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이 질병이 되는 순간
전형진 지음 / 프리즘(스노우폭스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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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이란 질병은 개인의 고통은 물론 가족과 사회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매우 심각한 질병이다. 중독자가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는 것은 이미 집단 공동체의 한쪽 구석부터 무너지고 있는 것, 중독이란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예방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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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이 질병이 되는 순간
전형진 지음 / 프리즘(스노우폭스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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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쾌락이 질병이 되는 순간』은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중독'의 문제를 다뤘다. 중독은 예전부터 있었던 질병이라 새삼스러울 게 없지만 사실 고도로 발전한 의학계에서도 아직 정복하지 못한 뇌의 질병이다. 원인은 중독의 유형에 따라 다르지만 모두 뇌 신경의 장애로 판단하고 있다. 담배나 술, 마약 등 독성물질의 장기 사용으로 중독에 이르는 병의 대명사격이다. 현대 사회에 들어서면서, 특히 디지털 시대로 변화하는 과정을 거쳐 이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실체들이 하나둘씩 우리 주변에서 사용되고 있는 상태다.

현대 사회는 신자유주의 풍조의 부상으로 정신적 혼란도 가져오고 있다. 극심한 빈부 격차와 지구상에서 끝없이 펼쳐지는 전쟁,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불안과 공포의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더욱이 어수선한 국제 정세와 가파른 인플레이션으로 경제난을 겪으며 위기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내면화된 불안은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는데, 이는 주로 특정 행동을 개인의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양상으로 발현된다. 예컨대 스마트폰에 과하게 의존하며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고 종일 살펴보거나, 평균 체중임에도 강박적으로 식단을 조절하며 일 년 내내 다이어트를 하는 시달리는 식이다. 저자 전형진은 이 책을 통해 정신건강 전문의의 관점에서 현대인을 괴롭히는 중독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점을 모색한다. 이 책은 자신이 현재 중독 상태가 아니더라도 현대인이라면 한 번쯤 읽어 중독의 사전 예방에 효과를 내기를 위해서는 필독서라 할 수 있다.

 


 

‘중독’은 하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혼자만의 힘으로는 도저히 멈출 수 없는 상태를 일컫는다고 의학계는 판단하고 있다. 의학계에 따르면 중독이라고 하면 흔히 마약류의 약물을 복용했을 때 나타나는 신체적 증상을 떠올릴 수 있지만, 개인의 통제력을 벗어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특정 행동도 엄연한 중독으로 분류할 수 있다. 따라서 현대인의 일상을 지배하는 중독의 스펙트럼은 방대하다. 쇼핑, 게임, 운동, 면과 육류, 포르노, 일과 공부 등 그 종류가 다양하고, 성별과 연령의 성역 없이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장시간 이어진 팬데믹의 영향으로, 사회적 소통 없이 고립된 시간을 보내며 사회 전반에 중독 문제가 심화된 것도 사실이다.

중독은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이 아니라고 의학계는 경고한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에게도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정신적 질병이라는 것. 시간에 쫓기고, 생존을 건 경쟁에 수시로 노출되며, 이루어야 할 성과와 목표가 늘어감에 따라 과도한 압박감에 시달리는 현대인은 중독 문제에 취약하다고 한다. 저자는 중독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을 진료실에서 직접 만나면서 그들이 어떤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지를 목격했다. 그 경험을 토대로 우리의 삶과 건강을 위협하는 고질적인 중독의 사례들을 꼽아 그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점을 모색했다. 저자의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도저히 멈출 수 없는 특정 행동들이 어쩌면 개인의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중독이라면 당연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질병이기 때문에 치료에도 의료보험 적용이 되고, 국가도 중독에 이르기 전에 예방하고 중독자의 경우 치료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일, 스마트폰, 쇼핑 등 특정 대상에 탐닉하며 통제 능력을 상실해 일상생활에 치명적 영향을 주는 상태를 ‘중독’이라 부를 수 있다. 현대인의 생활을 지배하는 중독의 형태는 다양한데, 마약과 니코틴뿐 아니라 통속적으로 긍정적으로 간주하는 운동, 일, 공부, 모성애 등도 현대사회에 새롭게 대두한 중독의 대상들이다. 중독이란 누구나 겪을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의사로서뿐만 아니라 이미 옛날 사람들도 중독을 경계했다. 옛날에는 술과 담배, 마약이나 도박 같은 것에 빠져들 때 중독을 경고했지만 은밀하고 사적인 공간에서의 탐닉을 잡아낼 수는 없는 일이다. 법으로 규정돼 있는 중독 물질은 마약 정도이지만 기타 마약류는 의사의 처방 없이 일반인들에게는 판매되지 않은 엄격한 제어 장치에도 불구하고 마약은 불법 유통되면서 확산세를 가파르게 보이고 있어 마약 청정 지역이라는 우리나라도 적신호가 켜졌다고 한다.

문제는 마약처럼 알려진 중독 물질은 법으로 제한하지만 지하에서 은밀히 거래되는 모든 것을 잡아내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 중독은 이 밖에도 한 사람의 건강한 내면을 해치는 중독은 셀 수 없이 많다. 요즘은 게임이나 과식, 워커홀릭이나 쇼핑, 스마트폰 사용이나 집착 등 그 종류와 성질도 다양하다. 그중에는 나를 망치고 가족을 힘들게 하고 이웃과 사회를 멍들게 하는 중독도 많다. 아니라는 걸 알지만, 짜릿함과 달콤함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쾌락의 불구덩이에 빠져드는 것이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누구도 이러한 중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저자 전형진은 중독 증세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진료실에서 만나며, 일상과 정신의 균형을 깨트리는 중독 현상에 주목했다. 평범한 일상에서 시나브로 빠져들 수 있는 중독의 유형과 그 치유 방법을 살펴본다. 이 책은 통제 불가능한 중독 증세로 삶의 주도권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은 〈정신의학신문〉에 인기리에 연재되어 수많은 독자의 찬탄을 받은 ‘중독 인생을 위한 마음 처방전’을 다듬어 출간한 것이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멈출 수 없어 고민입니다〉에서는 스마트폰, 쇼핑, 다이어트, 게임, 빚과 관련된 중독 증세를 상세히 알아본다. 단순한 쾌락에 탐닉하는 행위가 사회적 자아를 파괴하는 행위로 확장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부 〈몸과 정신을 파괴하는 쾌락의 덫〉에서는 알코올, 성형, 도박, 포르노, 니코틴, 마약 중독을 이야기한다. 이런 유형의 중독이 더는 성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저자 전형진은 다양한 사례를 들려주며 자극적인 유희가 우리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뿌리째 뒤흔들고 있음을 환기시킨다.

3부 〈일상을 파괴하는 평범한 유혹들〉에서는 일, 욕, 육류, 라면, 수면제, 모성애 중독에 관해 들려준다. 3부를 읽다 보면 열심히 일하는 자신이, 아이들을 살뜰히 사랑하는 마음이 더는 긍정적 미덕으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4부 〈우리 삶에 마냥 좋기만 한 것이 있을까요〉에서는 사랑, 운동, 카페인, 기부 중독에 대해 고찰한다.

 


 

불확실성이 만연한 사회에 자기 자신을 혹독히 통제하며 쾌락과 위안을 얻는 풍조는 현대사회에 새롭게 출연한 중독의 모습이다. 현대인은 쉽고 빠르게 쾌락을 얻을 수 있는 대상을 탐닉한다. 여기서 경계해야 할 것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는 것이다. 건강한 삶이란 나 스스로를 자유롭게 통제할 수 있는 주도권을 가진 삶이다. 현대인은 마음의 평온을 잃은 채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숙고하지 못하고 바쁘게 살아간다. 통제력을 잃고, 특정 행위에 매몰되어 삶을 흘려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저자 : 전형진

 

정신건강 전문의. 충남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국립공주병원에서 전공의를 수료했다. 보건복지부 치매 진료 의사 전문화 교육, 대한불안의학회 심층 치료 과정, 학교정신건강 전문과 연수 교육, 최면의학 워크숍 등을 이수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정신의학신문 운영진, 대한정신건강재단 상담의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에서 신림평온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현대인은 너나없이 바쁘다. 해야 할 것도 많고, 이루어야 할 목표도 많고, 성취해야 할 것도 많다. 여기저기 마음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내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른 채 정신없이 내달린다. 어느 한 곳에 과하게 마음을 빼앗기는 것, 그로 인해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이 초래되는 것,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도저히 멈출 수가 없는 것, 이것이 바로 현대인들이 겪는 대표적 정신질환 중 하나인 중독이다. 과도한 몰입 때문에 생겨난 병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즉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사랑도 지나치면 병이 되고, 열정도 심하면 독이 된다. 저자 전형진은 마음의 평화를 깨뜨리고 온기를 사라지게 만드는 중독 현상에 주목했다. 평범한 일상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빠져들 수 있는 중독과 그 치유 방법에 대해 하나하나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정신의학신문에 ‘중독 인생을 위한 마음 처방전’이라는 글을 연재했다. 이 책은 연재를 마친 글을 다시 다듬어 펴낸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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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발밑에는 피렌체보다 화려한 부여가 있다
최경원 외 지음, 홍경수 엮음 / 북카라반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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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부여를 딱 한 번 간 적이 있다. 수십 년 전 중학교 수학여행지였다. 부여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친구들과 함께 갔기에 즐거웠고, 집이 아닌 곳에서 잠을 잔 첫 여행지였다. 워낙 오래 전이라 세세한 기억은 잊혀졌지만 고란사, 낙화암, 백마강 등 몇몇 유적들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리고 이후엔 우리 역사를 배우는 시간에 현장 방문 체험의 기억에 덧대어진 역사 지식이 그대로 머릿속에 남았다. 우리나라 한반도 고대 삼국 중 하나인 백제인의 숨결이 아직도 남아 있는 부여는 당시 수도이자,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중심지였다. 당시 이름은 '사비'이었다. 백제 때 도읍 자체의 명칭이기도 하다. 백제 때에는 부여 일대의 평야를 사비원(泗?原)이라 하고, 금강을 사비하(泗?河)라고도 했다고 우리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백제가 협소한 웅진(熊津)을 버리고 넓은 들이 있는 곳에 보다 큰 도읍을 건설하기 위해 천도한 것은 538년(성왕 16) 봄이다. 무왕은 수도의 건설을 위해 양나라에 사신을 보내 공장(工匠)ㆍ화사(?師) 등을 청하였다. 사비성은 이때 새로 쌓은 것이 아니고 수축만 했다. 이 성은 부소산을 감싸고 있고 양쪽 머리가 낮게 둘러져 백마강을 향해 초승달의 형태를 보이고 있어 반월성(半月城)이라고도 했다고 기록돼 있다. 조선시대의 기록에는 성터의 길이가 13,000여척이나 되며, 치소가 성 안에 있었다고 한다. 백제가 망한 뒤 백제의 유민들이 모여서 반란을 일으키기도 하였는데, 664년(문무왕 4)에는 한때 사비성을 점령하여 신라군을 물리치기까지 했던 곳이라는 역사서 기록을 보더라도 한 나라의 수도로서 대단한 모습을 갖추고 있었던 듯하다.

 


 

출판사 측에 의하면 이 책 『당신의 발밑에는 피렌체보다 화려한 부여가 있다』는 지난해 봄, 방송사 프로듀서 출신의 국제 교류 전문가, 디자인 연구자, 예능작가, 사진작가, 콘텐츠 연구자가 모여 다섯 가지 관점의 부여 답사 가이드를 만들기로 의견을 모았다. 여러 차례 부여를 방문하며, 부여가 가진 매력을 발굴하고 스토리텔링 과정을 거쳐 로컬 콘텐츠를 만들었다. 부족한 점이 없지 않지만, 새로운 방식의 인문 도시 답사의 방식이라 자부한다. 그 자부심으로 독자 여러분을 고아한 초승달이자 보름달의 도시 부여로 초대한다.

오랜 세월 미의 정수를 이어온 고대 왕국 백제의 마지막 수도이자, 미래의 역사가 더욱 확장될 도시 부여는 이탈리아의 피렌체에 견주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대단한 자부심을 내세운다. 이탈리아 피렌체와 견주는 이유는 도시로서의 위용뿐만 아니라 미적 관점에서도 피렌체와 결줄 만큼 완벽하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다만, 그 흔적이 우리의 발밑에 묻혀 있을 뿐"이라는 점이 독자로서는 안타까울 뿐이다. 동북아시아의 공예와 건축 혁명의 시발점이었으며, 문화예술의 수도였던 부여의 모습을 떠올리면 안타까움은 더욱 사무친다. 하지만 부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늘 높은 땅을 지키며 보듬고 있고,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으니 부여의 온전한 모습은 보름달같이 복원될 것이라는 참가자들의 노력과 함께 더욱 완전한 모습을 갖춰 갈 부여를 책을 통해 방문한 것은 개인 입장으로 의미 있는 일이다.

 


 

부여는 원래 기원전 2세기경부터 494년까지, 멀리 북만주 지역을 지배했던 예맥족 국가의 이름이었다. 부여는 고조선이 멸망한 뒤 고대 한반도 북부와 드넓은 만주를 책임졌고, 고구려와 백제가 만들어지는 뿌리가 되었다. 이런 부여의 흐름은 백제가 고구려 장수왕의 남하 정책에 밀려 수도를 두 번 이전하면서 한반도 남쪽으로 내려왔고, 지금의 부여, 사비라 불렸던 백제의 세 번째 수도에까지 내려온다.(p.19~20) 저자들이 왜 피렌체와 비교하고 있는지 지금의 부여를 보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게 된다. 피렌체(Firenze)는 이탈리아 중부에 있는 인구 37만 2,038명(2020년)으로 소도시이다. 면적도 102.4㎢에 불과하다. 부여군은 인구 7만 1143명(2015년 현재)에 624.57㎢이지만 사비라는 명칭의 부여읍은 면적 58.86㎢, 인구 2만 4,225명(2013년)이다. 현재 토스카나주(州)의 주도(州都)이다. 작지만 한 나라의 수도로서의 역할을 해낼 만큼 충분한 역량을 갖췄다는 점에서 우리의 옛 도시 부여와 비슷한 점이 많다.

아르노 강변에 위치한 피렌체는 르네상스의 발상지로 피렌체-프라토-피스토이아를 잇는 넓은 구릉지대의 도시들이 한 생활권으로 연결되어 약 150만 명이 피렌체의 영향권 안에 있다. 건축과 예술의 요지로 알려진 피렌체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로 손꼽히는데,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산타크로체성당, 산타마리아노벨라성당, 우피치미술관, 베키오 다리, 시뇨리아 광장, 피티 궁전 등은 세계적인 유적지로 알려져 있다. 또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를 비롯하여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 조반니 보카치오, 필리포 브루넬레스키, 산드로 보티첼리, 니콜로 마키아벨리, 알리기에리 단테, 갈릴레오 갈릴레이 등 천재적인 과학자와 문학가, 예술가들을 배출한 도시로도 유명하며, 세계 예술 작품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피렌체 지방의 언어는 이탈리아 표준어로 인정되고 있다.[두산백과]

 


 

피렌체 못지 않게 부여도 옛 수도로서의 화려한 문화와 정치·경제·군사·교통의 요지로서 자격을 충분히 갖춘 곳이다. 특히 백제의 문화는 오늘날에도 되살리기조차 어려운 금속공예 기술과 불교 미술, 화려하고 아름답기까지 한 수도로서의 명성을 유추할 수 있다. 피렌체보다 훨씬 높은 문화 수준을 이뤘다고 평가해도 아무런 이상한 점이 없을 터다. 특히 1,400여 년이 지난 뒤에 모습을 드러낸 〈백제 금동대향로〉는 그간 백제 문화를 두고 오가던 말들을 단번에 무색하게 만들었다. 백제 문화는 소박하다느니, 인간적이라느니 하는 말들을 잠재우기에 충분했다. 이 향로는 앞발을 치켜든 용 한 마리가 연꽃 봉오리를 물고 있는 듯한 형상인데,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잇다. 맨 위의 봉황, 향로의 몸통, 용 모양 받침대다. 각각의 부분들은 서로 다른 조형성으로 만들어졌다.

우선 맨 위의 봉황은 유려하게 흐르는 곡면을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다. 봉황의 몸통에서부터 긴 꼬리까지 이어지는 곡면의 흐름은 페라리 같은 최고급 자동차를 연상시킬 정도로 뛰어나다. 향로의 몸통은 오늘날 캐릭터처럼 수많은 형상들이 모여 있다. 그것들은 수많은 이야기를 간직한 채 오늘날 우리에게 무슨 이야기를 전하려는 듯 살아 움직이는 역동성도 갖추고 있다. 하나하나가 대단한 표현이고 현대적 조형 원리를 구현하고 있어 놀랍기만 하다. 또 몸통을 받치고 있는 받침대 버분은 정말 찬탄을 자아낸다. 가히 피렌체의 미켈란제로보다 뛰어난 조형미와 생동감 넘친다. 용의 모양은 금세라도 하늘로 올라갈 것처럼 아름답고 힘차다. 당시 금속을 이 정도로 조각할 정도는 지구상 유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향로 하나를 이런 수준으로 만들었다면 다른 것들은 또 어떻게 만들었을까? 백제 금동대향로가 던져주는 남은 숙제다.

 


 

이 책은 모두 5개의 장(章)으로 나뉘어져 있다. 1장 「작고 조용한 부여 안에 담긴 크고 찬란한 부여」, 2장 「부여로 동기 부여하니, 여부가 있겠습니까」, 3장 「규암을 걷다」, 4장 「그곳에 가면 부여의 맛이 있다」, 5장 「땅의 힘으로, 땀의 힘으로」 등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은 부여 복원을 위한 모임의 참가자들이 부여의 옛날과 오늘날의 부여를 각각 분담해 취재하고 글을 썼다. 책에 따르면 1장을 쓴 최경원은 고대의 화려한 왕국 백제와 수도 사비의 복원되지 않은 모습을 글로 생생하게 재현해 냈다. 부여가 자랑하는 정림사지 석탑과 백제 금동대향로는 왜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지 비례와 균형, 치밀한 디테일을 묘파하며 분석했다. 시공간을 뛰어넘고 작품의 내면 깊숙이 들어가는 심도 깊은 미 해석의 세계를 보여준다. 2장을 쓴 정길화는 부여의 역사적 연원과 인문학적 의미를 다양하게 톺아보고 있다. 60분짜리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시각적 재현이 탁월하다. 특히 신동엽 시인, 임옥상 화백, 유홍준 교수 등 부여인들의 이야기는 부여의 본질을 궤뚫어보는 데 도움을 준다.

3장을 쓴 홍경수는 지역 재생의 새로운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규암의 재미 있는 공간을 크리에이터와 함께 소개한다. 부여 토박이, 이주한 공예인, 젊은 기획자, 청년 등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이 규암을 핫 플레이스로 만들고 있다. 4장을 쓴 김진태는 부여 사람으로 고향의 맛을 지키고 있는 진국 같은 식당 주인들 여덟 명을 만났다. 백제의 맛과 부여의 정신을 지키고 있는 주인들의 이야기만으로 부여의 매력에 빠질 수 있다. 5장을 쓴 김수 사진작가는 부여가 자랑하는 농산물 〈굿뜨래〉의 대표 작물을 재배하는 농업 장인들을 만났다. 수박, 멜론, 딸기, 토마토 등 한국 최대의 생산지에서 가장 농사를 잘 짓는 분들을 만나 부여 맛의 근원을 탐험했다.

 


 

각 장의 끝에는 저자나 저자가 선택한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부여 1박2일 코스를 실었다. 글을 읽은 다음 저자의 큐레이션 대로 1박 2일을 보내려 부여로 향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여를 오랫동안 관찰한 경험에서 나온 제안은 탁월한 가이드가 되어 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 : 최경원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산업 디자인과에서 공업 디자인을 전공했다. 지금은 현 디자인 연구소의 대표로 있으며, 한국문화를 현대화하는 디자인 브랜드 홋 컬렉션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성균관대학교, 국민대학교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기도 하다. 대학교 때부터 디자인을 생산이나 판매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대중들의 삶을 위한 문화인류학적 성취로 파악하고자 했고, 식민지와 산업화 과정 속에서 소외되었던 우리의 전통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일을 목표로 많은 연구를 해왔다. 그 결과 지금까지《good design》, 《르 코르뷔지에 vs 안도 타다오》, 《알레산드로 멘디니》, 《디자인 인문학》, 《한국문화 버리기》, 《끌리는 디자인의 비밀》 등 총 열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이 책은 디자이너 입장에서 우리의 문화를 해석한 열한 번째 저서다. 앞의 책들이 주로 저자의 이론을 펼치기 위한 기초적인 내용들이었다면, 이 책은 그간 연구해 온 내용들을 본격적으로 펼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후로 디자인과 우리 문화에 대한 연구들을 계속 출간해 나갈 예정이다.

 

저자 : 정길화

현재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장으로 재임하면서 국제문화 교류와 한류 진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1982년 외대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1984년 MBC에 PD로 입사했다. 「세상사는 이야기」, 「인간시대」, 「PD수첩」,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등 교양 프로그램과 시사 다큐멘터리를 주로 만들었다. 방송대상, 통일언론상, 임종국상, 한국청년대상 등을 수상했다. 제12대 PD연합회장, MBC 홍보심의국장, 중남미지사장 겸 특파원을 거쳐, ‘중남미 K-POP 팬덤’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외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아주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 『오징어 게임과 콘텐츠 혁명』(공저. 2022년 세종도서 교양 부문 선정), 『기록의 힘 증언의 힘』, 『우리들의 현대침묵사』(공저) 등이 있다.

 

저자 : 김진태

방송작가로 1965년 충남 부여에서 출생, 부여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서울예술대학교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다. 1990년 MBC TV 「우정의 무대」를 시작으로 30년간 「일요일 일요일밤에」, 「21세기 위원회」, 「강력추천 토요일」, 「청춘 신고합니다」 등 예능작가로 프로그램 다수를 집필했다. 한국방송작가협회 예능연구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지은 책으로 『# 예능작가』(편), 『# 生큐멘터리 : 술로 50년 솔로 50년』(공저) 등이 있다. 부여로 낙향 후 노모 그리고 상추(犬), 배추(猫)와 함께 사소하고 다정한 날들을 살아가고 있다. 현재 the 작업실 대표와 ㈜디턴 수석 크리에이터를 맡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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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을 그만하고 싶습니다만 - 고민 속에서 헤매는 당신을 위해
가토 다이조 지음, 이정환 옮김 / 나무생각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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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혹스런 순간에 부닥쳤을 때,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에 맞닥뜨릴 때 우리는 고민을 하게 된다. 자신의 능력으로 순간에 해결하지 못할 때도 고민은 시작된다. 고민은 일이나 상황이 수습되기 전까지 계속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하루 마주치는 문제에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떠오른다. 해결하지 못할 경우에 어떤 사람은 하루를 지탱할 삶의 에너지를 모두 쏟아붓기도 한다. 문제를 해결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고민은 삶에 유익하기도 하지만 고민의 본질과 원인, 목적이 명확하지 않은 고민이나 자기 연민 형태의 고민은 결코 유익하지 않다.

자기의 불행을 과장하고 호소하는 형태로 고민을 끊임없이 늘어놓는 사람들,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고민하는 행위에 그저 안주하고 만족하는 사람들, 솔직히 말하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런 '고민 의존증'이 있다는 것이 이 책 『고민을 그만하고 싶습니다만』의 저자 가토 다이조의 주장이다. 와세다대학 심리학과 명예교수인 그는 이 책에서 감추어진 자신의 분노와 자기 연민, 불안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깨닫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당신의 고민을 본질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알려준다. 저자는 '고민 의존증'의 증상을 이 책에서 설명하고 어떻게 벗어나야 하는가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저자가 이 책에서 지적하는 '고민'은 철학자들이 하는 '생각'이나 종교, 특히 불교에서 말하는 '고뇌'와는 결이 다르다.

 


 

저자는 고민에 사로잡혀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행복해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도 실제로는 불행해지는 행동을 한다고 지적한다. 자신의 고민이 결코 유익하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고민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 심리가 있다는 것이다. 가토 다이조는 우리가 휘둘리는 고민의 이면에는 자기 연민과 분노, 불안이 감추어져 있다고 진단한다. 무의식에 존재하는 자신은 다른 것을 바라고 있는데, 그것을 감추기 위해 무의미한 고민의 행위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한숨을 내쉰다고 사태가 바뀌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불행의 방’으로 들어가 성장을 거부하는 것이다.

가령,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사람에게는 근본적으로 애정 결핍이 있다. 이 결핍에 대한 억울함과 분노는 무의식에 축적되는데, 고민에 사로잡힌 사람은 고민의 고통스러운 과정을 통하여 무의식에 축적된 불안과 분노를 간접적으로 방출한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소란을 피워야 무의식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고민에서 자유롭고 싶다면 먼저 자신의 감추어진 분노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왜 이렇게까지 자기 연민에 빠져 있는지, 왜 이렇게까지 쓸데없는 고민을 계속하는지 그 진정한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고민하는 과정을 통하여 무의식 영역에서 끌어안고 있는 마음의 갈등을 해결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다면 앞길은 밝다. 자물쇠가 걸린 고민의 방에서 나오려면 의식이 갈망하는 배후에 존재하는 무의식의 욕구를 이해해야 한다.” 는 저자의 주장은 이 책을 읽는 동안 서서히 느끼고 이해하고 결심하는 데 핵심이 되는 문장이다. 독자들은 이 문장을 외우거나 머릿속에 각인시키고 독서에 임한다면 저자가 기술된 내용의 90%는 이해하고 있다고 독자는 믿는다.

책에 따르면 별일도 아닌데 한숨을 쉬는 사람이 있고, 매우 힘든 상황에서도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는 사람이 있다. 먹고, 입고, 자는 모든 것이 고민인 사람이 있고, 큰일 앞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지금 자신이 고민하는 것이 정말 그렇게 고민할 문제인지 생각해 보자. 고민 의존증은 단순한 결정장애가 아니다. 마음이 성장해 온 지도를 되짚어 본다면 고민의 이면에 심리적 결핍과 분노, 존재감 상실 등이 자리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고민을 해도 해결되는 일이 없이 분노나 불안만 계속 쌓인다면, 자신이 왜 그렇게 고민하고 있으며, 어떤 목적으로 고민하고 있는지부터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저자의 주장은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의존증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먼저 의존증 환자라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회복이 가능하다는 논리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이 때문에 저자가 말하는 고민 의존증의 치료는 인정하고 난 후 원인 파악을 한 후 벗어날 수 있다는 논리와 부합한 것으로 보인다.

 


 

저자 가토 다이조는 고민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증오와 불신의 한가운데에 서서 힘들다고 절규하지 말고 지금 현재 자신이 할 수 있는 사소한 일들을 이어가라고 조언한다. 이것이야말로 ‘마음의 혁명’이고 진정한 행복으로 나아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불행의 방’은 잠시 안전함을 줄지 모르지만, 진정한 행복과 성장은 고통스럽더라도 그 방을 벗어나야 얻을 수 있다. 고민하는 데 삶의 에너지를 모두 쏟아붓기보다 당신이 행복해지는 데 에너지를 쏟아붓길 저자는 바란고 있다.

 

“고민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해도 고민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상태라면 ‘고민 의존증’이다. 고민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고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도 않는 것이니까 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을 하지만 고민을 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한다. 알코올의존증에 걸린 사람은 술을 마시는 행위가 자신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마시지 않고는 견디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고민 의존증’을 앓고 있는 사람도 고민하는 과정을 통하여 무의식이 원하는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축적된 분노와 증오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p.16)

 


 

이 책은 모두 6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건강을 해칠 정도로 고민한다」, 2장 「고민을 하는 것이 더 편하다」, 3장 「고민 속에 비밀스런 바람이 담겨 있다」, 4장 「고민을 위한 고민이 되풀이될 뿐이다」, 5장 「자기 연민에서 빠져나와야 고민에서 벗어난다」, 6장 「마음이 성장해 온 역사를 이해한다」 등이다. 이 장들을 살펴보면 우선 고민 의존증 환자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의존증을 벗어나기 위해 단계적으로 진전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원인(개인에 따라 다양한 원인이 있을 터 스스로 찾아내야 하지만 책과 함께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을 알아낸 후 책에서 제시한 각 사례별과 자신의 경우를 확인한다. 그다음 치료법을 이 책이 제안한 방법을 따라가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대로 알코올 의존증과 고민 의존증을 비유하며 치료에 영감을 준다. 알코올 의존증에 걸린 사람은 술을 마시는 행위가 자신에게 전혀 도움이 되는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마시지 않고는 견디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고민 의존증을 앓고 있는 사람도 고민하는 과정을 통하여 무의식이 원하는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축적된 분노와 증오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민은 그에게 치유에 해당한다. 자기 연민에 사로잡혀 있으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을 뿐이다. 하지만 자기 연민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자기 연민에 사로잡혀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사실 자기 연민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은 자신이 무슨 목적 때문에 자기 연민에 사로잡혀 있는지 모른다. 이 책에서는 그 목적에 대해서도 기술한다.

 


 

저자는 심리학자로서 세계 유수의 심리학자나 정신의학자들의 고민 의존증 해결 방법에 대해 연구 내용을 잘 알고 있다. 이는 저자가 책의 군데군데서 인용되는 것을 볼 때 독자에게 신뢰감을 준다. 단순히 자신의 주장만을 늘어놓는 것보다 세계적인 동료 학자들의 의견도 같다는 점을 비춰볼 때 독자의 신뢰는 더 깊어질 것이다. 5장 「자기 연민에서 빠져나와야 고민에서 벗어난다」에서 〈수동적 태도를 버려야 트러블이 사라진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고민에 빠진 사람은 자신을 인정받으며 살아온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처절한 싸움을 하면서 살아왔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표현하면 그들은 수동적인 사람이다"고 언급한다. 저자는 이어 카렌 호나이(정신분석가, 명저 『The Unknown Karen Horney』의 저자)를 인용한다. 카렌 호나이는 "사랑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고 기대하는 것은 신경증이다"란 주장을 했다고 한다. 수동적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아닌 것을 심각한 곤란으로 생각한다. 수동적이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증가한다. 곤란한 상황에 놓이기 때문에 수동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수동적인 태도와 사고방식이 곤란을 부르는 것이다는 주장이다.

저자 가토 다이조는 하버드대학 의학부 심신의학연구소 허버트 벤슨이 편집한 책 『The Wellness Book』에 스트레스를 잘 견디는 사람의 특징으로 네 가지의 C가 제시되어 있다고 말한다. 네 가지의 C는 Control(통제감), Challenge(도전감), Commitment(몰입감), Closeness(친밀감)다. 수동적인 사람은 이 네 가지의 C가 하나도 갖추어지 않다고 지적했다는 것이다. 또 조지 웨인버그가 자기 연민은 '막다른 골목'이라고 말한 것도 그것이 가진 수동적 성격 때문이라고 저자는 풀이한다. 카렌 호나이도 신경증 호나자의 욕구불만에 대한 반응의 하나로 '자기 연민'을 들었다고 덧붙인다.

 


 

왜 쓸데없는 고민을 계속할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보다 문제를 고민하는 쪽이 심리적으로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자발성, 능동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문제를 고민하는 데에는 자발성, 능동성은 필요 없다. 무엇보다 고민을 하는 행위를 통하여 퇴행 욕구가 충족된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적극적인 태도는 성장을 하겠다는 태도다. 그런데 행동할 때에는 퇴행 욕구에 의해 움직이는 쪽이 심리적으로는 훨씬 편하다.(p.61)

 

저자 : 가토 다이조(かとう たいぞう,加藤 諦三)

1938년 도쿄에서 출생. 도쿄대학 교양학부 교양학과를 거쳐, 동 대학원 사회학 연구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1973년 이후 간헐적으로 하버드대학교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현재 와세다대학교 명예교수, 하버드대학교 라이샤우어연구소 객원연구원, 일본정신위생학회 고문이다. 라디오 프로그램 ‘전화 인생 상담’에 반세기 동안 출연했다. 저서로는 <왜 나만 이렇게 힘든 걸까>, <마음을 쉬게 하는 법>, <심리학자에게 배우는 자존감 관계법>, <비교하지 않는 연습> 등 다수가 있다.

 

역자 : 이정환

경희대학교 경영학과와 인터컬트 일본어학교를 졸업했다. ㈜리아트 통역과장을 거쳐, 현재 전문 번역가 및 동양철학, 종교학 연구가, 역학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돈의 맛』 『2억 빚을 진 내게 우주님이 가르쳐준 운이 풀리는 말버릇』 『지적자본론』 『나는 내가 아픈 줄도 모르고』 『구마 겐고, 건축을 말하다』 『사소하지만 강력한 말의 기술』 『오다 노부나가 카리스마 경영』 『적을 경영하라』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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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너머의 별 - 나태주 시인의 인생에서 다시없을 사랑 시 365편
나태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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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시인'으로 불리다가 이젠 '국민 시인'이라고 불리운다. 시인 나태주는 최근 시집 50권을 펴낸 국민 애송시의 주인공이 됐다. 문학평론가들은 나태주의 시는 짧지만 깊고, 쉽지만 가볍지 않다고 평한다. 그를 인터뷰한 중앙일보 정영재 문학전문기자는 2023년 2월 11일 「SUNDAY가 만난 사람-'풀꽃시인' 나태주」에서 "(나태주의 시는)울고 있는 친구에게 조용히 뽑아주는 티슈 한 장이고, 야단맞은 동료에게 힘내라고 보내는 이모티콘이다. '시가 밥 먹여주냐'고 묻는 세상을 향해 '영혼에게 허기를 채워준다'고 답한다"고 썼다. 이날 인터뷰에서 시인 나태주는 유명 시인에게 시를 배웠는데도 시는 잘 못 쓰겠더라는 기자의 질문에 "미치지 않아서 그래요. 제대로 된 시인은 자기 딸이나 아들한테 시 쓰라고 안 합니다. '너 나 따라서 미쳐라' 그 소리거든요. 그런데 시는 내 편만 보고 미치는 게 아니라 네 편을 보고도 미치는 거예요. 함께 미치는 거죠. 거기에서 감동과 소통, 공감이 나옵니다. 내 편만 보고 미치면 더럽게 미치는 거고, 그건 자위 아니면 자해예요. 공자님이 말씀하신 충서(忠恕)를 새겨야 합니다.”

시인의 말은 고흐를 넘어 공자님께로 넘실거리며 나아갔다. 정신 바짝 차려야 했다. 충서의 뜻을 물었다. “충(忠)은 나한테 충실한 거고 서(恕·용서할 서)는 남을 받들고 용서해 주고 풀어주는 거예요. 오늘날 충만 남아 있는, 나한테만 집중하고 나한테만 빠져 있는 모습입니다. 학교 교육이 영성을 버리고 감성 조금 넣고 이성만 배불뚝이가 돼 버렸어요. 이성을 발달시켜 남 위에 군림하면서 떵떵거리며 살아가라는 거예요. 시인은 영성과 감성 쪽으로 가니까 이성 쪽에 있는 사람들이 볼 때는 미치거나 쓸모없는 얘기 한다고 하죠.” 독자는 이날 인터뷰 기사를 통해 시인의 시적 내공을 읽을 수 있었다.

 

 

이날 인터뷰 기사는 기자의 '아직도 너를 사랑해서 슬프다'(「이 가을에」)에 대해 물었다. 시인은 “사랑하면 슬퍼집니다. 슬프지 않은 사랑은 사랑이 아니에요. 우리 어머니들은 슬퍼요. 왜냐하면 자식을 사랑하니까. 더 못 줘서, 더 같이 못 있어서 슬픈 거예요. 부처님의 자비는 사랑(慈)과 슬픔(悲)이 합쳐진 겁니다. 타인의 슬픔에 같이 슬퍼하는 게 부처님 마음입니다. 나는 기독교 신자지만 이 부처님한테 무릎을 꿇어요. ‘부처님 너무 많이 슬퍼하지 마세요. 너무 많이 사랑하지 마세요’라면서요.” 또 “공자님의 인(仁)은 측은지심(惻隱之心), 안쓰럽고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입니다. 예수님의 마음은 긍휼(矜恤·불쌍히 여겨 돌보아 줌)입니다. 한자 휼(恤)은 마음(心)과 피(血)를 합친 글자죠. 세상 사람들의 아픔과 슬픔을 보며 마음으로 피 흘리는 게 예수님 마음이고, 끝내는 십자가에서 피를 흘리셨잖아요. ‘슬픔을 함께하는 마음’을 언어로 표현하는 게 시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다.

이 책 『별빛 너머의 별』는 그가 10여 년 전부터 켜켜이 써내려간 사랑 시 365편을 엮어 출간한 시선집이다다. 세상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해 마치 연애편지를 쓰듯 써내려갔던 나태주 시인의 사랑 시 365편은, 마치 시인의 일생을 담듯 한 편 한 편 정성스럽게 고르고 고른 시들이다. 그리하여 나태주 시인의 인생에서 다시없을 사랑 시라 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시인 자신도 그동안의 사랑 시 중 결정판이라 강조하며 특별한 애정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시선집은, 현재를 살아가면서 불확실한 미래로 막막하고, 불안정하며 우울한 이들에게 현상 너머 진짜를 보는 반짝이는 별이 되라고 시인 특유의 따뜻하고 진솔한 시어로 위로를 전하고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나태주의 시 「풀꽃」의 전문(全文)이다. 시인이 이번에 펴낸 『별빛 너머의 별』에는 '풀꽃'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그 자리에 개양귀비(p.20), 은방울꽃(p.118), 옥잠화(p.119), 들국화(p.127), 영산홍(p.210)이 등장한다. 풀꽃을 잃었을까? 그럴 리 없다. 풀꽃의 추억으로 다른 꽃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사실 확대라기보다 원래 시인이 가지고 있는 꽃에 대한 감성일 뿐이다. 이번 시집에서 확대된 것은 '별'에 대한 시인의 시적 시선이다. 이번 시집에는 제목 『별빛 너머 별』에서 보여지듯 유난히 '별'이 많다. '프롤로그' 「별은 그대 가슴에」가 시작이다.

 

나에게 희망이 있다고

말해주세요

나에게 내일이 있다고 말해주세요

 

왜 우리는 이런 작은 말에도

목이 메일까요?

그것은 우리 마음속에 이미 사라진 별이

손짓하기 때문입니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별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들려준다. 시집의 제목부터 프롤로그에서 설명한다. "별빛 너머의 별. 언뜻 동의어 반복처럼 읽힐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별빛은 별빛이고 별은 별이다. 실상 우리가 밤하늘에서 만나는 별은 별이 아니고 별빛이다. 그러니까 우주의 어디선가 있었던 별이 보낸 빛을 우리가 보는 것일 뿐이다. 그것은 아주 오래전에 있었던 시간이고, 아주 멀리서부터 출발해온 과거의 흔적이다. 실체가 아니라 환상, 말하자면 가짜다. 다만 그것을 우리가 별이라고 믿어주기 때문에 별이 되는 것이다. 정작 별은 별빛 너머에 있다. 우리의 능력과 시간이 도달할 수 없는 미지의 공간에 있다. 그렇다고 별이 아주 없는 거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어디까지나 별빛 너머에 별은 있다. 있어도 분명히 있다. 의심하지 말아라. 우리의 사랑도 그렇고 인생도 그러하리니. 우리 앞에 다가온 사랑과 인생도 그 표정 너머에 숨겨진 얼굴이 있다고 생각하자." 시인이 별과 별빛에 천착하는 이유가 알 듯 모를 듯하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이 이해된다. 우리 능력과 시공간을 초월해 있는 것이라도 그 실체가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즉, 그런 실체들은 우리의 인식 안에 있는 것이다. 그것들은 꿈으로 표현되지만 우리의 능력 안으로 이미 들어와 있다고 이해된다.

"사랑 너머에 사랑의 실체가 있고 인생 너머에 인생의 본질이 있다고 생각하면 얼핏 포기하고 싶어도 쉽사리 그러지 못하리라. 사실 너머의 사실, 현상 너머의 또 다른 현상을 그리워하고 그것을 끝내 찾아가는 것도 우리의 지혜요, 용기다. 별빛도 좋지만 더 좋은 건 별이다. 그대 부디 별을 가슴에 안아라. 그러고는 별이 가짜가 아니라 진짜기 되기를 바라며 그대의 길을 가라. 그러노라면 그대의 인생도 가짜가 아니라 진짜가 되는 날이 있을 것이다."

 

 

이 시집을 펴낸 출판사 측에 따르면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보이지 않는 현상과 싸우면서 지치고 힘든 시기를 건너왔다. 또한 최악의 경기침체로 인해 불안하고 우울한 감정에 휩싸여 방향성을 잃고 흔들리고 있다. 그렇게 버텨온 시간 속에 어김없이 새날은 밝아왔다. 나의 상황은 여전하지만, 세상은 야속하게도 잘만 돌아가고 있는 지금. “나에게 희망이 있다고, 나에게 내일이 있다고, 나에게 사랑이 있을 거라고 손짓하는” 시집이 있다. 바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나태주의 『별빛 너머의 별』 시선집이다. 이 시선집은 시인의 인생에서 굴레처럼 반복됐던 만남과 동행, 이별과 해후의 서사가 담긴 사랑 시 365편으로, 흔들리는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하고 있다.

『별빛 너머의 별』은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 꼬마전구에 반짝 불이 켜지듯’에서는 만남의 순간들을 이야기한다. ‘2부 날마다 새날처럼 가슴 설레며’는 동행의 걸음들을 담았고, ‘3부 어느 강을 건너서 너를 만나랴’에서는 이별의 아픔을 채웠다. 마지막 ‘4부 꽃비 내리는 날에 다시 만나서’는 해후의 다양한 모습을 표현했다. 이는 그 옛날 시인의 고백일 수도, 또는 세상을 향한 고뇌일 수도, 자연을 향한 예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그 고리들이 연결되어 새로운 꿈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모아진 꿈들이 인생이고 사랑이라고 시인은 말하고 있다. 세상은 점점 각박해져 가지만 나태주 시인은 아직 빛나는 세상이라 말하며 이번 시선집 『별빛 너머의 별』을 통해 위로 한 움큼을 고이 우리 손에 쥐어쥐듯 이 책을 선물처럼 내놓고 있다.

 


 

시 쓰기는 길거리에 버려진 보석들을 줍는 것과 같다는 시인 나태주. 그래서인지 나태주 시인의 시 소재들은 사람, 자연, 세상 등 다양하다. 그 어떤 것에서든 영감을 찾는 시인은, 버려져 굴러다니는 돌덩이를 보며 시를 쓰기도 하고, 스마트폰 알람 글에서도, 얼굴을 간질이며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서도 시를 쓰기도 하는 진정한 풀꽃 시인이다.

 

저자 : 나태주(羅泰柱)

 

1945년 충청남도 서천군 시초면 초현리 111번지 그의 외가에서 출생하여 공주사범학교와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오랫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2007년 공주 장기 초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43년간의 교직 생활을 마친 뒤, 공주문화원장을 거쳐 현재는 공주풀꽃문학관을 운영하고 있다. 1971년 [서울신문(현, 대한매일)] 신춘문예 시 「대숲 아래서」가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 등단 이후 끊임없는 왕성한 창작 활동으로 수천 편에 이르는 시 작품을 발표해왔으며, 쉽고 간결한 시어로 소박하고 따뜻한 자연의 감성을 담아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아왔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로 「풀꽃」이 선정될 만큼 사랑받는 대표적인 국민 시인이다. 흙의문학상, 충남문화상, 현대불교문학상, 박용래문학상, 시와시학상, 향토문학상, 편운문학상, 황조근정훈장, 한국시인협회상, 정지용문학상, 공초문학상, 유심작품상, 김삿갓문학상 등 많은 상을 수상하였다.

1973년에는 첫 시집 『대숲 아래서』 펴냈고, 이후 1981년 산문집 『대숲에 어리는 별빛』, 1988년 선시집 『빈손의 노래』, 1999년 시화집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2001년 이성선, 송수권과의 3인 시집 『별 아래 잠든 시인』, 2004년 동화집 『외톨이』, 2006년 『나태주 시선집』, 『울지 마라 아내여』, 『지상에서의 며칠』를 비롯하여 『누님의 가을』, 『막동리 소묘』, 『산촌엽서』, 『눈부신 속살』, 『그 길에 네가 먼저 있었다』, 『아직도 너를 사랑해서 슬프다』, 『마음이 살짝 기운다』, 『어리신 어머니』, 『풀꽃과 놀다』, 『혼자서도 꽃인 너에게』, 『좋다고 하니까 나도 좋다』 등 다양한 분야의 많은 문학작품을 출간하였다. 1972년 「새여울시동인회」 동인, 1995년엔 「금강시마을」 회원, 1993년부터 1994년까지 충남문인협회 회장, 2002년부터 2003년까지 공주문인협회 회장, 2001년부터 2002년까지 공주녹색연합 대표 등을 역임하였으며, 공주문화원 원장, 계간 「불교문예」 편집주간, 격월간 시잡지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공동주간, 지역문학인회 공동좌장,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장(부회장)을 지냈다.

주로 집에서 글을 쓰고 초청해 주는 곳이 있으면 찾아가 문학 강연을 하고 있다. 청소년기의 꿈은 첫째가 시인이 되는 것, 둘째가 예쁜 여자와 결혼해서 사는 것, 셋째가 공주에서 사는 것이었는데 오늘에 이르러 그 꿈을 모두 이루었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지금은 공주에서 살면서 공주풀꽃문학관을 건립, 운영하고 있으며 풀꽃문학상과 해외풀꽃문학상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고, 현재 공주문화원장과 충남문화원연합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풀꽃문학관에서, 서점에서, 도서관에서, 전국 방방곡곡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는 게 요즘의 일상이다. 가깝고 조그마한, 손 뻗으면 충분히 닿을 수 있는 시인으로 기억되고 싶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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