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정원
닷 허치슨 지음, 김옥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범죄 추리소설은 여름에 읽기 좋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독서에 한 번 빠져들면 스토리가 전개됨에 따라 긴장이 고조되고, 분위기 표현 장면이나 범죄 장면이 나올 때는 섬찟한 기분에 온몸이 '얼어붙기' 때문이리라. 독서에 몰입한 추리소설 독자들은 여름 삼복더위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책에 빠져든다. 추리소설 작가들은 대체로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복선을 심어두고 분위기 묘사에 심혈을 기울이기도 한다.

독자들의 눈을 끌어들이기 위한 최고의 장치이다. 이 장면을 무심코 놓친 독자들은 한참 읽어가다 앞에서 못본 것을 인지하고 앞 페이지로 다시 돌아가기도 한다. 범인을 잡기 위해서다. 범죄 사건은 추리력이 있어야 범인을 특정해 잡을 수 있다는 것은 형사가 아니라도 다 아는 사실이다. 이 추리력을 키우기 위해서 독자들은 끔찍하고 도저히 이해할 수 있는 범죄 현장에서도 여간해선 눈을 찌푸리지 않는다. 목적인 범인을 밝혀내고 어떻게 잡아야 할지를 추리하기 때문이다. 이 추리력은 소설에 등장하는 형사나 수사관은 물론, 심지어는 작가보다 더 놀라운 추리력이 동원될 때도 있다.

이쯤 되면 이젠 일상적인 것이나 보통 일어나는 사건은 눈 하나 깜짝이지 않는 독자로 변신해간다. 그야말로 '형사도 잡는 독자'가 돼 가는 것이다.



최근 평범한 일상이 무엇보다도 소중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다. 이럴 땐 무료함이나 더 큰 공포나 불안이 존재하는 범죄소설이 읽기 좋을 때다. 여름에 인기가 많은 추리소설이 겨울 문턱에 선 지금도 큰 인기가 있는 것 같다. 서점의 베스트셀러에 추리소설이 자주 오르는 것을 봐서. 추리소설 인기에 한몫을 하는 미국 추리소설이 최근 발간돼 인기다. 바로 이 책 『나비 정원』이다. 이 소설은 단순 범죄소설이 아니다.

『양들의 침묵』으로 대표되는 사이코패스 범죄소설이다. 사이코패스는 범죄의 잔학성이 일반 범죄와는 다르다. 심리적으로 불안한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끌기에 충분한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양들의 침묵』과 『키스 더 걸』로 대표되는 사이코패스 소설에 『나비 정원』이 한 발을 얹었다고 출판계나 독서계의 평가인 것 같다. 인기에 힘입어 앞의 두 소설처럼 이 책도 영화화 예정이라고 한다. 언제 어디서 할지는 아직 미정이지만. 사실 이 책은 올해 집필된 책은 아니다. 지난 2016년 미국에서 이미 발간돼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며 전 세계로 200만부 이상이 팔렸다고 출판사측은 말한다. 영화화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나라에선 사이코패스가 큰 인기가 없었지만 이번엔 좀 다를 거란 출판사측의 주장도 일리가 있을 것 같다.



이 소설의 제목은 아름답지만 사이코패스 소설답게 기분이 나쁠 정도의 잔인함이 깃들어 있다. 익숙지 못한 독자들은 책장을 덮을 수도 있다.

‘아름다운 지옥'으로 묘사될 수 있는 '나비 정원'에서 살아남은 소녀와 FBI와의 인터뷰라는 점에서 출판사측의 카피도 좋았다는 평을 받을 것이라고 독자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사이코패스인 어떤 이상한 자가 소녀들을 납치해서 꽃처럼 사육하다가 아름다움이 사라지면 살해했다는 끔찍한 이야기이다. 추리소설 독자라면 호기심이 더 강해질 것이다.



예상에 크게 빗나가지 않게 사건은 전개되지만 소설의 도입부일 뿐이다. 사이코패스 범인은 예상보다 훨씬 잔인했다. 상당한 재력을 지닌 범인은 몇 명의 여성이 아니라 20여 명의 여성들을 납치해서 비밀의 정원에서 사육한다. 그것도 16~20세의 소녀들만. 나비에 집착하는 그는 납치한 소녀들의 등에 갖가지 나비들을 직접 문신을 하고 등이 파인 원피스만 입힌 채 감상하는, 말 그대로 정신이상자다. 소녀들은 21세가 되는 해에는 어김없이 목숨을 잃었으며, 그는 소녀들을 박제로 만들어 정원의 실내에 전시하는 것이 취미다. 끔찍하고 일반인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범죄 행각은 혼자가 아니라 부자가 함께 저지른다는 점에서 한 번 더 경악스럽게 한다. 듣기에도 거북한 내용들이 펼쳐지고 있지만 책장을 덮지 않은 것은 독자가 추리소설을 좋아해서일까. 아니면 범인을 잡고 싶다는 수사관 입장에서일까. 아무튼 저자는 독자들의 관심이 흩어지지 않도록 하는 작가의 글솜씨 때문일까.



독자는 개인적으로 몰입할 수 있을 만큼 책의 구성이 좋다고 본다. 이 책은 FBI에 의해 구조된 소녀가 요원들과 인터뷰를 하는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요원과 소녀의 인터뷰가 잠시 펼쳐지다가 소녀의 독백 형식이 이어진다. 즉 범죄 현장과 체포 직전의 상황을 왔다갔다 한다.

44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 3단원으로 나눠지지지만 각 챕터의 제목도 없다. 철저한 신비와 비밀의 상징인 듯하다. 그래도 지루함이 없고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것은 작가의 구성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독자가 지루함을 느낄 사이도 없이 인터뷰와 화상 내용이 반복된다. 짧으면 1페이지에서 길어도 10페이지를 넘지 않으면서 넘나든다. 독자가 잠시도 한눈을 팔지 못하도록 하는 최고의 장치인 셈이다. 긴장감의 연속이다.



등장인물들은 당연히 안타까운 처지로 설정해 독자들의 동정과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것도 독자들의 눈을 잡아두는 데 작가의 의도적 장치로 읽힌다.

불우한 삶을 살았던 주인공인 소녀는 범인이 붙여준 마야라는 애칭과 이 나라라는 가명만 밝혀졌을 뿐, 본명은 없다. 이것 역시 독자들로부터 신비감을 자아내는 역할을 한다. 물론 동정심도 끌어낸다. 납치되었다 희생 당한 소녀들이 모두 마찬가지다. FBI 수사관인 에디슨도 개인적인 트라우마 때문에, 수사 책임자인 빅터는 자신의 딸들을 생각하면서 소녀의 절망에 공감한다. 독자로서는 당연히 공감과 동정을 아낄 필요가 없다. 사이코패스 범죄 부자를 보면 간호사이자 요리사인 로레인이 범인의 수족이 된 심리마저 이해가 되기도 한다. 범행이 잔혹할수록 범죄 주변인들은 오히려 동정이나 공감을 받는 것 같다.

범인들이 그렇게 되기까지의 심리는 쉽게 이해되지 않지만, 범죄에 가담할 수밖에 없는 범인들의 대해선 일말의 동정심이 든다. 그것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사이코패스의 잔혹한 범죄를 부각시키기 위한 장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작가의 능력과 긴장감 조성은 성공했지만 남은 과제는 하나 더 있다. 이 분위기의 긴장감을 어디까지 얼마만큼의 밀도로 끌고 갈 것인지. 긴장이 지나치게 올라가면 끝날 때 독자들은 책장을 덮으면서 잊어버릴 수도 있다. 즉 반전과 파국의 장면을 어떻게 설정할지의 부분이다. 자가는 다시 한 번 반전의 복선을 깐다.

20여 명의 소녀들이 어떻게 탈출했으며, 몇몇이 희생되고 이나라가 양손을 다친 이유가 무엇일까가 의문이 들었다면 독자는 굉장히 꼼꼼하고 치밀한 작가일 수 있다. 역시 해답은 마지막까지 읽어야 풀린다. 추리소설을 많이 읽은 독자는 추리력을 동원해 알고 있을지 모르지만. 독자는 추리소설을 많이 읽지는 않아서인지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그래서 더 재밌었는지 모르겠다. 이해력도 추리력도 없는 독자만의 변명이겠지만.

잘 읽던 독자들도 조금은 헷갈리 만한 장면이 나온다. 범인과 장남 부자의 범행에 대해 차남은 어느 정도 짐작하면서 경찰 신고 등 소녀들을 구출할 방법을 생각하기를 주저한다. 자신은 구출을 위해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지만,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으니 중립이라고 주장한다. 즉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점이다. 피해자 이나라는 반박한다. 범죄를 알고도 행동하지 않았다는 것은 공범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범인이면 체포해 처벌해야 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독자들에게 판단을 맡기는 것 같다. 아마 소설의 주제에 엇나가는 부분을 생략한 것이리라 생각하지만.



오랜만에 스릴감 넘치는 소설을 읽었다. 개운치 않은 뒷맛은 있지만 몰입도 높고 긴장감의 연속이어서 눈을 뗄 수 없었다는 점이 좋았다. 작가의 글솜씨가 좋았다고 평가하고 싶지만 독자에게는 문학 작품의 수준이 높고 낮음을 할 만한 이해도 없고, 지식도 없다. 그저 독자로서 재밌고 좋았다. 다른 것 생각 않고 몰입할 수 있어 좋았고, 범인을 잡을 수 있어 좋았고, 작가의 치밀한 구성력도 좋다고 느꼈다. 추리소설이 갖춰야 할 많은 점이 드러나 있고,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긴장감을 높이고 줄이는 능력도 대단해 보여 좋았다.

마치 축구팬이 최우수 팀간의 멋진 경기를 한 게임 관전하고 난 기분이 이럴 것이다.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고, 독서의 즐거움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저자 : 닷 허치슨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기초한 청소년 소설 『상처 입은 이름(A WOUNDED NAME)』과 본 소설인 『나비 정원』을 발표한 작가다. 보이스카우트 캠프, 공예품점, 서점, 역사 전시관에서 (인간 체스 말로) 일한 경험이 많아, 지금도 청소년의 내면을 꾸준히 탐구하는 걸 낙으로 삼는 걸 자랑스러워한다. 되풀이해서 볼 수 있고 또 되풀이해서 봐야 하는 영화, 천둥이 몰아치는 폭풍우, 신화, 역사를 좋아한다. 이 책 『나비 정원』은 아마존 스릴러, 서스펜스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며, 종이책과 이북으로 미국 내 200만 부 이상이 판매되었고, 영화 판권도 계약되어 영화화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2016년 굿리즈 초이스 어워드 베스트 호러 소설 부문 후보에 오르며 작가로서의 기반도 확고히 했다. 전 세계 22개국에 판권이 판매되는 등 『나비 정원』의 인기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이 책의 후속작으로 수집가 시리즈인 『5월의 장미(THE ROSES OF MAY)』와 『여름 아이들(THE SUMMER CHILDREN)』을 연달아 출간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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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명화 - 그림 속 은밀하게 감춰진 인간의 또 다른 본성을 읽다
나카노 교코 지음, 최지영 옮김 / 북라이프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유홍준 문화평론가가 펴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유명해질 무렵 처음 들은 말이다. 그가 창조해낸 말인지, 어디서 인용했는지는 모르지만 독자에게는 아무래도 상관 없다. 무척 의미 있는 말이고, 그만큼 멋진 말이라고 생각해 머릿속에 저장됐다.

이후 위대한 예술작품을 대할 때마다 생각나는 말이다. 독자처럼 일반 사람들이 예술에 관심이 있다고, 혹은 좋아한다고 작품 하나하나에 담긴 뜻을 알기는 어렵다. 그래서 전문가의 해설을 들으면 그나마 작품의 의미를 더 깊이 새길 수 있다. 예술 작품 감상법이란 것도 책을 통해 잘 나오기는 하지만 모든 예술 작품 감상에는 미치지 못한 것 같다. 예술 작품을 많이 듣고 보고 배운 사람은 자신만의 감상법이 따로 있겠지만 일반 사람들은 전문가들의 해설에 의존해야 한다. 짧은 시간에 더 많은 것을 읽고 보고 듣고 배우기 위해서다. 독자도 그림 전시회에 수없이 갔다. 유명한 그림이라서 간 적도 있고, 누군가에 의해 마지못해 간 적도 많다. 클림트와 샤갈 전시회에도 갔다. 모두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였다. 두 화가의 경우만 얘기한 것은 두 전시회가 가장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슴속 깊이 남았다. 클림트전은 그림의 크기에 놀랐고, 샤갈 전은 전시 그림 수에 놀랐다.

작품의 질이나 의미 등은 보러갈 당시로는 마음에 두지 않아 기억이 어렴풋하다. 다만 놀라울 정도로 화려한 그림이나 전시 그림 수가 많은 것이 의외였기 때문에 깊은 인상으로 남았다는 점은 고백한다. 최소한 역사적 의미라도 미리 알고 갔으면 더 많은 감동이 있었으리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이 책의 저자 나카노 교코는 예술, 특히 미술이라고 하면 어렵고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이유는 미술사나 회화 양식 등 딱딱한 지식을 토대로 암기하는 방식으로만 그림을 봐 왔기 때문이란다. 경직된 그림 감상법에서 벗어나 미술과 친해지고 싶다면 어떻게 작품을 대해야 할까? 저자는 이 책에서 그 질문에 대한 독특하고 재미있는 답을 제시한다.

‘그림은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라는 유행을 가져온 나카노 교코는 한발 더 나아가 ‘상상하기’ 기법으로 명화와의 교감을 극대화해 그림을 더욱 풍성하게 느끼고 즐기도록 한다. 저자는 도입부마다 작품이나 화가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그림에서 놓치기 쉬운 일부분만을 크게 확대해 독자에게 보여 주고 관찰하게 한다. 그러고는 이 부분만으로 그림 전체까지 상상해 보도록 유도한다. 선입견 없이 명화를 감상하도록 하는 이 방법은 독자에게 스스로 ‘이게 뭐지?’, ‘누가 그린 그림일까?’, ‘이게 무슨 그림이더라?’ 하고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 보는 즐거움과 함께 명화를 입체적으로 감상하고 해석해 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는 이 책을 사랑, 지식, 생존, 재물, 권력에 사로잡힌 인간의 민낯을 거침없이 파헤친다. '그림 읽어주는 여자' 나카노 교코가 절묘하게 찾아낸 명화 속 욕망 가득한 순간들. 들라크루아의 <격노한 메데이아> 속 사랑의 욕망은 어떻게 증오가 되었는가? 라투르의 <퐁파두르 후작> 속 지식의 욕망은 어떻게 권력까지 장악했는가? 게랭의 <모르페우스와 이리스> 속 생존의 욕망은 어떻게 꿈의 신 모르페우스를 잠들게 했는가?

클림트의 <베토벤 프리즈 적대적인 세력> 속 재물의 욕망은 어떤 모습으로 의인화되었는가? 홀바인의 <헨리 8세> 속 권력의 욕망은 왕을 얼마나 끔찍하게 타락시켰는가? 등에 대한 세밀한 설명을 이 책에 담았다.

이 설명은 바로 이 책을 펴낸 취지이기도 하다. 독자로서는 그림 속에 담긴 뜻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그림 감상법'을 하나 더 안 셈이다.




이 책은 독자 개인 입장에서 보면 '명화는 보는 것이 아니라 명화는 해석한 것이다'는 저자의 주장을 확인케 해준다.

'퀜틴마치의 환전상과 그의 아내'라는 명화의 해석은 등 뒤 선반에는 에덴동산의 원죄를 상기시키는 사과, 죽음을 암시하는 불꺼진 초, 성모의 순결을 나타내는 로사리오와 투명한 물병 등 상반되는 상징이 나란히 놓여있다. 그렇다면 역시 이 그림은 물욕에 대한 간과일까? 그렇지 않으면 돈을 다루는 일을 생업으로 하는 인간의 성실함에 대한 상찬일까? 저자의 설명이 없다는 일반 그림 감상자인 독자로서는 생각지도 못할 부분이다.



이 책은 명화의 해석에 앞서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일리야 레핀의 볼가강의 배 끄느 인부들' 작품은 짐을 잔뜩 실은 배는 인부들이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처럼 무겁기 그지없다. 그들은 벨트에 온몸의 무게를 실은 채 앞으로 고꾸라질 듯이 몸을 기울이고 한 걸음, 한 걸음 땅을 다지듯 밟아가며 앞으로 나아간다. 그림 속 땅 밑바닥에서부터 유명한 러시아 민요 볼가강의 뱃노래가 울려 퍼지는 것 같다. 멋진 감상법이다. 실제 예술가들, 특히 화가들이 그림에 그런 뜻을 담았는지는 독자로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설명을 들으면서 가만히 집중하면 실제로 들리는 듯하다. 느껴진다. "아하, 그림은 이렇게 감상하는 거구나" 하는 확신이 선다.





더 나아가 실제로 배를 끌때는 소리 내어 노래를 부르며 리듬을 타고 박자에 맞춰 축 늘어진 양팔과 몸을 좌우로 흔들며 전원이 한 몸이 된 듯 움직이지 않으면 잘 나아갈 수 없다.

어쩌면 러시아의 비참했던 현실 뿐만 아니라 인부가 살아온 인생 그리고 앞으로의 펼쳐질 삶이 뼈에 사무치는 이유의 표현인 것이다. 러시아의 혁명이 눈에 그려진다. 명화를 해석하고 인간의 본성을 읽는 『욕망의 명화』다. 이렇게 독자의 그림 감상법만이 아니라 그림 뒤에 감춰진 시대상이나, 심지어 화가의 의도에 따른 표현의 방법, 그리고 인간의 본성까지 다다른다는 사실은 충격적이기도 하다.

그만큼 독자로서는 소중한 책이 된다. 다 읽었지만 언제든지 다시 읽을 요량으로 가까운 책꽂이에 둔다.

저자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화가 일리야 레핀의 〈볼가강의 배 끄는 인부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화가가 포착해 낸 순간을 생생하게 상상해 낸다. 이 그림은 어떠한 사회적 맥락에서 탄생했는가? 힘겹게 배를 끌고 있는 인부들은 무엇을 탐하고 있는가? 혹은 무엇에 분노하고 있는가? 그가 그림을 읽어 내려간 방식을 따라가다 보면 왠지 모르게 우리와 닮아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 섬뜩하고 무섭기까지 하다. 그림 앞에 선 사람은 러시아의 비참한 현실 한복판에 내동댕이쳐질 뿐 아니라, 인부 한 명 한 명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대해 곱씹어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우리와 같은 인간임이 뼈에 사무치지 않을 수 없다.

<- 본문 중에서>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유명한 세 자매는 고르곤이다. 머리카락은 쉭쉭 소리 내는 뱀인데 입속에는 어금니가 엿보이고 그들을 본 사람을 순식간에 돌로 변하게 한다. (……) 특히 고르곤 세 자매의 불쾌한 표정과 적나라한 육체에 대한 묘사, 그림 속에 그려진 성기와 정자, 난자 등이 혐오감을 불러일으켜 외설스럽고 추악하다고 외면받았다. 그러나 잡다하게 뒤섞인 새 건물들이 비난과 함께 수용되었던 일처럼 클림트의 신선한 표현도 비판하는 사람만큼이나 열렬히 지지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클림트는 드디어 세기말 빈의 대표 화가가 되었다.

<p. 151~157, 「구스타프 클림트의 〈베토벤 프리즈 적대적인 세력〉」 중에서>


이 하얀 아몬드처럼 생긴 것은 무엇일까. 보석과 보석 사이를 하얀 천으로 꿰매 붙인 것일까? 그렇지 않다. 상의에 같은 간격으로 옷감을 터서(슬래시 기법) 속에 있는 리넨 안감을 끄집어내 부풀린 것이다. (……) 신흥 튜더 왕조의 2대 왕인 헨리 8세 역시 일종의 ‘왕의 전형’을 몸소 실현하는 존재였는데, 그가 발하는 독특한 이미지는 강렬하면서도 끔찍하기 짝이 없었다. (……) 두꺼운 가슴팍, 190센티미터가 넘는 장신, 육식 동물처럼 아래턱이 커다랗게 부푼 얼굴, 파충류가 떠오르는 냉혹한 눈빛,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마어마한 에너지, 그것들을 몇 배로 증폭하는 듯이 안감으로 팽팽하게 부풀린 화려한 의상. 이 왕의 앞에 선 외국 대사는 그가 금방이라도 주먹을 휘두르지 않을까 벌벌 떨었다고 하는데 그 기분이 이해될 정도다.

<p. 175~182, 「한스 홀바인(子)의 〈헨리 8세〉」 중에서>



저자의 전작 『신 무서운 그림』을 본 적이 없는 독자로서는 이 책 『욕망의 명화』 저자 나카노 교코를 처음 만났다. 저자는 ‘무서운 그림’을 주제로 한 NHK 교육방송 교양 프로그램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책에 따르면 나카노 교코는 2008년부터 지금까지 독특한 명화 감상법과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고유한 관점으로 수많은 팬을 사로잡아 왔다. 명화에 얽힌 역사적 사실, 화가의 개인사, 그림 속 인물과 얽힌 이야기 등 역사, 문화, 예술에 대한 저자의 폭넓은 배경지식은 미술사나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비전문인과 교양 독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어깨에 힘을 빼고 다채로운 각도로 작품을 읽고 감상하게 하는 그의 이야기가 신선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특히 ‘무서운 그림’ 시리즈는 특유의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예술서 분야의 새로운 장을 열었고 국내에서도 8만부 이상 판매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욕망의 명화』는 그가 월간지 〈문예춘추〉(文藝春秋)에 연재한 〈나카노 교코, 명화가 이야기하는 서양사〉 중에서 ‘욕망’이란 주제로 스물여섯 꼭지를 뽑아 엮은 책이다. 연재 당시 잡지에는 달콤한 후식을 맛보는 기분으로 글을 읽기를 바라며 적은 분량을 실었는데, 한 권의 책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구성과 내용을 대폭 보강했다. 어떻게 하면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줄까 고민한 끝에 그림 일부를 확대해 도입부에 싣고 그에 관한 글을 쓰는 지금의 양식을 완성했으며, 원고 분량도 원래보다 서너 배나 더 늘렸다.

사랑의 욕망, 지식의 욕망, 생존의 욕망, 재물의 욕망 그리고 권력의 욕망까지. 이 책을 통해 스물여섯 점에 달하는 명화 속에 감춰진 이야기를 꼼꼼하게 들여다보는 과정은 단순히 그림을 감상하는 데서 더 나아가 욕망을 향한 인간 태초의 모습과 그간의 업보까지 자연스레 살피는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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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할 것, 이기적일 것, 흔들릴 것 - 정말 나를 위해서만 살고 싶다면, 반드시 알아야 할 3가지 행복의 비밀
송정섭 지음 / 센세이션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처음 받아본 순간 디자인 서적 같은 느낌이 든다. 표지에 강렬한 빨간색을 바탕에 두고 제목은 번쩍번쩍 은빛 글자를 각도에 따라 색이 달라지게 썼다. 제목 자체도 그렇지만 제목의 위치도 왼쪽 위끝, 오른쪽끝 세로, 왼쪽 아래 흔들리듯 썼다. 부제는 흰글씨를 써 뚜렷하게 보이니 지금까지 읽어온 책 표지와 너무 달라 깜짝 놀랄 정도다. 두께는 적절하고 챕터나 단락의 구분도 명확하다. 들고 다니며 순간순간 짧게 읽어도 좋다.

내용도 표지만큼 다소 파격적이다. 우리가 일상 생활을 해나가며 흔히 부닥치고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생각을 담았다.

책 안의 기술 내용이 의미가 명확하고 계획적으로 배열돼 흔히 다양한 내용이 등장하는 책에서 느껴지는 지루함과 모호함을 피했다.

저자는 더욱 멍청하게, 이기적으로, 흔들리는 삶을 도전하고 변화하는 삶을 선택하라고 독자에게 바꿀 것을 권유한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 저자는 다만 독자들을 존중하고 위로하는 차원에서 문어체 위주로 사용하고 존대어를 사용하고 있다. 독자는 저자의 집필 취지를 많은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입장에서 인용문을 비롯, 모든 존대어를 예삿말로 바꾸어 책의 내용을 전달한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저자에 따르면 급변하는 사회. 우리는 적응하기도 전에 성장을 요구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런데 이전까지는 사람들 사이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느끼고 변화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세상이 또 한 번 달라졌다. ‘언택트’라는 이름으로 혼자 보내는 시간이 급증한 것이다.

사람은 혼자 있을 때 생각이 많아진다. 그리고 아직 자기 자신만의 기준이 바로 서지 않은 사람은 부정적 생각으로 향하기 쉽다. 일어나지 않은 일을 그리며 미리 걱정하고 불안해한다. 계획을 세우자마자 스스로 한계를 설정하고 포기한다. 포기하는 자신을 보며 실망하고, 자존감은 더욱 낮아진다. 우울증, 공황장애, 수면장애가 더 이상 생소한 것이 아닌 세상이 되어버렸다. 코로나 시대에 힘들어하는독자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기 위한다는 뜻을 내비친다.



저자는 이어 자신의 경험과 케이스별로 독자들에게 차근차근 대화하듯 말을 계속한다. 쫓기듯 눈치 보며 중간만 하는 삶은 이제 지겹다. 때로는 혼자가 편하고, 때로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둘은 너무 많고 혼자는 너무 외롭다.

1.5명이 딱 좋을 것 같다. 성공에 목매며 미래만을 위해 달려왔다. 한 번의 실수도 허락되지 않는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사회인이 되던 날, 이제 삶은 정말 술술 풀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더 버거운 숙제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똑똑하게 살아온 결과는 달콤했다. 남 보기에 그럴듯한 모습의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도 받고, 남들보다 반 발자국은 앞서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 반 발자국을 앞서나가기 위해, 그리고 그럴듯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큰 비용을 치러야 하는지는 더 이상 포기할 것이 남지 않았을 때가 되어서야 알았다.



이에 따라 이 책에는 평범하고 싶었던 저자의 좌충우돌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결코 짧지 않은 방황이었지만 오늘도 똑같은 이유로 방황을 시작하려는 청춘들을 만난다. 그들을 위한 이야기이고, 그 방황을 지나온 이야기다.

이제는 매번 마감 시간에 쫓기듯 마음에 들지도 않는 선택 앞에서 아쉬워하지 않는다. 마음에 들 때까지 미루고, 오답 노트만을 기억하라는 충고를 과감하게 무시한다. 성공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앞으로만 나아가는 삶은 그만하고 이제는 조금 멍청하고, 이기적이고, 마음껏 흔들리는 삶을 시작하기로 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전혀 익숙하지 않은 길을 거닐고, 감정에 더욱 솔직해지는 삶. 우선 조금 쉬고 보자는 배짱을 부리고, 신세 지는 것쯤은 대수롭지 않은 일 정도로 넘겨버리는 가벼움 속에 우리 자신만의 맞춤 행복이 자리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심각할 것 하나 없는 무한 긍정의 자세와 시종일관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삶에 대해 방황을 시작하려는 청춘들에게 이정표를 제시한다.



책에 따르면 청춘은 청춘다워야 한다.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사는 삶을 꿈꾸다가 하기 싫은 일에 둘러싸여 좌절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머리를 쓰기 전에 가슴을 열 수 있어야 한다. 사회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스스로 해내야 한다.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선생님께서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하면 행복해 질 수 있다는 말을 믿었던 우리, 비록 당장은 버겁지만 점점 나아질 거라고 믿었던 우리. 행복해지기 위한 고민을 해본 적이 있을까?

이 책은 저자가 직접 고민하고 경험했던 행복의 여러 모습을 담았다. 똑똑하지 않아도 괜찮고, 남을 위해 나를 잃지 않아도 괜찮고, 무너지고 좌절해도 괜찮다고 말한다. 성공하면 행복할까? 그럼 무엇이 성공일까?

더욱 멍청하게, 이기적이게, 그리고 흔들리며 사는 것이 청춘만이 만끽할 수 있는 행복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메시지는 잡아야 할 것은 놓치고, 놓아야 할 것은 쥐고 있는 우리에게 커다란 힌트가 될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까에 대한 저자의 주장을 경청한다.



이 책은 정말 나를 위해서만 살고 싶다면, 반드시 알아야 할 3가지 행복의 비밀을 제시한다.

첫째, 멍청한 삶을 살아가며 느끼는 행복들에 관해서. '멍청하다'는 말에 화가 나거나 불편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행복하고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기로 한 단락 정리해서 저장해도 된다. 새 깃털만큼 가벼운 상대방을 향한 지적보다 나 자신에게 필터링 없이 던져지는 말에 더 상처를 입히고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알아챌 것을 주문한다. 모든 사람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한 상식 수준에서 이치에 맞는 행동을 하면 좋겠지만, 차이는 언제나 존재한다. 다름을 바꾸려고 하지 랄고 차이 나는 지금 모습 그대로가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이라고 강조한다.

둘째, '너'를 위한 삶에서 '나'를 위한 삶으로 바꾸라고 조언한다. 사람은 독립된 존재로 서 있을 때 비로소 '나'를 존재감이 세워질 수 있다. 누구나 혼자가 되고 누군가의 그늘에서 영원히 있을 수 없다. 정서적으로 혼자 설 수 있고 혼자 걸어 나아갈 수 있는 연습이 필요하다. 꽃길 같아 보여 선택했지만, 꽃에 가시가 돋친 가시밭길일 수도 있고, 흙길을 걷게 되어 실망하다가도 길옆으로 우거진 나무 그늘을 걷게 되는 경우도 많다.

보이지 않던 길도 시작하고 나면 보이게 마련이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는 나만의 취향을 드러내고 내가 좋아하는 선택만 해도 하루는 행복해진다는 말에 공감한다. "내가 좋으면 그만이다"는 말에 동의하면서...



셋째, 흔들리는 오늘 하루만 행복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행복하지 못할 이유는 무수히 많지만 행복할 수 있는 이유는 한가지면 충분하다. 그 한 가지가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는 말에 약간 당황스럽다. 그러나 조금 생각하면서 천천히 읽으면 뜻이 손에 잡힌다. 저자의 친절한 설명이 공감을 확신으로 바꾸어준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길을 잃었다면 잠시 멈춰 서서 지금까지 해온 흔적들을 돌아보라. 비록 오늘은 막막하고 지루하지만 이 지루함의 시작에는 열정이 가득했다. 막막한 현실을 이겨내는 해답을 자신의 과거에서 발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언급은 독자의 흐릿한 시야를 밝혀준다.

이어지는 저자의 말은 저자가 이 책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해진다. "사람들은 듣고 싶은 대로 듣고 집중하고 선별적으로 기억한다. 우리가 기억하는 하루는 수만 번 흔들리는 가운데 조금 행복하고, 만족하고, 고맙고, 감사하고 평온했던 일에 대한 것보다 나에게 일어난 일 중에 싫고, 어렵고, 귀찮은 일만을 기억해 내는 기술에 집중하고 살고 있다. 어제와 다른 오늘이라는 평범한 하루이지만, 오히려 즐겁고 여유로운 일이 더 많았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조차 하지 않고 있음을 알아차려야 한다."



1.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작은 오점을 반복해서 떠올리는 일은 그만두라.

2. 이제부터라도 달라질 수 있다고 모든 일에 앞서 생각하라.

3. 지금부터는 내가 좋아하는 일 몇 가지 정도는 마음껏 할 수 있는 하루를 만들어 보라.

4. 당신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는 점을 끊임없이 각인하라.

5. 행복할 이유는 단 가지면 충분하다고 인지하라.

6. 혼자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라.

7. 당신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휠씬 더 중요한 사람임을 각성하라.

이 책을 모두 읽은 독자라면 누구든 한 번 도전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러나 막상 하려면 만만찮은 시도가 걸림돌이 될지도 안다. 자신의 환경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어렵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나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라면 한 번 시도해보자는 욕망도 있을 것이다. 독자도 그렇다. 그래서 제안한다. 오늘 할 수 있는 것만 집중해서 해보자.



저자 : 송정섭


조금은 여유롭게, 그리고 멍청하게 살아가는 행복주의자이다. 대학에서 전기·전자공학과 영어영문학을 복수로 전공했다. 영어영문학 졸업 시험을 조기 합격하고, 학부생 때 국내외 학회지에 전자통신 기술 논문 4편을 게재할 만큼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삶을 살았다. 이후 반도체 회사 경영개선실에 입사해서 올해의 엔지니어 상을 받았고, 해외 생산 법인 구축 프로젝트에 참가해 주재원 생활을 할 만큼 그야말로 엘리트의 길을 걸어왔다.

열심히만 하면 성공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고, 성공하면 행복할 거라 기대했다. 하고 싶은 일 보다는 해야하는 일들을 하면서 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그 끝에 선 인생의 모습은 기대하던 것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무조건 열심히만 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행복한 삶에도 정확한 목표와 방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먼 길을 돌아온 후에야 알게 되었다. 인터넷 서비스 기업으로 자리를 옮겨 팀의 리더를 맡게 되면서 그의 인생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가 바라본 팀원들은 모두 흔들리고, 방황하고, 앞만 보고 달려가는 청춘이었다. 그의 과거와 너무나도 닮아 있는 모습이 놀라웠고 안타까웠다. 업무를 넘어, 200회가 넘는 상담과 소통을 진행했고, 30회가 넘는 강연을 펼쳤다. 그들의 동반자가 되길 바랐고 먼 길을 돌아가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그들을 진심으로 품어 가다보니, 어느새 자신 또한 크게 변화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는 흔들리는 청춘들을 만날 때마다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라고 힘주어 강조한다. '실수해도 괜찮다’, '조금 돌아가도 괜찮다’, ‘도와줄 테니 같이 한 번 해보자’고 말한다. 그런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진심을 담아, 이 책을 집필했다.

더욱 멍청하게, 이기적이게, 그리고 흔들리며 사는 것이 청춘만이 만끽할 수 있는 행복임을 깨달은 그는 30대 한창 나이에 조기 은퇴했다. 또 하나의 커다란 인생을 겸허히 맞이하며, 더욱 수많은 청춘들과 함께 행복을 찾아가며 흔들릴 준비가 되어있는 그는, 진정한 이 시대의 행복한 이기주의자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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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인종에 대하여 외 - 수상록 선집 고전의 세계 리커버
미셸 에켐 드 몽테뉴 지음, 고봉만 옮김 / 책세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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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로빈슨 크루소』을 읽어본 사람은 많을 것이다. 독자도 초등학교 때 점심도 거른 채 읽다가 어머니께 혼난 기억이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의 주인공이 흑인노예상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당연히 독자도 최근에 어떤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됐다. 큰 충격이었지만...

이 소설은 어렸을 때 읽기에는 꽤 긴 책이었다. '세계명작전집' 중 1권이었다는 사실만 기억난다. 줄거리는 소설 속 주인공인 중류 가정에서 태어난 로빈슨 크루소는 안정된 생활 속에서 누리는 행복에 관해 설득시키려는 아버지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가출하여 선원이 된다. 아프리카 연안에서 무어 인에게 붙들려 노예가 되지만, 거기서 도망하여 친절한 선장의 도움으로 브라질 농장에 일자리를 얻게 된다. 그곳에서 농장주의 의뢰를 받아 흑인 노예를 구하러 아프리카로 가던 도중에 배가 파선하는 바람에 무려 28년간에 걸친 무인 고도에서의 생활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는 난파당한 배로부터 식량, 무기, 의류, 연장 등을 운반하여,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자급자족의 생활을 영위하기 시작한다. 다행히도 섬에는 맹수가 없었고, 기후 또한 따사로웠고 맑은 물도 있었다.

15년째 되는 해 어느 날, 바닷가 모래밭에서 하나의 커다란 발자취를 보게 된 크루소는 깜짝 놀랐다. 계속 경계를 강화하는 가운데 2년의 세월이 흘렀고, 그 어느 날 그는 바닷가에 흩어져 있는 사람의 뼈와 손발을 보고 그 섬이 식인종들이 사는 곳임을 알고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로빈슨 크루소<세계문학사 작은사전>


24년째가 되는 어느 날, 식인종에게 붙들린 토인을 아슬아슬한 가운데 구출해 내어 자기 하인으로 삼는다. 그날이 금요일이었기 때문에 그의 이름을 프라이데이라고 지어 준다. 그 뒤로 프라이데이의 아버지와 스페인 사람 하나를 구하여 그는 고독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27년째 되는 해에 영국 배가 기항한다. 크루소는 선장 편에 서서 선원들의 반란을 진압하고 반역자들을 섬에 남겨둔 채 영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대니얼 디포(D. Defoe)가 쓴 이 소설(1719년)은 실제 인물이 주인공의 모델이라 한다. 그는 영국인으로 흑인 노예를 사려고 브라질에 가던 중 선박이 파손되어 무인도에 들어가 28년 동안이나 고독 속에서 홀로 원시적인 생활을 하였다. 이는 당시의 한 수부(水夫)이던 셀커크(Selkirk)가 남태평양의 고도(孤島)에서 겪었던(4년 4개월 동안) 실화를 토대로 지은 것이다. 사회와 단절되어 고적(孤寂)하게 사는 사람의 전형을 창출했다. 당시 노예무역이 한창이고 흑인들은 포로로 잡혀 노예무역을 통해 신대륙 미국 및 주위 국가들의 노동력을 충당했다. 미국 남부를 중심으로 면화농장과 중남미 지역의 사탕수수 농장이 노예의 일터였다. 노예가 된 흑인들은 가축이나 다름없었다. 개인의 사유재산이었고 모든 권리는 주인에게 달려 있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포르투갈 등 서유럽 각국이 앞다퉈 식민지 확장과 노예무역으로 국력을 크게 배양시키던 시대이었다.



이 책 『식인종에 대하여』는 1580년 초판을 간행한 프랑스 사상가 몽테뉴의 저술이다. 원제목 『에세』는 당시 시험 ·시도·경험 등을 의미하며, 수필이라는 장르의 명칭으로는 되어 있지 않았다.

본래 저자가 철학자가 아니고 프랑스 정계의 중요한 인물로서 이 책은 그 틈틈이 써 모은 것이므로, 일반적으로 『수상록』으로 통하고 있다. 고금 서적의 단편을 인용하고, 윤리적 주제, 역사상의 판단·의견을 소개하며, 자기 자신의 비판·고찰을 가한 감상문 형식을 취하고 있다. 후년에는 자기를 대상으로 한 기술·분석 ·성찰을 주로 하여 스토아 철학, 회의주의적 사상, 에피쿠로스(Epikuros)주의적인 사고를 거쳐, 그가 도달한 자연에 적합한 인간의 조건과 삶의 탐구를 기도하였다. 인간성 연구의 문학 전통의 선구로도 간주되고, 사상사적으로도 합리적 사고의 존중, 근대적 자아의 주장, 비판정신 등은 훗날의 R.데카르트와 B.파스칼의 업적을 준비했다고 할 수 있다.



몽테뉴의 『수상록』은 프랑스 역사상 가장 험악한 시대에 쓰인 문집으로, 단순한 은둔생활자의 한가로운 글이 아니며, 온갖 거짓말과 교만과 권모술수가 판을 치는 시대에도 자기만은 진실하게 살아 보겠다는 자기 수련으로부터 출발하였다. 무엇보다도 사람은 자기를 소중히 해야 한다면서, 개인과 사회와의 관계, 토론과 회의 진행방법, 신앙과 과학, 어린이의 교육, 남녀평등과 성(性)문제, 문명과 자연, 재판과 형벌, 전쟁의 참화, 식민 정책의 비리 등, 인생의 모든 문제에 대해 생각하며, 그것들을 격언과 일화, 시(詩)와 유머와 역설을 섞어가면서 항상 자유로운 인도주의자답게 겸손한 시론(試論) 형식을 빌어 담담히 이야기한다. 유명한 “크 세 주? Que sais-je?(나는 무엇을 아는가?)”라는 명제도 회의주의자의 발언이 아니라, 그 인간성에 대한 깊고 날카로운 관찰에서 우러난 상대주의와 패러독스, 또는 인간에의 자비와 관용의 표현이며, 후세의 과학주의·민주주의의 원천이 되었다.



몽테뉴 수상록에서 인간성과 타인에 대한 생생한 사유를 담아낸 6개 장을 선별해 엮었다고 이 책의 역저자 고봉만은 밝힌다. 해설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에 따르면 표제 장인 『식인종에 대하여』는 16세기 유럽인들이 식민지 침략을 통해 처음 마주한 중남미 원주민들에 대한 사유가 담긴 에세이다. 몽테뉴 수상록에서 가장 중요한 장 가운데 하나로 인용되지만, 지금까지 국내에 제대로 소개될 기회가 없었다. 정복지의 주민을 ‘식인종’, ‘야만인’으로 본 당시 유럽인들의 인식과 다르게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깊게 들여다보려 한 ‘교양인’ 몽테뉴의 사유를 생생히 확인할 수 있다.

몽테뉴 수상록은 ‘최초의 에세이’로 잘 알려진 고전이지만, 3권 107장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 때문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또 몽테뉴가 수많은 인물과 텍스트를 인용했기 때문에 수상록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이해 또한 필수적이다.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시리즈로 기획된 이 책은 현대 몽테뉴 연구에서 비평 판본의 결정본으로 여겨지는 플레야드 판본을 저본으로 삼았다.

몽테뉴, 루소, 레비스트로스 등을 연구하며 여러 원전을 국내에 소개해온 고봉만 교수가 번역을 맡았다. 또한 200개에 달하는 주석을 통해 원문에 등장하는 인물과 텍스트에 대해 설명하고, 해설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을 통해 몽테뉴 사상의 현대적 의미를 풀어냈다.

니체는 “몽테뉴 같은 사람이 글을 썼다는 사실이 삶의 즐거움을 배가시켰다”라고 썼다. 현대 한국인에게도 역병과 환란의 시대를 산 ‘모럴리스트’ 몽테뉴의 글이 고전 본래의 의미로 새롭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몽테뉴도 역병의 환란을 겪었다. 흑사병이 창궐하여 영지 인구의 절반과 평생의 친우였던 에티엔 드 라보에시를 잃었다. 환란은 역병뿐이 아니었다.

같은 신의 이름으로 서로를 죽이는 종교전쟁이 몽테뉴의 일생 내내 계속되었다. 몽테뉴는 고립된 이들이 죽은 이의 시체를 먹으며 삶을 잇는 것을 보았다.

그때는 또한 유럽인들이 ‘신대륙’을 발견하고 정복 전쟁에 열을 올리던 시기였다. 유럽인은 각자 자신이 신대륙에서 보고 들은 것에 대해 목소리 높여 떠들었다. 그러나 당시 그곳은 미지의 세계였다. “나는 세계지도를 보았다네. 그러곤 깨달았지. 기독교를 충심으로 받드는 지역이 세계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일세”(에라스무스). 신대륙 원주민들은 ‘잔인하고 야만적인 식인종들’이었기에 정복과 교화의 대상이었고, 유럽인은 이들을 멸시하고 하찮은 존재로 여겼다. 이렇게만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잔혹한 학살과 착취가 있었다.

동정심이란 사치이자 비아냥거리인 시대였다. 그러나 몽테뉴는 이렇게 썼다. “우리야말로 모든 야만스러움에서 그들을 능가한다.”

지식인이 시대의 양심으로 살아 있을 때 내는 목소리는 울림이 크다. 몽테뉴의 예에서도 그 점을 확인한다. 짧지만 양심의 목소리를 낸 시대의 지식인의 역할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대다. 이 작고 짧은 책이 그래서 소중하다.



저자 : 미셸 에켐 드 몽테뉴(MICHEL EYQUEM DE MONTAIGNE)


16세기 프랑스의 대표적 사상가이자 모럴리스트. ‘에세이’라는 글쓰기 장르의 원조라 할 《수상록》을 남겼다. 1533년 프랑스 서남부 도르도뉴에서 태어났다. 교육열이 높은 아버지 덕분에 어려서부터 가정교사에게 맡겨져 라틴어를 모국어처럼 익혔고, 6세 때 보르도 인근의 기옌 학교에 입학해 중학 과정을 마쳤다. 16세 무렵부터 툴루즈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한 후 1556년경 페리괴 조세재판소의 법관에 이어 1557년 보르도 고등법원의 법관으로 일했다. 1558년 《자발적 복종》을 쓴 철학자이자 법률가 에티엔 드 라보에시를 만나 둘도 없는 우정을 나누었으나 1563년 페스트로 그를 잃는 아픔을 겪었다. 1568년 사망한 아버지 피에르의 뒤를 이어 몽테뉴 영주로서 영지를 상속받았고, 이듬해 스페인 신학자이자 철학자 레몽 드 스봉의 《자연신학 또는 피조물의 책》을 프랑스어로 번역해 발간했다. 아버지를 잃은 지 얼마 안 되어 남동생 아르노가 운동 경기 중에 입은 부상으로 요절한 데다 몽테뉴 자신이 낙마 사고로 죽을 뻔했다. 1570년에는 첫아이가 태어난 지 두 달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몽테뉴는 보르도 고등법원 재판관의 딸 프랑수아즈 드 라샤세뉴(1545~1602)와 결혼해서 딸 여섯을 낳았지만, 하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일찍 죽었다.

공직 생활에 부담과 환멸을 느껴 1570년 37세로 보르도 고등법원 법관직을 사임하고 이듬해 초쯤 자신의 성으로 돌아와 독서와 글쓰기에 몰두했다.

1572년경 집필을 시작한 《수상록》의 초판은 1580년 보르도에서 출간되었다. 그해 신장결석을 치료할 겸 여행길에 올라 스위스, 독일을 거쳐 이탈리아에서 오래 머물다 1581년 말에 몽테뉴 성으로 돌아오는데, 이 경험을 기록한 일기는 몽테뉴 사후에 발견되어 1774~1775년 책으로 출간되었다. 이후 보르도 시장으로 선출되어 일했으며, 두 번째 임기에는 종교 전쟁과 페스트로 피난을 떠나는 등 고초를 겪었다. 그동안 가필과 수정을 거듭해온 《수상록》의 3권 107장에 이르는 신판을 1588년에 간행했고, 1590년에는 관직을 맡아달라는 앙리 4세의 요청을 건강을 이유로 정중히 거절했다. 1592년 자택에서 중증 후두염으로 숨을 거두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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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고 싶은 나에게 - 나답게 살아갈 힘을 키워주는 문장들
이동섭 지음 / 더퀘스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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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자신에 의한, 자신을 위한 삶을 산다. 인간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생물이 그렇다. 자신의 삶을 산다는 것은 인간이 스스로 삶을 꾸려 나갈 수 있다는 의미에서 표현한 것이고, 환경이나 외부의 '적'을 이겨야 한다는 의미에서 자신을 위한 삶에 대한 답이 된다. '자신에 의한'이란 뜻은 자신의 선택과 결정의 몫이란 의미다. 삶의 행위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주어지는 권리이고 숙명적 의무이다.

다만 사는 동안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가 삶의 질을 결정하며 평가된다. 이 때문에 인간의 삶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고귀한 삶이 될 수 있고 미천한 삶이 될 수도 있다. 인간은 환경과 교육에 의해 자신의 삶의 방향이나 자신이 할 일을 결정하는 게 보통이다. 이것이 인생관이며 가치관이다. 가치관과 인생관은 성인이 되기 전에 세워야 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산다. 가치관이나 인생관은 훌륭한 선생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아 세울 수도 있고, 자신의 깊은 생각으로 깨달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교육에 의해 좌우된다. 학교와 선생으로부터 받은 가르침 이외에는 지금까지의 방법은 대개

책에 의한 깨우침이다. 그러나 성인이 되기 전에 인생관이나 가치관을 확립하지 못했다고 삶을 지속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사는 동안 배우거나 깨우침을 통해 세울 수도 있고, 바꿀 수도 있다. 그것은 자신의 몫이다.



훌륭한 삶을 살았다는 사람은 대부분 후세에 위인으로 불리운다. 그가 한 일 앞에 수식어를 붙여준다. '위대한 음악가'는 식이다. 후세 사람들이 따라하고 배울 만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위인들의 삶은 한 개인에게는 삶의 가치관이나 지향점을 명백히 보여주는 이정표가 되기도 한다.

위인의 삶은 잘한 것이든 잘못한 것이든 후에 기록이나 증언, 혹은 목격자의 진술 등을 통해 종합 구성돼 후세에 전해지기 때문이다. 위인은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훌륭한 영향을 주는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다. 그들 대부분의 삶은 '그럭저럭' '무난하게' 표현될 수 없는 강렬한 것들을 내포하고 있다. 그것은 삶의 열정,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치열한 노력, 남을 위해 자신의 목숨도 아끼지 않는 용기, 모든 사람에게 평온함을 주는 덕성 등 여러 가지가 엿보인다. 특히 개인이 어렵거나 힘든 상황에서는 위인들이 살아 있는 동안 했던 많은 일이 역경을 헤쳐나가는 용기가 되기도 한다. 위인들의 삶과 그들이 남긴 말, 그들이 남긴 업적 등은 이 때문에 인구에 회자되어 전해져 내려온다. 그렇게 우리 삶의 지표가 되기도 한다.



이 책 『나를 사랑하고 싶은 나에게』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 중 예술가들이 남긴 말을 중심으로 코로나 팬데믹,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소외, 개인의 질환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하고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주기 위해 저자 이동섭이 펴냈다. 스스로 어디에 속하지 못하고 부족하게만 느껴지는 순간에 자신을 사랑할 힘을 키워주는 말과 문장을 담은 책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문화예술을 강의한 저자가 들려주는 예술가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 자존감, 인간관계, 일과 생각에 관한 고민 앞에서 주변 시선에 끌려다니지 않고 나로서 행복해지는 방법들이 펼쳐진다.

애매한 재능과 외모에 자꾸만 작아지는 마음을 어떻게 해야 할까? 겉으론 웃어도 행복하지 않을 땐 어떤 선택이 필요할까? 깊숙이 불안해지는 밤을 어떻게 건너면 좋을까?

저자에 따르면 르네상스 3대 천재라고 불리는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도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힘든 순간이 있었다. 서로 다르지만 그들을 위대하게 만든 선택을 이 책에서 엿볼 수 있다. 강성의 아버지로부터 독립을 쟁취하려고 치열하게 다툰 모차르트와, 행복해지고 싶어 주어진 이름마저 버려버린 조르주 상드의 생생한 말에는 외부의 시선뿐 아니라 자기 안의 두려움을 걷어내는 과정이 담겼다. 피카소와 마네의 상반되는 인간관계 대처법부터 샤넬이나 모네가 창의력을 발휘한 비결 등을 만나며 재밌게 책장을 넘기다 보면 당당했던 그들의 삶에 힘입어 독자들 스스로에 대한 사랑에 도착하게 된다.



개인의 환경과 하는 일이 다른 독자들에게 더 가깝게 느껴지는 예술가들이 다르겠지만 독자는 커피콩 개수를 일일이 셀 만큼 가난했으나 스스로를 귀하게 여긴 베토벤, 75살이 되어 붓을 들었지만 국민화가가 된 모지스 할머니 등이 이야기가 가장 감동적으로 들린다. 이들에게는 가진 것이 특별했던 게 아니라 자신을 아끼는 마음이 특별했다. 다른 위인들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살면서 스스로 보잘것없게 느껴지는 순간을 수없이 마주하지만 자기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이에게 세상은 상처를 입힐 수 없다.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기분이 들 때도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별 같은 예술가들이 카페에서 만난 옆자리 친구가 되어주는 책 『나를 사랑하고 싶은 나에게』를 통해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조금 다르고 불완전한 모습마저 나만의 아름다움이자 삶의 힘으로 삼을 수 있다.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는 자존감, 일, 관계, 생각을 만드는 법, 나답고 싶은 당신에게 용기를 주는 특별한 조언이 책을 통해 찾아온다. 이 책 『나를 사랑하고 싶은 나에게』이다.

이 책을 사용하는 가장 좋은 활용법은 이들 예술가가 남긴 말이나 명언, 격언 등을 잘 익히고 메모해 두었다가 자신이 자꾸 세상살이에 힘들다고 느낄 때 떠올리거나 펼쳐본다면 분명 새로운 용기와 희망이 되어줄 것이다. 마침 책 편집자들은 중요하고 훌륭한 말들은 활자를 키워 독자가 다시 한 번 읽도록 배치해 놨다. 고마운 일이다. 빨리 읽다 놓칠 수 있는 부분을 놓치지 않고 되새겨 읽을 수 있도록 해준 배려가 고맙다.



돈을 벌지 못하는 일을 하면 다들 “돈도 안 되는 일을 왜 하냐?”며 핀잔을 준다. 하지만 돈 안 되는 일이 돈으로 살 수 없는 쓸모를 주기도 한다. 비비안이 유모로 집에 갇혀 있다시피 하다가 온 얼굴로 햇빛을 받고 머리카락 사이로 스치는 바람을 느끼고 거리의 사람들을 관찰하고 흥미로운 장면을 찍을 때 느낀 즐거움을, 돈도 안 되는 일이라며 그만하라고 다그칠 수 있을까?(p. 154)


술과 친구가 오래될수록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오랜 시간 상대의 단점들을 참아온 만큼 아픈 곳이 곪거나 곰팡이가 슬어서 전부를 버려야 할 때가 온다.

뭉크의 처신처럼, 안 되는 인연을 붙잡고 괴로워할 필요 없다. 인생의 모퉁이를 도는 순간, 오랜 친구와 내가 맞지 않는 점이 도드라지면 서로 가야 할 길이 갈라져야 한다. 오랜 친구를 옛 친구로 떠나보내면 나와 잘 맞는 새로운 친구가 나타나서 길동무가 된다.(p. 199)


“오늘은 아무것도 안 했어요. 나쁘지 않은데요?”

한창 작곡과 연주로 바쁜 와중에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는 모처럼 아무것도 안 하고 하루를 보냈는데 참 좋았다고 썼다. 별 대수롭지 않고 중요한 내용도 아닌데, 문득 이런 태도야말로 모차르트답다는 생각이 들었다.(p. 289)



저자 : 이동섭


예술작품으로 인문학을 사유하는 작가. 한양대학교 광고홍보학과 졸업 후, 파리로 유학을 갔다. 파리 제8대학 사진학과, 조형예술학부 석사(현대무용), 박사 준비과정(비디오아트), 박사(예술과 공연미학)를 마쳤다. 서울로 돌아와 「SBS 컬처클럽」과 「EBS 라디오 옆 미술관」을 비롯해 다수의 방송과 『한국일보』와 『한겨레』 등에 문화 칼럼을 연재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동국대학교와 성신여자대학교 등에서 문화와 예술을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를 융합하는 강의를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파리 미술관 역사로 걷다』 『새벽 1시 45분 나의 그림 산책』 『반 고흐 인생수업』 『파리 로망스』 『그림이 야옹야옹 고양이 미술사』 『도쿄 로망스』 『패션 코리아, 세계를 움직이다』 『당신에게 러브레터』 『뚱뚱해서 행복한 보테로』 『뮤지컬 토크 2.0』 『뮤지컬의 이해』 『나만의 파리』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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