶이나 삶의 일부인 가정, 학교, 회사 등에서 필요한 인물이어서 그럴 것이다. 세상 일이 '긍정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 훨씬 잘해낸다는 공식이나 원칙도 없을 텐데 왜 긍정적인 성격을 좋아할까. 우선 서로의 관계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삶은 코로나19 이전까지 한 번 본 사람은 두 번 본 사람보다 쉽게 다가가기 힘들다. 오랜 관계를 계속하면 굳이 만나지 않아도 서로에게 맡겨진 일을 처리해 내기도 한다. 그것은 독자도 직장 생활을 꽤 오래했지만, 경험상 틀림없는 사실인 것 같다.

자주 만날수록 서로를 잘 알기 때문 아닐까? 그런 점에서 한때 긍정적 성격은 직장 생활의 필수요건이기도 했다. 그러나 MZ세대들에게 들어보면 긍정적인 나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긍정적이면 환영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는 태도다. 일을 하는데 중요한 것은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성격이 가름하는 게 아니고 능력에 따른 것이라는 생각으로 들린다. 물론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 어쩌면 더 합리적인 태도인 것도 같다.

 


 

사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세대와는 일 처리 방식뿐만 아니라 세계관, 인생관, 가치관이 상당 부분 다르다. 이를 아날로그 세대는 사람간의 '정(情)'이 있어야 협력도 잘 하고 일의 성사도 더 쉽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세대인 신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점이다. 디지털 세대는 '악습'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악습은 일을 '정실'에 치우쳐 처리하는 것은 실패하기 쉽다는 생각인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사실 우리가 엄청나게 빠른 경제 성장으로 수십 년만에 산업화를 이룬 사실은 아날로그 세대의 힘이었지만 그 세대는 혈연, 지연, 학연을 중시했다. 혈연, 지연은 스스로가 선택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그것을 중시한다고 악습이라고 비판할 일은 아니다. 다만 그것을 너무 중시해서, 관계에 얽매여 능력이 무시되는 점이 문제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혈연 지연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동양 문화권에서는 대체로 최근까지 혈연, 지연은 중요시했다. 중국의 경우 아직도 사업이나 삶에 있어서 사람간의 '관계(중국어로는 '꽌시'라고 한다)'는 여전히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독자가 갑자기 '긍정과 부정', '혈연과 지연' 등을 꺼내는 이유는 이 책 『루이스 헤이의 긍정확언』의 제목 때문이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 5,000만 명이라고 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삶을 바꿨다는 부제에 따른 뜻은 '긍정'을 강조하기 위한 것일 터다. 이 '긍정 확언'이란 더 나은 삶을 위해 긍정적 성격이 중요하다는 말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루이스 헤이와 셰릴 리처드슨, 두 사람의 공저로 되 있는 이 책은 제목에서 보여지다시피 루이스 헤이의 '긍정 확언'이 무엇이고 어떻게 우리 삶에 적용하는지에 대한 설명이라고 보면 된다. 공저인 만큼 '들어가는 글'(서문)을 두 사람이 모두 썼다. 루이스 헤이는 「삶의 즐거운 창조자가 되기 위한 여정」으로, 셰릴 리처드슨은 「내가 좋아하는 한마디를 나에게 들려줄 때 인생은 달라지기 시작한다」는 서문을 각각 썼다.

 


 

루이스 헤이는 '들어가는 글'을 통해 "독자들이 스스로를 '삶의 피해자'라고 느끼는 감정에서 벗어나 '즐거운 삶의 창조자'가 될 수 있도록 그 방법을 안내하고 싶다"며 이 책을 읽으며 독자들이 더 나은 삶이 살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을 깨닫도록 과정을 안내한다고 말한다. 이 과정은 기쁨을 가져다주는 여행이지 목적지를 향해 달려야 하는 경주가 아님을 강조하면서. 또 셰릴 리처드슨은 루이스 헤이의 말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주력한다그의 서문에 따르면 우리를 창조하고, 존재하게 하고, 서로 연결시키는 보편적인 에너지인 신성한 힘이 있다. 이 신성한 힘은 우리의 생각, 말, 행동과 협력하여 우리 삶의 경험을 만든다. 우리가 이 자애로운 힘과 협력하는 것을 깨닫고, 배울 때 우리는 자기 운명의 주인이 된다. 방법은 간단하다. 독자 스스로 기분 좋게 만드는 생각을 하고, 기분 좋게 만드는 선택을 하고, 기분 좋게 만드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긍정의 말'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셰릴 리처드슨은 자신의 삶은 실제로 루이스 선생님에게 배운 지혜로부터 중요한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다. 예를 들면, "1년 전에 저는 긍정 확언에 영감을 받아서 매일 아침마다 연습을 했습니다. 그러데 놀랍게도 이 방법을 실천하자마자 뚜렷한 변화가 느껴졌습니다.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고, 삶에 대한 열정이 더 커졌습니다"고 고백한다. 리처드슨은 뿐만 아니라 매일매일 이 방법을 더 오래 연습할수록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더 깊게 인식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몇 달이 흐르자 자신이 만들고 있는 긍정의 말들에서 하나의 주제가 보이기 시작했고, 특히 한 가지 주제가 늘 중심에 있었다. "나는 영감을 주는 똑똑한 사람들과 함께 세상을 치유하는 프로젝트에 합류해서 창조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 두 개의 서문을 통해 "삶은 자신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 만들어나가는(창조하는) 것이고, 그 과정은 좋은 생각-좋은 행동이 꾸준히 되풀이됨으로써인격과 습관이 바뀌는 것임을 확인시켜 준다. 이 창조적 삶의 공식은 자기계발서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긍정의 힘'을 강조하는 것이다.

 


 

리처드슨은 자신의 서문 마지막 부분에서 되풀이해서 강조한다. "이 책에 담긴 긍정 확언과 깊은 대화가 독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삶의 습관을 가져다주길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그렇게 될 때, 루이스 선생님과 제가 가장 중요한 보편적 진리로 깨달은 이 사실을 독자 여러분도 곧 발견하게 됩니다." 이 책은 모두 7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천천히, 분명하게 긍정의 시간을 향해 걸어가기」, 2장 「우리는 모두 최고의 삶을 만드는 위대한 창조자」, 3장 「아침 시간 10분의 긍정 확언이 어떤 하루를 살게 될지 결정한다」, 4장 「일상의 모든 순간에 긍정 확언을 활용하라」, 5장 「부정적인 습관은 고칠 것이 아니라, 지금 끝내야 하는 것」, 6장 「나이듦의 과정과 행복하게 동행하려면」, 7장 「집으로 가는 길, '죽음'을 받아들이기」이다. 부록으로 「매순간 나에게 건네는 긍정의 말들」을 모아 실었다.

각 장의 소제목에서 보여지듯 이 책에는 아침에 일어나 눈을 떴을 때 건네는 긍정 확언에서부터 샤워할 때, 출근할 때, 직장에서, 집에 돌아왔을 때, 잠자리에서 등 일상에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긍정 확언을 소개한다. 출판사 측에서 책을 소개하기 위해 쓴 글이다. 일상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에서 어러운 상황에 놓여 있을 때, 건강이 안 좋아졌을 때, 부정적인 습관과 패턴을 끊어내고 싶을 때 사용하는 긍정 확언도 소개한다. 그리고 암시 중 가장 강력한 방법인 미러 워크도 소개한다. 독자들의 삶을 긍정 확언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 측은 루이스 헤이 책 독자의 서평에는 유독 이런 말이 많다고 말한다. “책을 읽고 내 삶이 변한 건 루이스 헤이 책이 처음이다." 이 책의 소개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긍정 확언으로 삶이 변했다. 당신의 삶도 바뀔 것이다. 긍정 확언의 성공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유럽에서 1,200개 매장을 운영하는 켈리 최 회장도 20년 넘게 아침 긍정 확언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긍정 확언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종일 나 자신에게 긍정의 메시지를 건네 보라. 당신의 아침은 달라질 것이고 아침이 달라지면 하루가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삶이 변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게 루이스 헤이의 삶이 바뀌었고 오천만 독자의 삶이 바뀌었다.

 


 

미국을 대표하는 심리치료사이자 영적 지도자, 긍정 확언의 세계적 대가인 루이스 헤이는 지난 30년 동안 5,000만 독자의 삶을 바꾸었다는 찬사를 받아온 긍정 확언의 핵심 내용과 일상에서 사용하는 방법을 모두 아울러 이 책에 담았다. 루이스 헤이는 어린 시절 계부의 학대와 이웃의 성폭행 등 지독한 고통을 견뎌야 했고, 성인이 되어서도 이혼과 암 투병을 하는 등 마흔이 넘도록 그녀의 세상은 암흑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긍정 확언을 통해 내면의 힘을 찾아 자신을 치유하고 밝은 세상으로 나왔고 이때 깨달은 메시지를 세상에 전파해왔다. 루이스 헤이는 이 책에서 우리가 하는 모든 생각과 말은 하나의 암시라고 주장한다. 이것이 잠재의식에 영향을 미쳐 생각과 습관을 형성하고 이것이 나의 미래를 만든다는 것이다. 앞서 독자가 언급한 대로 '자기계발서의 공식'과 흡사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무의식에 긍정적 믿음을 각인하는 확언을 내 삶에 끌어들여 부정적 생각과 습관을 끊어내라고 강조한다. 긍정적 암시는 자신감과 자존감을 북돋고 내면의 평화와 기쁨을 주어 상처를 치유할 힘을 끌어내기 때문이다. 삶의 변화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는 루이스 헤이의 주장은 독자에게 가장 합리적 설득력을 가진다.

이 책은 지금까지 루이스 헤이가 여러 책을 통해 들려준 긍정 확언의 내용과, 일상에서 실천하는 방법을 집약적으로 정리했다. 독자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자기 삶에 긍정 확언을 적용할 수 있게끔 하는 ‘긍정 확언 컬렉션’이라 할 수 있다. 지난 올림픽 경기 결승전에서 우리 펜싱 박상영 선수가 거의 질 것 같은 분위기의 절망적 상태에서 "할 수 있다"를 수없이 되풀이하고 결국 금메달을 따내는 감격의 순간을 우리가 보아왔다. 이후 "할 수 있다"는 주요 대회에 나가는 모든 선수들의 '주문'이 되었다. 마법의 주문처럼 인식돼오고 있다. 이것이 긍정 확언이다.

 


 

박상영이 기자들이 "경기 마지막 장비를 고치는 잠깐 동안 무슨 말을 혼자 했느냐"는 질문하자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를 되풀이 했다고 답했다. 이후 모든 선수들이 그를 따라 하는 것은 긍정적 메시지를 자신에게 들려줌으로써 경기력이 올라간다는 걸 스스로 깨우친 사람들이다. 책에 따르면 유럽 11개국에서 1,200개 매장을 운영하는 켈리 델리의 CEO 켈리 최 회장도 20년 넘게 아침 긍정 확언을 하고 있다. 루이스 헤이의 책을 읽은 5,000만 독자가 그녀의 말에 찬사를 보낸 이유도 긍정 확언으로 삶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책은 각 장마다 루이스 헤이의 경험담과 긍정 확언으로 기적을 일군 사람들의 일화를 통해 긍정 확언이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그들이 사용한 긍정 확언의 실례를 보여준다.

누군가의 드라마틱한 인생 스토리를 통해 감동과 희망을 주는 책도 물론 의미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거기에서 더 나아가, 그러한 감동과 희망을 구체적인 긍정 확언으로 바꾸어 내 삶에 적용하는 실행력에 초점을 맞춘다.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를 나의 삶에 적용할 때 이 책의 의미는 더 깊어진다. 우리는 매 순간 끊임없이 뭔가를 말하고 생각한다. 지금 당신의 상황이 뭔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말과 생각에 변화를 줘야 한다. 무의식에 긍정적 믿음을 각인하는 긍정 확언을 내 삶에 끌어들여라. 긍정 확언으로 나만의 세상을 만들어 종일 긍정의 말을 자신에게 건네 보라. 당신의 삶은 변하기 시작할 것이다.

루이스 헤이는 긍정 확언을 위한 요소는 몇 가지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① 복잡하게 생각을 더듬지 말고 단순 명료하게 생각하라. ② 언제든 절망적이어도 낙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판단하라. ③ 주의력과 인내심을 가져라. ④ 신뢰는 성장의 밑바탕이다 ⑤ 자신의 눈앞의 이익보다 타인의 상황을 더 배려하라. ⑥ 늘 좋은 생각 좋은 행동을 해라 등이 독자가 루이스 헤이와의 여정에서 읽은 내용이다.

 


 

저자 : 루이스 L. 헤이(Louise L. Hay)

심리적, 영적 문제를 다루는 미국의 대표적인 형이상학 강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출판회사 헤이하우스 설립자이자 발행인. 심리 치료 전문가로서 30년 이상 수천 명의 상담 고객에게 인간이 지닌 창조성과 잠재력을 일깨워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 줌으로써 개인적인 성장과 자기 치유를 도왔다. 미국의 ‘오프라 윈프리 쇼’와 ‘필 도나휴 쇼’는 물론 세계의 많은 TV와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인 『You Can Heal Your Life(번역서명 : 치유-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라)』는 35개국 이상에서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5천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저자는 『미러』에서 하루 5분 동안 거울을 보고 말하는 것만으로 자신을 사랑하게 되고 그 사랑으로 인해 당신의 삶이 바뀐다고 말한다. 이것이 거울이 가진 힘_미러 워크mirror work_이다. 저자 자신이 미러 워크를 30년 이상 실천해왔고, 수많은 독자가 미러 워크를 경험하고 자신의 삶이 바뀌었다는 찬사를 보냈다. 미러 워크는 ‘오프라 윈프리 쇼’와 ‘필 도너휴 쇼’는 물론 전 세계의 많은 TV와 라디오 프로그램에 소개됐다. 『나를 치유하는 생각』 『삶에 기적이 필요할 때』 『나는 할 수 있어』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출간했다.

루이스 헤이 ‘헤이하우스 출판사’는 책, 오디오, 비디오를 출간하여 지구의 의식을 치유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헤이 하우스 출신의 영적 교사들이 지구의 영혼 치유에 도움을 많이 주고 있다. 루이스 헤이는 1926년에 10월 8일에 태어나 2017년 8월 30일에 긍정 확언한 대로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게 잠에 든 상태에서 이 세상을 떠났다.

 

저자 : 셰릴 리처드슨(Cheryl Richardson)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상담가이자 베스트셀러 《당신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라 Take Time for Your Life》의 저자. 국제코치연맹(International Coach Federation)의 초대 회장을 지냈고, 미국에서 최초로 마스터 공인 코치 자격증을 취득했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하여 세계 각국의 신문과 잡지에 글을 연재하고 있으며, ‘오프라 윈프리 쇼’, ‘투 데이쇼’, ‘필 도나휴 쇼’, ‘CBS 모닝쇼’ 등 다양한 매체에 출연했다. TV 프로그램 ‘라이프 메이크 오버 프로젝트 (The Life Makeover Project with Cheryl Richardson)’ 시리즈의 제작 및 진행을 맡기도 했다. 현재 미국 전역과 유럽을 오가면서 활발히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역자 : 최린

고려대학교 독어독문학과 졸업 후 뜻하지 않은 계기로 프랑스에서 오랜 기간 유학했다. 귀국 후 번역을 하며 출판사에서 일을 하였고, 기획과 편집도 하며 지금까지 출판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리얼 노르딕 리빙》, 《매일 조금씩 자신감 수업》, 《당신의 무기는 무엇인가》, 《지정학: 지금 세계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Go! Go! 화성 탐험대》, 《어린이 산책자를 위한 자연의 신호》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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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 많은 미술관 - 미술관만 가면 말문이 막히는 당신을 위한
정시몬 지음 / 부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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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할 말 많은 미술관』은 「미술관만 가면 말문이 막히는 당신을 위한」이라는 부제를 갖고 있다. 부제를 읽었을 때 "이 책은 내가 읽어야 할 책이다"는 직감이 들었다. 그림을 좋아해서 전시회를 자주 다녔지만 사실은 독자의 의사보다 같이 가자는 상대의 의사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따라다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림을 전문적으로 배우지도 않았다. 혼자 열심히 책을 통해 배우거나 실제 그림 연습을 한 적도 없다. 쉽게 표현하자면 '문외한'이라고 봐도 할 말이 없다. 그래도 전시회를 자주 가다 보니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식으로 미술 이야기가 나오면 꼭 끼어든다. 최근 2년 동안 읽은 미술 관련 책이 적잖기 때문이다.

전시회를 다닐 때는 가끔 설명을 듣거나 그냥 보고 나오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사적 대화에서 미술 이야기 나오면 그림에 대한 감상 한두 마디 정도는 했고, 자주 끼어들기도 했다. 독자의 빈약한 미술 지식은 코로나19로 전시회가 상당 기간 열리지 않았을 때부터 중단했던 독서를 다시 시작하면서 크게 늘었다. 서양 명화에 대한 책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 책들은 대부분 전시회를 못 가는 그림 애호가들의 아쉬움을 달래주거나, 비대면 소통 부재에 따른 '코로나 블루' 로부터 치유의 힘을 주기 위해 출간됐기 때문에 독자도 읽기 시작했다. 한두 권 읽을 때만 하더라도 몰랐지만 여러 권을 거듭 읽게 되니 의외로 그림에 대한 지식은 많이 늘었다. 서양미술사는 물론 서양 명화 감상을 위한 여러가지 감상법, 에피소드 위주의 에세이 책 등이 한결같이 우리가 평소에 자주 접하고, 제목이나 화가의 이름 정도를 아는 작품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 책 제목에 따라 선택되는 에피소드가 약간 다른 것도 있지만 이 책 저 책 중복되는 경우가 많았다. 읽고 잊어먹을 수도 있는 내용들이 반복되니 미술 지식은 오히려 늘어난 것 같다.

 


 

미술은 고상한 취미, 지식인들의 전유물이라는 뿌리 깊은 인식이 있는 것 같다. 미술계의 이야기다. 서양미술사를 읽다보니 예부터 그림을 그리는 화가는 우리나라와는 완전 달랐다. 그들은 예술이나 예술가를 대하는 것이 무척 자신이 고위층(귀족)이나 지식인임을 내세우는 데 적절했던 것 같다. 그림을 대하는 인식도 우리와는 다른 점이 많았다. 서양 미술은 이런 점에서 크게 발전을 하고 '신의 시대'인 중세를 딛고 문예부흥도 가능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미술 전공자나 관련 전문가가 아니라 ‘미술 덕후’가 썼다는 점에서 다른 명화 책과는 결이 다르다. 책 프롤로그 「미술관 혹은 지식과 감성의 교차로」에 따르면 저자 정시몬은 어린 시절, 작가와 작품에 대한 정보 하나 없이 집 서가에 꽂혀 있던 미술책을 우연히 보고 예술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었다. 그 강렬한 순간을 시작으로 이후 다양한 미술책을 탐독하고 틈날 때마다 미술관을 찾아 미술품과 수다를 떨었다. 『할 말 많은 미술관』은 그중에서도 특히 유럽 미술관 7곳에 소장된 미술품들과 나눈 대화의 기록이자 편견 없이 시작된 예술적 탐구 과정이 맺은 결실이다.

물론 미술관에 가는 것이 의무 사항도 아니고, 미켈란젤로나 다빈치의 미술품에 눈길 한번 주지 않아도 일상을 영위하는 데 지장은 없다. 다만, 저자는 미술관 방문이 무척이나 다채롭고 흥미진진한 체험이라는 것을 책을 통해 전한다. 그동안 미술과 벽을 두고 있었다면 이제부터라도 이 책으로 미술과 대화의 물꼬를 터 보시기를 바랄 것을 독자는 권유한다. 작품이 품고 있는 넘치는 말들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비록 그 대화가 당장 삶을 눈에 띄게 바꾸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더 풍요롭고 다채로운 삶을 선물해 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프라도 미술관이 불길에 휩싸인다면 무엇을 건져 낼 것인가?” 프랑스 시인 장 콕토는 이 질문에 ‘불길’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화가 살바도르 달리는 한술 더 떠서 ‘산소’라고 말했다. 산소가 없다면 불길도 없을 테니, 모든 미술품을 지키겠다는 재치 있는 답변이었다. “지구가 멸망할 때 단 하나의 미술품을 구해 낼 수 있다면?”이라는 질문에 세계 저명인사들이 저마다 다른 대답을 한 일화도 유명하다.

‘미술 덕후’ 저자는 그들에 대적할 위트도, 뛰어난 예술 지식도 없지만, 그 질문에 망설임 없이 최애 작품을 고른다. 바로「진주 귀고리 소녀」다. 에필로그 「세계의 종말과 한 점의 그림」에서 저자는 밝힌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사진인지 그림인지 헷갈릴 정도로 사람이 붓을 움직여 만든 결과물이라는 것이 선뜻 믿어지지 않았던 그 작품이 첫 만남 이후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그 그림이 나중에 유명해졌을 때는, 틈날 때 꺼내 보며 혼자 좋아하던 것이 갑자기 전 세계의 공유 자산이 된 듯한 느낌에 떨떠름할 정도였다고 한다. 과연 우리는 같은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할까? 좋아하는 음식이나 노래, 영화에 관해 말할 때는 망설이지 않으면서 좋아하는 미술 작품을 묻는 말엔 괜히 작아지곤 한다. 어쩌면 미술은 고상한 취미이며 예술적 지식 없이는 즐기기 힘들다는 인상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렇듯 미술에 다가가기도 전에 먼저 겁부터 먹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가볍게’ 미술에 접근하길 권한다. 특별한 미술 지식을 갖추지 않더라도 그저 좋아하는 작품 하나쯤 품겠다는 마음이면 된다는 것이다. 미술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자신 있게 나만의 인생 작품을 말할 수 있는 날을 꿈꾸며, 이제 『할 말 많은 미술관』 관람을 시작해 보자.

 


 

이 책은 모두 7장(章)으로 구성됐다. 독자들이 직접 미술관을 돌아다니며 감상하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인지 7개 미술관으로 나눈 것이다. 직접 방문한다는 것은 말이 쉽지 그림에 대한 전문 지식이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엄두도 못낼 터다. 나라별로 모두 대단한 그림들이 있고, 화가나 그림들도 분산 소장돼 있기 때문에 사전 준비 없이 모든 미술관을 다 돌아다닐 수도 없는 일이니 이런 기회를 갖는 것도 독자로서는 매우 귀중한 경험이 된다. 더욱이 아직도 코로나19로부터 해방되지 않아 해외 여행이 아직은 제한된 곳도 있고, 제한은 풀렸다고 해도 '어느 나라에, 어떤 미술관에, 어느 화가의, 어떤 작품이 있다'는 것을 안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분류한 1관은 〈루브르 박물관〉이다. 저자는 '왕궁에서 미술관으로, 절대 왕정의 보물단지'로 표현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미술관이다. 물론 자타가 공인한다는 말은 독자가 붙인 것이다. 유럽의 어느 나라를 가든 그 나라 최고의 미술관은 국민의 자존심이기 때문에, 나라마다 자신들의 미술관이 가장 좋다고 말한다니 뭐를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각국의 주장이 틀렸다고 볼 수도 없잖은가? '예술의 도시'라서 파리의 루브르를 첫 번째로 저자가 내세운 것은 아마 대체적으로 이곳을 최대의 미술관으로 생각하기 때문이지 싶다. 아니면 「모나리자」가 있어서일까? 저자도, 그 누구도 '제일의', '가장 좋은', '가장 큰' 등 최고의 미술관으로 꼽을 수는 없을 터니 독자가 여기서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는 일이다. 그냥 저자의 기술대로 따라가면서 그림에 대한 지식과 감상법을 얻고, '화가와의 대화'만 할 수 있다면 그곳이 독자들에게는 최고의 미술관이 될 것이다. 2관 〈오르세 미술관〉, 3관 〈오랑주리 미술관〉, 4관 〈내셔널 갤러리〉, 5관 〈우피치 미술관〉, 6관 〈아카데미아 미술관〉, 7관 〈바티칸 미술관〉으로 이어진다.

 


 

루브르엔 「모나리자」 이외에도 「날개를 펼친 승리의 여신」, 「밀로의 비너스」 조각상이 있다. 독자가 루브르에 갔을 때 그곳 가이드는 서슴없이 '세계 최대의 미술관'이라고 말했다. 그런 줄 알았고, 「모나리자」를 보려고 1시간이나 줄 서서 기다리다 막상 보고 나니 그림이 너무 작아 놀랐고, 그것마저 줄 쳐놓고 더 이상 접근 금지뿐만 아니라 카메라 촬영도 불가였다. 어이가 없을 정도의 대우에도 「모나리자」 앞에 여전히 줄 서서 기다린다고 하니 예술품이 인간에게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하는 깨달음이 생길 정도다.

저자는 이 두 조각상을 루브르 관람의 하이라이트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저자에 따르면 이 조각상은 원래의 모습에서 일정 정도 훼손된 상태로 발굴되었다. 그럼에도 두 작품은 완벽함 혹은 완성됨을 영영 잃어버린 덕분에 전혀 새로운 차원의 미적 자산을 획득하는 역설, 반전을 이루어 냈다. 비록 온갖 상상력과 과학적 추정을 동원하더라도 결코 완성에는 다시 도달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그 조각들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날개를 펼친 승리의 여신」은 「사모트라케의 니케」라고도 불린다. 흔히 영어로 '나이키'라고 발음하는 니케는 미국 운동화 회사 이름이기 훨씬 전에 이미 그리스 신화 속 승리의 여신이었다. 신화에서 니케는 원래 티탄족 출신 거인 팔라스와 물의 정령 사이에서 태어난 딸인데, 제우스의 총애를 얻어 승리의 메신저 역할을 맡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스 문명 초기에 니케는 그저 전쟁의 신 아테나의 들러리 비슷한 역할로 별 존재감이 없었다. 하지만 후대로 갈수록 점점 각광받은 끝에, 드디어 폴리스마다 큰 전쟁이나 전투에서의 승리를 기념하며 니케에게 감사의 제사를 올리는 풍습이 성행하게 되었다. 니케는 로마 시대에 와서도 승리를 뜻하는 라틴어 '빅토리아'라는 이름으로 숭배되었다.

루브르의 또 다른 자랑인 「미로의 비너스」는 1820년 에게해의 밀로스 섬에서 현지 농부에 의해 발견되었다. 그 뉴스는 마침 밀로스 현지에 주둔하고 있던 두 명의 프랑스 해군 장교들의 귀에 들어갔다. 조각의 가치를 눈치챈 이들이 상부에 보고했고 오스만 제국의 파견 프랑스 영사 리비에르 후작이 조각을 1,000프랑에 구입하여 루이18에게 바쳤다. 이를 다시 루이18세가 루브르에 기증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때 생각나는 우리의 책 한 권이 있다. 조선 의궤 한 점이다. 우리의 궁중행렬이 적인 책 한 권이 얼마 전 우리나라에 돌아왔는데 신미양요 때 그들이 강탈해간 것으로 우리나라에 돌아왔다. 아직은 '임대' 상태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 책의 주제와는 다른 이야기라서 이만 줄인다.

 


 

이 책에는 수많은 그림과 조각 등 엄청난 미술품들이 등장하지만 독자의 마음을 가장 평안하게 했던 그림은 여태껏 못 보던 〈오르세 미술관〉 소장 제임스 터너의 「무도회」(1878년 경, 91*51cm, 캔버스에 유채)이다. 저자가 p.s(추가설명)한 이 그림은 티소가 당시 어느 날 저녁 열린 무도회에서 파리 사교계를 풍자한 작품이라고 한다. 책에 따르면 티소는 당대 상류층 여성들의 초상화와 인물화 전문 화가로 틈새시장을 개척하여 큰 성공을 거뒀다. 전성기에 그의 그림을 받으려면 수년을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고 한다. 19세기 후반 파리에서 신분 상승을 꾀하는 여성은 흔히 상류층 기혼 남성을 후견인으로 두고 사교계로 진출한 뒤 점점 더 부유하고 잘나가는 남성을 찾는 것이 공식처럼 되어 있었다.

그림 속 여성은 화려한 무도회(파티)에 막 입장하는 중인데, 그보다 훨씬 나이 들어 보이는 연미복 차림 동행자의 뒷모습은 그의 역할이 무엇인지 궁금하게 한다. 여성이 자신의 파트너로부터 얼굴을 돌려 다른 쪽을 바라보는 것은 이미 사교계로 향하는 문을 열어 준 것으로 남성 파트너의 역할, 이용 가치가 끝났음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차분하다기보다는 어딘가 들뜬 듯한 여성의 표정은 파리 사교계에서 경험하게 될 미래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 섞인 복잡한 심사를 반영하는 듯하다. 물론 이러한 풍자의 메시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더라도 이 그림은 그 자체로 충분히 감상할 만하다. 가령 화폭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의 화려한 드레스와 부채만 해도 상당한 눈요깃거리다.

독자가 이 책에서 발견한 또 하나의 이야기거리는 화가들의 '말'이다. 사실주의 화풍을 이끈 쿠르베는 왜 종교화를 그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천사를 본 적이 없소. 천사를 보여 주면 천사를 그려 드리지”라고 응수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남긴 말처럼, 쿠르베는 본 적 없는 천국과 지옥보다 다양한 인간 군상이 사는 ‘현실’을 직시했다. 완벽주의 성향으로 유명한 티치아노는 “즉흥시로는 결코 완벽한 시구를 지어 낼 수 없다” 는 말을 남겼다. 당시 유행하던 속성 기법을 따르지 않고 오래 공들여 완성한 걸작 「우르비노의 비너스」를 그린 화가다운 명언이다. 대중에게 너무도 익숙한 작품 「별이 빛나는 밤」을 그린 고흐는 “밤은 낮보다 훨씬 풍요로운 색을 띤다”고 했으며, 전무후무한 조각 「다비드상」을 만든 미켈란젤로는 “대리석 속에 천사가 갇혀 있기에 돌을 파서 그를 해방시켰다”고 했다. 작가들이 생전에 남긴 말들을 곱씹으며 그림을 보면 그들의 예술이 그리 멀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작가들은 저마다의 예술관이 녹아든 작품으로 세상에 오래도록 ‘말’을 건네고 있다.

 


 

미노스는 그 추악한 얼굴이 다른 등장인물들과 비교해 봐도 상당히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미켈란젤로는 당시 교황청을 드나드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미노스를 보는 순간 누구를 모델로 삼았는지 바로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그린 것 같다. 비아지오 본인 역시 완성된 그림을 본 뒤 미노스가 자기 얼굴인 것을 알고 경악했다고 한다. 그는 교황 바오로 3세에게 미켈란젤로가 묘사한 미노스의 모습을 수정하게끔 해 달라고 간청했는데, 그때 교황의 대답이 교황답다. “나는 천국과 지상을 다스리시는 신으로부터 권능을 부여받았지만 지옥까지는 힘이 미치지 못한다오.” 즉 수정 불가라는 얘기였다.(p.316) - 제7관 〈바티칸 미술관〉 「가장 작은 나라, 가장 큰 미술관」 중에서

 

저자 : 정시몬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학업을 마치고 현재는 캘리포니아주에서 공인 회계사 겸 비즈니스 컨설턴트로 일한다. 틈나는 대로 좋은 책을 소개, 번역하거나 직접 책을 기획하고 집필하는 것을 본업보다 더 좋아한다. 저서로는 인문학 브런치 시리즈 《철학 브런치》 《세계사 브런치》 《세계 문학 브런치》 《클래식 브런치》 등이 있다. 어린 시절 집 서가에 꽂혀 있던 세계 유명 아티스트들의 화집을 펼쳐 본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미술 감상을 즐겨 왔다. 《할 말 많은 미술관》은 그중에서도 유럽의 유명 미술관들을 방문하여 걸작 미술품들과 조우한 경험의 기록이다. 미술 감상은 작품과 감상자 사이의 대화와 같다. 그 대화는 왁자지껄할 수도, 은근한 속삭임일 수도, 아예 침묵 속에서 나누는 교감일 수도 있다. 그런 미적 체험에 굳이 어떤 유별난 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 책은 미술 이야기만 나오면 말문이 막혀 곤혹스러운 사람들에게, 작품과 대화의 물꼬를 트게 해 줄 것이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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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위의 낱말들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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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신은 이미 독자들 사이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각인되어 있다. 그의 전작 『생각이 나서』는 74만부라는 엄청난 부수가 판매되었다. 그동안 소설과 에세이를 통해 우리에게 편안한 위로를 전해온 작가 황경신은 지난 2010년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일상의 단상을 모아 펴냈던 에세이집 『생각이 나서』가 1, 2를 연속 출간했었다. 이 에세이는 때로는 일기처럼 하루하루 스치듯 지나간 순간들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어쩌다 한 번은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에서 슬쩍 이야기를 꾸미기도 했다. 다른 이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은 평범하고 조용한 일상 틈바구니에 어쩌면 그리도 특별한 이야기와 의미가 숨어 있었는지, 행간 사이사이 독자들은 감탄했다.

『생각이 나서』는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날짜별로 쓰인 일기 형식의 에세이다. 일기 형식을 취하고는 있지만 꼭 그날의 일만 담진 않았다. 때로는 과거를 회상하며 사색에 잠기기도 하고, 누군가가 건넨 다정한 말 한 마디에 한껏 행복해하고, 문득 떠오른 단상을 좀 더 길게 이어가보기도 한다. 우리가 보내는 하루란 사건의 총합보다 생각의 총합일 때가 더 많다는 게 작가의 생각인 듯했다. 이 책은 결국 작가 황경신의 하루하루를 가장 촘촘하고 깊이 엿볼 수 있는 통로가 됐다. 세상 모든 여리고 약한 존재에게, 나 또한 너만큼이나 약하고 불안하다고, 하지만 삶이란 때론 견뎌볼 만하지 않더냐고 솔직하게 말을 거는 작가 황경신의 글은 언제나 우리에게 묘한 위안과 행복감을 준다. 이번 출간한 책 『달 위의 낱말들』에서 작가는 어떤 말로 우리에게 다가오려는지 사뭇 기대되는 이유다.

 


 

이 책 『달 위의 낱말들』은 단어와 관련된 이야기를 통해 작가가 독자들에게 말을 건네듯이 펼쳐지는 스물여덟 편의 짧은 수상(隨想)과 작가와 얽힌 사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열 편이 수록된 에세이집이다. 황경신은 시처럼 유려한 언어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작가는 「여는 글」을 통해 이 책의 집필 의도를 드러낸다. "낱말의 숲속에서 자라는 낱말의 나무, 나무마다 주렁주렁 열려 있는 낱말의 열매를 땄다. 던져보고 굴려보고 핥아보고 깨물어보았다. 잘 익은 낱말 한 알을 당신에게 주려고 사랑을 품듯 마음에 품었다. 하지만 당신이 건네받은 낱말은 맛과 생기를 잃어버린 지 오래, 당신은 어리둥절했고 나는 속이 상한 채로 우리 사이에는 오해가 쌓여갔다. 낱말의 열매들은 망각의 정원에 버려져 뭉그러지고 썩어갔다. (중략) 그날 이후, 나는 종종 고요하고 가끔 행복했다. 낮이면 우주 같은 바닷속에서 먼지 같은 나를 겪고, 밤이면 천천히 양을 세며, 세상은 그리 잘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중얼거리며, 나를 보호하려는 본능도 없이, 숨김도 없고 쉼도 없이 차곡차곡 숨을 쉬듯, 사랑을 했다. 마음이 내키면 또 한 번 물통에 물을 채우고, 신발끈을 조이고 길을 떠났다. 그럭저럭 내 인생을 좋아하게 되었다." 작가는 "이 책은 순서대로 읽지 않기를, 아무 페이지나 마구 펼쳐 마구 읽기를 부디 바랍니다."고 덧붙여 썼다. 자신이 이전에 책의 순서를 날짜순에 맞춘 것들이 이젠 '망각의 정원'에 버려진 채로 잊혀져 가서 이 책을 새로 썼지만 전작처럼 순서를 굳이 붙이지 않을 생각이라고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1장 〈단어의 중력〉에서는 작가 황경신이 직접 찍은 사진이 수록되어 저자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다양한 장소에서 찍은 다양한 경험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묶여 우리에게 전해진다. 2장 「사물의 노력」에는 일러스트레이터 전지나의 감성적인 일러스트가 실려 있어 한층 더 풍부한 느낌을 자아낸다. 항상 다채로운 사진, 일러스트와 함께 선보이는 작가의 글은 독자들에게 더 큰 울림을 안겨 준다.

작가는 「여는 글」을 통해 '망각의 정원'에서 썩어가는 열매의 씨앗들이, 바람을 타고 달로 날아가, 꼬물꼬물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고 잎을 뻗고 꽃잎을 여는 중이라고 말한다. 터지고 쫓고 오르는 것들, 버티고 닿고 지키는 것들이 거기 있었다. 인연과 선택과 기적이 거기 있었다. 뭔가 다른 것이 되어. 말랑하고 따뜻하고 착하고 예쁜 것이 되어. 이 책에서 작가는 일상에 녹은 단어와 사물들을 이야기로 끌어들인다. 평범한 경험, 수수한 사물은 작가의 손길이 닿음으로써 소중한 순간, 특별한 존재가 되어 우리에게 다가온다. 수많은 독자가 사랑하는 작가의 낱말은 우리의 마음에 날아들어 특별한 싹을 심는다. 싹이 트고 뿌리를 내리고 잎을 뻗고 꽃이 피어나는 순간, ‘말랑하고 따뜻하고 착하고 예쁜’ 황경신만의 언어가 우리 마음속에 꽃잎처럼 터지기를 기대한다.

 


 

물리학에서 '중력'이란 '지구의 만유인력과 자전에 의한 원심력을 합한 힘'을 말하지만 일상적으로 질량이 있는 모든 물체 사이에는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작용한다. 이를 만유인력이라고 한다. 즉 공을 들고 있다 놓으면 공은 지구 중심 방향을 향해 아래로 떨어진다. 이때 이를 중력 때문이라고 하고, 그 중력은 만유인력이라고 표현한다. 이 책은 표제어 대로 '달 위의 낱말들'이다. 달도 우주에서 하나의 물체로서 당연히 중력을 가진다. 달 위에 있는 낱말들은 중력을 가지는지 저자는 각 낱말들을 대상으로 숙고를 거듭한다. 첫 장 「단어의 중력」에서 나오는 각 낱말은 중력이 있나, 없나를 따진다는 것은 어쩌면 무의미한 일일 수도 있다. 중력이란 물체가 가지는 것이지 추상적 개념이 중력을 가지지 않기 때문이다. 1장 첫 글 〈내리다〉에서 그 단초를 찾아본다.

"마침내 나는 잊어버렸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져도 믿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내 것이라고 굳게 믿었던 것도 빼앗길 수 있다는 것도." 일곱 살의 너는 두레박을 내렸다. 둥글고 깊은 우물 속에 하얀 달이 떠 있었다. 딱히 물이나 달 같은 걸 길어 올리고 싶은 건 아니었다. 며칠 전의 '사건'으로 인해 알아버린 '상실'을 음미하는 중이었다. 그 사건은 환한 대낮에 일어났다. 그때도 너는 외갓집 마당에 있는 우물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우물 안에는 달이 아니라 외할머니가 넣어둔 수박이 둥둥 떠 있었다. 네가 우물 안쪽으로 몸을 기울이자, 네 목에 매달려 있던 지갑이 흔들렸다. 빨간 사과 모양에 끈이 달려 있어, 목걸이처럼 목에 걸 수 있는 지갑이었다. 지갑 속에는 백 원짜리 동전 세 개와 외할아버지에게 받은 천 원짜리 지폐 한장, 그리고 유리구슬 세 개가 들어 있었다. 구슬치기는 하지 않지만 알록달록한 색깔이 예뻐 사촌오빠에게 얻은 것이었다. 그리고 가지고 놀던 목걸이 지갑을 놓치면서 우물 안 물에 닿아 천천히 젖어가며 가라앉을 때까지 10분 동안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알게 됐다. 내 것이라고 굳게 믿었던 것도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을.(p11~12)

 


 

「찾다」는 작가에게 절망을 가르쳐 주었다. 서른 번째 생일에, 너는 프랑스 북서부 해안의 블루 카비아에 도착했다. 딱히 작정한 것이 아니라 흐르는 대로 흘러가다 닿은 곳이었다. 마릉은 바다에서 불어오는 11월의 바람으로 스산했고 축제의 흔적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운명이나 인연을 기대했던 네 마음에도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바람은 네 마음속 텅 빈 구멍을 휘돌며 네게 속삭였다. 나는 영원히 나의 반쪽을 찾지 못할 거라고, 평생을 외롭게 살다가 외롭게 죽을 거라고. 길 위에서 보낸 10년의 세월처럼 갈피를 잡을 수 없이 휘날리는 낙엽을 밟으며, 너는 인적 없는 거리를 오래 걸었다. 너를 따라오는 것은 저물어가는 해가 드리운 긴 그림자뿐이었다. 광장에 있는 작은 카페 앞에서 너는 걸음을 멈추고 뜨거운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다.

밤처럼 검은 커피를 앞에 놓고 생각에 잠겨 있던 네가 무심코 고개를 들었을 때, 옆 테이블의 누군가와 시선이 마주쳤다. 멜빵바지를 입고 헤어밴드를 한 은발의 노인이었다. 턱을 괴고 있는 손등에는 늙은 나무껍질 같은 버짐이 피어 있었다. 들고 나는 소리나 기색도 없이 어느 새 거기 앉았을까, 네가 갸웃거리자 노인은 빙그레 웃었다. (중략) "알고 있으면서도 용납하지 못하는 마음이 깊은 곳에 있는 거겠지. 이생이 아니라 전생에서라도, 전생의 전생에서라도, 어쩌면 태초에는, 인간은 완전하고 완벽했을 거라는. 그런데 어쩌다 둘로 갈라져 온갖 쓸쓸함을 견디면서 외톨이로 살아가게 된 거라는." (중략) "불완전함을 채워줄 반쪽 같은 게 있을 리 있나. 세상은 그렇게 잘 만들어지지 않았어." 그는 휘청휘청 멀어졌다. 지금까지 외로웠고 이제부터 영원히 외로울 너와 불완전한 세계 위로, 완벽한 노을이 내려앉고 있다.

 


 

우리의 아픈 것들은 시간이 흘러 바람을 타고 달로 올라간다. 지구라는 환경에서 싹을 트지 못한 썩은 열매들은 환한 달까지 날아가 언젠가는 싹을 트고 말 것이다. 어느 어둡고 깊은 밤, 우리는 고개를 들어 우리가 떠나보낸 아픈 것들이 꽃잎이 되어 밤하늘을 빛내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 도서의 제목이 『달 위의 낱말들』인 것은 아닐까.

 

더 이상 찾을 길도 잃어버릴 길도 없는 곳, 희망의 빛이 가물가물 희미해지는 그곳에서 산마르코 광장의 어느 저녁을 떠올리면 좋겠다고 너는 생각한다. 네 혀끝을 감도는 순간의 맛을 느끼고 싶다고 생각한다. 낯선 이의 길고 고난한 삶이 너에게로 흘러 들어오던 그때, 세계는 아름다웠으나 너는 외로웠다. 너는 외로웠으나 세계는 아름다웠다.(p.96) - 「막장」 중에서

소원이 이루어지길 소원했던 그는 소원이 없는 삶을 소원했다. 너는 그날 소원 대신 사랑하는 이들의 이름을 썼다. 종이를 나무에 매달며 너는 생각했다. 어쩌면 소원의 나무는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지금 너의 소원이 무엇인지 묻는, 그래서 네가 지켜가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나무일 거라고.(p.159~160) - 「소원」 중에서

 

저자 : 황경신

 

부산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나는 하나의 레몬에서 시작되었다》, 《그림 같은 세상》, 《모두에게 해피엔딩》, 《초콜릿 우체국》, 《세븐틴》, 《그림 같은신화》, 《생각이 나서》, 《위로의 레시피》, 《눈을 감으면》, 《밤 열한 시》, 《반짝반짝 변주곡》, 《한입 코끼리》, 《나는 토끼처럼 귀를 기울이고 당신을 들었다》, 《국경의 도서관》, 《아마도 아스파라거스》,《생각이 나서2》, 《지워지는 것도 사랑입니까》등의 책을 펴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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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하다 - 이어령 선생과의 마지막 대화
김아타 지음 / 맥스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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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이어령하다』는 올 2월 유명을 달리하신 고(故) 이어령 선생의 영전에 바치기 위해 쓰였다. 저자 김아타는 "시(詩)가 된 인간 이어령을 '사진했다'"고 말한다. 이 표현 '사진하다'는 우리에게 익숙지 않은 단어 조합으로 '명사+하다'의 형태로써 명사에 '하다'를 붙이면 동사가 되는 우리말 특성을 잘 살린다. '공부하다' 식의 단어 조합이다. 우리 국어사전에 '사진(寫眞)하다'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책에서 사진하다는 말의 뜻과 약간의 차이가 있다. 국어사전 풀이는 '물체를 있는 모양 그대로 그려 내다'로 돼 있다. 우리말은 '하다'라는 단어가 등재돼 있다.

동사로 사용시 ① 사람이나 동물, 물체 따위가 작용을 이루다. ② 먹을 것, 입을 것, 땔감 따위를 만들거나 장만하다. ③ 표정이나 태도 따위를 짓거나 나타내다.라는 뜻으로 사용된다고 풀이돼 있다. 그러나 '하다'가 보조동사로 사용되기도 한다. ④ 앞말의 행동을 시키거나 앞말이 뜻하는 상태가 되도록 함을 나타내는 말. ⑤ 앞말의 행동을 하거나 앞말의 상태가 되기를 바람을 나타내는 말.로 사용된다. 즉 '공부하다' '노력하다' '성실하다' 따위를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사람 이름 등 고유명사 뒤에 붙여 사용하지는 않는다. 표제어 〈이어령하다〉가 낯설어지는 이유다. 저자는 예술가이다. 주로 사진을 이용하는 아티스트다. 저자는 자신의 예술 바탕에 '스스로의 혁명'에 두고 있다고 밝힌다. 서문 제목도 「〈이어령하다〉를 엽니다」이다. 다소 전위적인 느낌이 난다. 그러나 그 의미는 이어령 선생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고유명사라기보다 우리 '시대의 지성'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뜻에서 존경의 의미를 담은 것으로 독자는 해석한다.

 


 

저자 김아타는 이 책이 자신의 예술을 설명하는 내용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표현하고 있다. 책의 목적이자 취지는 이어령 선생의 유고에 대한 아쉬움과 그간 관계해온 한 사람으로서 보은의 차원에서 영전에 바치기 위해 쓰였다. 그러나 자신의 정체성을 먼저 밝히지 않고서는 자칫 독자들이 혼동을 일으킬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주력한다. 서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예술가로 살았습니다. 나를 파격했습니다. 나를 혁명했습니다. 예술가로 사는 일은 새것을 창조하는 일입니다. 파격하지 않고 새것을 창조할 수 없습니다. 혁명하지 않고 새것을 창조할 수 없습니다. 파격하고 혁명한다고 해서 거창한 일 같지만,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일상에서 새로움을 창조하는 일입니다. 그 일은 상식을 깨는 파격에서 시작됩니다. 그러나 파격은 그냥 오지 않습니다. 내적인 혁명이 따라야 합니다. 그 이유는 상식에서 벗어나기에, 상처가 수반되기에 그렇습니다. 상식은 습(習)의 내레이션입니다. 습에 물든 몸은 본능적으로 상처받지 않으려 온갖 경우의 수를 대입합니다. 나를 지배하고 있는 모든 관념이 목숨을 걸고 맹렬하게 반대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혁명하지 않으면 혁명은 불가능합니다. 스스로를 혁명하는 일은 그렇게 어렵습니다. 이 또한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래서 혀명이라 이름했습니다."

저자는 작가로 살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미친놈'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자신의 작업은 '파격'이고 '혁명'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여기에서의 혁명은 세상의 혁명으로 세상을 전복시키는 행위가 아닌 자신을 혁명할 의지이고 표현이라고 밝힌다. "스스로 혁명할 의지는 차고 넘칩니다." 자신의 작업(예술 작품) 중 〈해체 시리즈〉가 그렇고, 20세기 인간상을 유리 박스에 박싱(boxing)했던 〈더뮤지엄 프로젝트〉를 증거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렇듯 자신의 예술을 지켜왔고, 지속해 왔다. 싯다르타가 붓다가 된 장소인 인도의 부다가야에도 캔버스를 세우고 예술했고, 지구촌 어디에서도 자연해서 자연의 본성과 본능을 소외시킬 수 없다는 확신을 가졌다. 군의 포 사격장에도 캔버스를 세우고 포를 쏘았으며, 골 깊고 아름다운 강원도 인제 원시림에도 캔버스를 세웠다고 말한다. 세상의 열두 도시를 순회하며 작품했고, 모든 작업을 자연했다고 생각한다는 것. 쉽게 한마디로 표현하기에는 독자도 한계를 느끼지만 저자의 예술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OO하다'의 표현에 익숙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은 든다. 포 사격장에서의 포탄 파편에 캔버스가 산산조각이 났지만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해체가 진화한 포의 힘으로 해체됨을 목격함으로써 포의 존재 역시 자연의 일부라는 확신에 다가선다. 본성과 본능으로부터 자유로울 인간의 역사는 없기에 그렇다고 저자는 믿는다. 갈등과 야만의 역사조차도 외면할 수 없는 인간의 역사이듯이. 저자가 야만적인 포탄에 캔버스의 하얀 속살을 내놓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연에서 인간의 본성과 본능을 외면하는 것은 자연을 모독하는 일이라고 확신하기에 이른다. 저자는 이것이 〈자연하다〉의 실상이라고 밝힌다. 그러다 저자는 급기야 기존의 회화사에 충실한 일단의 무리로부터 감당하기 힘든 경고를 받았다. 〈자연하다〉를 한국에서 전시하면 한국 미술판에서 추방하겠다는 경고다. 〈자연하다〉가 미술사에 혁명한다는 이유였다고 말한다. 대한민국 예술계에서 '테러한다'는 이유로 배제되었다. 저자에게 힘든 시간이었을 것은 당연하다. 그 좌표에서 이어령 선생을 만났고, 당시 대한민국에서 선생은 지성의 상징이라고 일컬어지는 분이었다. '창조적 인간'의 대명사로 불리워지는 분이었다. 그 선생의 말씀 중에 "빅 데이터가 생명이다"라는 통찰은 저자를 감동시켰다. 거기에 선생은 "신의 영역에 도전하고 계시다."는 말씀을 주셨다고 저자는 회고한다. 그와의 인연은 그렇게 저자에게는 구원의 메시지가 되었다고 한다.

 


 

서문의 마지막 단락에서 이어령 선생에 대한 절절한 그림움이 배어 나온다. "선생을 만났습니다. 절절했습니다. 봄 속에 겨울합니다. 겨울 속에 가을합니다. 선생은 가셨지만, 연은 여전합니다. 선생과의 연은 내 의식 속에 살아 있습니다. 내 의식은 내 의지 속에 살아 있습니다. 오늘도 선생께 편지를 씁니다. 존경하는 이어령 선생님!" 이 책은 5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대화하다〉, 2부 〈편지하다〉, 3부 〈아르테논하다〉, 4부 〈얼굴하다〉, 5부 〈실존하다〉이다. 책의 시작이 선생과의 마지막 순간이었을 것 으로 보인다. 임종이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사진하기' 위해 만난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마지막 수를 놓듯, 들숨 사이 날숨 사이 말을 빚던 선생께서 당신을 사진하라 했다.

선생도, 나도, 침묵했다.

선생을 만난 지 7년, 선생은 언제나 당당했다.

한순간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듯, 우주를 지휘하듯, 때로는 온화하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당신을 통제했다.

(중략)

시(詩)가 된 인간 이어령을 사진했다. 아름다운 영혼이다.

선생은 이른 시간 동시했다. 동요했다. 시를 쓰고, 소설하고 희곡하고 평론했다. 평생을 인문의 정점에서 만다라보다 더 화려하고 섬세한 언어로 동서양을 직조했다. 그림하고 지우기를 90해를 계속했다.(p22~23)

 


 

아티스트 김아타는 이 책을 통해 ‘창조적 인간의 전형’이라는 이어령 선생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글 중 김아타는 이어령 선생을 혁명하는 사람, 어느 진영에 속하지 않았던 ‘소수를 위한 사람’이라 말한다. 자신이 촬영한 〈이어령하다〉는 이어령 선생의 다른 모든 것을 배제한 후 오직 인간 이어령의 내면을 담았다고 강조한다. 이어령 선생은 매일, 매 순간, 파격하고 혁명해 왔다고 저자는 말하며, 선생의 생명자본 시대에 대한 통찰은 앞서 언급한 대로 빅 데이터 시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화두라고 할 수 있다. AI 시대 빅데이터는 하나의 생명이나 다름 없으며 이는 이어령 선생이 주창한 생명자본주의와도 맥이 닿아 있다.

우리는 때로 ‘길을 가라’라는 말을 듣는다. 길은 사람들이 이동하는 곳이다. 많은 사람이 가장 편하다고 생각하는 지점이 길로 발달하고, 길이 만들어지면 질수록 길은 이동을 편리하게 해준다. 그러나 길은 목적지로 가는, 한 가지 방법일 뿐이다. 비록 지도에 있지 않더라도,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가기 위해 길을 이용하지 않는다. 다름이다. 다름에 대한 존중이다. 김아타와 이어령 선생은 자신을 혁명하고 파격하여 자신만의 작업에 몰두해온 사람들이다. 두 사람은 그런 점에서 닮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어령 선생은 수십년 뒤에 선 김아타에게 “아! 내가 죽음을 앞에 두고 유일한 지기를 얻은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다른 관점으로 문화와 문명을 바라보는 사진의 거장을 향해 이어령 선생은 그렇게 말했다.

 


 

『이어령하다』에 실려 있는 두 사람의 대화는 우리에게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생명 같은 메시지들을 담고 있으며 둘의 대화는 지성과 인문, 철학과 예술 전 범주에 걸쳐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21세기 생명 자본주의와 자연의 예술, 그리고 죽음을 아우르는 지성의 오케스트라를 펼치고 있다.

우선 1부 〈대화하다〉는 아티스트 김아타가 이어령 선생의 사진을 촬영하게 된 계기를 보여준다. 김아타는 이어령 선생이 자신의 작업을 ‘신의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라는 크나큰 격려를 해준 것에 감동하며, 생각지도 못한 이어령 선생의 부탁(자신을 촬영해달라)을 받게 되는 과정을 담백하게 설명한다. 또한, 자연에 관한 철학을 설명하며 이어령 선생의 실존에 대해 질문한다. 2부 〈편지하다〉는 김아타와 이어령 선생의 철학적 대화가 주를 이룬다. 두 사람의 예술, 철학, 그리고 지성이 가득 담긴 두 사람의 편지는 감동과 감탄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본문 중 등장하는 아티스트 김아타의 자연하다-ON NATURE-를 보며 우리는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다름이란 무엇인지 등의 또 다른 예술의 경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3부 〈아르테논하다〉에는 이어령 선생의 여러 조언과 김아타의 작품, 철학, 그리고 미술관 ‘아르테논’이 등장한다. 아르테논은 아티스트 김아타가 자신의 철학이 담긴 예술 작품들을 전시한 미술관으로 그 안에 품고 있는 철학과 지성은 헤아리기 힘들다. 4부 〈얼굴하다〉에서는 두 사람의 더 깊은 대화가 이어진다. 아티스트 김아타는 ON NATURE 〈자연하다〉의 철학과 이어령 선생님을 촬영한 기법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며 인간의 내면에 관한 철학과 죽음, 그리고 진정한 ‘나’란 무엇인가 등에 관해 설명하며 독자에게 성찰의 시간을 준다. 이어령 선생 역시 김아타의 철학에 동조하며 “내가 죽음을 앞에 두고 유일한 지기를 얻은 것 같다”고 흡족해한다. 마지막 5부 〈실존하다〉에서는 이어령 선생의 지식과 혁명을 용암과 마그마가 솟구치는 ‘시의 화산’에 비유하며, 그의 내면과 실존에 관해 설명한다.

 


 

저자 : 김아타 (金我他)

 

현대미술의 본거지인 뉴욕의 신화가 된 아티스트 김아타는 1956년 아름다운 섬, 거제에서 출생했다. 동양사상을 예술로 승화시킨 철학하는 아티스트인 그는 2006년 뉴욕의 국제사진센터인 ICP(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개인전을 열었다. [뉴욕타임스]는 문화면 두 페이지에 이 전시를 다루면서, 김아타를 “철학적 사고가 극히 참신한 아티스트”라 소개하였다. 그는 이미 한국인 최초로 2004년 세계적인 사진 전문 출판사인 뉴욕의 애퍼처 파운데이션에서 사진집 『뮤지엄 프로젝트The Museum Project』를 발간하며 세계 사진의 역사가 되었다. 2008년 리움 삼성미술관 로댕갤러리에서 개인전과 2009년 제53회 베니스 비엔날레 초청으로, 6개월간의 특별전을 하였다. 2002년 제25회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한국관 대표 작가로 참가하였으며 2006년 베를린 슈타이들 ICP에서 『온에어ON-AIR』, 2009년 베를린 하체칸츠에서 모노그래프인 『Atta Kim』와 『ON-AIR EIGHTHOURS』 등의 사진집을 발간하였으며, 국내에서도 위즈덤하우스와 학고재 등에서 사진집과 함께 『물은 비에 젖지 않는다』라는 잠언집 등 열두 권의 책을 발간하였다. 2002년 런던 파이돈 프레스에서 꼽은 ‘세계100대 사진가’에 선정됐으며 2010년 프랑스의 로레알 파운데이션에서 인류 10만 년 역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품을 책으로 제작한 『100,000 Years of Beauty』에 작품이 수록되었다. 그리고 2010, 2011년 두 권의 미국 교과서에 작품이 수록되었으며, 2008년 조선일보 주최 ‘100년 후에도 잊히지 않을 미술작가 10인’ 에 선정되었다. 그의 작품은 빌게이츠의 Microsoft Art Collection, The Museum of Fine Arts, Houston, The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Hood Museum at Dartmouth College, 국립현대미술관, 리움 삼성미술관, 선재미술관 등 많은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또한 그는 이명동 사진상과 동강 사진상, 하종현 미술상, 제1회 하남 국제사진페스티벌 국제사진가상, 사진예술사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하였다.

그의 작품들은 현대사진의 역사를 만들어왔으며, 특히 전 세계 역사적인 열세 도시를 주유하며 도시마다 1만 컷의 사진을 촬영하여 하나로 만든 온에어 프로젝트 ‘인달라 시리즈’는 사진을 새로운 차원으로 승화시킨 동양사상의 핵심을 다룬 작품이다. 그는 2010년부터 사진 표현의 영역을 초월하여 예술사에 전례가 없는 자연이 스스로 그림을 그리는 글로벌 프로젝트 〈자연드로잉The Project - Drawing of Nature〉을 진행하며 예술사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다. 경기도 여주에 사유와 성찰의 공간 '아르테논(Arthenon)'을 조성하였다. 아르테논은 손녀세대를 위한 공간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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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보832의 아트 컬렉팅 비밀노트 - 컬렉터가 알려주는 미술 시장 생존 법칙
터보832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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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그림을 좋아하지만 한 번도 '사고파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물론 소더비 등 유명 경매시장에서 그림값이 매겨지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긴 하지만... 하지만 뉴스에 나온 것들은 대체로 유명한 그림들이기 때문에 값에 놀라기만 했지 어차피 소장하고 싶은 생각이 아니었으니 흥밋거리 정도로만 생각했다. 예술품을 수집하는(컬렉팅) 것도 대부분 소장을 위해서라고 인식하고 있었으니 그림이 재테크의 대상이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그것은 결국 그림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나온 것이라는 생각을 이 책 『터보832의 아트 컬렉팅 비밀노트』를 보고서야 알게 됐다. 물론 컬렉터들은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란 생각에는 이견이 없다. 사고팔기 위해서는 그림을 잘 알아야 하는 게 기본 자격이 될 터이니 말이다.

사실 독자는 그림에 대해 큰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진 것도 대략 코로나19 때문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어렸을 때는 "그림을 잘 그린다"는 칭찬을 들은 적이 여러 번이어서 그림에 관심이 많았었다. 그러나 중고등학교 때부터는 입시가 그림과 멀어지는 결정적 이유가 됐다. 심지어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되자 일주일에 1시간씩 있던 음악 미술 시간은 아예 빠졌다. 그때 음대나 미대에 가려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돈이 많은 '부잣집' 아이들이었다. 학비보다는 따로 들어가는 엄청난 교습비와 유학까지 고려하지 않고서는 전공하기 힘든 과목이었다.

 


 

이 책의 저자 터보835처럼 아트 컬렉팅은 그림을 전공한 사람들이 하는 취미쯤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부자들의 고상한 취미'로 여겨졌다는 사실은 저자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예술 취미가 각광을 받을 정도로 우리나라도 경제적 능력이 커지면서 아트 컬렉팅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MZ세대가 아트 컬렉팅에 주목하면서 미술 시장의 외연이 확장되고 있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연일 보도되는 미술 시장의 호황 소식에 뜨거워진 열기가 느껴지지만, 미술 시장에 관한 많은 정보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초보 컬렉터들은 좋은 작품을 어떻게 골라야 할지 막막해한다는 것.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아트 컬렉팅의 매력에 눈을 뜬 저자도 처음 미술 시장에 뛰어들 당시 정보의 부재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고 회고한다. 이 책은 초보 컬렉터들이 미술 시장에서 허비하는 시간을 줄이고 미술품을 향유해 나갈 방법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독자처럼 취미로만 예술을 대하는 사람과 달리 아트 컬렉팅에 뛰어들고 싶지만 미술 시장이 낯설어 머뭇거리던 초보 컬렉터들에게는 교과서로 삼아도 될 만한 풍부한 지침서 같기도 하다. 또 컬렉팅의 세계에 발은 들였으나 가치 있는 작품이 무엇인지, 어디서 누구에게 구매해야하는지 자세히 알지 못했던 컬렉터들에게도 유용한 책이 되리라 독자는 믿는다.

 


 

취미로, 그냥 좋아서 그림을 대하는 것은 그야말로 감상 수준에 만족하지만, 컬렉터로서 그림을 대하는 사람은 그 이외에 화가의 그림을 감상만 해서는 안 되고, 미술평론가 이상의 관심과 분석이 가능해야 할 것처럼 보인다. 미술평론만 하더라도 미술뿐만 아니라 철학이나 사상, 흐름, 그림값 등 대단히 민감하고 세부적인 것까지도 들여다보고 제대로 짚어낼 만한 안목을 키워야 한다는 사실도 이 책을 보고서야 알았다. 만일 독자에게 2020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화가는 누구일까?라는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면 독자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다. 아마 독자처럼 대부분의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미술책에서 보던 레오나르도 다빈치, 파블로 피카소 등 유명 화가의 이름을 댄다면 아트 컬렉터로서는 초보이거나 아예 자격이 없는 사람이 관심을 갖고 있는 정도로 판단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 아트 컬렉터로서 저자는 하늘의 별처럼 손에 닿을 수 없는 위치에 오른 거장의 작품보다는 동시대를 살아가며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작가의 작품을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떠오르는 별이 될 작가가 누군인가 하는 물음에 저자는 아모아코 보아포, 사라 휴즈, 하비에르 카예하 등 세계 곳곳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작가 13명을 소개한다. 이들의 이름과 작품이 지금은 낯설게 느껴지더라도 앞으로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릴 것이란 설명이다. 독자는 생전 처음 들어본 이름이다. 지금이라도 유능한 아트 컬렉터를 책으로나마 만나게 돼 좋아하는 미술의 지식과 안목을 높일 수 있게 됨에 감사드린다.

 


 

저자는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된 이후부터는 미술사와 미학 공부는 물론 철학과 미술 시장에 대한 정보도 수집하는 데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한다. 특유의 부지런함과 열정으로 점차 많은 갤러리와 아트딜러 그리고 컬렉터들과 교류하며 빠르게 미술계의 관습, 시장, 네트워크 등에 적응해 나갔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그간 경험한 미술품 컬렉팅 세계에는 '숫자로 환원'되지 않는 수많은 요소가 있다. 미술 시장은 근본적으로 '네트워크 경쟁'이기도 하고 이너서클(Inner Circle) 에 들어가지 못하면 접근하기 힘든 폐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폐쇄적인 미술 시장에 접근하는 데 있어 미리 경험한 사람들의 지식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

어떤 분야든 자신이 가진 돈의 상당 부분을 직접 투입해보지 않은 사람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한 번도 건물을 사보지 않은 사람이 건물 투자를 권하는 것과 같고 주식으로 돈을 벌어보지 아니한 사람이 주식 고수인 척을 하며 강의하는 것과 같다. 호황기에는 '아트테크 복음서'를 전파하는 수많은 책이 출판되지만 정작 자신의 상당한 돈을 직접 투자해 구입해본 사람들은 거의 없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란다. '소중한 자신의 상당한 돈'을 투입해야 더 치열하게 그리고 더 깊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 독자로서는 처음 듣는 말이지만 "미술 시장을 이해하는 첫걸음은 글이 아니라 첫 구매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괜히 생기는 게 아니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특히 많은 초보 컬렉터들이 미술 시장에 처음 진입한 후 사기를 당하고, 같은 작품을 훨씬 비싸게 구입하기도 한다는 것. 이뿐만 아니라 시장의 구조를 악용하는 컬렉터, 미술 중개상들에게 초보 컬렉터에게는 좋은 먹잇감이다. 미술 세계에서는 매년 발생하는 위작 시비뿐 아니라 시장의 시세보다 몇 억이나 더 비싸게 주고 구매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고 조언한다.

 


 

이 책은 모두 4개의 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컬렉팅이 가진 무한한 매력 속으로〉, 2부 〈미술 시장의 원리와 특수성〉, 3부 〈미술품 컬렉팅하기 좋은 날〉, 4부 〈급부상하는 국내 미술 시장〉이다. 1부는 「미술 컬렉팅에 빠지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2부는 「1차 시장과 2차 시장」, 「경매 시장의 특수성」, 「갤러리에서 구입할 때 특이한 점」, 「미술품 자산이 다른 자산과 다른 점」에 대해 각각의 장(章)을 마련해 말한다. 또 3부는 「미술 컬렉팅 시작 전 준비운동」, 「미술 시장에서 첫 작품 사기」, 「구입한 작품은 어떻게 판매해야 할까?」, 「컬렉팅에서 간과하기 쉬운 것」 등을 세심하게 안내한다. 마지막 4부에서는 「거래가액 1조 원 시대를 맞이한 국내 미술 시장」, 「국내 경매 트렌드 분석」, 「미술 시장에서 돋보이는 4가지 키워드」에 대해 자세하게 말한다.

세계의 부자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미술품을 구매하는 것일까? 저자의 경우 미술품 컬렉팅을 하면서 가진 근본적인 질문의 출발점이라고 한다. 사람마다 어디에 더 가중치를 두느냐에 차이는 있지만 모든 컬렉터들이 미술품 컬렉팅을 하는 이유는 크게 4가지 목적이 뒤섞여 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① 투자 자산적 성격 ② 미학적 즐거움 ③ 상류 사회로의 열망과 사회적 교류 ④ 공공성과 사회적 공헌 등이다. 투자 자산적 성격을 띠고, 작품 자체에 미학적 즐거움과 감동을 느낄 수 있고, 사회문화적으로 교류하는 데 탁월하게 작용하며, 공공을 위해 헌신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쉽게 이해되도록 저자는 책에 풀어쓰고 있다. 관심 있는 독자들은 꼭 읽어보기를 권유한다.

 


 

이 밖에 이 책에서는 미술품은 '리세일 금지 조항'과 '이익 공유 조항'이 있다고 강조한다. 최근 국내외 갤러리에서는 판매조건으로 3년에서 5년간 재판매를 금지하는 조항을 추가하기 시작했으며 해외 갤러리를 중심으로는 컬렉터가 구입한 작품을 재판매할 때 얼마의 이익을 얻었는지 갤러리와 공유하는 조항을 판매조건으로 내세운다. 갤러리에서 왜 이런 조항을 추가하기 시작했으며, 왜 작품을 판매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이후까지 생각하는 것일까? 저자는 미술 시장이 가진 특이점과 변화하는 국내외 미술 시장의 판매방식에 대해서도 2부에서 집중 조명한다.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은 배가 된다. 겉으로 드러난 정보가 빈약하고 폐쇄성이 짙은 미술 시장에서는 정보와 지식을 나눠줄 수 있는 컬렉터가 서로에게 큰 힘이 된다. 이러한 사실을 알기에 저자는 여러 컬렉터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들 역시 초보 컬렉터 시절을 보냈고, 수없이 많은 고민 끝에 자신만의 컬렉팅 기준과 컬렉팅 가이드를 세웠다. 초보 컬렉터가 고민하는 것을 먼저 고민하고 저마다의 답을 찾은 이들의 이야기는 해답을 얻고자 하는 초보 컬렉터에게 큰 위안이 될 것이다.

 

저자 : 터보832

 

대학에서 인문학을 공부, 2009년 한국공인회계사(KICPA)에 합격했다.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하다가 자동차 제조 업체로 자리를 옮긴 후 자동차의 매력에 반해 자동자 직수입 회사를 차렸다. 이를 계기로 창업과 투자에 눈을 떠 부동산 투자 회사 등 여러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터보832에서 자동차와 부동산, 미술 등을 주제로 소통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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