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부터는 알아서 척척, 건강해지는 착한 몸은 없다 - 건강하게 천천히 늙고, 오래 사는 법!
황윤신 지음 / 스마트비즈니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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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내 생활에 최적화된다. 하지만 50부터는 골치만 띵해도 병원에 가고, 배가 더부룩하기만 해도 의사에게 진찰을 받아야 맞다. 습관성 질병은 오랫동안 길들여져 생긴 병이다. 치료도 오래 걸린다. 꾸준히 노력하면 어느 정도 치료가 가능하다. 예방이 최선의 치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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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부터는 알아서 척척, 건강해지는 착한 몸은 없다 - 건강하게 천천히 늙고, 오래 사는 법!
황윤신 지음 / 스마트비즈니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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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50부터는 알아서 척척, 건강해지는 착한 몸은 없다』는 한의학 서적이다. 한의학은 의사의 진찰 후 한방 치료를 하는 우리 고유의 의학을 말한다. 우리가 잘 아는 『동의보감』의 저자 허준 선생이 치료제 등을 개발 집대성했고, 사상체질의 창안자 이제마 선생이 순수한 한국의 의학이라고 한다. 이를 꾸준히 연구 발전시켜온 분들이 뒤를 이은 한의사들이다. 정식으로 대학에서 가르치지 않았지만 그 효용성 등은 일부 확인됐고, 이를 바탕으로 대학 설립하며 체계적인 한의사를 배출하면서 한의학도 꽤 치료율이 높은 의학으로 발돋움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특히 한의학의 약재를 혼용해 만든 건강 음료라든지 간단한 치료제 등은 우리 국민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과학적 치료 방법과 해부학 등 연구에 힘입은 서양의학을 따라가지는 못한 것 같다. 과학적인 연구로 무장한 서양의학에 비해 한의학은 대체로 한의사의 치료 경험을 통해 축적된 범위에서 발전하다보니 속도가 느려진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한의학 치료 서적이라기보다는 국민 건강에 크게 해가 되고 누구나 쉽게 걸릴 수 있는 고혈압과 당뇨, 관절염 등에 대한 환자들의 고통 완화와 질병 치료 등에 조언을 주고 있다. 한의사인 저자 황윤신은 책을 통해 우리가 생활하면서 많이 갖게 되는 고통의 질병, 잘못된 습관으로 생기는 질병 등에 대해 예방법과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한 스트레칭 등의 방법에 대해 집중 설명한다. 현대인의 성인병으로 불리우는 고혈압, 당뇨병 등이 이에 해당된다. 저자는 한의사로 치료하면서 환자의 고통을 깊게 공감하지만 치료에는 한계가 있는 것은 습관성 질병은 병을 얻기에도 오래 걸리는 만큼 치료도 단숨에 할 수 없다는 점도 말한다.

 


 

어디가 좀 불편해도 ‘산다는 것은 조금씩 불편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에 우리는 길들여졌을까? 그런 것에 이골이 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닌 데도 그렇다. 그러나 이제는 좀 엄살도 부려야 한다. 골치만 띵해도 병원에 가고, 배가 더부룩하기만 해도 의사에게 진찰을 받아야 맞다. 병원에 가면 검사를 할 것이다. 왜 골치가 아픈가? 왜 속이 더부룩할까? 그 원인을 따져서 적절하게 진단을 내릴 것이다. 모든 병은 골치가 띵하는 일로부터 시작이 되고, 속이 더부룩한 데서부터 점점 커진다. 그러나 버릇이 되어서 참는다. 참고 또 참는다. 참지 않으면 자발스럽고, 방정맞다고 생각하는 것에 버릇이 들어 있다. 이제 그러지 말자! 산다는 것은 ‘조금씩 불편한 것’이 절대 아니다. 살아 있는 시간이 편하고, 즐거워야 하고, 보람 있어야 한다. 골치가 띵한가? 속이 더부룩한가? 이제 몸부터 챙기자! 알아서 척척, 그냥 건강해지는 착한 몸은 없다. 건강하게 천천히 늙고, 오래 살기 위해서는 육신이 편해야 한다. 이런 일들을 의사니까 예민한 걸거야. 우리는 그런 것을 잘 참고 넘어가도 뒤탈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몸이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절대 좋은 일이 아니다고 주장한다.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이 어디 마음뿐일까? 나이가 들수록 몸도 예전처럼, 내 맘처럼 움직여 주지 않는다. 우리는 몸이라는 물리적 한계 속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기에, 건강했던 때를 그리워하게 된다. 그래서 흔하게 들리는 말이 “왕년엔 말이야.”입니다. ‘왕년’은 내가 한창 잘나가던 시절의 이야기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내가 멋있었단 걸,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왕년엔 나도 배에 왕(王)자 있었어.” “예전엔 마라톤 완주하곤 했는데.” “한창땐 눈 덮인 한라산을 단숨에 올랐지.” 이런 말들은 “지금의 나는…….”이라는 말이 뒤에 함축된 듯하고 저자는 말한다. “지금의 나는 못하지만, 그래도 예전에 나는 이러이러했다.”라는 말은 지금의 내 몸이 정상이 아니라는 말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니까 의사다.

 

 

사실 저자는 저는 이런 ‘왕년에~’로 시작하는 말들이 나쁘게만 느끼지 않는다고 털어놓는다. 이 말이 몸과의 대화를 트는 물꼬가 되기 때문이다. 지금 내 몸이 예전과 다름을 인지하는 것, 바로 이것이 몸과 하는 첫 번째 대화라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가 돌아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알 수 있게 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환자를 치료하다 보면 어디까지를 치료 완료 시점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환자와 저자 사이의 입장 차이를 느끼게 된다고 귀띔한다. 저자는 일상생활의 가능함을 목표로 한다면, 환자분은 ‘왕년’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는 것. 왕년은 갈 수 없는 과거이자, 내가 기억하는 나의 최상의 날이다. 내가 기억하는 왕년으로 몸을 회복하려면, 내가 아팠던 기간을 뛰어넘을 정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상으로 돌아가는 정도라면 적은 노력으로도 충분하다. 저자는 그걸 바라고 있다. 당신이 왕년의 어느 날이 아니라, 몸을 지탱할 수 있고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건강 말이다.

"왕년을 이야기할 만큼 당신이 과거의 몸에 대해서 생각해봤다면, 그만큼 건강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몸이 나에게 말을 걸 때 더 늦지 않게 나를 돌봐 주는 것, 그것이 우리 이야기의 시작이 될 겁니다. 왕년의 나를 돌아보고 현재의 나를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만드는 몸과의 대화를 시작하지요."

“우리 몸은 나이를 먹고 약해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몸은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내 생활에 최적화됩니다. 내 몸은 내가 살아온 결과물인 것이지요. 내가 하는 하루의 생각, 표정, 행동 등 모든 활동의 산물입니다.”(p.78)

 


 

저자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공습으로 런던은 폭격을 당했고, 수많은 전쟁고아들이 생겼났다. 영국 정부에서는 아이들을 모아서 임시 보호 시설을 마련했다. 그리고는 영국의 소아과, 정신과 의사인 위니캇에게 현재 상황에서 아이들을 위해 반드시 해줘야 할 최소한의 조치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위니캇은 양질의 식사를 제때에 제공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설명한 식사의 목적은 신체적 건강을 넘어, 정서적인 안정감을 제공하는 데 있다. 따뜻한 식사를 한다는 것은 따듯한 감정을 먹는 것이다. 가장 간단하지만 가장 효과적으로, 나 자신을 돌봐 줄 수 있는 비결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렸을 땐 부모님이 해주는 집밥 먹고 살다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밖에서 먹는 일이 많아진다. 밖에서 먹는 일이 많아지면서 하나씩 새롭게 느끼는 것들이 있다. 배는 부른데 마음이 부르지 않다는 걸 말이다. 소화가 안 되고 기분이 나쁜, 먹을 땐 좋았는데 조금 있으면 피곤한, 칼로리는 채웠는데 에너지는 채우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다. 그래서 잘 먹는 방법을 찾으러 다니곤 한다. 그런데 맛있는 음식은 너무나 유혹적이고, 사람들이 건강하게 먹어야 한다는 식단은 너무나 고역인 경우가 많다.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그럼 우리는 그 사이를 매번 널뛰기를 한다. 어떤 날은 꾹 참고 몸에 좋은 걸 먹다가, 어떤 날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폭식을 한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은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잘 먹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좋은 음식과 몸의 건강에 대해서도 알아보는 것은 건강과 장수를 위해 필수불가결의 요인이다. 저자는 먹는다는 것을 다시 죄책감 없는 행복으로 돌리는 이야기도 독자들에게 전해준다. 한편으론 이 책을 통해 함께 고민하면서 ‘나를 잘 먹이는 방법’을 배워보는 이유가 될 것이다.

 


 

우리의 일상 건강 중에는 '잠' 또한 필수불가결의 요인이다. 국어사전에서는 ‘눈이 감긴 채 의식 활동이 쉬는 상태’라고 정의한다. 잠은 쉼이다. 잠은 무의식의 세계다. 잠을 잔다는 것은 무의식으로 떠나는 여행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 몸에 충분한 휴식을 주는 것이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음양의 이치를 통해 이를 설명한다. 둘이지만 둘이 아니고, 하나지만 하나가 아닌 것을 우리는 음양으로 표현한다. 밤이 있어야 낮이 존재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빛이 있어야 그늘이 존재한다. 이를 서로 대대한다고 한다. 서로가 있어야 각자도 의미가 있다. 잠은 의식과 무의식에서, 무의식의 가장 큰 부분을 담당한다. 그러니 잠을 아는 것은 나의 빙하 아랫부분을 아는 것과 같습니다. 잠을 잘 잔다는 것은 의식을 잘 활용하기 위해 무의식을 잘 알아주겠다는 의미이다. 나의 의식을 위해서 무의식을 아는 게 필요하다. 내가 의식하는 것보다 내가 모르는 무의식이 하는 일들이 꽤 많다. 무의식을 알아야 진짜 나를 아는 것과 같다. 어떻게 낮에 잘 활동할 것인가를 알려면 잠 이야기가 필수이다. 우선 내가 어떻게 자는 사람인가를 알아야 한다. 내가 하루 몇 시간 자야 하고, 몇 시에 자야 좋은지 알아야 한다.

그다음은 잠을 잘 자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책을 통해 설명을 듣는다. 잠을 잘 자지 못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잠을 자려고 누우면 잡생각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 생각들을 줄이기 위해서 내 마음을 1g씩 가볍게 하는 방법도 알아본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 많이 잔다고 피곤하지 않는 게 아니다. 자는 시간은 많은데 왜 피곤한지 이야기도 해준다. 몸과 마음이 편해야 생활을 잘 유지할 수 있다. 그 방법도 이 책에서 자세히 설명해준다. 물론 그림과 도표 등 필요하면 어떤 것이라도 갖다 쓸 기세다.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잠과 활동이 음양의 양면을 이룬다면 몸에 대대되는 것은 마음이다. 이에 따라 우리의 마음을 우리가 알아주는 이야기도 함께 해본다. 내가 왜 이러나 싶을 때, 어떻게 해야 나를 이해할 수 있는지 안다면 쉽게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몸과 마음, 잠과 활동, 그 모두를 이해하기 위하여 'ON-OFF 스위치'에 비유해 역설한다.

 


 

일기예보는 오늘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어떤 일을 계획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만약 세차하려고 준비했는데, 그날 비가 온다면 다른 일을 할 것이다. 날씨는 우리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날씨는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다. 슈퍼컴퓨터로 무장한 기상청의 예측은 굉장히 정확해졌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날씨 예보가 딱딱 들어맞을 때를 생각해보면 신기하기조차 하다. 이는 예상한 것을 스스로 이룰 수 있다는 느낌이 ‘자기 효능감’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경험하게 해준다. 그런 점에서 날씨를 안다는 것만으로도 내가 나를 평가할 때 좋은 점수를 주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날씨를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하게, 자기 효능감을 올리는 지표가 있다.

바로 ‘나’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나의 기분 상태, 몸의 상태, 그리고 체력까지 예측할 수 있다면 삶이 한층 다채로워진다. 그런데 이런 나에 대해서는 아무도 예보해주지 않는다. 나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나조차도 나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친구와 가족이 아무리 관심을 가져준다고 해도 나의 24시간을 모두 알 수 없다. 나의 장점도 단점도 모두 아는 존재는 나밖에 없다. 오직 나만이 온전히 나를 알 수 있다. 그래서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위로할 수 있는 것은 가족도 친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을 이해하고, 알고 싶어 한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묻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을 아는 것에 대해서는 코끼리를 만지는 장님이다. 단지 일부분으로 전체를 이해한 것처럼 속단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전체 속에서 세세한 것을 읽어 내고, 세세한 것을 통해서 전체를 살펴봐야 하는데 쉽지 않다. 그래서 기록이 필요하다. 꼼꼼히 기록하는 것보다는 꾸준히 기록하는 것, 그리고 그 기록을 다시 꺼내 보는 게 중요하다. 그 기록이 내가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삶의 방향을 정하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나를 기록하고 분석하고 알아가는 과정을 ‘나 탐구생활’이라고 부른다. 나에 대해서 기록하는 방법도 이 책에서 알려준다. 그리고 그 기록들로 어떻게 나를 알아갈 수 있는지도 함께 말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나에 대해서 기록하기, 기록 분석하기, 그것을 기반으로 피드백을 받아서 나의 삶을 건강하게 이끌어 가기이다. 우리는 누구나 그렇게는 할 수 있다. 그런 연습을 하다 보면 분명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우리 앞에 펼쳐질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몸이 나에게 말을 걸다〉, 2부 〈나 잘 먹이고, 잘 싸는 법〉, 3부 〈잠, 나의 ON-OFF 스위치〉, 4부 〈나 탐구생활〉이다. 각 부에는 우리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각종 전조 증상과 실제 치료를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말한다. 특히 통증, 오십견, 자세, 자연스러운 약화 등에 대해 개괄적으로 설명한다. 2부는 당뇨와 혈압 등 음식과 건강에 관한 문제를 썼다. 대개는 '습관병'이고 예방과 치료를 위해 식습관이나 각종 자세의 개선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언급한다. 3부는 주로 '잠'과의 관계, 그리고 마음을 다룬다. 마지막 4부는 앞서 언급한 대로 '나'에 대해 확실하고 자세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 : 황윤신

 

딸 같은 수다쟁이 한의사다. 엄마와 누워서 수다를 떠는 게 가장 즐거웠던 딸이, 환자와 대화하는 게 가장 즐거운 한의사가 되었다. 어려서부터 몸이 약해 습관처럼 아팠다. 그래서 삶이 안 아플 수 없더라도 어떻게 하면 덜 아프고 건강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그 해답을 한의학에서 찾았다. 그리고 지금도 최소한의 건강을 위한 가장 간단하고 쉬운 방법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완성형은 아니지만 해답을 찾는 과정 속에서 얻은 것들을 소소하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오늘 하루 우리 가족이, 날 사랑해주는 사람이,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은 한의원에서 한방주치의로 일하고 있다. 아플 순 있지만 아픔 때문에 행복하지 못해선 안 된다는 마음으로, 아픔을 줄이고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하루를 산다. 그리고 그 고민을 덜 잔소리 같게 전하고 싶어, 첫 책을 편지처럼 보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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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읽는 손자병법 - 싸우지 않고 이기는 심리 전략
이동연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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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잘 읽는 독자들 가운데 그리스 로마 신화를 안 읽어본 사람은 별로 없을 듯하다. 그러나 동양고전 중 공자의 『논어』나 『손자병법』을 읽어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두 가지 모두 고전으로 꼽히는 책들이다. 고전이라고 해도 물론 책의 성격은 다르다. 그러나 이들 책이 요즘 출판돼 나오는 것을 보면 모두 자기계발로 묶을 수 있는 책들이 많다. 신화에서 스토리를 구성하는 것은 인간의 신들의 살아가는 모습이나 영웅들의 무용담 등이 주로 적혀 있지만 문학 장르로 출발하고 문학의 텍스트가 됐다. 또 예술의 전 장르에서 활용되고, 인간 삶의 모습이나 교훈을 뽑아낼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논어』나 『손자병법』도 마찬가지다. 모두 학문에 관한 학술서이지만 오늘날 자기계발에서 주로 다루어진다. 인문학적 내용이어서 그렇고, 전쟁에서의 전략·전술을 다루는 내용이어서 그럴 것이다. 특히 『손자병법』은 오늘날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는 법, 이기는 법을 다루고 있어 더 활발하게 소개되는 것 같다.

『손자병법』은 난세를 살아내려고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저자는 몰라도(?) 제목은 안다는 책이다. 제목에 저자가 새겨져 있는데도 하는 말이니 그만큼 유명한 책이라는 반증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를 외쳐본 사람 또한 부지기수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손자병법은 시대를 초월해 성공하려는 사람은 읽어야 하는 책이 되었고, 그만큼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게 손자병법이다. 하지만 손자병법 열세 장을 심리학에 바탕을 두고 현대적 관점에서 풀어낸 책은 아직 없다고 한다. 『심리학으로 읽는 손자병법』은 그동안 그리스 로마 신화, 삼국지, 고려왕조실록 등을 심리학으로 분석해온 저자 이동연이 새롭게 내놓은 책이라고 한다. 현대 전쟁에서는 심리전이 이미 중요한 전술로 자리잡았다.

 


 

춘추시대에 탄생한 손자병법은 수많은 명장에게 승리의 혜안을 주는 자료가 되었다. 저자에 따르면 손자병법을 활용해 고대의 조조가 삼국시대를 마무리했고, 근대의 나폴레옹이 유럽을 흔들었고, 마오쩌둥 역시 중국 대륙을 차지했다. 외교, 비즈니스, 스포츠 등 모든 분야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미국에서는 헨리 키신저가 외교전에 손자병법의 원리를 응용했고,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등은 손자병법을 읽으며 경영 마인드를 가다듬었다. 그만큼 손자병법 6,000여 자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인간 사회의 작동원리에 정통해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손자병법을 오늘 우리 일상에 적용할 수 있도록 현대학문인 심리학으로 재해석해 놓은 것이다.

손자병법은 전쟁 기술을 많이 담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전쟁 철학서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전쟁의 성격이 심리, 물자, 문화 등 인간 문명이 총체적으로 충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저자는 손자병법을 현대의 많은 이론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았다. 더닝 크루거 효과, 피터팬 신드롬, 그릿 지수, 파레토의 법칙, 롱테일 법칙, 무게 중심론, 솔로몬의 역설, Cross-SWOT 분석, 점화 효과, 메타 인지, 이기는 습관 등 현대 경영 이론이 이 책에 녹아 있는 이유이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라고 했을 때 손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너 자신도 알고 상대방도 알라. 그래야 백번을 싸워도 위험하지 않다”라고 했다. 그 유명한 ‘지피지기 백전불태’이다. 이 책으로 모든 독자가 나를 알고 너를 알아 백전불태를 넘어 백전백승하기를, 궁극적으로는 싸우지 않고도 이기기를 기원한다.

 


 

중국의 춘추시대 천재 전략가 손무가 지었다는 병법서 손자병법이 이 세상에 나온 지 수천 년이 지났건만 여전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비결은 무엇일까? 오늘 우리가 알고 있는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등 내로라하는 경영인뿐 아니라 후한 말 위나라의 전략가 조조, 근대 유럽의 역사를 바꾼 나폴레옹, 현대 중국 건국의 아버지 마오쩌둥은 물론 전설적인 정치가 헨리 키신저가 손에서 놓지 않았다는 이 책에는 어떤 비밀이 담겨 있을까?

손자병법은 시공을 초월해 다양한 사람의 사랑을 받다 보니 계속해서 새로운 버전이 나오고 있다. 손자병법이 그 원본이야 달라질 수 없지만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다. 『심리학으로 읽는 손자병법』은 그동안 그리스 로마 신화, 삼국지, 고려왕조실록 등을 심리학으로 분석해 온 저자가 손자병법을 심리학적 시각으로 새롭게 해석해 내놓은 독보적인 책이다. 과연 손자병법이 심리학을 만나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손자병법을 심리학적 견지에서 다룬 이 책은 단순히 병법 13가지를 해석한 것이 아니라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내용을 쏙쏙 뽑아 풀어냈다.

저자는 '머리말' 「손자병법을 심리학으로 읽다」에서 "카를 융, 알프레드 아들러, 지그문트 프로이트 등 심리학자들이 일생 동안 '사람은 무엇을 원하는가"'를 염두에 두었다면, 손자는 평생 '어떻게 하면 상호 피해를 줄이고 이길 수 있는가?'에 몰두했다. 손자나 심리학자들이나 인간의 욕구를 유기체로 본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인간의 욕구가 상호 충돌하는 것이 경쟁이고 전쟁이다. 그런 여건에서 손자는 가능하면 싸우지 말고 이겨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싸워야만 할 상황이라면? 속전속결로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한다.

 


 

저자는 손자가 '상병벌모 기차벌교 기차벌병 기하공성(上兵伐謨 其次伐交 其次伐兵 其下伐城)'이라 하여 최상의병법은 적의 모략을 분쇄하는 것이고, 다음이 적의 외교를 와해시키는 것이며, 그다음에야 전쟁을 벌이는 것이고, 최하책이 적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벌모와 벌교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며 벌병과 공성은 피 터지게 싸워야만 겨우 이기는 것이란 말이다. 책에 따르면 이 네 가지 중 벌모와 벌교야말로 완전한 심리전이다. 그래서 손자는 1장부터 '싸우기 전에 먼저 헤아리라'고 했다. 헤아릴 때 군주와 장수, 군대를 서로 비교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포위, 정면 공격, 분산 공격, 방어 위주, 전쟁 회피 등을 결정해야 한다. 이 결정에 맞는 작전을 세우되 여기에도 원칙이 있다.

작전의 원칙은 적을 이용하는 것으로, 그러려면 기선 제압이 중요하다. 여기서 우직지계(迂直之計)가 나왔다. 우(迂)로써 직(直)을 삼는다는 것으로, 적이 보기에 돌아가는 것처럼 하면서 곧바로 가는 것이다. 그러면 적은 경계심을 풀고 있다가 기습을 당해 기절초풍하게 된다. 특히 손자는 장수에게 "적의 움직임에 따르지 말고 변화의 주체자가 돼라"고 했다. 변화의 선도자가 되어야 기궤다변(奇詭多變)할 수 있고, 정세의 추이에 따라 병략과 물자의 집중과 분산, 은폐와 과시를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자는 왜 전쟁에서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고 강조했을까? 이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전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 주도권은 병력의 많고 적음에만 달린 것이 아니다. 아무리 강해도 허점이 있기 마련이며 아무리 약해도 강점이 있기 마련이다. 이를 잘 파악해서 피실격허(避實擊虛)하면 전쟁의 주도권을 쥘 수 있기 때문으로 저자는 풀이한다.

 


 

이 책은 손자병법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이다. 원본 손자병법은 모두 13편으로 이루어져 있어 이 책 역시 각 편마다 1장(章)씩 모두 13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편마다의 제목이 원본 한문인데다 어려운 한자로 이루어진 것이 있어 제목이나 원본을 한 번 읽고 무슨 뜻인지 파악하기 매우 어렵다. 더욱이 70년년대 이후는 학교 때 한자를 거의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해석하기 더욱 어려울 것이다. 저자는 이에 해석은 물론 적절한 사례를 세계사적 인물이나 사건 등을 통해 제시하고 풀이해준다. 1편 〈시계(始計)〉-「싸우기 전에 먼저 헤아려라」, 2편 〈작전(作戰)〉-「전쟁은 오래 끄는 것이 아니다」, 3편 〈모공(謨攻)〉-「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한다」, 4편 〈군형(軍形)〉-「승리의 형세를 갖추어라」, 5편 〈병세(兵勢)〉-「기세를 타라」, 6편 〈허실(虛實)〉-「승리는 인위적인 것이다」, 7편 〈군쟁(軍爭)〉-「실전에서는 주도권이 중요하다」, 8편 〈구변(九變)〉-「변화에 맞춰 묘수를 두라」, 9편 〈행군(行軍)〉-「이동과 정찰과 주둔」, 10편 〈지형(地形)〉-「지형을 숙달하고 이점을 이용하라」, 11편 〈구지(九地)〉-「입지 조건에 따른 전략」, 12편 〈화공(火功)〉-「득이 없으면 나서지 마라」, 13편 〈용간(用間)〉-「첩보전의 승자가 최후에 웃는다」 등이다.

1편 〈시계(始計)〉-「싸우기 전에 먼저 헤아려라」에서 저자는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간단한 설명을 덧붙인다. 1편(장)의 주요 내용을 압축해 놓은 것이다. "시계에서는 전쟁하기 전 마음 자세를 이야기한다. 전쟁은 나라와 백성의 존망이 걸린 일이므로 시작하기 전 먼저 신중히 따져보라는 게 손자의 기본 생각이다. 전쟁이 불가피하다면, 반드시 이길 수 있는지 정세를 철저히 분석하라고 당부한다."고 해석해준다. 이어 원문을 뜻을 직역하고 보충 설명을 통해 원문의 뜻을 오늘날 전략적 측면에서 심리적인 부분을 강조한다. 중국 역사는 물론 세계 역사에서 적용한 적절한 사례를 들고, 이를 현대인들의 성공 전략으로 사용된 사례도 빠짐없이 적었다. 3편 〈모공〉에서는 이기기 위한 꾀를 말한다. 여기서 지피지기가 나오는데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으면 가장 좋으며 전쟁은 오히려 차선책이라고 제시한다. 그릿 지수 높이기, 순서를 잡아서 공략하기, 용병술, 군주와 장수의 효율적인 역할 분담과 군주 리스크, 피터팬 신드롬과 아무리 싸워도 위태롭지 않은 비결을 알려준다. 제4편 ‘군형’에서는 군대의 형태를 이야기한다.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형세를 유리하게 갖추면 전투에서 져도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승리를 예측해도 장담하지 말고 공격뿐 아니라 수비도 주도적으로 하라고 요청한다.

 


 

또 5편 〈병세〉에서는 병사의 기세를 이야기한다. 원칙과 변칙을 병용해 융통성 있게 운용하고 강점으로 약점을 치며 대결할 때는 정면으로 하되 승리는 기습으로 이뤄내라고 한다. 공격할 때는 격류처럼, 사나운 매처럼 하며 이미지에 현혹되지 말고 외부 자극과 내면의 반응 사이에 공간을 두어 합리적으로 판단하라고 한다. 제6편 ‘허실’에서는 비어 있는 것과 실제를 다루며 무게 중심론을 이야기한다. 주도권을 쥐고 때론 당근으로, 때론 채찍으로 적을 조종해서 평정심을 깨고 적의 의표를 찔러 적이 알아채지 못하게 차별화하라고 한다. 7편 〈군쟁〉에서는 기선을 제압해 주도권을 잡으라고 이야기한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서투른 군쟁은 삼가며 풍림화산의 자세로 공격과 수비를 하고 전리품은 공정하게 분배하라고 한다. 제8편 ‘구변’에서는 아홉 가지 변화, 즉 예기치 않은 변화에 대처하라고 이야기한다.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없는 지형을 살피고 용병술에서는 여러 선택지를 고려하며 판단에 착오가 있을 수 있으니 전부나 전무는 없음을 알아야 한다.

9편 〈행군〉에서는 군대의 행동을 말한다. 군대는 행진은 계곡으로 하되 주둔은 고지에 하는데 이때 반드시 피해야 할 지형과 반드시 수색해야 하는 곳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전쟁터에서 발생하는 보편적인 이상 징후 열네 가지를 잘 살피고 패색의 기미 또한 알아차려야 한다. 제10편 ‘지형’에서는 지형을 이용한 전략을 이야기한다. 손자는 지형마다 특징이 있으니 그에 맞게 작전을 펼치라고 하며 승리에 이유가 있듯이 패배하는 군대에도 이유가 있다고 한다. 11편 〈구지〉에서는 전쟁터 유형 아홉 가지를 제안한다. 적의 의표를 찌르는 속도로 전쟁에 몰입하고 상산에 사는 뱀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대응하라고 한다. 제12편 ‘화공’에서는 불로 하는 공격을 이야기한다. 손자는 화공이 낮은 것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의 계책이라고 본다. 불을 이용한 공격은 매우 위험한 전략이라서 적뿐만 아니라 우리 편도 위험해질 수 있으니 달리 방법이 없을 때 사용하고, 수공 또한 후속 조치를 할 막강한 군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마지막 13편 〈용간〉에서는 첩자를 활용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손자는 적지에 첩자를 두어 운영하는 일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첩자가 하는 이간책은 이간질과 다르며 현명한 군주라야 뛰어난 첩자를 지혜롭게 이용해 위대한 공을 이룰 수 있는데, 이것이 곧 병법의 요체라고 한다.

 


 

이렇듯 심리학으로 풀어낸 손자병법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현대 인간 사회의 작동원리에도 정통하다. 따라서 답답하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심리학이 만난 손자병법을 펼쳐 손자의 지혜를 헤아리고 저자가 탁월하게 해석한 심리학적 혜안을 얻어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가기 기대한다고 강조한다.

 

군인들 사이에 조직 동일시가 형성되려면 ‘업무 절차’와 ‘분배’ ‘상호작용’ 이 세 가지에서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업무 분담 절차가 공정하지 않다고 느낄 때 업무 의욕이 저하된다. 의사소통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모멸감과 정보 소외를 느낄 때 충성심이 약화된다. 특히 개인이 조직을 위해 헌신한 정도와 분배의 비율이 맞지 않을 때 조직을 이탈할 욕구를 가지게 된다. 만일 칭기즈칸이 개인의 호불호에 따라 불공정 배분을 했다면? 세계제국을 건설하기는커녕 몽골 내 부족조차 통합하지 못했을 것이다.(p.225)

 

저자 : 이동연

 

이동연 작가는 KBS 해피FM <그곳에 사랑이 있었네>에 다년간 출연하며 ‘예술가와 뮤즈’를 다루었고, 그때 고흐를 방송한 인연으로 이 책을 내놓게 되었다. 주요 저서로 《명작 뒤에 숨겨진 사랑》《명작에게 사랑을 묻다》《예술, 사랑에 미치다》《심리학으로 읽는 고려왕조실록》《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심리학으로 들여다본 그리스 로마 신화》《심리학으로 읽는 손자병법》《있는 그대로 나를 바라보기》《대화의 연금술》(삼성생명 콘텐츠 제공) 《그래, 한 박자 느리면 어때》《명작으로 읽는 통섭의 한국사》《365일 니체》《이기는 리더십 10》《CEO형 인재》《행복한 꿀잠》등이 있다.

소설 작품으로는 《삼별초》가 있으며, 《소설 손자병법》을 곧 발간할 예정이다. 온라인 기업 콘텐츠(E-Learning)에 베스트셀러 《조선왕조실록 500년 리더십》과 《조선 야사로 본 비즈니스 전략》《김진명의 고구려 한민족 최강의 리더십》등이 출시 중이다. 삼성SDS, 우리은행, 한국산업단지공단 등 주요 경영잡지에 기고했고, YTN, SBS, MBN, BBS, WBS, EBS 등의 방송 매체와 KIRD(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EMC, 대학교, 공무원 핵심 리더 과정 등에서 강의를 해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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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인생 수업 -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은 당신에게
성지연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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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란 말이 이젠 자연스럽다. 이 말이 나온 지 불과 10년도 안 된 말인데도 수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함께 긍정적 방향으로 장수와 건강의 문제에 접근하려는 사람들 덕에 유행어처럼 확산된 때문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사실 100세라는 인간의 수명으로 치자면 '꿈의 나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간혹 100세 이상의 수명을 누린 이들이 적잖은 탓이리라. 인간의 수명이 크게 늘어난 것은 의학의 힘이 크다고 생각한다. 물론 생명학자들은 의학의 힘에 덧대어 '생명' 운동의 역학적 기능으로 이를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100세는 누구나(?) 원하지만 한 가지 전제 조건이 따른다. 바로 건강이다. 이 건강은 육체 건강과 정신 건강 모두를 이르는 말이다. 이 책 『어른의 인생 수업』은 100세 시대(‘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시대)에 인생의 절반을 통과한 저자 성지연이 지금까지의 삶을 반추하며 ‘무엇이 가치 있는 삶인가’,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늙어가고 어떻게 죽을 것인지’에 대한 사유를 담아낸 인문 에세이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고전, 역사, 철학, 소설, 시, 에세이, 예술, 경제, 자기계발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넘나들며 인생에 관한 통찰을 전한다. 셰익스피어의『리어왕』을 통해 리어의 오만함을 꼬집으며 노년의 부모와 자식 간의 건강한 관계를 이야기하고,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으며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 삶의 보편성을 말한다. 또한 『머신, 플랫폼, 크라우드』를 통해서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풀어내고,『초고령사회 일본에서 길을 찾다』를 이야기하면서 나 자신만의 행복한 노년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지를 모색한다.

 


 

“내 나이쯤 되면 삶에서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선명해지고, 더는 흔들릴 일이 없는, 안정적인 삶을 살게 될 줄 알았다. 젊은 사람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그런 건 없다. 외려 반쯤 남은 인생을 생각하면 마음만 더 급해진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건지, 앞으로 남은 삶에선 어떤 의미를 찾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를 지금 생각해놓아야만 한다.” 저자가 남긴 출간의 변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자도 이미 공자의 '오십 지천명'과 링컨의 '사람의 나이 40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들은 들은 바 있다. 나이 50이면 중년의 나이로 사회적 인식이 돼 있다. 굳이 100세 시대가 아니어도 훨씬 이전부터 50엔 중년에 접어든 나이라고 생각해 왔다. 중년이 되면 이젠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게 남았다는 비관적 시선보다는 아직 살아갈 날이 지나온 날 만큼 남아 있다는 낙관적 해석이 훨씬 더 마음에 와 닿는다. 그러나 그것은 책에서의 이야기이지 실제 현장에서는 50이면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부터, 자신의 활동 범위가 그만큼 좁아지고, 사회에서의 대우도 점점 줄어드는 것은 느끼게 된다. 즉 앞으로 남은 최소한의 삶을 위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되는 나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생은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정답이다’라고 하기보다는 자신이 경험한 바를 바탕으로 인생에 관한 깨달음들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이 때문에 독자들도 자신의 삶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되고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저자가 살뜰하게 골라낸 인생의 말들 덕분에, 이 책의 책장을 넘길 때마다 힘든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져주며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아주고 행운을 빌어주는 저자의 응원의 목소리에 유대감도 생긴다. 이 책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면서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나이 50이 되면 이제 절반이다라는 인식보다는 이후 생계 문제부터 시작한다. 특히 대한민국 사회에서 지금 중년의 나이 50에 들어선다면 1970년대 생이다. 그들은 어렸을 때부터 가난을 면하려는 부모의 피땀어린 노력을 보고 자랐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 대학까지 보낸 경우라면 더 절실하게 느꼈을 것이다. 열심히 일한 이유가 생계 해결과 자식 교육을 위해서라는 데 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인식하고 보고 느낀 세대다. 그리고 자신들의 자녀를 키울 때는 수입도 크게 늘어 생계 유지뿐만 아니라 레저 등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놀이문화도 어느 정도 익숙해 있다. 그러나 자신이 그런 사이에 끼어 있다는 인식은 해보지 못했다. 그런 인식은 주위로부터 온다. 똑같이 열심히 일했는데도 어떤 사람은 자녀 유학을 보낼 수 있는데 다른 어떤 사람은 유학은커녕 대학까지 가르치면 다행이다 싶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삶을 절실히 느끼는 것이다. 소득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아직은 노후가 함께 마련될 정도로 수입은 아니었다는 벽에 부딪치는 세대다. 그래도 살아야겠다고, 세대의 아픔을 겪을지라도 살아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인식이다.

노후 대책에 대한 수많은 책을 통해 얻은 것이라고는 최소한의 경제적 문제, 새로운 취미로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는 방법 등에 관한 책은 많다. 그러나 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자본주의 사회의 노후 문제이다. 국가의 복지에만 의존할 수도 없는 상태다. 그러니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씀씀이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 씀씀이를 줄여서 책들이 제시하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유지해가기에는 역부족이다. 예전에는 자식들로부터 어느 정도의 도움이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을지라도 지금 중년은 그것도 기대할 수 없다. 스스로 많이 낳는 것보다는 적게 나아 많이 가르치는 방법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아침에 눈뜨는 것이 두렵고 후회와 불안으로 쉽사리 잠들지 못한다. 주변 사람들과 자꾸 비교하게 되면서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 다른 사람들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버겁냐고 사회 현실의 탓을 하는 수도 있다. 경제적 현실의 벽에 부딪쳐 하고 싶었던 일을 시도조차 하지 못할 때, 집과 회사만을 오가는 단조로운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도 참고 다녀야 한다. 이런 일은 익숙해서 어렵지 않다. 사실은 익숙해서 일한다기보다 다른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어떤 사람은 음악을 듣거나 공연을 보면서 위로를 받을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친구들을 만나 고민을 털어놓으며 마음을 달랠 것이다.

우리 독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고민을 안고 있는 저자는 인생의 고비를 맞닥뜨릴 때마다 마음의 방에 자신을 가둔 채 우울해하면서 주변 사람을, 상황을, 세상을 탓하기보다 수많은 책을 읽으며 책 속의 또 다른 어른들이 들려주는 말들을 통해 스스로를 다잡았다고 한다. 사실은 그것도 저자 자신이 해오던 일이어서 계속했을 뿐일 수도 있다. 다만 저자가 해온 일이 당시엔 인기 없는 인문학적 분야의 일이어서 선택 당시가 더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고전으로 불리우는 책은 많이 읽었다. 아마 이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고전을 통해 노후까지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마지막 방법일지도 모른다. 저자보다 앞서 인생을 살다 간 어른들부터 저자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어른들의 말들은 저자가 삶을 사유하는 힘이 되었을 뿐 아니라 무채색에 가까웠던 저자의 일상을 무지갯빛으로 바꾸어놓았다는 생각이라니 말이다.

 


 

저자는 밤하늘을 밝혀주는 수많은 별처럼, 자신이 걷고 있는 인생길의 불을 밝혀준 많은 책들 중에서 50권을 가려 뽑아 그곳에서 길어 올린 삶의 깨달음을 전한다. 이를테면 『노인과 바다』를 “삶에 대한 이야기로 읽는 건, 이만한 나이를 먹고 보니 삶은 성공도 실패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나온 삶에는 여러 성공과 실패가 섞여 있다. 내 낚싯줄에 어떤 물고기가 걸릴지 알 수 없듯, 성공도 실패도 내 뜻대로만 되지 않았다. 언제 물고기가 튀어 올라 상처를 낼지 알 수 없듯, 삶의 모든 일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또한 『밤으로의 긴 여로』를 읽고서는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상기해본다. “연극으로 보지 못하고 대본으로만 『밤으로의 긴 여로』를 읽는 데는 시간이 적잖이 들었다고 털어놓는다.

작품 속 가족 이야기를 마주하기가 힘들었고, 또 자꾸 내 가족 이야기를 떠오르게 했다. 이 희곡을 쓰기 시작했던 쉰한 살의 오닐처럼 우리나라 대다수 오십 대에게 가족은 두 겹으로 이루어진 삶의 울타리다. 태어나면서 운명으로 주어진 가족이 한 겹이라면, 내가 선택한 가족이 다른 한 겹이다.” “나는 어릴 적 엄마에게 많이 야단맞으며 컸다. 엄마는 예민하고 엄격했다. 거리감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결혼한 후 엄마와 다시 사귀게 되었다. 저자의 책 읽기는 삶의 수단이기도 했지만 삶의 지향점이 된 것으로 독자들이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책에는 저자가 아이를 낳고서야 엄마가 셋이나 되는 아이를 친정에서 먼 타지인 부산에서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지 돌아보게 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처음에는 가까운 친구들조차 없었으니 얼마나 외로우셨을까. 엄마의 어려움과 외로움을 생각해봤다고 해서 우리 모녀간의 거리감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하지만 엄마라는 존재를 이해하려 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심리적 거리감은 한 뼘 정도 가까워진 셈이다는 말을 쓴 것으로 보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저자의 고백적인 서술은 그의 인문학적 소양이 크게 강화되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이제 남은 내 삶에서 나는 엄마의 삶을 얼마나 더 이해할 수 있을까. 삶이 오닐의 말처럼 여로(旅路)라면, 나의 이 여행 끝에선 엄마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서 있길 소망한다.” 이 같은 서술들은 책 속에서 수없이 발견된다. 이것이 그동안 그의 삶을 지탱해줬음을 추측할 수 있게 해준다. 아울러 이 책을 내게 된 것도 그때에 쌓아두었던 인문학적 소양이 밑거름이 되었다. 저자는 ‘죽음’과 가까워지는 나이에 이르면서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을지’를 고민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누구나 나이 듦을 피할 수 없으며 종국에는 죽음을 맞이한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는 인생은 덧없는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생이 찬란하고 아름다운 것은 결국에는 그 유한함에 있기 때문은 아닐까?

저자는 남은 인생의 후반전을 잘 살아가고픈 마음에서 『파우스트』(1831)에서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2018)까지, 고전, 역사, 철학, 소설, 시, 에세이, 예술, 경제, 자기계발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섭렵하며 이 고민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선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인생에 대한 통찰이 녹아 있는 인문 에세이로도, 다른 한편으로는 독서 에세이로도 읽힌다. 더군다나 저자의 방대하고도 깊이 있는 독서력 덕분에 우리의 세계는 한층 더 깊고 넓어진다. 인문학적 소양은 진실과 거짓을 가려낼 줄 아는 ‘마음의 눈’을 갖는 것이며, 때때로 주변 사람들에게 안부를 건네고 주위를 돌아보고 챙길 줄 아는 여유로운 마음을 가진 삶이다. 얼핏 진부해 보일 수 있는 결론이지만, 인생의 진리라고 하는 것은 평범하면서도 우리들 가까이에 숨어 있는 것이 아닐까.

 


 

수많은 어른의 인생들을 통해 저자가 깨달은 ‘좋은 삶’이란 자기 이름으로 된 아파트를 가지고 있으며 원하는 것을 마음껏 살 수 있을 만큼 경제적으로 풍족한 삶이, 사회적으로 누구나 우러러볼 만큼 성공한 삶이 아니다. 저자가 남은 인생에서 지향하는 바이자 그가 생각하는 좋은 삶이란 무엇일까. 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고 지금 누리고 있는 행복을 당연시하지 않고 감사해하며 다른 사람이 잘되었을 때는 진심으로 축하해줄 줄 아는 것이다. 타인과 비교하느라 후회와 불안으로 하루하루를 헛되게 보내지 않는 것이다. 성공의 유무와 상관없이, 설령 나이가 많다고 하더라도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도전해보는 용기를 내는 것이다.

 

너무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이 오히려 행복을 해칠 수 있다. 남들은 다 행복한 것 같은데 왜 나만 이럴까, 자책과 우울감이 깊어진다. 나이를 먹는 건 결국 살다 보면 좋은 날도 좋지 않은 날도 있다는 걸 알게 되는 일이다. 좋은 일은 좋은 일대로 즐기고, 좋지 않은 일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로 넘기는 것이 낫다.(p.318)

 

저자 : 성지연

 

1970년 대전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에 부산으로 이사 간 뒤 그곳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녔다. 연세대학교 사회학과에 들어가 인간과 사회를 배웠고,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김수영의 시 연구로 석사학위를, 최인훈의 소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세대학교에서 시간강사로 잠시 일했다. 2019년 여름부터 2021년 겨울까지 『주간경향』에 ‘오십, 길을 묻다’를 연재했다. 2022년 봄부터 『여성동아』에 ‘성지연의 다시 만난 그녀들’을 쓰면서 21세기를 살아가는 동시대인의 정체성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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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이 있어 - 은모든 짧은 소설집
은모든 지음 / 열린책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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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서사시에서 발달한 이야기 쓰기 형태로 보이며, 이러한 이야기를 쓰는 작가를 소설가라 한다. 흔히 우리나라에서는 영어의 Novel을 소설이라고 간단히 번안하여 소설 전반을 범칭하고 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Novel은 근대 장편소설을 지칭하는 단어이기 때문에 소설 전반을 아우르는 범용어로 사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한국에서 많이 쓰이는 단편소설의 경우 Novel 대신 Short Story라 한다. 중편소설은 이탈리아어인 Novella를 쓴다. Novel와 Novella는 ‘이야기’ 와 ‘소식’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소설 문학은 예부터 길이에 따라 장편, 중편, 단편, 꽁트로 분류해 왔다. 영어권 국가에서 소설은 6만~ 20만개의 단어 또는 300~1,300페이지의 길이로 장편, 중편, 단편, 콩트(掌編)로 구별된다. 예전 한국에서는 200자 원고지 분량으로 장편, 중편, 단편 모두 소설로 분류했다. 지금은 분량으로 구분하는 것 같지만 200자 원고지보다는 영어권의 분류에 따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한편 근대 소설을 뜻하는 영어 Novel은 중세기 말 이탈리아에서 유행하던 노벨라(이탈리아어: Novella)에서 온 것으로 이 말은 새로운 것, 신기한 것이란 뜻을 담고 있다. 로망스와 달리 노벨라는 데카메론과 같이 현실의 세태를 반영한 이야기가 특징이다. 소설은 희곡이나 운문에 비해 구성면이나 음률면에서 제한을 받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소설은 그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그들이 일상생활에서 벌이는 행위를 다루게 된다. 소설의 기원은 고대부터 내려온 신화, 서사시 등의 이야기이다. 즉, 서양의 그리스 신화나 한국의 주몽 신화 등의 신화에서부터 일리아드, 동명왕편 등의 서사시가 소설의 기원이라 할 수 있다.

 


 

콩트는 단편소설의 길이보다 짧은 분량의 이야기를 말한다. 형식적인 분류인 소설의 길이로 나누는 것이니만큼 이야기의 구성이나 표현 등은 소설과 같다. 다만 길이가 짧은 만큼 단편소설보다 더 짧은 기간의 사건이나 상황을 묘사하고 문장 또한 간결함을 생명으로 한다. 짧은 시간에 잘 읽히기 위해서는 강렬한 임팩트로 교훈이나 작가의 의도가 담겨야 하므로 훨씬 스킬이 요구되는 것처럼 느껴져서인지 어느 곳에서도 작가들의 호응도가 낮은 것으로 보인다. 교훈이 담긴 옛날 이야기라는 의미의 콩트의 기원은 프랑스의 작가 샤를 페로가 1697년 발표한 콩트집이라고 한다. 「거위 아줌마의 콩트」라는 부제로도 유명하다. 페로의 대표적인 콩트 열한 편이 담겨있다. 이 콩트 모음집의 기원은 샤를 페로의 셋째 아들 삐에르에서 발견할 수 있다. 세 아들의 교육을 직접 맡았던 샤를은 아들들에게 작문 숙제를 자주 내 주었는데 특히 삐에르가 유난히 문필이 뛰어났다. 1694년 샤를은 15세가 된 삐에르가 공책에 적은 다섯 편의 콩트가 비록 서툰 면이 있지만 흥미로운 데다가 삐에르가 당시 비슷한 나이의 왕녀 엘리자스 샤를롯 도를레앙의 개인비서가 되어 출세를 할 수 있도록 글을 손보기 시작한다.

삐에르가 적은 주제를 기초로 하여 샤를은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빨간 모자」, 「푸른 수염」, 「고양이 나리 또는 장화 신은 고양이」, 「요정들」 등을 지었고, 전문 서예가에게 맡겨 아름다운 글씨체로 필사하게 하였다. 여기에 샤를은 각 콩트의 주제에 맞는 그림을 직접 그려 넣기도 하였으며, 붉은 가죽 장정으로 제본을 하고 오를레엉 가문의 문장을 새겨 넣어 1694년 말 또는 1695년 초에, 아들 삐에르의 이름으로 그녀에게 보내게 된다.

 

 

이 책 『선물이 있어』에는 모두 17편의 소설이 담겨 있다. 단편소설집을 자주 읽는 단박에 눈치채겠지만 책 한 권이면 단편소설 7~8편이 담기는데 이 책에는 17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콩트라고 불릴 만한 소설들이다. 길이로 말이다. 그렇다고 새로운 장르의 시도는 아니다. 이 때문인지 출판사 측은 소설 『모두가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 『안락』, 『애주가의 결심』 등으로 독자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어 온 은모든 작가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짧은 소설집'이라고 소개한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이 소설집의 소설들은 연말과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짧은 소설에 최적화된 경쾌한 속도감과 산뜻한 유머 감각, 대담한 상상력으로 빚어낸 17편의 이야기가 멈출 수 없는 몰입의 시간을 선사한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문, 소설 속 열린 결말을 저지하는 조직, 수상한 사람들이 모여드는 크리스마스이브의 바 등 매력적인 키워드로 일상과 환상을 연결한다. 또한 슬럼프에 빠진 무명 배우,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60대 여성 특수 요원, 엄친딸의 비밀을 알게 된 초짜 마케터 등 개성 강한 인물들을 통해 삶의 다양한 가능성과 스펙트럼을 펼쳐 낸다. 이 책 『선물이 있어』에서는 은모든 작가 특유의 경쾌한 속도감과 산뜻한 유머 감각, 대담한 상상력이 짧은 소설이라는 장르와 만나 마법 같은 화학 작용을 일으킨다. 술술 읽히는 이야기에 공감하며 웃다 보면 어느새 다정한 온기가 지친 몸과 마음을 훈훈하게 데워 줄 것이다.

 


 

이 책 『선물이 있어』는 4부로 구성된다. 1부 〈스파이와 눈사람〉은 타인의 온기에 기대 인생의 혹한기를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여 준다. 눈 내리는 도로에 갇힌 「싱글 대디」, 빠듯한 한 해를 버텨 낸 신혼부부 등이 타인을 보듬는 풍경에서 관계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여기에 조직의 위기 상황을 타개할 구원자로 나선 충청도 출신의 중년 여성 특수 요원의 등장은 색다른 웃음과 함께 기존에 찾아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유형의 캐릭터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어 줄 것이다. 2부 〈시간을 열면〉에서는 은모든 작가가 고택에서 묵을 때 구상하게 되었다는 조선 시대 마님 허 씨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안채에 갇혀 살았던 마님들이 우울증에 시달렸으리라는 짐작에서 출발한 이 인물은 스스로 시간의 문을 열고 나와 정신과 진료실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는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개성 강한 인물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시간의 문을 열게 된다.

3부 〈12월의 마지막 토요일〉에서는 이야기의 범주가 좀 더 확장된다. 태국, 대만, 홍콩 등지에서 펼쳐진 민주주의 운동인 「밀크티 동맹」과 동명의 제목이 붙은 작품이라든가, 작가들을 대상으로 열린 결말을 닫도록 압박하는 조직이 등장하는 「결말 닫는 사람들」, 퀴어 커뮤니티의 맛깔난 연애담에 귀 기울이게 되는 「584마리의 양」 등이 재미의 외연을 안팎으로 확장한다. 4부 〈블랙 크리스마스〉는 혐오를 기반으로 한 유머가 더는 이해와 공감을 얻지 못하는 시대의 풍속도를 보여 준다. 시작하는 연인들과 첫사랑의 복수를 다짐하는 바텐더, 승진은 밀렸어도 인간의 소망에 복무한다는 강령에 충실한 천사가 서로 교차하는 크리스마스이브 바의 풍경이 다채로운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그해 내내 모니터로 바라보며 증오해 온 악당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던 순간, 그들이 쓰러지던 시점에 퍼져 나간 매캐한 화약 냄새를 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날이 생애 최고의 날이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인생에서 가장 자주 되짚어 보며 음미한 날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부정할 수 있겠는가. 변함없는 일상에서 에이미는 때로 용납하기 힘든 불친절이나 무례한 상대를 만나면 속으로 나는 사람을 죽여 본 적이 있어, 하는 생각을 했다.(p.29)

- 「인재를 찾습니다」 중에서

 

어머니는 누구도 엿듣지 못하도록 허 씨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중에는 반드시 남다른 문이 하나 있다는 것이었다. 어떤 문이 될지 모르므로 안채뿐만 아니라 집 안의 모든 문을 샅샅이 확인해야 한다고, 모든 준비를 마치고 그 문을 열면 아무도 모르게 특별한 마실을 다녀올 수 있다고 했다. 어머니의 어머니도, 그 어머니도 그 덕에 견딜 수 있었다고 힘주어 말했다.(p.67)

- 「오프 더 레코드」 중에서

 

실상 누구나 관계 속에서 외로움을 느낀다고 하지만, 때로 은우는 그런 관점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길을 거둘 수 없었다. 남들이 호소하는 외로움과 자신이 느끼는 감정의 결은 다른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은우는 아직 그 차이를 명확하게 짚어 낼 말을 찾지 못했다. 뭐든 쉽고 상세하게 설명하는 일이 직업이자 특기인데도 그랬다.(p.174)

- 「584마리의 양」중에서

 


 

저자 은모든은 책 뒷 부분의 「작가의 말」을 통해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은 팬데믹이라는 긴 터널을 거치며 탄생했다고 밝힌다. 유독 길고 어둡던 시간을 통과하며 어느 때보다 타인의 무탈과 무사를 기원하게 된 마음들이 17편의 소설에 알알이 박혀 있다는 것. 그 친밀과 유대의 이야기는 지난한 매일매일이 우리를 할퀴고 가는 이 시대에 섣부르지 않은 위로, 그리고 나란히 걷는 보폭이 되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다.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시기에는 "이 세상에서 해가 저무는 모습과 가장 닮은 풍경이 있다면, 다름 아닌 해가 떠오르는 모습"(「결말 닫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시대는 쌀쌀맞고 우리 행성은 병들었으며 사람들은 모두 조금씩 화가 나 있지만"(박서련 추천사) 다행이다. 여기에, 또 한 해를 살았다고 위로하고 다시 한 해를 살아갈 수 있으리라 격려해 주는 선물이 있으니까.

"표제작 「선물이 있어」에서 성지는 무릎까지 쌓인 눈에 발이 푹푹 빠져 걸음을 내딛지 못하는 사람처럼 겹겹이 닥친 불운에 발이 묶인 상태지만, 소박한 계기를 통해 마음을 다잡고 언젠가 현재의 지난한 매일이 어렴풋한 기억으로 남을 날을 그려 봅니다. 모쪼록 이 책의 짧은 이야기를 읽거나 들으신 분들도 기나긴 겨울처럼 웅크려 지내야 했던 시간 동안 쌓인 회한이 어느새 아득히 물러나는 순간을 맞이하시기를 빌겠습니다.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며 바로 그런 선물을 받으실 수 있기를, 무엇보다 다가올 새해에 무탈하시기를요."(p.214)

 

저자 : 은모든

 

2018년 [한국경제] 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에 『애주가의 결심』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꿈은, 미니멀리즘』 『안락』 『마냥, 슬슬』 『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 『오프닝 건너뛰기』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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