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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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에 빠진 것을 감지한 뤼크레스의 목숨 건 탈출이 무산되기 직전, 납치된 뤼크레스의 행적을 좇아 온 이지도르와 베르주라크의 기구가 도착하여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다. 기구의 주인 베르주라크는 놀고먹는 억만장자였는데 갑자기 엄청난 모험에 큰 매력을 느끼고 행동이 열정적으로 변한다. 그 덕택에 기구는 추락의 위험을 벗어나 칸 항구에 무사히 도착한다.

'최후 비밀' 추적을 계속하던 마르탱은 그 비밀을 이용한 수술이 행해지는 곳을 찾는데 골몰한다. 결국 러시아의 뇌연구소 체르니엔코 박사라는 인물로 밝혀진다. 그로부터 최후 비밀인 쥐의 뇌 좌표를 얻어 인간의 신경망을 접속시킨 생쥐 실험을 지속하여 효과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되었고 마침내 인간에게 적용하는 실험을 핀처 자신으로 삼아 체르니엔코 박사로부터 수술을 받기로 한다. 체르니엔코 박사는 1954년의 제임스올즈 실험의 협약을 깨고 최후 비밀을 열어 이미 수많은 인간들에 수술을 시행하였고 효과는 대만족이었다. 하지만 그 위험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아 늘 살얼음을 걷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핀처 박사의 집요한 요구로 체르니엔코 박사로부터 최후 비밀 수술을 받고 최후 비밀 장소인 뇌부위에 전기전도체를 삽입했다. 그러나 그 위험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음을 알고 조절 리모콘을 그의 환자이자 친구인 마르탱에게 맡겼다. 마르탱은 인공지능인 아테나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핀처의 전기자극을 위험하지 않은 수준까지 아주 천천히 늘려갔다. 이로써 핀처의 지식에 대한 동기를 부여했고, 이에 따라 핀처는 엄청난 노력으로 뇌의 능력과 지식을 급격하게 확대한다. 마르탱과 아테나의 지식까지도 섭렵함으로써 자신의 체스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연마하게 된다.

핀처는 체스의 세계챔피언까지 이기고 1권에서 이미 컴퓨터 「디프 블루 IV」와 대결을 승리로 마감 하게 된다. 그리고 약속대로 마르탱은 이 승리에 대한 보상으로 최후 비밀에 자극을 주게 되었는데 불행하게도 연인 나타샤와의 정사에서 절정의 쾌감을 느끼는 시간과 겹치게 되었고 쾌감의 신호가 너무 커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다.

 


 

중요 부분이 아니어서 잠시 미뤄뒀던 '자기 암시'가 이 책 1권에 등장한다. 자기 암시란 무엇인가. 이 책에서 최면술사가 한 군인을 상대로 최면술을 실행하는 실험을 하는 에페소드를 선보이면서 한 번 웃고 넘어갈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저자 베르베르는 핀처 박사가 연구하던 내용과 관련이 있다고 책에서 암시하고 있다. 최면술사가 뤼크레시에게 한 말에서 독자는 끄집어내고자 한다. "우리는 컴퓨터와 비슷합니다. 우리는 컴퓨터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거나 어떤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그와 관련된 정보와 지시를 제공하기도 하고, 이미 제공했던 것을 지워버리기도 합니다. 우리 자신에게도 그와 비슷한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된다, 된다' 하면서 미래의 성공 쪽으로 자신을 이끌어 갈 수도 있고, "난 안 돼, 난 안 돼' 하면서 실패하는 쪽으로 스스로를 몰아갈 수도 있습니다."

독자가 갑자기 '자기 암시' 이야기를 꺼낸 것은 프랑스에시 20세기 초 '자기 암시 치료'의 창시자인 '에밀 쿠에' 자기 암시 치료'를 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다. 이 말은 베르베르가 최면이나 자기 암시가 비과학적이라고 매도할 수는 없다는 의미에서 이 책의 전개 과정에서 집어넣은 것으로 읽힌다. 환자 자신의 치료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의 고통을 치유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자신의 삶을 행복하고 아름답게 가꿔나갈 수 있다는 데서 자기 암시 치료법은 자주 사용되어 왔다고 한다. 에밀 쿠에는 자신의 책 『자기 암시』를 통해 자신이든 타인이든 갈 길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마음을 올바르게 인도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의식적 자기암시뿐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책에서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를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의지로써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과 다르게 저자 에밀 쿠에는 의지와 상상의 싸움에선 항상 상상이 이긴다"고 말했다. 의지를 더하면 더할수록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며, 오히려 원하는 바와는 정확히 반대의 결과가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잠을 자려고 노력하면(의지를 다하면)할수록 더 잠을 들 수가 없다. 하지만 자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편안히 잠을 잘 수 있게 된다.

 

 

또 어떤 사람의 이름을 기억해 내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입안에서 맴돌 뿐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생각나겠지 하고 마음먹으면 어느새 기억이 난다. 이것은 우리의 '무의식'이 우리 몸 각 부분의 기능을 지배함은 물론 우리의 모든 행동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그 무의식의 작용이 상상이며, 의식적인 노력이나 의지를 통해서 생각을 바꾸지 말고, 무의식을 길들여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성취하라는 것이다. 무의식이 의식을 상상이 의지를 이기기 때문이라고 에밀 쿠에는 이 책에서 역설했다.

다시 『뇌』 2권의 이야기로 돌아온다. 2권에서 핀처 박사가 마르탱의 치료를 성공하면서 되찾은 마르탱의 뇌는 이미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상태였기에 그의 지식 수준이나 뇌 활동은 최고조로 달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이 나눈 대화가 오랫동안 독자의 뇌속에 남아 있다.

그날 저녁부터 마르탱은 자전적인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는 그 이야기에 〈내면의 세계〉라는 제목을 붙였다.

그는 이 원고에서, 생각하고 명상하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게 됨으로써 생각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깨달았다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우리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이 세 가지밖에 없다. 행위와 말과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내가 보기에 말은 행위보다 강하고 생각은 말보다 강하다. 무엇을 짓거나 허무는 것은 행위이다. 하지만 시간과 공간의 광대함 속에서 그것은 별다른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인류의 역사는 환호성 속에서 건설되었다가 눈물 속에서 폐허가 된 기념물들의 연속일 뿐이다. 그에 반해서 생각이란 건설적인 것이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무한히 퍼져 나가면서 무수한 기념물들과 폐허들을 낳는다.〉(1권, p.210)

 


 

저자 베르베르는 앞선 문장에 이어 "마르탱의 뇌가 육신의 감옥 속에서 춤추고 달리고 펄쩍펄쩍 뛰는 듯했다."고 적는다. 그리고 '관념'에 대한 속엣말을 내놓는다. 〈관념은 자율성을 지닌 살아 있는 존재와 같다. 관념은 태어나서 자라고 번식하며 다른 관념과 대결하다 마침내 죽음을 맞는다. 그렇다면 관념은 동물처럼 진화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또 다원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가장 약한 것을 제거하고 가장 강한 것을 번식시키기 위해 관념들 사이에서도 선별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텔레비전을 보고 안 것이지만, 리처드 도킨스 교수는 '관념권(觀念圈)'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럴듯한 개념이다. 생물권이 생물의 세계이듯이 관념권은 관념의 세계이다. 신이라는 관념을 예로 들어 보자. 이 관념은 어느 날 태어난 뒤로 끊임없이 진화해 오고 전파되어 왔으며, 복음과 경전, 음악과 미술 등을 통해 중계되고 확대되었다.

또 이 관념은 각 종교의 사제들을 통해 재생산되어 왔다. 그런데, 관념은 생성하고 발전하고 소멸하는 속도가 생물보다 더 빠를 수 있다. 예컨대 마르크스의 정신에서 나온 공산주의라는 관념은 아주 짧은 기간에 퍼져 나가 공간적으로 지구의 반에 영향을 미쳤다. 이 관념은 진화하고 변화하다가 결국은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 종처럼 쇠퇴하여 갈수록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공산주의라는 관념은 그렇게 변하는 과정에서 자본주의라는 관념에도 변화를 일으켰다. 관념권에서 벌어지는 관념들 간의 투쟁에서 우리의 말과 행위가 나타나고 결국엔 우리의 문명이 생겨난다.〉

읽어갈수록 많은 비밀이 서서히 밝혀지면서 독자들에게 놀라움을 주지만 '최후 비밀'이란 무엇일까?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 시간은 195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의 신경 생리학자 제임스 올즈는 전기 자극을 주면 뇌에 쾌감을 느끼는 부위가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이 사실이 알려지면 인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을 걱정해 숨긴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 연구를 함께했던 체르니엔코 박사가 마약에 중독된 딸을 구하기 위해 숨겨진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버리고, 이 일이 현재 핀처 박사의 죽음까지도 연결되면서 사건이 점점 얽혀 간다.

 


 

제임스의 뇌 연구와 리스 환자 마르탱, 그리고 사망한 핀처는 무슨 관계가 있던 걸까? 뤼크레스와 이지도르는 핀처가 죽은 진짜 이유를 알아낼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여기서 답할 성질의 질문이 되지 않는다. 다만 독자들을 위해 책 속 뤼크레스와 한때 신경외과 의사였던 옴베르트와의 대화에서 단초를 제공한다. 베르베르의 능력은 소설 구성에서도 빛난다.

"그보다 훨씬 대단한 거죠. 모두가 말은 안 해도 다 그것을 갈망합니다.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것 가운데 가장 강렬하고, 가장 경이롭고, 가장 위대한 것이니까요. 돈이나 섹스나 마약보다 대단한 것이죠."

뤼크레스는 그게 무엇일까 하고 상상해 보지만, 도무지 짐작되는 바가 없다.

"그 최후 비밀은 누가 주는 거죠?"

"아무도요."(1권, p.285)

 

저자 :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

 

프랑스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로도 알려져 있기도 하며, 톨스토이, 셰익스피어, 헤르만 헤세 등과 함께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 작가로 선정된 바 있는 소설가이다. 일곱 살 때부터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한 타고난 글쟁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1961년 프랑스 툴루즈에서 태어났다. 「별들의 전쟁」세대에 속하기도 하는 그는 고등학교 때는 만화와 시나리오에 탐닉하면서 『만화 신문』을 발행하였고, 이후 올더스 헉슬리와 H.G. 웰즈를 사숙하면서 소설과 과학을 익혔다.

1979년 툴루주 제1대학에 입학하여 법학을 전공하고 국립 언론 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과학 잡지에 개미에 관한 평론을 발표해 오다 드디어 1991년 1백 20번에 가까운 개작을 거친 『개미(Les Fourmis)』를 발표, 전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단숨에 주목받는 프랑스의 천재 작가로 떠올랐다.

『개미』는 베르베르가 개미를 관찰하기 시작한 열두 살 무렵부터 시작된 소설로 무려 20여 년의 연구와 관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작가는 개미에 관한 소설을 쓰기 위해 12년 동안 컴퓨터와 씨름하면서 수없이 고쳐썼다. 그는 직접 집안에 개미집을 들여다 놓고 개미를 기르며 그들의 생태를 관찰한 것은 물론이고, 아프리카 마냥개미를 탐구하러 갔다가 개미떼의 공격을 받고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베르나르는 인간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전혀 새로운 눈높이, 예를 들면 개미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세상을 바라보도록 함으로써 현실을 새로운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게 한다. 300만 년 밖에 되지 않는 인간의 오만함을 1억만년이 넘는 시간동안 살아남아온 개미들의 눈에 빗대 경고하고 있다.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우리의 상식을 깨는 『나무』, 희망을 찾아 거대한 우주 범선을 타고 우주로 떠나는 14만 4천 명의 이야기 『파피용』, 웃음의 의미를 미스터리 형식으로 풀어낸 『웃음』, 새로운 시각과 기발한 상상력이 빛나는 단편집 『나무』, 사고를 전복시키는 놀라운 지식의 향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등 30여 권의 책을 냈다. 그의 작품들은 이미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1천 5백만 부가 넘게 판매되었다.

 

역자 : 이세욱

 

서울대학교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오를레앙대학교에서 불문학을 공부한 뒤, 프랑스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미셸 투르니에, 르 클레지오, 미셸 우엘벡, 마르셀 에메, 에릭 오르세나,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등 세계적인 프랑스 작가들의 작품을 번역했다. 또한 이탈리아 작가 움베르토 에코에 심취하여 이탈리아어를 착실하게 공부한 뒤, 에코의 소설과 에세이를 옮겨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역서로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개미』 『타나토노트』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아버지들의 아버지』 『천사들의 제국』 『뇌』 『나무』 『신』 『웃음』을 비롯하여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소립자』 『밑줄 긋는 남자』 『두 해 여름』 『오래 오래』 『검은 선』 『미세레레』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 등이 있다. 이탈리아 작품으로는 에코의 『프라하의 묘지』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알레산드로 바리코의 『이런 이야기』 등이 있다. 특이한 건, 데뷔작이 프랑스 문학도, 이탈리아 문학도 아닌 아일랜드 작가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라는 점이다. 당시 한국에 처음으로 번역된 이 작품은 환상 문학의 진수를 맛보게 했다는 평을 받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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