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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해 - 연꽃 핀 바다처럼 향기로웠다
도정 지음 / 담앤북스 / 2020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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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향수해』는 아름다운 불교의 경전 한 구절과 사람 사는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독자는 이런 책을 좋아한다. 우선 문외한인 불교의 가르침을 풀어써 놓아 지식욕을 자극하고, 읽으면 평온한 마음을 갖게 하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에세이 식으로 스님들의 수행, 생활, 포교 등의 활동도 알 수 있어 따라 실천할 수 있는 행동 목록을 만들기에도 좋다. 이 목록은 수시로 체크하며 익혀 실 생활에서 실천하고 반영해본다. 물론 실생활에서 실천 가능한 것들의 목록이다.
“우리 삶은 소중한 순간순간의 연속이다.” 이 문구는 널리 알려진 말이긴 하지만 꼭 머릿속에 기억해둬야 한다. 순간순간의 연속이 결국 우리의 삶이며 순간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해 집중한다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기 때문일 터다.
저자는 전작 『사랑하는 벗에게』를 마무리할 때쯤, 막 교계 신문에서 『향수해』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글이라면 차고 넘치게 써 봤지만, 경전에 빗댄 삶을 녹여내려니 그리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고 술회한다. 수행자의 삶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했다. 그 고민은 책에서 ‘기쁨’ ‘위로’ ‘사랑’ ‘외로움’ ‘신심’으로 각각 나눴다. 수행자 스님의 고민과 책 쓰기의 열정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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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해(香水海)는 화엄경에 나오는 ‘연꽃 피는 향기로운 바다’를 뜻하는 말이다. 즉 연꽃은 우주를 하나의 꽃으로 상징화시킨 것이며 모든 존재가 가진 각자의 고유한 세상을 대변한다는 것이다.
“연꽃의 향기를 머금은 그대, 그대는 어떻게 살고 계십니까?”
도정 스님은 시를 짓는 시인이며 부처님 말씀에 기대어 사는 수행자이기도 하다. 등단으로 여러 권 시집을 내기도 했고, 산문집과 경전 해설서를 내기도 했다. 글로써 마음을 내비치는 스님이자 시인으로 살아가는 도정 스님은 경전 한 구절과 삶 속 이야기로 책을 엮었다.
『향수해』. 제목으로나 불교 경전 구절이 드러나는 내용이나 독자에게 불교의 깨달음을 전달하는 듯하지만, 강요보다는 자연스러운 믿음을 갖기를 바라며, 그럴듯하게 꾸민 말 대신 진리로서 타인은 더 이해하고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는 씨앗이 되기를 바란다고 서문에서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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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 복을 빌지언정 부처님께 복을 빌어주는 이는 얼마나 될까. 한 할머니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어린 손녀를 데리고 새해에 가까운 절을 찾아 부처님을 참배하였다. 할머니는 가족들이 올 한 해 모두 건강하기를 발원하고 자식이 하고자 하는 일이 모두 원만하게 이뤄지기를 기도하였다. 그런데 어린 손녀는 할머니를 따라 “부처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부처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면서 각 단에 돌아가며 절을 하였다고 한다.”
이에 저자는,
무릇 선법을 행함에는 반드시 선한 과보가 있나니
맑고 깨끗한 행을 하면 반드시 깨끗한 과보가 있으리라
夫行善法必有善報
行淸白行必有白報
〈불설장아함경〉이란 경전 한 귀절을 빼내 슬며시 독자들에게 부처의 가르침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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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에피소드와 경전 한 귀절과의 연계 솜씨는 아마 경전 공부를 많이 하고 뛰어난 관찰력의 합(合)에서 비롯된 듯하다. 저자는 다음 이야기를 잇는다. "절에 와서 늘 남 이야기를 하는 보살님이 계십니다. 그런데 그 보살님은 남의 칭찬만 하십니다. 누구는 봉사를 잘하고 누구는 함께 있으면 즐겁고 사람마다 가진 장점을 하나씩 늘어놓으며 끊임없이 칭찬을 이어나갑니다. 사회에서 인간관계를 맺을 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여럿이 모이기만 하면 자리에 없는 다른 이를 입에 올리게 되는 불편한 대화의 장이었어요. 이제와 생각해보니 왜 나는 먼저 나서서 남을 칭찬하지 못하고 남을 헐뜯는 그들을 비난하며 그 자리를 빠져나왔나 후회가 밀려오네요. 결국은 나도 남을 못마땅하게 여기기만 하는 그들과 다를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었어요." 스스로의 부족함을 성찰하며 슬며시 경전 한 귀절을 다시 내놓는다.
菩薩與他大樂不必歡喜
見他與人少樂心大歡喜
보살은 타인과 더불어 크게 기뻐하지만 반드시 기뻐하는 건 아닙니다.
타인이 남에게 적은 즐거움이라도 주는 것을 볼 때 마음이 크게 기쁩니다.
〈대장부론〉
저자는 이처럼 우리가 당연시해 왔던 행동에서 기쁨과 위로, 신심을 느끼고 깨닫는다고 한다. 혹은 “어떤 사회학자는 인간의 이기심을 생존의 본능이라고 해석하기도 했지만, 이런 말들은 가뜩이나 팍팍한 우리네 삶을 더욱더 슬프게 만든다. 짓밟아야 높아지고 경쟁에서 무조건 이겨야 성공한다는 생각은 얼마나 무자비한 행태인가. 오히려 ‘모든 사람이 내 자식 같다’는 부처님 말씀이 특별할 것 없는 세상이면 참 좋겠다.” 저자는 이미 무한 경쟁 사회가 되어버린 우리 사회에도 일침을 가한다. 이런 시스템의 사회에서는 '이겨야 내 것을 챙길 수 있다'는 욕망과 결합되면 '무자비(無慈悲)'한 세상이 된다는 사실을 이미 깨닫고 경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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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감이나 부질없음을 뛰어넘어 일상이 순간이 소중한, 그저 특별할 거 없는 세상을 꿈꾸기도 한다. 저자 도정 스님은 자신과 타인은 연꽃 같은 존재로 칭한다. 연꽃은 고독하면서도 독립된 개체로서의 고유한 우주지만, 상호 연결된, 소통해야만 존재하는 연기적 생명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생명체에는 향기가 존재한다. 향기를 머금은 우리는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가?
1장에서 5장까지 갈래는 다섯 개지만 불자로서, 아니면 일반 독자로서 모두가 생각해봄 직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흐뭇하고 흡족한 마음이나 느낌, 기쁨
괴로움을 덜고 달래다, 위로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사랑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 외로움
믿고 받드는 마음, 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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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맛의 소중함」
나이 들고 빵 몇 조각 접시에 담아 놓고서야 쓴맛보다 단맛 무서운 걸 새로 배우노라니 우습다. 쓴맛을 가만히 음미하면 입안에 단맛이 고이기도 하지만 단맛은 도무지 음미가 안 되고 금세 질려버리니 이어 먹기 오히려 고역이다.
그러고 보니 내 인생의 쓴맛들은 모두 고마운 참맛이기도 하였다. 실패했던 경험은 위로의 할 말이 되었고, 사람에 대한 상처는 타인을 이해하는 자양분이 되었으며, 가난은 자족할 줄 아는 마음의 밑거름이었다. 어눌한 말 품새는 언어를 신중히 쓰도록 스스로를 훈련시켰다.
무엇이 여섯 가지 맛인가? 괴로움은 신맛, 무상함은 짠맛, 내가 없음은 쓴맛이며, 즐거움은 단맛, 나라고 함은 매운맛, 항상함은 싱거운맛이다.
- 〈대반열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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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만물이 나를 비추고 있으니 언제나 올곧은 마음을 지녀야 합니다. 최근 예쁜 마음으로 만들어 놓은 눈사람을 무참히 짓밟고 부숴버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며 마음에 얼마나 병이 들었으면 저런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일까 생각했습니다. 안과 밖이 다르지 않고 너와 내가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면 그러한 불행도 사라질 수 있을까요.
저자 : 도정
하동 쌍계사에서 원정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양산 통도사에서 고산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시 「뜨겁고 싶었네」로 등단, 시집 『정녕, 꿈이기에 사랑을 다 하였습니다』와 『누워서 피는 꽃』을 펴냈다. 산문집 『우짜든지 내캉 살아요』 『사랑하는 벗에게』와 경전 번역 해설서 『보리행경』 『연기경』도 펴냈다. 현재 불교신문」에 ‘시인 도정 스님의 향수해’를 연재 중이며, 월간 「해인」 편집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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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