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타행자의 수행한담 - 본연 스님이 들려주는 삶과 정진의 길 미타행자 시리즈
본연 지음 / 담앤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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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 에세이는 대부분 현대인으로서의 복잡한 삶에 지친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회복하는 데 중점적으로 특화돼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산업사회, 민주화시대로 급격한 변화를 이루면서 사회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좌절한 데서 생기는 소외감이 분노와 절망감 등으로 표출되는 사회 상황을 볼 때 그 추론은 적절한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나 외부로 표출하지 못하고 내면화됨으로써 우울증 등으로 나타날 때는 정신적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기도 해 사전 예방 차원에서 에세이 책은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감정 치유에는 심리 치료 요법으로 에세이와 같은 다정다감한 문체의 글들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경험으로 쉽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사회 상황과 맞물리며 우리 에세이는 급성장해 서점 판매부수에서 늘 1위를 오르내렸다. 지난해 발생한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는 에세이류가 더욱 분전한 것이 증명되기도 했다.

주, 월, 연 단위로 책 판매부수를 헤아리는 한 대형 서점이 지난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서점 분류상 에세이 분야의 책이 단연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물론 그 전년, 그 전전년에도 에세이는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이 서점 측의 설명이다.

 


 

이 결과 발표를 하면서 "한 가지 특기할 상황은 자기계발, 의학, 심리학 등 타 분야의 책들도 전문 서적이 아닌 에세이 형식으로 출판돼 큰 판매부수를 올렸다"고 밝힌다. 분석심리학의 원조인 칼 구스타프 융의 저서나 심리학 이론서 등이 에세이 형식으로 출판돼 서점가를 휩쓸기도 했으며, 자기계발서 역시 두껍게 자신의 정서나 감정을 변화시켜 자기를 계발하는 것보다 심리적 접근법을 사용해 우선 독자를 안정시키고 계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위로와 격려'를 하는 식으로 책 쓰는 스타일의 변화를 꾀했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외국의 번역책도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번역돼 많은 판매부수를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한 가지 쉽게 이해되지 않은 점은 종교나 철학 분야의 책이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데는 좋은 효과를 올릴 것 같은데 의외로 숫자가 적다. 예술, 특히 음악과 미술 서적은 굉장한 약진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그동안 저술 활동을 활발히 하는 분 중 한 명인 본연 스님은 이 책 『미타행자의 수행한담』을 해가 바뀌자마자 펴냈다. 지난 한 해 꾸준히 준비해온 결과다. 저자는 선원과 기도처를 찾아다니며 수행하다 여법한 수행도량 하나 만들고자 하는 마음으로 제주도로 내려가 항파두리 근처에 무주선원을 세웠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법당에서 정진하고 마당에서 울력하며 수행자의 일상, 수행법, 어른 스님들의 말씀을 등을 카페에 꾸준히 업로드했고, 이는 여러 신자에게 큰 공감과 교훈을 주었다. 이 책은 그런 스님의 글 중에서 근래의 어려운 시기를 넘기고 마음을 다잡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글들을 모은 것이다. 흙먼지 날리는 땅을 홀로 가꿨던 일, 춥기만 했던 겨울을 지나 생명의 감응을 느끼고, 새벽에 기도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홀로 정진하되 함께 공덕을 나누는 이야기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의 지친 마음을 감싸주고 앞을 향할 수 있도록 등을 두드려준다.

독자는 이런 책을 좋아한다. 우선 문외한인 불교의 가르침을 풀어써 놓아 지식욕을 자극하고, 읽으면 평온한 마음을 갖게 하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에세이 식으로 스님들의 수행, 생활, 포교 등의 활동도 알 수 있어 따라 실천할 수 있는 행동 목록을 만들기에도 좋다. 이 목록은 수시로 체크하며 익혀 실 생활에서 실천하고 반영해본다. 물론 실생활에서 실천 가능한 것들의 목록이다.

 


 

『미타행자의 수행한담』은 제주도의 무주선원에서 흙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과 다겁생에 걸쳐 행해가는 수행자의 노력이 씨실과 날실처럼 엮인 한 권이다. 어려운 경전을 그대로 인용하기보다는 옛 스님들의 일화부터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 심지어 축구 선수의 인터뷰까지 주제로 삼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생활 법문을 담고 있다. 독자처럼 초보자라 하더라도 수행과 정진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독자는 스님이나 신부, 목사님들이 직접 종교에 몸 담고 수행하고 공부하고 명상을 통해 지혜를 갈구하는 현장에서 실천한 많은 일들에 대해 쓴 글들을 좋아한다. 그들의 글에는 많은 종교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수행 방법, 공부 노력, 이타적 학문 연구 등이 총체적으로 어우러져 독자에게 삶의 영감을 주기 때문이다. 이 책도 그런 역할을 독자에게 충실히 해줘서 두 손으로 받쳐들고 재독할 예정이다.

즉 이 책은 독자의 독서 성향에 따라 스님의 수행관, 나(我)를 녹이는 공부의 어려움과 보람을 담은 문장들, 재가불자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격려해주는 메시지를 때로는 산문으로, 때로는 압축된 시로 표현하며 다양한 갈래로 독자들의 가슴을 울린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척박한 곳에서 살아보니 승복 입은 사문에게는 ‘스님’이란 호칭만도 대단한 선근이고 더 나아가 “나무아미타불” 염불하는 인연은 극락세계와 이어진 귀한 인연이며, 한자리에 모여서 염불하는 인연은 극락세계를 현현하는 회유한 인연이라 생각합니다.

- 「무주선원」 중에서

문경에 있는 도반의 절에서 작은 능소화를 얻어다 무주선원 이름이 새겨진 돌에 기대어 심었는데, 칠 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작년에서야 제법 어우러졌습니다. 하나의 꽃나무도 자세 잡는 데 칠 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는데 우리가 중생의 때를 벗는 데는 얼마나 오랜 세월이 걸리겠습니까? 다만 쉼 없이 지어갈 뿐입니다.

- 「토굴살이」 중에서

마음 밖에서 얻는 행복은 그늘이 있지만 마음 안에서 얻는 행복은 그늘이 없습니다. 재물로 일체중생을 이익되게 하려면 뒷감당이 안 되지만 마음으로 이익되게 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금강심론』에 ‘마음의 빛은 삼천대천세계를 감싸도 그늘이 없다’고 했는데, 다시 말하면 “나무아미타불” 염불로 삼천대천세계를 장엄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삼매가 현현하지는 않아도 좌선을 하나 염불을 하나 환희심이 일어나기에 밖으로 안 돌고 도량 내에서 일과를 보내는 것입니다.

- 「나이가 들수록 조심히」 중에서

진정한 노후 대책은 ‘마음 비우기’입니다. 떠날 적에 이름이나 수행 이력은 거품일 뿐이고 마음을 제대로 비워야 사바세계 떠나는 발걸음이 가벼워 죽음의 공포 없이 옛날 어른 스님들처럼 “나 간다” 하고 갈 수 있는 것입니다.

- 「노후 대책」 중에서

우리가 공부하는 이유는 망할 수밖에 없는 부질없는 망상, 번뇌를 털어내고 진정한 행복을 찾자는 것입니다. 사유와 수행을 통하여 부질없는

망상과 번뇌가 소멸한 자리는 자비심과 헌신으로 채워집니다. 염불을 하든 진언을 하든 화두를 하든 수행의 살림살이가 증명되는 것이 자비심과

헌신입니다.

- 「자비심과 헌신」 중에서

 


 

이 책에서 발췌된 글들은 독자의 독서 목록 한 편에 따로 필사되고, 그 부분만 재독, 삼독을 거치며 명상과 사색을 계속하며 독자에게 삶의 지혜를 일깨워준다. 어쩌면 그 자체가 삶일지도 모른다.

 

저자 : 본연

 

본연(本然) 스님은 전남 곡성 태안사로 출가했을 때 평생을 하루같이 용맹정진하다 열반하신 청화 큰스님(1923~2003)께서 스승과 제자 간의 인연을 맺으면서 내려주신 법명이고, 미타행자(彌陀行者)는 염불 수행하는 사제를 격려하기 위해 사형 스님이 지어준 별호다. 승보종찰 송광사 강원에서 사 년간 경전 공부하고 비구계를 받은 뒤 기도처와 선원을 오가며 정진하던 중, 큰스님의 은혜를 갚는 마음으로 2003년 서귀포 성산 자성원 주지를 자청하여 사 년간 기도하며 차 밭과 텃밭을 가꾸고 살면서 제주도와 인연이 시작되었다. 자성원 주지 소임을 놓은 뒤 다시 선원과 기도처를 찾아다니며 수행하였으며, 2012년부터는 제주시 항파두리 근처 자그마한 수행도량 무주선원(無住禪苑)을 열어 수행과 울력으로 극락도량을 일구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미타행자의 편지』, 『미타행자의 염불수행 이야기』, 『미타행자의 수행한담』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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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해 - 연꽃 핀 바다처럼 향기로웠다
도정 지음 / 담앤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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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은 고독하면서도 독립된 개체로서의 고유한 우주지만, 상호 연결된, 소통해야만 존재하는 연기적 생명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생명체에는 향기가 존재한다. 향기를 머금은 우리는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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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해 - 연꽃 핀 바다처럼 향기로웠다
도정 지음 / 담앤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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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향수해』는 아름다운 불교의 경전 한 구절과 사람 사는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독자는 이런 책을 좋아한다. 우선 문외한인 불교의 가르침을 풀어써 놓아 지식욕을 자극하고, 읽으면 평온한 마음을 갖게 하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에세이 식으로 스님들의 수행, 생활, 포교 등의 활동도 알 수 있어 따라 실천할 수 있는 행동 목록을 만들기에도 좋다. 이 목록은 수시로 체크하며 익혀 실 생활에서 실천하고 반영해본다. 물론 실생활에서 실천 가능한 것들의 목록이다.

“우리 삶은 소중한 순간순간의 연속이다.” 이 문구는 널리 알려진 말이긴 하지만 꼭 머릿속에 기억해둬야 한다. 순간순간의 연속이 결국 우리의 삶이며 순간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해 집중한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기 때문일 터다.

저자는 전작 『사랑하는 벗에게』를 마무리할 때쯤, 막 교계 신문에서 『향수해』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글이라면 차고 넘치게 써 봤지만, 경전에 빗댄 삶을 녹여내려니 그리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고 술회한다. 수행자의 삶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했다. 그 고민은 책에서 ‘기쁨’ ‘위로’ ‘사랑’ ‘외로움’ ‘신심’으로 각각 나눴다. 수행자 스님의 고민과 책 쓰기의 열정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향수해(香水海)는 화엄경에 나오는 ‘연꽃 피는 향기로운 바다’를 뜻하는 말이다. 즉 연꽃은 우주를 하나의 꽃으로 상징화시킨 것이며 모든 존재가 가진 각자의 고유한 세상을 대변한다는 것이다.

“연꽃의 향기를 머금은 그대, 그대는 어떻게 살고 계십니까?”

도정 스님은 시를 짓는 시인이며 부처님 말씀에 기대어 사는 수행자이기도 하다. 등단으로 여러 권 시집을 내기도 했고, 산문집과 경전 해설서를 내기도 했다. 글로써 마음을 내비치는 스님이자 시인으로 살아가는 도정 스님은 경전 한 구절과 삶 속 이야기로 책을 엮었다.

『향수해』. 제목으로나 불교 경전 구절이 드러나는 내용이나 독자에게 불교의 깨달음을 전달하는 듯하지만, 강요보다는 자연스러운 믿음을 갖기를 바라며, 그럴듯하게 꾸민 말 대신 진리로서 타인은 더 이해하고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는 씨앗이 되기를 바란다고 서문에서 밝힌다.

 


 

“부처님께 복을 빌지언정 부처님께 복을 빌어주는 이는 얼마나 될까. 한 할머니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어린 손녀를 데리고 새해에 가까운 절을 찾아 부처님을 참배하였다. 할머니는 가족들이 올 한 해 모두 건강하기를 발원하고 자식이 하고자 하는 일이 모두 원만하게 이뤄지기를 기도하였다. 그런데 어린 손녀는 할머니를 따라 “부처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부처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면서 각 단에 돌아가며 절을 하였다고 한다.”

이에 저자는,

무릇 선법을 행함에는 반드시 선한 과보가 있나니

맑고 깨끗한 행을 하면 반드시 깨끗한 과보가 있으리라

夫行善法必有善報

行淸白行必有白報

〈불설장아함경〉이란 경전 한 귀절을 빼내 슬며시 독자들에게 부처의 가르침을 전달한다.

 


 

저자의 에피소드와 경전 한 귀절과의 연계 솜씨는 아마 경전 공부를 많이 하고 뛰어난 관찰력의 합(合)에서 비롯된 듯하다. 저자는 다음 이야기를 잇는다. "절에 와서 늘 남 이야기를 하는 보살님이 계십니다. 그런데 그 보살님은 남의 칭찬만 하십니다. 누구는 봉사를 잘하고 누구는 함께 있으면 즐겁고 사람마다 가진 장점을 하나씩 늘어놓으며 끊임없이 칭찬을 이어나갑니다. 사회에서 인간관계를 맺을 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여럿이 모이기만 하면 자리에 없는 다른 이를 입에 올리게 되는 불편한 대화의 장이었어요. 이제와 생각해보니 왜 나는 먼저 나서서 남을 칭찬하지 못하고 남을 헐뜯는 그들을 비난하며 그 자리를 빠져나왔나 후회가 밀려오네요. 결국은 나도 남을 못마땅하게 여기기만 하는 그들과 다를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었어요." 스스로의 부족함을 성찰하며 슬며시 경전 한 귀절을 다시 내놓는다.

菩薩與他大樂不必歡喜

見他與人少樂心大歡喜

보살은 타인과 더불어 크게 기뻐하지만 반드시 기뻐하는 건 아닙니다.

타인이 남에게 적은 즐거움이라도 주는 것을 볼 때 마음이 크게 기쁩니다.

〈대장부론〉

 

저자는 이처럼 우리가 당연시해 왔던 행동에서 기쁨과 위로, 신심을 느끼고 깨닫는다고 한다. 혹은 “어떤 사회학자는 인간의 이기심을 생존의 본능이라고 해석하기도 했지만, 이런 말들은 가뜩이나 팍팍한 우리네 삶을 더욱더 슬프게 만든다. 짓밟아야 높아지고 경쟁에서 무조건 이겨야 성공한다는 생각은 얼마나 무자비한 행태인가. 오히려 ‘모든 사람이 내 자식 같다’는 부처님 말씀이 특별할 것 없는 세상이면 참 좋겠다.” 저자는 이미 무한 경쟁 사회가 되어버린 우리 사회에도 일침을 가한다. 이런 시스템의 사회에서는 '이겨야 내 것을 챙길 수 있다'는 욕망과 결합되면 '무자비(無慈悲)'한 세상이 된다는 사실을 이미 깨닫고 경계하는 것이다.

 


 

허무감이나 부질없음을 뛰어넘어 일상이 순간이 소중한, 그저 특별할 거 없는 세상을 꿈꾸기도 한다. 저자 도정 스님은 자신과 타인은 연꽃 같은 존재로 칭한다. 연꽃은 고독하면서도 독립된 개체로서의 고유한 우주지만, 상호 연결된, 소통해야만 존재하는 연기적 생명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생명체에는 향기가 존재한다. 향기를 머금은 우리는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가?

1장에서 5장까지 갈래는 다섯 개지만 불자로서, 아니면 일반 독자로서 모두가 생각해봄 직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흐뭇하고 흡족한 마음이나 느낌, 기쁨

괴로움을 덜고 달래다, 위로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사랑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 외로움

믿고 받드는 마음, 신심

 


 

「쓴맛의 소중함」

나이 들고 빵 몇 조각 접시에 담아 놓고서야 쓴맛보다 단맛 무서운 걸 새로 배우노라니 우습다. 쓴맛을 가만히 음미하면 입안에 단맛이 고이기도 하지만 단맛은 도무지 음미가 안 되고 금세 질려버리니 이어 먹기 오히려 고역이다.

그러고 보니 내 인생의 쓴맛들은 모두 고마운 참맛이기도 하였다. 실패했던 경험은 위로의 할 말이 되었고, 사람에 대한 상처는 타인을 이해하는 자양분이 되었으며, 가난은 자족할 줄 아는 마음의 밑거름이었다. 어눌한 말 품새는 언어를 신중히 쓰도록 스스로를 훈련시켰다.

 

무엇이 여섯 가지 맛인가? 괴로움은 신맛, 무상함은 짠맛, 내가 없음은 쓴맛이며, 즐거움은 단맛, 나라고 함은 매운맛, 항상함은 싱거운맛이다.

- 〈대반열반경〉 

 


 

우주 만물이 나를 비추고 있으니 언제나 올곧은 마음을 지녀야 합니다. 최근 예쁜 마음으로 만들어 놓은 눈사람을 무참히 짓밟고 부숴버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며 마음에 얼마나 병이 들었으면 저런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일까 생각했습니다. 안과 밖이 다르지 않고 너와 내가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면 그러한 불행도 사라질 수 있을까요.

 

저자 : 도정

 

하동 쌍계사에서 원정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양산 통도사에서 고산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시 「뜨겁고 싶었네」로 등단, 시집 『정녕, 꿈이기에 사랑을 다 하였습니다』와 『누워서 피는 꽃』을 펴냈다. 산문집 『우짜든지 내캉 살아요』 『사랑하는 벗에게』와 경전 번역 해설서 『보리행경』 『연기경』도 펴냈다. 현재 불교신문」에 ‘시인 도정 스님의 향수해’를 연재 중이며, 월간 「해인」 편집장을 맡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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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고 발칙하게
원진주 지음 / 미래와사람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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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권리를 얻기 위한 방송작가들의 노력은 계속될 것임을 독자는 확신한다. 미투도 사회구조의 불합리한 부분도, 시스템의 불공정도 개혁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거의 모두 동의하고, 변화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위로와 격려를 저자와 함께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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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고 발칙하게
원진주 지음 / 미래와사람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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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괜찮은 직업'에 '적지 않은 연봉'을 받으니 괜찮은 평가를 받는다. 방송기자나 아나운서, PD 등처럼 사회적 조명을 받지는 못하지만 글은 잘 쓰는 매우 세심한 방송 제작팀의 필수적 위치라는 신분에 대해선 후한 점수를 주는 듯하다. 선망의 대상은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방송 제작에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평가엔 부정할 필요없는 보너스 점수도 주는 것 같다. 일반인들의 이 같은 평은 방송 제작 시간이 일정치 않은 데다 밤이든 해외이든 제작팀과 함께 움직여야 하는 생활인으로서의 직업 환경을 고려치 않기 때문이다. 아니 잘 모르기 때문일 터다. 방송에 대한 환상이라고 할까? 그런 것이 작용한 것 역시 틀림없는 사실일 것이다. 보수도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라는 게 방송계의 귀띔이고 보니 그들의 고충을 한 번도 깊게 생각해본 일은 없었던 것이 독자의 입장이다. 일반적인 세평과는 달리 방송작가들의 생활은 최근 나오는 에세이 등에 가끔씩 비춰지는 생활 환경이 대부분 녹록치 않음이 엿보인다. 일반 직장인 수준의 낮은 급여 수준에 일정한 근무 시간 보장도 안 되기 때문에 개인 생활을 제대로 즐길 수도, 계획하기도 힘든 직업인 것 같다. 인기 작가(드라마 극을 쓰는)처럼 많은 돈을 벌지 못하는 데다 특별히 그런 기회도 없는 것 같다. 한마디로 그렇게 썩 좋은 직업은 아닌 듯하다.

 


 

이 책 『솔직하고 발칙하게』의 저자 원진주도 방송작가이다. 저자의 아버지가 방송국에서만 36년을 일하면서 간간히 연예인을 보기 위해 갔던 것이 있는데 시간이 엇갈려서 잠시 기다리는 동안 태어나서 한 번도 집안에서는 하지 않던 욕을 거기서는 하고 계신 것을 보았고 그렇게 잘생기고 이쁜 연예인들이 담배 뻑뻑 피워대며 욕을 산더미처럼 하는 것을 보면서(당연히 뭔가 수가 틀려서 혹은 기다림이 지겨워서 그런 것이겠지만) 환상이 다 깨졌다고 한다. 너무 예뻐 보였던 연예인에게 사인을 받는데 짙은 향수 냄새와 담배냄새가 같이 섞여 있는 것을 보면서 "아, 쟤네도 다 사람이구나" "그냥 얼굴만 저렇게 생긴 거구나"라는 '인간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근데 그런 사람과 맨날 같이 호흡하는 사람이 있으니 그 중 하나가 방송작가이다.

 


 

책에 따르면 저자는 연봉이 거의 억대에 이르는(사실 연봉이라기보다는 이것저것 수당 다 합쳐서 원천징수가 그 정도 일 것이라 생각은 되지만...) 사람이지만 대부분의 방송작가들은 이렇게 커 나가기 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고 거기다가 수시로 밤샘 작업을 반복해서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다른 직종과는 다르게 시간이 굉장히 가변적이고(이건 아버지 근무 시간을 봐도 알았다. 매일매일 근무가 바뀌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근데 내가 들어간 회사는 교대근무를 한다) 체력적으로나 건강상으로나 문제가 많은 경우가 빈번하다. 이렇게 10년 이상 버틴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이니 진짜 버티기만 해도 몸값이 올라가는 것은 자명한 사실일까? 실력도 있어야겠지만 그만큼 체력 관리도 중요한 듯싶다.

 


 

저자에 따르면 예전에 아버지에게도 여쭤본 적이 있는데 어떤 연예인이 이쁘냐고 물어봤을 때 대부분 못생겼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유가 뭔가 했더니 너무 예쁜 애들 천지라서 그냥 다 비슷해 보인다는 답변이었는데 이곳 사람들이 얼마나 눈이 높을지 알게 되는 답변이었다. 아직까지는 남성 위주의 제작 현장이기 때문에 성희롱적인 발언이 굉장히 자연스럽기도 하고 괜시레 여자들은 이뻐야 한다는 이상한 고정관념(?)이 박혀 있다. 심지어 얼굴이 나오지도 않은 방송작가들조차 이뻐야 한다는 희한한 차별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많이 싸우는데 얼굴을 보면 그래도 마음이 풀어진다고 하나? 희한하다. 물론 얼굴이 전혀 영향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게 실력을 가르는 요소는 아닐 텐데 왜 그런 편견이 생기는 것일까? 혹시 지금도 있다면 개선될 터이다.

 


 

저자는 연차가 올라가면서 다른 방송작가를 위해 권리를 대변하는 경우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시도했고 성공사례도 보여주었다. 하지만 크게 바뀐 것은 없는 듯하다. 당장의 불합리한 점 몇 개 정도는 해결할 수 있지만 위와 같은 성희롱 문제와 더불어 방송작가들의 불안정한 고용형태 등에 대해서는 아직 갈 길이 먼 듯하다. 물론 회사 입장에서는 현 상황이 굉장히 좋은 방식의 고용형태라고 할지 모르지만. 여러 입장에서 봤을 때도 굉장히 불안한 고용형태인 것은 사실이다. 투쟁, 단결도 답이겠지만 과연 언제쯤 바뀔 수 있을까? 책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권리를 얻기 위한 그녀들의 노력은 계속될 것임을 독자는 확신한다. 미투도 사회구조의 불합리한 부분도, 시스템의 불공정도 개혁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거의 모두 동의하고, 변화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하루 아침에 변할 정도로 대한민국은 불안정한 사회는 아니다. 사회 구성원 중 누가 시작했어도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절차를 거친다면 그리 오래지 않아 바뀔 것이다. 대한민국은 그만한 힘이 내재돼 있다고 독자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명한 TV 프로들의 작가였던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힘들고 답답한 독자들에게 괜찮다고 위로를 전한다. 자신도 25일 월급날을 기다리며 지옥철로 9-6로 근무하던 직장인 시절. 고용보험도 없이 3.3%를 떼며 혼자 일하던 프리랜서 시절. 아이들 키우며 매달 신랑 월급만 기다리던 주부시절. 이 모든 시절에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었다. 먹고살기 고달프다. "남의 돈 벌어먹고 살기 참 힘들다."란 생각도 수없이 했을 터다.

또 "보통만 가도 잘하는거다. 보통만 해도 밥은 먹고 산다. 잘하지도 덜하지도 말고 보통만 해라"는 저자의 속마음과 같은 생각을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테니까. 독자는 대학 다닐 때부터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평범한 것이다"는 말에 굉장히 매달린 적이 있다. 사회 시스템이 조금은 허술하고 산업 사회를 거쳐 자본주의 사회의 특징이 뿌리내릴 때쯤 대한민국은 하루가 다르게 격변했다. 변화하는 사회에서 눈에 띄지 않게 자신의 일에만 묵묵히 매진하는 것이 무척 어려운 일이라는 표현을 문학 서클 내의 한 친구가 그렇게 말했고, 그것은 평생 독자의 화두가 될 정도로 따라다녔다. 평범-보통-일반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로부터 나는 아니다를 말하며 "사회 어느 분야에 가든 '특별한 인재'는 조금만 노력하면 된다"는 오만한 자신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오만함을 없앤 채 조용히 평범하고 보통의 일반 시민으로 같은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산다. 오늘도 분명 또 치열하게 제작을 위해 노력하고 있을 방송 작가들에게 저자와 함께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동시대를 함께 웃고 울며 사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힘내라는 말과 응원을 보낸다. 그 응원 속에는 독자 자신에게 보내는 응원도 포함돼 있다.

 


 

10년이 넘는 동안 방송계에서 사람과 일에 치이며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책에 담았다. 사회생활을 한다면 누구나 겪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친구처럼, 때론 언니나 누나처럼 이야기하면서 치열하게 살아온 독자들과 우리의 삶을 다독여준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열심히 달려 온 우리에게 저자는 조금 쉬었다 가도 된다며, ‘그래도 괜찮다’고 말한다. 앞으로의 여정을 위해 함께 하기 좋은 책 『솔직하고 발칙하게』는 공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저자 특유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해주며 읽는 이의 마음을 위로해 준다.

 

저자 : 원진주

 

2009년 방송에 입문, 구성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매일 불안병에 시달리며 사람들을 관찰하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하는 것이 취미다. 끊임없이 수집하는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세상에서 하나뿐인 글을 쓰기 위해 고민한다. 10년 넘게 방송을 했지만 지금도 방송이 좋다. 여름에 마시는 맥주를 지극히도 사랑하는 사람. 지나가는 길에 동물과 마주하면 리액션이 절로 나오는 사람. 잘 쓰인 글보다는 편안한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SBS [현장21], KBS [황금의 펜타곤 시즌3], [도전! K-스타트업 2017], [굿모닝 대한민국], 채널A [김현욱의 굿모닝], YTN [강소기업이 힘이다] 등을 집필했고, 지상파와 종편 프로그램을 넘나들며 [TV 동물농장], [모닝와이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생방송 투데이], [생방송 아침이 좋다], [반려동물극장 단짝], [나누면 행복], [풍문으로 들었쇼] 등 시사, 교양 프로그램을 집필하고 있다. 한국방송작가협회 회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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