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해변
이도 게펜 지음, 임재희 옮김 / 문학세계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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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이스라엘 문학을 접해본 기억이 없다. 유대인들이 세계를 수천년 간 떠돌아다니며 세계인들에게 남긴 인상은 지능이 높아 과학 등의 분야에서 걸출한 실력을 보이고, 억압 받는 생활을 오래했기 때문인지 단결력 또한 세상 어느 민족보다 높다고 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치열한 삶을 살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구 본능이 강해진 것일까. 그들은 아랍인들과 전쟁을 하고, 늘 위험 속에 노출돼 있어도 각 분야에서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인물들을 많이 배출했다. 지금도 아랍 여러 국가들과 대치 상황에서 자신들의 안보와 나라를 스스로 지켜내는 우수한 민족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다만 예술을 향유할 틈이 없어서인지 유독 예술 분야에서 특출한 인물을 많이 내지 못한 듯한 느낌이다. 가끔씩 음악가들은 유명 인물이 좀 있다지만 그것도 뉴스에서나 접할 수 있었지, 우리와는 그다지 인연을 많이 맺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아니면 독자가 이스라엘 예술에 대해 무지해서인지도 모르지만 누구 한 명 이름을 말해보라 요청 받는다 해도 쉽게 떠오르는 인물은 없다. 다만 몇해 전 우리나라에서 주는 박경리 문학상 수상 작가 아모스 오즈(박경리 문학상, 프란츠 카프카 문학상 수상 작가)만이 독자 기억속의 유일한 문학인이다. 그마저 이름만 들었지 그의 작품을 한 번도 직접 읽은 적이 없다. 다행히 그의 작품 중 『유다』가 최근 국내에서 번역 출간됐다고 들었다.

 


 

이처럼 유대 문학에 대해선 과문(寡文)인 독자에게 매력적인 제목의 소설집 한 권이 손에 쥐어졌다. 단편 14편을 묶어 만든 이 소설집의 제목은 『예루살렘 해변』이다.

14편 중 하나인 소설 제목을 표제어로 썼다. 이 소설집을 번역한 임재희는 「옮긴이의 말」을 통해 "동화처럼 아름답고 애틋한 작품들은 내게 긴 여운을 남겼다. 원작의 표제작이기도 했던 「예루살렘 해변」을 가장 먼저 번역했다. 이스라엘이 지중해와 홍해 연안에 위치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예루살렘이 해변이라니. 나는 내 상식을 의심하며 지도를 다시 살폈다. 그리고 원작을 읽으며 바로 이해했다."고 썼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내를 요양원에 보내기 하루 전 노부부 새미와 릴리안이 예전에 살던 곳을 찾아가는 로드무비 형식의 이 소설은 애잔하다. 놀이터의 모랫바닥에서 두 노인은 물살을 헤집듯 함께 논다. 이미 '해변'은 꿈이나 기억, 환상이나 사랑의 다른 말로 존재하는 공감의 언어로 바뀐다. 사실보다 진실한 것은 공감의 행위라는 걸 보여준다.

 


 

이미 몇몇은 영화나 드라마 판권이 할리우드에 팔렸다고 한다. 이스라엘 태생의 작가가 혁신적인 뇌 연구원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기괴한 이야기도 있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스토리까지 다양했다.

두번째 작품은 타인의 목소리가 라디오 주파수에 잡히는 설정이다. 「101.3FM」란 제목의 소설은 어느날 노인이 맡긴 60년대 라디오를 수리하면서 신기한 일이 발생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베니의 목소리였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베니의 생각이었다. 나는 이 신기한 물건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이의 생각을 읽는다는 것은 매력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들의 생각을 읽어봤다. 그러다가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누리트라는 여자의 생각을 읽었는데 나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 감정에 호응하기 위해 편의점으로 자주 찾아갔고 그녀와 가까워지고 그녀가 꿈꾸는 연인 생활을 해나갔지만 그녀의 생가에서 부정적인 것들을 듣고나서는 마음이 변하는 것을 느끼며 더 불안해졌다. 남들이 모르는 상대방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은 좋을 수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살면서 친한 사람에 대해 말은 안 해도 '부정적인 생각'은 할 수 있는 것인데 그런 생각을 상대방이 안다면 분명히 불쾌할 것이지만 상대방은 그걸 알 도리가 없다. 단편답게 기묘한 이야기지만 임팩트가 강하다. 결말에 가서 상식처럼 사건을 되돌린다. 아무일 없다는 듯이.

"그녀는 그날 라디오에서 들은 것을 나에게 말하지 않을 것이고, 나는 들려달라고 고집하지 않을 것이다. 그 라디오 사건 이후로, 그녀는 날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 가끔 그게 걱정되는 건 사실이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우리 사이에 무슨 감정이 싹트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어떤 감정은 말할 필요가 없다는 걸 나는 안다."

 


 

청년작가 이도 게펜이 쓴 이 소설집에 대해 평론가와 매스컴은 "연민과 철학적 사유 그리고 유머가 살아 있는 소설 작품집 『예루살렘 해변』은 모든 모순을 견디는 인간 군상에 대한 탐구를 시도한다. 각각의 이야기는 이스라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익숙함에서 한 걸음 떨어진 현대인의 삶을 조명한다. 이도 게펜은 노인 부대, 기억을 공유하는 신기술 창업에 대한 야망, 존재하지 않는 해변을 찾는 노부부 이야기 등을 들려준다. 과학의 발전과 인간 두뇌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불러일으키며 마음을 다치면서도 결국 치유에 이르는 인물들을 통해 흥미로운 이야기 세계로 독자들을 끌고 간다."고 평하고 있다.

이도 게펜은 1992년 이스라엘 출생으로 뇌 연구원.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인간 정신에 대한 이해를 증폭시킬 수 있는지 탐구하는 작가라고 한다. 2017년에 출간한 첫 소설집이 『예루살렘 해변』이다. 매년 노벨문학상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하니 독자의 과문을 탓할 수밖에 없다. ‘박경리 문학상’과 ‘프란츠 카프카 문학상’을 수상한 아모스 오즈는 "내가 그동안 읽은 소설 중에 최고의 작품이다."고 극찬했다. 독자의 호기심에 불을 당긴 것이다.

 


 

'어른 동화' 같으면서도 치밀하게 구성된 단편소설들. 옮긴이는 "21세기 문학이 서정성에만 기댈 수 없다는 것을 이도 게펜은 작품들을 통해 충실히 보여준다. 작가는 기술과 상상력만으로 다 말할 수 없는 것들과 인간의 서정만으로 다 보여줄 수 없는 것들을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품었다"고 오래 기억에 남을 만한 문학적 평가를 내놓았다. 독자도 공감하는 적확한 평이라고 생각한다. 이스라엘은 우리와 지정학적으로 비슷한 위치에 놓여 있는 나라다. 이념이 아닌 종교를 달리 하는 아랍권에 둘러싸여 있다. 이 때문에 늘 자국의 안보를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삶이 먼저고, 이념이나 종교, 정치 등 기타 문제는 후순위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는 이스라엘 소설가를 만난 것이 기쁘고 즐겁다. 건필을 기대한다.

 

저자 : 이도 게펜

 

1992년 이스라엘에서 태어나 현재 텔아비브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사골 뇌 연구소Sagol Brain Institute, 소라 스키 의학센터, 텔아비브 대학 부속기관인 ‘가상 증강 현실 연구소’에서 신경 인지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인간 정신에 대한 이해를 증폭시킬 수 있는지 탐구하는 작가다. 그는 현재 이 연구소에서 스토리텔링과 증강 현실을 이용해 파킨슨병의 양상을 진단하는 혁신적인 연구를 이끌고 있다. 2017년 출간된 그의 첫 『예루살렘 해변』 은 곧바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고, 그 해 이스라엘 문화부장관상을 수상했다. 또한 2019년 이스라엘 국립도서관이 수여하는 젊은 작가들을 위한 ‘파르데스Pardes’ 기금 수혜자로 선정되었다. 『예루살렘 해변』은 2021년 미국과 네덜란드에서 출판될 예정이며, 이 책에 수록된 몇 작품은 이미 이탈리아와 체코에서 출판되었다. 몇몇 작품에 대한 영화와 TV 드라마 판권은 할리우드 유명 제작사에 팔렸고, 곧 영상물로 제작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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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를 만나다 - 위대하지만 위험한 철학자
신성권 지음 / 하늘아래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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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니체를 만나다』의 저자 신성권은 그를 '위대하지만 위험한 철학자'로 표현한다. 이 책의 부제로 선택된 이 문구는 니체를 '위대한 철학자'로 표현하고 싶은 것으로 풀이된다. 철학자와 사상가들은 니체를 '현대의 가장 위대한 사상가이자 철학자' 중 한 명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의 사상은 악용된(나치 히틀러) 적이 있어 '위험한'이라는 표현을 쓴 것 같다. 물론 “철학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도덕가들을 교수형에 처하는 수밖에 없다.”, “신은 죽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초인(超人)을 소망해야 한다.” 등 위험할 정도로 수위가 높아 그를 망치를 마구 휘두르는 사람처럼 위험하게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니체는 대중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철학자임에는 틀림 없는 사실이다. 철학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니체'라는 이름을 모르는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다. 그만큼 그의 영향력은 현대인들에게는 대단하다.

 


 

니체는 1844년 독일 뢰켄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5세 때 아버지와 사별하고 어머니, 누이동생과 함께 할머니의 집에서 성장했으며, 어린 시절부터 음악과 문학에 천재적인 재능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전문헌학과 신학을 전공했으며, 25세의 젊은 나이로 논문 하나 없이 출간된 자신의 저서만으로 바젤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그러나 건강이 악화되어 이탈리아와 프랑스 요양지에 머물며 저술 활동에만 전념했고 1900년 8월 25일까지 광인으로 살다가 생을 마감하였다.철학사전이나 백과사전에 등재된 그에 대한 설명에서 우리는 그의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의 사상에는 평범한 다수가 염두에 두어야 할 가르침이 내재되어 있다. 현실의 참혹함과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각자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는 소박하지만 창조적인 의지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정치철학 다시 보기〉 또 두산백과는 니체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독일의 시인·철학자. 주저는 『반시대적 고찰』(1873~1876)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1883∼1885) 등이 있다. 쇼펜하우어의 '의지철학'을 계승하는 ‘생의 철학’의 기수이며, 키르케고르와 함께 실존주의의 선구자로 지칭된다."

이에 비해 저자는 "그의 사상은 쇼펜하우어의 영향을 받아 이성 중심의 전통적 형이상학과 결별을 선언하고 의지의 철학을 논하고 ‘신은 죽었다’라고 말을 하며, 전통적인 서구의 기독교와 윤리 도덕을 비판하고 힘에 기반 한 도덕을 설파하여 당시 지식인들을 경학하게 만든 철학사의 이단아다. 그의 사상은 오늘날 철학 분야뿐만 아니라, 신학, 심리학, 문학, 미학 등 수많은 분야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니체가 위대하면서도 위험한 철학자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왜 니체의 사상에 열광하는가? 그리고 니체는 우리에게 왜 초인의 삶을 말하는가? 또 초인이란 무엇인가? 등 많은 의문이 따라다닌다. 정신없이 바쁘고 치열한 삶을 살아가지만 왜곡된 삶의 목표와 욕망 앞에서 진정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왜소해져가는 인간. 이것이 바로 21세기 현대인의 자화상이다. 이에 대해 니체는 우리에게 “진정한 너 자신이 되어라.”라고 말한다. 외부의 환경, 지배적 이념에 휘둘리지 말고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창조하는 ‘초인’이 되라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니체가 말하는 ‘초인(超人)’이란 외부의 가치를 따르지 않고 자신의 가치를 만드는 사람, 인간의 불완전성이나 제한을 극복한 이상적 인간을 말한다. 항상 자기 자신을 극복하는 존재이며, 자신과 세계를 긍정할 수 있는 존재이자, 지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를 완성하는 주인의 역할을 하는 존재를 초인(超人)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전지전능한 신적 존재나 다양한 초능력을 쓰는 '슈퍼맨'의 개념과는 다르다. 저자는 초인의 특징을 '의심이 많고 독립적이며, 자기주체적이라는 점"으로 해석한다. 니체는 인간이 초인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낙타’, ‘사자’, ‘어린아이’의 3단계로 설명한다.

 


 

낙타는 복종하는 정신이다. 낙타는 순종적인 존재로서 복종, 순응하는 자를 말하며, 대부분의 모범적 인간을 지칭한다. 사자는 뚜렷한 주체성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자유를 억압하는 기존의 가치에 저항하는 정신이다. 최종 단계인 ‘어린아이’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상징한다. 순진무구하여 자신의 내면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고 외부의 다른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니체가 말한 초인의 모습이다.

이처럼 니체의 사상은 도덕과 윤리, 사회의 지배적 이념에 억눌려 억압된 인간의 욕망을 자극한다. 우리가 니체에게 열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존의 가치를 파괴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려 한 니체의 철학은 삶의 허무함에 지친 우리에게 권력 의지를 되찾아 줄 것이다.

니체가 스위스 바젤대학교 고전문헌학 교수에서 철학으로 전향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바그너와 함께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접해서이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인생을 욕망과 권태 사이를 오가는 시계추에 비유했다.

"인간은 욕망덩어리다. 식욕, 성욕, 수면욕, 명예욕, 소유욕, 권력욕 등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고 행위를 유발하는 근원은 바로 의식이 아닌 욕망이다. 우리는 욕망을 맹목적으로 추구한다. 하지만 이러한 욕망은 잠시도 쉬지 않고 좀처럼 충족되지도 않는데, 충족되지 않는 욕망은 언제나 고통으로 남게 된다."(p. 18)

쇼펜하우어는 욕망, 즉 맹목적 의지와 결별함으로써, 삶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고 보았다. 쇼펜하우어는 행복하기 위한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하는데 하나는 예술이고 다른 하나는 해탈이다. 삶의 의지를 억제해야 한다는 쇼펜하우어와 달리 니체는 삶을 절대적으로 긍정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려고 하는 의지의 철학을 강조했다.

 


 

“인간은 짐승과 초인 사이에 놓인 밧줄이다. 심연 위에 걸쳐진 밧줄이다. 저쪽으로 건너가는 것도 위험하고 줄 가운데 있는 것도 위험하며 뒤돌아보는 것도 벌벌 떨고 있는 것도 멈춰 서는 것도 위험하다. 인간의 위대함은 그가 다리일 뿐 목적이 아니라는 데 있다. 인간이 사랑스러울 수 있는 것은 그가 건너가는 존재이며 몰락하는 존재라는 데 있다.”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중에서

니체가 말하는 초인은 삶의 모든 고통을 초극하며,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뛰어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사람이다. 외부의 가치를 따르지 않고 자신의 가치를 만드는 사람, 인간의 불완전성이나 제한을 극복한 이상적 인간을 말한다.(p. 50)

니체는 그의 저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초인이란 ‘지성과 긍지로 가득 차 있고 생명력은 넘쳐나며 그것으로써 자신의 한계에 끝없이 도전하여 자신을 높은 곳으로 끌어올리는 사람’이라고 서술한다.

니체는 ‘너 자신을 사랑하라’, ‘진정한 너 자신이 되어라’라고 말하면서도 자기 자신을 극복하라고 한다. 자기를 극복하라는 말은 거짓됨을 극복하고 내면의 진정한 자신을 자각하라는 뜻이다. 진정한 자기 극복이란 진정한 자기 모습을 자각하고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존재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니체는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야만 삶의 주인이라고 했다. 인생은 자기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한 투쟁이다. 도덕이야말로 허점투성이다니체가 남긴 가장 유명한 말 중 하나인 “신은 죽었다”에서 ‘신’은 기독교적 하나님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제까지 인간을 지배해왔던 모든 종교적, 철학적, 도덕적 이념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단어이다. 이러한 이념들이 없는 빈자리를 채우는 데 필요한 것은 ‘권력에의 의지’다. 우리는 ‘권력에의 의지’에 주목함으로써 무기력한 수동적 허무주의를 능동적 허무주의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저자의 니체와 니체의 사상, 철학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된다. 위험하게 살라는 말은 관습적인 지혜에 위반되거나 아직 입증되지 않는 것들에 배짱 있게 도전하라는 말이다.(p. 151)

인생에서 시행착오는 피할 수 없는 것임을 각오하고 실패를 성공으로 나아가는 필수적인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 안정적인 길만 찾아가면 자기실현을 할 일도 없다. 안전만 도모하는 것은 나중에 보면 무모할 만큼 위험한 태도였음을 역사를 통해 우리는 알고 있다.

니체는 또 ‘나는 춤출 줄 아는 신만을 믿는다.’라 한다. 춤출 줄 아는 신은 디오니소스를 가리킨다. 우리가 삶을 긍정하기 위해서는 춤을 출 줄 알아야 한다. 중력을 이겨내며 춤을 춘다는 것은 일종의 상징이다. 우리는 짓누르는 삶의 무게, 우리를 억압하는 관습과 규칙은 바로 중력이다. 우리는 이러한 중력을 극복하고 삶을 가볍게 만들어야 한다. 니체는 우리가 자신을 극복하려면 정신과 물질을 조화롭게 결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진리는 하나가 아니라 우리가 내면을 들여다보면 자신에게 맞는 진리를 찾을 수 있다. 그것은 누구의 말을 따를 필요도 없고 자신의 가치를 찾아 자신 앞을 가로막는 문제를 해결하며 스스로 삶을 긍정적인 의지로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존재가 초인이 되는 것이다. 니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축약해 저자는 설명한다. 니체의 철학이 현대에 주목을 받는 이유는 그의 철학이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기 삶의 중심을 잡아 창조성을 발휘하고 삶을 긍정하라는 메시지에 있다.

이 책 『니체를 만나다』는 니체와 그의 철학을 미리 엿볼 수 있는 참고서로서의 훌륭한 역할과 길잡이가 될 책이다. 철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명하며 심리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현대인들이 꼭 알아야 할 니체의 철학을 널리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초인(超人)', '권력에의 의지', '아모르파티(Amor fati)', '영원회귀' 등 니체의 사상에서 핵심을 이루는 난해한 개념들을 삶에 힘이 되는 니체의 명문장과 함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따로 책 뒷부분에 다시 정리해 놓았다. 〈부록 : 삶에 힘이 되는 니체의 명문장〉은 한 센텐스씩 곱씹어 생각하며 머리에 새겨두면 유사시 지혜를 발휘할 내용이 수두룩하게 수록돼 있다. 단, 문장을 읽고 생각을 거듭하고 철학적 사유의 경지에 이를 수 있도록 각 개인이 '사유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다면 더 큰 효과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독자는 믿는다.

 


 

저자 : 신성권

 

인문·사회, 심리 분야 작가. IQ 156(Percentile : 99%) 이상으로 Intertel과 Mensa의 회원이기도 한 저자는 인간의 지능과 창조성, 무의식에 대한 각종 저술 활동을 하고 있으며 철학, 경영학, 인공 지능 분야로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저자는 대한민국이 선진국의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배적 이념과 상식에 따라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인간보다는 탁월한 사상적 높이로 정신적인 독립을 이뤄내고 기존 질서와 부조화를 자초할 수 있는 인간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진단한다. 스스로를 자각하는 인간이야말로 이 세계에서 특별한, 유일한 존재가 될 완벽한 특권을 부여받기 때문이다. 이들은 내면에 자신만의 세계를 건설하여 사회의 지배적 이념과 관습을 넘어서는 창의적인 생각을 한다. 알고 보면 오늘날 존재하는 인류의 모든 문명은 이들이 내면에 품었던 꿈의 결과물이다. 자신을 탐구해 보지 못한 인간은 언제나 ‘반응하는 자’, ‘변화를 수용하는 자’로 남을 뿐이다. 자신의 특수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이 다수와 동일하다는 사실에서 기쁨과 안락함을 발견한다. 이들은 소통과 공감을 빌미로 사상의 경직을 초래한다. 대한민국이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유형의 산업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각 개인에 내포된 고유한 기질이 더욱 선명하고 탁월하게 발현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허락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교육의 목적은 인간을 권위에 순응하는 존재가 아닌 자립적, 독립적 존재로 만드는 데 있다. 무의식 깊은 곳에 잠들어 있는 능력을 끄집어내는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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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S. K. 본 지음, 민지현 옮김 / 책세상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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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우주라 하면 흔히 코스모스(comos)를 떠올린다. 이때 코스모스는 혼돈에 대립된 개념으로서, 세계를 하나의 질서 있는 단위로 보고 붙인 명칭이다. 어원적으로는 질서와 분석을 의미하였다. 피타고라스(Pythagoras)가 처음으로 세계를 질서와 조화 있는 하나의 의미, 즉 우주(코스모스)라고 칭하였다고 한다. 이에 비해 갤럭시(galaxy)는 은하를 의미하는 단어다. 물리학에서는 우주라는 단어를 'Universe'로 표기한다. 물리학에서의 우주란 행성, 별, 은하계 그리고 모든 형태의 물질과 에너지를 포함한 모든 시공간과 그 내용물 모두를 통틀어 이른다. 전체 우주의 크기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현재 관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는 지름이 930억 광년으로 추정된다.(물리학백과) 이 소설에서는 지구에서 수백만 킬로미터 떨어진 '심우주'를 의미하는 말로 쓰였다.

소설이 시작하면서 주인공 메리엄(이하 메이)이 물놀이를 하다 연못에 빠져 사망할 뻔한 사고가 발생한다. 2045년 영국 본머스에서다. 그리고 메이는 인공지능에 의해 다시 소생한다. 2067년 심우주 탐사선 호킹 2호에서 극적으로 되살아난다. 호킹 2호로 심우주 탐사선에 탔다가 예기치 않은 사고로 모두 죽고 메이만 유일하게 살아남는다. 간신히 깨어난 메이의 주위에서 캐롤송이 울려퍼지고 메이의 체온은 서서히 올라가며 생명징후들이 활성화된다.

2067년 크리스마스날 어두운 우주공간을 떠도는 난파된 우주선에 '오, 거룩한 밤'이 울려 퍼진 것이다. 그 안에 한 사람이 겨우 목숨만 부지한 채 꿈틀거리고 있다.

재앙과도 같은 결말을 맞은 심우주 탐사 미션의 마지막 생존자 메리엄 녹스다. 메리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나사의 우주기지에서 유로파 미션을 지휘했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이다. 그러나 스티븐은 수백만 킬로미터 떨어진 지구에 있다. 메리엄에게 유일한 희망은 우주선 내 통신장치에서 흘러나오는 스티븐의 목소리뿐. 그의 목소리가 메이를 구할 수 있을까.

 


 

우린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일상을 빼앗긴 지 1년이 지났다. 코로나 이전의 평온했던 일상을 간절히 원하는 우리의 심정이 비현실적인 우주공간에 놓인 소설 속 주인공 메이의 심정과 같을까. 조금 과장하자면 인간의 감성 교류가 없는 점에서 우주공간이나 지구상이나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전혀 다르지 않게 느껴지기도 한다. 소설 속 메이는 수백만 킬로미터 떨어진 우주를 표류하며 과거 지구에서의 삶을 끊임없이 회상하고 그리워한다. 메이가 우주선 스크린에 남편의 사진을 띄우고 추억을 떠올리는 장면은 어디든 자유롭게 떠날 수 있었던 우리가 사진첩 폴더를 열어 여행 사진을 꺼내 보는 모습과 오버랩되며 나타나는 현상에 거북해지는 것은 유독 독자만의 느낌일까. 메이가 먼 거리를 두고 오로지 통신장치로만 사랑하는 사람과 교신하는 장면은 예고 없이 언택트 시대를 맞이한 우리가 화상으로 모임이나 미팅을 하는 2021년 현재의 분위기와 자연스럽게 겹친다.

 


 

인간 세상인 지구라는 같은 곳에 있을 때는 계속 어긋나기만 했던 메이와 스티븐의 사랑은 아이러니하게도 큰 시련과 먼 거리를 극복하며 다져지고 강해진다. 누구도 쉽게 믿을 수 없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둘은 서로의 유일한 버팀목이 되며, 두 사람도 그들의 사랑도 함께 성장한다. 인간에 있어서 '사랑'이 얼마나 가치선인가 표현하려는 저자의 의도가 엿보인다. 사랑과 인간의 숭고함, 위대함이 순간순간 겹쳐 지나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독자는 이 소설 『갤럭시』가 '우주 오딧세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인류 문명의 시작을 알리는 위대한 대장정이 호메로스의 오딧세이였다면 갤럭시는 우주 오딧세이라고 해도 반대할 독자들은 없을 것이다. 시간과 공간의 차이일 뿐 인간의 위대함과 인간애의 숭고함을 나타내려는 저자의 일관된 의지가 작동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위 언급된 장면은 독자가 책 내용을 압축해 현 시점 코로나 팬데믹의 우리와 자연스레 오버랩되는 부분을 기술했다. 왜 독자가 우주 오딧세이라고 명명했느냐는 굳이 문답을 안 했을 뿐 이 책을 읽고 있는 대부분의 독자들은 호메로스의 오딧세이와 시기와 배경의 차이만 있을 뿐 '인간'을 놓고 보면 '위대한 여정' 오딧세이임이 분명하다.

 


 

이 소설의 배경 시점은 2045년과 2067년이다. 지금으로부터 가까운 미래다. 메이는 우주 탐사선에서 되살아남으로써 위대한 우주 대장정이 시작된다. 한 인간이 지구에서 수백만 킬로미터나 떨어진 지구로 무사히 귀환할 수 있을까.

『마션』을 재미있게 본 독자라면 반드시 열광할 2067년발 우주 스릴러. 나사(NASA)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우주로 파견된 탐사대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가 지구로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소설이다. 재난의 한가운데 놓인 인간이 발휘할 수 있는 정신력, 지구력, 창의성에 관한 이야기가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SF의 상상력과 로맨스의 애틋함,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는 반전과 스릴러가 있는 특별한 매력을 가진 소설이다. 저자의 탁월한 글쓰기 능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SF판타지가 가지고 있는 모든 흥미를 이 소설은 내포하고 있다. 더욱이 인간의 위대한 여정인 오딧세이를 연상케 할 정도로 엄숙함, 생명 존중, 독립성 등을 모두 갖추고 있다.

 


 

주인공 메이는 흑인으로서 공군이었던 엄마의 영향으로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릴 때부터 강하고 독립적인 여성으로 자랐다. 마침내 서른두 살이 되었을 때 남자 경쟁자들을 제치고 그토록 꿈꿔온 첫 유로파 탐사 미션의 총지휘관이 되었다. 꿈을 이루는 듯했지만 메이는 여성 지휘관으로서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으며, 개인적인 고민도 있었다. 중대한 미션을 앞두고 덜컥 임신을 해버린 것이다. 커리어와 새 생명을 두고 갈등하면서 남편과 불화가 생긴다. 이후 아기는 유산되었고 남편과의 사이도 회복하지 못한 채 메이는 우주로 떠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엄청난 사고가 났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메이를 중심으로 주요 인물인 엄마, 남편, 인공지능이 목소리나 영상으로 때로는 메이의 회상을 통해 소환되는데, 이들은 각각 엄마와 딸, 부부, 인간 대 인공지능의 구도로 메이와 관계를 맺으면서 서로에 대한 감정이 변해간다. 인간관계에 몰입해 읽다가 어느새 긴박한 상황이 벌어져 잔뜩 긴장했다가도 또다시 인물 간의 유머 섞인 대화에 별안간 이완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사이에 예상치 못한 인물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와 반전을 거듭하는데, 이 또한 이 소설의 큰 재미 요소다.

 


 

2067년을 사는 메이가 겪고 있는 우주적 재난과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세계적 재난이 환기하는 것은 기계적인 생활일지언정 하루의 끝에 술 한잔 마실 수 있는 지긋지긋한 일상의 행복이 아닐까. 나의 작은 세계를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자신의 삶과 그 삶을 둘러싼 모든 것을 향한 애정이라는 사실을 메이는 우주까지 가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그리고 깨달은 후에는 어떻게든 살아남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소설 속 주인공 메이의 지구 귀환을, 일상성의 회복을 염원하는 요즘이다. 이 책이 어렵고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잠시나마 웃음과 감동,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선물이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 : S. K. 본(S.K.VAUGHN)

 

각본가이자 영화제작자. 20년 동안 미국의 주요 영화사인 유니버설, 파라마운트, 소니, 폭스, 라이언스게이트와 함께 일했다. ‘S. K. 본’은 필명이다. 필명을 쓰기 전에는 세 편의 스릴러 소설을 발표했다. 모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그중 한 편은 소니 픽처스와 오리지널 필름의 영화 각색작으로 채택되었다. 필명으로 발표한 첫 SF소설인 《갤럭시》는 '《마션》을 잇는 생존 스릴러'라는 평과 함께 12개국에 판권이 팔렸으며, 유니버설 픽처스에서 영화화될 예정이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노스 비치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역자 : 민지현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립대학교에서 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뉴욕에 거주하며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자이자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착한 소녀의 거짓말》, 《카피캣》, 《동물농장》, 《앨비의 또 다른 세계를 찾아서》, 《별을 따라서》, 《섹시한 뇌 만들기》, 《사랑의 완성, 결혼을 다시 생각하다》, 《세계의 신화》, 《HOW TO LIVE & WORK 2: 공감》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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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야 할 것, 남겨야 할 것 - 피할 수 없는 변화에 무력감이나 상실감을 느끼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한 심리학 조언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박제헌 옮김 / 걷는나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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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배르벨 바르데츠키가 이 책 『버려야 할 것, 남겨야 할 것』을 집필하기 위해(어쩌면 집필한 이유) 선택한 단어는 '변화'다. '인생무상(人生無常)'이나 '적자생존(適者生存)'에서 나타나듯 이 세상에는 변화하지 않은 것은 없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우리들의 일상도 엄밀히 보면 매일 다른 일상이다. 변화하는 폭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어제와 같은 오늘이 있을 수 없고 오늘과 같은 내일도 없다. 세상은 이렇듯 시시각각 변한다.

그렇다면 ‘변화’에 대해 인간은 어떤 느낌일까. 즉, 인간은 변화에 대해 즐거움을 느낄까, 아니면 스트레스를 받을까. 쉽지 않은 답변이 필요한 이 질문에 저자는 '변화'에 주목한다. 누구든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이 그리 간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루함을 느껴 변화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익숙한 안정감을 놓고 싶지 않을 터이니. 나이 들수록 그 마음은 더욱 커진다.(중년에 접어든 독자도 절실히 느낀다) 어느새 도전은 부담스럽고 더 이상 인생에서 변화가 달갑지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의 인생에서 마주할 변화는 수도 없이 많다. 나이 듦에 따라 노화하는 신체에 적응해야 하고, 가장 친했던 친구와 멀어지고 이별을 하고 또 사랑을 한다. 인간관계 역시 끊임없이 변한다. 사회적인 변화에 따라 업무 환경이나 주변 환경도 바뀔 것이다. 변화를 피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저자는 작은 변화에도 무너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심리적 유연성’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책 『버려야 할 것, 남겨야 할 것』을 통해 변화에 조금 더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방법을 알려준다.

도전적인 성격이 아니라고 해서, 나이가 많다고 해서 좌절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변화를 통해 이 자리에 와 있다. 지금까지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 해낼 수 있다. 우리는 이미 그 능력을 갖추고 있다. 우리가 새로운 것에 적응하기 힘든 건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단지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책이 변화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덜어내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여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찾아줄 것을 기대한다.

 


 

저자는 독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심리치료 권위자로 알려졌다. 또 전 세계 100만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배르벨 바르데츠키는 전작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를 통해 국내 30만 독자들의 상처 입은 마음을 어루만지고 위로한 적이 있다. 그가 매일같이 새로운 변화가 쏟아지는 요즘 시대에 가장 필요한 심리학 조언을 들고 돌아왔다. 이 책은 나이 들수록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고, 더 이상 인생에서 변화가 달갑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심리 수업이다.

어떤 사람은 작은 변화에도 큰 타격을 입고 무너지는 반면, 어떤 사람은 금세 적응하여 중심을 잡는다. 저자는 그 차이가 ‘심리적 유연성’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유연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인생에서 버려야 할 것과 남겨야 할 것을 구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당신이 변화 앞에서 놓치기 싫어 두 손을 꼭 쥔 채 버티고 있는 것이 정말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불안할수록 무언가를 더욱 움켜쥐게 되겠지만 때로는 놓아주어야 비로소 두 손이 자유로워진다. 저자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조언은 확실하고도 명징한 것이다.

"도전적인 성격이 아니라고 해서, 나이가 많다고 해서 변화를 두려워하지 마라."

 


 

저자에 따르면 변화를 마주할 때 불안감과 상실감을 느끼는 이유는 무언가를 ‘잃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실제로 변화는 지금까지의 안정을 뒤흔드는 큰 사건이기에 누구나 정신적으로 큰 타격을 받는다. 최악의 경우에는 모든 일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지독한 자기비하에 빠지기도 한다. 그 누구도 변화가 가져올 결과가 내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그 반대가 될지 확신할 수 없다. 문제는 변화 자체를 받아들이는 태도다. 피할 수 없는 변화를 마주했을 때 나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 책은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변화에 휩쓸리기보다 주도권을 가지고 스스로 진정한 의미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저자가 말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인생에서 버려야 할 것과 남겨야 할 것을 구분하고, 이에 따라 ‘놓아주기’와 ‘머무르기’를 적절히 선택하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손에 꼭 쥐고 변화를 마주할 때마다 잃을까 봐 조바심내는 것이 무엇인지 직시하라는 뜻이다. 불안할수록 무언가를 더욱 움켜쥐게 되겠지만 때로는 놓아주어야 비로소 두 손이 자유로워지는 법이다.

 


 

어느 날 친했던 친구가 하루아침에 내게 등을 돌렸다고 생각해보자. 친구가 자신을 피하자 이제껏 쌓아온 우정이 한순간에 사라졌다는 사실이 속상하고, 자신을 피하고 무시하는 친구에게 모욕감을 느낄 것이다. 이렇게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인간관계의 변화에서 오는 상처는 생각보다 깊다. 추측컨대 당신은 그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으려 할 것이다. 내가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기에 친구가 연락을 끊은 걸까? 사실 친구가 떠난 이유는 당신과 전혀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

인간관계에서 ‘놓아주기’는 관계의 변화를 받아들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타인에 대해 끝없이 생각하거나 그를 원망하는 대신 슬픔, 분노, 실망감을 받아들이고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는 당신에게 중요하고 의미 있는 친구의 애정을 내려놓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때의 ‘머무르기’는 당신에게 상처를 주는 관계를 감내하라는 뜻이 아니라 화내고 싸우고 우리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다. 변화가 주는 고통도, 상처도 확실히 마주해야 한다. 그래야 당신은 친구의 이름을 들을 때마다 해묵은 모욕감이 떠오르는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

 


 

피하거나 극복할 수 없는 부정적인 상황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어떤 시도나 노력도 하기 싫어지는 ‘학습된 무기력’에 빠진다. 처음 변화를 만났을 때는 호기롭게 도전하고 적응하려 애써보지만 피할 수 없는 변화가 계속되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는 ‘번아웃 증후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모든 일에 있어 완전히 지쳐버려 무력감과 탈진감을 느끼고, 모든 일에 의욕이 없어지는 것은 물론 정서적으로도 지쳐 감정에 둔해진다. 살아가기는 하지만 그저 버티는 삶이 되는 것이다. 변화가 버거운 것은 당연하며 ‘번아웃’에 빠지는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뭘 했다고 번아웃에 빠진 걸까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

이때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이때에도 내 인생에서 버려야 할 것과 남겨야 할 것을 구분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놓아주어야 하는데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똑바로 바라보아야 한다. 막상 손을 펴보면, 찬란했던 과거의 영광과 불확실한 미래가 두려워 놓지 못하는 불만족스러운 현재의 삶, 끝나버린 걸 알지만 상처가 두려워 붙들고 있는 인간관계 등을 쥐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타인과의 비교 때문에 생기는 열등감과 우월감, 이미 지나간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련,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 배르벨 바르데츠키는 이 모든 것들을 과감하게 버리는 근본적인 방법을 일깨워주고, 대신 쥐고 있던 손을 펴 새로운 기회를 잡는 법을 알려준다.

 


 

『버려야 할 것, 남겨야 할 것』은 변화의 충격을 완화하고 부드럽게 받아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놓아주기’와 ‘머무르기’를 제시한다. 이때 ‘놓아주기’는 포기하라는 뜻이 아니라 놓아줌으로써 상실과 좌절, 실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머무르기’는 상황을 외면하지 않고 해결책을 찾으려 노력하는 열린 자세를 말한다. 만약 우리가 이 책을 통해 두 가지 심리적 대처법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변화 앞에서 무력감이나 상실감을 느끼지 않고, 곤란한 상황 속에서도 나름의 의미를 찾아내며,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외에도 저자는 40년 동안 쌓아온 내담자와의 생생한 사례와 세계적인 심리학자들의 다양한 연구를 통해 어떤 상황에도 무너지지 않는 단단한 나를 만드는 근본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책에 따르면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자기연민과 자존감, 좌절에 대한 관용에 대한 필요성과 정신 건강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회복 탄력성 등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내부 자원과 외부 자원을 파악하고 이를 활용하는 방법을 알게 되면 어느새 조금 흔들리더라도 결코 무너지지 않는, 단단한 사람이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지 않을까? 지금의 상황이, 또는 나 자신이 한계라고 느낀다면 이 책에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 : 배르벨 바르데츠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따귀 맞은 영혼》,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나는 유독 그 사람이 힘들다》의 저자. 심리학자이자 심리치료사로서 36년간 자존감에 상처를 입고 각종 심리 장애와 중독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치료해왔다. 1981년 심리학 디플로마(학?석사 통합과정 학위) 취득 후 미국으로 건너가 게슈탈트 심리치료를 공부했고, 독일로 돌아온 뒤에는 9년간 그뢰넨바흐 심인성질환 전문병원에서 근무했다. 이곳에서 그녀는 폭식증, 거식증 등 각종 섭식장애를 비롯해 알코올, 약물 등 각종 중독 증세를 앓고 있는 환자들의 기저에는 자존감 부족과 대인관계 장애라는 두 가지 특성이 깔려 있음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은 결국 ‘나르시시즘’ 문제에서 비롯된 것임을 밝히는 학문적 연구와 저서로 큰 주목을 받았다.

현재 뮌헨에서 심리상담소를 운영하며, 슈퍼바이저, 코칭 지도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독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심리치료 권위자로서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세계 곳곳에서 활발한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요즘에는 우울증, 번아웃 같은 정신적 질병을 낳고 왕따나 생산성 저하, 집단 무기력 및 과격주의로까지 번지는 조직과 사회의 나르시시즘에 대한 연구와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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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셰익스피어
안치운.호영송 지음 / 책세상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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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영송은 1960년대 한국 연극의 현장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셰익스피어의 여러 작품과 역사적 현장을 넘나들며 한 대문호의 면면을 흥미롭게 풀어냈고, 안치운은 일제강점기부터 20세기 후반까지 한국 연극이 셰익스피어를 어떻게 수용해왔는지를 치밀하게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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