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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보832의 아트 컬렉팅 비밀노트 - 컬렉터가 알려주는 미술 시장 생존 법칙
터보832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2년 8월
평점 :
독자는 그림을 좋아하지만 한 번도 '사고파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물론 소더비 등 유명 경매시장에서 그림값이 매겨지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긴 하지만... 하지만 뉴스에 나온 것들은 대체로 유명한 그림들이기 때문에 값에 놀라기만 했지 어차피 소장하고 싶은 생각이 아니었으니 흥밋거리 정도로만 생각했다. 예술품을 수집하는(컬렉팅) 것도 대부분 소장을 위해서라고 인식하고 있었으니 그림이 재테크의 대상이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그것은 결국 그림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나온 것이라는 생각을 이 책 『터보832의 아트 컬렉팅 비밀노트』를 보고서야 알게 됐다. 물론 컬렉터들은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란 생각에는 이견이 없다. 사고팔기 위해서는 그림을 잘 알아야 하는 게 기본 자격이 될 터이니 말이다.
사실 독자는 그림에 대해 큰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진 것도 대략 코로나19 때문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어렸을 때는 "그림을 잘 그린다"는 칭찬을 들은 적이 여러 번이어서 그림에 관심이 많았었다. 그러나 중고등학교 때부터는 입시가 그림과 멀어지는 결정적 이유가 됐다. 심지어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되자 일주일에 1시간씩 있던 음악 미술 시간은 아예 빠졌다. 그때 음대나 미대에 가려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돈이 많은 '부잣집' 아이들이었다. 학비보다는 따로 들어가는 엄청난 교습비와 유학까지 고려하지 않고서는 전공하기 힘든 과목이었다.
이 책의 저자 터보835처럼 아트 컬렉팅은 그림을 전공한 사람들이 하는 취미쯤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부자들의 고상한 취미'로 여겨졌다는 사실은 저자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예술 취미가 각광을 받을 정도로 우리나라도 경제적 능력이 커지면서 아트 컬렉팅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MZ세대가 아트 컬렉팅에 주목하면서 미술 시장의 외연이 확장되고 있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그렇지만 연일 보도되는 미술 시장의 호황 소식에 뜨거워진 열기가 느껴지지만, 미술 시장에 관한 많은 정보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초보 컬렉터들은 좋은 작품을 어떻게 골라야 할지 막막해한다는 것.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아트 컬렉팅의 매력에 눈을 뜬 저자도 처음 미술 시장에 뛰어들 당시 정보의 부재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고 회고한다. 이 책은 초보 컬렉터들이 미술 시장에서 허비하는 시간을 줄이고 미술품을 향유해 나갈 방법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독자처럼 취미로만 예술을 대하는 사람과 달리 아트 컬렉팅에 뛰어들고 싶지만 미술 시장이 낯설어 머뭇거리던 초보 컬렉터들에게는 교과서로 삼아도 될 만한 풍부한 지침서 같기도 하다. 또 컬렉팅의 세계에 발은 들였으나 가치 있는 작품이 무엇인지, 어디서 누구에게 구매해야하는지 자세히 알지 못했던 컬렉터들에게도 유용한 책이 되리라 독자는 믿는다.
취미로, 그냥 좋아서 그림을 대하는 것은 그야말로 감상 수준에 만족하지만, 컬렉터로서 그림을 대하는 사람은 그 이외에 화가의 그림을 감상만 해서는 안 되고, 미술평론가 이상의 관심과 분석이 가능해야 할 것처럼 보인다. 미술평론만 하더라도 미술뿐만 아니라 철학이나 사상, 흐름, 그림값 등 대단히 민감하고 세부적인 것까지도 들여다보고 제대로 짚어낼 만한 안목을 키워야 한다는 사실도 이 책을 보고서야 알았다. 만일 독자에게 2020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화가는 누구일까?라는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면 독자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다. 아마 독자처럼 대부분의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미술책에서 보던 레오나르도 다빈치, 파블로 피카소 등 유명 화가의 이름을 댄다면 아트 컬렉터로서는 초보이거나 아예 자격이 없는 사람이 관심을 갖고 있는 정도로 판단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 아트 컬렉터로서 저자는 하늘의 별처럼 손에 닿을 수 없는 위치에 오른 거장의 작품보다는 동시대를 살아가며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작가의 작품을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떠오르는 별이 될 작가가 누군인가 하는 물음에 저자는 아모아코 보아포, 사라 휴즈, 하비에르 카예하 등 세계 곳곳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작가 13명을 소개한다. 이들의 이름과 작품이 지금은 낯설게 느껴지더라도 앞으로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릴 것이란 설명이다. 독자는 생전 처음 들어본 이름이다. 지금이라도 유능한 아트 컬렉터를 책으로나마 만나게 돼 좋아하는 미술의 지식과 안목을 높일 수 있게 됨에 감사드린다.
저자는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된 이후부터는 미술사와 미학 공부는 물론 철학과 미술 시장에 대한 정보도 수집하는 데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한다. 특유의 부지런함과 열정으로 점차 많은 갤러리와 아트딜러 그리고 컬렉터들과 교류하며 빠르게 미술계의 관습, 시장, 네트워크 등에 적응해 나갔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그간 경험한 미술품 컬렉팅 세계에는 '숫자로 환원'되지 않는 수많은 요소가 있다. 미술 시장은 근본적으로 '네트워크 경쟁'이기도 하고 이너서클(Inner Circle) 에 들어가지 못하면 접근하기 힘든 폐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폐쇄적인 미술 시장에 접근하는 데 있어 미리 경험한 사람들의 지식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
어떤 분야든 자신이 가진 돈의 상당 부분을 직접 투입해보지 않은 사람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한 번도 건물을 사보지 않은 사람이 건물 투자를 권하는 것과 같고 주식으로 돈을 벌어보지 아니한 사람이 주식 고수인 척을 하며 강의하는 것과 같다. 호황기에는 '아트테크 복음서'를 전파하는 수많은 책이 출판되지만 정작 자신의 상당한 돈을 직접 투자해 구입해본 사람들은 거의 없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란다. '소중한 자신의 상당한 돈'을 투입해야 더 치열하게 그리고 더 깊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 독자로서는 처음 듣는 말이지만 "미술 시장을 이해하는 첫걸음은 글이 아니라 첫 구매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괜히 생기는 게 아니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특히 많은 초보 컬렉터들이 미술 시장에 처음 진입한 후 사기를 당하고, 같은 작품을 훨씬 비싸게 구입하기도 한다는 것. 이뿐만 아니라 시장의 구조를 악용하는 컬렉터, 미술 중개상들에게 초보 컬렉터에게는 좋은 먹잇감이다. 미술 세계에서는 매년 발생하는 위작 시비뿐 아니라 시장의 시세보다 몇 억이나 더 비싸게 주고 구매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고 조언한다.
이 책은 모두 4개의 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컬렉팅이 가진 무한한 매력 속으로〉, 2부 〈미술 시장의 원리와 특수성〉, 3부 〈미술품 컬렉팅하기 좋은 날〉, 4부 〈급부상하는 국내 미술 시장〉이다. 1부는 「미술 컬렉팅에 빠지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2부는 「1차 시장과 2차 시장」, 「경매 시장의 특수성」, 「갤러리에서 구입할 때 특이한 점」, 「미술품 자산이 다른 자산과 다른 점」에 대해 각각의 장(章)을 마련해 말한다. 또 3부는 「미술 컬렉팅 시작 전 준비운동」, 「미술 시장에서 첫 작품 사기」, 「구입한 작품은 어떻게 판매해야 할까?」, 「컬렉팅에서 간과하기 쉬운 것」 등을 세심하게 안내한다. 마지막 4부에서는 「거래가액 1조 원 시대를 맞이한 국내 미술 시장」, 「국내 경매 트렌드 분석」, 「미술 시장에서 돋보이는 4가지 키워드」에 대해 자세하게 말한다.
세계의 부자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미술품을 구매하는 것일까? 저자의 경우 미술품 컬렉팅을 하면서 가진 근본적인 질문의 출발점이라고 한다. 사람마다 어디에 더 가중치를 두느냐에 차이는 있지만 모든 컬렉터들이 미술품 컬렉팅을 하는 이유는 크게 4가지 목적이 뒤섞여 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① 투자 자산적 성격 ② 미학적 즐거움 ③ 상류 사회로의 열망과 사회적 교류 ④ 공공성과 사회적 공헌 등이다. 투자 자산적 성격을 띠고, 작품 자체에 미학적 즐거움과 감동을 느낄 수 있고, 사회문화적으로 교류하는 데 탁월하게 작용하며, 공공을 위해 헌신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쉽게 이해되도록 저자는 책에 풀어쓰고 있다. 관심 있는 독자들은 꼭 읽어보기를 권유한다.
이 밖에 이 책에서는 미술품은 '리세일 금지 조항'과 '이익 공유 조항'이 있다고 강조한다. 최근 국내외 갤러리에서는 판매조건으로 3년에서 5년간 재판매를 금지하는 조항을 추가하기 시작했으며 해외 갤러리를 중심으로는 컬렉터가 구입한 작품을 재판매할 때 얼마의 이익을 얻었는지 갤러리와 공유하는 조항을 판매조건으로 내세운다. 갤러리에서 왜 이런 조항을 추가하기 시작했으며, 왜 작품을 판매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이후까지 생각하는 것일까? 저자는 미술 시장이 가진 특이점과 변화하는 국내외 미술 시장의 판매방식에 대해서도 2부에서 집중 조명한다.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은 배가 된다. 겉으로 드러난 정보가 빈약하고 폐쇄성이 짙은 미술 시장에서는 정보와 지식을 나눠줄 수 있는 컬렉터가 서로에게 큰 힘이 된다. 이러한 사실을 알기에 저자는 여러 컬렉터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들 역시 초보 컬렉터 시절을 보냈고, 수없이 많은 고민 끝에 자신만의 컬렉팅 기준과 컬렉팅 가이드를 세웠다. 초보 컬렉터가 고민하는 것을 먼저 고민하고 저마다의 답을 찾은 이들의 이야기는 해답을 얻고자 하는 초보 컬렉터에게 큰 위안이 될 것이다.
저자 : 터보832
대학에서 인문학을 공부, 2009년 한국공인회계사(KICPA)에 합격했다.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하다가 자동차 제조 업체로 자리를 옮긴 후 자동차의 매력에 반해 자동자 직수입 회사를 차렸다. 이를 계기로 창업과 투자에 눈을 떠 부동산 투자 회사 등 여러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터보832에서 자동차와 부동산, 미술 등을 주제로 소통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