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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이 질병이 되는 순간
전형진 지음 / 프리즘(스노우폭스북스) / 2023년 3월
평점 :

이 책 『쾌락이 질병이 되는 순간』은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중독'의 문제를 다뤘다. 중독은 예전부터 있었던 질병이라 새삼스러울 게 없지만 사실 고도로 발전한 의학계에서도 아직 정복하지 못한 뇌의 질병이다. 원인은 중독의 유형에 따라 다르지만 모두 뇌 신경의 장애로 판단하고 있다. 담배나 술, 마약 등 독성물질의 장기 사용으로 중독에 이르는 병의 대명사격이다. 현대 사회에 들어서면서, 특히 디지털 시대로 변화하는 과정을 거쳐 이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실체들이 하나둘씩 우리 주변에서 사용되고 있는 상태다.
현대 사회는 신자유주의 풍조의 부상으로 정신적 혼란도 가져오고 있다. 극심한 빈부 격차와 지구상에서 끝없이 펼쳐지는 전쟁,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불안과 공포의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더욱이 어수선한 국제 정세와 가파른 인플레이션으로 경제난을 겪으며 위기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내면화된 불안은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는데, 이는 주로 특정 행동을 개인의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양상으로 발현된다. 예컨대 스마트폰에 과하게 의존하며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고 종일 살펴보거나, 평균 체중임에도 강박적으로 식단을 조절하며 일 년 내내 다이어트를 하는 시달리는 식이다. 저자 전형진은 이 책을 통해 정신건강 전문의의 관점에서 현대인을 괴롭히는 중독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점을 모색한다. 이 책은 자신이 현재 중독 상태가 아니더라도 현대인이라면 한 번쯤 읽어 중독의 사전 예방에 효과를 내기를 위해서는 필독서라 할 수 있다.

‘중독’은 하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혼자만의 힘으로는 도저히 멈출 수 없는 상태를 일컫는다고 의학계는 판단하고 있다. 의학계에 따르면 중독이라고 하면 흔히 마약류의 약물을 복용했을 때 나타나는 신체적 증상을 떠올릴 수 있지만, 개인의 통제력을 벗어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특정 행동도 엄연한 중독으로 분류할 수 있다. 따라서 현대인의 일상을 지배하는 중독의 스펙트럼은 방대하다. 쇼핑, 게임, 운동, 면과 육류, 포르노, 일과 공부 등 그 종류가 다양하고, 성별과 연령의 성역 없이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장시간 이어진 팬데믹의 영향으로, 사회적 소통 없이 고립된 시간을 보내며 사회 전반에 중독 문제가 심화된 것도 사실이다.
중독은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이 아니라고 의학계는 경고한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에게도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정신적 질병이라는 것. 시간에 쫓기고, 생존을 건 경쟁에 수시로 노출되며, 이루어야 할 성과와 목표가 늘어감에 따라 과도한 압박감에 시달리는 현대인은 중독 문제에 취약하다고 한다. 저자는 중독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을 진료실에서 직접 만나면서 그들이 어떤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지를 목격했다. 그 경험을 토대로 우리의 삶과 건강을 위협하는 고질적인 중독의 사례들을 꼽아 그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점을 모색했다. 저자의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도저히 멈출 수 없는 특정 행동들이 어쩌면 개인의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중독이라면 당연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질병이기 때문에 치료에도 의료보험 적용이 되고, 국가도 중독에 이르기 전에 예방하고 중독자의 경우 치료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일, 스마트폰, 쇼핑 등 특정 대상에 탐닉하며 통제 능력을 상실해 일상생활에 치명적 영향을 주는 상태를 ‘중독’이라 부를 수 있다. 현대인의 생활을 지배하는 중독의 형태는 다양한데, 마약과 니코틴뿐 아니라 통속적으로 긍정적으로 간주하는 운동, 일, 공부, 모성애 등도 현대사회에 새롭게 대두한 중독의 대상들이다. 중독이란 누구나 겪을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의사로서뿐만 아니라 이미 옛날 사람들도 중독을 경계했다. 옛날에는 술과 담배, 마약이나 도박 같은 것에 빠져들 때 중독을 경고했지만 은밀하고 사적인 공간에서의 탐닉을 잡아낼 수는 없는 일이다. 법으로 규정돼 있는 중독 물질은 마약 정도이지만 기타 마약류는 의사의 처방 없이 일반인들에게는 판매되지 않은 엄격한 제어 장치에도 불구하고 마약은 불법 유통되면서 확산세를 가파르게 보이고 있어 마약 청정 지역이라는 우리나라도 적신호가 켜졌다고 한다.
문제는 마약처럼 알려진 중독 물질은 법으로 제한하지만 지하에서 은밀히 거래되는 모든 것을 잡아내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 중독은 이 밖에도 한 사람의 건강한 내면을 해치는 중독은 셀 수 없이 많다. 요즘은 게임이나 과식, 워커홀릭이나 쇼핑, 스마트폰 사용이나 집착 등 그 종류와 성질도 다양하다. 그중에는 나를 망치고 가족을 힘들게 하고 이웃과 사회를 멍들게 하는 중독도 많다. 아니라는 걸 알지만, 짜릿함과 달콤함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쾌락의 불구덩이에 빠져드는 것이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누구도 이러한 중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저자 전형진은 중독 증세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진료실에서 만나며, 일상과 정신의 균형을 깨트리는 중독 현상에 주목했다. 평범한 일상에서 시나브로 빠져들 수 있는 중독의 유형과 그 치유 방법을 살펴본다. 이 책은 통제 불가능한 중독 증세로 삶의 주도권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은 〈정신의학신문〉에 인기리에 연재되어 수많은 독자의 찬탄을 받은 ‘중독 인생을 위한 마음 처방전’을 다듬어 출간한 것이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멈출 수 없어 고민입니다〉에서는 스마트폰, 쇼핑, 다이어트, 게임, 빚과 관련된 중독 증세를 상세히 알아본다. 단순한 쾌락에 탐닉하는 행위가 사회적 자아를 파괴하는 행위로 확장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부 〈몸과 정신을 파괴하는 쾌락의 덫〉에서는 알코올, 성형, 도박, 포르노, 니코틴, 마약 중독을 이야기한다. 이런 유형의 중독이 더는 성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저자 전형진은 다양한 사례를 들려주며 자극적인 유희가 우리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뿌리째 뒤흔들고 있음을 환기시킨다.
3부 〈일상을 파괴하는 평범한 유혹들〉에서는 일, 욕, 육류, 라면, 수면제, 모성애 중독에 관해 들려준다. 3부를 읽다 보면 열심히 일하는 자신이, 아이들을 살뜰히 사랑하는 마음이 더는 긍정적 미덕으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4부 〈우리 삶에 마냥 좋기만 한 것이 있을까요〉에서는 사랑, 운동, 카페인, 기부 중독에 대해 고찰한다.

불확실성이 만연한 사회에 자기 자신을 혹독히 통제하며 쾌락과 위안을 얻는 풍조는 현대사회에 새롭게 출연한 중독의 모습이다. 현대인은 쉽고 빠르게 쾌락을 얻을 수 있는 대상을 탐닉한다. 여기서 경계해야 할 것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는 것이다. 건강한 삶이란 나 스스로를 자유롭게 통제할 수 있는 주도권을 가진 삶이다. 현대인은 마음의 평온을 잃은 채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숙고하지 못하고 바쁘게 살아간다. 통제력을 잃고, 특정 행위에 매몰되어 삶을 흘려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저자 : 전형진
정신건강 전문의. 충남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국립공주병원에서 전공의를 수료했다. 보건복지부 치매 진료 의사 전문화 교육, 대한불안의학회 심층 치료 과정, 학교정신건강 전문과 연수 교육, 최면의학 워크숍 등을 이수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회원, 정신의학신문 운영진, 대한정신건강재단 상담의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에서 신림평온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현대인은 너나없이 바쁘다. 해야 할 것도 많고, 이루어야 할 목표도 많고, 성취해야 할 것도 많다. 여기저기 마음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내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른 채 정신없이 내달린다. 어느 한 곳에 과하게 마음을 빼앗기는 것, 그로 인해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이 초래되는 것,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도저히 멈출 수가 없는 것, 이것이 바로 현대인들이 겪는 대표적 정신질환 중 하나인 중독이다. 과도한 몰입 때문에 생겨난 병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즉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사랑도 지나치면 병이 되고, 열정도 심하면 독이 된다. 저자 전형진은 마음의 평화를 깨뜨리고 온기를 사라지게 만드는 중독 현상에 주목했다. 평범한 일상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빠져들 수 있는 중독과 그 치유 방법에 대해 하나하나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정신의학신문에 ‘중독 인생을 위한 마음 처방전’이라는 글을 연재했다. 이 책은 연재를 마친 글을 다시 다듬어 펴낸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