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해변
이도 게펜 지음, 임재희 옮김 / 문학세계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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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이스라엘 문학을 접해본 기억이 없다. 유대인들이 세계를 수천년 간 떠돌아다니며 세계인들에게 남긴 인상은 지능이 높아 과학 등의 분야에서 걸출한 실력을 보이고, 억압 받는 생활을 오래했기 때문인지 단결력 또한 세상 어느 민족보다 높다고 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치열한 삶을 살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구 본능이 강해진 것일까. 그들은 아랍인들과 전쟁을 하고, 늘 위험 속에 노출돼 있어도 각 분야에서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인물들을 많이 배출했다. 지금도 아랍 여러 국가들과 대치 상황에서 자신들의 안보와 나라를 스스로 지켜내는 우수한 민족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다만 예술을 향유할 틈이 없어서인지 유독 예술 분야에서 특출한 인물을 많이 내지 못한 듯한 느낌이다. 가끔씩 음악가들은 유명 인물이 좀 있다지만 그것도 뉴스에서나 접할 수 있었지, 우리와는 그다지 인연을 많이 맺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아니면 독자가 이스라엘 예술에 대해 무지해서인지도 모르지만 누구 한 명 이름을 말해보라 요청 받는다 해도 쉽게 떠오르는 인물은 없다. 다만 몇해 전 우리나라에서 주는 박경리 문학상 수상 작가 아모스 오즈(박경리 문학상, 프란츠 카프카 문학상 수상 작가)만이 독자 기억속의 유일한 문학인이다. 그마저 이름만 들었지 그의 작품을 한 번도 직접 읽은 적이 없다. 다행히 그의 작품 중 『유다』가 최근 국내에서 번역 출간됐다고 들었다.

 


 

이처럼 유대 문학에 대해선 과문(寡文)인 독자에게 매력적인 제목의 소설집 한 권이 손에 쥐어졌다. 단편 14편을 묶어 만든 이 소설집의 제목은 『예루살렘 해변』이다.

14편 중 하나인 소설 제목을 표제어로 썼다. 이 소설집을 번역한 임재희는 「옮긴이의 말」을 통해 "동화처럼 아름답고 애틋한 작품들은 내게 긴 여운을 남겼다. 원작의 표제작이기도 했던 「예루살렘 해변」을 가장 먼저 번역했다. 이스라엘이 지중해와 홍해 연안에 위치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예루살렘이 해변이라니. 나는 내 상식을 의심하며 지도를 다시 살폈다. 그리고 원작을 읽으며 바로 이해했다."고 썼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내를 요양원에 보내기 하루 전 노부부 새미와 릴리안이 예전에 살던 곳을 찾아가는 로드무비 형식의 이 소설은 애잔하다. 놀이터의 모랫바닥에서 두 노인은 물살을 헤집듯 함께 논다. 이미 '해변'은 꿈이나 기억, 환상이나 사랑의 다른 말로 존재하는 공감의 언어로 바뀐다. 사실보다 진실한 것은 공감의 행위라는 걸 보여준다.

 


 

이미 몇몇은 영화나 드라마 판권이 할리우드에 팔렸다고 한다. 이스라엘 태생의 작가가 혁신적인 뇌 연구원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기괴한 이야기도 있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스토리까지 다양했다.

두번째 작품은 타인의 목소리가 라디오 주파수에 잡히는 설정이다. 「101.3FM」란 제목의 소설은 어느날 노인이 맡긴 60년대 라디오를 수리하면서 신기한 일이 발생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베니의 목소리였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베니의 생각이었다. 나는 이 신기한 물건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이의 생각을 읽는다는 것은 매력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여러 사람들의 생각을 읽어봤다. 그러다가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누리트라는 여자의 생각을 읽었는데 나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 감정에 호응하기 위해 편의점으로 자주 찾아갔고 그녀와 가까워지고 그녀가 꿈꾸는 연인 생활을 해나갔지만 그녀의 생가에서 부정적인 것들을 듣고나서는 마음이 변하는 것을 느끼며 더 불안해졌다. 남들이 모르는 상대방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은 좋을 수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살면서 친한 사람에 대해 말은 안 해도 '부정적인 생각'은 할 수 있는 것인데 그런 생각을 상대방이 안다면 분명히 불쾌할 것이지만 상대방은 그걸 알 도리가 없다. 단편답게 기묘한 이야기지만 임팩트가 강하다. 결말에 가서 상식처럼 사건을 되돌린다. 아무일 없다는 듯이.

"그녀는 그날 라디오에서 들은 것을 나에게 말하지 않을 것이고, 나는 들려달라고 고집하지 않을 것이다. 그 라디오 사건 이후로, 그녀는 날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 가끔 그게 걱정되는 건 사실이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우리 사이에 무슨 감정이 싹트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어떤 감정은 말할 필요가 없다는 걸 나는 안다."

 


 

청년작가 이도 게펜이 쓴 이 소설집에 대해 평론가와 매스컴은 "연민과 철학적 사유 그리고 유머가 살아 있는 소설 작품집 『예루살렘 해변』은 모든 모순을 견디는 인간 군상에 대한 탐구를 시도한다. 각각의 이야기는 이스라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익숙함에서 한 걸음 떨어진 현대인의 삶을 조명한다. 이도 게펜은 노인 부대, 기억을 공유하는 신기술 창업에 대한 야망, 존재하지 않는 해변을 찾는 노부부 이야기 등을 들려준다. 과학의 발전과 인간 두뇌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불러일으키며 마음을 다치면서도 결국 치유에 이르는 인물들을 통해 흥미로운 이야기 세계로 독자들을 끌고 간다."고 평하고 있다.

이도 게펜은 1992년 이스라엘 출생으로 뇌 연구원.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인간 정신에 대한 이해를 증폭시킬 수 있는지 탐구하는 작가라고 한다. 2017년에 출간한 첫 소설집이 『예루살렘 해변』이다. 매년 노벨문학상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하니 독자의 과문을 탓할 수밖에 없다. ‘박경리 문학상’과 ‘프란츠 카프카 문학상’을 수상한 아모스 오즈는 "내가 그동안 읽은 소설 중에 최고의 작품이다."고 극찬했다. 독자의 호기심에 불을 당긴 것이다.

 


 

'어른 동화' 같으면서도 치밀하게 구성된 단편소설들. 옮긴이는 "21세기 문학이 서정성에만 기댈 수 없다는 것을 이도 게펜은 작품들을 통해 충실히 보여준다. 작가는 기술과 상상력만으로 다 말할 수 없는 것들과 인간의 서정만으로 다 보여줄 수 없는 것들을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품었다"고 오래 기억에 남을 만한 문학적 평가를 내놓았다. 독자도 공감하는 적확한 평이라고 생각한다. 이스라엘은 우리와 지정학적으로 비슷한 위치에 놓여 있는 나라다. 이념이 아닌 종교를 달리 하는 아랍권에 둘러싸여 있다. 이 때문에 늘 자국의 안보를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삶이 먼저고, 이념이나 종교, 정치 등 기타 문제는 후순위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는 이스라엘 소설가를 만난 것이 기쁘고 즐겁다. 건필을 기대한다.

 

저자 : 이도 게펜

 

1992년 이스라엘에서 태어나 현재 텔아비브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사골 뇌 연구소Sagol Brain Institute, 소라 스키 의학센터, 텔아비브 대학 부속기관인 ‘가상 증강 현실 연구소’에서 신경 인지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인간 정신에 대한 이해를 증폭시킬 수 있는지 탐구하는 작가다. 그는 현재 이 연구소에서 스토리텔링과 증강 현실을 이용해 파킨슨병의 양상을 진단하는 혁신적인 연구를 이끌고 있다. 2017년 출간된 그의 첫 『예루살렘 해변』 은 곧바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고, 그 해 이스라엘 문화부장관상을 수상했다. 또한 2019년 이스라엘 국립도서관이 수여하는 젊은 작가들을 위한 ‘파르데스Pardes’ 기금 수혜자로 선정되었다. 『예루살렘 해변』은 2021년 미국과 네덜란드에서 출판될 예정이며, 이 책에 수록된 몇 작품은 이미 이탈리아와 체코에서 출판되었다. 몇몇 작품에 대한 영화와 TV 드라마 판권은 할리우드 유명 제작사에 팔렸고, 곧 영상물로 제작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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