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타행자의 수행한담 - 본연 스님이 들려주는 삶과 정진의 길 미타행자 시리즈
본연 지음 / 담앤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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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 에세이는 대부분 현대인으로서의 복잡한 삶에 지친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회복하는 데 중점적으로 특화돼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산업사회, 민주화시대로 급격한 변화를 이루면서 사회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좌절한 데서 생기는 소외감이 분노와 절망감 등으로 표출되는 사회 상황을 볼 때 그 추론은 적절한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나 외부로 표출하지 못하고 내면화됨으로써 우울증 등으로 나타날 때는 정신적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기도 해 사전 예방 차원에서 에세이 책은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감정 치유에는 심리 치료 요법으로 에세이와 같은 다정다감한 문체의 글들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경험으로 쉽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사회 상황과 맞물리며 우리 에세이는 급성장해 서점 판매부수에서 늘 1위를 오르내렸다. 지난해 발생한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는 에세이류가 더욱 분전한 것이 증명되기도 했다.

주, 월, 연 단위로 책 판매부수를 헤아리는 한 대형 서점이 지난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서점 분류상 에세이 분야의 책이 단연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물론 그 전년, 그 전전년에도 에세이는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이 서점 측의 설명이다.

 


 

이 결과 발표를 하면서 "한 가지 특기할 상황은 자기계발, 의학, 심리학 등 타 분야의 책들도 전문 서적이 아닌 에세이 형식으로 출판돼 큰 판매부수를 올렸다"고 밝힌다. 분석심리학의 원조인 칼 구스타프 융의 저서나 심리학 이론서 등이 에세이 형식으로 출판돼 서점가를 휩쓸기도 했으며, 자기계발서 역시 두껍게 자신의 정서나 감정을 변화시켜 자기를 계발하는 것보다 심리적 접근법을 사용해 우선 독자를 안정시키고 계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위로와 격려'를 하는 식으로 책 쓰는 스타일의 변화를 꾀했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외국의 번역책도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번역돼 많은 판매부수를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한 가지 쉽게 이해되지 않은 점은 종교나 철학 분야의 책이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데는 좋은 효과를 올릴 것 같은데 의외로 숫자가 적다. 예술, 특히 음악과 미술 서적은 굉장한 약진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그동안 저술 활동을 활발히 하는 분 중 한 명인 본연 스님은 이 책 『미타행자의 수행한담』을 해가 바뀌자마자 펴냈다. 지난 한 해 꾸준히 준비해온 결과다. 저자는 선원과 기도처를 찾아다니며 수행하다 여법한 수행도량 하나 만들고자 하는 마음으로 제주도로 내려가 항파두리 근처에 무주선원을 세웠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법당에서 정진하고 마당에서 울력하며 수행자의 일상, 수행법, 어른 스님들의 말씀을 등을 카페에 꾸준히 업로드했고, 이는 여러 신자에게 큰 공감과 교훈을 주었다. 이 책은 그런 스님의 글 중에서 근래의 어려운 시기를 넘기고 마음을 다잡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글들을 모은 것이다. 흙먼지 날리는 땅을 홀로 가꿨던 일, 춥기만 했던 겨울을 지나 생명의 감응을 느끼고, 새벽에 기도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홀로 정진하되 함께 공덕을 나누는 이야기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의 지친 마음을 감싸주고 앞을 향할 수 있도록 등을 두드려준다.

독자는 이런 책을 좋아한다. 우선 문외한인 불교의 가르침을 풀어써 놓아 지식욕을 자극하고, 읽으면 평온한 마음을 갖게 하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에세이 식으로 스님들의 수행, 생활, 포교 등의 활동도 알 수 있어 따라 실천할 수 있는 행동 목록을 만들기에도 좋다. 이 목록은 수시로 체크하며 익혀 실 생활에서 실천하고 반영해본다. 물론 실생활에서 실천 가능한 것들의 목록이다.

 


 

『미타행자의 수행한담』은 제주도의 무주선원에서 흙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과 다겁생에 걸쳐 행해가는 수행자의 노력이 씨실과 날실처럼 엮인 한 권이다. 어려운 경전을 그대로 인용하기보다는 옛 스님들의 일화부터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 심지어 축구 선수의 인터뷰까지 주제로 삼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생활 법문을 담고 있다. 독자처럼 초보자라 하더라도 수행과 정진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독자는 스님이나 신부, 목사님들이 직접 종교에 몸 담고 수행하고 공부하고 명상을 통해 지혜를 갈구하는 현장에서 실천한 많은 일들에 대해 쓴 글들을 좋아한다. 그들의 글에는 많은 종교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수행 방법, 공부 노력, 이타적 학문 연구 등이 총체적으로 어우러져 독자에게 삶의 영감을 주기 때문이다. 이 책도 그런 역할을 독자에게 충실히 해줘서 두 손으로 받쳐들고 재독할 예정이다.

즉 이 책은 독자의 독서 성향에 따라 스님의 수행관, 나(我)를 녹이는 공부의 어려움과 보람을 담은 문장들, 재가불자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격려해주는 메시지를 때로는 산문으로, 때로는 압축된 시로 표현하며 다양한 갈래로 독자들의 가슴을 울린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척박한 곳에서 살아보니 승복 입은 사문에게는 ‘스님’이란 호칭만도 대단한 선근이고 더 나아가 “나무아미타불” 염불하는 인연은 극락세계와 이어진 귀한 인연이며, 한자리에 모여서 염불하는 인연은 극락세계를 현현하는 회유한 인연이라 생각합니다.

- 「무주선원」 중에서

문경에 있는 도반의 절에서 작은 능소화를 얻어다 무주선원 이름이 새겨진 돌에 기대어 심었는데, 칠 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작년에서야 제법 어우러졌습니다. 하나의 꽃나무도 자세 잡는 데 칠 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는데 우리가 중생의 때를 벗는 데는 얼마나 오랜 세월이 걸리겠습니까? 다만 쉼 없이 지어갈 뿐입니다.

- 「토굴살이」 중에서

마음 밖에서 얻는 행복은 그늘이 있지만 마음 안에서 얻는 행복은 그늘이 없습니다. 재물로 일체중생을 이익되게 하려면 뒷감당이 안 되지만 마음으로 이익되게 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금강심론』에 ‘마음의 빛은 삼천대천세계를 감싸도 그늘이 없다’고 했는데, 다시 말하면 “나무아미타불” 염불로 삼천대천세계를 장엄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삼매가 현현하지는 않아도 좌선을 하나 염불을 하나 환희심이 일어나기에 밖으로 안 돌고 도량 내에서 일과를 보내는 것입니다.

- 「나이가 들수록 조심히」 중에서

진정한 노후 대책은 ‘마음 비우기’입니다. 떠날 적에 이름이나 수행 이력은 거품일 뿐이고 마음을 제대로 비워야 사바세계 떠나는 발걸음이 가벼워 죽음의 공포 없이 옛날 어른 스님들처럼 “나 간다” 하고 갈 수 있는 것입니다.

- 「노후 대책」 중에서

우리가 공부하는 이유는 망할 수밖에 없는 부질없는 망상, 번뇌를 털어내고 진정한 행복을 찾자는 것입니다. 사유와 수행을 통하여 부질없는

망상과 번뇌가 소멸한 자리는 자비심과 헌신으로 채워집니다. 염불을 하든 진언을 하든 화두를 하든 수행의 살림살이가 증명되는 것이 자비심과

헌신입니다.

- 「자비심과 헌신」 중에서

 


 

이 책에서 발췌된 글들은 독자의 독서 목록 한 편에 따로 필사되고, 그 부분만 재독, 삼독을 거치며 명상과 사색을 계속하며 독자에게 삶의 지혜를 일깨워준다. 어쩌면 그 자체가 삶일지도 모른다.

 

저자 : 본연

 

본연(本然) 스님은 전남 곡성 태안사로 출가했을 때 평생을 하루같이 용맹정진하다 열반하신 청화 큰스님(1923~2003)께서 스승과 제자 간의 인연을 맺으면서 내려주신 법명이고, 미타행자(彌陀行者)는 염불 수행하는 사제를 격려하기 위해 사형 스님이 지어준 별호다. 승보종찰 송광사 강원에서 사 년간 경전 공부하고 비구계를 받은 뒤 기도처와 선원을 오가며 정진하던 중, 큰스님의 은혜를 갚는 마음으로 2003년 서귀포 성산 자성원 주지를 자청하여 사 년간 기도하며 차 밭과 텃밭을 가꾸고 살면서 제주도와 인연이 시작되었다. 자성원 주지 소임을 놓은 뒤 다시 선원과 기도처를 찾아다니며 수행하였으며, 2012년부터는 제주시 항파두리 근처 자그마한 수행도량 무주선원(無住禪苑)을 열어 수행과 울력으로 극락도량을 일구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미타행자의 편지』, 『미타행자의 염불수행 이야기』, 『미타행자의 수행한담』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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