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비움 공부 - 비움을 알아간다는 것
조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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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는 비움의 철학을 통해 우리에게 이 세상에는 쓸모 없는 것, 쓰임이 없는 것은 없다고 가르쳤다. 또한 인간의 흥망성쇠는 온 지구적으로 보았을 때 아주 사소하고 작은 것이기 때문에 너무 집착해서는 안 된다고 설파했다. 무엇보다도 장자는 덜어냄으로써 비워내는 것을 강조했다.

이같은 장자의 비움 교훈은 2000년을 넘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장자가 살던 시대에서 했던 고민은 지금 이 시대에 와서도 계속된다는 것이다. 성공과 실패, 부와 가난, 선과 악 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지적한 말이다.

2300년 전의 사상임에도 불구하고 장자는 인류의 평화와 삶의 행복에 맞닿아 있다. 자연으로 돌아가 인위를 버리고 자연의 본성에 순응할 때 진정한 도를 배울 수 있다는 장자의 가르침은 오늘날 부와 편리함만을 좇는 우리들에게 많은 교훈을 시사한다. 이 때문에 우리들은 장자의 가르침을 현대의 창작으로 재해석하여 활용하고 있다. 장자가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많은 통찰과 교훈을 줄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장자의 철학은 한마디로 말하면 '비움'이다. 독자도 학교 다닐 때 그렇게 배웠다. 다만 더 깊이 들어갈 기회는 없어서 그 정도로만 알고 지내왔다.

 


 

 

코로나로 정신 없이 지나던 작년 어느 날 우연히 본 TV방송에서 어느 학자가 코로나를 지나오면서 우리가 돈과 편리만 좇다가 이번 기회로 코로나 예방과 함께 인류의 삶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을 시청한 적이 있다. 이후 독자는 그 분의 말을 곱씹어가며 코로나 방역에 정성을 기울여 생활해 왔다. 그때 그 분은 코로나의 원인이 인간의 부와 편리를 좇는 삶 때문이라는 주장을 하지는 않았다. 이 기회에 우리의 삶을 성찰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라는 정도의 말을 했다. 그러나 독자 머리에서는 코로나와 인간의 삶에 대해 자주 생각을 하게 됐다. 이 책도 그런 관점에서 읽고 싶었다. 또 책을 찾아 읽다보니 '코로나 19 이후, 『장자』에게 묻다'라는 책도 읽었다. 물론 그 책은 제목처럼 4차 산업혁명 이후 인간의 삶을 다룬다. 디지털 기기와의 소통, 공유, 생명의식, 그리고 시대상황을 춘추전국시대와 코로나 팬데믹 상황의 오늘을 대비시키며 장자의 철학을 얘기한다. 그 역시 시대 통찰력이나 생명에 대한 의식, 소통의 방식 등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장자의 철학과 일맥상통한다는 주장을 담은 책이다. 인간 삶의 해법을 장자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꽤 설득력이 있었고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독자의 지식이 장자를 잘 몰라서 그 이상의 저자의 주장을 이해하진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후 택한 책이 이 책 『장자의 비움 공부』이다.

 


 

 

이 책 소개글은 다음과 같이 나와 있었다.

"현대인들은 앞만 보고 나아가며 바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쓸데없는 것들로 내면을 채우는 것이 아닌 자신의 본연의 마음과 만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비움입니다. 비움을 통해 우리는 한 단계 더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비움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비움은 자신만의 것을 발견해 가꾸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비움을 알아간다는 것은 등수나 한 줄 세우기가 아닌 자신만의 'ONLY ONE'을 발견하는 길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유교적인 철학 속에서 괴로워했던 저자가 장자를 만나 마음이 편해졌듯이 비움을 통해 치열한 경쟁 사회 분위기 속에서 현대인들 역시 괴로워하지 않고 참된 자유를 만날 것임을 확신합니다.

이 책은 장자의 핵심 철학인 비움 공부를 담고 있습니다. 배움을 강조하는 공자가 당신을 압박했다면, 비움을 중시하는 장자는 당신에게 휴식을 줄 것이고 또한 내려놓음 철학을 통해 심플라이프를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삶에 영감을 줄 것입니다."

찾아 헤매던 책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책을 거침없이 읽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쉬운 말로 잘 설명을 한 인문학자인 저자 덕분에 별 막힘이 없다. 그러나 장자란 인물에 대한 얘기는 많지 않고 시대 배경도 독자들이 모두 아는 것으로 전제해서인지 이 책에는 자세히 나와 있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독자의 부족한 지식을 탓하며 장자란 인물에 대해 백과사전을 뒤져본다.

 


 

 

장자(莊子, BC 369 ~ BC 289)는 중국 고대 도가(道家)의 사상가다. 이름은 주(周). 송(宋)에서 태어나 맹자와 동시대에 노자를 계승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실재성은 의심스럽다. 전국시대 말기, 도가의 사상가들이 원본 『장자』(莊子)를 편찬할 때, 이것을 장주(莊周)에게 가탁(假託)하여 『장자』라 명명한 것인 듯하다. 이 『장자』는 공자ㆍ맹자보다 노자와 함께 장자가 존중되기에 이르렀던 한대 초기에, 전국 말 이래의 도가의 논저(論著)를 부가하여 성립한 것으로서, 통일된 체계는 없지만 도가 사상의 역사적 전개를 볼 수 있다.

그 기본적 사상의 중심은 당시 지배자의 지위에서 몰락하고 있던 사상가들이, 뜻대로 되지 않는 사회 속에서 개인의 삶에 얽힌 근심과 고난으로부터 관념론적으로 도피하려고 한 인생론에 있다. 이상적인 삶이라는 것은 근심의 근원인 자기의 육체ㆍ정신을 버리고 '허정'(虛靜), '염담'(恬淡)의 심경에 도달하여 자연의 법칙에 따르고 어떠한 것에도 침해받지 않는 자유ㆍ독립을 얻어 세계의 밖에서 초연하게 노니는 것이다. 이것을 실현한 사람이 '진인'(眞人)이다. 이 인생론의 근저에는 세계는 불가지의 실재인 '도'(道)의 표상이라는 세계관과, 개념적 인식과 가치판단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무의미한 것이고 철저한 무지(無知)만이 올바른 것이라고 하는 지식론이 깔려 있다.

이 지식론은 명가(名家)의 궤변이나 전변(田騈)의 제물설(齊物說)의 비판적 섭취에서 성립, 얼마 후에는 세계관과 혼합하여 세계의 존재와 운동은 '도'(道)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는 존재론, 우주 생성의 전설을 받아들여 태초의 '혼돈'='도'로부터 세계가 유출하였다고 하는 우주생성론 및 음양 오행설을 채용하여 물(物)의 생사(生死)를 기(氣)의 집산으로 설명한 자연론 등이 전개되었다. 『장자』의 새로운 부분에는 위와 같은 생각에 기초하여 무위자연(無爲自然)으로 인민을 통치한다고 주장한 정치 사상도 있다.[네이버 지식백과] 『철학사전』

 


 

 

세상은 꿈과 같기에 부질없다.

"내가 꿈속에서 나비가 된 것일까. 아니면 꿈속에 내가 있었던 것일까. ”

이는 장자가 한 말이다.

어느 날 장자는 꿈속에서 나비가 되었는데 나비가 장자가 된 것인지 아니면 장자가 잠깐 나비가 되었는지 구분을 못하겠다는 것이다. 이 꿈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모든 사물은 다르지 않다'와 '자연에 깊이 빠진 경지'를 알 수 있다.

현실에서 왕으로 살고 꿈속에서 거지로 사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런 사람은 현실에서는 거지지만 꿈속에서 왕으로 사는 사람과 다를 바 없다. 즉, 꿈은 현실과 맞닿아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현실에 너무 집착할 필요도 없고, 악몽을 꾼다고 걱정할 것도 없다.

이들은 모두 하나이기 때문이다.(본문 중에서)

 


 

 

현대인은 누구든 끊임없이 성장을 향한다. 쉬고 있을 때도 머릿속은 늘 일하는 현장에 가 있고,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쉬고 있으면, 자고 있으면 남에게 뒤처진다는 생각에 쉼도 잠도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 건강에 위협이 되는데도 그치지 않는다. 무엇 때문일까? 잘 살기 위해서. 지금 잘 사는 것 아닌가? 더 잘 살기 위해서. 충분히 매일매일 더 잘 사는 것 같은데. 세상에서 제일 잘 살기 위해서?그런 건 아니지만 남보다 잘 살기 위해서이지. 맞다. '남보다' 더 잘 살기 위해 일을 잠시도 쉬지 않고 한다. 요즘은 일 잘하고 못하고가 '돈'으로 판단 기준이 된다.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가치 기준이 돈이다. 결국 돈을 남보다 더 벌기 위해 잠도, 휴식도 없이 일만 한다. 돈으로 보상받기 위해. 사회 시스템이 그렇게 짜여 있는데 홀로 남보다 다른 가치 기준을 갖기에는 어렵다. 아무튼 돈을 벌기 위해 일만 한다면 과연 잘 사는 걸까. 아이러니하게도 헤어나기 어려운 모순, 역설에 빠진다. 처음에는 부정한다. 내가 일을 잘 하니 돈을 많이 버는 것이고, 잘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더 일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그러나 자신과 남을 그렇게 이해시켜 놓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찜찜하다. 그렇다면 '돈 버는 기계'이지 '사람 사는 삶'은 아닌 듯하다. 그러나 오래 생각할 시간도 여유 있는 마음도 없다. 이미 그렇게 시스템화된 머리와 육체로 변했으니까. 디지털 시대이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자연스럽게 변화된 인간의 모습일까? 독자의 생각은 다소 억지스럽고, 좁은 범위의 생각이긴 하지만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해봤음직하다. 그래서 일탈이 나오기도 하고, 오히려 예술에 더 빠져들기도 한다. 자신이 인간임을 확인하고 확인시켜주는 곳이 예술이니까.

 


 

 

이 책은 장자의 90가지 말과 저자의 해석, 나아가 ‘비움’의 미학이 어떻게 현 시대에 통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10가지를 서술하고 있다. 특히 꿈 속 나비와 나를 헷갈려 하는 ‘호접몽’처럼 꿈과 현실은 맞닿아 있기에 현실에 그렇게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있다.

장자의 철학은 초연함 그 자체다. 불행은 남과의 비교에서 오는 것이고, 욕심만 버린다면 근심도 없는 법이다. 죽으면 내가 이 세상에서 가져갈 것은 단 하나 없으니 무(無)의 회귀를 두려워할 이유도 없다.

열심히 살 필요가 없다는 말은 아닌 듯하다.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일을 벌여서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말란 뜻으로 해석된다. 또 무언가를 비움에 있어 새로운 무언가가 탄생할 수 있으니 장자의 철학으로 통찰력을 기를 수 있게 된다는 말로 풀이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내고, 평안을 유지할 수 있는 편안함. 이 책은 개인과 사회 모두에 적용되는 것들을 담고 있다. 건강과 죽음, 사람과의 관계, 지혜와 어리석음, 차별과 평등, 성공과 겸손, 외모와 성품, 소박한 삶과 욕망, 비움과 나눔 등 삶 전체를 아우른다. 특히 지금처럼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개인의 변화까지 일어나 혼란스러울 때, 순리에 맡기라고 하는 것 같아 인상적이다. 힘을 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만 해도 마음이 가벼워졌다. 물론, 무조건 니나노 놀면서 자연에서 풍류나 즐기라는 게 아니다. 무소유와 비움을 강조하지만, 어떠한 상황에 처했든지 모든 것에서 균형을 맞추면 아름다운 삶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한다. 아름답고 인간답게 사는 삶, 그것이 잘 사는 삶이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장자는 노자의 생각을 더욱 발전시켰다. 물이 굳세면서도 연약하여 모든 골짜기에 물이 모여들 듯이 사람이 결백하면서도 굴욕을 참고 견디면 천하의 골짜기처럼 모든 사람들이 모여들 것이라는 것이다."(p. 190)

"기교가 많은 자는 수고롭고, 지혜가 많은 자는 근심게 되는 법이다."(p. 255)

 

저자 : 조희

 

인문 고전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과 사람이 사는 길을 찾는 인문 고전 연구가이자 평론가이다. 고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탁월한 안목을 바탕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통찰을 줄 수 있는 방향을 찾아서 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책의 바다에 빠져든지 수십년, 읽은 책은 만여권에 이르러 더 이상 책장의 빈 곳을 찾을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저자는 현실과 이상을 넘어서는 생각의 근원을 찾아 사유하던 중 장자의 철학에 심취하게 되었다.

현실에서 왕으로 살아도 꿈속에서 거지로 산다면, 현실에서는 거지지만 꿈속에는 왕으로 사는 사람과 다를 바 없다는 장자의 철학을 통해 우리는 현실에 너무 집착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장자는 꿈과 현실은 모두 하나라고 보았다. 저자도 이러한 장자의 철학을 통해 비움을 깨달았고 이를 전하고자 글을 쓰게 되었다. 배움을 강조하는 공자가 당신을 압박한다면 비움을 중시하는 장자는 당신에게 휴식을 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당신은 장자의 비움 철학을 배울 뿐만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면서 스스로를 어떻게 자리매김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답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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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이 그림 여행 - 화가의 집 아틀리에 미술관 길 위에서 만난 예술의 숨결
엄미정 지음 / 모요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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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이 우리의 일상을 빼앗아갔다. 일상은 아니지만 교통기관의 발달로 이른바 '하루면 갈 수 있는 세상'의 모든 길이 어느날 갑자기 막혔다.

이처럼 코로나는 우리의 세상을, 일상을 모두 바꾸어 놓았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 코로나가 끝나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를 묻는 설문조사에 압도적으로 1위에 오른 것이 '여행'이다. 물론 국내 여행이든, 해외 여행이든 구분하지 않았지만 우리의 생활 필수 요소인 의식주가 아닌 여행이 선택된 것은 우리 생활이 그만큼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면서 여행을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로움의 '대명사' 역할을 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어쩌면 인간에게는 여행 본능이 있어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우리는 풍요로운 생활을 마음껏 누리고 있었구나 하는 성찰을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어떤 이는 우리가 풍요와 편리를 계속 추구해온 '벌'이라는 급진적 반성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나가도 조금 멀리 나갔다는 느낌은 있지만 우리 일상에 대한 반성할 것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은 매우 시사적이고 교훈적인 지적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이 책 『후회 없이 그림 여행』의 저자 엄미정의 말도 매우 설득력을 갖는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떠날 수 있었다. 연차를 모으고, 차곡차곡 적금을 부어서 때가 되면 떠나려고 했다. 하지만 거짓말처럼 하늘 길이 막혔다. 한두 달이면 끝나겠지 했던 팬데믹 상황은 일 년이 넘도록 끝나지 않았다. 백신이 개발되었다고는 하지만, 자유로운 해외여행은 언제 가능할지 아무도 점치기 어렵다. 갑자기 조바심이 생긴다. 이러다가 모네의 지베르니 정원을 영영 못 보는 게 아닐까. 고흐와 세잔과 마티스의 흔적이 가득한 남프랑스는 아예 가보지도 못하는 건 아닐까. 떠날 수 있을 때 떠나라는 말은 백번 맞는 말이었다. BTS의 RM조차 팬데믹 상황이 끝나면 제일 먼저 가고 싶은 곳은 오르세 미술관이라고 했다. 가장 좋아하는 그림들이 모두 모여 있는 곳이라며..."

 


 

이어지는 저자의 말은 저자가 예술, 특히 미술(그림)에 관해 얼마나 극한의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알 수 있는 단초를 준다.

"그림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품은 여행지가 있다. 고흐의 아를, 세잔의 생트빅투아르 산, 마티스의 니스… 미술사에 좀 더 관심이 있는 이라면 살인범이 되어 로마에서 나폴리, 시칠리아까지 도망 다닌 카라바조의 길을 따라가고 싶을지도 모른다. 혹은 클림트가 정사각형의 캔버스를 가득 채운 꽃과 물과 하늘을 보러 아터 호수에 가보고 싶을지도 모른다. 책에 실린 도판을 보는 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열망, 직접 원작을 보고 싶은 열망은 언제나 그림 여행을 꿈꾸게 한다. 어쩌면 미술관에 걸린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그림 여행은 어느

퇴락한 마을의 성당, 아틀리에, 낡은 집으로 이어진다. 화가의 구체적인 삶의 흔적을 좇는 여행이야말로 그림의 성배를 찾아가는 진짜 여행이므로. 언제 다시 떠날 수 있을까?"

출판사에 따르면 이 책을 쓴 저자는 ‘떠날 수 있을 때’ 떠났다. 미술사를 전공한 뒤 미술책을 번역하고 편집하는 일을 한 터라, 화가의 눈으로 그림을 보고, 풍경을 보고 싶은 열망은 그 어느 누구보다 강했다.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대부분의 프리랜서 번역가는 살림이 넉넉지 않다.

프리랜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마감을 맞추느라 시간에도 늘 쫓긴다. 처음 출판사에 그녀가 서른 곳이 넘는 도시가 표시된 지도를 내밀었을 때 이 ‘무모한 여행’에 제대로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내심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그녀는 유레일패스와 항공권을 무사히 손에 넣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여행을 떠났다. 그녀를 배웅하고 올려다본 하늘 위로 날아오른 비행기를 보며, 걱정은 이내 질투로 바뀌었다. 그래, 당신이 위너다!

 


 

저자를 그토록 무모한 여행길로 이끈 것은 무엇이었을까? 저자가 쓴 책 1장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된다.

“나의 그림 여행은 ‘뒤러의 길’에서 시작되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홀연히 나타난 ‘뒤러의 길’ 사이트를 발견하면서부터다. 정말 이 길이 남아 있다고? 눈이 번쩍 뜨였다.”

뒤러가 첫 이탈리아 여행을 떠난 그 길, 그가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온몸으로 배우기 위해 떠난 그 길을 따라 걷고 싶은 열망이 저자를 이 여행으로 이끌었다. 이 때문에 저자의 여행에서 '뒤러의 길'은 고난이라 부를 수 있는 모든 것의 이름이 된다. 그래도 어떤가. 이제 저자에게 뒤러는 도판으로만 보던 화가가 아니라 살아 숨쉬는 육체를 가진 화가로 가슴속에 각인되었을 터다.

 


 

뒤러의 길에서 시작된 그림 여행은 이후 델프트로, 아터 호수로 이어진다. 마르셀 프루스트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라고 극찬한 페르메이르의 〈델프트 풍경〉을 보고, 클림트가 빛나는 윤슬을 그려낸 호숫가를 거닌다. 독자가 가본 적은 없지만 프루스트의 말을 빌려 상상하기에 모자람이 없을 듯하다.

조토의 스크로베니 소성당은 중세가 가고 르네상스가 시작된 현장이지만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이 책에는 스크로베니 소성당에 입장하기 전 15분을 대기하며 저자가 느낀 설렘이 생생하게 쓰여 있다. 소포니스바 앙귀솔라는 르네상스 최초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여성 화가지만, 유명한 남성 화가들과 달리 정작 그녀의 그림을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일까, 저자는 단 한 점의 초상화를 보기 위해 시에나까지 달려간다.

카라바조의 도피 행로는 두 장에 걸쳐 이어진다. 도망자를 좇아가는 여행이라 그녀의 여행도 긴박하다. 사하라의 모래바람이 부는 그곳에서 카라바조의 최후를 이미 알고 있는 저자는 내내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한다.

 


 

이어지는 여행은 저자의 그림에의 열정을 잘 말해준다. 가는 곳마다 마치 새로운 것을 대하듯 짜릿함과 예술로만 인식할 수 있는 행복한 느낌의 연속이다. 문자나 언어로 표현하기에 벅차다는 것을 느낄 정도로 저자의 가슴은 환희로 가득하다. "프랑스는 과연 인상파의 천국이었다. 모네의 지베르니 정원을 보러 간 길에 마주친 폴 시냐크의 회고전은 이번 여행 최고의 수확이다. 우연히 보석 같은 작품을 만날 수 있기에 여행은 늘 짜릿하다."

가장 놀라운 것은 그가 요트 여행을 즐긴 뱃사람이라는 사실마저도 새롭게 느껴지고 처음 보는 것처럼 신비롭고 환희로 가득 찬 마음속이 드러난다.

“내 집과 올랭피아(요트)를 정박할 곳만 있다면, 원하는 건 하늘, 바다, 저무는 해뿐입니다.”

저자는 드문 여성화가를 만나러 가는 길목에서 잠시 쉴 수 밖에 없는 지경이 된다. 발이 퉁퉁 부어 움직이기 어려운 상태에 이른 것이다. 빡빡한 일정은 타국에서 온 열정의 관람객들의 시선이나 처지에 아랑곳하지 않고 길을 재촉한다. 심신은 고달프지만 시선이 닿는 곳곳에서 전해지는 '예술혼' 때문인지 힘든 줄도 모르고 또 걷고... 결국 사달이 난 게 아닐까. 안타깝고 안쓰럽다. 저자가 그렇게 보고 싶어했던 여성화가 앙귀솔라. 독자 그 화가의 이름도, 그림도 처음 보지만 왜 그토록 저자가 보고 싶어했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강렬하고 역동적인 카라바조, 신비스럽고 웅장한 엘 그레코 두 거장은 그림만큼이나 삶의 폭이 넓고 자유로웠다. 특히 엘 그레코는 독자도 스페인에 갔을 때 가본 적이 있는 미술관이어서 추억도 새록새록 피어난다.

 


 

저자에 따르면 머리로는 대단한 화가라는 것을 이해하지만 마음으로는 좋아하기 힘든 화가가 있다. 바로 세잔이다. 아마 대부분의 미술 애호가들도 이 말에 머리를 끄덕일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생트빅투아르 산과 마주하면서 세잔은 어느덧 그녀의 마음속으로 걸어 들어온다.

“숲 속에 좁게 난 길을 따라 홀로 걸었던 세잔을 이제 나는 근대 회화의 아버지가 아니라 ‘길 위의 화가’로 먼저 기억할 것이다.”

그림 여행은 마티스를 찾아 떠난 니스에서 끝난다. 처음 마티스의 그림을 보았을 때 세상 물정 모르는 화가의 그림이라며 경원시했던 저자. 하지만 니스에서 마주친 마티스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결국 그녀는 2019년에 다시 방스로 떠나 마티스 최후의 걸작이라는 로제르 소성당까지 보러 간다. ‘편안한 안락의자 같은 그림’의 진실을 마침내 발견한 것일까. 왜 독자는 니스에 갔으면서도 마티스를 못 봤을까? '아는 만큼 보인다'는 유명한 말이 다시 생각나는 지점이다.

 


 

“그림 여행을 하는 동안 책에서 도판으로만 보던 그림들의 이미지가 도미노처럼 넘어졌다. 도미노가 쓰러진 자리엔 구체적인 공간에서 존재감을 내뿜는 실제 그림의 이미지가 들어섰다. 말하자면 이 여행은 기존에 내가 알던 미술사를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게 해준 중년의 그랜드투어였다.”

저자의 그림 여행 이야기를 읽다 보면, 빠듯한 일정에 쫓겨 여행 내내 고군분투하는 모습에 애가 탄다. 산속을 헤매다 길을 잃고, 기차가 연착되어 일정이 꼬이고, 연간 3백 일 이상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다는 아를에서는 세찬 비바람에 울상이 된다. 여행을 하는 동안 하도 걷고 걸어서 파스 냄새를 향수처럼 달고 다녔다는 그녀. 그럼에도 보고 싶었던 그림 앞에만 서면, 화가가 그린 바로 그 풍경과 마주하게 되면, 여행길의 모든 고난은 한순간에 사라졌다. 저자의 책을 읽다보면 감사한 마음과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교차한다. 독자만 그런 게 아닐 것이다.

책을 덮고 나면, 무모하지만 아름다운 그녀의 여행에 절로 박수를 치고 싶어진다. 그리고 장담하지만, 책을 읽어가는 동안 독자들도 역시 그 고난의 여행길에 오르고 싶은 강렬한 열망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질투는 독자들의 몫이다.

 


 

책을 읽는 동안 저자의 설명에 따라 화가들의 생가, 작업실, 가족, 그들이 지나온 길을 지나니 자연스레 그림과 사연이 하나가 되어 다가온다. 한 예술가를 향한 시선은 어떤 순간, 어떤 공간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모두 다를 수 밖에 없고 작가의 일생을 놓고도 감정의 농도가 다르기에 매번 같은 작가의 이야기를 읽어도 새롭게 다가온다. 내가 알고 있던 페르메이르의 델프트의 풍경 속 '노란벽의 작은 자락'은 어느 곳을 의미할까. 이렇듯 예술작품과 문학(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이 만나면 그 의미가 더 심오해진다. 오랜만에 도슨트와 함께 서양화 거장들의 작품을 전시한 박물관을 한바퀴 돌아본 느낌은 대단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잃은 것만 있는 게 아니라 그림에 대한 책을 찾아 잘 읽은 덕분에 그림을 대하는 태도도 성숙되고 이해도 한층 높아진 느낌이어서 구름 타고 박물관을 돌아온 것만 같은 기분이다. 황홀하고 환희에 벅차고, 사랑스럽게 보이는 것들이 내 주위를 감싸고 있는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후회 없이 그림 여행'이라는 제목의 깊은 뜻이 이제야 가물가물 보이기 시작한다.

 

저자 : 엄미정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사회학을, 동대학원에서 서양미술사를 전공한 뒤 예술서 편집자로 출판사에서 일했다. 지금은 프리랜서 번역가이자 편집자로 일한다. 매일 예술과 지식의 숲에서 그림과 글자 사이를 오가며 고군분투한다. 주말에는 박물관과 미술관, 유적지를 답사하는 여행자로 살고 있다. 책을 만들면서 예술가들 역시 여행을 통해 영감을 얻었다는 사실을 새삼 발견하고, 그들의 삶과 예술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해 ‘그림 여행’을 떠났다. 『후회 없이 그림 여행』이 그 첫 결실이다. 옮긴 책으로 『그림을 본다는 것』, 『판도라의 도서관-여성과 책의 문화사』, 『죽음과 부활, 그림으로 읽기』, 『모던아트-인상주의부터 포스트모더니즘까지의 역사』, 『조지아 오키프』, 『살바도르 달리』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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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 복음 - 복음 촉복의 아이콘 시리즈 3
이영철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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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최종병기 복음』은 예수님처럼 생각하고 예수님처럼 말하고 예수님처럼 사역하기 위한 전도 방법서다. 저자 이영철 목사는 1만 명의 불신자(不信者)를 전도한 후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기독교인들은 다 아는 내용이지만 대표적인 복음전도지로 ‘사영리’를 들 수 있다고 한다. 어떤 이는 사영리의 복음 전도가 복음을 가볍게 한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복음을 전혀 들을 길이 없는 이에게 짧지만 강력한 메시지도 필요하다는 것이 기독교인들의 바람이리라. 저자는 그 동안 전도를 한 내용을 요약한 ‘3분 브릿지’를 책을 통해 설명한다.

이 책은 현대인들에게 3분이라는 짧은 시간을 통해서 한 영혼을 구원하는 탁월한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열정만 있으면 누구나 혼자서 배울 수 있도록 구성돼 있어서 요즘 교회에서 전도훈련 교재로 사용하면 좋다고 주장한다. 이 책을 통해 배우고 실천하면 탁월하게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될 것이고 강조하고 있다. 독자는 크리스찬이 아니어서 저자의 말을 열심히 배운다는 입장에서 경청해보기로 했다. 저자는 현대인들을 전도하는 데 딱 맞는 3가지 특징을 꼽고 있다.

첫째, 복음을 전할 때 변론이 없다.

둘째, 시간이 짧다.(3분)

셋째, 인격적으로 예수를 영접한다.

 


 

책에서 저자는 똑같은 예수를 믿고 살지만 복음을 전하는 순간 당신은 엄청난 사람이며, 당신이 전한 복음이 어둠을 가를 것이라고 말한다. 이로써 죽은 영혼이 살아난다고 주장하는 것. 저자에 따르면 인간의 참된 생명은 육신에 있지 않고 영에 있다. 그리고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되도록 간략하게 3분 정도의 시간을 들여 전도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 영혼을 예수님께로 인도하는 데 3분이면 됩니다. 복음에 익숙한 자가 되십시오. 전도는 절대 은사가 아닙니다. 전도가 즐겁고 당신의 사역과 삶이 행복한 현장이 될 것입니다. 이 책은 누구나 혼자서라도 쉽게 3분 브릿지를 익숙하게 익힐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복음의 진수를 장착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복음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기회는 지나가 버리며 다시는 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가장 먼저 할 것은 하나님의 최종병기인 복음을 3분 만에 전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비기독교인인 독자가 쓸데없는 계산일지 모르지만 하루에 5명씩 복음을 전했다고 가정하면 1년이면 1500명이 넘는 숫자이다. 이렇게 7년을 해야만 1만 명이라는 엄청난 숫자가 된다. 모르는 이에게 복음을 직접 전하는 일은 하루 한 명에게도 쉽지 않을 터인데 저자의 복음 전도의 열정은 대단하게 느껴진다. 책에서 저자도 지적했지만 특히 현대인들은 과학적이지 않는 내용에 대한 설명을 잘 들으려 하지 않고 의심부터 한다. 과학적 계산과 편리성에 이미 수백 년간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또 일상이 매우 바쁘기 때문에 낯선 이의 대화에 시간을 오래 두려 하지 않는다. 심한 이는 전하려는 내용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이 때문인지 수십 년 전 가가호호 방문하며 기독교를 전도하던 분들은 지금은 거의 없는 듯하다. 우선 가족과 친한 사람들 이외의 방문은 탐탁치 않게 여기고 어떤 사람들은 살림살이 살피러 오는 사람이라고 백안시하기도 한다. 이런 현실적 상황 속에서 불신자 만 명에게 복음을 전한 저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보는 일은 어쩌면 매우 귀한 기회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책에 따르면 전도할 때 '브릿지'라는 화살 하나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 더욱 더 익숙하게 집중해야 한다. 복음을 전하는 데 정말 익숙한 자가 되기 위해서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정확하게 한 영혼을 그리스도께 인도해야 한다. 브릿지를 전할 때 상대방에게 3분을 허락받는다. 그 이유는 상대방에게 언제 끝날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미리 시간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또 성경에서 말하는 유업과 상속권 이야기를 할 때 유명한 자동차, 아파트 같은 고가의 물건을 예로 들면 안 된다. 이런 이야기들은 듣는 이로 하여금 그것의 가격과 가치로 인해 다른 생각을 하게 해 복음에 방해가 된다고 말한다.

책은 이와 함께 3분 브릿지를 연습할 수 있도록 '실전연습'을 책 뒷부분에 담고 있다. 온전히 숙지할 수 있게 반복해서 연습할 것을 주문한다.

저자에 따르면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시고 사람을 만드셨다. 그러나 하나님의 뜻을 어기는 죄를 지었고 결과적으로 하나님을 떠나면서부터 인생에 고난, 질병, 저주, 정신적 질환, 죽음이 찾아왔다.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이것은 하나님을 떠난 죄의 결과로 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을까?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사람은 하나님을 떠나서는 행복할 수 없다. 하나님을 만나면 해결된다. 예수님을 구세주로 믿으면 하나님의 자녀가 되고 인생에 진정한 축복이 시작된다. 많이 들어본 '원죄설'과 예수 '구세주설'이지만 다시 들어도 싫진 않다.

 


 

여기서 저자의 말에 더 가까이 집중해본다. 예수 그리스도를 들어본 적도 없는 이가 주변에 있다면? 그 사람이 바로 나의 가족, 배우자, 자녀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수수방관하며 하나님이 알아서 개입해 주실 때까지 기다릴 것인가? 그것은 성경적이지 못하다. 낯선 타인에게 복음을 전하라는 예수님의 명령에 즉각 순종해야 한다. 그 첫걸음은 어쩌면 나와 가장 가까운 이들부터 시작해야 한다. 말을 건네고 복음을 전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외면하고 모른 척 할 수 없다. 죽음 이후 심판이 있고 영원한 지옥이 있다고 성경은 기록한다. 그 사실을 믿는다면 즉각 복음을 전해야 한다.

 


 

이 책은 결국 불신자보다는 하나님의 말씀 전도자들이 읽어야 할 책 같다. 물론 비신자라고 해서 모를 정도로 어렵거나 종교적으로 일관해서가 아니다. 주된 내용이 전도하는 방법, 즉 비신자, 불신자를 어떻게 하느님의 품으로 데리고 올지를 가르치는 전도서 성격의 책이라는 말이다. 비신자인 독자가 느끼기에 그렇다는 말이다. 저자의 기독교 전파의 열정을 집약해놓은 느낌도 든다. 그러나 비신자에게도 꼭 기억해야 할 말도 저자는 잊지 않는다.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로서, 비록 육신은 이 땅에 살지만 천국백성으로 살아야한다. 우리의 가치관을 예수님이 행하셨던 것처럼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예수님처럼 사는 것이다."

비신자로 계속 살지, 전도됨으로써 기독교에 귀의할지는 아직 자신 있게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독자는 저자의 이 말에 공감하고 꼭 기억해야 할 말로 머릿속에, 가습속에 집어넣고 살 것 같다.

 


 

저자 : 이영철

 

고려대학교 대학원과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마치고 미국 리전트대학교 대학원에서 목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그는 목회자로서 영적, 정신적, 육체적, 환경적 질환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현대인들을 치유와 회복에 도움을 주고자 건양대학교 일반대학원 박사과정에서 총체적 치유 선교학을 전공했다. 그는 1992년 2월 25일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가지고 수원 온누리교회를 개척하여 불신영혼을 전도하여 주님의 제자로 세우고 있다. 교회적으로 하나님 나라 뜻을 이루기 위해 남미, 동남아, 아프리카 우간다에 학교와 교회를 세워나가고 있으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목회자들을 통합적으로 코칭을 하고 있다. 그의 논문과 저서로는 「열정적 영성을 회복하기 위한 은사 배치 사역」, 《축복의 지경을 넓히라》, 《행복을 위한 축복의 아이콘》, 《상처가 별이 된 사람들》, 《벌거벗은 위인들》 등이 있으며 목회코칭과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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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따라하는 행동경제학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오타케 후미오 지음, 김동환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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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쉽게 따라하는 행동경제학』 뒷부분에 있는 「문헌 해제」(p. 262)에는 '행동경제학'에 관한 설명이 수록되어 있다. 이 해제에는 "행동경제학이란 학문 분야가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이미 훌륭한 교과서도 많이 출판되었다. 대니얼 카너만이 저술한 책 『Thinking, Fast and Slow』는 행동경제학이 어떤 것인지를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체계 있는 교과서로는 『행동경제학 입문』이 초보자용으로 이해하기 쉽게 써졌다. 조금 더 레벨이 높은 교과서로서 전통 갱제학과 행동 경제학의 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있는 것이 『행동 경제학 신판』이다. 행동경제학은 매우 실천적인 학문이다. 본서에서 소개한 넛지를 이용해 우리들의 행동을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꿔갈 수가 있다. 넛지에 관한 구체적인 사례는 『실천 행동경제학』(리처드 세일, 카스 선스타인)이 소개되어 있다. 행동경제학의 실천을 염두에 두면서 그림을 이용해 이해하기 쉽게 소개한 책이 『오는부터 사용할 수 있는 행동경제학』이다. 『세계의 행동 인사이트-공공 넛지가 이끄는 정책 실천』에는 세계의 넛지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행동경제학은 그리 오래된 이론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근간에는 '넛지'가 있음도 밝히고 있다. 물론 일본의 예를 소개한 것이다.

 


 

'넛지'의 사전적 의미는 '(옆구리를)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이다. 넛지는 선택 설계자(choice architect)가 사람들에게 어떤 선택을 금지하거나 그들의 경제적 인센티브를 훼손하지 않고도,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우리 나라에 지난 2009년 처음 번역 소개된 책 『넛지』의 전반부가 인간이 선택 오류를 범하는 존재들이란 것을 수많은 예시로 설명하고 있다면, 책의 후반부는 주로 미국적 상황에서 넛지의 활용 예를 가져와 구체성을 강화하고 있다. 전반부는 경제학에서 '인간 심리를 이해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에 대한 답을 주고 있다. 무수한 판단착오 가능성을 지닌 인간과 경제학의 합리성은 아무래도 매치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후반부는 미국적 상황에서 넛지의 활용 예시들을 설명하고 있다. 넛지라는 개념을 참고하면 사람들은 경제적 선택 행위에서 보다 똑똑함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넛지라는 중심적 개념은 영양가가 높고, 인간의 불완전성을 무수한 예로 확인한 점은 앞으로 독자들이 행복한 경제활동을 하는 데 참고가 될 만하다.

 


 

이 책 역시 한 챕터를 할애해 넛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행동경제학을 이용하여 넛지를 만드는 방법, 넛지가 일·건강·공공정책에서 어떻게 응용되는지를 소개한다. 행동을 개선하고 싶을 때 이용할 수 있는 넛지 설계 가이드를 통해, 행동경제학의 기초이론과 응용 능력을 체득하게 될 것으로 저자는 확신하고 있다. 흥미롭고도 실용적인 다양한 사례는, 행동경제학 분야를 처음 접하거나 관심을 가지려 하는 일반 독자에게 훌륭한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또한 행동경제학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자 하는 전문 독자에게도 많은 도움을 줄 것이고 예상하고 있다.

 

"행동경제학적 수단을 이용하여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금전적 인센티브 없이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 넛지이다. 물론 정책적으로도 이러한 변화를 유도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서는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곤란하다면 이러한 정책적 유도는 넛지에 해당하지 않는다. 넛지는 명령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카페테리아에서 과일을 눈높이까지 쌓아두고 과일 섭취를 촉진하는 것은 넛지에 해당하지만, 건강을 촉진하기 위해 카페테리아에 정크푸드를 진열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넛지가 아니다."(p. 65)

 


 

독자는 행동경제학이나 넛지 같은 최근 경제 이론에는 문외한이다. 학교 때도 교과서와 교양 서적을 통해 경제이론을 조금 배웠을 뿐 지금까지 경제학 분야에 대해 배우거나 공부한 적이 없다. 그러다 한참 열풍이 불기 시작한 책 '넛지'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갖게 됐다. 어떻게 보면 '자기계발' 차원에서 한 번 읽은 경험이 있다. 서점가 열풍이라고 매스콤에서 많이 보도돼 관심이 가 한 번 읽어본 바 있다. 그러나 워낙 경제 분야엔 문외한이고 관심도 없는 편이라 한 번 읽고 책꽂이에 꽃힌 다른 책과 마찬가지 신세였다. 이 책 『쉽게 따라하는 행동경제학』을 읽는데 '넛지'가 많이 열거돼 다시 한 번 들춰본 정도이다. 이 책은 경제학의 한 분야인 행동경제학을 다룬다. 아직 경제학이 낯선 독자에게는 익숙지 않지만 전통경제학과 함께 행동경제학이 많이 발전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선 어느 정도 출판돼 있는지 아직 모르지만 일본은 상당히 많은 수의 행동경제학 이론이나 텍스트, 참고서 등이 나와 있는 것을 이 책 해제를 통해 알게 됐다.

 


 

책에 따르면 지금까지 전통경제학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인간상을 전제로 하여 경제학을 구축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계산 능력이 높고 정보를 제대로 이용할 줄 아는 합리적 경제인이라는 전통경제학의 모델상은 개별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는 데 유효한 설정이라고는 말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합리적 추론에 의한 ‘설명가능한 경제’와 ‘현실 경제’ 사이에 괴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1980년대 이후 발전해온 행동경제학은 합리적 인간관에 의문을 제기하며, 현실적 인간의 의사결정을 전제로 경제학이라는 학문을 새롭게 구축하고 있다.

행동경제학은 때때로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지극히 ‘인간적인’ 인간을 분석의 대상으로 한다. 행동경제학이 전통경제학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실 경제의 다양하고도 복잡한 현상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그 사고방식을 명쾌하게 해설한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제 6장 「일하는 방식을 제대로 바꾸기 위한 넛지」 중 〈'시지푸스의 바위' 실험〉 부분이다.

"하나의 바이오니클은 40가지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어 조립하는 데 약 10분 걸린다. 그들은 조립된 바이오니클 개수에 따라 임금을 받았다. 처음 1개를 완성하면 2달러, 다음 1개는 1.89달러 식으로 완성되는 개수가 늘어남에 따라 0.11달러씩 임금이 줄어든다. 다만 20개 이상을 조립하면 그 이후에는 1개당 0.02달러를 일정하게 받는다. 만일 당신이 실험 참가자라면 바이오니클을 몇 개나 만들 것인가. 10분에 2달러를 받을 수 있다면 나쁘지 않다. 하지만 10분에 0.02달러라면 아마도 만들지 않을 것이다. 어디쯤에서 만들기를 멈출 것이 분명하다.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은 2개 그룹으로 나뉘었다."(p. 164) 실험의 결과는 어떠했을까...

 

또, 제 8장 「공공정책에 대한 응용」에서 〈O형 인간은 왜 헌혈을 하는가〉도 흥미롭다. 쉽게 이해하고 기억에 오래 남는 부분이다. O형이 다른 혈액형보다 헌헐을 많이 하는 이유는 O형 혈액이 다른 혈액형의 혈액보다 항상 부족하거나 다른 혈액형보다 건강하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각 지역별 혈액의 재고율 및 계절 변동, 건강 상태를 컨트롤하여 분석해보아도 O형이 헌혈하는 비율은 여전히 높았다.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의 혈액형을 모르는 긴급사태나 특정 혈액형의 혈액이 부족한 상황이 아닌 한, O형 혈액이 다른 혈액형을 가진 사람에게 수혈되는 일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O형이 헌혈하는 이유가 자신의 피가 다른 사람에게 널리 수혈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에 공헌하고 싶은 마음을 품고 있는 경우의 사회 공헌 효과가 클수록 사회 공헌을 더 많이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p. 253)

 


 

이 책은 행동경제학이 전통경제학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실 경제의 다양하고고 복잡한 현상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그 사고방식을 명쾌하게 해설한다. 흥미롭고도 실용적인 다양한 사례는 , 행동경제학 분야를 처음 접하거나 관심을 가지려 하는 일반 독자에게 훌륭한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종래의 전통적 경제학에서는 뛰어난 계산 능력과 최대한의 정보를 이용하여 자신의 이익을 최대로 하는 행동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합리적 인간을 상정해왔다. 행동경제학은 이와 같은 전통경제학의 인간상을 다음 몇 가지 관점에서 좀 더 현실적인 인간상으로 바꾸고 있다. "당신은 일기예보에서 강수 확률이 몇 %일 때 우산을 들고 외출하십니까?" 전통경제학에서 상정하는 합리적 인간은 제반 위험 상황 발생 확률과 각 상황에서의 만족도로 측정한 이득을 곱해서 더한 수학적 기대치를 기초로 하여 이를 최대로 하는 의사 결정을 한다. 이것이 전통경제학에서 말하는 위험 상황에서의 의사 결정이다. 그러나 현실의 인간은 이렇게 복잡한 상황의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정확히 계산하고 있을 턱이 없다. 행동경제학자들은 현실의 인간이 위험 상황에서 의사 결정을 할 때 사용하는 사고의 틀이 전통경제학에서 사용하는 것과 다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차이점과 주장하는 초점이 분명한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저자 : 오타케 후미오

 

1961년 교토 출생. 1983년 교토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1985년 오사카대학 대학원 경제학연구과 박사 전기과정을 수료했다. 1996년 오사카대학 박사(경제학). 오사카대학 사회경제연구소 교수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오사카대학 대학원 경제학연구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전공은 행동경제학, 노동경제학이다. 저서로는, 『일본의 불평등』(2005년 닛케이 경제도서문화상, 2005년 산토리 학예상, 2005년 이코노미스트상을 수상), 그 외에 『경제학적 사고의 센스』, 『경쟁과 공평』, 『경쟁사회 걷는 방법』, 『경제학 센스를 연마』, 『의료 현장의 행동경제학』(히라이 게이와 공저) 등이 있다. 2006년 일본경제학회 이시카와상, 2008년 일본학사원상을 수상하였다.

 

역자 : 김동환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도쿄대학 대학원 경제학 석사, 박사(이론경제, 금융론 전공). 금융발전심의회(금융위원회) 위원,

제재심의위원회(금융감독원) 위원, 약관심사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위원, 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 언론중재위원회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2020년 현재 금융연구원 부원장, 금융학회 부회장, 은행법학회 부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기업진단의 출자 ㆍ 부채구조와 사업재편에 관한 연구』, 『구조적 대불황기 일본경제의 진로』(공저), 『한국 금융시스템의 비교제도 분석: 은행 VS 시장』, 『글로벌 금융규제 개혁 동향과 과제: 바람직한 금융규제 체계의 모색』, 『산업-금융자본 결합 규제에 관한 연구』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애덤 스미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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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에
수잰 레드펀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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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수많은 감정과 생각 사이에서 쉼 없는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이 소설 『한순간에』는 눈 속 조난 사고로 인해 드러나는 두 가족의 생존과 우정 사이의 갈등, 우선순위와 선택 사이의 이해 등 현장 안에서 숨은그림찾기 하듯 다양한 감정을 엮어서 독자들을 분노하게 하고 이해하려 노력하면서도 다시금 슬퍼지게 하기도 한다.

이 소설 속 이야기는 모든 종류의 감정과 그 이상을 내포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강한 것은 희망의 감정이다. 총 94장으로 이루어진 이 이야기는 마치 영화의 장면들 같다. 읽어 가다 보면 각 장마다 처음에는 슬픔과 분노가, 이후에는 기쁨, 안타까움, 그리고 마지막에는 희망의 감정에 북받치게 된다. 우리는 생존이 최우선이 된 혹한의 상황에서 일어난 분투와 구조 그리고 이후의 회복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생사의 갈림길에 선 인간들의 대처와 선택이 이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 묘사된 인간의 나약함과, 동시에 느끼게 되는 강인함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우리가 가진 감정이 분노와 대척점에 슬픔이, 나약함의 대척점에는 강인함이 있는 점을 대조적으로 드러나게 함으로써 선택의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소설은 사고 순간 죽은 '나'가 육신을 이탈해 사고 현장과 이후의 모든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현장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나'는 열여섯 살 고등학생 핀이다. 이번 겨울에도 어김없이 가족 스키 여행이 시작되었다. 우리 가족과 나의 절친 모린, 엄마의 절친 캐런 이모 부부와 그 딸까지 열 명이 캠핑카를 타고 함께한다. 즐거웠던 기분도 잠시, 산속에 들어설수록 눈보라는 강해지고, 눈 깜짝할 사이 세상은 어둡게 변한다. 조심히 움직이던 캠핑카 앞에 사슴이 나타나고, 불행히도 캠핑카는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산자락으로 추락한다. 이때 나(핀)는 즉사한다. 나는 육체를 벗어난 영혼이 되어 그 자리에 있는 모두를 자세히 볼 수 있는 상태가 된다. 나의 죽음에 가족들 모두 충격을 받지만 어두워지는 저녁, 즉시 조난 요청을 하러 이동해야 할지 그대로 하룻밤을 버틴 뒤 밝아지면 행동할 것인지 벌써부터 의견 충돌이 시작된다.

언니네 커플은 이대로 있을 수 없다며 먼저 눈길을 나선다. 아빠는 심한 부상으로 기절 상태이고, 엄마 역시 구조대를 찾으러 길을 나선다. 엄마가 캠핑카를 떠나기 전 내 시체에서 옷을 벗겨 내 절친 모린에게 줄지, 엄마 친구 딸인 내털리에게 줄지 잠시 고민하지만 모린에게 주고, 그때 캐런 이모의 얼굴에는 친구에 대한 심한 배신감이 서린다.

 

 

엄마가 떠나자 캠핑카에는 기절한 아빠 옆에 내 친구 모린, 내 동생이 있고, 캠핑카 뒤쪽에 캐런 이모네 가족이 모여 있다. 그때부터 이 캠핑카 안에는 이전에 없던 경계와 미묘한 긴장감이 생긴다. 지금까지 우리를 삼촌처럼 챙기고 우리 엄마 아빠와도 좋은 우정을 유지해 왔던 이모와 그 남편 밥이 자꾸 아빠의 노스페이스 모자 그리고 내 동생의 장갑을 쳐다본다. 이때 물을 마시고 싶다며 동생이 큰 몸을 움직여 이모를 밀친다. 그러자 이모가 한마디 한다. "이러다 쟤 때문에 우리가 죽겠어." 정신연령이 3세인 내 동생은, 우리 가족 모두가 사랑과 애정으로 잘 돌보아 왔다. 누구를 해할 아이가 아니다. 이모의 그 한마디가 나의 피를 얼어붙게 한다. 그 이후 밥은 동생을 캠핑카 밖으로 데리고 나간다.

 

파르르 떨며 눈을 뜬 아빠는, 통증뿐 아니라 점점 선명해지는 시야로 들어오는 광경에 겁에 질려 한 번 더 신음을 내뱉는다.

아빠는 작은 소리로 내 이름을 중얼거리다가 나를 발견하고 끔찍한 비명을 내지른다. 아빠를 따라 같이 내 쪽을 돌아본 나는 재빨리 고개를 돌려 버린다. 나의 죽음은 생각했던 것만큼 순식간에 일어난 일도, 고통 없는 죽음도 아니었다. 반쯤 잘린 내 머리에 있는 눈과 입은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벌려진 채 굳어 있고 괴기하게 아빠 쪽을 향해 있다. 내 몸에 그 많은 피가 있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엄청난 양의 피가 흘러 아빠 주변에 웅덩이를 만들고 있다."(p. 67)

 

 

누군가의 도움없이는 드나들 수 없는 차 상태다. 힘 좋은 오즈도 한몫 하며 서로 돕는 가운데 서서히 아침이 밝아온다. 그리고 다시 누군가의 구원을 요청하기위해 떠난다. 앤과 카일이. 그 뒤로는 사고가 아닌 선택에 의한 살인 혹은 일 뻔한 후회의 감정으로 사람이 피폐하게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스스로 놓을 뻔한 생명줄로 그 한순간의 선택이 역풍이 되어 앤을 괴롭힌다.. 또한 모두 구출되지만 막내 오즈는 장갑에 욕심낸 밥 삼촌에 의해 길을 잃고 영영 돌아오지 못하고 만다.(아래 단락 고딕체는 소설 속 '나'의 생각과 말을 현실과 구분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네 엄마가 떠난 지 한참이 지났잖아. 가다가 길을 잃었을까 봐 말이야."

오즈가 미간을 찌푸리고, 나의 맥박이 요동친다.

"누군가 너희 엄마를 찾으러 가야 할 것 같아." 밥 삼촌이 말한다.

오즈가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가고 싶은데, 발목을 너무 심하게 다쳐서."

나는 고개를 흔든다. 너무 믿어지지가 않아서 공포감마저 천천히 찾아 든다.

"내가 갈 수 있어." 오즈는 아주 좋은 생각이라는 듯이 신이 나서 말한다.

안 돼! 나는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든다. 나는 밥 삼촌 앞에 코가 닿을 만큼 가까이 다가간다. 이러지 마세요.

"엄마를 찾을 수 있겠어?" 밥 삼촌은 마치 오즈의 생각에 감동이라도 한 듯이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한다.

"빙고가 같이 가면 돼." 오즈가 말한다. "빙고는 누구든 찾을 수 있어. 핀이랑 숨바꼭질하면 언제나 빙고가 찾아냈어. 누나는 아주 잘 숨는데도."

"아주 좋은 생각이네!"

제발요. 나는 애원한다. 제발, 밥 삼촌, 지금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다시 생각해 봐요.(p. 115)

 

 

텅 빈 집, 영웅이 된 밥 삼촌네 가족, 하지만 진실은 드러나는 법. 조난자들 한 명 한 명 회복을 위해 애쓰는 가운데 엮여있던 실타래가 풀리고 과거와의 관계가 스러지는 모습들이 보인다. 핀의 멋진 남자친구가 될 뻔한 누구 얘기, 모의 새로운 남자친구 얘기 등등. 상처 난 구멍들이 하나씩 메꿔지고 메꿔지며 결국 일어서는 모습들...

무사히 구조를 마치고 돌아온 남겨진 자들의 이후의 생활모습을 통해 각기 저마다의 말 못할 비밀과 상처의 아픔을 대하는 방식, 그리고 이를 이겨나가는 모습들을 통해 물음을 던진다. 누가 잘못했다고 비난만은 할 수 없는 저마다 처한 상황을 통해 독자들에게 판단을 맡긴 듯하다. 하지만 적어도 뒷부분 저자의 말에서 느낀 것은 도덕적인 면에서 최선을 다했더라면 두 배의 상처는 오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았나 하는 말로 독자들에게 질문을 하는 것 같다.

 

 

생명은 누구나 하나뿐이다. 내 생명은 물론 타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하지만 소설 속 일어나는 일들처럼 만약 이런 일들이 몇날이고 지속이 된다면, 과연 우리들은 우선순위를 어떻게 매기고 일을 처리할까. 나 자신부터? 아니면 연약한 타인부터? 도덕과 양심에 배치되는 본성의 행동은 과연 어떻게 봐야 할까? 엄마가 보인, 핀의 옷을 벗겨 모린에게 준 것을 본 캐린이 느꼈던 감정, 밥 삼촌이 오즈에게 엄마를 찾아볼 것을 꾀하며 거래한 두 개의 초콜릿 바와 오즈의 장갑 사건, 아빠와 엄마가 느끼는 상실의 아픔과 극복의 과정들이 현실로 부딪치는 모습들에서 독자들은 어떤 느낌이 들까. 생각과 판단, 판단에서 실행까지... 제목처럼 '한순간에'란 말이 의미를 가지고 독자에게 다가온다. 도덕성과 이율배반적인 나를 보호하고자 하는 본성 앞에서 닥친 이런 일들을 통해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 내용들은 공감과 아픔,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나름대로 이유를 대며 이겨나가려 하는 모습들이 정말 아픔으로 다가온다. 특히 아빠가 오즈에 대해 말한 부분들에선 슬픔이 느껴지고, 비록 양심의 가책이고 부모의 입장에서는 생각해선 안될 일이었다고 해도 실제 생활에서 겪어온 아빠의 힘든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기도 한다.

이 소설은 삶과 죽음 사이에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 판단, 생각, 실행 등의 거의 모든 것이 도덕과 비도덕, 양심과 비양심, 선과 악 사이의 어디쯤 위치하는지 묻고 있는 것 같다. 책을 다 읽어도 카타르시스 같은 개운함보다는 도덕이나 양심이라는 가면을 쓴 비도덕과 비양심의 현상들이 나타나는 것에 무거운 중압감이 느껴지는 것은 본성일까, 내 이익을 취하려는 순간의 이성적 판단일까.

 

 

저자 : 수잰 레드펀(SUZANNE REDFEARN)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끊임없이 소설적 상상력을 작동시키는 이야기꾼이자 진정한 페이지 터너.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 공과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다. 2013년 학대하는 남편에게서 자신과 두 아이를 구하는 한 여인의 이야기 『허시 리틀 베이비』를 발표해 처음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2016년 남편 없이 TV 스타가 된 아이를 키우는 한 엄마의 삶과 내면의 갈등을 들여다본 『평범하지 않은 삶』을 발표하며 가족의 이야기를 설득력 있는 서사로 풀어내는 작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2020년 두 가족의 조난과 그 이후 벌어지는 갈등을 생생한 캐릭터와 감각적 묘사로 그려 낸 『한순간에』를 발표해 평론으로부터 경이로운 소설을 썼다는 찬사를 받았다. 이를 증명하듯 『한순간에』는 아마존 킨들 베스트셀러 1위에 한동안 머물렀고, 전 세계 13개 언어로 알려지게 되었다. 레드펀은 건축을 하듯 다양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핵심을 파고들며 플롯을 만드는 작가다. 현재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캘리포니아 러구나비치에 살면서 주거 및 상업 설계 전문 건축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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