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있는 삶 - 무엇을 선택하고 이룰 것인가
미로슬라브 볼프.마태 크러스믄.라이언 매컬널리린츠 지음, 김한슬기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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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의 목표는 '행복'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누가 왜 사느냐? 무엇을 위해 사느냐?고 물을 땐 거침없이 '행복'이라고 답한다. 그러나 누구나 그렇듯이 역경에 부딪치거나 말할 수 없이 무료한 시간이 주어지면 가끔은 "내가 과연 최선을 다한 삶을 살고 있는가?"란 질문을 스스로 해본다. 이때 "그렇다"고 답하기에는 망설여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행복을 목표로 한 삶이 잘못된 방향을 택했을까? 하는 자문을 한다. 행복이 아니라면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등 질문이 확대되면 어떤 해답도 못 얻은 채 다시 살아간다. 답을 구하려고 책을 보기도 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어보아도 시원찮은 대답뿐이다. "아, 이런 게 삶이구나"라는 대답은 어디에서 구하지 못했다. 지식의 부족일까, 지혜가 모자란 것일까? 그 원인마저 질문에 답할 수 없다.

이 책 『가치 있는 삶』은 독자의 건강이 좋지 않아 몸이 불편해질 때 우연히 발견했다. 이 책은 우리 삶에 대한 근원적 질문 "어떻게 살 것인가"란 질문에 답하는 책으로 믿고 선택했다. 그러나 이 책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 쓰인 책이 아니란 사실에 저으기 실망했다. 오히려 독자에게 질문을 한다.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필요한 밑바탕이 되는 '하위 질문'이 주어질 뿐이다. 새로운 방식의 책이라서 약간의 인내심을 가진 채 읽었다. 답을 구하기 위해서 읽는 책일 것 같아 선택했더니 책에는 스스로 질문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안내한다. 자칫 이 책의 의도를 곡해한다면 책장을 덮을 수도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자기계발서나 에세이 등에서 자주 읽었던 내용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 그렇다. 그러나 이 책의 프롤로그에 적힌 제목은 독자를 사로잡았다. 해답을 갖고 있는 책인지, 아닌지 관계 없이 제목만으로 확 끌렸다. 「이 책이 당신의 삶을 바꿔놓을 것이다」.

 


 

이어지는 첫 문장은 "부처가 되기 전, 고타마 싯타르타의 삶은 평범함이라는 기준에서 썩 괜찮게 흘러가고 있었다."(p.15) 이 문장으로 종교가 개입된 책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맞다. 예상은 적중했다. 그러나 그 예상은 책의 극히 일부분이다. 이 책은 종교, 철학, 문학, 건축, 예술, 과학 등 이 세상에 있는 모든 학문을 동원한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 끊임없는 노력으로 자신의 답에 다가가기를 요청한다.

출판사 측에서도 이 책을 소개한다. 이에 따르면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순간 또는 삶이 권태롭고 무료한 순간, 우리들의 마음속에는 짧지만 강력한 질문 한 자락이 피어오른다. “단 한 번뿐인 삶, 어떻게 살 것인가?” 의미 있는 삶에 대한 지향은 비단 오늘을 사는 우리들만의 고민이 아니다. 좋은 삶에 대한 물음은 지난 수천 년간 동서고금의 현자들을 사로잡은 가장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질문이자 인류의 사상과 문명을 발전시켜온 토대였다.

‘더 나은 가치’에 대한 추구가 있었기에 인간은 더욱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었다. 아이비리그를 대표하는 대학이자 미국의 지성을 상징하는 대학 중 하나인 예일대학교에서 지난 10년간 학생들로부터 ‘내 인생을 바꾼 최고의 수업’이라는 찬사를 꾸준히 받아온 강의가 있다. 바로 ‘가치 있는 삶’ 강의다.

그 강의를 책으로 옮긴 『가치 있는 삶』은 예일대학교 신학대학과 인문대학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세 저자가 ‘우리가 살면서 추구해야 하는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동서양의 다양한 철학자들과 현인들의 지혜와 더불어 소개한다. 하지만 이 책이 이제까지 출판되어 나온 ‘삶의 가치’를 다뤘던 여타의 책들과 특별하게 다른 점은 하나의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의문’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이들 세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길고 행복한 삶’을 가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누구보다도 건강하고 오래 살았지만, 인생에서 어떤 성취도 이루지 못한 삶은 어떤가? 가치 있는 삶이라고 할 수 있는가? 꿈을 이루고 역사에 이름을 새겼지만 짧은 생애로 마감했다면, 이것은 불행한 삶인가? 희대의 걸작을 만들기 위해 기꺼이 나치에 가담한 건축가의 삶은 어떤가? 가치가 있는가? 아니면 무가치한가? 유한한 삶에 절망해 쾌락만을 추구한 소설가의 삶은? 금욕만이 최선이라는 종교인의 삶은? 진정으로 좋은 삶을 우리는 어떻게 정의내릴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내놓으며 토론을 거듭한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막 출발선에 선 젊은 청년들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은 삶의 목표를 갖고 세상을 좀더 많은 사람의 이익이 되고, 자신의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강단에서 가르친 내용을 책으로 정리했다.

저자들은 "새로운 밀레니엄에 접어들며 사람들은 ‘옳은 일을 행하면 복을 받을 것’이라며 떠들어댔지만 인류 역사에 남은 여러 사건이 꼭 그렇지만은 않음을 증명했다. 흔한 믿음과 반대로 선행이 불운을 가져올 때도 많으며, 길고 행복하고 건강한 삶이 곧 좋은 삶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 또한 적지 않다. 실제로 우리가 가장 존경하는 삶의 형태는 우리가 추구하는 삶의 형태와 거리가 멀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책 『가치 있는 삶』에서 저자들은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평범한 길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길을 걸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는 우리 각자가 책임져야 할 몫이다. 많은 사람이 선하다고 생각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삶이 선하다고 여겨서도 안 된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역시 우리 각자가 책임져야 할 몫인 것이다. 즉 우리에게는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삶이 무엇인지, 우리 삶에 어떤 ‘의문’이 주어졌고, 어떤 대답을 내놓아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역설한다.

 


 

우리의 모든 행동에는 스스로의 책임이 따른다. 이 문장은 굳이 책에 쓰지 않아도 대부분 잘 아는 내용이다. 삶의 매 순간마다 질문하고 대답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준다. 이 책의 안내와 조력을 통해 독자들은 자기만의 해답을 찾아 한층 더 의미 있는 삶을 살아나갈 수 있게 될 것으로 저자들은 믿는다.

이 책의 주제인 ‘어떻게 살 것인가?’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 마주치는 질문이다. 책에 따르면 이 질문은 질문을 떠올리는 사람의 처지와 무관하게 들이닥친다. 평범하고 순탄한 나날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일상의 단조로움과 권태가 진정한 삶의 방향이 무엇인지를 탐색하게 만든다. 위기의 순간에 내몰린 사람이라면 당장의 위태로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어떻게 살아야 제대로 된 삶인지를 절실히 고민하게 만든다. 이 책 『가치 있는 삶』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생의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해준다.

책을 읽고 나면 독자들은 이 수업을 수강한 예일대 학생들이 “내 인생을 바꾼 최고의 수업”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는 출판사나 매체 서평을 이해할 수 있다. ‘가치 있는 삶’에 대한 예일대 강의는 입소문을 타고 학교 밖으로도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이에 따라 현재는 예일대 캠퍼스 외에도 일반인들을 비롯해서 삶의 의미를 새롭게 설계할 필요가 있는 모든 이들을 대상으로도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가치 있는 삶’ 강의는 ‘통찰이 뛰어났던 과거의 친구(역사 속 현인들)에게 도움을 받아 현재의 친구와 토론을 이어나가는 기나긴 대화’와 같다. ‘가치 있는 삶’ 강의에서는 인생의 ‘의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여기에서 ‘의문(Question)’은 일종의 ‘빅 퀘스천’으로 지금까지 문제로 여기지 않았던 부분을 새삼 들여다보게 만들어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놓는 커다란 질문’을 뜻한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독자들과 함께 동서고금의 현자들, 가령 부처, 아브라함, 공자, 예수처럼 유명한 종교 지도자는 물론이고 제러미 벤담, 프리드리히 니체, 오스카 와일드 등과 같은 사상가들, 그리고 마사 누스바움, 로빈 월 키머러, 피터 싱어 등과 같은 근현대 철학자들의 글귀를 읽으며 이들이 고민했던 ‘진정한 삶의 가치’에 대해 토론하는 형식을 취한다. 이 책 『가치 있는 삶』 역시 강의와 비슷한 형식을 취했다고 말한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전 세계 각지에서 ‘의문’을 깊게 고찰해온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들은 우리가 사는 동안 꼭 추구해야만 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그러한 가치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등을 독자들이 꾸준한 걸음으로 탐색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우리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상 속에서 주변에 일어나는 사건에 미약하게나마 분명히 반응하며 살아간다. 손에 카드를 쥐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햄스터도 아니다. 누군가 햄스터를 집어 올리면 틀림없이 뭔가 반응을 보일 것이다. 어쩌면 햄스터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반응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햄스터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는다. 우리는 고민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의 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p.32~33)

이 책에는 삶의 목적을 되돌아보게 하는 질문에서부터 의미 있는 인생을 살기 위한 로드맵과 실천 습관까지 ‘가치 있는 삶’에 대한 궁극의 이야기가 이 한 권에 담겼다. 저자들은 책을 통해 ‘우리는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둘러싸고 불교, 기독교, 유교 등 세계 종교의 사상가뿐만 아니라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프리드리히 니체, 마사 누스바움 등과 같은 근현대 사상가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인물들이 찾아낸 다양한 답들이 제시되어 있다. 흥미로운 점은 그 어떤 답들도 하나의 일관된 내용으로 수렴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책에 따르면 ‘좋은 삶이 주는 느낌이란 무엇인가’는 동일한 질문을 둘러싸고 공리주의자 제러미 벤담은 ‘쾌락을 주는 것은 선이고, 쾌락을 빼앗는 것은 악’이라고 정의했다. 반면, 부처의 가르침을 따랐던 ‘수바’라는 이름의 여성 수행자는 ‘깨달음에서 오는 만족과 욕구에서 해방된 상태’를 좋은 삶의 느낌으로 정의했다. 한편,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감정은 슬픔’이며, 슬픔이야말로 삶의 진실에 제대로 가닿게 만드는 가장 아름다운 감정이라고 정의했다.

저자들은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보편적인 가치가 궁극적 해결책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런 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단언한다. 즉, 우리 인생에 단 하나뿐인 정답은 없다는 뜻이다. 아무리 뛰어난 현자들이 내린 답이라 할지라도 내 인생의 의문에 그들이 대신 답을 내려줄 수는 없는 법이다. 우리는 과거에 존재했던, 그리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이 내린 그들의 답을 참조하되, 궁극적으로는 내 인생의 답을 스스로 찾아나가야 한다. 그 여정에서 『가치 있는 삶』은 충실하고 믿음직한 조력자가 되어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 책에는 풍성하고 다양한 질문이 담겨 있다. 우리가 살면서 닥치는 모든 문제를 근원적으로 이해하고 판단학기 위한 질문이다. 저자들은 이를 '질문의 숲'이라고 말한다. 그 숲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추구할 가치가 있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어디에서부터 (가치 찾기를) 시작해야 하는가?’, ‘우리의 대답은 궁극적으로 누구를 향하는가?’, ‘좋은 삶이란 어떤 느낌인가?’, ‘무엇을 바라며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다양한 가치를 어떻게 배합해야 적절한가?’, ‘우리 삶이 궁극적으로 그리고자 하는 큰 그림은 무엇인가?’, ‘때때로 마주치는 고통과 실패들은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들이 그것이다. 정교한 로드맵 아래 촘촘히 설계된 질문들에 솔직하게 대답하다 보면, 단 한 번뿐인 삶에서 내가 궁극적으로 도달하고 싶은 가치가 무엇인지 찾을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례적으로 이 책은 「이 책을 읽는 방법」을 따로 기록해 두었다. 삶을 이해하기 위해 질문의 단계를 4단계로 나뉘었다. 깊이 있는 질문에 몰두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언제까지고 해수면 아래에서 사색하는 삶만 살아갈 수는 없다. 성찰 없는 삶은 인생을 부유하게 만들지만, 끊임없는 성찰만 이어진다면 우리는 생의 무게에 짓눌려 질식할 것이다. 다이빙에 비유한다면, 우리의 진짜 삶이 이루어지는 장소는 호흡이 가능한 해수면 위다. 바다 깊은 곳에서 얻은 깨달음은 수면에서 마침내 생명을 얻는다.

서양철학과 동양철학의 '시조'라고 일컬어지는 소크라테스와 공자의 제자를 가르치는 방식은 '대화'였다고 한다. 즉 질문과 답을 통해 인간의 삶을 통찰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어떤 내용이든지 ‘의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 자신뿐이다. 우리는 스스로가 걸어가는 길에 커다란 책임이 있는 삶의 주체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내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최선을 다해 고민해야만 한다. 하지만 삶의 ‘의문’은 빠르게 답을 구하고 해치워야 하는 과제가 아니다. 나의 인격이 성숙함에 따라 혹은 나를 둘러싼 환경이 바뀜에 따라 우리 삶의 행로는 언제든 더 나은 방향으로 수정이 가능하다. 즉, 삶의 ‘의문’은 언제든 곱씹고 되돌아보고 조정할 수 있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이 책의 주장이기도 하다. 자기만의 고유한 가치를 찾아 삶의 목적과 의미를 재정립하고, 단 한 번뿐인 삶을 중요한 가치를 위해 살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이 중요한 이유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가치 있는 삶에 대한 성찰을 ‘지금, 여기’ 내가 발을 딛고 선 현실에서 실천하고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알려준다. 「이 책을 읽는 방법」에서 목차에서 자신이 필요한 곳을 부분적으로 읽는 것보다 단계적으로 처음부터 꼼꼼히 읽어야 한다는 요청에 대한 답이다. 이 책은 독자에게 다시 한 번 삶의 정의와 삶의 방법, 목표 등에 대해 깊은 질문을 하게 됐고, 강렬한 격려을 받았다. 과연 독자의 삶이 바뀔지 그렇지 않을지 모르지만 이 책은 독자들에게도 강렬한 감동보다는 영적 영감을 줄 것으로 믿기에 필독을 권유한다.

 


 

저자 : 미로슬라브 볼프(Miroslav Volf)

오늘날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며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독교 신학자이자 윤리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크로아티아 출신으로,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대학교에서 고전 그리스어와 철학을, 개신교 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B.A.). 이후 미국 풀러 신학교에서 석사 학위(M.A.)를, 독일 튀빙겐 대학교에서 위르겐 몰트만의 지도로 박사 학위(Dr. theol.)와 교수 자격(Dr. theol. habil.)을 취득했다. 미국 풀러 신학교에서 조직신학을 가르쳤고, 현재 예일 신학대학원에서 신학과 윤리학을 가르치면서 예일 신앙과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종교와 인류 공영의 문제, 지구화, 화해 등의 주제를 연구한다.

그가 쓴 『배제와 포용』은 「크리스채너티투데이」(Christianity Today)에서 선정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100권의 종교 서적으로 꼽혔으며, 이 책으로 2002년 그라베마이어 상(종교 분야)을 수상했다. 그 밖에 『광장에 선 기독교』 『행동하는 기독교』 『기억의 종말』 『알라』 『인간의 번영』 『일과 성령』(이상 IVP), 『노동의 미래?미래의 노동』(한국신학연구소), 『베풂과 용서』(복있는사람), 『삼위일체와 교회』(새물결플러스), 『하나님의 말씀에 사로잡혀』(국제제자훈련원) 등을 썼다.

 

저자 : 마태 크러스믄(Matthew Croasmun)

예일 신앙과문화연구소 연구원으로 Life Worth Living Program을 이끌고 있으며, 예일 대학교에서 신학과 인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예일 칼리지에서 음악을(B.A.), 예일 신학대학원에서 종교학 석사(M.A.R.)로 성경을, 가나 아크로피-크리스탈러 신학연구소에서 콰메 베디아코를 사사하며 신학을 공부했다. 이후 예일 신학대학원으로 돌아와 종교학(성서학)으로 박사 학위(Ph.D.)를 취득했다. 엘름시티 빈야드 교회의 일원이자 빈야드 학자 협회 운영위원이기도 하다.

주된 연구 관심사는 현대의 과학철학, 신학적 성찰, 비판이론으로 바울 서신을 조명하는 것이다. 박사 학위 논문인 “The Body of Sin: An Emergent Account of Sin as a Cosmic Power in Romans 5-8”으로 2015년 만프레드 라우텐슐라거 상을 수상했으며, 이 논문은 The Emergence of Sin (Oxford University Press, 2017)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또 다른 저서로는 Let Me Ask You a Question: Conversations With Jesus (Upper Room, 2018)가 있다.

 

저자 : 라이언 매커널리린츠(Ryan McAnnally-Linz)

예일대학교 신앙문화센터 부소장을 맡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 ‘신앙의 행동’ 블로그, 〈소저너스〉, 〈크리스천 센추리〉에 글을 기고했다. 세 사람은 현재 예일대학교 인문학 과정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강의인 ‘가치 있는 삶’을 가르치고 있다.

 

역자 : 김한슬기

성균관대학교 글로벌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바른번역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나폴레온 힐의 인생 수업』, 『삶의 마지막까지, 눈이 부시게』, 『조이 오브 워크』, 『후츠파CHUTZPAH』, 『코리안 오디세이』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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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건, 이런 게 아니겠니!
곽미혜 외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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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산다는 건,이런 게 아니겠니!』는 글쓰기를 배우는 사람들이 뜻을 함께해 일상 속 이야기들 담아낸 잔잔한 에세이집이다. 저자가 11명이다. 모두 전업 작가가 아닌, 직장 생활을 하는 평범한 시민들이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이런 저련 이유료 교육계(교육청)에 몸 담고 있는 분들이다. 이들 저자는 모두 직장에서의 프로젝트의 하나로 글쓰기 모임에 참여해 시간을 내서 책을 읽고, 독서 토론하고 글쓰기도 배워 첫 작품을 낸 분들이 대부분이다. 한두 명 책을 낸 바 있지만 모두 직장 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쓴 글을 엮어 이 책을 펴냈다.

이 책의 표제어가 담고 있는 문장의 뜻에는 감동적인 일보다는 그냥 훈훈한 일상의 표현이 아닐까 하는 뉘앙스가 풍긴다. 독자에 따라서는 자신의 경험과 비슷하다면 따뜻한 감동을 느낄 수는 있겠지만 일상 속의 글이니만큼 큰 즐거움이나 감동은 없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세상을 살아가며 소소한 기쁨이나 휴식 같은 시간의 이야기들을 적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중해서 읽는다면 하나하나 감동 받는 글이다. 이들이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전문 작가들이 아니기에 그들의 일상 속 진실을 솔직하게 표현했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더 감동을 느끼는 독자들이 있을 법하다. 이들 저자은 모두 직장인이기에 우리처럼 바쁘고 경쟁하는 세상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살아내고 있는 분들이다. 또 전문 작가처럼 읽히기 위한 글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정화를 위한 글의 모음이라서 더욱 진솔하다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이다.

때문에 잘 읽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는 없을 것이고, 그냥 "남들은 어떻게 사나?" 하는 것을 관찰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는다면 글 속에서 무언가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될 만한 문장이나 단어, 혹은 표현법, 영감을 받을 것이라고 독자는 기대한다.

 


 

이 책은 저자들은 처음 글쓰기를 배우고, 누군가 책으로 펴내자는 제안에 고민하고 망설였던 분들이다. 평소에 책을 쓰는 것은 엄두도 못 내고, 또 글쓰기를 자주 하던 분들이 아니기에 책 제안은 적잖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더욱이 일상 속 이야기가 책의 소재가 된다고는 생각지 않았기에 더욱 망설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 책 뒷 부분에 있는 〈작가 후기〉에서 대부분의 저자들이 한 말 중에 주저했던 기억들을 쓰고 있다. 〈작가 후기〉란 표현도 독자가 붙인 것이다. 저자들은 〈작가 후기〉란 표현이 부담스러웠을지도 모르겠다. 〈에필로그〉 뒤에 슬그러니 붙여놓은 형식으로 썼기에 한 말이다. 그러나 그들의 글을 읽어본 독자들은 그들이 얼마나 힘들게 글을 배우고 썼으며, 더욱이 평소에 잘 쓰지 않던 분들이 대부분이라 망설임이 눈에 선하다. 바로 이런 점이 이 책의 장점이기도 하다. 수사도 화려하지 않고 소박하며, 표현 방식도 상징이나 은유를 사용하지 않아 진심을 전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자주 눈에 띈다.

이들 저자들은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과정, 또 자신을 사랑하는 방식 혹은 가족 친구 이웃들과 함께 나누었던 시간들을 솔직 담백하게 풀어쓴 것이다. 일상 그대로 옮겨 적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월이 지난 쓴 글이 더 감동적이고 가슴 따뜻할 때가 많다. 생생함에는 활력과 에너지가 넘치지만 세월이 흘러 회고하듯이 쓴 글에는 자아 성찰이 먼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는동안 솔직한 저자들의 모습에 공감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 책을 먼저 읽은 독자로서 이 책을 읽을 모든 독자들도 저자들처럼 스스로를 사랑하고 용기와 내일을 꿈꾸는 삶이 되기를 응원한다.

 


 

이 책은 11명의 저자들이 각각 3편씩 모두 33편의 글이 실려 있다. 각각의 삶이 다르듯 글의 소재도 각각이지만 공통적으로 사는 모습은 우리와 같다. '닮았다'기보다는 '같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공동의 주제를 한 문장으로 말한다면 거침없이 "우린 이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갈 것입니다."이다. 책을 기획하고 엮어낸 일을 맡은 분은 저자들 모임에 강사로 갔던 분이다. 시나리오 작가 김도현이다. 그가 쓴 〈프롤로그〉에서 "강연 요청을 받았을 때 시나리오와 씨름하던 시간을 뒤로 하고 사람들과 잠시 섞여 있고 싶다는 생각에 겁 없이 덜컥 약속했던 일을 사실 걱정했던 듯하다. "강연 준비하는 동안, 학생들에게만 가르쳤던 글쓰기를 성인에게 하는 것이 다소 부담스러웠다. 내심 걱정도 앞섰다. 이것저것 따지지도 않고, 그저 사람들과 섞이고 싶단 마음 하나로 약속해버린 게 후회스럽기까지 했다"고 털어놓는다.

이어 그는 강연 약속 날짜를 어길 수 없는 데다 약간의 기대와 설렘도 있었음을 숨기지 않는다. 어지러울 정도로 혼란스럽고 우려했지만 글쓰기 멘티로 참석한 분들의 얼굴을 보고 나서야 마음이 놓였다고 한다. 푸근한 얼굴에 이들과 글쓰기 소재를 잡는 동안, 그들만의 삶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며 즐겁고 행복한 기분에 괜한 걱정을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뒤늦게 풀어놓는다.

글쓰기 작업을 돕는 과정에서 "글은 곧 기록으로 남는다"는 압박감에 저자들을 다독여주지 못했다는 점을 아쉬워한다. 마음에 걸린다고 표현했다. 버리려고 쓴다는 초고부터 지금의 이야기꽃으로 탈바꿈되기까지, 고생 많았다는 말을 책의 〈프롤로그〉에서 슬며시 꺼내 놓는다. 저자들의 문운(文運)이 함께하길 기원한다고 말한다. 이 책의 글 순서는 '가나다 순'이다. 순서를 따질 필요는 없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책을 낸 경험이 있는 분이 앞서는 것이 관례 아닌가 생각했지만 부질없는 생각일 것이다. 글의 첫 인상이 중요하다는 독자의 충정일 뿐이다.

 


 

저자 권영남의 「조청에 담긴 추억」은 마치 독자의 어린 날의 기억을 되돌아보는 듯했다. 한과 유과를 만들 때 쓰는 조청은 저자의 어릴 적 기억을 토대로 "그땐 그렇게 살았다. 그래도 행복했던 시절의 기억으로 지금까지 남아 있다"는 듯 쓴 글이다. 이 기억이 독자의 추억을 소환했다. 독자의 집도 지방 도시였는데 많은 친척들이 명절 때마다 모이는 집이었다. 큰 집은 아니었지만(한꺼번에 몰리면 근처 이웃에서 잘 자리를 마련해줄 정도였다) 명절을 쇠러 온 친척들은 모두 우리 집으로 모였기에 어머니의 명절 준비는 힘들고 여러 날에 걸쳐 이루어졌다. 다른 일과 달리 조청 만들던 기억은 유난히 정성이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이 글의 저자 권영남과 비슷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저자는 어릴 적 집이 꽤 컸던 모양이다. "엄마는 이른 봄부터 고사리와 취나물, 곰취, 머위, 잔대 등 산과 들에서 나오는 온갖 나물들을 뜯어서 삶고 말려 묵나물을 만들고, 여러 가지 채소와 해산물로 튀각과 주전부리를 만들어 광의 시렁에 차곡차곡 쌓아두셨다. 부모님이 땀 흘려 기른 곡식들도 광의 크고 작은 독 안에 쌓여갔다."(p.147)

명절 준비와 음식 재료 등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보는 것은 좋은 추억을 되살리는 기억들이 많다. 특히 저자의 집안은 종갓집 못지않게 컸던 듯 겨울 김장독, 수백 포기의 배추김치와 각종 김치류, 더덕, 도라지 등을 모두 기억해 내는 것으로 미루어 그랬던 듯하다. 조청 고아야 하는 일은 독자 기억으로는 어머니가 가장 정성 들여 만드는 음식으로 남아 있다. 저자는 어머니가 잠깐 잠을 청하는 사이 잘 보고 있다가 깨우라는 말을 들었지만 정작 자신이 잠깐 조는 사이에 탄 냄새에 화들짝 놀라 일어나려다 뒤늦게 냄새를 맡으신 어머니가 달려오는 것을 보고 줄행랑을 쳤던 기억을 실감나게 잘 그려내고 있다. 같은 기억이어서 독자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고, 그리운 인물들마저 하나하나 곱씹어보는 귀한 시간을 제공해 준다. 저자는 "그해 겨울, 엄마는 다시 조청을 고지는 않으셨다."고 말한 뒤 이유는 모르겠다고 한다. 그러나 독자의 생각으로는 아마 명절 때만 조청을 고셨기에 다시 명절이 와야 조청을 고실 텐데, 연상되는 기억이 없어서이지 않나 싶다.

 


 

저자 유인자의 「결핍이 내게 선물한 것들」은 두 번을 읽었다. 당연히 독자의 기억에 남은 일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동년배인 1960년생들이라고 표현하는 것으로 보아 독자와 비슷한 연대감이 더욱 이 글에 대한 애착을 갖게 해준다. 특히 '책'에 관한 이야기는 독자의 어렸을 적에 책을 좋아했기에 각별하다. 독자는 지방이지만 큰 도시에 살았기에 앞서 '조청의 추억'을 이야기한 저자와 조금 다르지만 덕분에 아버지로부터 책은 원하는 만큼 사다 주신 기억을 갖고 있다. 교육계에 계셨던 독자의 아버지는 책을 당신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아들도 책을 좋아하는 것 같아 매우 흡족해 하시고 원하면 전집의 책을 '턱' 들여다 놓으셨다. 50권짜리, 100권짜리 전집인 『세계명작동화집』, 『세계위인전』 같은 책이었다. 동네 친구들은 책을 좋아하더라도 그렇게 전집을 들여다놓고 읽을 집은 많지 않던 시절이라 우리집이 마치 도서관처럼 친구들이 들락거렸다. 으쓱해하던 기억도 새삼 다시 기억한다.

저자는 이 결핍의 시대에 보고 싶은 책을 마음껏 볼 수 없었던 일에 아픈 기억을 소환하고 있다. 바비인형과 함께. 독자는 남자애이기에 인형에 관심이 없었지만 책에는 관심이 많았다. 지금도 그때 읽었던 책의 대분은 기억이 난다. 기억으로는 어렴풋하지만 〈금성출판사〉였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 결핍의 시대 자신의 욕구를 채워주지 못했더라도 저자의 기억에는 아름다운,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 있나 보다. 저자는 이 글에서 "그 시절 결핍이 계기가 되어서 그런지 지금도 꾸준히 책을 읽고 기록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또한 보고 싶은 책이 있으면 일단 사두는 버릇도 갖게 되었다고 쓰고 있다. TV 어느 매체에서 김영하 작가가 한 말이 기억난다며 슬쩍 끼워넣는 말은 "책은 읽을 책을 사는 게 아니고 산 책 중에 읽는 거예요."라는 말이다. 결핍을 대체 만족하고, 대체 만족에서 소중한 삶의 방식을 배우는 것은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저자의 추억을 현재의 삶의 모습과 연결하는 글쓰기 능력은 노련한 작가의 솜씨를 보는 것 같다. 이 글의 무게감을 더해주는 요소이다.

 

 

저자 임해순의 「드럼 치는 이 순간!」도 무척 흥미롭다. 스트레스 해소로 택한 드럼에 입문 과정을 실감나게 표현하고,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삶의 방식으로 연결되는 깨달음을 이끌어내는 과정을 물 흐르듯 썼다. 독자로서 연습 과정의 힘겨움과 흥미로움이 교차되는 부분을 보여주고 있어 읽는 게 즐겁다. 흔히 전문가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드럼의 매력을 한껏 느끼게 해준다. "손과 발이 따로 노는 내게, 선생님의 요청이 불을 뿜는다. '발뒤꿈치를 들고 페달을 밟으세요! 뒤꿈치가 내려가면 소리가 잘 나지 않아요! 베이스를 치는 오른발을 부드럽게 눌러야 하는데, 쿵쿵 밟으면 힘만 들고 소리가 잘 나지 않는다. 하이햇 심벌즈를 치는 왼발도 마찬가지다. 앞꿈치로 심벌즈를 누른 상태에서 박자에 따라 뒤무치를 내려야 하는데 미리 눌러버린다. '그렇게 치면 소리가 안 이뻐요! 반주가 나올 때 페달을 눌러야 해요! 계속 연습하다 보면 오른쪽 다리와 어깨가 쑤시고 결린다."(p.190)

드럽이 쉽지 않은 과정인 줄 알지만 한편으론 흥미로울 수 있는 점이 박자를 리드해 가기 때문으로 들었는데 배우는 과정이 쉽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전문가가 되지 않더라도 스트레스 해소엔 그만일 것 같다는 생각에 은근히 '드럼을 배워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더욱이 악기로서는 가장 육체적으로 힘이 많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는 드럼을 여성이 쉽게 할 수도, 하겠다는 생각도 하기 어려울 텐데 저자의 성격은 꽤 적극적인 것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모든 취미나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삶의 태도의 영감을 끌어와 글에 연결시키는 과정이 너무 자연스러워 마치 독자가 읽다가 글에 빠져드는 흡인력을 갖고 있어 좋았다. "문득 깨닫는다. 우리네 인생도 지금, 여기, 이 순간에 있다는 사실을. 머릿속은 늘 어제 일로 괴로워하고, 내일 일을 걱정하며 삶을 이어가던 나 자신을 발견한다. 진짜 인생은, 오늘! 지금! 이 순간에 있는데 말이다."(p.194)

 


 

저자가 11명이어서 자세한 프로필과 현재 하는 일, 개인 이메일 등은 책 속에 모두 기록돼 있어 관심 있는 독자들은 직접 찾아 보기를 권유한다. 여기서는 '책 날개'에 적힌 그들의 간단한 소개로 대신한다. 책 출간 기획자 손문숙을 제외하고는 앞서 언급한 대로 가나다 순이다.

 

손문숙 : 워크숍 기획. 동료들과 의미있는 일을 하면서 재밌게 놀 궁리를 하는 호모 루댄스.

곽미혜 : 소통과 공존의 상호문화성을 전하는 교육학 박사 & 교육행정 서비를 실천하는 공무원.

권영남 : 하루하루 충실한 삶을 살아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공무원.

김승태 : 독서로 진정한 인생의 목표를 실천하고, 매일 즐거운 인생을 사는 세 딸의 아빠.

배신일 : 싸울 것은 나다! 매일 좌절하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대한민국 50대 직장맘.

심인옥 : 지금이라도 가슴 뛰는 일을 찾고 싶어 오늘도 열심히 고민하는 직장인.

유인자 : 책 읽기를 좋아하고 글을 쓰며 살아가고 싶은 31년차 직장인(공무원)이자 가정주부.

윤한진 : 열정이라는 옷이 잘 어울리는, 일하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일하기를 즐기는 Librarian.

임해순 : 날마다 읽고 쓰는 여인. 브런치스토리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컨추리우먼).

최은성 :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자유로운 삶~.

한신일 : 다른 사람의 글을 읽기만 하다가 처음 글쓰기에 도전한 평범한 직장인.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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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저녁 8시에 결정된다
한승헌 지음 / 토네이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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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서점가에서 가장 잘 팔리는 책은 무엇일까. 서점 관계자들은 단연 '자기계발서'를 꼽는다. 우리 삶이 경제적으로 안정되기 전부터 우리나라 독자들은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었다고 서점 측은 밝히고 있다. 향후 보다 나은 삶을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독서가들 중에서도 일부는 직접 자기계발서를 집필해 책으로 내는 경우도 많다고 서점 관계자는 말하고 있다. 그만큼 지금보다 나은 삶을 원하는 것은 시대를 불문하고 늘 인간의 삶 속에 있어 왔다는 말로도 확대 해석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이 책 『미래는 저녁 8시에 결정된다』도 서점 분류상 자기계발서다. 특히 이 책은 자기계발서의 독자들이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 일반적인 자기계발서와 조금은 결이 다른 듯하다. 보통 자기계발서는 끝없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지 않는다. 아마 독자들이 왠지 싫어할 것 같아서다. 지금 당장 실천해 자신의 능력 중 한 가지라도 집중 계발해 성공적인 삶이 되도록 써야 독자들이 관심을 갖기 때문인 듯하다.

사실 엄밀히 생각해보면 인간이 현재 자신이 가진 능력을 남들보다 탁월한 능력으로 끌어올리는 데 들이는 노력은 엄청날 것이라는 점은 너무나 당연하다. 현재 사회의 시스템에서 원하는 능력은 남들보다 탁월하기를 바란다. 남들보다 탁월한 능력을 갖기까지에는 남들보다 오랜 시간, 혹독한 노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말하자면 '적은 노력으로 큰 성공을 거두는 법'의 자기계발서를 독자들은 원하는 것이다. 이에 맞춰 책을 쓴다는 것은 오랜 시간 끈질긴 노력을 강조하든지, 아니면 독창적 방법을 내놓아야 한다.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야 하니까.

 


 

이 책은 앞선 말 전후자를 모두 갖춰야 한다고 설명한다. 노력과 시간이 모두 필요하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시간에 가치를 부여해 시간과 가치 중 자신에게 더 적절한 것을 선택해 집중 노력하면 될 일이다. 당연히 어려운 일이다. 저자 한승헌은 어떤 사회든, 어느 시대든 소수의 탁월한 사람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일찍이 찾아 끈질기게 노력한다고 전제한다. 그들은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극복하고,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매진한다고 말한다. 시중에 있는 많은 자기계발서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살아야 풍요로워질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조금 다르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고민보다, 어떤 일을 통해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더 깊다. 그래서 자신의 관심사나 취향보다는 사회, 선생님, 부모님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일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일부 사람들은 이런 삶을 노예에 비유하기도 하지만, 저자는 이런 비판은 매우 편협한 시각이라고 말한다. ‘하고 싶은 일, 재미를 느끼는 일’을 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넘어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네가 원하는 곳도, 성장하고 싶은 구체적인 모습도 없는데 내가 어떻게 널 도와줄 수 있겠어? 넌 지금 너의 커리어라는 배 안의 조수석에 있어. 선장에게 ‘어이, 선장! 우리 좋은 데로 갑시다’라고 말해 놓고 그냥 넌 즐기고 싶어 하지. 그런데 결국 그 커리어의 운전대를 잡아야 될 사람은 너 자신이야. 너가 운전석에 앉아야 한다고. 언제까지 그렇게 조수석에 앉아서 끌려다니기만 할 거야?”(p.26)

 

 

이 책은 본업으로 삶의 기반을 마련하고, 저녁 시간에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삶의 방식을 권한다. 이것이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논지의 중심이다. 이른바 저녁 8시 이후의 시간에 어떤 일을 선택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를 제시하는 점이 이 책의 특징이다. 이 책에는 이에 따라 저자의 '똑똑한 저녁 시간 활용법'과 노하우가 담겨 있다. 인생의 방향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는 ‘저녁 시간의 힘’을 이야기하며, 가슴이 시키는 일을 시작해 삶의 활력과 재미를 찾는 한편, 커리어 확장부터 부수입 창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면서 끊임없이 성장하는 방법까지 저자는 알차게 소개한다. 잠들기 전까지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습관을 바꾸고 싶은가? 평소 시작하고 싶은 일은 많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려 계속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가? 퇴근 후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다면, 매일 반복되는 삶의 방향을 바꾸고 싶다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이 책은 매우 유용한 가이드가 될 것이라 독자는 믿는다.

출판사 측은 '시간'과 '돈'에 관한 역학 관계로 이 책의 성격을 설명한다. 이에 따르면 ‘시간’과 ‘돈’에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동사가 있다. 바로 ‘쓴다’, ‘아낀다’, ‘소비한다’이다. 이 둘은 ‘한정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개개인이 가진 한정된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누군가는 미미한 결과를 만들고, 누군가는 수백억 원의 가치를 창출한다.

인생에서 돈이 중요하기 때문에 시간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시간은 우리에게 돈보다 더 값진 것들을 제공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내는 시간, 노력 끝에 시험에 합격했을 때의 성취감 등은 돈보다 값지다. 결국, 인생의 행복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에 달려 있다. 가치 있는 시간은 ‘보람, 성취감, 재미, 즐거움’ 등 돈보다 위대한 것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퇴근 후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 그것이 취미생활이든 자기계발이든 상관없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중요한 것은 ‘나로서 살아가는 시간’을 만들고 그 시간을 즐기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즐거운 일이 순간의 쾌락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기대로 행복을 느끼게 하고, 의미 있는 경험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가령 퇴근 후 매일 사진 찍는 연습을 한다면, 어느 순간 스스로 만족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인정받는 사진을 찍게 될 것이다. 만약 더 많은 성과를 내고 싶어 업무 관련 기술을 공부한다면 남들보다 더 빠르게 승진하게 될 것이고, 매일 저녁에 운동을 한다면 건강한 미래가 당신과 함께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자기계발서를 읽고 실천하는 이유이다.

저자는 꾸준히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면 어떠한 형태로든 그 결과가 나타난다고 말한다. 저녁 시간을 그저 흘려보내지 말고, 주도적으로 무엇을 할지 선택하고 사용하자. 이것이 바로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방법’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중에 어떤 일을 먼저 해야 할까? 정해진 시간 안에 어느 곳에 에너지를 쏟을지 고민하다 보면 항상 하고 싶은 일이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하고 싶은 일은 당장 나에게 이득을 가져오지 않지만, 해야 하는 일은 즉각적으로 경제적 이득이든, 시험에서의 좋은 성적이든 보상이 따르기 때문이란 점을 지목한다. 이로 인해 우리에게는 해야 하는 일을 하면서도,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해야 하는 일이 모든 일상을 차지하고 있다면, 나의 정체성과 미래를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기 어려울 것은 당연하다.

 


 

이 책은 한마디로 ‘저녁 시간의 힘’을 이용하여 인생의 방향을 바꾼 저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담고 있다. 나만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실천하고, 유지하는 것을 넘어 삶의 일부로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다. 여기서 사이드 프로젝트란 반드시 수익을 가져다주거나 생산적인 일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가슴을 뛰게 하는 일, 일상에 재미와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일,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시켜주는 일, 부수입을 창출하는 일 등 주제는 무궁무진하다.

나만의 시간을 확보하는 법과 나에게 맞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찾는 법을 알려주어 그동안 망설였던 일을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한편,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루는 사람들의 목표 설정법, 하루를 3개의 블록으로 나누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법, 딱 30일만 꾸준히 하는 법’ 등 저자만의 특별한 시간 관리 기술을 전해 시작한 일을 지속할 수 있도록 이 책은 돕고 있다.

이 책과 함께 스치듯 흘러가 버리는 저녁 시간에 할 수 있는 ‘나만의 신나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계획해보는 일은 어떨까? 그 과정에서 느끼는 기쁨, 작은 성취에서 오는 보람, 내 삶이 조금씩 더 나아지고 있다는 뿌듯함으로 채워지는 인생은 보다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그 시간이 쌓이면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싶은지’가 선명하게 보인다. 이 깨달음은 내 자신을 위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은 모두 4개의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가기〉, 2장 〈내 미래를 만든 사이드 프로젝트〉, 3장 〈나만의 알찬 저녁 루틴을 만드는 법〉, 4장 〈미래는 저녁 8시에 결정된다〉 등이다. 1장에는 「사소한 일상은 사소하지 않다」, 「일상에 더 만족하는 법」, 「가치 있는 시간은 돈보다 위대하다」, 「좋아하는 일과 함께하는 미래」, 「망설임을 뒤로하고 일단 시작하는 법」 등 5개의 소제목으로 나뉘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법을 설명한다. 2장은 「삶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는 방법」「내가 무엇을 할 때 즐거운 사람인지를 알기 위한 프로젝트」「커리어 확장을 위한 면접과 이직 준비」「일하지 않고 돈 버는 시스템 구축하기」「애쓴 시간과 흔적은 결국 내가 된다」 등의 소제목이 있다. 3장은 「당신의 목표가 실패하고 무너졌던 이유」, 「자신으로 사는 시간을 확보하는 법」, 「나에게 맞는 사이드 프로젝트는 어떻게 찾을까?」, 「원하는 목표를 이루는 사람들의 목표 설정법」, 「하루를 3개의 블록으로 나눠라」, 「사이드 프로젝트 관리법」 등으로 실천 항목이 들어 있다. 4장은 「습관은 어떻게 만드는가」, 「리셋 버튼 누르기」, 「해야만 되는 이유를 만들어라」, 「핑계를 일삼는 사람들의 흔한 착각」, 「딱 30일만 먼저 해보자」, 「나 자신을 믿고 가라」로 6개 항목으로 이루어져 실천과 검토, 그리고 '성공에 이르는 길'로 마무리된다.

 

저자 : 한승헌

 

구글 본사에서 UX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전공은 ‘해야 하는 일’이었고, 디자인은 ‘하고 싶은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어렵게 LG전자에 디자이너로 입사하지만 일을 하면서 한계를 느껴, 퇴근 후 저녁 시간을 활용해 1년간 미국 유학을 준비한다. 이후 카네기 멜런 대학에서 디자인학과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월트 디즈니에서 근무했다. 그는 인생의 방향을 원하는 대로 바꾸면서 ‘저녁 시간의 힘’을 알게 되었고, 이 시간을 활용하여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가슴이 시키는 일을 시작해 삶의 활력과 재미를 찾는가 하면, 커리어 확장부터 부수입 만들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면서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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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칸타타
김병종.최재천 지음 / 너와숲 / 2023년 11월
평점 :
일시품절



 

표제어에 쓰인 '칸타타(cantata)'는 17~18세기 바로크시대에 가장 성행했던 서양 성악곡의 한 형식이다. 이탈리아어의 'cantare(노래하다)'에서 파생된 말이라고 한다. 이탈리아에서 주로 왕후 ·귀족들의 연희용으로 사용했으며, 프랑스의 칸타타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오페라풍의 양식을 따랐다고 전해진다. 칸타타의 가장 전형적인 형식은 처음에 기악의 서주를 지닌 규모가 큰 합창곡을 두고 거기에 몇 개의 아리아·레치타티보·중창이 이어지며 단순한 합창이 전곡(全曲)을 맺는 형식을 취한다. 칸타타 대표적인 음악가는 바흐를 꼽는다. 바흐는 약 200곡에 이르는 작품을 발표해 독일 교회칸타타의 절정을 이뤘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후에도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브람스 등에 의해 작곡되었으나 칸타타의 전성기는 바흐와 더불어 막을 내렸다고 두산백과는 기록하고 있다.

이 책 『생명 칸타타』는 '생명'을 주제로, 이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와 과학자의 만남을 다루고 있다. 책의 제목에 칸타타가 들어간 것은 화가 김병종과 생물학자 최재천이 그동안의 인연을 밑거름으로 대담을 나눈 내용이 생명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저자 김병종은 〈바보 예수〉, 〈생명의 노래〉 연작을 통해 끊임없이 생명을 화두로 작품 세계를 펼쳐온 대표적 한국화가이다. 김병종은 알제리, 튀니지, 쿠바, 페루, 칠레 등의 여행지에서 또 다른 ‘생명력’을 발견하고 '화첩'으로 남겼다. 초록색의 나무와 꽃이 영기를 뿜어대는 마조렐의 정원, 옥빛 바닷물에 아이가 뛰어드는 카리브 해변, 쿠바 여인네들의 현란한 몸짓을 길 위에서 만나고, 감격하고, 그림으로 그렸다. “모든 생명은 서로 바라보다가 마음이 이어지게 마련”이라고 그는 전한다. 또 최재천은 동물과 곤충들의 행동 연구를 통해 인간의 삶, 나아가 생명의 과학적 진리를 찾아 나서고 과학의 대중화를 주창해 왔다. 시인이 되고 싶었던 소년이 동물학과를 선택한 사연, 누구보다 아름다운 방황을 즐겼던 대학 시절, 그리고 천사 스승, 에드먼즈 교수와의 인연, 그리고 국립생태원장이라는 새로운 도전까지… 자연, 인간, 사회를 관통하는 최재천의 특별한 생각을 솔직담백하게 이 책에 담겨 있다.

 


 

두 저자는 대담을 통해 어린 시절과 생명을 주제로 한 학문적인 발전을 이뤄가는 과정을 진솔하게 풀어내고 있다. 이들이 생명에 천착하며 사랑을 바탕으로 자신의 탐구, 사유의 결과를 이 책에서 하나씩 풀어낸다. 책 속에 있는 그림은 모두 김병종의 책 『화첩 기행』 등에 실린 것들 중에서 생명을 예찬하는 그림이 주로 실렸다. 그의 그림은 담백한 색의 표현 속에 늘 살아 움직이는 생명력을 갖고 있어서 보는 이에게 마음을 치유하는 기운을 줄 정도로 의미가 깊다. 특히 이 책에 있는 ‘생명’ 연작 그림은 생물학자 최재천의 추임새로 독자들에게 한층 생생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책은 편집됐다. 김병종과 최재천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이 책의 내용 중 읽어본 것도 있을 것이지만, 김병종 화가의 그림이 더해져 더 큰 감동을 맛볼 수 있도록 책은 제작됐다. 책 편집진의 기획으로 이해된다.

특히 두 저자는 디지털 시대를 고되게 달리는 우리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생명이 충만한 이 세상을 만끽하라는 조언으로 가득차 있다. 두 분이 자주 만나는 사이는 아니지만 서로의 연구하고 사유하는 시선과 방향이 같다는 점에서 이들의 공식적인 만남이 서로에 대한 칭송으로 이어져도 훈훈한 분위기를 더할 뿐 지나침이 전혀 없다. 책의 앞뒤에 〈최재천이 바라보는 김병종〉과 〈김병종이 바라보는 최재천〉을 각각 실어 두 사람 사이에 허물이 없을 정도로 만나지 않고서도 교감이 있을 정도로 두터운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보인다.

"누가 이 세상을 공평하다 했는가? 나는 김병종 선생을 글쟁이로 먼저 만났다. 『김병종의 화첩기행』을 펼쳐 들고 때론 장터국수 같은 담백함에, 때론 삼겹살에 막걸리 같은 걸쭉함에, 또 때론 바지락 된장찌개 같은 농익음에 취해 읽고 또 읽었다. 그야말로 말을 가지고 채를 썰고 버무리고 지지는 언어요리의 마술사다. 환쟁이 김병종은 좀 뒤늦게 만났다. '생명의 노래' 시리즈를 접하며 세상천지에 어쩌면 이렇게 화하게 대담한 환쟁이가 있나 싶었다. 죽다 살아나 가까스로 만난 눈 속의 꽃이니 오죽했으랴." 최재천의 추켜세움의 백미를 선사한다. "김병종은 그림처럼 글을 그리고, 글처럼 그림을 쓴다."(p.11)'

 


 

이 같은 칭송에 가만히 듣고만 있을 김병종이 아니다. 역시 그답게 생명력 있는 글과 그림으로 화답한다. "글 잘 쓰는 과학자인 최재천 교수는 과학자의 눈과 시인의 감성을 함께 가진 분이다. 그 위에다 황성한 지식의 탐식자다. 방계 인접 분야는 물롤ㄴ, 심지어 내가 몸담은 색계(色界)에까지 곁눈질한다. 그래서 통섭(統攝)이라는 영역에 이르고 그 이름의 명패 하나를 얻게 된다. 이른바 '통섭의 과학자'다. 수년 전 최 교수가 각 분야 사람들을 불러 모아 이색적인 공개강좌를 연 적이 있는데, 초대 받아 가보니 쟁쟁한 인물들이 모여 있었다. 그는 그날 우리들에게 마음껏 떠들며 방담하도록 유도한 후, 총괄 편집 책임자가 되어 종횡으로 쏟아놓은 언어들을 책으로 묶어냈다. 이름하여 『감히, 아름다움』(이음, 2022년). 돌이켜보면 그 자리가 그가 내세운 '통섭'의 최초 실험실이 아니었던가 생각된다."(p.266)

이 책은 두 저자의 대담이 주 무대이지만 대담의 내용 앞뒤로 두 저자가 각각 써왔던 글, 그림 등을 배치시켜 편집의 묘를 살린 점이 독자들의 눈을 잡기에 좋았다고 독자는 판단한다. 이 책에도 나오지만 두 저자는 전공하는 과만 달랐지 나이나 출신학교는 같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나뉜다. 1부 〈김병종〉, 2부 〈최재천+김병종〉, 3부 〈최재천〉이다. 앞서 말한 대로 2부가 두 저자의 대담 내용이다. 1부에서는 주로 저자 김병종이 그동안 써왔던 책 『화첩 기행』, 『바보 예수』, 『생명의 노래』 등에서 발췌한 글들이다. 「생명은 움직임이다」「그리고 싶구나. 너희들의 순백 생명의 색」「먼 별나라로부터 진이가 왔다」「설렘」「운자 크레보의 사과나무」「치유하는 사하라」「가나자와, 눈의 나그네」「쿠바? 음악이 약이다」「몽환의 구름, 송화분분」「어떤 농부는 비바람 속에서도 씨를 뿌린다」「희말라야의 소년」「나의 안코라 임파로」「생명, 길을 묻다」「밤중에 온 하얀 꽃」「어느 날, 바보 예수」「어머니, 이제는 내 나라로 가야 할 시간입니다」「꼬마 김씨」「연자 누나」 등이 실렸다.

 


 

첫 에세이 「생명은 움직임이다」에서 저자는 생명의 정의를 '살라(生)'는 '명령(命)'이라고 내린다.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숨 쉬는 일이고 움직이는 일이다. 그림도 살아 있는 생물(生物)이다. 내 그림은 모두 숨 쉬고 움직이며 이동한다. 멈춰선 순간처럼 보이는 그 속에도 정중동의 미묘한 움직임이 있다."고 잘라 말한다. 노래는 그 움직임들이 서로 만나고 흐트러지면서 순간순간 만들어내는 가락이라는 지론을 펴며 자신의 그림 속에 진정한 의미의 스틸 라이프(Still Life)는 없다는 것. (중략) 저자가 자신의 그림을 설명하고 "나는 오브제가 이동하는 움직임의 순간을 색채와 형태로 낚아 채려 한다. '마음의 색채(心彩)'로."라고 말한다.

독자는 그의 책 『화첩 기행』을 읽은 적이 있다. 여러 권 같은 이름의 책을 냈기에 독자는 몇 권인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프랑스 이야기가 나오는 '기행'이었다. 그가 서울대 미학과 출신이라는 것도 그때 처음으로 알았고, 미학은 철학의 한 분야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의 그림에는 앞서 표현한 그의 말대로 '움직임이 살아 있다'는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그의 입을 통해 직접 그 말을 들으니 다시 한 번 읽고 싶은 마음이 든다. 출판사는 그의 책을 소개할 때 "인문정신과 예술혼이 씨줄과 날줄로 아름답게 수놓인 예술기행"이란 수식어를 잘 쓴다. 매우 적절한 표현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화첩기행』 뿐만 아니라 그의 기행 책에는 어느 나라든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예술가들이라고 해서 화가만이 아니다. 특히 그는 예술가들의 흔적만 살피는 게 아니라 그들이 재능을 키워간 도시에도 초점을 맞춰 공간과 예술가의 유기성을 섬세하게 사유하는 것을 보여준다. 그의 파리 기행기를 시작으로 로마, 뉴욕, 더블린 등에서도 그의 이 같은 탐구와 사유는 반복된다. 그는 화가로서만 아니라 시서화에도 일가견이 있는 듯하다. 글씨체가 독특하고-독자는 문외한이라 판단하기 어렵지만-신비한 느낌도 준다. 그의 철학 지식과 더불어 전방위적 예술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데 한몫을 한다. 그의 책을 만난 독자들은 한결같이 '보는 복'이 있는 사람들이다.

 

 

이 책에 있는 글들 중에 익숙한 단어도 있지만 전혀 처음 본 문구도 있다. 「나의 안코라 임파로」란 글에서다. 이 글은 우리가 잘 아는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정화 〈천지창조〉를 그린 미켈란젤로의 이야기다. 프레스코 기법으로 4년 만에 완성한 미켈란젤로의 나이가 당시 87세였다니 놀라운 일이다. 그 높은 천장화를 사다리나 비계(건축 재목으로 가설치한 지지대)를 이용해 천정에 그리려면 누워 있는 자세가 될 텐데 노구에 4년 간 어떻게 그 작업을 했을까 놀랍기만 하다. 저자는 그 자체도 대단하지만 마지막으로 비계를 내려오던 날, 그는 안코라 임파로(Ancora Imparo, 나는 아직 배우고 있다)"라고 썼다고 한다. 아마 중얼거렸겠지만. "유레카" 같은 환호가 아니라 비탄, 신음에 가까웠다고 한다. 완성한 후에도,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거장의 말에 대해 저자는 '겸손한 메모'라고 추정한다고 말한다. 저자가 '인코라 임파로'의 사연을 소개한 이유는 저자가 어렸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배우고 익히는 것을 싫어했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공부에 별로 취미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림이라고 다를 리 없다. 예컨대 석고, 소묘, 사군자 그리기같이 '배우는 그림'을 끔찍이 싫어했다.

그렇다면 미술사? "이크, 뛰자"였다고 고백한다. 따라서 저자의 안코라 임파로는 이제라도 배워야겠다는 각오이자 탄식일 수도 있겠다. 이 나이에 무엇을 배우는가. 우선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면서 '나'를 배우고 싶다고 강조한다. 누구로부터도 아닌 '나'로부터 배우는 것이다. '함부로 쏜 화살' 같은 자신의 마음이 어디로 가고 있는가부터 바라보며 배우고 싶다는 역설하고 있다. 이후부터는 독자의 고민이 깊어진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것인가? 아니면 정상에 올라본 사람이 모두 그런 느낌을 갖는 것인가. 한 번도 정상에 올랐다고 생각해보지 못한 독자는 자신의 마음을 배운다는 생각에 접근조차 못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래도 배울 건 배워야겠다. 사는 날까지.

 


 

대담 내용은 독자들의 독서에 맡기고 독자로서 저자 최재천은 꽤 익숙한 인물이다. 책도 몇 권 읽었고, 가끔 TV에서도 보았기 때문이다. 어떤 분인지 직접 뵙지는 못했으니 인물에 대해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가 하는 일, 지금까지 해왔던 일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책을 통해 이해하고 있다. 독자는 그가 '대한민국의 다윈'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진화론을 신뢰하는 학자이자 교수라고도 알고 있다. 그가 글을 잘 쓰는 점에 대한 노골적 찬사는 앞서 김병종 저자의 말을 빌어 이미 독자들이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책 속에는 그의 시가 한 편 실려 있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오래 전에 써놓고도 스스러워 숨겨두었던 〈목련〉이란 시다. 이 시를 통해 목련이 북쪽을 향해 꽃잎을 펼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옛 사람들은 이를 두고 임금을 향한 충절을 떠올렸다고도 전한다. 저자는 생물학적으로 남쪽의 꽃덮개 세포들이 북쪽의 세포들보다 햇빛을 많이 받아 더 빨리 자라기 때문에 자연히 꽃봉오리가 북쪽으로 기우는 것이란 설명이다.

저자의 설명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꽃의 진화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이자 식물학자 피터 크레인 경(卿, 영국 왕실의 작위를 받았다고 한다, 현 예일대 산림환경대학장)이 목련 꽃은 고대 식물의 꽃들과 구조적으로 매우 흡사하다고 발표했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의 목련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1998년 디즈니 영화사가 제작한 애니메이션 〈뮬란(목련의 중국어)〉의 주인공은 중국 여인이지만, 목련 꽃을 보면 1930년대 얼음같이 차가운 아름다움으로 뭇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스웨덴 출신의 여배우 그레타 가르보가 떠오른다. 목련에서는 왠지 얼음 냄새가 난다. 셀제로 목련은 약 1억 년 전에는 북극 지방을 중심으로 북반구 전역에 걸쳐 널리 분포했다. 그 당시 북극 지방의 기후는 지금의 유럽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빙하로부터 안전한 남쪽에 분포하던 목련들만 살아남아 오늘에 이른 것이다. 목련은 어쩌면 오늘도 고향이 그리워 북쪽을 바라보는지도 모르겠다."(p.252)

 


 

저자 : 김병종(金炳宗)

 

1953년에 태어나 서울대 미대와 동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서울, 파리, 시카고, 브뤼셀, 도쿄, 바젤 등지에서 수십 차례 개인전을 가졌으며, 국제 아트페어와 광주 비엔날레, 베이징 비엔날레, 인디아 트리엔날레 등에 참여해왔다.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미술기자상, 선미술상, 대한민국 기독교미술상, 안견미술문화대상 등을 수상했고, 대한민국 문화훈장을 받았다. 대영박물관과 온타리오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내외 저명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으며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에도 초기작 〈바보 예수〉부터 근작인 〈풍죽〉 〈송화분분〉까지 다수의 작품이 상설전시되고 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의 국빈 방문 때는 그의 작품이 증정되기도 했다.

글 쓰는 화가 김병종은 대학 시절 동아일보,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함과 동시에 전국대학미전에서도 대통령상을 받는 등 일찍부터 글과 그림의 경계를 허무는 전방위적 예술가의 행보를 보여왔다. 동양철학 연구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중국회화연구』를 통해 한국출판문화상을 받기도 했다. 서울대 미대 학장, 서울대 미술관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 가천대 석좌교수로 있다. 대표작 『화첩기행』(전5권) 외에 『바보 예수』 『생명의 노래』 『오늘 밤, 나는 당신 안에 머물다』 『자스민, 어디로 가니?』 『나무 집 예찬』 『감히, 아름다움』(공저) 등을 썼다.

 

저자 : 최재천(崔在天)

 

서울대학교에서 동물학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에서 생태학 석사 학위를, 하버드대학교에서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한국생태학회장, 국립생태원 초대원장을 지냈고,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교수와 생명다양성재단 대표를 맡고 있다.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와 『과학자의 서재』를 비롯하여 수십여 권의 책을 쓰고 번역했다.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는 학자로,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을 번역하여 국내외 학계의 스타가 되었다. 그러나 1995년 이래로 시민단체, 학교, 연구소 등에서 강연을 하거나 방송출연, 언론기고를 통해 일반인에게 과학을 알리는 작업을 해왔다.

198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생태학 석사학위, 1990년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어 하버드대 전임강사를 거쳐 1992년 미시간대의 조교수가 됐다. 한국생태학회장 등을 지냈고, 2006년 이화여대 자연과학대로 자리를 옮겨 에코과학부 석좌 교수, 이화여대 에코과학연구소 소장과 생명다양성재단 대표를 맡고 있. 분과학문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고자 설립한 통섭원의 원장이며, 기후변화센터와 136환경포럼의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하버드 시절 세계적 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의 제자로 있었으며, 그의 개념을 국내에 도입하였다. '통섭'이라는 학문용어를 만들어 학계 및 일반사회에 널리 알리고 있다. 1998년부터 국립자연사박물관 건립 자문위원으로 활동하였다. 과학기술부 과학교육발전위원회의 전문위원을 맡아 청소년의 이공계 진출을 촉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과학의 대중화를 실천하기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다.

『과학자의 서재』와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를 비롯하여 30여 권의 책을 저술하거나 번역했다. 그가 한국어로 쓴 최초의 저서 『개미제국의 발견』은 2012년 봄에 영문판 The Secret Lives of Ants로 존스홉킨스대학출판부에서 출간된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출판부에서 출간한 영문서적을 비롯하여 다수의 전문서적들과 『개미제국의 발견』,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인간의 그늘에서』,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 『인간은 왜 늙는가』,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통섭』, 『알이 닭을 낳는다』, 『최재천의 인간과 동물』, 『알이 닭을 낳는다』, 『벌들의 화두』, 『상상 오디세이』, 『경이로운 꿀벌의 세계』, 『21세기 다윈 혁명』, 『개미』, 『인문학 콘서트』, 『과학자의 서재』, 『통섭의 식탁』, 『호모심미우스』, 『다윈지능』,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여성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 등의 저 · 역서 외에도 여러 책에 감수자로 참여했다. 2019년 출간된 『동물행동학 백과사전(Encyclopedia of Animal Behavior)』의 총괄 편집장을 역임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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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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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에 빠진 것을 감지한 뤼크레스의 목숨 건 탈출이 무산되기 직전, 납치된 뤼크레스의 행적을 좇아 온 이지도르와 베르주라크의 기구가 도착하여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다. 기구의 주인 베르주라크는 놀고먹는 억만장자였는데 갑자기 엄청난 모험에 큰 매력을 느끼고 행동이 열정적으로 변한다. 그 덕택에 기구는 추락의 위험을 벗어나 칸 항구에 무사히 도착한다.

'최후 비밀' 추적을 계속하던 마르탱은 그 비밀을 이용한 수술이 행해지는 곳을 찾는데 골몰한다. 결국 러시아의 뇌연구소 체르니엔코 박사라는 인물로 밝혀진다. 그로부터 최후 비밀인 쥐의 뇌 좌표를 얻어 인간의 신경망을 접속시킨 생쥐 실험을 지속하여 효과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되었고 마침내 인간에게 적용하는 실험을 핀처 자신으로 삼아 체르니엔코 박사로부터 수술을 받기로 한다. 체르니엔코 박사는 1954년의 제임스올즈 실험의 협약을 깨고 최후 비밀을 열어 이미 수많은 인간들에 수술을 시행하였고 효과는 대만족이었다. 하지만 그 위험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아 늘 살얼음을 걷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핀처 박사의 집요한 요구로 체르니엔코 박사로부터 최후 비밀 수술을 받고 최후 비밀 장소인 뇌부위에 전기전도체를 삽입했다. 그러나 그 위험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음을 알고 조절 리모콘을 그의 환자이자 친구인 마르탱에게 맡겼다. 마르탱은 인공지능인 아테나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핀처의 전기자극을 위험하지 않은 수준까지 아주 천천히 늘려갔다. 이로써 핀처의 지식에 대한 동기를 부여했고, 이에 따라 핀처는 엄청난 노력으로 뇌의 능력과 지식을 급격하게 확대한다. 마르탱과 아테나의 지식까지도 섭렵함으로써 자신의 체스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연마하게 된다.

핀처는 체스의 세계챔피언까지 이기고 1권에서 이미 컴퓨터 「디프 블루 IV」와 대결을 승리로 마감 하게 된다. 그리고 약속대로 마르탱은 이 승리에 대한 보상으로 최후 비밀에 자극을 주게 되었는데 불행하게도 연인 나타샤와의 정사에서 절정의 쾌감을 느끼는 시간과 겹치게 되었고 쾌감의 신호가 너무 커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다.

 


 

중요 부분이 아니어서 잠시 미뤄뒀던 '자기 암시'가 이 책 1권에 등장한다. 자기 암시란 무엇인가. 이 책에서 최면술사가 한 군인을 상대로 최면술을 실행하는 실험을 하는 에페소드를 선보이면서 한 번 웃고 넘어갈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저자 베르베르는 핀처 박사가 연구하던 내용과 관련이 있다고 책에서 암시하고 있다. 최면술사가 뤼크레시에게 한 말에서 독자는 끄집어내고자 한다. "우리는 컴퓨터와 비슷합니다. 우리는 컴퓨터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거나 어떤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그와 관련된 정보와 지시를 제공하기도 하고, 이미 제공했던 것을 지워버리기도 합니다. 우리 자신에게도 그와 비슷한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된다, 된다' 하면서 미래의 성공 쪽으로 자신을 이끌어 갈 수도 있고, "난 안 돼, 난 안 돼' 하면서 실패하는 쪽으로 스스로를 몰아갈 수도 있습니다."

독자가 갑자기 '자기 암시' 이야기를 꺼낸 것은 프랑스에시 20세기 초 '자기 암시 치료'의 창시자인 '에밀 쿠에' 자기 암시 치료'를 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다. 이 말은 베르베르가 최면이나 자기 암시가 비과학적이라고 매도할 수는 없다는 의미에서 이 책의 전개 과정에서 집어넣은 것으로 읽힌다. 환자 자신의 치료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의 고통을 치유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자신의 삶을 행복하고 아름답게 가꿔나갈 수 있다는 데서 자기 암시 치료법은 자주 사용되어 왔다고 한다. 에밀 쿠에는 자신의 책 『자기 암시』를 통해 자신이든 타인이든 갈 길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마음을 올바르게 인도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의식적 자기암시뿐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책에서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를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의지로써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과 다르게 저자 에밀 쿠에는 의지와 상상의 싸움에선 항상 상상이 이긴다"고 말했다. 의지를 더하면 더할수록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며, 오히려 원하는 바와는 정확히 반대의 결과가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잠을 자려고 노력하면(의지를 다하면)할수록 더 잠을 들 수가 없다. 하지만 자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편안히 잠을 잘 수 있게 된다.

 

 

또 어떤 사람의 이름을 기억해 내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입안에서 맴돌 뿐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생각나겠지 하고 마음먹으면 어느새 기억이 난다. 이것은 우리의 '무의식'이 우리 몸 각 부분의 기능을 지배함은 물론 우리의 모든 행동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 무의식의 작용이 상상이며, 의식적인 노력이나 의지를 통해서 생각을 바꾸지 말고, 무의식을 길들여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성취하라는 것이다. 무의식이 의식을 상상이 의지를 이기기 때문이라고 에밀 쿠에는 이 책에서 역설했다.

다시 『뇌』 2권의 이야기로 돌아온다. 2권에서 핀처 박사가 마르탱의 치료를 성공하면서 되찾은 마르탱의 뇌는 이미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상태였기에 그의 지식 수준이나 뇌 활동은 최고조로 달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이 나눈 대화가 오랫동안 독자의 뇌속에 남아 있다.

그날 저녁부터 마르탱은 자전적인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는 그 이야기에 〈내면의 세계〉라는 제목을 붙였다.

그는 이 원고에서, 생각하고 명상하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게 됨으로써 생각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깨달았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우리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이 세 가지밖에 없다. 행위와 말과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내가 보기에 말은 행위보다 강하고 생각은 말보다 강하다. 무엇을 짓거나 허무는 것은 행위이다. 하지만 시간과 공간의 광대함 속에서 그것은 별다른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인류의 역사는 환호성 속에서 건설되었다가 눈물 속에서 폐허가 된 기념물들의 연속일 뿐이다. 그에 반해서 생각이란 건설적인 것이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무한히 퍼져 나가면서 무수한 기념물들과 폐허들을 낳는다.〉(1권, p.210)

 


 

저자 베르베르는 앞선 문장에 이어 "마르탱의 뇌가 육신의 감옥 속에서 춤추고 달리고 펄쩍펄쩍 뛰는 듯했다."고 적는다. 그리고 '관념'에 대한 속엣말을 내놓는다. 〈관념은 자율성을 지닌 살아 있는 존재와 같다. 관념은 태어나서 자라고 번식하며 다른 관념과 대결하다 마침내 죽음을 맞는다. 그렇다면 관념은 동물처럼 진화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또 다원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가장 약한 것을 제거하고 가장 강한 것을 번식시키기 위해 관념들 사이에서도 선별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텔레비전을 보고 안 것이지만, 리처드 도킨스 교수는 '관념권(觀念圈)'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럴듯한 개념이다. 생물권이 생물의 세계이듯이 관념권은 관념의 세계이다. 신이라는 관념을 예로 들어 보자. 이 관념은 어느 날 태어난 뒤로 끊임없이 진화해 오고 전파되어 왔으며, 복음과 경전, 음악과 미술 등을 통해 중계되고 확대되었다.

또 이 관념은 각 종교의 사제들을 통해 재생산되어 왔다. 그런데, 관념은 생성하고 발전하고 소멸하는 속도가 생물보다 더 빠를 수 있다. 예컨대 마르크스의 정신에서 나온 공산주의라는 관념은 아주 짧은 기간에 퍼져 나가 공간적으로 지구의 반에 영향을 미쳤다. 이 관념은 진화하고 변화하다가 결국은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 종처럼 쇠퇴하여 갈수록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공산주의라는 관념은 그렇게 변하는 과정에서 자본주의라는 관념에도 변화를 일으켰다. 관념권에서 벌어지는 관념들 간의 투쟁에서 우리의 말과 행위가 나타나고 결국엔 우리의 문명이 생겨난다.〉

읽어갈수록 많은 비밀이 서서히 밝혀지면서 독자들에게 놀라움을 주지만 '최후 비밀'이란 무엇일까?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시간은 195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의 신경 생리학자 제임스 올즈는 전기 자극을 주면 뇌에 쾌감을 느끼는 부위가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이 사실이 알려지면 인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을 걱정해 숨긴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 연구를 함께했던 체르니엔코 박사가 마약에 중독된 딸을 구하기 위해 숨겨진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버리고, 이 일이 현재 핀처 박사의 죽음까지도 연결되면서 사건이 점점 얽혀 간다.

 


 

제임스의 뇌 연구와 리스 환자 마르탱, 그리고 사망한 핀처는 무슨 관계가 있던 걸까? 뤼크레스와 이지도르는 핀처가 죽은 진짜 이유를 알아낼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여기서 답할 성질의 질문이 되지 않는다. 다만 독자들을 위해 책 속 뤼크레스와 한때 신경외과 의사였던 옴베르트와의 대화에서 단초를 제공한다. 베르베르의 능력은 소설 구성에서도 빛난다.

"그보다 훨씬 대단한 거죠. 모두가 말은 안 해도 다 그것을 갈망합니다.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것 가운데 가장 강렬하고, 가장 경이롭고, 가장 위대한 것이니까요. 돈이나 섹스나 마약보다 대단한 것이죠."

뤼크레스는 그게 무엇일까 하고 상상해 보지만, 도무지 짐작되는 바가 없다.

"그 최후 비밀은 누가 주는 거죠?"

"아무도요."(1권, p.285)

 

저자 :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

 

프랑스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로도 알려져 있기도 하며, 톨스토이, 셰익스피어, 헤르만 헤세 등과 함께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 작가로 선정된 바 있는 소설가이다. 일곱 살 때부터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한 타고난 글쟁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1961년 프랑스 툴루즈에서 태어났다. 「별들의 전쟁」세대에 속하기도 하는 그는 고등학교 때는 만화와 시나리오에 탐닉하면서 『만화 신문』을 발행하였고, 이후 올더스 헉슬리와 H.G. 웰즈를 사숙하면서 소설과 과학을 익혔다.

1979년 툴루주 제1대학에 입학하여 법학을 전공하고 국립 언론 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과학 잡지에 개미에 관한 평론을 발표해 오다 드디어 1991년 1백 20번에 가까운 개작을 거친 『개미(Les Fourmis)』를 발표, 전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단숨에 주목받는 프랑스의 천재 작가로 떠올랐다.

『개미』는 베르베르가 개미를 관찰하기 시작한 열두 살 무렵부터 시작된 소설로 무려 20여 년의 연구와 관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작가는 개미에 관한 소설을 쓰기 위해 12년 동안 컴퓨터와 씨름하면서 수없이 고쳐썼다. 그는 직접 집안에 개미집을 들여다 놓고 개미를 기르며 그들의 생태를 관찰한 것은 물론이고, 아프리카 마냥개미를 탐구하러 갔다가 개미떼의 공격을 받고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베르나르는 인간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전혀 새로운 눈높이, 예를 들면 개미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세상을 바라보도록 함으로써 현실을 새로운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게 한다. 300만 년 밖에 되지 않는 인간의 오만함을 1억만년이 넘는 시간동안 살아남아온 개미들의 눈에 빗대 경고하고 있다.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우리의 상식을 깨는 『나무』, 희망을 찾아 거대한 우주 범선을 타고 우주로 떠나는 14만 4천 명의 이야기 『파피용』, 웃음의 의미를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어낸 『웃음』, 새로운 시각과 기발한 상상력이 빛나는 단편집 『나무』, 사고를 전복시키는 놀라운 지식의 향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등 30여 권의 책을 냈다. 그의 작품들은 이미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1천 5백만 부가 넘게 판매되었다.

 

역자 : 이세욱

 

서울대학교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오를레앙대학교에서 불문학을 공부한 뒤, 프랑스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미셸 투르니에, 르 클레지오, 미셸 우엘벡, 마르셀 에메, 에릭 오르세나,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등 세계적인 프랑스 작가들의 작품을 번역했다. 또한 이탈리아 작가 움베르토 에코에 심취하여 이탈리아어를 착실하게 공부한 뒤, 에코의 소설과 에세이를 옮겨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역서로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개미』 『타나토노트』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아버지들의 아버지』 『천사들의 제국』 『뇌』 『나무』 『신』 『웃음』을 비롯하여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소립자』 『밑줄 긋는 남자』 『두 해 여름』 『오래 오래』 『검은 선』 『미세레레』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 등이 있다. 이탈리아 작품으로는 에코의 『프라하의 묘지』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알레산드로 바리코의 『이런 이야기』 등이 있다. 특이한 건, 데뷔작이 프랑스 문학도, 이탈리아 문학도 아닌 아일랜드 작가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라는 점이다. 당시 한국에 처음으로 번역된 이 작품은 환상 문학의 진수를 맛보게 했다는 평을 받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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