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그것은 항상 내 마음에 있었다
김병철 지음 / 아우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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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번에 우리에게 닥친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은 우리가 그동안 무심히 지내온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행복인지 깨닫게 해주었다. 더욱이 코로나19 이후에도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란 미래학자들의 어두운 예측은 잃어버린 일상에 강한 향수를 느끼게 된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같이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커피 한 잔의 여유도 누릴 수 없는 시간들이 오래 지속되었기에. 모두가 예전의 그 일상들을 그리워하고 있다.

외출시에는 마스크가 이제 필수품이 되었고, 눈 밖에 보이지 않는 얼굴. 『행복, 그것은 항상 내 마음에 있었다』는 행복은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내 마음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지금의 상황에서 과연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바로 그런 고민에 대한 한 가지 대처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이 책이다. 저자 김병철은 이 책에서 짧은 기간에 전 세계를 삼켜버린 코로나 19 사태를 겪으며 생활하고 경험했던 부분, 그리고 그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가져야 할 우리의 자세를 스스로 편안하게 적어냈다. 그것은 학자로서, 전문가로서의 제안이 아니고 같이 사는 평범한 한 사람의 입장에서 살아가면서 무엇이 소중한 것인지, 어떤 게 행복인지를 잃어버린 후에 깨닫게 하는 편안한 글로 다시 마음을 다잡게 한다.





저자가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한 부분은 ‘건강’이다.

사실 너무나도 당연하고 뻔한 이여기라서 허탈할 수 있는 이야기겠지만 여기에서는 그동안 우리가 잊고 지내왔던 것 또는 알고 있으면서도 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다시 상기시켜주며 실행할 수 있도록 안내해 준다.

예를 들면, 정말 기본적인 의미 그대로 편안히 쉬는 것, ‘휴식’ 같은 것들 말이다.

또한 나아가 저자기 현재 살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우리 선조들이 살아왔던 방법,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 나아가 자신을 비롯한 인류가 이 위기를 대처해 나가기 위해 갖추어야 할 자세까지 적어내고 있다.

모두가 힘들고 괴로운 이 시기에, 한발자국 뒤에서 함께 그 고통을 느끼며 묵묵히 바라보는 저자의 이 책을 통해 독자 모두가 마음의 여유를 갖고 좀 더 편한 마음가짐으로 이 위기를 함께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코로나로 평범한 일상이 더는 평범한 것이 아니게 돼 버린 지금....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큰 감사와 행복이었는지 깨닫게 되어 저자는 자신의 작은 일상들을 출간했다.

가족의 건강은 내 삶의 소중한 부분이고, 행복과 불행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저자의 부모, 혹은 장인 장모 등 가족 중 한 분.

2018년9월15일

치매. 참담하고 가혹한 병... 일기 쓰듯 일상을 남겼다.





저자의 일상은 우리 일상과 거의 같다. 내 대신 일기를 써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독자가 글을 읽는 느낌을 메모 일기식으로 변형시켜 적어본다.

2018년1월7일

나이 든 개구쟁이들...

"세월은 우리들 얼굴 얼굴에 깊은 주름살의 나이테를 만들고 머리 위엔 하얀 눈꽃을 사뿐히 뿌려 놓았다."

친구를 만나는 즐거움을 말한 기분 좋은 표현이다. 나이듦의 모습을 하얀 눈꽃., 아 먼저 가 버린 친구들,

아직 가슴에 와 닿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마주하게 될 일들.

그리고 받아들여야 할 때가 올 것이다. 친구의 장례식 소식을 듣고 침울해지고. 그러나 받아들여야겠지.

2018년4월24일

휴식 수면은 연장되었는데 왜 인생의 휴식은 점점 줄어드는 것일까?

나만의 느낌인가?

나만의 생각인가?





2019년1월15일

병원가는 날

60년 정도 사용할 수 있는 기계가 얼마나 있을까?

고쳐 가며 살아가야 하는 것.

건강... 불청객, 자전거. 저자의 일상의 사색을 따라가 본다.

문득 저자에 대해 궁금증이 올라온다.

지난 번 책에선 다른 느낌이었다. 사색하는 글쓰는 로타리 활동을 하고, 자원봉사를 자주하고,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

글도 매우 정제된 느낌이어서 생각이 깊은 글 잘 쓰는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근데 이번 책에선 사람냄새가 난다.

가족, 건강, 삶의 문제라서 그런가. 우리와 똑같은 사람인 것 같아 읽고 편안해진다.





우리의 현재진행형 문제 중 가장 급한 것은 코로나19 극복이다.

대한민국 2020년 현재 우리 인간은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의 두려움에서 아직 온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도, 사회적 혼란도 코로나 극복이 해결의 발단이 될 것이다. 어쩌면 극복과정에서 해결되면 더 좋을 것 같고.

산책로

아, 가까운 곳이다. 가봐야겠다.

가끔 이런 즐거움이 있다. 독자도 자주 다니던 산책로 주위에 작은 약수터가 있다.

오염으로 폐쇄된 곳이다. 지금은 잘 가지 않은 그곳마저 소중하게 느껴진다.

책의 내용은 평범하고 쉽다. 선택한 단어들도 극히 일상적인 용어고, 저자가 일부러 쉬운 말을 선택해 사용한 듯하다. 공감가는 부분들이 많다. 더욱이 코로나로 인해 일상이 멈춰버린 지금, 그로 인해 소중하지만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작은 소소한 기쁨을 재발견하는 기쁨을 이 책은 준다.

그러한 작은 행복들이 지금 제한 받고 있어 불편하고 많이 아쉽긴 하지만 말이다. 그 안에 정말 중요한 가족간의 사랑을 더 느끼게 되기도 한다. 살을 맞대고 부대끼면서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함께 기뻐하고... 그렇게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 우리의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에 대해 절감하며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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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몽어 - 면우 곽종석의 지식백과
곽종석 지음, 조홍근 옮김 / 아우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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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어(蒙語)』는 조선 말기 유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인 곽종석이 저술한 아동교육용 윤리서다. 구한말 정통 유학자의 위정척사론이 담겨 있는 교재라는 점에서 교육사적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특히 조선 문화의 가치와 우리 나라 역사의 정통성을 확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동교재로서 값어치를 지니고 있다. 곽종석은 중국 남송의 주자를 이은 퇴계 이황과 퇴계의 동맥인 한주 이진상의 심즉리(心卽理)를 계승한 조선 최후의 유학자로 조선 오백년 유학을 총결산한 분이다.

미증유의 국난 땐 의병운동보다는 만국공법에 준해서 한국의 독립을 보장받고자 했고, 그런 한 주견은 성리학적 사유에 따른 다량의 독서에 있었다. 그가 탐독했던 책은 동서양의 책은 물론 서양의 법제도와 정치제도 그리고 민주주의와 서양철학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그의 해박한 지식은 마치 한 손엔 서양을 한 손에 동양을 움켜쥔 듯한 불세출의 인재로 소문이 자자했다. 선문을 들은 고종은 면우를 경국지재(經國之才)라 하여 불러 관직에서 일해줄 것을 당부했으나 어전에서 시무사조안(時務四條案)과 내수외양(內修外攘)의 시책을 펼칠 것을 진언하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1919년에는 심산 김창숙으로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강회회의가 개최된다는 소식을 듣고서 자신이 잘 아는 만국공법을 통해 대한의 독립을 보장받고자 2,674자를 적어서 심산 김창숙에게 건네주었다. 김창숙이 떠난 후 장서의 작성자이자 파리장서운동의 발두인인 곽종석은 1919년 3월 18일 일제에 체포되어서 같은해 6월 20일 병보석으로 출옥했으나 사망했다. 이로부터 44년 후 1963년에 건국훈장 국민장이 추서되었다.





역자에 따르면 고조선으로부터 시작하여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지닌 우리 민족에게는 수없이 많은 성현들이 존재해왔다. 반면 여러 가지 이유로 대부분의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인물들도 많을 것이다. 여기에 소개하는 『몽어』를 저술한 ‘면우 곽종석’선생도 그러한 분들 중 하나이다.

면우 곽종석(1846~1919) 선생은 조선시대 후기부터 대한제국을 지나 일제 강점기까지 활동한 유학자이자 독립운동가다. 그는 4세 때부터 사서오경(四書五經)을 배우기 시작했고, 12세가 되면서부터 유가경전을 비롯해 도가(道家)와 불가(佛家)의 경전까지 모두 섭렵하였다. 그 이후 주자학(朱子學)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기 시작하여 20세 초반에 이미 학자로서 널리 명성을 떨쳤고 퇴계학문을 공부하고 분석하는 등 학문의 정진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일제의 침략으로 혼란한 시기에도 그는 관직에 나아가는 길 보다 영남지방의 의병을 규합하는 등의 활동에 더 힘을 썼으며, 미국·영국·러시아·프랑스·독일 등의 공관에 일본의 침략을 규탄하는 공문을 발송하였다. 당시의 국제 정세를 정확히 파악한 그는 다른 유학자들과 달리 국제법에 호소하는 뛰어난 행보를 보였다.

이런 대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인 그가 39세의 나이에 안동에서 조카의 선도를 위해 직접 저술한 『몽어』는 수신(修身)과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인륜은 물론 기존의 계몽서에서 볼 수 없었던 근대인이 갖추어야 할 매너를 소개했다. 거기에 약용(藥用) 상식과 역사, 일용에 사용할 수 있는 생활의 상식 등을 총 망라하여 수록하기도 하였다.

분명 유학의 거목으로서 뿐만 아니라 시대의 선각자(先覺者)로서 이 책을 저술한 것이다.





『몽어』의 옮긴이 조홍근의 전작인 『조선 최후의 지성 면우 곽종석』에서부터 면우 선생의 길을 따라왔다. 그러한 과정의 연장선에서 면우 곽종석 선생의 『몽어』 오십칠장, 사천팔십일곱자의 한 구절 한 구절을 다시 연구하고 해석하여 이 책을 세상에 다시 내놓게 된 것이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창궐로 인하여 2020년대를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인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인류의 생활이 마치 중세시대의 페스트의 창궐과도 같이 코로나-19의 발병 이전과 그 이후가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될 수도 있으며, 그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라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게 될지 아닐지에 대한 논의는 후세의 평가에 맡기고 지금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우리 인류가 100여 년 전의 한 대학자가 후세에게 남긴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방법에 대한 글을 읽으며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고 개개인의 현재와 미래를 차분히 고민해 보는 것도 지금의 난국을 헤쳐 나가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몽어』에서 ‘재이’는 하늘이 인간 세상에 내리는 엄벌로 불충했던 지난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하였으니, 곽박(郭璞)이 주석을 달았던『산해경(山海經)』과, 중국 후한의 반고가 저술한『백호통의(白虎通義)』에서는 재이의 전조로 홍수와 가뭄, 지진과 혜성, 일식 및 월식과 더불어 산이 붕괴되고, 강물이 마르며, 여름에 눈이 내리고, 충해와 역병이 기승을 부리고, 계속해서 내리는 비와, 계속되는 청명한 날씨와, 이어지는 온난화와 이어지는 추위와, 변종의 식물 출현. 거기다 토끼와 닭에 뿔이 생기고, 개와 돼지가 교배를 하는 이변과, 암탉이 새벽을 알리기보다는 수탉이 새벽을 알리는 이 같은 변이는 재앙이 닥칠 징후라는 것을 위의 문헌에서 직서하였다.

‘상제(上帝)’ 역시 인간처럼 희·로·애·락의 감정을 지녔기 때문에 만혹 일국의 군주 된 자가 덕으로 나라를 다스리기보다는 무력과 권모술수로 다스린다던지, 사람 된 자가 윤강과 천륜을 저버린다면 상제께서는 노하여서 왕으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인도를 바로잡기 위해 괴이한 재이로 꾸짖어 훈계한다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곽연이 쓴 발문에는 이 책이 경훈(經訓)을 근거하여 대강을 갖추었으며, 세조(細條:세세한 조항)는 번거롭지 않아 동몽교육에 적합하며, 이를 알고 소학 과정으로 나아갈 것을 권유하고 있다. 즉, ≪소학≫ 교육 이전의 동몽교육용으로 찬술한 것이다. 편차(編次)는 별도로 정하지 않고 있으나, 내용에 다음과 같은 조목을 포함하고 있다. 첫부분은 천·지·인(天地人) 삼재론(三才論)을 다루고 있다.

유학적 기론(氣論)으로 자연현상을 설명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밝히고 있다. 또한 천의 주재론(主宰論)을 통하여 상제(上帝)의 존엄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 밖에 일(日)·월(月)·성(星) 등의 자연현상을 유학 고유의 음양론으로 해석하고 있다. 다음으로 구주사해(九州四海)의 설명을 통하여 세계 각국의 위치와 풍물을 소개하고 있다. 중화중심적 세계관에 의거하여 서유럽 여러 나라들을 야만인으로 규정하고 있어 이채롭다.





특히 우리 나라에 관한 소개는 자세하며, 단군입국을 강조하여 조선 역사의 정통성을 확보하려고 하였다. 일본과의 상대적인 비교를 통하여, 조선문화의 우월성과 예악의 발달상을 강조하고 있다.

다음 조목에서는 인간의 탄생과 심성의 변화과정을 음양오행설을 중심으로 간략하게 서술하고 있다. 오륜의 윤리적 당위성과 친족·사우(師友) 등 기본적인 인간관계의 예설(禮說)에 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또 의관설(衣冠說)·궁실지제(宮室之制)·음식지설(飮食之說)·기명설(器皿說) 등 일상생활의 비근한 문물과 이기(利器)를 소개하고 있다.

다음으로, 인충(鱗蟲)·마우(馬牛)·초목에 관한 기본적인 개념을 설명하고, 각각의 사물이 지닌 특성을 밝히고 있다.

이상과 같은 내용 구성은 백과전서식 편찬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편찬방식은 실학파 등장 이후 광범위하게 채택되었던 동몽교재의 찬술 태도이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



<사진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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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걸으면 좋겠습니다 - 남난희의 지리산 살이
남난희 지음 / 마인드큐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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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나의 신이자 나의 부모, 나의 연인이고, 영원한 ‘내편’이다. 나에게 산이 그러하듯, 누구에게나 그런 대상이 있을 것이다. 꼭 산이 아니어도 괜찮다. 그 대상이 무엇이든, 자신이 좋아하고 가까이하는 대상에게 정성을 다하고, 몸과 마음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다 보면, 누구나 덜 아픈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산에서 위로를 받고 산에서 행복하듯, 당신도 그런 대상과 함께 하며 아픔에서 벗어나기를 기도한다. 오늘도 나는 걷는다. 당신도 걸으면 좋겠다.”

『당신도 걸으면 좋겠습니다』는 지리산 자락에서 살고 있는 산악인 남난희의 네 번째 책으로, 그녀가 10년 만에 내놓는 에세이집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걷는 일의 즐거움에 대해, 그리고 시골살이의 행복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산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라는 시구가 저절로 떠오른다. 한반도 남쪽에서 가장 높고 큰 산. 지리산의 품에 안겨 살아가는 그저 산이 좋아 산에서 사는 거라는데 왜 독자에게는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올까.





남난희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 여성 최초로 백두대간을 종주한 사람이라는 것(1984년)과, 세계 여성 최초로 히말라야 강가푸르나 봉을 오른 사람이라는 것(1986년), 그리고 ‘금녀의 벽’이라 불리던 설악산 토왕성 빙벽을 두 차례나 등반한 사람이라는 것(1989년) 등이다. 그렇게 ‘오르는’ 산을 추구하며 산악인으로 이름을 날리던 남난희였지만, 지금은 오르는 것을 고집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리산 자락 ‘낮은 산’에서 더 많은 산을 만나고 더 깊은 산과 교감하며 살고 있다.

그의 그러한 지리산살이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겼다. 현재 저자는 ‘산악인’이라기보다 ‘걷기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리산학교 숲길걷기반을 운영하고 있고, 지리산걷기학교에서도 교장을 맡고 있다.

곧 출범을 앞둔 ‘사단법인 백두대간평화트레일’에서도 이사장을 맡아 활동할 계획이다. 그런 만큼 이 책에는 ‘걷기’에 대한 저자의 애정과 경험이 많이 녹아들어 있다. 저자의 『하얀 능선에 서면』(1990년)이 높은 산을 지향하고, 『낮은 산이 낫다』(2004년)가 낮은 산을 바라본다면, 이번 책 『당신도 걸으면 좋겠습니다』는 그 높고 낮음의 경계가 다 지워진 ‘넓은 산’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딱 한 번 지리산에 오른 적 있는 독자로서는 '다시 오르고 싶지 않은 산'이 돼버린 지리산. 그곳에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존경스럽다.

산악인에게는 다를지 몰라도 지리산은 엄청나게 큰 산이다. 높이도 그렇지만 백두대간에서 뻗어내린 산맥의 마지막 부분에 자리잡아선지 산세도 험하고(등산 경험이 별로 없는 독자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첩첩산중이란 말이 어울리는 상황을 내려다봤을 때 오히려 공포감이 들기도 했다.

오죽 힘들었으면 다시는 안 온다는 생각을 했겠는가. 그러나 산악인에게는 마치 안방처럼 느껴질 정도라니...

그곳에 살겠다고 결심한 저자의 모습을 그려보니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전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더욱이 산에서 생활의 각종 모습, 가끔 만나는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맛깔나게 글을 써 부럽기도 하다. 그의 다정하면서도 자세한 안내를 따라 그때 맛보지 못했던 지리산에 푹 빠져드는 일은 일종의 행운처럼 느껴진다.

지리산의 사계를 찍은 사진도 책 곳곳에 배치해 읽는 재미와 함께 보는 사치도 누려본다.





남난희 그가 산악인으로 호칭되는 것은 단순히 지리산에 살아서가 아니라 지금으로부터 수십 년 거슬러올라가 그의 등산 이력이 밝혀준다. 그의 산에 대한 사랑과 고집은 아마 이때부터 시작됐으리라. 그래서인지 산에 대해 아는 것도 많다.

걷다가 맷돼지를 맞닥드렸을 때의 상황을 묘사한 글에선 정말 영화를 보는 것처럼 눈앞에 그 상황이 아른거려서 긴장케 한다.

덩굴식물은 자세히 보면 한 방향으로만 감고 올라가는 듯 보인다. 지구의 자전때문인지? 어쨌든 한동안 산을 오가며 내가 확인한 덩굴은 모두 시계 반대방향으로 감으며 올라가고 있엇다. 예외는 없다. 독자는 덩굴식물의 방향을 생각해본 적도 없는데 앞으론 덩굴식물을 보면 감고 올라가는 방향을 유심히 보게 될 것 같다.

"어미새의 다급하던 목소리는 애처로움으로 바뀌었다. 고양이 놈이 나를 보고 놀라서 도망가며 남겼을 아기새의 신체 일부일 것 같은 무언가를 물어다가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장작더미 위에 갖다 놓고는 그것이 살아있는 새끼인 양 벌레를 물어나르기 시작했다. 더 부지런히, 더 열심히. 아비새도 힘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내 집에 둥지를 만들고 알을 낳고 새끼를 돌보던 새들이 순식간에 고양이들의 공격을 받았을 때 본 장면은 가슴이 먹먹하다."





하지만 이 또한 생태계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면 참견할 수 없는 거겠지... 속 깊은 마음까진 헤아릴 순 없지만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기에 아들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냈음을 알게 됐다. 지리산살이의 결심을 굳힌 계기가 됐을까. 버티기 힘든 고통 또한 조금씩 산에서 치료를 받고 있을 터. 혼자서 산에 살다보면 무서운 일도 있고, 외롭기도 할 텐데 치유를 위해 산을 택한 것 같아 더 가슴이 찡하다. 험한 산행도 많이 했으니 산에서의 생활도 잘 이겨낼 것이라는 믿음에는 변함없다. 저자의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이 아닐지.. 길게 언급하지 않고 오히려 애써 감추려 하는 부분이어서 더욱 조심스럽다.

동물에게 관심을 주지 않고, 그들만의 삶과 사이클을 해치지 않으려고 하는 등 우리가 본받아야 할 많은 것을 배웠다.

마치 내가 잠시 여기에 살짝 얹혀살다 떠날 거란 생각으로, 유난스럽지 않게 산생활을 하고, 산을 걷고 산이 허락하는 만큼만 누린다는 신념은 산에 대한, 산이 품은 모든 것에 대한 사랑 없이는 생기지 않을 것이리라.





"산은 제게 운명인 것 같아요. 누구나 산에 가고 싶어하지만 제 경우는 산이 저를 받아줬다 생각해요. 그래서 항상 산에게 감사하며 삽니다. 젊은 날의 나는 그때 만난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지금의 나는 산에게 감사해요. 사람들이 지금 나 사는 것을 보고 이렇게 TV도 안 보고 신문도 안 보면, 누가 전화기 만들고 누가 공장 돌리느냐 하는데요. 다 나처럼 살아라 말하지는 못해요. 하지만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좋은 세상이 된다 생각해요. 여긴 제 자리고 제가 살아가는 방식이에요."

그의 이런 인생관은 산을 사랑하고 산과 함께하는 사람이 지닌 산의 품성을 닮았다.

"산은 예수님, 부처님처럼 대답이 없잖아요. 산이란 게 대답이 없어 좋고 그래서 나에겐 산이 일종의 종교예요. 그런데 아무리 혼자 다녀도 사람을 만나야 이야깃거리가 나와요. 나 같은 사람은 산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만나니까 산이 참 고마울 수밖에 없지."

"젊을 때 나는 열혈 알피니스트죠. 세상에 오르고 정복해야 할 존재가 산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산이 아닌 다른 어떤 것은 안줄에 두지도 않았죠.오로지 오르고 올랐다 할까요. 하지만 산에 오르면 오를수록, 도 개인적인 여러 곡절을 거치면서 어느 순간 산이 가르쳐 주더라고요. 그냥 묵묵히 들어주고 받아주는 포용해주는 산에게서, 나또한 그렇게 살아야겠디는 걸 느꼈습니다."





저자 : 남난희


지리산학교 숲길걷기반 교사, 지리산걷기학교 교사, (사)백두 대간평화트레일 이사장. 경북 울진에서 태어나 1981년 한국등산학교를 수료했다. 유난히 눈이 많이 오던 1984년 1월 1일부터 국내 최초로 76일 동안 백두대간 단독 종주에 성공하여 산악계의 샛별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여성 세계 최초로 해발 7,455미터 높이의 히말라야 강가푸르나 봉에 올라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 뒤 ‘금녀의 벽’으로 불리던 350미터의 국내 최장 설악산 토왕성 빙벽 폭포를 두 차례나 등반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1994년부터 지리산에 내려와 살다가, 2000년 강원도 정선에서 일반인을 위한 자연 생태 학습의 장인 ‘정선자연학교’를 세워 교장을 맡았다.

그러다 2002년 여름 태풍 루사가 온 나라를 휩쓰는 바람에 그동안 피땀 흘려 이룬 모든 것을 잃고 나서 다시 지리산으로 돌아왔다. 현재 지리산학교와 지리산걷기학교에서 교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백두대간을 국제적 수준의 트레일로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저서로 백두대간 단독 종주의 기록 에세이 『하얀 능선에 서면』과 산문집 『낮은 산이 낫다』, 그리고 아들과 함께한 57일의 백두대간 등산 에세이 『사랑해서 함께한 백두대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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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상상의 세상에서 펼쳐지는 마법과 독창적인 세상의 모습에서 자신이 주인공처럼 활약하는 듯 몰입함으로써 대리만족이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어 마니아가 돼 간다. 독자는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지 않았다. 만화처럼 현실성 없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다. 어쩌면 현실 삶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 풀이해도 될 듯하다. 그러다 전 세계를 열광시킨 『해리포터』를 접하면서 판타지를 읽기 시작했다. 해리포터는 책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 등 모든 예술 장르에서 중요한 메시지를 전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삶의 어려움에서 벗어나는 방법의 하나로 현실적이지 않은 판타지가 더 끌렸을지 모르겠다. 아무튼 해리포터 이후 한동안 판타지 소설을 읽지 않다가 이 책 『시어니 트윌과 마법』 시리즈를 접하면서 다시 빠져들기 시작했다. 이유는 디즈니에서 영화화한다는 점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디즈니가 '눈독' 들일 만큼 스토리나 배경이 좋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 판타지 팬들을 흥분시킨 화제작 『시어니 트윌과 마법』 시리즈는 독창적인 세계관과 화려한 마법으로 판타지 소설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판타지 작가 중 한 사람인 찰리 N. 홈버그는 재기발랄한 상상력과 기발한 세계관으로 판타지 팬들을 열광시켰다.

독자는 판타지 소설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현실과 다른 판타지의 세계관에 '몰입하는 재미'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어니 트윌과 마법』 시리즈는 인간이 만든 재료들-종이, 유리, 금속, 고무, 플라스틱-과 결합한 마법사들이라는 신선한 소재로 기대를 충족시킨다. 찰리 N. 홈버그가 창조한 독창적인 마법 세계관이 20세기 초 런던의 풍경과 어우러지며 독자를 판타지의 세계로 푹 빠져들 수 있다.

이 책 『시어니 트윌 외전 : 마법의 발명』은 전작 『시어니 트윌과 종이 심장』, 『시어니 트윌과 거울 마법』, 『시어니 트윌과 대마법사』에 이은 4번째 작품이다.

전작 세 작품을 통해 저자는 로맨스, 성장소설, 복합적 매력을 가진 캐릭터를 통해 스토리를 발굴하고 구성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 줬다. 특히 독자는 세 번째 작품에서 모든 재료의 마법을 다루게 된 시어니가 사건을 해결하며 '다양한 마법'을 사용하는 장면에서 큰 매력을 느꼈고, 스릴감 넘치는 액션 장면 묘사, 주인공의 독창적인 마법의 세계에 매료됐다. 4번째로 나온 이 작품은 전작 3편을 통해 저자가 보여주지 못한 이야기와 마법을 선보인다.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앨비 브레켄마커'라는 소녀다. 미국 오하이오에 살고 있는 이 소녀는 수학과 과학기술에도 뛰어난 데다 당차고 똑똑하다. 시어니는 처음엔 종이 마법을 탐탁치 않았지만, 앨비는 처음부터 플라스틱 마법을 배우고 싶어했다. 플라스틱 마법이 여러 마법 분야중 가장 핫한, 새 분야라 흥미진진한 모험이 되리라 믿었다.

바람대로 영국의 유명한 플라스틱 마법사인 프래프의 견습생 자격을 얻어 유학길에 오른다. 〈시어니 트윌과 마법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 『시어니 트윌 외전 : 마법의 발명 The Plastic Magician』의 시작이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판타지 작가 중 하나인 찰리 N. 홈버그가 본편에서 미처 다 보여주지 못한 이야기와 마법들을 선보인다.

『시어니 트윌 외전 : 마법의 발명』은 시어니와 에머리가 결혼한 이후의 마법사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이 책에서는 미국에서 온 당찬 마법사 견습생 앨비 브레켄마커가 마법 발명 대회를 준비하며 플라스틱 마법사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시어니 트윌과 마법시리즈〉 1~3권이 눈부신 마법과 화려한 액션을 바탕으로 마법 판타지 소설의 정수를 보여줬다면, 『시어니 트윌 외전 : 마법의 발명』은 다양한 마법들이 마법사들의 삶에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지 조금 더 면밀하게 묘사한다.



새로운 마법을 위해 마법사들의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지켜보다 보면, 마치 실제로 마법 세계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찰리 N. 홈버그가 만들어낸 세계관 속으로 흠뻑 빠져들게 될 것이다.

미국에서 온 천재 마법 소녀 앨비 브레켄마커의 당찬 매력과 풋풋한 로맨스도 볼거리다. ‘플라스틱 마법은 여자가 하기에 어렵다’는 말에 반기를 들고, 자신의 발명품을 지키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앨비의 모습을 보면, 매일 밤낮으로 연구에 몰두하는 그녀를 누구보다도 응원하게 된다.

시어니와 에머리의 성숙한 로맨스와 대비되는, 사랑에 서툰 앨비의 로맨스는 지켜보는 내내 덩달아 설레고 흐뭇한 마음이 든다. 시어니와 에머리를 포함하여 1~3편에 나온 인물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은 본편과 외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만들면서 세계관을 더욱 풍부하게 확장시킨다. 시리즈의 메인 주인공 시어니와 에머리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등장할지를 기대하며 읽는 것도 외전을 보는 또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시어니와 에머리의 깜짝 등장은 본편의 이야기가 끝나고 두 사람의 이야기를 궁금해했을 독자들의 아쉬움을 달래준다.




찰리 N. 홈버그는 이번 책에서 앨비의 성장과정을 통해 그동안 작품 속에서 보여주었던 화려한 마법들의 기원이 어떻게 시작되었을지 짐작할 수 있도록 한다. 우정, 사랑, 용기와 같은 소중한 가치들이 마법 연구와 발명의 기원이 된다는 점은 우리에게 마법이란 과연 무엇인지 돌이켜보게 한다.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에서 마법이 시작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일상 속의 마법같은 순간들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다.

찰리 N. 홈버그는 『시어니 트윌 외전 : 마법의 발명』을 통해 독자들에게 마법보다 소중한 가치들을 일깨워주고 있다. 작가는 마법의 발명과 발견에 대한 이야기로 자신이 구축한 세계관의 대단원의 막을 내림과 동시에 세계관의 시작이 되는 이야기를 함으로써 『시어니 트윌과 마법 시리즈』의 이야기를 더욱 완전하게 마무리 지었다. 『시어니 트윌과 마법 시리즈』는 인간이 만든 재료들-종이, 유리, 금속, 고무, 플라스틱-과 결합한 마법사들이라는 신선한 소재로 기대를 충족시키며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할 것임에 틀림없다고 독자는믿는다.



저자 : 찰리 N. 홈버그(Charlie N. Holmberg)


〈시어니 트윌과 마법〉 시리즈로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판타지 소설가. 1988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에서 태어나 세 명의 자매와 함께 〈스타트렉〉의 팬으로 자랐다. 브리검영 대학교에서 영어와 편집을 전공했고 졸업 후 수년 동안 출판사 편집자 겸 프리랜서 편집자로 일했다. 2014년 첫 장편소설인 《시어니 트윌과 종이 심장》을 펴냈다. 〈시어니 트윌과 마법〉 시리즈는 전 세계 17개국에서 출간 예정이고, 디즈니플러스와 영화 판권 계약이 되었으며, 세 번째 시리즈 《시어니 트윌과 대마법사》는 〈월스트리트 저널〉 선정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지은 책으로는 《윌 앤 와일즈The Will and the Wilds》, 〈누미아Nummia〉시리즈, 《황금 정맥Veins of Gold》, 2018년 위트니상 수상작《다섯 번째 인형The Fifth Doll》, 《달콤 씁쓸한 마법Magic Bitter, Magic Sweet》, 2016 RITA 어워드 베스트 청소년 로맨스 후보작《서리가 따르다Followed by Frost》 등이 있다. 우쿨렐레를 연주하고 안경을 모으는 취미가 있으며, 현재 반려견을 비롯한 가족과 함께 유타주에서 살고 있다.


역자 : 김지원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 강사로 재직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 겸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동물의 운동능력에 관한 거의 모든 것》, 《여성의 설득》, 《오버스토리》, 《나의 살인자에게》, 《지구 100 1·2》, 《루미너리스 1·2》, 《티어링 3부작》, 《산책자를 위한 자연수업》, 《비하인드 허 아이즈》, 《7번째 내가 죽던 날》, 《리허설》, 《비밀을 삼킨 여인》, 《오버스토리》,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등이 있고, 엮은 책으로는 《바다기담》과 《세계사를 움직인 100인》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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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호해지기로 결심했다 -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나를 지키는 관계 심리학
롤프 젤린 지음, 박병화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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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도록 좋은 관계를 지속하는 힘은 무한한 친절과 배려가 아닌 단호한 선 긋기에서 나온다. 선을 긋는다는 것은 상대와 나 사이에 넘을 수 없는 벽을 쌓고 접촉을 끊어 버리는 것이 아니다. 상대의 요구와 개입을 허용할 수 있는 한계를 정하고 감정적으로나 신체적으로 혹사당하지 않는 것이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고 해도 내 일을 망칠 것 같을 때는 ‘미안하지만 더는 도와줄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내 인생을 마음대로 휘두르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 「프롤로그」 중에서

저자의 집필 취지가 드러나는 이 서문은 굉장히 당연한 말이고, 누구나 이해하기 쉽다. 이 평범한 진리 같은 말을 독자는 진작 숙지하지 못하고 대인 관계에서 많은 실패를 거듭했을까 성찰하게 한다.

성격 탓이기도 했겠지만 대인 관계에서 '선 긋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독자처럼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빠진 사람들은 누구나 그렇다. '내가 거절하면 나를 싫어할 거야' '난 저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라는 생각으로 선 긋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독자 스스로 과거의 수많은 실패와 손해를 성찰할 기회가 이 책으로부터 주어진 셈이다.





30년 동안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고 심리 치료를 해 온 룰프 젤린은 상담실에 찾아온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이렇게 책임감 강하고 주위 사람들을 배려하고 더 친절해지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왜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걸까 의아할 때가 많았다고 한다.

그들은 어떻게 하면 상대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고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거의 대부분 다른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며, 아무리 졸려도 상대가 할 말을 다 끝낼 때까지 전화를 끊지 못한다. 이토록 남을 배려하는 착한 사람들이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이유는 뭘까. 독자는 이 대목에서 마치 '나를 상담하신 분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저자의 답은 간단하다. 그들이 끝없이 챙기는 사람이 자기 자신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이기 때문이다. 독자는 이 대목에서 더 이상 할 말을 잃는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정확한 진단이기 때문이다.

이 책 『나는 단호해지기로 결심했다』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일, 사랑, 가정, 우정 등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수많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이러한 인간관계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나보다 남을 더 신경 쓰느라 정작 내 마음이 곪아 터진 것은 보지 못한다. 사랑이라는 명목 아래 지나치게 간섭하는 가족, 친하다고 해서 선을 넘는 친구, 나이와 직급을 무기로 함부로 대하는 직장 상사 때문에 끊임없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힘들어 한다.

단호하게 거절하고 최소한의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스스로를 지켜야 하지만 사람들은 관계가 멀어질 거라는 두려움 때문에 싫어도 좋은 척한다.





이 책은 매우 단순하게 구성됐다. 단호하지 못한 사람은 늘 대인 관계에서 손해만 보는 실패에 가까운 행위를 중단하지 못하는가를 설명하고, 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Chapter1. 싫다고 말해도 사랑받을 수 있을까?

Chapter2. 거절합니다, 당신보다 내가 더 소중합니다

Chapter3. 나는 단호해지기로 결심했다

Chapter4. 누구도 내 인생을 마음대로 휘두르게 내버려 두지 마라


더 이상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다면 미움 받을 각오를 하고서라도 솔직한 감정을 숨기지 않아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배려하지 않는 이기주의자나 불친절한 사람이 되라는 말이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계까지만 배려하고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단호하게 선을 긋는 것이 나를 지킬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롤프 젤린은 내가 할 수 없는 일, 내가 바꿀 수 없는 관계에 매달리는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나를 존중해주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집중하라고 말한다.

서로 존중하고 진심으로 소통하는 관계는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는 선이 어디까지인지 섬세하게 조율할 때 만들어진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사람들은 단호하게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면 좋은 관계를 해치게 될까봐 불안해한다. “싫다고 말해도 사랑받을 수 있을까?” “상사의 의견에 반대하면 눈 밖에 나지 않을까?”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면 섭섭해 하지 않을까?” 등등.

그래서 자기 생각과 감정을 억누르고 착하고 온화한 모습만을 보여 주려고 한다.

그러나 자기 욕구를 따르지 않고 다른 사람의 욕구부터 충족시켜 주려고 하면 다른 사람을 실망시키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큰 상처를 스스로에게 입히게 된다. 남의 기분을 신경 쓰느라 정작 내 마음이 곪아 터진 것은 보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느라 내 가족이 상처받는 것은 알지 못하며, 다른 사람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내가 원하는 일은 놓쳐 버리게 되는 것이다.

저자의 경고는 이어진다. 단호한 태도를 이기적인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단호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손해 보지 않기 위해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이기주의자가 아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고려해 한계를 넘어서지 않는 선에서 다른 사람 혹은 조직을 위해 손해를 감수할지 말지 결정하는 사람이다. 다시 말해, 단호해지는 것의 최종 목표는 나를 지키고 내가 진정 원하는 인생을 사는 것이지,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거나 그와 싸워 이기는 것이 아니다. 물론 자기 권리를 주장함으로써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 수는 있다.

또 부탁을 거절해서 상대를 섭섭하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일이 나를 오래도록 힘들게 하고 상처 입힐 것 같다면 경우에 따라 싸울 줄도 알아야 한다. 능력 밖의 일에 대해서 자신의 이익과 권리를 주장하는 것을 망설이지 마라.





저자는 말한다. “단호해지는 것은 이상적인 태도가 아니라 오히려 지극히 현실주의자가 되는 것이다. 그것은 내가 할 수 없는 일, 내가 바꿀 수 없는 관계에 매달리는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일’ ‘나를 존중해 주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집중하라는 뜻이다. 그렇게 해야 쓸데없이 시간과 감정을 낭비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다.”

이 책은 호감 가는 사람이 되기 위해 싫어도 좋은 척, 화가 나도 아무렇지 않은 척, 힘들어도 괜찮은 척해 온 사람, 나보다 남을 더 신경 쓰느라 정작 내 마음이 곪아 터진 것을 보지 못하고, 좋은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아서 솔직한 감정을 억누르며 혼자 상처받아 온 사람들에게 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 나를 지키는 법을 알려 준다.





한계침입자들의 공통점은 선을 긋는 행위에 죄책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가 자신의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선을 긋고 단호하게 행동하는 것을 이기적이라고 말하며 그로 인해 자신이 희생자가 된 것처럼 연기한다.

- 「한계침입자들이 우리에게 죄책감을 유발하는 방법」 중에서


무리한 호의는 자신의 한계선을 넘게 할 뿐만 아니라 상대의 한계선까지 침범하게 만든다. 요청한 적 없는 도움은 지배와 간섭을 의미하고 상대에게 지나치게 베풂으로써 도움을 받는 사람을 부끄럽게 만들지도 모른다.

-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먼저 보살펴라」 중에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습관적으로 희생하지 않는다. 무리한 요구 사항이나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자신의 권리를 쉽게 포기해 버리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득이 되거나 그들이 원하는 일을 먼저 하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말이다. 그들은 언제나 자신의 중심을 지키고 자신이 훌륭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안다.

- 「호감 가는 사람이 될 것인가,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인가」 중에서





단호해지는 것의 최종 목표는 나를 지키는 것이지 모든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이의를 제기하고 자기 주장을 함으로써 치러야 하는 대가가 너무 클 때는 갈등을 피하는 편이 낫다. 나의 권리와 이익을 위해 의견을 내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전면전을 펼치는 것보다 적절한 때를 기다리며 기습전을 준비하는 것이 승산이 있기 때문이다.

- 「싸움에서 이기려고 단호해지는 것이 아니다」 중에서


가까운 사이일수록 상대를 객관적으로 보는 일은 어렵다. 누군가 우리를 소유하려고 할 때 우리는 강렬하게 저항하지만, 가까운 관계에서는 죄책감이 작동한다. 그 사랆이 바라는 대로 해주는 것이 마치 사랑의 징표라도 되는 것처럼 상대의 욕구를 들어주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고 해도, 심지어 부모라고 해도 인생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정도로 희생해서는 안 된다.

- 「나를 돌보지 않으면서 행복해지길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중에서





저자 : 롤프 젤린


독일 최고의 관계심리 전문가. 다름 슈타트 공과대학에서 건축학 디플로마(학·석사 통합 과정 학위)를 취득한 후 13년간 건축 전문 저널리스트로 일했다. 직업상 하루에도 새로운 사람들을 몇 명씩 만나며 늘 시간에 쫓겼다. 그럴 때마다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일이 점점 힘들고 어려워졌다. 좋은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솔직한 감정을 숨기며 더 많은 일을 떠안고 늘 손해를 감수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대로 자신을 혹사시키며 일한다면 긴장감과 스트레스로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해 심리학 공부를 시작했고, 지금까지 30년 동안 인간관계에 치여 상처받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치유해오고 있다. 롤프 젤린은 독일 슈투트가르트 HSP 연구소HIGHLY SENSITIVE PERSONS INSTITUTE를 운영하며 심리 상담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성향과 기질, 능력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스스로를 혹사시키지 않는 건강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다른 사람을 도와줄 여유와 능력이 있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는 더 많은 사람들을 체계적으로 돕기 위해 심리 치료와 관계 코칭을 접목한 자기 한계 설정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심리 치유 프로그램으로 독일에서 크게 호평 받고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에서 진행하는

체험단,리뷰단에서 제공 받아 작성한 솔직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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