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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S. K. 본 지음, 민지현 옮김 / 책세상 / 2021년 2월
평점 :
우리가 우주라 하면 흔히 코스모스(comos)를 떠올린다. 이때 코스모스는 혼돈에 대립된 개념으로서, 세계를 하나의 질서 있는 단위로 보고 붙인 명칭이다. 어원적으로는 질서와 분석을 의미하였다. 피타고라스(Pythagoras)가 처음으로 세계를 질서와 조화 있는 하나의 의미, 즉 우주(코스모스)라고 칭하였다고 한다. 이에 비해 갤럭시(galaxy)는 은하를 의미하는 단어다. 물리학에서는 우주라는 단어를 'Universe'로 표기한다. 물리학에서의 우주란 행성, 별, 은하계 그리고 모든 형태의 물질과 에너지를 포함한 모든 시공간과 그 내용물 모두를 통틀어 이른다. 전체 우주의 크기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현재 관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는 지름이 930억 광년으로 추정된다.(물리학백과) 이 소설에서는 지구에서 수백만 킬로미터 떨어진 '심우주'를 의미하는 말로 쓰였다.
소설이 시작하면서 주인공 메리엄(이하 메이)이 물놀이를 하다 연못에 빠져 사망할 뻔한 사고가 발생한다. 2045년 영국 본머스에서다. 그리고 메이는 인공지능에 의해 다시 소생한다. 2067년 심우주 탐사선 호킹 2호에서 극적으로 되살아난다. 호킹 2호로 심우주 탐사선에 탔다가 예기치 않은 사고로 모두 죽고 메이만 유일하게 살아남는다. 간신히 깨어난 메이의 주위에서 캐롤송이 울려퍼지고 메이의 체온은 서서히 올라가며 생명징후들이 활성화된다.
2067년 크리스마스날 어두운 우주공간을 떠도는 난파된 우주선에 '오, 거룩한 밤'이 울려 퍼진 것이다. 그 안에 한 사람이 겨우 목숨만 부지한 채 꿈틀거리고 있다.
재앙과도 같은 결말을 맞은 심우주 탐사 미션의 마지막 생존자 메리엄 녹스다. 메리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나사의 우주기지에서 유로파 미션을 지휘했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이다. 그러나 스티븐은 수백만 킬로미터 떨어진 지구에 있다. 메리엄에게 유일한 희망은 우주선 내 통신장치에서 흘러나오는 스티븐의 목소리뿐. 그의 목소리가 메이를 구할 수 있을까.
우린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일상을 빼앗긴 지 1년이 지났다. 코로나 이전의 평온했던 일상을 간절히 원하는 우리의 심정이 비현실적인 우주공간에 놓인 소설 속 주인공 메이의 심정과 같을까. 조금 과장하자면 인간의 감성 교류가 없는 점에서 우주공간이나 지구상이나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전혀 다르지 않게 느껴지기도 한다. 소설 속 메이는 수백만 킬로미터 떨어진 우주를 표류하며 과거 지구에서의 삶을 끊임없이 회상하고 그리워한다. 메이가 우주선 스크린에 남편의 사진을 띄우고 추억을 떠올리는 장면은 어디든 자유롭게 떠날 수 있었던 우리가 사진첩 폴더를 열어 여행 사진을 꺼내 보는 모습과 오버랩되며 나타나는 현상에 거북해지는 것은 유독 독자만의 느낌일까. 메이가 먼 거리를 두고 오로지 통신장치로만 사랑하는 사람과 교신하는 장면은 예고 없이 언택트 시대를 맞이한 우리가 화상으로 모임이나 미팅을 하는 2021년 현재의 분위기와 자연스럽게 겹친다.
인간 세상인 지구라는 같은 곳에 있을 때는 계속 어긋나기만 했던 메이와 스티븐의 사랑은 아이러니하게도 큰 시련과 먼 거리를 극복하며 다져지고 강해진다. 누구도 쉽게 믿을 수 없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둘은 서로의 유일한 버팀목이 되며, 두 사람도 그들의 사랑도 함께 성장한다. 인간에 있어서 '사랑'이 얼마나 가치선인가 표현하려는 저자의 의도가 엿보인다. 사랑과 인간의 숭고함, 위대함이 순간순간 겹쳐 지나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독자는 이 소설 『갤럭시』가 '우주 오딧세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인류 문명의 시작을 알리는 위대한 대장정이 호메로스의 오딧세이였다면 갤럭시는 우주 오딧세이라고 해도 반대할 독자들은 없을 것이다. 시간과 공간의 차이일 뿐 인간의 위대함과 인간애의 숭고함을 나타내려는 저자의 일관된 의지가 작동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위 언급된 장면은 독자가 책 내용을 압축해 현 시점 코로나 팬데믹의 우리와 자연스레 오버랩되는 부분을 기술했다. 왜 독자가 우주 오딧세이라고 명명했느냐는 굳이 문답을 안 했을 뿐 이 책을 읽고 있는 대부분의 독자들은 호메로스의 오딧세이와 시기와 배경의 차이만 있을 뿐 '인간'을 놓고 보면 '위대한 여정' 오딧세이임이 분명하다.
이 소설의 배경 시점은 2045년과 2067년이다. 지금으로부터 가까운 미래다. 메이는 우주 탐사선에서 되살아남으로써 위대한 우주 대장정이 시작된다. 한 인간이 지구에서 수백만 킬로미터나 떨어진 지구로 무사히 귀환할 수 있을까.
『마션』을 재미있게 본 독자라면 반드시 열광할 2067년발 우주 스릴러. 나사(NASA)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우주로 파견된 탐사대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가 지구로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소설이다. 재난의 한가운데 놓인 인간이 발휘할 수 있는 정신력, 지구력, 창의성에 관한 이야기가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SF의 상상력과 로맨스의 애틋함,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는 반전과 스릴러가 있는 특별한 매력을 가진 소설이다. 저자의 탁월한 글쓰기 능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SF판타지가 가지고 있는 모든 흥미를 이 소설은 내포하고 있다. 더욱이 인간의 위대한 여정인 오딧세이를 연상케 할 정도로 엄숙함, 생명 존중, 독립성 등을 모두 갖추고 있다.
주인공 메이는 흑인으로서 공군이었던 엄마의 영향으로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릴 때부터 강하고 독립적인 여성으로 자랐다. 마침내 서른두 살이 되었을 때 남자 경쟁자들을 제치고 그토록 꿈꿔온 첫 유로파 탐사 미션의 총지휘관이 되었다. 꿈을 이루는 듯했지만 메이는 여성 지휘관으로서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으며, 개인적인 고민도 있었다. 중대한 미션을 앞두고 덜컥 임신을 해버린 것이다. 커리어와 새 생명을 두고 갈등하면서 남편과 불화가 생긴다. 이후 아기는 유산되었고 남편과의 사이도 회복하지 못한 채 메이는 우주로 떠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엄청난 사고가 났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메이를 중심으로 주요 인물인 엄마, 남편, 인공지능이 목소리나 영상으로 때로는 메이의 회상을 통해 소환되는데, 이들은 각각 엄마와 딸, 부부, 인간 대 인공지능의 구도로 메이와 관계를 맺으면서 서로에 대한 감정이 변해간다. 인간관계에 몰입해 읽다가 어느새 긴박한 상황이 벌어져 잔뜩 긴장했다가도 또다시 인물 간의 유머 섞인 대화에 별안간 이완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사이에 예상치 못한 인물들이 곳곳에서 튀어나와 반전을 거듭하는데, 이 또한 이 소설의 큰 재미 요소다.
2067년을 사는 메이가 겪고 있는 우주적 재난과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세계적 재난이 환기하는 것은 기계적인 생활일지언정 하루의 끝에 술 한잔 마실 수 있는 지긋지긋한 일상의 행복이 아닐까. 나의 작은 세계를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자신의 삶과 그 삶을 둘러싼 모든 것을 향한 애정이라는 사실을 메이는 우주까지 가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그리고 깨달은 후에는 어떻게든 살아남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소설 속 주인공 메이의 지구 귀환을, 일상성의 회복을 염원하는 요즘이다. 이 책이 어렵고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잠시나마 웃음과 감동,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선물이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 : S. K. 본(S.K.VAUGHN)
각본가이자 영화제작자. 20년 동안 미국의 주요 영화사인 유니버설, 파라마운트, 소니, 폭스, 라이언스게이트와 함께 일했다. ‘S. K. 본’은 필명이다. 필명을 쓰기 전에는 세 편의 스릴러 소설을 발표했다. 모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그중 한 편은 소니 픽처스와 오리지널 필름의 영화 각색작으로 채택되었다. 필명으로 발표한 첫 SF소설인 《갤럭시》는 '《마션》을 잇는 생존 스릴러'라는 평과 함께 12개국에 판권이 팔렸으며, 유니버설 픽처스에서 영화화될 예정이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노스 비치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역자 : 민지현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주립대학교에서 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뉴욕에 거주하며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자이자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착한 소녀의 거짓말》, 《카피캣》, 《동물농장》, 《앨비의 또 다른 세계를 찾아서》, 《별을 따라서》, 《섹시한 뇌 만들기》, 《사랑의 완성, 결혼을 다시 생각하다》, 《세계의 신화》, 《HOW TO LIVE & WORK 2: 공감》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