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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건, 이런 게 아니겠니!
곽미혜 외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11월
평점 :
이 책 『산다는 건,이런 게 아니겠니!』는 글쓰기를 배우는 사람들이 뜻을 함께해 일상 속 이야기들 담아낸 잔잔한 에세이집이다. 저자가 11명이다. 모두 전업 작가가 아닌, 직장 생활을 하는 평범한 시민들이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이런 저련 이유료 교육계(교육청)에 몸 담고 있는 분들이다. 이들 저자는 모두 직장에서의 프로젝트의 하나로 글쓰기 모임에 참여해 시간을 내서 책을 읽고, 독서 토론하고 글쓰기도 배워 첫 작품을 낸 분들이 대부분이다. 한두 명 책을 낸 바 있지만 모두 직장 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쓴 글을 엮어 이 책을 펴냈다.
이 책의 표제어가 담고 있는 문장의 뜻에는 감동적인 일보다는 그냥 훈훈한 일상의 표현이 아닐까 하는 뉘앙스가 풍긴다. 독자에 따라서는 자신의 경험과 비슷하다면 따뜻한 감동을 느낄 수는 있겠지만 일상 속의 글이니만큼 큰 즐거움이나 감동은 없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세상을 살아가며 소소한 기쁨이나 휴식 같은 시간의 이야기들을 적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중해서 읽는다면 하나하나 감동 받는 글이다. 이들이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전문 작가들이 아니기에 그들의 일상 속 진실을 솔직하게 표현했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더 감동을 느끼는 독자들이 있을 법하다. 이들 저자은 모두 직장인이기에 우리처럼 바쁘고 경쟁하는 세상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살아내고 있는 분들이다. 또 전문 작가처럼 읽히기 위한 글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정화를 위한 글의 모음이라서 더욱 진솔하다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이다.
때문에 잘 읽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는 없을 것이고, 그냥 "남들은 어떻게 사나?" 하는 것을 관찰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는다면 글 속에서 무언가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될 만한 문장이나 단어, 혹은 표현법, 영감을 받을 것이라고 독자는 기대한다.
이 책은 저자들은 처음 글쓰기를 배우고, 누군가 책으로 펴내자는 제안에 고민하고 망설였던 분들이다. 평소에 책을 쓰는 것은 엄두도 못 내고, 또 글쓰기를 자주 하던 분들이 아니기에 책 제안은 적잖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더욱이 일상 속 이야기가 책의 소재가 된다고는 생각지 않았기에 더욱 망설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 책 뒷 부분에 있는 〈작가 후기〉에서 대부분의 저자들이 한 말 중에 주저했던 기억들을 쓰고 있다. 〈작가 후기〉란 표현도 독자가 붙인 것이다. 저자들은 〈작가 후기〉란 표현이 부담스러웠을지도 모르겠다. 〈에필로그〉 뒤에 슬그러니 붙여놓은 형식으로 썼기에 한 말이다. 그러나 그들의 글을 읽어본 독자들은 그들이 얼마나 힘들게 글을 배우고 썼으며, 더욱이 평소에 잘 쓰지 않던 분들이 대부분이라 망설임이 눈에 선하다. 바로 이런 점이 이 책의 장점이기도 하다. 수사도 화려하지 않고 소박하며, 표현 방식도 상징이나 은유를 사용하지 않아 진심을 전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자주 눈에 띈다.
이들 저자들은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과정, 또 자신을 사랑하는 방식 혹은 가족 친구 이웃들과 함께 나누었던 시간들을 솔직 담백하게 풀어쓴 것이다. 일상 그대로 옮겨 적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월이 지난 쓴 글이 더 감동적이고 가슴 따뜻할 때가 많다. 생생함에는 활력과 에너지가 넘치지만 세월이 흘러 회고하듯이 쓴 글에는 자아 성찰이 먼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는동안 솔직한 저자들의 모습에 공감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 책을 먼저 읽은 독자로서 이 책을 읽을 모든 독자들도 저자들처럼 스스로를 사랑하고 용기와 내일을 꿈꾸는 삶이 되기를 응원한다.
이 책은 11명의 저자들이 각각 3편씩 모두 33편의 글이 실려 있다. 각각의 삶이 다르듯 글의 소재도 각각이지만 공통적으로 사는 모습은 우리와 같다. '닮았다'기보다는 '같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공동의 주제를 한 문장으로 말한다면 거침없이 "우린 이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갈 것입니다."이다. 책을 기획하고 엮어낸 일을 맡은 분은 저자들 모임에 강사로 갔던 분이다. 시나리오 작가 김도현이다. 그가 쓴 〈프롤로그〉에서 "강연 요청을 받았을 때 시나리오와 씨름하던 시간을 뒤로 하고 사람들과 잠시 섞여 있고 싶다는 생각에 겁 없이 덜컥 약속했던 일을 사실 걱정했던 듯하다. "강연 준비하는 동안, 학생들에게만 가르쳤던 글쓰기를 성인에게 하는 것이 다소 부담스러웠다. 내심 걱정도 앞섰다. 이것저것 따지지도 않고, 그저 사람들과 섞이고 싶단 마음 하나로 약속해버린 게 후회스럽기까지 했다"고 털어놓는다.
이어 그는 강연 약속 날짜를 어길 수 없는 데다 약간의 기대와 설렘도 있었음을 숨기지 않는다. 어지러울 정도로 혼란스럽고 우려했지만 글쓰기 멘티로 참석한 분들의 얼굴을 보고 나서야 마음이 놓였다고 한다. 푸근한 얼굴에 이들과 글쓰기 소재를 잡는 동안, 그들만의 삶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며 즐겁고 행복한 기분에 괜한 걱정을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뒤늦게 풀어놓는다.
글쓰기 작업을 돕는 과정에서 "글은 곧 기록으로 남는다"는 압박감에 저자들을 다독여주지 못했다는 점을 아쉬워한다. 마음에 걸린다고 표현했다. 버리려고 쓴다는 초고부터 지금의 이야기꽃으로 탈바꿈되기까지, 고생 많았다는 말을 책의 〈프롤로그〉에서 슬며시 꺼내 놓는다. 저자들의 문운(文運)이 함께하길 기원한다고 말한다. 이 책의 글 순서는 '가나다 순'이다. 순서를 따질 필요는 없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책을 낸 경험이 있는 분이 앞서는 것이 관례 아닌가 생각했지만 부질없는 생각일 것이다. 글의 첫 인상이 중요하다는 독자의 충정일 뿐이다.
저자 권영남의 「조청에 담긴 추억」은 마치 독자의 어린 날의 기억을 되돌아보는 듯했다. 한과 유과를 만들 때 쓰는 조청은 저자의 어릴 적 기억을 토대로 "그땐 그렇게 살았다. 그래도 행복했던 시절의 기억으로 지금까지 남아 있다"는 듯 쓴 글이다. 이 기억이 독자의 추억을 소환했다. 독자의 집도 지방 도시였는데 많은 친척들이 명절 때마다 모이는 집이었다. 큰 집은 아니었지만(한꺼번에 몰리면 근처 이웃에서 잘 자리를 마련해줄 정도였다) 명절을 쇠러 온 친척들은 모두 우리 집으로 모였기에 어머니의 명절 준비는 힘들고 여러 날에 걸쳐 이루어졌다. 다른 일과 달리 조청 만들던 기억은 유난히 정성이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이 글의 저자 권영남과 비슷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저자는 어릴 적 집이 꽤 컸던 모양이다. "엄마는 이른 봄부터 고사리와 취나물, 곰취, 머위, 잔대 등 산과 들에서 나오는 온갖 나물들을 뜯어서 삶고 말려 묵나물을 만들고, 여러 가지 채소와 해산물로 튀각과 주전부리를 만들어 광의 시렁에 차곡차곡 쌓아두셨다. 부모님이 땀 흘려 기른 곡식들도 광의 크고 작은 독 안에 쌓여갔다."(p.147)
명절 준비와 음식 재료 등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보는 것은 좋은 추억을 되살리는 기억들이 많다. 특히 저자의 집안은 종갓집 못지않게 컸던 듯 겨울 김장독, 수백 포기의 배추김치와 각종 김치류, 더덕, 도라지 등을 모두 기억해 내는 것으로 미루어 그랬던 듯하다. 조청 고아야 하는 일은 독자 기억으로는 어머니가 가장 정성 들여 만드는 음식으로 남아 있다. 저자는 어머니가 잠깐 잠을 청하는 사이 잘 보고 있다가 깨우라는 말을 들었지만 정작 자신이 잠깐 조는 사이에 탄 냄새에 화들짝 놀라 일어나려다 뒤늦게 냄새를 맡으신 어머니가 달려오는 것을 보고 줄행랑을 쳤던 기억을 실감나게 잘 그려내고 있다. 같은 기억이어서 독자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고, 그리운 인물들마저 하나하나 곱씹어보는 귀한 시간을 제공해 준다. 저자는 "그해 겨울, 엄마는 다시 조청을 고지는 않으셨다."고 말한 뒤 이유는 모르겠다고 한다. 그러나 독자의 생각으로는 아마 명절 때만 조청을 고셨기에 다시 명절이 와야 조청을 고실 텐데, 연상되는 기억이 없어서이지 않나 싶다.
저자 유인자의 「결핍이 내게 선물한 것들」은 두 번을 읽었다. 당연히 독자의 기억에 남은 일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동년배인 1960년생들이라고 표현하는 것으로 보아 독자와 비슷한 연대감이 더욱 이 글에 대한 애착을 갖게 해준다. 특히 '책'에 관한 이야기는 독자의 어렸을 적에 책을 좋아했기에 각별하다. 독자는 지방이지만 큰 도시에 살았기에 앞서 '조청의 추억'을 이야기한 저자와 조금 다르지만 덕분에 아버지로부터 책은 원하는 만큼 사다 주신 기억을 갖고 있다. 교육계에 계셨던 독자의 아버지는 책을 당신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아들도 책을 좋아하는 것 같아 매우 흡족해 하시고 원하면 전집의 책을 '턱' 들여다 놓으셨다. 50권짜리, 100권짜리 전집인 『세계명작동화집』, 『세계위인전』 같은 책이었다. 동네 친구들은 책을 좋아하더라도 그렇게 전집을 들여다놓고 읽을 집은 많지 않던 시절이라 우리집이 마치 도서관처럼 친구들이 들락거렸다. 으쓱해하던 기억도 새삼 다시 기억한다.
저자는 이 결핍의 시대에 보고 싶은 책을 마음껏 볼 수 없었던 일에 아픈 기억을 소환하고 있다. 바비인형과 함께. 독자는 남자애이기에 인형에 관심이 없었지만 책에는 관심이 많았다. 지금도 그때 읽었던 책의 대분은 기억이 난다. 기억으로는 어렴풋하지만 〈금성출판사〉였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 결핍의 시대 자신의 욕구를 채워주지 못했더라도 저자의 기억에는 아름다운,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 있나 보다. 저자는 이 글에서 "그 시절 결핍이 계기가 되어서 그런지 지금도 꾸준히 책을 읽고 기록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또한 보고 싶은 책이 있으면 일단 사두는 버릇도 갖게 되었다고 쓰고 있다. TV 어느 매체에서 김영하 작가가 한 말이 기억난다며 슬쩍 끼워넣는 말은 "책은 읽을 책을 사는 게 아니고 산 책 중에 읽는 거예요."라는 말이다. 결핍을 대체 만족하고, 대체 만족에서 소중한 삶의 방식을 배우는 것은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저자의 추억을 현재의 삶의 모습과 연결하는 글쓰기 능력은 노련한 작가의 솜씨를 보는 것 같다. 이 글의 무게감을 더해주는 요소이다.
저자 임해순의 「드럼 치는 이 순간!」도 무척 흥미롭다. 스트레스 해소로 택한 드럼에 입문 과정을 실감나게 표현하고,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삶의 방식으로 연결되는 깨달음을 이끌어내는 과정을 물 흐르듯 썼다. 독자로서 연습 과정의 힘겨움과 흥미로움이 교차되는 부분을 보여주고 있어 읽는 게 즐겁다. 흔히 전문가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드럼의 매력을 한껏 느끼게 해준다. "손과 발이 따로 노는 내게, 선생님의 요청이 불을 뿜는다. '발뒤꿈치를 들고 페달을 밟으세요! 뒤꿈치가 내려가면 소리가 잘 나지 않아요! 베이스를 치는 오른발을 부드럽게 눌러야 하는데, 쿵쿵 밟으면 힘만 들고 소리가 잘 나지 않는다. 하이햇 심벌즈를 치는 왼발도 마찬가지다. 앞꿈치로 심벌즈를 누른 상태에서 박자에 따라 뒤무치를 내려야 하는데 미리 눌러버린다. '그렇게 치면 소리가 안 이뻐요! 반주가 나올 때 페달을 눌러야 해요! 계속 연습하다 보면 오른쪽 다리와 어깨가 쑤시고 결린다."(p.190)
드럽이 쉽지 않은 과정인 줄 알지만 한편으론 흥미로울 수 있는 점이 박자를 리드해 가기 때문으로 들었는데 배우는 과정이 쉽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전문가가 되지 않더라도 스트레스 해소엔 그만일 것 같다는 생각에 은근히 '드럼을 배워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더욱이 악기로서는 가장 육체적으로 힘이 많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는 드럼을 여성이 쉽게 할 수도, 하겠다는 생각도 하기 어려울 텐데 저자의 성격은 꽤 적극적인 것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모든 취미나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삶의 태도의 영감을 끌어와 글에 연결시키는 과정이 너무 자연스러워 마치 독자가 읽다가 글에 빠져드는 흡인력을 갖고 있어 좋았다. "문득 깨닫는다. 우리네 인생도 지금, 여기, 이 순간에 있다는 사실을. 머릿속은 늘 어제 일로 괴로워하고, 내일 일을 걱정하며 삶을 이어가던 나 자신을 발견한다. 진짜 인생은, 오늘! 지금! 이 순간에 있는데 말이다."(p.194)
저자가 11명이어서 자세한 프로필과 현재 하는 일, 개인 이메일 등은 책 속에 모두 기록돼 있어 관심 있는 독자들은 직접 찾아 보기를 권유한다. 여기서는 '책 날개'에 적힌 그들의 간단한 소개로 대신한다. 책 출간 기획자 손문숙을 제외하고는 앞서 언급한 대로 가나다 순이다.
손문숙 : 워크숍 기획. 동료들과 의미있는 일을 하면서 재밌게 놀 궁리를 하는 호모 루댄스.
곽미혜 : 소통과 공존의 상호문화성을 전하는 교육학 박사 & 교육행정 서비를 실천하는 공무원.
권영남 : 하루하루 충실한 삶을 살아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공무원.
김승태 : 독서로 진정한 인생의 목표를 실천하고, 매일 즐거운 인생을 사는 세 딸의 아빠.
배신일 : 싸울 것은 나다! 매일 좌절하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대한민국 50대 직장맘.
심인옥 : 지금이라도 가슴 뛰는 일을 찾고 싶어 오늘도 열심히 고민하는 직장인.
유인자 : 책 읽기를 좋아하고 글을 쓰며 살아가고 싶은 31년차 직장인(공무원)이자 가정주부.
윤한진 : 열정이라는 옷이 잘 어울리는, 일하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일하기를 즐기는 Librarian.
임해순 : 날마다 읽고 쓰는 여인. 브런치스토리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컨추리우먼).
최은성 :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자유로운 삶~.
한신일 : 다른 사람의 글을 읽기만 하다가 처음 글쓰기에 도전한 평범한 직장인.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