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혼자라는 즐거움 - 나의 자발적 비대면 집콕 생활
정재혁 지음 / 파람북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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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일하고 저녁 퇴근 후에는 동료들이나 친구들과 식사를 하든지, 여흥을 위해 술을 한 잔 한다든지, 또 때로는 영화 관람이나 콘서트에 가는 등 우리의 일상은 평범했지만 아름다움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정을 나누고 사랑을 하며 좀 더 나은 내일을 기약하며 열심히 일에 매진한다. 일도, 여가도 혼자서 즐기기보다는 역시 함께 어울려 즐겨야 기쁨이 크다. 또 함께 어울려 나누는 정은 삶의 즐거움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이렇게 즐겁고 행복한 일상을 어느 날부터 우리 모두는 잃어버렸다. 가끔씩 ‘잠시 멈춤’을 하고 또 때에 따라서는 ‘거리 두기’가 방역의 기준이 돼 단계가 올랐다내렸다를 계속하며 제자리를 못 찾고 있다. 우리의 올 한 해 일상은 그렇게 잃어버렸다. 내년을 기약하지만 언제쯤일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잠시 멈춤과 거리 두기가 계속된다면 우리의 생활 양상이 송두리째 바뀔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비대면이 일상화 되고, 거의 모든 문제를 서서히 혼자 하게 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앞당겨진다는 것이다. 4차산업 혁명이라 해서 컴퓨터, 인공지능, 자율주행 등의 편리한 점만 알고 있는 독자로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필수적으로 비대면 시대라는 말에 두려움도 느낀다. 아날로그 감성을 갖고 최첨단의 디지털 문화에 공감하고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우려다. 그래도 코로나 팬데믹 상황만 종료된다면 예전의 일상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은 버리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든다면 그때 가서 맞춰 살면 되니까. 그것이 삶이니까. 마스크를 사기 위해 요일별로 줄을 서다 지금은 그런 일은 없지 않은가. 이미 변해버린 지구 환경 속에서 계속 당황하고 우울해할 수만은 없는 일이니. 다가올 걱정보다는 현재의 문제를 극복하는 게 먼저니까.

 

 

COVID-19로 '집콕'이란 말이 널리 퍼졌다. 이번 팬데믹으로 처음 나온 신조어는 아니지만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게 코로나 때문이다. 방역을 위해 가급적 외출을 삼가라는 방역당국의 지침에 따라 집안에 들어앉아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생업도 학업도 불가피하지만 될 수 있는 대로 사람들의 모임이나 집합을 꺼리다보니 자연히 집밖에는 갈 데도 없고, 갈 수도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비자발적 칩거이다.

'집콕'이란 한때 유행했던 '방콕'에 이은 신조어로 컴퓨터 인터넷 등에서 자주 쓰이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게 된 말이다. 원래 우리 선조들이 쓰던 '두문불출(杜門不出)'이란 말도, 칩거(蟄居)란 말도 모두 한자어로 요즘 말로 하면 자발적 집콕인 셈이다. 두문불출이란 말이 잘 쓰이지 않은 이유는 요즘 우리가 하는 집콕과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자발적인 뜻은 같지만 말의 어원이 정치적인 뜻을 담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이성계가 역성혁명을 일으킨 뒤 1392년 7월 16일에 공양왕의 선위 형식을 빌려 조선 국왕에 즉위하자 고려의 유신 72인이 끝까지 고려에 충성을 다하고 지조를 지키기 위하여 이른바 부조현(不朝峴)이라는 고개에서 조복을 벗어던지고 이곳에 들어와 새 왕조에 출사하지 않았다. 이때 조선 왕조는 두문동을 포위하고 고려 충신 72인을 불살라 죽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칩거나 은둔도 자발적이긴 하나 정치적 의미보다는 사회로부터의 피난이라는 점에서 조금 다른 듯하다.

 

 

이 용어들의 뜻을 굳이 말하는 것은 이 책 『때로는 혼자라는 즐거움』의 저자 정재혁이 '능동적' '자발적' 집콕을 말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미 5년 전부터 능동적으로 비대면 집콕 생활을 실천해 왔다고 한다. 저자는 그만의 노하우로 ‘혼자’의 시간을 즐기는 법에 대해 차분히 귀띔한다. 일반인들은 집에만 있는 시간이 괴로운데 저자는 자신이 실천해보니 꼭 괴로운 것만은 아니다라는 점을 이 책에서 피력하기 때문이다. '비대면'도 사회적 용어이지 우리가 자주 쓰는 말이 아니다. 사람간 접촉이 가장 큰 전염 원인이기 때문에 사람간 접촉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의 방법은 비접촉이고 비대면이다. 저자의 비대면 실천은 능동적, 자발적이지 코로나로 인한 비자발적 집콕이 아니기 때문에 상황이 다를지 모른다. 그러나 어차피 비대면이 한시적으로 가장 좋은 방역 활동 실천 방법이니 '집콕' 선배인 저자의 말은 일상이 예전대로 돌아가기 전에는 유용할 수 있으니 경청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저자의 집콕 생활 중 하나인 동네 산책과 빵 만들기, 반려견과의 놀이, 해시태그를 통해 온라인상으로 즐길거리 찾기 등 다소 사소한 실천들이지만, 약간의 주의와 관찰만 곁들인다면 제법 새로운 모험과 도전, 어깨가 들썩이는 항해와 발견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봄이 아닌 코로나가 찾아왔던 지난 봄. 하는 수 없이 집에 머무는 시절은 일상에 해시태그를 달았다. 만남이 제한된 시대가 되어버렸지만, 21세기 우리는 와이파이 망 안에도 살고 있다. #를 붙여가며 별 탈 없이 어제와 오늘이 지속된다. 집에서 라이브, 집에서 영화, 집에서 스포츠, 심지어 술자리…. 디지털, 웹의 역사도 반 세기를 향하고 있으니 니름의 역사가 쌓일 만도 하다. 사람은 참 뭘 하지 못해 안달난 존재다. 얼마 전 어느 기사에서 일본의 SF 소설가 오가와 사토시는 “코로나는 인류 최대의 즐거움 중 하나인 ‘집회’를 앗아가버렸다”고 성을 냈는데, 지금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오히려 #을 통해 시공간을 넘나드는 만남으로 가득하다. 나조차 #에 접속해 라이브 공연을 보고, 영화를 감상하고, 심지어 몇달 전에는 처음으로 랜선 인터뷰까지 했으니, 인간은 웬만해선 어떤 상황에서든 무언가를 하려는 동물인지도 모르겠다. 정전이 되면 우린 오래전부터 촛불을 찾곤 했다.(p. 51~52)

 

 

저자는 서서히 얘기를 풀어간다. 자신의 집콕 생활이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현재 일상의 멈춤과 거리 두기를 하는 독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말을 주기 위해서다. 또 그 희망의 메시지에는 슬기로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있을지 모른다. 독자도 이 책을 열심히 읽게 된 이유 중의 하나이다.

"‘멈춤’은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는 것이지만, 결코 물러서는 걸음이 아니었다."

많은 뜻을 내포한 이 한줄의 문장에서 어느새 저자는 코로나 탓에 갑작스러운 거리 두기 일상을 보내느라 골머리를 앓는 이들에게 슬며시 자신이 먼저 겪어 익숙한 ‘비대면 집콕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꺼낸다. ‘멈춤’을 통해 알게 된 고마운 일상과 의미들에 관해. 에세이 『때로는 혼자라는 즐거움』은 언제나 가족과 연인, 그리고 떠들썩한 모임을 찾게 마련인 우리에게 혼자 지내는 것이 전혀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즐거울 수 있다고 귀띔한다. 홈트레이닝과 랜선 술자리, 홈터파크 등의 트렌드는 일시적 위안일 뿐이다. 독자로서는 도무지 재미 있거나 즐겁지 않을 것 같은데 저자로서는 나쁘지 않나보다. 저자도 역시 ‘멈춤’이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외로웠으며, 두려움을 느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혼자 겪고 느끼고 관찰해서 깨달았던 저자의 일상은 답답하기만 한 코로나 시절을 힘겹게 통과하는 우리에게 반가운 힌트를 줄 것으로 믿는다.

 

 

"'오프'라는 말을 좋아한다. 치장을 하지 않는, 남을 의식하지 않는, 자랑하지 않아도 기죽지 않는 수더분한 오프의 시간을 좋아한다. 오프라는 말은 요즘 유행하는 아날로그의 오프이기도 하지만 그 말이 유행되려 할 때 한 발짝 뒤로 물러서는 '자리'로서의 오프를 좋아한다. 벌써 5년째 집에서만 생활하고 있지만, 내게 그런 오프의 시간은 좀처럼 흐르지 않았다. 오늘도 종일 집, 그리고 아파트 단지 안만 어슬렁거렸지만 오프의 시간은 흐르지 않았다. 오프라는 건 내게 '온' 바로 옆자리 - 너와 그들의 곁, 그리고 세상과 나 사이에 작동하는 말이었다.

집에만 틀어박혀 보내는 일상에 그런 스위치는 애초 성립할 리 없다. 매일이 무언가를 하기 위함이어떤 애씀의 시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바보 같은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무게, 그렇게 '온'을 갈망했던 날들에 '오프'는오히려 그들을 다시 만나는 일이었따. 그곳을 다시 찾는 오후였고, 그 지긋지긋했던 마감 언저리의 일상을 다시 서성이는 것이었다. 그렇게 바보 같은 걸음으로 5년여. 나는 스위치를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p. 20~21)

 

 

저자는 이 책에 담긴 에피소드 31편을 통해 ‘마주 오는 누군가를 피해 걷고, 주위 인기척에 신경을 곤두세우’던 자신이 직장 생활을 했던 때는 알 수 없었던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변화와 성장을 덤덤하게 드러내고 있다. 어쩌면 내 가까운 이웃일 수도 있는 그의 고백이 여전히 코로나 시절을 감당해내야 하는 우리에게 뜻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책에는 《바자》와 《싱글즈》 등 여러 잡지에 게재되었던 저자의 흥미로운 칼럼들도 함께 실었다. 표지 그림은 에드워드 호퍼의 《ROOM BY SAE》로, 저자의 기호와 책 내용을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이미지다.

 

 

저자 : 정재혁

 

저자는 5년 전 뜻밖의 병원 신세를 지면서 직장을 관두고 집에 머물러야 했다. 치료를 반복하며 가족의 보호를 받아야 했던 순간에는 당혹스럽고 열패감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그대로 멈춰 지낼 수만은 없었다. 불가능할 줄 알았건만 다시 크고 작은 매체에 글을 쓰고, 낯설기만 했던 동네 산책에 나서고, 제빵 기술을 배우거나 해시태그의 도움을 얻어 온라인 공연 관람에 심취하기도 하면서 그는 서서히 혼자만의 일상을 만끽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볼 기회도 얻었다. SNS를 통해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했는가 하면 《미스터 트롯》에 심취한 어머니와 서먹했던 이웃의 존재까지 마음에 담을 수 있었다.

성균관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영화 전문지 《씨네21》, 여행지 《AB-ROAD》, 남성지 《GEEK》, 패션지 《VOGUE KOREA》 등에서 기자로 10여 년간 근무했다. 그 후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 통신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2017년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 'PUBLY’에서 ‘팔리는 기획을 배운다’, ‘쓰는 시대의 도래’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발행했고, 부산국제영화제에 게스트 통역 업무, 교통방송 DMB 채널에서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일본어 프로그램 레귤러 패널과 일본문화원 리포터 경력이 있다. 저서로 《도쿄의 시간 기록자들》이 있으며, 《일주일은 금요일부터 시작하라》를 번역했다. 현재는 문화와 사회 전반에 관한 사사로운 글을 쓰면서 정기 혹은 비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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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한 이야기
평범한 사람들 지음 / 선한이웃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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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부터 시작된 COVID-19 사태로 우리는 평범한 일상을 잃어버린 채 한 해를 넘기고 있다. 그리고 이 상황이 종식될 때까지 예전 일상은 추억으로 가슴에 묻힌 채 그리워하고 있다. 이 사태가 있기 전 몰랐던 평범한 일상들의 소중함. 서로 담소를 나누고 위로와 사랑을 나누었던 시간 모두 그립고 그런 추억을 함께한 사람들이 고맙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온라인 세상을 들여다보면 각종 매체 속에 그리고 각종 커뮤니티 속에 타인을 향한 비방과 분노가 가득 차 있는 것을 본다. 그리고 세상에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 많은 지 깨닫지 못한 채 자신 몫 챙기기에 바쁘다.

비난과 분노가 세상에 가득 차면 얼마나 살기 힘들지 알지 못한 채 분노에는 더 큰 분노를, 비난에는 상상을 초월한 비방이 난무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직 우리가 사는 세상은 따뜻한 이웃들, 선한 이웃들이 많다. 그렇지 않다면 이 세상은 벌써 아귀다툼과 서로의 이익만 탐하는 전쟁터로 변했을 테니까. 큰 범죄만 주로 다루는 매스컴과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것을 즐기려는 일부 사람들의 욕망만을 좇아 세상이 움직인다면 결코 보이지 않을 작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듣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닌데 미처 관심을 갖지 못해 모르고 있을 뿐이다. 바로 우리 이웃 이야기, 선한 이웃 이야기는 찾아보면 너무 많다. 바로 내 이웃이고 선한 이웃의 이야기다. 이 책 『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한 이야기』는 그런 선한 이웃이 있음을 알리기 위해 기획하여 출간된 책이다.

 

 

이 책은 ‘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한 이야기’ 주제로 공모전을 통하여 선정된 이야기를 모아 출간했다. 출판사에 따르면 세상이 점점 메말라 가고 서로에 대한 불신과 비난이 많아지는 현 시대지만 또한 많은 이들이 위로가 필요한 시대이기에 평범한 일상에서 오는 가슴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려는 데 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아직 우리 사회가 각박한 세상이 아닌 평범하지만 따뜻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사회라는 것을 알림과 동시에 우리 일상의 소중함과 감사들이 차고 넘쳐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출판사는 약 3주간의 기간에 걸쳐 실시한 결과 다양한 사람들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총 170편이 모아졌고 우선 9편을 선정했다. 모든 글이 훌륭하고 귀한 내용이지만 한정된 글만 책으로 묶어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아쉽다는 게 출판사 측이 말이다. 그러나 출판사 측은 채택된 글들이 채택되지 않은 귀한 글들의 감동을 대변해주리라 기대한다고 밝힌다.

 

 

책에 수록된 총 9편의 글 하나하나가 참으로 귀하고 감동적이다. 위로가 필요하고 주변 이웃들의 사랑이 필요한 사람에게 귀한 감동을 줄 것이라고 독자는 확신한다. 또한, 우리 선행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우리 사회가 선하다는 점을 알리는 일에 동참하기 위하여 이 책의 이익금은 모두 미혼모를 위하여 사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감동을 더하는 이야기다. 미혼모의 삶은 힘들지만, 이들의 아이를 향한 헌신과 희생, 사랑은 주는 사람들의 뜻은 모두 귀하다. 한 생명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은 삶, 그분들의 귀하고 소중한 삶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읽는다면 훨씬 큰 감동을 느끼리라 믿는다. 세상이 점점 메말라 가고 서로에 대한 불신과 비난이 많아지는 시대에 평범한 일상에서 오는 가슴 따뜻한 메시지로 큰 울림을 준다. 특히 코로나로 2020년은 어느해보다 힘든 시절이었다. 이럴 때일수록 이런 위로와 감동, 공감, 용기의 글들이 세상에 필요하다. 이 책의 발간 취지에 독자도 적극 공감하고 응원한다. 개인적으로는 따뜻한 이야기를 읽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세상을 사는 지혜와 조언이 되기도 했다. 성탄절과 연말, 새해에 읽기 딱 좋은 책이다.

아름답고 여유로운 삶이란 자신의 것을 타인과 나눌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새삼 깨닫게 된다. 누군가의 나눔이 어디선가는 생명을 살리는 힘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인생을 힘내서 살아가야 할 이유가 되기도 한다. 세상에 이보다 아름다운 일이 어디 있을까.

 

 

한 선교사의 '사랑이라는 믿음 하나로' 제목으로 쓴 글이 인상적이다. 이국 땅에서 본인이 받은 사랑을 몸소 실천하신 분의 이야기다. 처음 읽을 때는 무언가 알 수 없는 메세지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다 읽고 나서 여운과 울림, 감동이 컸다. 인도에서 젊은 나이에 자신을 위한 모든 것이 구축된 한국생활을 청산하고 빈민가에 있는 인도 아이들에게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고 자진해서 간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터. 현재 COVID-19 상황에서 이방인의 삶만으로도 쉽지 않을 텐데 묵묵하게 인도의 가난한 아이들에게 헌신하고 삶을 희생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마터 테레사 수녀를 떠올리게 한다. 가슴이 먹먹해지고 존경과 감사의 마음도 일어난다.

 

떠난 이유는 단 하나. 사랑 때문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사랑하는 누군가를 떠나와야 했던 이 마음을 누가 알 수 있으리요..글서 ‘사랑’이라는 믿음 하나로 오늘도 나는 인도 땅에서 살아가고 있다. 코로나-19 상황 가운데 사랑...지금이 바로 ‘사랑’이 필요할 시기가 아닐까...(p. 37)

 

나의 단 한번 뿐인 인생의 한순간만이라도 사랑이 필요한 곳에서 함께 울고 함께 사랑을 나누게 되었다. 그 ‘사랑’을 전하면 전할수록 그 사랑이 더해지고 내 삶에 기쁨·평안·소망으로 가득차게 되었다. 나는 평범한 일상속에서 사랑으로 믿음을...믿음으로 사랑을...표현하고 고백하게 되었다.(p. 39)

 

 

또 '층간소음 극복기'를 쓴 짧은 글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이다.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층간 소음이 발생하면 서로 이해하기보다는 불평 불만이 생기고 잦은 다툼도 일어나기 마련이다. 심한 경우 분노를 참지 못해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지르기도 한다. 뉴스에서 자주 나오는 일들이 그것이다. 이 분의 글을 읽으면서 층간소음을 극복하는 데는 이웃에 대한 이해가 필요함을 알게 된다.

결벽증이 있는 분이 퇴근하고 집에 가면 늦은 시간에 청소를 함에 따라 아래층 사람과 다툼이 생겼다. 당연히 아래층과 심한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인데 이 분은 본인의 질병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사과하면서 아래층 사람과의 다툼과 갈등을 해소하는 간단한 일이지만 실제 상황이라면 쉽지 않은 일이다. 이 극복 과정도 서로의 단점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해결책 등을 논의하면 간단하게 해소될 문제가 상상 이외의 큰 문제로 번지는 일을 막기에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갈등을 해결하면 쉽게 풀릴 일이라는 교훈을 주기도 한다.

 

층간 소음으로 이웃 간에 싸움이 벌어지고 그 관계는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은 나의 큰 착각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웃 간의 대화와 이해라는 것을 말이다. 대화하고 서로를 이해하니, 관계는 금방 회복됐다.(p. 96)

 

 

크리스찬은 아니지만 '자신을 사랑하듯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도 생각나고, 남을 도울 때 아무 도움을 바라지 말라는 부처님 말씀도 생각난다. 우리는 그런 이웃과 함께 살고 있다. 그런 세상에 살고 있어 행복하다. 9편의 글에서 받은 감동은 에필로그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일.

그리고 우리의 이웃을 사랑하는 일.

 

 

한 번뿐인 인생.

우리 주변의 이웃을 사랑하고 섬기면

우리의 인생은 후회가 없을 것 같습니다.

 

 

내 이웃.

우리의 가족.

 

 

조금만 더 이해하고,

조금만 더 희생하고,

조금만 더 배려하고,

조금만 더 인내하면

우리로 인하여 우리 주변이 참 좋은 사람들로 가득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 일에 우선 저부터 먼저 실천하겠습니다.

이웃을 사랑하는 일에 절대 소홀히 않으며 내일로 미루지 않겠습니다.

사랑당신이 있어 오늘 하루도 참 행복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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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드 - 깊고 단단한 삶을 위한 방법
이솜 지음 / SISO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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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퍼인드』를 대하며 독자의 머릿속에는 우울증의 원인을 찾고 치유를 위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프랑스 파리의 정신과 의사 꾸뻬 씨가 전하는 특별한 행복론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이다. 현대인의 우울한 마음의 원인을 진단하는 책들을 펴내며 작가로서도 명성을 얻고 있던 정신과 전문의 프랑수아 를로르가 환자들을 진료하며 얻은 경험과 생각들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물질적인 풍요보다 정신적인 만족이 행복의 기준이 되어가는 시대, 복잡한 현대인의 심리의 핵심을 짚어보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마음을 움직인다.

성공한 정신과 의사 꾸뻬 씨. 그의 진료실은 언제나 많은 것을 갖고 있으면서도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여기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어느 날, 꾸뻬 씨는 자신 역시 행복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린다. 마음의 병을 안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그 어떤 치료로도 진정한 행복에 이르게 할 수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마침내 꾸뻬 씨는 진료실 문을 닫고 여행을 떠난다. 그는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무엇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불행하게 만드는지 ‘행복의 비밀’을 찾아 나선다. 어느덧 그의 수첩엔 행복의 비밀들이 하나둘 쌓이기 시작한다.

이후 꾸뻬 씨는 '인생' '우정' '시간' '사랑' 여행을 떠난다. 물론 행복 여행이 대단한 인기를 얻고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며 작가 프랑수아 를로르가 연작 형식으로 쓴 소설들이다.

 

 

『퍼인드』의 주인공 정식은 특출난 재능도 없고, 공부에 뛰어난 머리도 없으며, 재력도 없는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난 스물일곱 청년이다. 정식은 주변 친구들과 달리 취업도 하지 못한 채 의욕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꿈속에서 한 노인을 만난다. 삶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 차 있던 정식에게 노인은 인생의 방향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라며 마음가짐을 바꾸고 1년만 버텨보면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잠에서 깬 정식은 노인의 말대로 스스로 자아상을 그리기 시작하고, 크고 작은 일들을 겪으며 그의 인생은 점점 바뀌어가는데…. 1년 후 정식은 노인의 말대로 달라져 있을까?

『퍼인드』는 삶 앞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든 것이 막막한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나은 삶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제시해주는 책이다. 저자는 쉽고 지루하지 않게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전형적인 자기계발서에서 벗어나 소설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주인공 정식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보면, 스스로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성장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또한 삶을 경영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마음가짐을 책 속 ‘MIND UP’ 부분을 통해 고지시켜준다.

 

 

누구나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살면서 힘든 순간을 마주한다. 그러면 방향을 잃은 아이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삶의 한복판에 우두커니 멈춰 서게 될지도 모른다. 또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이유 없이 불안과 우울감으로 하루를 무기력하게 보내거나 부정적 감정에 휩싸여 매일매일을 괴로움 속에 빠져 지내기도 한다. 그럴 때 나를 일으킬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 방법을 잘 알지 못한다.

이 책에서 다소 냉소적이지만 삶의 벽 앞에 무기력하게 지쳐 있는 정식은 현대인의 모습과 닮아 있다. 하루 종일 뭘 해야 할지 몰라 집 안에 박혀 있으면서도, 언젠가 자신의 목표를 찾아내 달라질 모습을 기대하기도 한다. 이러한 정식의 모습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 보았을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삶의 방향을 바꿔 나아갈 수 있을까.

 

 

저자는 ‘나는 안 돼’ ‘나는 이것밖에 되지 않는 사람이야’라며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행동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며, 오히려 ‘어렵더라도 도전해볼까’ ‘그래도 한번 해보는 게 좋겠지?’라고 마음먹는다면 조금은 긍정적으로 상황을 바라보게 될 것이라 말한다. 그러면서 ‘없다’가 아닌 무엇이든 ‘있는’ 삶으로, 나만의 성장 가치를 찾아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알려준다.

위기에 빠진 사람일수록 기댈 무언가가 필요하다. 저자가 책을 쓴 계기 역시 자신이 경험한 실패와 극복의 과정을 나와 비슷한 누군가에게 전해주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작은 것을 ‘감사’하는 태도로 받아들이고, 가진 것에 만족하며, 순간순간의 고비를 극복한다면, 비로소 깊고 단단한 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꾸뻬 씨의 행복 여행』처럼 정식은 '나'를 찾는 데 성공하고 독자들은 희망을 선물 받을 것이다. 독자들은 또 이 책에 나오는 기억해야 할 여러 문장을 필사해가며 꼼꼼이 읽는다면 살아가면서 부닥치는 각종 어려움과 난관 극복의 희망 메시지로 활용할 수도 있고, 행동이 뒤따른다면 분명 한 뼘씩이라도 성장을 거듭하며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만들어 나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독자는 믿는다.

 

 

독자가 자기계발서나 에세이, 심리치유서를 읽으면서 각 내용이나 기술 방법 등은 다르지만 모든 책에 깃들어 있는 정신이 있다. 그것은 '감정의 순화'이다. 독자가 임의로 붙인 말이어서 적절할지 모르지만 긍정적 감정 중 최소한 하나 이상은 분명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면 '감사'의 마음을 얘기하는 책이 많다. '감사하라'는 말은 성경에도 나온다고 한다. 아마 '작은 일' '모든 일'에 감사하라는 뜻인 것 같다.

감사하는 마음이 늘 머릿속에 크게 자리하고 있으면 사람을 대할 때 배려의 마음이 따라오고, 친절의 마음도 뒤따른다. 이렇게 감정은 습관처럼 붙어다닌다. 긍정적 감정은 긍정적 마음끼리, 부정적 감정은 부정적 마음끼리. 이렇게 살아간다면 매우 풍요롭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독자는 믿는다. 이 책에 나오는 말 중 기억에 남기거나 필사해 둘 필요가 있는 말을 몇 개 뽑아 적어본다. 저자가 책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의 일부이다.

 

* 인생의 방향은 스스로 결정한다.

* 상황은, 상황 그 자체가 아니라 '해석'이 만든다. 상황을 바꾸는 힘은 언제나 현재에 있다.

* 감사는 능동적으로 하라. 내 시선을 부정에서 긍정으로 옮겨놓을 수 있다.

* 승자효과를 기억하라. 이기는 경험은 계속 이기게 하는 심리적 효과가 크다.

* 돈은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특권과 같다.

* 신념이 무서운 이유는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세포 하나하나에 새겨져서 그 사실을 알아차렸을 땐 그것이 원래 내 것이였던 것 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 나의 모든 것들을 기록으로 남긴다. 우선은 공부하면서 정리한 내용들을 쉽게 나눌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을 마련한다.

내가 아는 것과 경험한 것, 내 안의 모든 것과 세상을 컬래버레이션한다.

 

 

저자 : 이솜

 

열등감과 불만으로 가득한 ‘말 많은 보통 아이’로 자랐다. 20대 중반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우연히 접한 글쓰기에 재미를 느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몇 년 동안 소설 공모전에 응시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한동안 방황하다가 그럼에도 쓰는 게 좋아서, 방향을 바꿔 에세이를 썼고 작가가 되었다. 진짜 꿈은 좌절로 인해 버려지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금 꿈을 찾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한다. 버려진 통에서 건져내어 품에 안는 순간, 꿈은 새롭게 재탄생된다. 수년간의 실패 덕분에 소설형 자기계발서인 이 책에 도전할 수 있었다.

 

헛짓은 없으며 오직 해석만 있다고 믿는 사람

실패도 언젠가 재활용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

실패의 기억이 새로운 기록이 될 때까지 하는 사람

완벽하지는 않지만, 부지런히 오늘도 쓰는 사람

인스타그램 @happysom0.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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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대혼돈
슬라보예 지젝 지음, 강우성 옮김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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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대혼돈』은 이 책의 제목이자 중국의 마오쩌둥의 지혜에서 따온 말이라고 한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대학 다닐 때 군사정권이 금서로 지정한 것을 몰래 읽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 같아 저으기 망설였다. 그때는 두려움이었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하여 두려움보다는 '생각의 혼란'이 줄 사고 체계의 붕괴가 걱정된 것이다. 만일 마오쩌둥의 지혜라면 마땅히 공산주의 이론일 것이고, 그가 중국을 통일하고 옛날 '황제'처럼 군림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독자의 생각은 부정적인 게 많다. 문화대혁명도 그런 부정적 인식을 가중시켰다. 등소평이 자본주의 경제를 일부 도입하는 이른바 '흑묘백묘론'에 의한 개방정책이 아니었다면 중국은 지금 최빈국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라는 독자의 선입견이다. 그런데 이 제목의 단어가 마오쩌둥의 지혜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알았을 때 망설임이 없을 수 없었다. 책을 읽기 전에 조금 사전 공부를 해야만 했다.

세게백과사전이나 역사대백과사전, 철학대사전, 서양사상사대백과 등 사전을 찾아봐서는 '천하대혼돈'이란 부문은 찾을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이 책을 번역한 옮긴이의 말을 읽어봤다. 다행히 대략의 의미를 알 수 있게 풀어쓴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천하대혼돈』은 지젝이 여러 언론 매제에 기고한 짧은 글들을 묶은 책이다. 그 가운데는 트럼프의 정치 행보에 관련된 내용도 다수 섞여 있다. (중략) 사실 이 책의 제목이 된 '천하대혼돈'도 이런 바탕에서 나왔다. 이 표현은 세계를 끊임없는 모순의 충돌로 이해한 마오쩌둥의 사상을 응집한 것이기도 하다. 정서와 안정은 정치의 소멸을, 대혼돈은 정치의 출현을 의미한다. 지젝은 트럼프의 출현이 미국의 위기에서 기인한 것이고, 이 위기는 정치의 귀환을 불러올 것이라고 예견했던 것이다. 2020년 미국의 대선은 이런 예견에서 크게 벗어나 보이지 않는다. 다만 민주당은 2020년에도 역시 샌더스를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근본적인 변화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데 성공하고 말았다. 이 책에서 지젝이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정치의 귀환이자 또한 정치적 주체의 호명이다."

어렴풋이나마 제목의 배경에 대해 조금 설명을 들은 탓인지 책의 성격이나 저자의 성향, 출판의 이유 등에 대해 짐작이 간다. 다만 독자의 정치나 세계 문제에 대한 지식이 짧아 그의 의견을 잘 수용할 수 있을지, 또 부족한 면이 있는지 지적하는 일은 기대하기 어렵다. 일단은 충분히 경청하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책장을 넘긴다.

 

 

책에 따르면 지젝의 정치학은 국가간 체제를 근간으로 하는 전 지구적 자본주의의 해체이다. 지난 세대까지 세계를 지탱해온 ‘자유주의적 민주주의’라는 지향점은 현재에 이르러 힘을 잃었다. 권위주의를 전복하고 자유 민주주의 수호라는 목표를 이룬 여러 저항이 마주한 것은 되풀이되는 실업, 가난, 사회 부패 등 자본의 실재였다. 위기의 근원은 우리 체제 자체에 내재하기에 현재 나타나는 좌파의 저항 정치학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는 현존하는 시스템을 보완하는 것으로는 인류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의회 민주주의로는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없고, 단순히 한 정치 정당이 더 많은 투표를 얻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게다가 전 지구적 자본주의와 그 정치경제학은 구조적으로 급진적 정치의 가능성을 봉쇄하고, 기후 위기론을 경제 논리로 바꾸는 식의 환상을 재생산하며 트럼프와 같은 포퓰리즘의 망령을 불러낸다. 지구가열에서 난민에 이르기까지, 디지털화한 통제에서 유전공학적 조작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당면한 도전은 전 지구적 재조직화를 요청하고 있다.

그러므로 지젝이 레닌의 오래된 질문으로 돌아가, 무엇을 할 것인가 다시 묻고, 천하대혼돈은 곧 기회라고 본 마오쩌둥의 오래된 지혜를 되새기며, 자본주의국가의 철폐를 꿈꾼 마르크스의 슬로건으로 돌아가자고 외치는 것은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다.

 

 

이러한 지젝의 지향점은 개인의 욕망부터 체제 변환에 이르는 총체적 대안의 정치학을 프로그램하고 다양한 저항 세력을 아우를 정치 지도자에 대한 요청으로 구체화한다. 문제는 대중의 눈먼 욕망이 아니라 경험의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정치력의 창조 여부다. 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5부 ‘대혼돈을 넘어’에서 지젝은 정치의 대혼돈이 어떤 방식으로 기존 질서를 파괴하고, 새로운 정치적 주체를 불러올 수 있는지 탐색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다루는 주제는 매우 광범위하다. 인종차별, 공산주의, 자본주의, 기후문제 등 총 5장에 걸쳐 다양한 주제를 다룬 후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행동하게 만든다.

『천하대혼돈』에서 다루는 주제는 현대정치와 문화 현상 가운데 이민, 반유대주의, 미국과 유럽의 정치 현안, 중국 문제, 기후 위기, 사회주의 등 지구촌 이슈를 총망라한다. 1부에서는 평화적 공존이라는 미명 아래 ‘자본’이라는 실재만 건드리지 않는다면 무엇이든 허용하는 새로운 세계 질서의 허위에 관해, 2부에서는 각종 허위 대립을 일으켜 현대정치를 혼란하게 하는 포퓰리즘이라는 유령을, 3부에서는 정치구조는 물론 무의식 세계까지 파고들기 시작한 ‘디지털 정치학’을, 4부에서는 문화와 권력이라는 불가분의 관계와 인간 심리의 심층을 다루며, 5부에서는 대혼돈을 넘어설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한다. 글의 작성 시점은 2018년도 하반기에 집중되어 있지만, 거대한 변화 속 현 상황을 진단하는 지젝의 성찰의 지도를 파악하고 그의 지적 성실성을 엿보는 데 큰 의미가 있다.

 

1부 새로운 세계 질서

2부 현대정치와 포퓰리즘

3부 디지털 정치학

4부 문화와 권력

5부 대혼돈을 넘어

 

 

지젝은 우리 시대의 숱한 논쟁에 개입해 자기주장을 거침없이 내놓는 논쟁적 인물이다. 그가 펼치는 비판은 이념의 좌우를 가리지 않고 때로 ‘상식’도 거스르며 분야를 넘나든다. 그래서 논란에 휩싸이기도 하고 자주 구설에도 오르내린다. 하지만 그는 한때의 위로나 미봉책을 제시하는 철학자가 아니다. 슬로베니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등 현실정치에 도전한 적도 있었던 특이한 이력도 있다. 그는 영화를 비롯한 대중문화, 현실 정치 등에 대한 분석 역시 왕성하게 하고 있으며 주목할 만한 인사이트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 책 『천하대혼돈』은 지젝의 기고문들을 경희대 이택광 교수의 제안으로 한국에서 처음 출간하는 책이라고 한다. 미국 패권중심에서 탈 양극화되는 세계질서, 우파 포퓰리즘의 창궐, 디지털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급속하게 퍼지고 있는 가짜뉴스, 문화 권력, 기후 변화 등 세상을 어지럽게 만드는 대혼돈.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소재는 매우 다양하고 거대담론이다.

 

 

지젝은 이러한 대혼돈이 기존 질서를 넘어서 새로운 질서와 정치적 테마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옳다 그르다의 판단을 구하는 것이 아니고, 독자는 그것을 판단할 식견을 갖추지 못해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는 입장에서 서평을 이어나간다. 저자가 담론화하는 이슈나 어젠더에 대해서는 거의 동의하지만 저자의 견해가 담긴 글에서는 일부 저항감도 느낀다는 사실만 미리 밝힌다. 현재 전 지구적인 위기(기후, 차별, 경제, 감염병 등)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그 기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읽고 배우기에 주저함이 없다.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로 생각을 집중시켜야 한다고 느낀다.

 

 

한 가지 더 좋았던 점은 전 세계 인류의 거대담론이기 때문에 굉장히 어렵고 복잡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쉬운 말로 설명해 이해가 쉬웠다. 아마 저자의 글쓰기 능력도 이 책을 읽기에 한몫을 해주리라 믿는다. 그의 다른 책을 읽어보질 못해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이 책을 읽고 소화하기에는 굉장히 훌륭한 글쓰기 실력이라는 점도 느껴질 정도로 논리도 정연하다. 이와 함께 하나의 내용을 다루는 분량은 대략 10페이지 이내여서 독자로서는 이해하기가 훨씬 쉬웠다.

"인류의 생존을 위한 근본적인 변화는 우리 삶이 평소처럼 흘러가지 않을 것이라는 점과 우리 내면조차 바꿔야 한다는 점을 인정할 때만 가능하며 이러한 상황에서 『천하대혼돈』을 통해 우리가 선 자리를 먼저 되짚는 통찰을 제공했다."는 판단을 내리는 데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모두가 인류의 위기를 말한다. 또 누군가는 현대 문명의 종말을 예언한다. 하지만 우리는 정작 위기의 정확한 정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기후변화, 제4차산업혁명 같은 단어는 이미 위험성이 제거된 관용구가 되어버렸고,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도 인류가 비상사태에 돌입했다는 사실을 애써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가 현재 마주한 위기는 시시각각 모습을 바꾸고 다면적인 원인에서 비롯했기에 해결책은 고사하고 그 실상을 파악하기조차 쉽지 않다. 『천하대혼돈』은 오늘 인류가 마주한 전 지구적인 혼란의 양상을 풀어낸 슬라보예 지젝의 칼럼집이며, 원저 없이 한국에서 처음 출간되는 지젝의 신작이다. 대여섯 쪽으로 이뤄진 서로 다른 주제의 글들이지만, 조각을 맞추어 퍼즐을 완성하듯 세계의 여러 양상을 연결해 위기의 전체상을 그려낸다. 각 글은 지젝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과 날 선 통찰을 품고 있으며, 마치 창문을 깨고 날아드는 벽돌처럼 우리를 깨우고 당장의 변화를 촉구한다.

 

 

저자 : 슬라보예 지젝

 

현대철학에서 가장 논쟁적인 인물이자,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사상가로 꼽힌다.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에서 태어나 류블랴나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 파리제8대학교에서 정신분석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컬럼비아대학교, 프린스턴대학교, 파리제8대학교, 런던대학교 등 세계 주요 대학교에서 강의했고, 경희대학교 석학교수 EMINENT SCHOLAR로 재직 중에 3,500여 명의 청중이 참여한 ‘경희대 석학초청특강’에서 강연하기도 했다.

지젝은 급진적 정치이론, 정신분석학, 현대철학에서의 독창적인 통찰을 바탕으로 인문학, 사회과학, 예술, 대중문화를 자유롭게 꿰어내며 전방위적 지평의 사유를 전개하는 독보적인 철학자다. 강렬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존재감과 그와 대비되는 독특한 유머 감각 때문에 언론에서는 그를 ‘문화이론의 엘비스 프레슬리’ ‘지적인 록스타’라고 부르기도 한다. 스스로는 ‘정통 라캉주의적 스탈린주의자’ ‘마르크스주의자’ ‘공산주의자’라고 칭하며, 여전히 ‘혁명’의 불씨를 품고 그 현실화를 위해 노력한다. 첫 책인 《이데올로기의 숭고한 대상》을 시작으로 《처음에는 비극으로, 다음에는 희극으로》 《실재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용기의 정치학》 《팬데믹 패닉》 등을 펴냈으며, 실천적 이론가로서 왕성한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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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숙제 - 남들처럼 살면 내 인생도 행복해지는 걸까요?
백원달 지음 / FIKA(피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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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도 보도 못한 코로나 팬데믹으로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올해 들어 작년과 같은 출근하고 일하고 동료들과 함께 정담도 나누고... 퇴근 후엔 함께 식사도 하고 또는 집으로 돌아와 가족과 단란한 시간을 같이 보내는 일상. 한 번도 기억이 안 날 정도로 거의 코로나에 매몰돼 살았다. 나와 가족의 생명이 달린 문제이니 방역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데다 심할 때는 저녁 여가를 보낼 만한 곳도 대부분 문을 닫아 '집콕'이 올해 일상의 가장 큰 부분으로 남는다.

돌아보니 어려운 상황에서 용케도 살아남아 그래도 내년에는 좋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연말연시 역시 집콕의 연속이다. 다행인 것은 백신이 개발돼 접종을 3개월 정도 남았으니 희망이 보이는 집콕이라 예전처럼 암울하지 않아 괜찮다. 또 집콕은 독자에게 책 읽는 습관을 다시 갖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해 한편으론 보람도 있다. 그러나 일상은 되찾으려면 몇 개월은 더 버텨야 하고, 오랜 방역 활동으로 지쳐가고 경제적 부담까지 더하게 된 연말이 을씨년스러워 안타깝다. 그래도 희망의 끈을 잡고 하루 하루 더 이어가야 하기 때문에 일상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되돌아 생각컨대 우리 일상이 늘 똑같은 것처럼 느껴졌지만 사실은 조금씩 다른 것이었음을 이번 집콕 기간에 발견해낸 수확 중의 하나이다. 집안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져 책을 벗 삼고(어쩔 수 없이), 읽은 책에서 가장 많이 조언을 듣은 말, '진짜 나를 찾아노는 시간'을 가진 것도 일상의 중요한 시간 중의 하나였다. 이로 인해 지난 일상이 매일 똑 같은 것처럼 생각됐지만 사실은 조금씩은 달랐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제보다 조금씩은 나아진 나를 찾는' 게 오늘의 나의 일상이다는 점을 확실히 알게 됐다. 그래서 인생은 '일상의 연속'이 아니라 '일상의 합'이라는 사실도 깨닫는다. 이 책 『인생의 숙제』도 공감 가는 책 중의 하나이다. 일상을 찾아가는 법이 쓰여 있다고 해서 읽기 시작했다. '카툰에세이'라고 독자가 명명한 것은 만화의 형식을 빌었지만 내용이 에세이이고, 지극히 섬세한 감정이나 심리를 다룬 점에서 독자가 임의로 붙인 분류인데 혹시 잘못이면 용서해 주시길...

 

 

이 책은 화자(話者)의 일상이 독자와 많이 닮았지만 남성과 여성의 차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면 어쩌면 너무 다른 얘기가 되기도 한다. 같은 테두리 안에서 남과 여라는 구별만으로도 똑 같은 일상이 전혀 반대일 수 있다는 깨달음도 준다. 독자 입장의 얘기이니 각설하고 내용에 대한 이야기로 옮긴다. 한마디로 찡하고 서글프고 웃기고 직장인으로서 공감 백배의 에세이다.

작중 화자는 아침에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하고 밥 먹고 이것저것 하다 보면 벌써 밤 11시. ‘진짜 왜 지금 11시냐고. 말도 안 돼. 별로 한 것도 없는데.’ 남은 시간이라도 알차게 보내고 싶은데 아무것도 하기 싫다. 사실 할 것도 없고. 오늘도 불 꺼진 이불 속에서 습관적으로 SNS를 본다. 의미 없이 흘러가는 휴대폰 화면처럼 나의 시간도 그렇게 흘러가는 걸까? 하지만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남들도 다 그런다길래 참고만 살았더니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도 잊어버렸다. 서른셋 직장인. 독자와는 퇴근 후 시간이 많이 다르다. 단순한 차이가 아니라 어떤 날은 180도 다른 삶이다.나이도 꽤 차이나는 33세의 여성 직장인과 50대의 남성 직장인의 퇴근 후는 다를 수밖에 없지만 개인적인 차이가 아니라 집단적 차이라면 조금은 생각해볼 일이다.

 

 

적금, 연금, 보험, 대출...

현재의 나는

늙고 힘없는 나의

노예다.

 

불투명한 미래를 위해서만

살아가는 현재의 나는

지금… 행복할까?

- 「오늘 죽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닫다」 중에서

 

 

글자가 쌓여서 글이 되고

글이 쌓여서 한 권의 책이 되듯

 

나의 시간도

흘러가지 않고

차곡차곡 쌓여가면

좋겠다.

- 「세상 맛있는 것들을 똥으로 바꾸는 쓸모없는 기계」 중에서

 

 

나이가 늘어갈 때마다

해야만 하는 것,

하면 안 되는 것,

못 하게 되는 것들도

점점 늘어만 간다.

나이 드는 건 내 잘못이 아닌데.

- 「나이 드는 건 내 잘못이 아닌데」 중에서

 

 

날 너무 사랑해서

결혼하려는 게 아니라

그저 결혼할 때 만난 사람이라서

결혼하는 거라는

 

이런 마음이

그에게서 느껴질 때의

그 상실감

-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게 아니야」 중에서

 

 

『인생의 숙제』의 유나(작중 화자)는 어느 날 대청소를 하다가 옷장에서 초등학교 때 쓰던 일기장을 발견한다. 일기장을 한 장 한 장 읽어나가면서 어렴풋이 기억을 떠올린다. 어렸을 때 글쓰기를 참 좋아했었다는 점을. 돌이켜보면 완전히 똑같은 날은 하루도 없었다. 어떤 날은 유난히 머리가 잘 되고, 어떤 날은 운 좋게 버스가 일찍 오고, 어느 날은 커피 맛이 더 좋았다. 그래, 매일 똑같은 일상이지만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정말 중요한 건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독자와는 앞서 언급한 대로 개인적 차이가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다음 부분으로 넘어가면서 차이가 조금씩 발견된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뭐였지? 뭐할 때 행복했었지? 뭔가를 진짜 열심히 해본 게 마지막으로 언제였더라? 누군가는 비웃을지도 모르지만, 유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신춘문예에 투고할 시를 써보기로 한다. 반짝거리던 진짜 나를 찾아가는 빛나는 이야기.

독자와는 개인적인 앞날에 대한 차이가 있고, 좋아하는 것, 해보고 싶은 것도 다르다. 즉 하루종일 일하고 집에와 쉬고 하는 일상은 누구나 비슷하지만 개인적 성격이나 성향, 지향하는 바(인생관이라해도 무방할 듯)에 따라 시간을 다르게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서 남녀의 성향 차이, 남자직장인과 여자직장인의 사회적 차이, 아내와 남편의 관습적 차이로 여성들이 훨씬 불리한 조건이라는 점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나의 실패가

실패인지 아닌지

지금 당장 판단해서는 안 된다.

 

실패로 일을 마무리한다면

실패는 실패로 끝나겠지만

 

실패가

앞으로의 삶에 거름이 된다면

실패의 의미는

‘성장’일 테니까.

- 「실패란 실패일까」 중에서

 

이 책 『인생의 숙제』는 이렇게 1화씩 끝날 때마다 공감되는 글들이 적혀 있다. 이 부분들을 읽는 재미도 크다. 그림으로 다 하지 못한 말을 쓴 것 같기도 하고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배려인 것 같기도 하지만, 아무튼 보는 재미에 읽는 재미까지 더 흥미롭다. 내용 중 슬픈 부분도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것처럼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하나씩찾아서 이뤄보려는 작중 화자의 뒤늦은 깨달음은 독자를 향해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라고도 생각된다.

행복해 보이기보다는 이제는 정말 행복하다고 이야기할 때까지 삶은 어려울 것이고, 정말 행복하다고 느낄 때는 어려운 부분의 10분의 1도 안될지도 모른다는 다소 슬픈 결론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산다. 어제보다 오늘이 조금씩 낫기 때문이고, 그 조금씩 나은 삶이 행복을 앞당겨주고 행복한 시간을 늘려줄 테니까. 그리고 그것들의 합(合)이 자신의 삶이 될 테니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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