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너머의 별 - 나태주 시인의 인생에서 다시없을 사랑 시 365편
나태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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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시인'으로 불리다가 이젠 '국민 시인'이라고 불리운다. 시인 나태주는 최근 시집 50권을 펴낸 국민 애송시의 주인공이 됐다. 문학평론가들은 나태주의 시는 짧지만 깊고, 쉽지만 가볍지 않다고 평한다. 그를 인터뷰한 중앙일보 정영재 문학전문기자는 2023년 2월 11일 「SUNDAY가 만난 사람-'풀꽃시인' 나태주」에서 "(나태주의 시는)울고 있는 친구에게 조용히 뽑아주는 티슈 한 장이고, 야단맞은 동료에게 힘내라고 보내는 이모티콘이다. '시가 밥 먹여주냐'고 묻는 세상을 향해 '영혼에게 허기를 채워준다'고 답한다"고 썼다. 이날 인터뷰에서 시인 나태주는 유명 시인에게 시를 배웠는데도 시는 잘 못 쓰겠더라는 기자의 질문에 "미치지 않아서 그래요. 제대로 된 시인은 자기 딸이나 아들한테 시 쓰라고 안 합니다. '너 나 따라서 미쳐라' 그 소리거든요. 그런데 시는 내 편만 보고 미치는 게 아니라 네 편을 보고도 미치는 거예요. 함께 미치는 거죠. 거기에서 감동과 소통, 공감이 나옵니다. 내 편만 보고 미치면 더럽게 미치는 거고, 그건 자위 아니면 자해예요. 공자님이 말씀하신 충서(忠恕)를 새겨야 합니다.”

시인의 말은 고흐를 넘어 공자님께로 넘실거리며 나아갔다. 정신 바짝 차려야 했다. 충서의 뜻을 물었다. “충(忠)은 나한테 충실한 거고 서(恕·용서할 서)는 남을 받들고 용서해 주고 풀어주는 거예요. 오늘날 충만 남아 있는, 나한테만 집중하고 나한테만 빠져 있는 모습입니다. 학교 교육이 영성을 버리고 감성 조금 넣고 이성만 배불뚝이가 돼 버렸어요. 이성을 발달시켜 남 위에 군림하면서 떵떵거리며 살아가라는 거예요. 시인은 영성과 감성 쪽으로 가니까 이성 쪽에 있는 사람들이 볼 때는 미치거나 쓸모없는 얘기 한다고 하죠.” 독자는 이날 인터뷰 기사를 통해 시인의 시적 내공을 읽을 수 있었다.

 

 

이날 인터뷰 기사는 기자의 '아직도 너를 사랑해서 슬프다'(「이 가을에」)에 대해 물었다. 시인은 “사랑하면 슬퍼집니다. 슬프지 않은 사랑은 사랑이 아니에요. 우리 어머니들은 슬퍼요. 왜냐하면 자식을 사랑하니까. 더 못 줘서, 더 같이 못 있어서 슬픈 거예요. 부처님의 자비는 사랑(慈)과 슬픔(悲)이 합쳐진 겁니다. 타인의 슬픔에 같이 슬퍼하는 게 부처님 마음입니다. 나는 기독교 신자지만 이 부처님한테 무릎을 꿇어요. ‘부처님 너무 많이 슬퍼하지 마세요. 너무 많이 사랑하지 마세요’라면서요.” 또 “공자님의 인(仁)은 측은지심(惻隱之心), 안쓰럽고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입니다. 예수님의 마음은 긍휼(矜恤·불쌍히 여겨 돌보아 줌)입니다. 한자 휼(恤)은 마음(心)과 피(血)를 합친 글자죠. 세상 사람들의 아픔과 슬픔을 보며 마음으로 피 흘리는 게 예수님 마음이고, 끝내는 십자가에서 피를 흘리셨잖아요. ‘슬픔을 함께하는 마음’을 언어로 표현하는 게 시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다.

이 책 『별빛 너머의 별』는 그가 10여 년 전부터 켜켜이 써내려간 사랑 시 365편을 엮어 출간한 시선집이다다. 세상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해 마치 연애편지를 쓰듯 써내려갔던 나태주 시인의 사랑 시 365편은, 마치 시인의 일생을 담듯 한 편 한 편 정성스럽게 고르고 고른 시들이다. 그리하여 나태주 시인의 인생에서 다시없을 사랑 시라 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시인 자신도 그동안의 사랑 시 중 결정판이라 강조하며 특별한 애정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시선집은, 현재를 살아가면서 불확실한 미래로 막막하고, 불안정하며 우울한 이들에게 현상 너머 진짜를 보는 반짝이는 별이 되라고 시인 특유의 따뜻하고 진솔한 시어로 위로를 전하고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나태주의 시 「풀꽃」의 전문(全文)이다. 시인이 이번에 펴낸 『별빛 너머의 별』에는 '풀꽃'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그 자리에 개양귀비(p.20), 은방울꽃(p.118), 옥잠화(p.119), 들국화(p.127), 영산홍(p.210)이 등장한다. 풀꽃을 잃었을까? 그럴 리 없다. 풀꽃의 추억으로 다른 꽃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사실 확대라기보다 원래 시인이 가지고 있는 꽃에 대한 감성일 뿐이다. 이번 시집에서 확대된 것은 '별'에 대한 시인의 시적 시선이다. 이번 시집에는 제목 『별빛 너머 별』에서 보여지듯 유난히 '별'이 많다. '프롤로그' 「별은 그대 가슴에」가 시작이다.

 

나에게 희망이 있다고

말해주세요

나에게 내일이 있다고 말해주세요

 

왜 우리는 이런 작은 말에도

목이 메일까요?

그것은 우리 마음속에 이미 사라진 별이

손짓하기 때문입니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별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들려준다. 시집의 제목부터 프롤로그에서 설명한다. "별빛 너머의 별. 언뜻 동의어 반복처럼 읽힐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별빛은 별빛이고 별은 별이다. 실상 우리가 밤하늘에서 만나는 별은 별이 아니고 별빛이다. 그러니까 우주의 어디선가 있었던 별이 보낸 빛을 우리가 보는 것일 뿐이다. 그것은 아주 오래전에 있었던 시간이고, 아주 멀리서부터 출발해온 과거의 흔적이다. 실체가 아니라 환상, 말하자면 가짜다. 다만 그것을 우리가 별이라고 믿어주기 때문에 별이 되는 것이다. 정작 별은 별빛 너머에 있다. 우리의 능력과 시간이 도달할 수 없는 미지의 공간에 있다. 그렇다고 별이 아주 없는 거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어디까지나 별빛 너머에 별은 있다. 있어도 분명히 있다. 의심하지 말아라. 우리의 사랑도 그렇고 인생도 그러하리니. 우리 앞에 다가온 사랑과 인생도 그 표정 너머에 숨겨진 얼굴이 있다고 생각하자." 시인이 별과 별빛에 천착하는 이유가 알 듯 모를 듯하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이 이해된다. 우리 능력과 시공간을 초월해 있는 것이라도 그 실체가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즉, 그런 실체들은 우리의 인식 안에 있는 것이다. 그것들은 꿈으로 표현되지만 우리의 능력 안으로 이미 들어와 있다고 이해된다.

"사랑 너머에 사랑의 실체가 있고 인생 너머에 인생의 본질이 있다고 생각하면 얼핏 포기하고 싶어도 쉽사리 그러지 못하리라. 사실 너머의 사실, 현상 너머의 또 다른 현상을 그리워하고 그것을 끝내 찾아가는 것도 우리의 지혜요, 용기다. 별빛도 좋지만 더 좋은 건 별이다. 그대 부디 별을 가슴에 안아라. 그러고는 별이 가짜가 아니라 진짜기 되기를 바라며 그대의 길을 가라. 그러노라면 그대의 인생도 가짜가 아니라 진짜가 되는 날이 있을 것이다."

 

 

이 시집을 펴낸 출판사 측에 따르면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보이지 않는 현상과 싸우면서 지치고 힘든 시기를 건너왔다. 또한 최악의 경기침체로 인해 불안하고 우울한 감정에 휩싸여 방향성을 잃고 흔들리고 있다. 그렇게 버텨온 시간 속에 어김없이 새날은 밝아왔다. 나의 상황은 여전하지만, 세상은 야속하게도 잘만 돌아가고 있는 지금. “나에게 희망이 있다고, 나에게 내일이 있다고, 나에게 사랑이 있을 거라고 손짓하는” 시집이 있다. 바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나태주의 『별빛 너머의 별』 시선집이다. 이 시선집은 시인의 인생에서 굴레처럼 반복됐던 만남과 동행, 이별과 해후의 서사가 담긴 사랑 시 365편으로, 흔들리는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하고 있다.

『별빛 너머의 별』은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 꼬마전구에 반짝 불이 켜지듯’에서는 만남의 순간들을 이야기한다. ‘2부 날마다 새날처럼 가슴 설레며’는 동행의 걸음들을 담았고, ‘3부 어느 강을 건너서 너를 만나랴’에서는 이별의 아픔을 채웠다. 마지막 ‘4부 꽃비 내리는 날에 다시 만나서’는 해후의 다양한 모습을 표현했다. 이는 그 옛날 시인의 고백일 수도, 또는 세상을 향한 고뇌일 수도, 자연을 향한 예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그 고리들이 연결되어 새로운 꿈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모아진 꿈들이 인생이고 사랑이라고 시인은 말하고 있다. 세상은 점점 각박해져 가지만 나태주 시인은 아직 빛나는 세상이라 말하며 이번 시선집 『별빛 너머의 별』을 통해 위로 한 움큼을 고이 우리 손에 쥐어쥐듯 이 책을 선물처럼 내놓고 있다.

 


 

시 쓰기는 길거리에 버려진 보석들을 줍는 것과 같다는 시인 나태주. 그래서인지 나태주 시인의 시 소재들은 사람, 자연, 세상 등 다양하다. 그 어떤 것에서든 영감을 찾는 시인은, 버려져 굴러다니는 돌덩이를 보며 시를 쓰기도 하고, 스마트폰 알람 글에서도, 얼굴을 간질이며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서도 시를 쓰기도 하는 진정한 풀꽃 시인이다.

 

저자 : 나태주(羅泰柱)

 

1945년 충청남도 서천군 시초면 초현리 111번지 그의 외가에서 출생하여 공주사범학교와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오랫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2007년 공주 장기 초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43년간의 교직 생활을 마친 뒤, 공주문화원장을 거쳐 현재는 공주풀꽃문학관을 운영하고 있다. 1971년 [서울신문(현, 대한매일)] 신춘문예 시 「대숲 아래서」가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 등단 이후 끊임없는 왕성한 창작 활동으로 수천 편에 이르는 시 작품을 발표해왔으며, 쉽고 간결한 시어로 소박하고 따뜻한 자연의 감성을 담아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아왔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로 「풀꽃」이 선정될 만큼 사랑받는 대표적인 국민 시인이다. 흙의문학상, 충남문화상, 현대불교문학상, 박용래문학상, 시와시학상, 향토문학상, 편운문학상, 황조근정훈장, 한국시인협회상, 정지용문학상, 공초문학상, 유심작품상, 김삿갓문학상 등 많은 상을 수상하였다.

1973년에는 첫 시집 『대숲 아래서』 펴냈고, 이후 1981년 산문집 『대숲에 어리는 별빛』, 1988년 선시집 『빈손의 노래』, 1999년 시화집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2001년 이성선, 송수권과의 3인 시집 『별 아래 잠든 시인』, 2004년 동화집 『외톨이』, 2006년 『나태주 시선집』, 『울지 마라 아내여』, 『지상에서의 며칠』를 비롯하여 『누님의 가을』, 『막동리 소묘』, 『산촌엽서』, 『눈부신 속살』, 『그 길에 네가 먼저 있었다』, 『아직도 너를 사랑해서 슬프다』, 『마음이 살짝 기운다』, 『어리신 어머니』, 『풀꽃과 놀다』, 『혼자서도 꽃인 너에게』, 『좋다고 하니까 나도 좋다』 등 다양한 분야의 많은 문학작품을 출간하였다. 1972년 「새여울시동인회」 동인, 1995년엔 「금강시마을」 회원, 1993년부터 1994년까지 충남문인협회 회장, 2002년부터 2003년까지 공주문인협회 회장, 2001년부터 2002년까지 공주녹색연합 대표 등을 역임하였으며, 공주문화원 원장, 계간 「불교문예」 편집주간, 격월간 시잡지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공동주간, 지역문학인회 공동좌장, 한국시인협회 심의위원장(부회장)을 지냈다.

주로 집에서 글을 쓰고 초청해 주는 곳이 있으면 찾아가 문학 강연을 하고 있다. 청소년기의 꿈은 첫째가 시인이 되는 것, 둘째가 예쁜 여자와 결혼해서 사는 것, 셋째가 공주에서 사는 것이었는데 오늘에 이르러 그 꿈을 모두 이루었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지금은 공주에서 살면서 공주풀꽃문학관을 건립, 운영하고 있으며 풀꽃문학상과 해외풀꽃문학상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고, 현재 공주문화원장과 충남문화원연합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풀꽃문학관에서, 서점에서, 도서관에서, 전국 방방곡곡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는 게 요즘의 일상이다. 가깝고 조그마한, 손 뻗으면 충분히 닿을 수 있는 시인으로 기억되고 싶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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