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얼굴이 있다면 너의 모습을 하고 있겠지
고민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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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얼굴이 있다면 너의 모습을 하고 있겠지』. 제목은 길지만 글은 짧다. 연애 이야기여서 그럴까? 글을 오래 쓰고 짧은 글을 쓰셨을까 하는 의문에 독자가 내린 결론이다. '연애는 길게 이별은 짧게'라는 '연애도사'들의 충고대로. 여기서 연애는 '사랑'으로 변환시켜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사랑을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천연기념물 감이지만)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연애를 사랑으로 치환하면 쉽게 이해가 간다.

책장마다 실린 내용은 긴 사연과 의미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글로 가득하다. 그 글도 필요없을 땐 멋진 그림으로 대신한다.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보다 눈과 귀, 몸짓 등 원시적인 자기 표현이 가능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원시적인 표현은 사랑을 표시할 때는 강렬한 뜻이 전해져온다. 온기와 함께.





사랑 때문에 힘들어하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던 <연애의 참견>의 고민정 작가가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하루에도 수십 통씩 받은 메일의 내용 속의 울림에 감동하고 감수성 높게 받아들이며 함께 울고 웃던 내용을 모아 한 권의 에세이집으로 펴냈다. 때문에 이 책에는 수천 개의 사연과 사랑의 감정이 그대로 녹아 있다. ‘사랑 하나 하자는데, 왜 이렇게 힘이 들까.’ 이러한 애달프고도 막막한 물음에 대한 결론들과 다양한 사랑 이야기를 접하면서 깨달은 사랑에 대한 단상들을 분류하고 한데 묶어 모은 작가의 첫 번째 에세이집이 됐다.




작가에 따르면 운명의 그 사람을 발견했다는 생각에 설렌 날들부터 서로 마음이 오갔던 낮과 밤들, 그리고 울고 웃으며 추억을 쌓아간 사랑의 모든 순간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이 이야기들은 당신이 지금 사랑을 하고 있다면 그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이젠 이별하고 싶다면 지지부진해진 관계를 기꺼이 놓아버리는 용기를 움트게 만든다. 물론 사랑했던 사람을 추억하고 싶다면 기꺼이 그 시절, 그 공기를 느끼게 해주는 무드를 전해주고, 사랑 한가운데에서 어쩔 줄 모르던 스스로를 떠올리게 하는 상황으로도 가닿게 해준다. 그때가 언제든, 당신이 가장 사랑했던 순간, 사랑을 느끼는 사람 앞으로 데려가게 만드는 작가의 글과 따스한 시선들. 독자들은 누구나 읽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누구보다 뜨겁게 사랑하고 이별하고 아파하고 또 다시 사랑을 꿈꾸는 독자들에게 이 책이 잔잔한 위안이 되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을 담았으니까.





<연애의 참견>은 ‘로맨스 파괴 토크쇼’를 표방하며 지금 그 연애를 이어가면 안 되는 이유를 말해왔지만 어쩌면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사랑해야 하는 이유를 찾고 있었다고 작가는 되짚는다. 그리고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고 말한다. 연애라는 것이 오롯이 한 세계와 한 세계가 만나는 일이라서, 그 세계 안에서 노닐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르더라는 사실을. 누구도 사랑을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이다.

방법을 모르기에 우리는 배움도 연습도 없이 온몸과 온 마음을 다해 부딪쳐볼 수밖에 없다. 바글바글 끓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보다가, 친근함이라는 이름의 미지근해진 관계도 유지해보고, 모처럼 마주하는 사랑의 평온도 누리고, 다시 불을 지피는 순간도 맞이하면서 마치 처음인 듯 여전히 허둥지둥해보는 것. 이 책은 그렇게 사랑할 때만 가능한 온도들을 다채롭게 경험해보라고, 그게 당신의 체온이 될 거라며 다시금 사랑할 용기를 북돋운다.





살을 에듯 가슴이 저려도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꼬일 대로 꼬여 있는 연애와 작별한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겨야 한다. 하지만 그 후련함도 잠시일 뿐. 이별 이후에 멀쩡하게 살아가기 위한 노력 또한 온전히 스스로의 몫이라는 걸 혼자가 된 뒤에야 깨닫는다. 연애의 고통에서는 벗어났지만 일상의 공허함이라는 다음 파도가 외로운 당신에게 덮쳐오는 것이다. 이별 이후의 우리에게는 이별을 결심할 때만큼이나 큰 노력이 필요하다. 놓치고 있었던 자신만의 리듬을 되찾기 위해서, 다시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서.

그러기 위해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의 인생의 사랑들을 돌이켜보며 뜨겁게 사랑했던 그때의 자신을 불러내는 시간이 되기를 작가는 바란다. 제법 잘 사랑했고 제때 잘 이별한 스스로를 기특해하기를. 당신 곁에 잠시 머물렀던 그 사람을 기꺼이 떠올리고 흔쾌히 떠나보내기를. 그제야 비로소 “사랑을 제대로 주지 못했던 그 시절 그 사람을, 온전히 사랑하지 못했던 그 시절 나를” 안쓰러워하며 인생의 아름다운 시절을 통과해낸 자기 자신을 마음 편히 안아주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작가는 믿는다.






이 책은 글뿐만 아니라 그림도 매우 감성적이다. 글과 어울리는 그림들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향수도 불러일으킨다.

사진처럼 셧터를 누를 때 잡은 장면이 그대로 마음속에 들어와 박힌다. 감동을 더해서... 사진보다 더 감동적인 것은 그림을 그린 화가의 감동이 얹혔기 때문이리라. 박지영 화가가 그렸다. 독자로서는 처음 듣는 화가이다. 책의 글과 더불어 이 책이 독자들에게 감성 깊게 다가갈 수 있도록 단단히 한몫을 해냈으리라 독자는 판단한다. 그의 그림이 좋다. 사진작가의 사진보다 더 생생하고 화가의 감성까지 담겨 있어 좋아하기로 했다.




사랑을 속삭이던 나의 말들은

불평과 불만으로 변했고

변치 않음을 맹세하던 너의 말들은

짜증과 한숨으로 바뀌었다.

'이별을 배운적이 없어서' 중에서


끝난 관계지만 한때는 사랑했던 이를

사랑했던 방식대로 감싸고 드는 나를 발견하거나

이별의 책임을 모질었던 상대에게 돌리고 난 날엔

그런 사람을 선택한 나 자신과

이 관계를 지키고자 들었던 내 시간과 노력과 갈래갈래 마음이

끝없이 하찮아져, 서러웠다.

'왜 헤어졌어?' 중에서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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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발견의 힘 - 나를 괴롭히는 감정과 생각에서 벗어나 평온과 행복을 찾는 여정
게일 브레너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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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은 지나치게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자신이 살아 남으려면 '남보다 앞서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이 때문에 경쟁의식이 내재화돼 끊임없이 스트레스가 쌓인다. 이로 인해 각종 정신질환에 노출되고 육체적으로도 이상 증세에 시달린다. 태어날 때부터 살기 위해 하는 것은 본능이다. 본능은 배고플 때 먹는 것, 힘을 내기 위해서는 먹어야 하는 것, 신체 위협에 노출되면 공포감을 느끼는 것 등 지극히 단순한 것들뿐이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면 경쟁을 해서 이겨야 하는 점을 부단히 교육 받는다. 이때부터 살아 남기 위해서는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점을 끊임없이 경험하고 노력한다. 그러나 숱한 경쟁 속에서 살아 남아도, 잘 살 수 있을 정도로 풍요로워도 현대인의 의식 속에 뿌리 깊은 경쟁의식이 사라지지는 않는 것 같다. 이 지점에서 경쟁의식이 우리의 본능일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자신, 자아에 대해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점점 복잡해질수록, 새로운 문화가 생겨나고 주변 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할수록 우리는 정신적 공허함과 불안, 두려움, 소외감 등 부정적인 감정과 왜곡된 생각에 더 자주 시달리고 자신도 예측하지 못한 뜻밖의 순간에 삶의 의욕을 송두리째 잃어버린다고 의학자나 심리학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래서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정신적, 심리적 고통은 더 느끼게 되고 어느덧 개인의 고통은 삶의 한 부분이 된다. 하지만 그것이 궁극의 현실은 아니며 이 책은 그 문제를 다룬다.

책에 따르면 사람들은 보통 마음의 고통과 혼란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를 때 자신을 더욱 채찍질하며 최선을 다한다. 물질적인 풍요를 추구함으로써 자신이 느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로움을 털어내려 애쓴다. 증상이 심해지면 장기간 심리치료를 받고, 긍정적으로 사고하자는 다짐을 반복하거나 자기계발서를 읽으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하지만 이것은 자기 스스로 한계가 있으며, 상처를 입거나 모자라서 고쳐야 된다는 신화를 지속시키면서 지금보다 더 나은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누리는 미래를 꿈꾸게 한다. 그런데 이 모자란 자아가 진짜 당신이 아니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언제라도 행복하고 자유로울 수 있다면? 『자기발견의 힘』의 저자 게일 브레너는 묻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기계발은 '자아 찾기'부터 시작한다. 자아를 찾아내 자신의 내면속 감각이 부정적 감정들에 노출될 때 일으키는 각종 부작용(주로 정신적 결함)에 주목한다. 저자는 지금까지 쏟아져 나온 자기계발식 해결 방법은 고통에서 벗어날 전략과 시각을 제시하지만 근본적인 오류를 내포하고 있으며, 우리에게 계속 행복을 추구하도록 하면서 끝내 찾지 못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자신을 더 사랑하라,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감사해야 된다는 걸 기억하라는 조언은 일시적으로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하지만 자신이 상처 입고 다쳐서 고쳐야 되는 존재가 아니라 본래 자신이 완전한 존재임을 알아야만 고통을 해결할 방법에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제안하는 것은 통상적인 행복 추구 방식과 전혀 다르다. 당신에게 더 나은 자신을 꿈꾸라고 하지 않는다. 어떤 생각과 감정을 가졌든, 늘 바로 여기에 평온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한다. 우리는 이 완전한 진실을 너무 쉽게 간과하며 살았던 것이다. 특히 저자가 25년간 직접 경험하고 내담자의 생생한 사례를 통해 찾아낸 사실과 알토란 같은 전문 지식은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시시때때로 맞닥뜨리는 고민을 파헤치고 해결하는 데 더없이 유용한 지침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무한 잠재력을 가진 '자아 확신'으로 시작되는 것을 제시한다. 현대 심리학의 창시자로 불리우는 칼 구스타프 융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심리학에 문외한인 독자가 주장한다는 것은 그리 설득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우선 저자의 주장과 견해를 존중하고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기존의 자기계발 방식이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한다면 이 책은 새로운 자기계발 방법을 내놓을 것이다. 그것이 이 책을 읽는 독자의 기대이기도 하다.

우선 비전문가이고 상담 희망자인 독자 입장에서 저자의 주장을 경청한다. 저자는 우선 우리가 경험하는 평범한 심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또한 우리가 스스로를 불행의 늪으로 빠뜨리는 과정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갈망하는 평온을 찾는 방법을 함께 모색해나간다. 어떻게 과거에 얽매이고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자신을 마비시키는지도 풀어낸다. 두려움, 슬픔, 수치심 등 더 이상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방법을 알려줌으로써 자신이 동떨어지고 상처 입은, 제한된 존재가 아니라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그것을 원하는 대로 활용할 수 있음을 자각하게 해준다.

저자에 따르면 사람들은 흔히 사회에서, 또는 주변 사람들이 인정하는 성공이나 성취를 이루면 곧 행복해질 거라는 믿음을 갖고 살아간다. 이렇듯 외부에서 행복을 탐색하는 행위에 끈질기게 매달리면 행복을 경험할 공간이 사라진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행복해지려면 뭔가를 해야 된다고 믿는 개인적인 자아가 나라는 관념이 거짓임을 알아야만 한다. 자아가 전체와 분리된다는 믿음은 큰 혼란을 초래한다. 우리는 그 생각이 진실이 아닌데 진실이라고 짐작한다. 그 목적을 결코 이루지 못하면서 스스로를 개선하려고 버둥댄다. 두려움의 실체가 뭔지도 모르면서 두려움에 휘둘려 선택한다. 원하는 것을 얻길 바라다가 뜻대로 안 되면 실망한다. 반복해서 습관에 사로잡혀 무턱대고 나아간다. 멈춰 서서 이 못마땅한 습관을 의심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이 책의 목적은 두 가지다. 이런 혼란스러운 영역을 명확히 밝히는 것과 자신이 평온한, 자각하는 존재라는 진실을 조명하는 것. 즉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요소를 명확히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춰, 진정한 행복이라는 현실을 누리게 도우려는 것이다. 자격지심이나 통제해야 된다는 감정이 어떻게 행복을 앗아가는지, 두려움과 죄책감, 분노 등을 통해 감정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낱낱이 파헤치면서 몸에 밴 습성의 면면도 들여다본다. 다행히 우리는 탐구를 거들 이동 실험실을 갖고 있다. 직접경험이 그것이다. 언제든 이 답답함의 원인을 내면의 과학자에게 물어볼 수 있다.

고민에 빠지는 상황을 제대로 감지하면, 늘 옆에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다. 결국 마음이 물러나고 모든 것이 드러난다. 종교적이기도 하고, 과학(의학)적이기도 한 주장에 쉽게 문제점을 찾을 수 없다. 상담을 위해 찾아오는 내담자나 독자들 대부분도 마찬가지리라.

우리는 모두 행복을 바라면서 살지만 그 행복이 멀리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행복을 찾아가는 길에 대해 고민한다. 그런데 행복이 바로 지금, 내 안에 있다면 어떨까? 행복도 하나의 심리인 만큼 내가 조절할 수 있다. 그 행복을 찾기 위한 과정에서의 스트로스로 불안과 혼란을 겪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수많은 종교인과 철학자들, 이른바 현자들은 항상 평온함을 상징한다. 그러나 과연 평온함이 현자만의 것일까? 그렇지 않다. 평온함은 나 스스로를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번민에 시달리는 일반인들은 심리치료에 의존하는 경우도 많지만, 심리치료 역시 다른 사람에 대한 의존이고 또 나를 억지로 바꾸는 과정일 수 있다. 나에게 더 집중하고 내 목소리를 듣다보면 스스로의 힘으로 평온해질 수 있다. 그러려면 기존의 습관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진정한 나의 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그러지 않나. 나에게서 당장 나오는 행복과 평온함을 생각해보면서 이 책을 읽어보자.





이 책은 전체 10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의 말미에는 앞서 이야기한 내용을 요약하거나 구체적인 행동 방법, 즉 실험이나 조사를 할 수 있는 섹션을 수록함으로써 순간의 경험을 탐구하게 한다. 이 부분을 자세히 살피면서 직접 따라 해보면 자신의 본모습을 알아낼 가능성을 읽을 수 있다. 물론 방관자에서 벗어나 ‘예스’라고 말해야만 평온과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독자들에게 저자 자신이 겪은 이야기와 본문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대략적으로 알려준다. 누구나 그렇듯 그저 행복해지고 싶었지만 늘 불안, 혼란, 관계 문제에 시달렸고, 평범한 심리치료를 받았지만 여전히 일상에서 느끼거나 선택하는 방식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곧 평범한 우리 모두의 삶과 일맥상통한다.

이어 제1장에서 ‘나’를 발견한다는 것 : 우리의 관심을 생각과 감정이 아닌 직접경험의 한복판으로 옮기라고 조언한다. 그러면 순수의식 속에서 평온해지고, 왜곡된 생각과 복잡한 감정으로 고통스러워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러운 기쁨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예스!’ 속에서 살면 자신이 온전하고 무한한 존재임을 알게 되고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깊이 수용하게 되며, 자각하는 순간 제한적인 시각을 넘어 모든 것이 변하는 현실을 접하게 된다고 말한다.

제2장에서는 '당신은 왜 불행할까'가 주제다. 자신의 본모습을 아는 길을 이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 어떻게 왜 괴로운지를 밝히고, 고통에서 벗어날 방법의 개요를 제시한다. 행복을 갉아먹는 고민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한다. 자신을 항상 무언가 부족한, 분리되고 제한적인 존재로 여기지 말고 그저 상황을 직시하면서 불행을 일으키는 본질을 명확하게 보면 갈등, 저항, 분리가 없음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 제3장 '당연시하는 습관에서 새로운 가능성으로'로 이어가면서 당연시하는 현실에 의문을 갖지 않는 습관적인 태도의 이면에 도사린 두려움, 한계, 불만을 파헤치고 어떻게 하면 그러한 패턴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내면에서 발견할 수 있는 여섯 가지 필수 특성, 즉 열림, 호기심, 수용, 전념, 연민, 겸허를 강조한다.

제4장 '도망칠 것인가, 머물 것인가' 자기발견의 필수 특성인 열림, 수용, 전념, 겸허를 바탕으로 감정의 경험을 더 직접적으로 탐구한다. 우리는 툭하면 감정에 휘말리고, 그 감정을 파악하는 걸 겁낸다. 따라서 감정이 실제로 무엇인지, 왜 거기에 빠지는지부터 살펴보고 감정을 풀어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감정을 직시하면 삶을 즐길 수 있고 이후에 감정이 다시 생겨도 더 이상 평온을 해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구체적인 사례로 증명한다.

제5장 '생각의 퍼즐'을 통해서는 강력한 생각이 어떻게 우리의 관심을 사로잡아 자신과 세상을 잘못 보게 만드는지를 알아본다. 더 나은 삶을 위해 생각과 관심의 고리를 느슨하게 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오랫동안 휘둘린 사고 패턴에서 빠져나오면 낯선 영토에 들어선다. 모든 사고 구조가 해체되면, 활짝 열려서 뇌가 재배열되는 느낌이 든다. 이 열린 상태에 완전히 젖어들면 비판, 근심, 후회의 수렁에 빠지지 않고 잠재성이 넘쳐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제6장 '난 실패할 거야'는 자신이 성별, 나이, 인종, 역할, 성격을 가진 분리된 사람이라는 믿음은 고통의 근원이다. 이 장에서는 모든 문제를 일으키는 두려움과 부족감에 대해 알아본다. 우리는 두려움과 부족감을 느끼는 익숙함에 매달려서 자신을 알고 무슨 일이 생길지, 어떻게 대응할지 안다고 생각하면서 안심한다. 아는 것은 안전하게 느껴지는 반면 모르는 것은 불안하고 이상하고 불확실해 보인다. 모르는 게 싫어서 익숙하고 불쾌한 결과를 낳는 아픈 습관을 선택한다. 새롭고 낯선 것을 선택하는 모험을 하지 않는다. 우리를 사로잡는 두려움의 본성과 그 형태를 파악하면서 두려움에서 야기되는 ‘노’라는 언어와 신체의 반응 등을 살펴본다.

제7장 '왜 나만 이런 걸까'는 본격적으로 개인의 심리에 스며드는 자격지심이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지를 알아본다. 자신으로부터 세상 속으로 관심을 돌리게 하는 이 단편적인 습성에 몰두하면 자신의 본모습을 잊게 된다. 문제의 근원을 탐구하지 못하고 목숨이라도 걸린 듯이 욕구를 채우기 위해 헤매고 다닌다.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상황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면 자신이 분리된 존재라고 믿고 그것을 개인적으로 받아들인다. 과대평가 또는 과소평가된 정체성에서 감정적인 반응은 거부되거나 무시당하거나 비판받는 느낌에서 생긴다. 이러한 자격지심에서 벗어나 진실은 항상 순수하고, 지금까지 일어난 일에 영향을 받지 않았으며, 무한한 잠재력이 넘쳤음을 깨닫도록 해준다.





이 같은 챕터의 구분을 통해 독자들이 혼동하기 쉬운 문제점을 걷어내고 치유와 성장의 길로 안내한다. 굉장히 일목요연하고 설득력을 갖는 논리다. 더욱이 학설과 유용한 이론뿐만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통한 자기계발 방법을 창안해 독자들에게 자신 있게 내놓은 점은 저자의 신뢰성에 크게 도움이 된다.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거나 그렇지 않거나, 독자의 심리치료가 적절하거나 그렇지 않거나에 대해서는 지적할 필요가 없다.

종교적 성격을 가미한 과학적 방법이기 때문에 반박하기도 어렵다. 믿고 가는 사람과 믿지 않고 거부하는 사람만 있을 뿐이다.


저자 : 게일 브레너(Gail Brenner)


임상심리학자이자 블로거로 활동하면서 사람들이 고통이 선택 사항이라는 것을 발견하도록 돕고 있다. 또한 25년간 자신의 경험과 상담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맞닥뜨리는 고민을 파헤쳐 가장 깊은 수용과 평온을 얻는 방법을 찾아냈다. 스트레스와 만성질환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한 논문을 저술했으며 노화, 죽음 등에 관련된 전문 지식도 풍부하게 쌓았다. 특히 더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늘 시달리는 불안, 혼란, 관계 등의 문제에서 벗어나 진정한 평온과 행복이 이미 여기 있음을 깨닫도록 해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은 책으로 『모든 마음의 핵심에서(At the Core of Every Heart)』,

『삶이 괴롭냐고 심리학이 물었다(Suffering is Optional)』 등이 있다.


역자 : 공경희


서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번역대학원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전문번역가로 일하면서 『시간의 모래밭』,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파이 이야기』, 『우리는 사랑일까』,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보이지 않는 세계』, 『내가 알던 그 사람』, 『개가 되기 싫은 개』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지은 책으로 북에세이 아직도 거기, 머물다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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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은 아물지 않는다 - "어느 생이든 내 마음은 늘 먼저 베인다"
이산하 지음 / 마음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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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하는 '한라산 시인'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한라산'은 그가 쓴 시의 제목이다. 시인에겐 매우 영광스러운 애칭일 것이다. 시인에게 자신의 시 제목을 이름 앞에 붙여준다는 것은 '한라산'이 워낙 유명한 시이기도 하고 시인 자신의 역작이었기 때문이리라. '한라산'은 '4.3 제주'를 시로 표현한 대서사시다. '한라산'은 그렇게 시인 이산하(필명이고 본명은 이상백)의 정체성을 확정시켜주는 시가 됐다. 지금에야 4.3 제주사태로 생각하지만 사건 당시부터 군사정권 때까지만 해도 피해자인 제주도민들은 입에 담지도 밖으로 내뱉지도 못하는 사건이다. 제주 4.3을 말하는 것조차 정부는 허락하지 않았다. 이런 시국에 ‘제주 4·3 사건’의 진실을 폭로하는 장편서사시 '한라산'을 발표(1987년)했으니 시인이 겪었을 고초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역설적으로 이 시는 시인의 대표작이 되고, 시인의 정체성을 우리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그의 시인으로서의 글쓰기와 시대 비판 정신이 드러나는 '작가의 말'을 통해


꽃이 대충 피더냐.

이 세상에 대충 피는 꽃은 하나도 없다.

꽃이 소리 내며 피더냐.

이 세상에 똑같은 꽃은 하나도 없다.

꽃이 다 아름답더냐.

이 세상에 아프지 않은 꽃은 하나도 없다.

꽃이 언제 피고 지더냐.

이 세상의 모든 꽃은

언제나 최초로 피고 최후로 진다.


라고 적는다. 시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꽃을 '민초' '소외된 사람'에 비유해 읽어도 감동적이다.





시인의 정체성을 알기 위해 1987년 당시 발표한 '한라산'의 일부를 발췌해본다.(행과 띄어쓰기는 독자 임의로 했음) 당시 제주는 '5.18 광주'와 오버랩되기도 한다. 상당히 유사하게...


혓바닥을 깨물 통곡 없이는 갈 수 없는 땅

발가락을 자를 분노 없이는 오를 수 없는 산


항간에서는 그것을 제주 4.3사건 또는 제주 4.3인민항쟁이라 부른다.

이 피의 대학살은 당시 일체의 공식적인 보도가 금지되었고

외부의 특파원이 현장에 들어가는 것조차 금지되었기 때문에

전혀 세계에 알려지지 않은 채


도망갈 곳조차 없는 외떨어진 섬

썩은 볏짚 사이로 푸른 잡초가 듬성듬성 돋아난 초가지붕

비스듬히 기운 농가들처럼 무너져 무너져 가는 사람들

무고한 주민들은 게릴라와 내통했다는 죄로

끊임없이 살해되고 있었다.


시인은 국가보안법 제7조 위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석방 이후 10년 동안 절필했고, 절필 기간에 인권단체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한라산'은 2018년 4·3 사건 70주년을 맞아 한 권의 시집으로 발간됐다. 그는 최근 판결 33년 만에 ‘한라산 필화사건’의 재심 청구에 들어갔다.




이 책 『생은 아물지 않는다』는 이산하 시인의 아포리즘(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을 말하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유명한 아포리즘은 히포크라테스의 《아포리즘》 첫머리에 나오는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는 말이다, 독자 주)이다. 산사기행집 '피었으므로, 진다' 이후 4년 만에 낸 신작이다. 기행문이 아닌 이산하의 일반 산문집으로서는 첫 책이다. 평범한 일상 속의 비범한 일화, 영혼의 뿌리를 단단하게 만드는 세상 속 이야기들을 노래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사회 현실에 관한 촌철살인과 개개인의 상처를 보듬는 것을 뛰어넘어 역사적 아픔과 시대의 상흔까지 어루만진다. 시인의 날카로운 시대 비판 정신은 전 책을 통해 곳곳에서 드러난다.

책장을 덮는 순간 휘발되는 감성이 아니라 책장을 덮고 난 후 더더욱 선명해지는 글이다. 그것이 이산하의 문장이라고 단정지어도 된다. 한 번 더 생각하고 뒤돌아보게 만드는 힘, 이 책에는 그런 힘과 함께 우리가 어떻게 연대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찬란한 시대정신이 담겨 있다.





저자는 벼꽃, 샛노란 산수유, 히아신스, 금강송과 같은 꽃과 나무를 통해서 얻은 노련한 지혜를 들려준다. 과다출혈로 죽어가는 줄도 모른 채 탐욕을 부리는 늑대, 높은 지능과 뛰어난 모성을 지닌 문어, 척박한 히말라야의 설산까지 사냥을 하러 올라오는 인간을 피해 살아가는 눈표범 등 동물의 생태를 통해 우리의 삶을 돌이켜본다. 인간이 아닌 자연 속 존재들의 모습에서 공동체 정신을 배우고 인생의 올바른 방향성을 진중하게 모색한다.


지나는 사람들 아무나 붙잡고 “이 텃밭 아름답지 않아요?” 하고 묻는 친구의 마음과 눈이 너무 아름답다. 벼꽃이 피는 것을 개화라 하지 않고 ‘출수’라 부르는 것처럼 그가 아무리 세련된 현대미술을 논해도 난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는 친구 가슴속의 텃밭이 먼저 보인다. 벼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자라듯 농부도 벼꽃 피는 소리를 들으며 잠들 것이다.(p.18~19 「가장 아름다운 정원」 중에서)




두 번째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나라의 현실을 예리한 시선으로 포착하고 여전히 날카로운 비판정신을 드러낸다. 행복지수가 세계 순위에서 늘 5위 전후인 나라 부탄을 이야기하며 부탄의 거룩한 국민행복지수는 인도와 네팔 노동자들의 등을 밟고 센 허수임을 꼬집기도 한다. 늘 약자 편에 서는 인도의 고등학교 마요칼리지와 꼴찌 없이 모두가 1등인 아프리카의 반투족을 통해 치열한 경쟁이 일상이 된 한국의 현실을 비판한다.


촛불로 밝혀진 서울시청 광장에 거대한 고래가 지나갈 때 지하 갤러리에서는 세월호 엄마들이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내 눈에는 고래 속에 상처받은 304명의 아이들이 타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세월호 엄마들의 바늘이 아이들의 찢어진 영혼과 자신들의 부서진 마음을 한 땀씩 꿰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실타래는 아이들의 심장이다. 그 실타래에서 한없이 풀려나오는 실은 엄마들의 하염없는 그리움이다. 그 그리움의 실을 타고 엄마들은 오늘도 아이들 곁으로 간다.

(p.162 「아이는 한 번 죽지만 엄마는 수백 번 죽는다」 중에서)




또한 이 책은 평범한 일상 안의 비범한 일화들을 이야기한다. 영혼의 뿌리를 단단하게 만드는 세상 속 이야기들을 노래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 흔할 것 같으면서도 결코 흔하지 않은 사연들을 들려주고 있다. 이를 통해, 어렵고 소외된 이웃들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내미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하며 뚝배기 같은 진한 감동을 우려낸다.


지금 내게 주어진 삶이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결코 자신을 포기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라 위기에 처한 사람에게 내미는 단 한 번의 손길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서늘한 깨달음이다. 비록 그 손길이 모든 일을 결정적으로 해결해주는 것은 아닐지라도 말이다. 희망은 옆의 숨결을 느낄 때 오고 절망은 옆의 숨결을 느끼지 못할 때 온다. 숨결과 숨결이 모이면 물결로 변한다.

(p.198 「잔인한 실험」 중에서)




『생은 아물지 않는다』는 문단의 지성이 쓴 에세이이다. 인스턴트 감성에서 비롯된 가벼운 공감과 다 똑같아 보이는 위로의 글들과는 차별화된 뜨거운 울림을 갖고 있다. 패기 있고 꿋꿋한 이산하 작가의 외침은 예술과 정치를 분리하고 되도록 엮지 않으려고 하는 문단의 풍토와 대한민국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책장을 덮는 순간 휘발되는 감성이 아니라 책장을 덮고 난 후 더더욱 선명해지는 글, 그것이 이산하의 글이다. 한 번 더 생각하고 뒤돌아보게 만드는 힘, 그리고 우리가 그 힘을 어떻게 펼치며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지 알려주는 찬란한 시대정신이 담겨 있다. 세상이 이산하의 글을 품을 수 있는 한, 우리 생은 결코 아물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인은 "제주 4.3 70주년 추념식에서 사회자 이효리 가수가 낭송한 시(다음)로, TV를 무심히 보던 내 귀에는 마치 환청처럼 아득하게 들렸다."고 술회한다. 독자도 같은 시각 대한민국 서울에서 TV로 보고 있었지만 이효리 가수가 추념시를 낭송한 것을 들었지만 시인처럼 절실히 귀에 들리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시인과 독자의 눈이 다른 것인가.


평지의 꽃

느긋하게 피고

벼랑의 꽃

쫒기듯

늘 먼저 핀다.

어느 생이든

내 마음은

늘 먼저 베인다.

베인 자리 아물면

내가 다시 벤다.






저자 : 이산하


1960년 경북 영일에서 태어나 부산 혜광고와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2년 필명 ‘이 륭’으로 《시운동》에 연작시 〈존재의 놀이〉를 발표하며 등단해, 그해부터 《시운동》 동인으로 활동했다. 1987년 ‘제주 4·3항쟁’의 학살과 그 진실을 폭로하는 장편서사시 《한라산》을 발표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었다. 석방 이후 10년의 절필 기간에 전민련과 참여연대 국제인권센터 실행위원, 국제민주연대 인권잡지 《사람이 사람에게》 초대 편집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인권단체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저서로는 시집 《악의 평범성》 《한라산》 《천둥 같은 그리움으로》, 성장소설 《양철북》, 산사기행집 《피었으므로, 진다》 《적멸보궁 가는 길》, 번역시집 《살아남은 자의 아픔》(프리모 레비 지음) 《체 게바라 시집》(체 게바라 지음)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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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하지 않는다
김현문 지음 / 하움출판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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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제목이 굉장히 도발적이다. '근대철학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데카르트(Descartes)가 방법론적 회의 끝에 도달한, 철학의 출발점이 되는 제1원리의 명제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이다. 모든 것을 의심할 수 있고 일체가 허위라고 생각할 수 있어도 그와 같이 의심하고 생각하는 우리의 존재를 의심할 수는 없다는 게 데카르트 철학의 근본이다. 이 명제는 '생각하는 나의 자기 확실성'을 표현한 것이다.

이와 같은 생각은 일찍이 중세의 아우구스티누스에게서 볼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존재하기 때문에 존재론적 · 유물론적 입장에서 데카르트의 관념론이 비판받고 있다.[철학사전, 2009]

이에 비해 2500년 전 석가모니는 만물에는 고정 불변하는 실체로서의 나(實我)가 없다는 뜻으로 아나트만(An?tman, 범어)를 가르쳤다. 즉 무아(無我)는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뒤 최초로 설파한 가르침이다. 저자는 데카르트의 명제를 비틀어 불교의 가르침을 제목으로 사용한 것으로 읽힌다. 물론 데카르트를 비판하기 위함은 아니다. 수천 년간 인간의 머릿속에 간직돼온 부처의 가르침을 저자의 입장에서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 '선(禪)'은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통일하여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하게 하는 불교수행법임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저자가 석가모니의 가르침에 따라 책의 제목을 정한 것임을 증명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인들에게 한국 선(禪)을 알리고 싶습니다. 한국 선은 세계의 어떤 나라도 흉내 낼 수 없는 선의 실체가 숨어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전 세계인들과 선의 경지를 나누고 싶습니다. 한 편마다 알맞은 사진이 배치돼 있어 지루하지 않고 입체감을 느끼도록 구성해 보았습니다. 선을 통해 인간의 본질과 나아갈 방향을 탐구하며 독자들과 함께 근본적인 삶을 토론하며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 천천히 생각하며 읽으시되 글의 행간을 들여다보아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한 편의 글이 끝날 때마다 여운을 느끼고 즐겨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서문을 통해 저자가 밝힌 말이다.




이 책은 저자가 가진 종교의 가르침에 따른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요즘 젊은 세대들은 자신들의 삶을 종교에 의지하지 않는 경향이 뚜렷하다. 인문학이 대학 내에서 통폐합되기도 하고 인문학 중에서도 철학은 더욱 위축되고 있는 모양새다. 인간의 삶에 대해 고민하고 사색하고 얻어낸 철학적 사유가 위로나 격려, 마음의 치유를 위해 짧은 시간 필요할 뿐 실생활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판단에 따른 걸까. 독자로서는 이 같은 움직임을 제대로 모르고 있지만 종교나 철학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대중의 외면도 삶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지 꾸준히 대중을 구제하고 만인을 위하는 생각과 사색을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독문학을 전공한 기자인데 전국 각지의 사찰을 돌아다니며 스님들과 대화하고 깨달음에 대해 경청한다. 그 깨달음은 고행보다 치유를 뜻하는 것일까. 저자의 글에는 왜 그런지에 대한 답은 유보한다. 자신이 경험한 바를 글로 쓸 뿐이지 깨달음을 얻어 깨달음을 글로 표현한 것이 아닌 것일까.

고뇌(사색)와 깨달음, 마음치유는 한 단어로 써도 무방할 정도로 잘 연결이 되는데 저자의 경지가 그 정도에 이르지 못했음을 고백하는 것일까.

의문을 갖고 적당한 거리로 이 책을 읽으면 뭔가 잡히는 느낌이 온다. 삶의 지혜나 깨달음을 얻는 것은 단순하고 쉬운 일은 아닐 터다. 누구의 조언을 듣는 것보다 스스로 경험한 것이 지혜를 얻는 일에 가깝게 다가서는 일이고, 사색의 결과물로 된 책 몇 권을 읽는 것보다 스스로 고뇌해 깨달음을 얻는 일에 훨씬 가깝게 다가설 수 있음을 말해주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깨달음은 말이나 글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확실해지는 순간이다.




우리는 생각을 통해서 자아의 정체성을 확정할 수 있다. 자아의 정체성을 확립해야만 신념이 생기고 어떤 일에도 두려움 없이 해낼 수 있을 터이니.

자아의 정체성이 정지되거나 앞으로 더 확장되지 않는다면 삶을 제대로 살아내기 어려운 것일까. 반대로 생각이 더 나아가면 자의식이 아니라 무(無), 공(空)으로 나아갈 수도 있는 것일까. 많은 고뇌의 생각거리를 남겨주는 것도 이 책이 할 일인가. 사실 많은 의문점이 든다. 저자가 이 책에서 진정 쓰려고 했던 것이 무엇일까. 한 가지는 분명하고 독자도 느낀다. 삶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고뇌하고 사색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러나 생각이 더 나아가 무나 공의 경지에 오른다면 삶은 어떨까. 과연 그런 경지는 있는 것일까.




무슨 위로나 격려, 희망을 주기 위해 이 책을 저자가 썼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래서 독자의 귀에 솔깃한 말보다는 고민하게 하는 말을 더 많이 썼을 거란 긍정적인 집필 의지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삶이 그렇게 녹록치 않다는 사실에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독자로서는 얻은 바가 크다.

또 여행이 경치 좋은 것을 보러 다니는 관광이 아니라 자신과 주위 사물, 자연에 대해서도 더 깊이 탐구하는 일이라는 저자의 뜻에 동의하는 것도 크나큰 소득이다.

다시 제목으로 돌아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도발적이 아니라 깊은 생각과 부처의 가르침을 부지런히 받아들인 후 나온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저자 : 김현문


대학에서 독문학 전공. KBS 방송작가교육원 1기 수료. 문경 봉암사, 상주 원적사 등지에서 선(禪)수행. 문학춘추 신인상 수상. 남도지역 미술담당기자. 신문사, 잡지사 등에서 기자로 근무하며 명상과 미술평론 등 다양한 글을 연재. 前요가코리아, 행복채널 등의 잡지사 편집장. 현재는 프리랜서 기자로 일하며 글 쓰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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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딧세이 1
한율 지음 / 문학세계사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 『오딧세이』를 처음 봤을 땐 그리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 우선 작가에 대해 잘 몰랐고, 책 표지도 요즘 각광 받는 SF 소설쯤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작품 이름을 『오딧세이』로 정한 것도 신화적 소재를 끌어오기 위한 것쯤으로 여겼다. <오디세이>처럼 장중하면서도 신비로움에 가득한 일이라는 것은 현실엔 흔치 않은 법이다. 이것은 문학이나 예술의 입장에서 보면 이보다 매력적인 소재가 없을 것이다.

진실로 독자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이야기란, 그 자체로 내재된 복잡다단한 모순과 다층적인 구조들 덕분에 겹겹이 둘러쳐진 황금의 베일들 속에 내밀히 숨어서 감동과 신비로움을 모두 갖춘 소재는 신화에 많기 때문이다.

신(神)의 이야기란 언제나 인간에게 옷깃을 여미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버티어 내야 하는, 긴장과 경건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작가 입장에선 유혹적인 소재임이 분명하다.

‘장중함과 신비로움’, ‘심금을 울릴 수 있는 이야기’, ‘다층적인 구조들’, ‘황금의 베일들’, ‘신의 이야기’, ‘긴장과 경건’, 이 단어들이 표현하고 있는 의미들을 모두 견디어내려면 무엇보다도 소설이 풍부해야 한다. 소설의 길이도 길이겠지만, 구조와 형식, 플롯과 내용의 다양함과 방대함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즉 소설이 ‘거대한 고래 한 마리’처럼 풍부해야 한다는 뜻이다.






원래 이 제목을 처음 사용한 <오디세이>는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로 저자는 호메로스로 전해진다. 오디세우스의 10년간에 걸친 귀향 모험담을 그린 작품이다. <오디세이(Odyssey)>는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Homeros)가 기원전 약 700년경에 쓴 작품으로, <일리아드(Iliad)>와 함께 그리스ㆍ트로이 간의 전쟁을 다루고 있으며 당시 그리스 영웅들의 귀국담을 노래하여 그들의 세계관과 인생관을 표현하고 있는 장편 서사시(敍事詩)이다. 그 이름이 시사하듯, 이 시는 지혜로 이름이 높은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Odysseus)-로마식으로는 '율리시즈(Ulysses)'-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오디세이아(Οδ?σσεια)는 '오디세우스의 노래'라는 뜻이며 오디세우스는 '증오받는 자'라는 뜻을 가진다. <일리아드>의 후편에 해당하는 <오디세이>는 주인공 오디세우스가 귀향하기까지 겪은 온갖 모험담을 그리고 있다.

<일리아드>와 마찬가지로 그리스의 문자 24개를 딴 24편으로 나뉘어 있으며 1만 2,110행으로 이루어져 있다. 6각운(Hexametre)으로 작곡되었다.

시 속에 묘사된 정황들을 미루어 볼 때 <일리아드>보다 뒤늦게 나온 작품으로 추측된다. 주제는 그리스 신화에서 잘 알려진 트로이전쟁의 영웅인 오디세우스의 10년간에 걸친 모험과 귀향을 다룬 것이다. 때문에 서양 문학사에서는 모험담의 원형으로 여겨지고 있다.




작가 한율은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 "아마존과 나일강이 한 바다로 흐를 수 있을까?" 그 바다가 바로 한율의 『오딧세이』이다. 『오딧세이』는 200자 원고지로 9,300매의 분량이라고 한다. 작가 한율의 말에 따르면 『전쟁과 평화』에서 「에필로그 제2편」을 빼면 길이가 똑같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하고는 길이가 똑같다고 한다. 아무튼 우선 그 작품의 양이 놀랍다. 14년을 썼다고 한다. 장편소설이다. 대하 장편소설이다. 총 18부로 구성된 『오딧세이』는 총 7권으로, 이번에 4권까지 출간되었고, 나머지 3권도 출간 예정이다.

출판사에 따르면 『오딧세이』는 역사, 종교, 예술, 철학, 과학, 미학, 군사학, 건축, 테마파크, 영화방송미술 등 다양한 분야를 가로지르는 지식과 삶의 향연인 동시에, 신과 인간의 관계, 환상과 실재의 교차, 이 모든 것들을 장중함과 신비로움으로 가득 채워 그려낸 거대한 이야기이다.

지금까지 이처럼 광범위하고 전방위적인 소설은 없었다. 각계 다양한 분야들에 대한 깊은 탐구, 14년의 집필 기간에서 보이는 끈질김으로 작가 한율은 새롭고 놀라운 세계를 탄생시켰다. 출판사 측의 주장을 책을 읽어나가며 확인할 일이다.



이 소설은 수없이 겹쳐진 황금 베일들의 구조적 넘실거림으로 연이어 이어진다. 한율의 『오딧세이』 읽기는 심원한 어두움의 바다를 처녀항해하는 탐험선의 새로운 항로 그리기와도 같다. 앞이 당장은 보이지 않지만,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다 보면 비밀스러운 베일이 한 겹 한 겹 벗겨지고, 독자는 경이롭고 신비로운 세계와 맞닥뜨린다.

『오딧세이』는 「서문」에 이은 「1부 전주곡」에서 예수의 12제자 중 한 사람 도마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사도 도마에 대해, ‘의심 많은 도마’라는 그동안의 단편적 해석에서 벗어나, 편집증 강박증이란 어찌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 속에 믿음을 추구했던 한 인간의 모습으로 재해석하는 작가의 노력은, 인간 존재에 대한 믿음을 편집적 강박적으로 해체시켰던 20세기에 대한 비유적 성찰로서, 새로운 밀레니엄을 준비하려는 사전 정지작업, 바로 ‘전주곡’이라 여겨진다.

그리고 마침내 「2부 도화선」부터, 탐험선 ‘험난한 모험의 긴 여정’, 바로 소설 제목 그대로인 우리의 『오딧세이』호가 근해(近海)를 벗어나 원양 항해로 막 접어들게 되었음을 독자들은 깨닫게 된다.

작가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 이 『오딧세이』의 집필에 매달렸을까? 대단한 미학적 목적의식이 내재되어서일까? 아니면, 개인적 인생체험 때문일까? 그건 본인이 아닌 이상 제 3자 입장에선 완전히는 알 수 없는 법이다. 그러나 소설 첫머리 「서문」의 문장 몇 가지로도 작가의 속셈을 어슴푸레하니 유추해 볼 수 있다.







『오딧세이』 작가 한율은 무엇보다도 풍부함을 표현하고 싶어했다. 「서문」을 읽다보면, 작가가 로망스 서사(Romance Epic)의 풍부한 장식성과 거침없는 자유로움에 끌려 있는 것과, ‘독자 제위께서는······.’하고 소설가의 말투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고전소설의 어투를 은근히 사랑한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작가는 ‘하드보일드(Hard-Boiled) 너무 좋아하면 먹기에 딱딱해질 거야.’라고 되뇌는 것처럼, 대단히 장식적인 문어체를 간간이 의도적으로 구사하며, 묘사적 생기발랄함으로 작가적 주관과 지면(紙面) 위 객관 사이를 넘나들며 문장을 흔들어대기도 한다. 『오딧세이』를 수사학적 입장에서, 때로는 바다 그 자체가 되어 버린 듯한 ‘고래’같은 풍부함으로 가득 채우고자하는 작가의 예술의지가 선명하다. 바로 ‘고래’와 마찬가지인 소설되기이다. 대양을 헤엄치고 있는 ‘하얀 고래’처럼, 완전히는 알아챌 수 없는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그 무엇으로 『오딧세이』를 만들고자 한 작가의 의도가 문체에서도 나타난다.





‘표류하게 됨’이 싫었던 작가 한율은 소설 속 모험의 방법을 ‘상상’으로 하기에 이른다. ‘상상’이란 것의 의미는, 텅 빈 허공을 굳건하게 걸어갈 수 있는 실제적인 발걸음을 의미하므로……. ‘상상계 여행’이란 새로운 방법론을 구상했는데, 『상상계의 인류학적 구조들』이란 책의 제목에서 영감 어린 단어를 빌려와 만들어 낸 것이다. 작가는 쥘베르 뒤랑(Gilbert Durand)에게 고마움을 표시한다.

『오딧세이』에 나오는 모험의 방법은 절대로 시간 여행이 아니다. 다중우주니 평행우주니 하는 약방의 감초마냥 SF소설에 나오는 합리화를 쓰지도 않았다. 새롭다. 인간 의식의 저편 너머로, 거울 반영의 대칭적 심리적 세계 속으로, ‘상상계’를 통하여, 뿌리가 서로 얽혀 있듯이 상호 만나고 있는 ‘세계’에서의 모험들이다.

그 끝을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나아가야 하는 여행, 신비한 모험, 그리고 이 비천하고 비열할 수 있는 세상에서 벗어나, 정중함과 장엄함에 참예하고픈 욕망이 강하면 강할수록, 이 『오딧세이』가 매력적으로 읽혀질 것이라 작가 한율은 확신하며 글을 써 나간다.




1권의 내용은 대항해의 시작인 만큼 전주곡과 사건의 전개 부분이다. 신문사 기자인 나는 향단고택 발굴과정에서 나온 고대 문서에 깊은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 문서는 종적을 감추었고, 그 전말을 추적하며 사건의 베일들을 차례로 벗겨낸다. 향단고택의 비밀을 깨닫자 친구 한수혁이 겪은 모든 일들이 사실이었음을 확신한다. 결국 나는 숙명같이 이끌린 이 이야기에 매달리며, 고대 인도와 향단을 잇는 연결고리인 「도마전언서」와 빛나는 ‘홍옥석(루비)’, 그리고 방송국에서 지리한 삶을 살던 수혁에게 나타난 ‘구원의 손길’을 글로써 풀어나간다.

이천 년 전 인도아대륙의 한 영역, 개혁과 투쟁, 그 결과인 전쟁의 패배. 상인 압바네스의 배를 타고 왕국을 탈출한 하바수네얀 공주는 한반도의 한 영역에 발길을 내딛는다. 그리고 장대한 시공간의 연결을 통해, 드라마 C스튜디오에서 시작되는 이천 년 후 주인공 한수혁의 이야기. ‘새로운 테마파크’를 만들자며 헨리 유가 내민 손을 잡은 수혁은 운명 지워진 모험 속으로 휩쓸려 들어간다. 이야기가 진전될수록 복잡하게 읽히면서 단숨에 읽어내기엔 쉽지 않은 느낌이다. 그러나 신비로움과 전개될 사건의 중심으로 들어가고 싶은 독자의 마음을 단단히 그러나 서서히 끌어오는 데 성공한다.




저자 : 한율


소설가. 서울 상도동에서 태어났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예술학과에서 미학과 예술이론을 전공했다. 비평가로 글 쓰며 살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방송국 공채를 준비하던 친구의 권유로 같이 시험을 쳤고, 미안하게도 친구는 떨어지고 본인은 붙게 되어 MBC미술센터(현MBC아트)에 입사한다. 방송미술국 무대디자이너(미술감독)로 재직하며 드라마와 쇼 세트를 디자인했다. 지금도 마음에 남는 드라마세트디자인으로 「수줍은 연인」의 레트로 감성 2층집, 「달콤한 스파이」의 펜트하우스, 「닥터 깽」의 오래된 병원, 그리고 퇴사하기 전 마지막 작품인 「얼마나 좋길래」의 달동네세트 등이 있다. MBC 재직 중 딴 궁리도 해 볼 겸, 영화드라마세트와 관련 깊은 테마파크건축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걸 연구하러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에 들어간다. 「테마파크 계획을 위한 영상건축기법의 연구」라는 논문으로 공학석사학위를 받고, 논문의 연구대상지를 모델로 한 「MBC영상테마파크계획안」을 가지고 회사에 복귀한다. 이런 테마파크에 대한 연구들이 『오딧세이』의 주무대인 제주테마파크 ‘피어나기’와 ‘F ZONE’ 만들기의 밑거름이 된다. 저자 한율은 각 권의 표지 일러스트와 타이틀 문자, 그리고 소설 본문 속의 삽화와 도면을 직접 그리고 디자인하였다.

MBC에서 이직할 당시 우연히 읽게 된 『우리 옛 건축에 담긴 표정들』, 그 속의 경주양동마을 ‘향단고택’ 흑백사진들은 저자를 매료시킨다. 그렇게 운명처럼 찾아 간 ‘향단고택’의 모든 장소를 실제로 보는 순간, 온 정신이 경도되며 소설 창작의 첫 영감이 주어진다. 한반도 동남부 지역, 한 고택에서 시작된 섬세하고도 미묘한 실마리로써, 인류보편적인, 인류애에 입각한, 인간의 용기, 위대함을 노래하는, 장중하면서도 신비로운 거대한 이야기를 만들고자 마음먹는다. 써야 된다는 압박감을 가지고, 결국 14년이 넘는 세월을 대하 장편소설 『오딧세이』에 바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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