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몽어 - 면우 곽종석의 지식백과
곽종석 지음, 조홍근 옮김 / 아우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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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어(蒙語)』는 조선 말기 유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인 곽종석이 저술한 아동교육용 윤리서다. 구한말 정통 유학자의 위정척사론이 담겨 있는 교재라는 점에서 교육사적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특히 조선 문화의 가치와 우리 나라 역사의 정통성을 확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동교재로서 값어치를 지니고 있다. 곽종석은 중국 남송의 주자를 이은 퇴계 이황과 퇴계의 동맥인 한주 이진상의 심즉리(心卽理)를 계승한 조선 최후의 유학자로 조선 오백년 유학을 총결산한 분이다.

미증유의 국난 땐 의병운동보다는 만국공법에 준해서 한국의 독립을 보장받고자 했고, 그런 한 주견은 성리학적 사유에 따른 다량의 독서에 있었다. 그가 탐독했던 책은 동서양의 책은 물론 서양의 법제도와 정치제도 그리고 민주주의와 서양철학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그의 해박한 지식은 마치 한 손엔 서양을 한 손에 동양을 움켜쥔 듯한 불세출의 인재로 소문이 자자했다. 선문을 들은 고종은 면우를 경국지재(經國之才)라 하여 불러 관직에서 일해줄 것을 당부했으나 어전에서 시무사조안(時務四條案)과 내수외양(內修外攘)의 시책을 펼칠 것을 진언하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1919년에는 심산 김창숙으로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강회회의가 개최된다는 소식을 듣고서 자신이 잘 아는 만국공법을 통해 대한의 독립을 보장받고자 2,674자를 적어서 심산 김창숙에게 건네주었다. 김창숙이 떠난 후 장서의 작성자이자 파리장서운동의 발두인인 곽종석은 1919년 3월 18일 일제에 체포되어서 같은해 6월 20일 병보석으로 출옥했으나 사망했다. 이로부터 44년 후 1963년에 건국훈장 국민장이 추서되었다.





역자에 따르면 고조선으로부터 시작하여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지닌 우리 민족에게는 수없이 많은 성현들이 존재해왔다. 반면 여러 가지 이유로 대부분의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인물들도 많을 것이다. 여기에 소개하는 『몽어』를 저술한 ‘면우 곽종석’선생도 그러한 분들 중 하나이다.

면우 곽종석(1846~1919) 선생은 조선시대 후기부터 대한제국을 지나 일제 강점기까지 활동한 유학자이자 독립운동가다. 그는 4세 때부터 사서오경(四書五經)을 배우기 시작했고, 12세가 되면서부터 유가경전을 비롯해 도가(道家)와 불가(佛家)의 경전까지 모두 섭렵하였다. 그 이후 주자학(朱子學)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기 시작하여 20세 초반에 이미 학자로서 널리 명성을 떨쳤고 퇴계학문을 공부하고 분석하는 등 학문의 정진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일제의 침략으로 혼란한 시기에도 그는 관직에 나아가는 길 보다 영남지방의 의병을 규합하는 등의 활동에 더 힘을 썼으며, 미국·영국·러시아·프랑스·독일 등의 공관에 일본의 침략을 규탄하는 공문을 발송하였다. 당시의 국제 정세를 정확히 파악한 그는 다른 유학자들과 달리 국제법에 호소하는 뛰어난 행보를 보였다.

이런 대학자이자 독립운동가인 그가 39세의 나이에 안동에서 조카의 선도를 위해 직접 저술한 『몽어』는 수신(修身)과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인륜은 물론 기존의 계몽서에서 볼 수 없었던 근대인이 갖추어야 할 매너를 소개했다. 거기에 약용(藥用) 상식과 역사, 일용에 사용할 수 있는 생활의 상식 등을 총 망라하여 수록하기도 하였다.

분명 유학의 거목으로서 뿐만 아니라 시대의 선각자(先覺者)로서 이 책을 저술한 것이다.





『몽어』의 옮긴이 조홍근의 전작인 『조선 최후의 지성 면우 곽종석』에서부터 면우 선생의 길을 따라왔다. 그러한 과정의 연장선에서 면우 곽종석 선생의 『몽어』 오십칠장, 사천팔십일곱자의 한 구절 한 구절을 다시 연구하고 해석하여 이 책을 세상에 다시 내놓게 된 것이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창궐로 인하여 2020년대를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인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인류의 생활이 마치 중세시대의 페스트의 창궐과도 같이 코로나-19의 발병 이전과 그 이후가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될 수도 있으며, 그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라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게 될지 아닐지에 대한 논의는 후세의 평가에 맡기고 지금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우리 인류가 100여 년 전의 한 대학자가 후세에게 남긴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방법에 대한 글을 읽으며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고 개개인의 현재와 미래를 차분히 고민해 보는 것도 지금의 난국을 헤쳐 나가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몽어』에서 ‘재이’는 하늘이 인간 세상에 내리는 엄벌로 불충했던 지난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하였으니, 곽박(郭璞)이 주석을 달았던『산해경(山海經)』과, 중국 후한의 반고가 저술한『백호통의(白虎通義)』에서는 재이의 전조로 홍수와 가뭄, 지진과 혜성, 일식 및 월식과 더불어 산이 붕괴되고, 강물이 마르며, 여름에 눈이 내리고, 충해와 역병이 기승을 부리고, 계속해서 내리는 비와, 계속되는 청명한 날씨와, 이어지는 온난화와 이어지는 추위와, 변종의 식물 출현. 거기다 토끼와 닭에 뿔이 생기고, 개와 돼지가 교배를 하는 이변과, 암탉이 새벽을 알리기보다는 수탉이 새벽을 알리는 이 같은 변이는 재앙이 닥칠 징후라는 것을 위의 문헌에서 직서하였다.

‘상제(上帝)’ 역시 인간처럼 희·로·애·락의 감정을 지녔기 때문에 만혹 일국의 군주 된 자가 덕으로 나라를 다스리기보다는 무력과 권모술수로 다스린다던지, 사람 된 자가 윤강과 천륜을 저버린다면 상제께서는 노하여서 왕으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인도를 바로잡기 위해 괴이한 재이로 꾸짖어 훈계한다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곽연이 쓴 발문에는 이 책이 경훈(經訓)을 근거하여 대강을 갖추었으며, 세조(細條:세세한 조항)는 번거롭지 않아 동몽교육에 적합하며, 이를 알고 소학 과정으로 나아갈 것을 권유하고 있다. 즉, ≪소학≫ 교육 이전의 동몽교육용으로 찬술한 것이다. 편차(編次)는 별도로 정하지 않고 있으나, 내용에 다음과 같은 조목을 포함하고 있다. 첫부분은 천·지·인(天地人) 삼재론(三才論)을 다루고 있다.

유학적 기론(氣論)으로 자연현상을 설명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밝히고 있다. 또한 천의 주재론(主宰論)을 통하여 상제(上帝)의 존엄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 밖에 일(日)·월(月)·성(星) 등의 자연현상을 유학 고유의 음양론으로 해석하고 있다. 다음으로 구주사해(九州四海)의 설명을 통하여 세계 각국의 위치와 풍물을 소개하고 있다. 중화중심적 세계관에 의거하여 서유럽 여러 나라들을 야만인으로 규정하고 있어 이채롭다.





특히 우리 나라에 관한 소개는 자세하며, 단군입국을 강조하여 조선 역사의 정통성을 확보하려고 하였다. 일본과의 상대적인 비교를 통하여, 조선문화의 우월성과 예악의 발달상을 강조하고 있다.

다음 조목에서는 인간의 탄생과 심성의 변화과정을 음양오행설을 중심으로 간략하게 서술하고 있다. 오륜의 윤리적 당위성과 친족·사우(師友) 등 기본적인 인간관계의 예설(禮說)에 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또 의관설(衣冠說)·궁실지제(宮室之制)·음식지설(飮食之說)·기명설(器皿說) 등 일상생활의 비근한 문물과 이기(利器)를 소개하고 있다.

다음으로, 인충(鱗蟲)·마우(馬牛)·초목에 관한 기본적인 개념을 설명하고, 각각의 사물이 지닌 특성을 밝히고 있다.

이상과 같은 내용 구성은 백과전서식 편찬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편찬방식은 실학파 등장 이후 광범위하게 채택되었던 동몽교재의 찬술 태도이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



<사진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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