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나이 드는 사람들에게
와타나베 쇼이치 지음, 김욱 옮김 / 슬로디미디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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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9세기 이후 과학의 눈부신 발전과 함께 의학도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다. 특히 각종 질병의 원인인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페니실린 등 마이신류의 발견은 웬만한 바이러스 질병에 대항할 수 있는 의학의 위대한 업적이다. 이른바 '걸리면 죽음'이라는 각종 질병의 공포와 고통으로 해방되는 쾌거다.

이후로도 의학은 놀라운 발견과 발명이 잇따르면서 현대 의학이 '못 고치는 병이 없을 정도'로 발전을 거듭했다. 이 때문에 '오래 살고 싶은' 인류의 영원한 욕망을 어느 정도까지 충족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른바 '백세 시대'의 문을 연 것이다. 인류의 평균 수명은 60에서 80으로 늘어나는가 싶더니 이젠 85~90세에 이를 정도로 늘어났다. 건강관리만 조금 곁들여진다면 100세의 삶을 누리는 시대다. 인구 고령층의 증가는 또다른 사회문제를 야기하지만 아무튼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은 달성돼 가는 모양새다.

 


 

그러나 오랜 산다는 것 자체만 갖고는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킬 수 없다. 100세를 맞이하되 20~30년간 병석에 누워 타인의 수발을 받아야만 사는 '환자로서의 삶'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큰 병 없이 오래 사는 것이 우리 인간이 원하는 장수요, 100세 시대인 것이다. 건강하지 못한 채로 의학의 힘으로 20~30년을 누워 지낸다면 자신은 물론 가족에게, 사회에 오히려 고통을 안겨주게 될 뿐 인간다운 삶을 기대하긴 어렵다.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나이 들고 늙어간다. 죽음은 삶이라는 긴 여정 끝에 다다르는 마지막 관문이라고 할 수 있다. 성장하며 맞이하는 첫 뒤집기나 첫걸음마처럼, 나이 드는 일도 처음 맞이하는 인생의 한 과정이다. 저자는 이 과정을 어떻게 하면 멋지고 값진 시간으로 채울 수 있을지 50가지의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 있다. 이 책 『처음 나이 드는 사람들에게』는 저자 와타나베 쇼이치의 경험과 삶의 지혜가 곁들인 에피소드 형식으로 열거해 놓은 것으로 중년의 사람에게는 당장, 그 이하의 연령층에는 곧 다가올 미래다.

 


 

저자는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영문학자이자, 사회평론가, 베스트셀러 작가로 활동했던 분이다. 이 책은 죽는 그 순간까지 놓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썼다. 여생에도 지적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치열하고 날카로운 성찰과 따뜻한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 이를테면 건강한 뇌를 만드는 규칙적인 생활, 노년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방법과 같은 구체적인 조언이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과 같은 깊은 사유까지 50가지의 지혜를 전한다. ‘지금 내가 사는 곳이 나의 고향이다’와 같은 조언과, 노후에도 자금을 보유해야 한다는 냉정한 지적에서는 노년의 일상을 안온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현실적인 진단을 엿볼 수 있다. 빠른 은퇴와 고령화 시대로 인한 긴 여생의 시간을 어떻게 하면 값지게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더없이 좋은 필독서가 되리라 독자는 믿는다.

 


 

우리나라보다 더 일찍 조기은퇴와 고령화 시대로 접어든 일본도 이미 '인생은 60세 이후부터'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은퇴 후의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80세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60세 이후부터 주어진 20년이라는 시간은 한 인간이 태어나 성인이 되기까지의 긴 시간이다. 이 시간을 노년이라는 이유를 핑계 삼아 덧없이 흘려보낼지, 인생의 새로운 열매를 맺기 위해 노력할지는 각 개인의 선택이다.

값지고 멋진 여생을 보내기로 다짐했는데 방향을 잡지 못했다면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첫걸음마를 떼고 제대로 걷기까지 수없이 넘어지는 시행착오를 겪었던 것처럼, 갑작스레 닥쳐온 듯한 인생의 새로운 단계가 혼란스러울 수 있다. 이때 평생을 학자로서 지적 활동에 매진했으며 여든이 넘어서도 활발한 지적 활동을 멈추지 않았던 저자가 이 단계를 먼저 걸어온 자로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비단 중년에게뿐만 아니라,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을 하는 이에게라면 누구에게나 유용하다. 거듭 말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나이 들고 늙어가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인 사유와 노년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위한 조언, 노후의 경제력과 인간관계에 대한 냉정하면서도 통찰력 있는 시선이 담긴 이 책은 지적 여생을 보내기 위한 든든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책에 따르면 동창회에서 이미 3분의 1은 죽었고, 3분의 1은은 병상에 있고, 나머지만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비로서 나이듦을 실감하게 된다. 역시 인간의 장수와 건강은 최대의 욕망과 축복이 아닌가싶다. 저자는 노년을 직시하는 세월의 흔적은 거스를 수 없다는 이야기로 시작하며 에피소드와 사유로부터 얻은 지혜를 풀어놓는다. 기존에 알았던 사람을 오래간만에 만난 것뿐인데 세월의 풍파가 훑고 지나간 사람의 경우에는 몰라볼 정도라고 한다.

작가가 평생 학문하고 연구하는 삶을 살아서인지 책의 곳곳에서 드러나는 삶의 방식이 매우 지적이고 차분한 느낌이 든다. 또 조언의 많은 부분이 노년의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배우고, 취미를 익히고, 책을 읽고, 하는 것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가 주제가 되는 일이 잦다. 책의 뒷부분에 언급한 '사람의 육체는 나이 들어도 뇌는 언제나 20대처럼 활력과 자극을 원한다'는 말도 기억해둘 만하다. 외국어 공부도 그 중 하나라고 하니, 평생 게으름을 부리지말고 평생 배우는 마음으로 살아야 할 것 같다.

 


 

이 밖에도 고향을 추억속에만 남겨둬야 하는 이유가 눈에 띈다. 저자는 평생을 도시에서 살았던 사람이 고향에 대한 그리움만을 가지고 귀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귀띔한다. 다시 도시로 회귀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평생 일궈온 삶의 터전이 나고자란 도시가 아니더라도 인맥이나 기타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는 곳에서 여생을 보내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고 조언하고 있다. 언제든지 떠나갈 나의 고향이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지금 살고 있는 곳이 나의 고향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지내는 것이 좋다"고 강조한다. 전원생활에의 기분전환이 필요하다면 잠깐의 여행으로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또 최근 가 족체계와 구성원의 변화와 맞물려 손자는 기대하지 말라는 충고도 좋았다. 이제는 기성세대와 같은 결혼생활이나 인구 구조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돈에 관한 조언에서는, 여생에서는 내가 작은 사치라고 여겨질 만한 여행이나, 수집 등도 개인적인 활력소가 되니 실행해볼 것을 권하고 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장년의 노동시장에서 벗어나 많은 시간을 혼자 경영해야 하는 것이라는 말도 멋지지 않은가. 앞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년 이후 25년 정도 노년기를 맞이하게 되는데 지침으로 삼을 만한 이야기가 책을 꽉 채우고 있다. 문화도, 삶에 대한 시각도 조금은 다르겠지만 그래도 우리의 이웃인 일본이어선지 감성과 삶을 대하는 태도는 우리와 잘 맞는 것 같다. 오랜만에 차분한 노(老)교수의 인생 상담을 받은 것 같아 평온한 마음에 큰 도움이 된다.

 


 

저자 : 와타나베 쇼이치

 

1930년 야마가타 현에서 출생하여 조치대학 영문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서양문화연구과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그후 독일 뮌스터대학과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유학을 하고 조치대학 명예교수로 재직했으며 뮌스터대학에서 박사학위와 명예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지은 책으로 전문서 외에도 〈지적 생활의 방법〉, 〈앵글로색슨과 일본인〉 등의 다수의 저서가 있다.

 

역자 : 김욱

 

서울대 신문대학원에서 수학한 후 경향신문,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에서 30년간 기자생활을 했다. 그후 한국생산성본부 출판기획위원으로 10년간 기획과 집필, 번역을 전담하는 한편, 저서로는 <성공한 리더십 VS 실패한 리더십>, <관리자 성공학>, <희망과 행복의 연금술사>, <세계를 움직이는유대인의 모든 것>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강자생존이다, 다시 시작하라>, <오직 한 번뿐인 인생을 위하여>, <플루타르크 영웅전 1·2·3>, <오늘의 신문을 말한다>, <쇼펜하우어 문장론>, <약간의 거리를 둔다>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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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의 천재들 - 전 세계 1억 명의 마니아를 탄생시킨 스튜디오 지브리의 성공 비결
스즈키 도시오 지음, 이선희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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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애니메이션(만화영화)에 대한 가장 큰 추억은 흑백TV다. 당시는 컬러 TV가 우리나라에 도입되기 전이어서 컬러 애니메이션은 가끔씩 출시되는 영화로서의 애니메이션뿐이었다. 미키마우스, 톰과 제리는 가장 잘 아는 애니메이션이고 '디즈니'란 말도 그때 처음 들었다. 80년대부터 컬러 TV가 도입되어 애니메이션을 컬러로 즐기게 된 것이다. 그러나 독자로서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80년대엔 만화영화를 즐기기엔 너무 나이가 많았고, 혹시라도 TV 컬러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으면 "나잇값도 못한다" "애들이랑 앉아서 낄낄거리며 보고 있는 모습이라니..." 핀잔을 듣기 일쑤였다.

그렇게 독자에게서 애니메이션은 멀어져 갔다. 한참 잘 나가는 걸로 얘기되던 일본 만화는 아마 수입이 금지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번역본도 선별해서 출간했던 것 같고, 일본 만화라는 게 확실히 드러나는 것은 TV는 물론 책으로도 발간이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그래도 만화를 즐기는 일부 친구들은 어떻게 일본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나 감독 등의 이름을 줄줄 외우는 사람도 있었다.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하느 과도 없었던 것 같다. 그 친구를 통해 본 일본 애니메이션이 왜 인기를 누리고 있는지 대체적으로 한 번이라도 본 친구들은 '이해하겠다'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애니메이션과 한 번 멀어지니 나중에는 내용이 너무 뻔해서 볼 마음이 없었다. 역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제작하다보니 나이 좀 들었다고 '유치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세상살이 때가 더 묻었다고 봐야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90년대를 넘어서면서부터는 금지가 풀렸는지 일본 애니메이션이 정말 정신없이 몰려온 것으로 독자는 기억한다. 그때 이름을 들어본 것들이 지금도 전설처럼 남아 있는 것도 많다. 세계 최고로 불리울 정도로 넓은 시장과 기술적 측면에서 결코 디즈니에 뒤지지 않다고 자부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지브리 스튜디오'에 관한 책이 얼마 전 출간돼 독자의 손에까지 왔다.

새로운 세기에 접어든 지난 2001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무려 3,500억 원에 달하는 흥행 수입을 올리며 디즈니로 대표되던 애니메이션 업계에 새로운 돌풍을 일으킨 스튜디오 지브리. 내놓는 작품마다 히트 행진을 이어가며 최고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우뚝 선 데 걸린 시간은 불과 10년도 안 된다고 한다. 전설적이라 할 만한 비약적인 발전 성과를 낸 곳이다. 이 책 『지브리의 천재들』의 저자 스즈키 도시오는 신문으로 비유한다면 '세기의 특종'을 한 셈이다. '지브리'를 어떤 곳인지, 뭐하는 곳인지는 대부분 알지만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얼마만한 수익을 내는지 등 회사 경영과 제작 관련해서는 일절 베일에 싸여 있었다. 저자가 특종을 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사실 저자는 지브리의 설립자이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곳은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를 주축으로 운영된다는 사실 외에는 알려진 것이 별로 없는 상태였으니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보물창고를 개방해놓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이 책 『지브리의 천재들』이 출간되면서 지브리 스튜디오의 시작부터 운영 방식, 매 작품을 성공으로 이끈 비결은 물론이고, 일본 내 작고 보잘것없던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세계 최고의 상상력 왕국으로 이끈 두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타 이사오의 파트너십까지, 단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지브리 스튜디오의 모든 비밀이 밝혀졌다. 이 책은 스튜디오 지브리를 향한 뜨거운 관심을 증명이라도 하듯 출간 즉시 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화제를 불러모았다고 한다.

 


 

책에 따르면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두 천재 감독을 지켜보며 스튜디오 지브리의 성장을 이끌어온 저자는 지브리의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다카하타 이사오와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두 천재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두 거장의 독보적 상상력이 스튜디오 지브리를 최고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스즈키의 찬사에 두 감독은 이렇게 화답한다.

“항상 똑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보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죠. 하지만 관점을 바꾸면 세계는 좀 더 유연해지고,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갖가지 모습을 보여줍니다.”

서로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주며 스튜디오 지브리를 지켜낸 두 천재 감독, 그리고 그들을 최고의 자리로 이끈 또 한 명의 천재. 이 세 사람의 유연한 사고와 철학은 그 어떤 리더십보다, 그 어떤 마케팅 전략보다 위대한 힘을 발휘했다. 파트너에 대한 신뢰와 작품에 대한 열정만으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른 스튜디오 지브리의 모습을 통해 조직과 기업 생존의 새로운 방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발표한 애니메이션 19편의 제작 과정 최초 공개한다는 점이 가장 크게 부각됐고,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의 관심을 폭발적으로 끌어모았다. 시골로 이사 온 두 자매 사츠키와 메이가 숲의 도토리나무 요정이라 불리는 토토로를 만나며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이웃집 토토로」는 스튜디오 지브리를 전 세계에 알린 대표작인 동시에 미야자키 하야오를 거장의 반열에 올려놓은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웃집 토토로」의 기획이 10년 동안 제작자에게 거절당하고, 감독 역시 다른 사람으로 내정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 19편의 제작 과정이 최초 공개된 이 책에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가오나시가 스토리를 변경하는 도중 3분 만에 급조된 캐릭터라든지, 「이웃집 토토로」의 주인공 사츠키와 메이가 본래 같은 인물이었다는 등 지브리의 만화를 사랑하는 팬이라면 깜짝 놀랄 만한 충격적인 비밀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또한 열악했던 애니메이터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모든 스태프들을 정규직화하고, 직장 내 어린이집을 지었으며, 여성 스태프들을 위해 두 배 넓은 화장실을 직접 설계하는 등 조직의 리더로서 고민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경영가적 면모도 확인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최고라 부르는 것들은 결코 한순간에 완성되지 않았다. 끊임없이 부딪히고 깨지며 조금씩 센성장해온 결과물이다. 3D 애니메이션이 주류로 떠오른 지금도 종이에 직접 그림을 그리고, 디즈니로 대표되던 애니메이션 업계에 매혹적인 캐릭터와 독보적인 색감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만화영화의 패러다임을 전환한 노장의 두 애니메이터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타 이사오. 그리고 두 사람의 열정과 신념을믿고 흔들림 없이 지지해준 스즈키 도시오. 비록 지난 2018년 다카하타 감독이 숨지면서 지브리 스튜디오는 한쪽 날개를 잃게 되었지만 오랜 시간 동안 세 사람이 일구어낸 집념의 흔적은 여전히 굳건하게 지브리 왕국을 지탱하고 있다. 그 주춧돌은 신의와 믿음이다.

 


 

책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만든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단연 따뜻함이다. 모험 활극과 러브스토리를 넘나들며 다양한 스토리라인을 선보이지만 그 안에는 인간에 대한 존중, 특히 어린아이를 향한 감독의 애정이 두드러진다. 실제로 그의 작품 속 주인공은 대체로 어린아이이며 ‘절대 악’으로 불리는 인물 역시 등장하지 않는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이분법적으로 선과 악을 나누기보다 각자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부딪히는 지점을 세심하게 표현해냄으로써 모든 인물의 행동에 대해 타당성을 부여한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사고력은 더 넓은 세계를 창조해내는 밑바탕이 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어린이들의 1시간은 어른의 10년과 맞먹는다. 어렸을 때 인상 깊게 본 작품은 어른이 된 후 오랫동안 무의식에 남는다. 능력의 차이는 5배를 넘지 않지만 의식은 100배의 차이를 낳는다. 이 때문에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이 재미와 오락성을 넘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단단한 신념으로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가치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고 유연한 사고로 표현해내는 것. 그리고 마음속 깊이 새겨진 의식을 바탕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은 30년 동안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천재 감독이 우리에게 건네는 마지막 숙제일 것이다.

 


 

저자 : 스즈키 도시오

 

주식회사 스튜디오 지브리 대표이사 겸 프로듀서. 1948년 나고야시에서 태어났다. 1972년 게이오기주쿠대학 문학부를 졸업하고, 출판사 도쿠마쇼텐에 입사, <주간 아사히 예능>을 거쳐 1978년 애니메이션 잡지 아니메주의 창간에 참가했다. 아니메주의 부편집장, 편집장으로 12년 남짓 근무했다. 그 과정에서 미야자키 하야오와 연을 맺어, 1984년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가 제작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 1985년에는 스튜디오 지브리 설립에 참가해, 1986년 《천공의 성 라퓨타》 1988년 《반딧불의 묘》와 《이웃집 토토로》, 1989년 《마녀 배달부 키키》 등 다카하타 이사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 제작에 관여한다. 89년부터 스튜디오 지브리에 전념. 이후 1991년 《추억은 방울방울》부터 2016년 《붉은 거북 ~ 어느 섬 이야기》까지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발표한 모든 작품을 기획, 프로듀스했다. 2014년 제64회 일본 예술선장문부과학 대신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영화도락』, 『스튜디오 지브리의 현장 스토리』, 『지브리의 철학』, 『스즈키 도시오의 지브리 땀범벅』, 『바람에 실려』, 『지브리의 동료들』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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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조각하는 5가지 방법 - 위기에 대처하는 나 찾기의 힘
이나겸 지음 / 북퀘이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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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살다가 위기를 맞는다. 크든 작든 위기는 계속 다가온다.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해결 방안을 갖고 있지 않다. 언제 어떤 위기가 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미리 대비책이란 것을 마련해두기 어려운 것이다. 또 한 집단에 속해 있는 사람들에게 동시에 오더라도 위기의 무게를 느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다. 때문에 일반 평균화된 위기 대응책이 있을 수 없다. 예건대 코로나 19로 지구상 모든 사람에게 삶의 존속 여부가 불투명한 강력한 위기가 찾아왔을 때 대처하는 방법이 나라마다 다르고 도시마다 다르다. 심지어는 각 집마다 다르다. 다만 이런 경우는 국가 위기 상황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방역 지침이나 단계별 대응책이 일반 사람들에게 모두 똑같이 적용된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위기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나라만 잘 대응한다고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고, 어느 한 곳에만 환자 발생이 계속된다면 종식됐다고 선언하지 않는다. 모든 인간에게 적용될 경우에는 그래도 매뉴얼이나 있지만 개별적으로 다가오는 위기에는 메뉴얼도 없고, 적절한 대응책도 없다. 다만 기존에 나온 여러 가지 방법 중에 하나를 택해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전쟁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 처해질 수도 있는 코로나 19는 발생 1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아직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1, 2, 3차 대유행을 비교적 무사히 넘겼지만 4차 위기 상황을 방역당국은 예고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4차가 온다면 더 강력하고 훨씬 많은 숫자의 확진자가 발생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여느 호흡기 바이러스처럼 오래될수록 변이를 거듭하기 때문에 초고속으로 세계 전 인류가 앞다퉈 내놓은 치료제나 백신이 높은 효과를 보이지 못하는 것 같다. 최선을 다해 방역 생활을 하면서 한가닥 운을 기대해야 할 형편이다.

최소한 지금까지 나온 백신만으로라도 완전 접종이 끝날 경우 집단 방역 효과로 확진자 수를 현격하게 떨어뜨릴 수 있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바이러스 특성상 비접촉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는 일상 때문에 코로나 이전 일상을 그리워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우울감으로 발전하기도 해서 사회 문제의 또 한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을 실정이어서 우리를 더욱 불안하고 우울하게 한다.

 


 

이 시기에 '위기에 대처하는 현명한 방법'을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삶의 예술가'가 있다. 바이올리스트 이나겸이 주인공이다. 그는 사람과의 소통이 어려운 요즘 같은 시기일수록 해결 극복 방안을 자기 자신에게서 찾아내 치유하기를 권한다. 스스로를 '내면에 귀 기울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란 별칭을 좋아한다. 그의 주장은 간단하다. 누구나 마음 먹기에 따라 가장 쉬운 방법일 수 있을 것 같다. 관련 대응 방법을 쓴 책이 『나를 조각하는 5가지 방법』이다.

그에 따르면 코로나 시대는 '나 찾기 시대'이다. 학교도 대면에서 비대면 으로 전환되어 수업을 한다. 오프라인 식당들도 예전 IMF 시절보다 더 어렵다고 뉴스는 전한다. 내일 일이 어떻게 될지 프리랜서들은 미래가 불투명하다. 이렇게 불안정해질 때일수록 나를 찾아야 한다. 그 안에서 위기를 돌파할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 삶의 나침반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그는 "나의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를 되돌아보면, 가장 밑바닥을 치고 위로 올라올 때, 나 자신을 발견해야만 돌파할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본래의 나, 본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2020년 코로나유행 이후로 모든 국민들의 삶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빠르게 대처하여 앞서가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패닉’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며 전에살았던 방식의 삶을 그리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하나 같이 말한다. 코로나 이전의 시대로 절대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이다. 결론은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면 내 자신이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바꾸란 말인가? 작가는 지금 이 코로나 시대의 삶에서 이겨낼 수 있는 것이 바로나 찾기의 힘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 구체적으로 5가지 방법으로 나눠 이야기 하고 있다. 그리고 사업이든, 취업이든, 그 어떤 것을 하기 전에 해야 할 것이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나를 찾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나를 찾는다'는 의미를 먼저 확실하게 알고 시작할 것을 권유한다. 저자는 이 권유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언가를 찾으란 말인가?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지금의 나로 살았는데 뭘 찾아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고 한다. 저자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저자의 '속말'을 경청해 본다.

"세상이 변했다면 나 또한 변해야 한다. 내가 변한다는 것은 내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것에서 내 안에 숨겨져 있던 또 다른 나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분명히 또 다른 내가 있다. 끄집어 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변한 이 세상에 나 혼자만 변하지 않은 채 그 옛것을 고집한 채로 살아가며 세상에 대해 불평불만을 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내기 위해 시간을 보내면서 제목 ‘나를 조각하는 5가지 방법’을 실천해 보기로 결심을 했다고 한다. 그 결심에 따라 실행한 것이 '또 다른 나 찾기'라고 한다. 꽤 흥미로웠고 궁금하기도 했다. 내가 몰랐던 나의 모습은 어떨까? 그리고 희망적인 것이 있다면. 내가 몰랐던 나를 찾을 때, 새로운 나의 모습을 통해서 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다를 것이며, 또 다른 여러 가지 어떤 기회들이 나에게 올까?라는 기대가 되기도 했다고 덧붙인다.

 


 

저자의 '나 찾기' 결과에 따르면 우리는 누구나 천재였다. 근육을 쓰지 않으면 퇴화하듯, 잊어버리고 있던 나를 찾으면 모든 상황에 대응하고 해결할 수 있는 힘, 누구에게나 내재된 천재성을 발견하게 된다. 만남을 통해 우리가 늘 기억할 것은 그 모든 순간 속에서 나를 보는 것이다. 왜냐하면 나의 삶은 나를 바로 볼 수 있도록, 선물을 주고자 경험해야 할 상황, 사람들을 거울로 보내주기 때문이다. 깨닫지 못하면 이 우주는 사람과 상황만 바꿔가며 내 삶으로 계속 보내준다. 그렇게 선물로 여기면 한없이 겸손해지게 된다. 그리고 겸허해진다. 순리를 따르게 된다. 그래서 나 찾기가 이 시대에 '찐 슈퍼 파워'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진심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많은 이들이 진정한 나를 찾아 새로운 세상에서 잘 적응하여 전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누리는 것이다.

다소 앞뒤 없는 말 같기는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일목요연하게 정리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는 나를 찾는 경험의 예술을 통해 찾은 행복을 독자들과 함께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책으로 출간했다며 출간 취지를 밝힌다. '나 찾기'와 그 경험의 깊이는 파산 등의 위기를 극복하는 힘이 되었다고 한다. 나도 할 수 있다면, 누구든지(독자들도) 할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의 나 찾기는 누구든지 갖고 있는 내면의 꿈틀거리는 열정의 첫 불을 당긴다. 끊임없이 흐르는 신뢰의 강에 머물 수 있게 도와주는 '믿음 선언문'(“나는 지금 이 순간 변화를 선택하며, 내 삶의 주체는 나인 것을 직시한다.”)도 작성했다. 책의 차례만 읽어도 과정이 눈앞에 선하게 잡힌다.

 


 

책의 주요한 부분을 정리해 여기에 적는다. 일단 나를 먼저 찾아야 한다. 나를 조각하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어떤 재료인지 알아야 한다. 그것이 무를 수도 있고 단단할 수도 있다. 조각을 함에 있어서 단단한 것이 더 좋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는 물러야 조각이 가능하다. 지금 당장 너무나 급하게 달리고 있다면 잠깐 멈춰서 스스로를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쉬는 것조차도 목표를 가지고 쉬는 사람이 있는데 그러지 말고 그냥 '쉬는 것 그 자체'로 만족을 해보자. 내 과거를 한 번 생각해 보면 개인적으로 운동신경이 정말 안 좋아서 뭐를 배워도 잘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스키를 배울 때 정말 3일 내내 해도 제대로 못했었다가 1년 뒤에 다시 해보니 너무나 쉽게 되었던 것을 기억한다. 몸이 기억했기 때문이겠지만 그 당시의 절실함 때문에 정작 내 몸에 대한 믿음을 갖지 못해서였을까? 사실 생각보다 난 뛰어나고 잘하는 것이 있으며 의외로 즐기는 것도 많이 있다.

17초만 고민해 보자. 여기서 나오는 17초의 근거는 정확하지 않지만 순간 충동보다는 한 호흡 늦추라는 얘기로 들린다. 마음이 급해져서 무엇이든 즉각적으로 하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다. 사실 게으름피우다 늦는 것보다 너무 급하게 진행해서 후회한 적이 많다는 것은 독자의 경험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의외로 17초 간 고민을 해보고 시작을 하면 이런 문제를 줄일 수 있다. 특히 뭔가 크게 돈을 벌거나 높은 곳을 향해 달려가는 와중에서 조그마한 것을 그냥 지나치거나 우습게 여기는 경우도 꽤나 많이 있었는데 아무리 큰 것도 갑자기 큰 것이 아니라 작은 것부터 시작을 한다는 것. 누구나 경험했음직한 말이다.

 


 

매일 나를 위한 7분. 명상은 나 자신과의 대화이다. 묵상이다. 나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힘을 준다. 내가 꿈꾸는 대로 되지 않을 때에도, 내 안의 의도와 목적을 더 명료하게 할 수 있다. 내가 힘든 이유는 상황 탓이 아니라 내 안의 관점, 즉 생각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다. (중략) 실제 인지 기능과 행동력 또한 명상을 통해 발전한다. 나를 위한 7분의 명상 시간은 큰 힘이 되었다. 아주 쉽고 단순하게 편안한 장소에서, 허리를 바르게 펴고, 호흡하고 있는 나를 느껴주면 된다. 타이머를 설정하는 것도 괜찮다. 생각이 다른 곳으로 가거나 주의가 흐트러져도 괜찮다. 알아차리고 다시 원래의 집중하던 초점에 호흡을 맞춘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이라 할지라도 실행에 답이 있다. 우리는 특히 나 자신과 내가 아닌 것에 대하여 분별이 필요하다. 굉장히 단순하지만 일상생활에서 놓치는 경우가 만다. 일단, 편의상 마인드(에고) 영역, 자아의 영역을 분별하면 나답게 살기가 더 쉬워진다. 원래의 나의 목소리인지 마인드가 재잘거리는 것인지 알아차리고 에너지 낭비를 멈추기 쉬워지지기 때문이다.

66일만 노력하자. 무엇이든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만한 기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나 역시 책을 처음부터 즐겨 읽었던 것은 아니고 스스로에게 습관을 만들어 보기 위해서 시작을 했다가 이제는 책이 없으면 너무나 허전한 느낌이 있어서 습관적으로 책을 읽고 있다. 66일만 동일하게 진행하면 무엇이든 습관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하는데 스스로 성공했던 몇 안 되는(아 슬프다...) 습관이기에 강력하게 추천하는 방법이다. 이외에도 이 책에서는 뒷부분에 기적을 만들어 낸다는 미라클 노트, 액션 플랜이 기록되어 있다. 그대로 따라 해 보면 적어도 후회하지 않을 방법이다. 나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지금 나를 조각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 수 있다면 위기에도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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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 -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극단과 광기의 정치
유창선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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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부산 시장 선거가 야당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다. 서울 25개, 부산 16개 등 전 행정구에서 야당인 '국민의 힘'이 이겼다. 말 그대로 '싹쓸이'다. 지난 1년 전 총선에서 예상을 뒤엎는 180석을 여권에 몰아준 민심이 불과 1년만에 정반대 양상으로 뒤짚힌 이유가 뭘까.

정계는 물론, 정치평론가들, 정치부 기자들의 의견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부동산 정책 실패뿐만 아니라 LH 직원이 개발 정보를 빼내 투기한 사실이 드러나자 그동안 야당의 대여(對與) 비판 구호였던 '내로남불'까지 오버랩되면서 민심이 완전히 이반됐다는 평가다. 그렇잖아도 코로나 백신 접종률과 백신 확보율도 당초 발표했던 목표치에 못 미쳐 'K 방역'에 대해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던 민심이었다. 보수 언론들의 포성은 더욱 가열되고 있고, 민심 또한 보수 언론에 다시 한 번 눈길을 주는 모양새도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보수 지향적 중앙일간지 신문은 제목부터 매우 온화하게 뽑아내며 단순 사실 보도에 그치고 있다. 아직 확정이 안 되어서 그런가? '정권 심판', '압승' 정도로 순화되고 절제된 제목으로 보도했다. 날선 내용의 기사는 있어도 제목으로 채택되지는 않았다.

 


 

선거일보다 조금 앞서 출간한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유창선, 인물과사상사 刊)는 이미 시장 선거 결과를 예상하는 듯한 내용의 책이어서 눈길이 더 간다.

유창선 저자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는 비판적 논객으로 분류돼 입각이나 정부 주요 정책 자리를 내주지 않았고 오히려 수난을 겪었던 분이다. 저자는 정치사회학 박사학위를 받고 1990년 대부터 활발한 정치 평론을 해오던 우리나라 1세대 정치평론가다.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도 그를 배제시켰다. 현실과의 타협이 아닌 자발적 고독을 선택해 동네 독서실에서 책을 읽고 글을 써가며 자신을 지켜온 저자는 이번에 칼을 빼들었다. 단죄의 칼이 아닌 '올바른 정치'를 위한 논객으로서의 칼이다. 그 결과물이 이 책이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 시기와 겹쳐 있다. 책의 내용도 현 정권의 실정과 불공정 정책, 중요 자리에 있는 사람의 부패와 비리, 비판에 대한 대응 방법의 몰염치 등 야당의 공격대로 '내로남불'이 점점 커진 상태인데도 염치 없이 보궐선거에 또 후보를 냈다. 두 곳 모두.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조심스럽게 발표해오던 지지율은 정확하지 못했다. 여론조사 기관에서 발표한 것보다 훨씬 큰 격차로 당락이 갈렸다. 변명도 있을 수 없는, 정부로서는 완패, 야당으로선 압승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진영의 일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또다시 배제된 후 저자는 "저쪽의 민낯도 보고 이쪽의 민낯도 본 사람으로서 내 머릿속은 회색이다"고 말한다.

 


 

저자는 책에서 강조한다. 자신의 신념에 갇혀 있는 사람들은 성찰할 줄 모른다. 이들은 아무리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논거를 제시해도 귀를 닫아버린다. 누가 뭐라 해도 내가 옳고 내가 선이라는 신념을 지켜야 불굴의 정신세계를 가질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신념을 과신하지 말고 내가 행했을 수 있는 불의를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 내가 잘못했을 수도 있음을 어째서 생각하지 못하는 것인가? 프랑스의 철학자 제라르 벵쉬상은 “내가 정의롭다고 믿을수록, 또 이러한 믿음에 만족할수록 나는 덜 정의롭다”라고 말했다.

서로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를 할 수 없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민주주의자가 될 수 없다. 그런데 정치적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에 대한 증오와 경멸의 감정이 여과 없이 표현된다. 이는 자신만이 옳다고 생각해 자신의 생각만을 절대적 진리로 여기는 ‘정치적 신앙인’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정치가 종교와 다른 이유는 내가 믿는 하나의 것만이 절대적 진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의 종교화는 맹목과 맹신과 광기만을 부추긴다. 감정과 정념의 정치는 숭고한 대의로 무장할수록 극단으로 치닫게 되어 있다.

거기에는 나만이 옳다는, 그리고 너는 모두 틀렸다는 불변의 신념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신념 속에서는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는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를 통해 '극단과 광기가 난무하는' 문재인 시대를 비판한다.

 


 

책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대화와 타협은커녕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행태를 계속해왔다. 문재인 정부의 집권 세력은 우리만이 선이고 우리만이 옳다는, 성찰과 회의를 모르는 독선의 정치를 해왔으며, 부끄러움을 모르는 내로남불의 정치를 해왔다. ‘촛불 정부’를 자처했던 문재인 정부에서는 나와 생각이 다르면 적폐라고 단죄되고, 의견이 다르면 토착왜구라고 낙인찍힌다. 민주주의의 기본인 소통과 공론의 장은 사라졌고, 서로가 극단적인 자기주장만 반복해서 외친다. 더구나 그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리더십은 작동하지 않는다. 우리는 과거보다 심하게 분열되었고, 극단의 시대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문재인 정부는 그래도 ‘착한 권력’인데, 왜 야당을 비판하지 않느냐고 말하는 독자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현재의 권력을 비판한다는 것이 야당에 문제가 없다는 의미는 전혀 아닐 것이다. 다만 한국 정치의 과거에 대한 책임을 보수 야당에 물었다면, 적어도 오늘에 대한 책임은 현재의 집권 세력에 묻는 것이 균형 있는 태도다. 더구나 현재의 집권 세력은 대통령, 행정부, 국회, 지방자치단체, 지방의회 등에 이르기까지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는 권력이 아니던가. 그런 권력에 오늘의 현실에 대한 일차적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저자의 비판은 계속 이어진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 말의 겨울, 나라의 기본이 무너진 상황에서 국민들은 “이것이 나라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촛불을 들었다. 이제 새로운 역사가 쓰일 것이라는 기대가 가슴속에 충만했다. 제19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문재인에 대한 지지율이 80퍼센트를 넘었던 현상은 그 기대가 얼마나 컸던지를 말해준다. 정권만 쥐면 권력에 도취되는 한국 정치사의 악순환에 종지부가 찍히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그것이 문재인 정부의 역사적 소명이었다. 그러나 갈등은 격화되었고, 국민들은 실망에서 체념으로, 다시 절망으로 끝없이 추락했다. 극단과 분열의 상처가 깊어만 가고 있는 역사의 아이러니는 국민들을 비통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저자는 이와 함께 문재인 정부와 그 지지자들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에 대해 성찰할 줄 모른다고 날을 세운다. 오직 비판자들을 악마로 만들어버리는 선악 이분법을 구사한다고 말이다. 더구나 선악 이분법이 정치적 의도와 맞물릴 때 악마 만들기의 폭력은 기승을 부리게 된다. 자신들과 다른 생각을 가졌다는 이유로 상대방은 악마로 규정되고 돌팔매질을 당한다. 이 단순한 선과 악의 이분법 사이에서 인간의 다양한 생각은 설 자리가 없게 된다. 본래 정치는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조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모색하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그런데 국민들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서로 간에 갈등이 빚어지고 반목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광신적인 팬덤 정치가 낳고 있는 온갖 비이성적인 형태는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고 시대의 이성을 욕보이고 있다. 오늘 한국 정치에서는 사실에 근거한 이성적 토론보다는 감정과 정념의 언어들이 지배하는 상황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실책을 하나하나 짚어낸다.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의 기강 해이가 연이어 물의를 빚어도,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어도, 조국 사태가 일어났어도, 추미애와 윤석열이 갈등을 했어도, 민주당 광역단체장들의 성추행 사건이 일어났어도, 입법 독주를 했어도, 결국 문제의 출발은 그렇게 단추를 채웠던 집권 세력의 책임이었건만, 좀처럼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언제나 정치적 의도를 가진 검찰의 탓이요, 검찰 편에 선 기레기들의 책임이며, 정권의 발목을 잡으려는 야당의 탓이다. 이들은 자신들만 도덕적으로 옳고 우월하다는 선민의식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적폐에 대해 준엄했던 정권이라면 그 이상으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자신들에게도 준엄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 자신에게 엄격한 모습을 보일 때 비로소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문재인은 국정 운영에서 진영의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선언한다. 집권 초 적폐 청산에 대한 국민적 요구에 힘입어 지지율이 고공 행진을 했던 문재인 정부는 이를 자신들에 대한 절대적 지지로 착각해 모든 것을 우리끼리 해나갈 수 있다는 지나친 자신감, 즉 오만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인사 문제도 진영의 울타리에 갇혀 자신들끼리 국정을 운영하려는 모습으로 비쳐졌다. 추미애와 윤석열의 갈등으로 나라가 혼돈과 분열의 늪에 빠져 있는데, 문재인은 수수방관만 하고 있었다. 아마도 문재인 정부의 무능이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난 것이 부동산 정책일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정치학자 존 킨은 “민주주의는 겸손한 자들의, 겸손한 자들을 위한, 겸손한 자들에 의한 통치”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무능하면서 겸손하지도 않았다. 어떤 경우에도 결코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DNA인 것 같다고 뿌리부터 의심한다.

 


 

저자는 이와 함께 윤석열 검찰총장이 2021년 3월 4일 임기 4개월여를 남겨놓고 전격 사퇴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문재인 정부의 집권 세력은 ‘검찰 개혁’을 주장해왔지만, 그것은 ‘검찰 장악’의 다른 이름이었다고 지적한다. 더구나 추미애는 윤석열의 징계를 밀어붙이기까지 1년 내내 무리한 언행을 하면서 법치의 책임자가 법치를 무너뜨린다는 비판을 초래했다고 몰아붙인다. 특히 윤석열에 대한 징계는 숱한 편법과 위법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동안 검찰 개혁은 국민적 합의처럼 되었던 사안이다. 비대한 권력이 되어 부패한 검사 감싸기를 거듭해온 검찰 권력을 개혁하자는 데 반대할 국민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윤석열 몰아내기가 전부였던 검찰 개혁은 그런 국민적 합의에 심각한 균열을 내고 말았다. 그것은 순수한 의미의 검찰 개혁을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 있는 권력에 칼날을 들이댄 검찰총장에 대한 응징이었다. 앞으로 정권 관련 인사들의 비리가 있다면, 누가 감히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의 시계는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더구나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훼손당하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그것이 검찰 개혁이라고 믿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추미애가 윤석열 몰아내기에 몰두해도 집권 세력 내에서 이를 말리거나 비판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기본적으로는 자신이 임명한 법무부 장관이 그 난리를 쳐서 민심이 등을 돌리고 있는데도, 거기에 제동을 걸지 못한 문재인의 무능과 무책임의 결과다. 민주당도 무능하고 무책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상식과 이성을 갖고 있고 민심을 무섭게 여기는 정당이라면 법무부 장관의 난폭한 언행과 법규를 무시하는 조치에 대해 제동을 걸었어야 했다. 민심의 편에 서서 조국과 추미애를 비판했던 금태섭이나 조응천 같은 정치인들은 징계를 받았거나 지지자들에게서 돌팔매질을 당했다. 검찰 개혁의 핵심이었던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쓰레기통에 던져진 채 검찰은 결국 정권의 하수인이 되고 말 것으로 예측한다.

 


 

야당의 대여 공격 지점인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이른바 '내로남불'에 대해서도 한마디 보탠다. 내로남불의 정치는 정치적 입신양명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생존법이다. 또한 진실을 덮고 자기 자신을 부정하면서라도 승리를 거머쥐려는 비겁한 행태다. 내로남불의 정치는 도덕적 우월의식에서 나오며, 겸손을 모르는 오만의 정치와 맞닿아 있다. 문제는 이러한 내로남불이 여야 불문하고 저질러지고 있으며, 여야 정치인들이 서로를 내로남불이라고 비난하는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여야가 올바른 정치를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누가 더 나쁜가?’를 가지고 싸우는 꼴이다. 그래서 합리적 보수와 건전한 진보가 없는 것인가?

어느 정권하에서든, 인사청문회만큼 내로남불의 정치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것도 없다. 여당은 지난 정권하에서는 그렇게 목소리를 높여 비판했던 사안들에 대해 감싸주기에 급급하고, 야당은 지난 정권 시절 바로 자신들이 행했던 일들을 단죄하는 정의로운 심판자로 변신한다. 우리 편의 잘못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방패가 되어주려는 정파적 충성을 하기 위해 정치적 소신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일도 다변사다. 여와 야가, 보수와 진보가 서로 욕하면서 닮아버렸다는 비판이 지나치지 않다. 내로남불에 익숙한 정치인일수록 자신의 변신에 당당한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정치인들이란 숙명적으로 낯 뜨거운 존재들인지 모른다.

내로남불의 바탕에는 ‘우리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는 선민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나 자신이든 혹은 같은 진영 내의 누군가의 문제가 드러나도, 그 잘못은 쉽게 이해되고 정당화된다. 국회 인사청문회 때마다 반복되었던 내로남불은 문재인 정부의 인재풀도 다를 바 없다는 회의론을 증폭시켰다.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김의겸은 ‘영끌’해서 부동산을 매입해 내로남불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지난 정권에서 방송 장악을 그렇게도 비판했던 문재인 정부의 집권 세력은 ‘착한 방송 장악’의 수혜자가 되었다. 물론 지난날 자신들이 했던 행동은 눈감은 채, 문재인 정부가 방송 장악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던 보수 야당도 낯 뜨겁기는 마찬가지다. 야당도 피해갈 수 없는 지점인 것 같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민주주의는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발전한다고 확신한다. 민주주의는 다양성에서 출발해 다양성을 합리적으로 조정하여 합의를 이끌어내는 제도라는 원론으로부터 말을 꺼낸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확신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무너뜨린다. 그러니 자기와 다른 의견을 배척하는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하려는 생각이 없는 것이다. 다른 생각과 공존할 수 있다는 정신이 사라진 것은 민주주의의 후퇴를 의미한다. 이는 상대를 적으로 간주하는 정치 문화에 기댄 집권 세력의 정파 이기주의적 태도에서 기인한다. 집단적 광기 앞에서 인간들의 합리와 이성이 패배하는 사회는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세상이다. 스페인의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는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깨어난다”라고 말했다. 이러고도 우리가 민주주의를 할 수 있을까? 우리는 민주주의를 할 자격이 있을까?

자신이 생각하는 진리에 대한 지나친 믿음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배척하는 자는 결국 민주주의를 죽게 한다. 나와 다른 의견, 그러한 의견들을 가진 사람들과 공존하며 살아갈 마음이 있는 사람들만이 민주주의를 할 수 있다. 한국 사회에는 진보적인 사람들도 있고, 보수적인 사람들도 있으며, 어느 한쪽에 고정되지 않은 중도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자기 자신을 진보나 보수라고 말하지만, 막상 그 안에서도 결이 서로 다르다. 또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념과 가치에 따라, 직업과 계층과 계급에 따라, 혹은 사회정치적 지위에 따라 자신의 입장을 갖는다. 민주주의를 하는 사회에서 그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굳이 그런 차이들을 하나의 것으로 통일시키려는 일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서로 다른 생각과 의견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며 적군 대하듯이 하는 데는 역사의 그늘도 작용했을 것이다. 8·15 해방 이후 분단의 역사 속에서 우리는 좌우의 이념 대결로 점철된 역사를 살아왔다.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전쟁을 했고, 서로를 죽였고, 그로 인한 증오의 정념은 한국 현대사를 지배해왔다. 더욱이 오랜 독재권력의 시대를 거치면서 독재와 민주의 이분법에 세상을 흑과 백의 논리로 보는 데 익숙해졌다. 그 중간은 허락되지 않았다. 그런 역사를 살아온 우리에게는 서로 다른 이념과 생각에 대한 증오가 정치적 DNA가 되어 머릿속에 박혀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21세기로 들어선지 20년이나 지난 요즘도 민주주의 원론을 얘기하며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앞날을 얘기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 독자의 입장으로도 우리 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아무것도 보탠 것이 없음을 자성하고 민주주의와 민주주의의 원칙에 대한 책을 통해 다시 배워야 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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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꾸는 생각들 - 변화할 줄 아는 삶을 위한 3개의 조언
바바라 오클리 지음, 이은경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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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꾸는 생각들』은 자신의 변화를 꾀하며 '인생 역전' 성공의 길로 들어선 사람들을 대상으로 상담 추적 연구 결과을 이끌어낸 과정을 밝힌 책이다. 굉장한 계기를 통해 더 큰 성공을 이뤄나간 사람들의 얘기가 아니다. 저자는 학습부진아, 문제아, 우울증 환자부터 평범한 학생들까지 굉장히 다양한 인물을 두고, 유년기, 청소년기부터 시작해 현재의 모습까지 그리며 그들의 변화를 깊이 설명한다. 평범한 인물이 평범한 삶 속에서 어떻게 가능성을 찾고 변화했는지 보여주어 누구나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쓰인 책이다.

현재 공대 교수인 저자 바버라 오클리도 한때는 좌절감에만 빠져 살던 시절이 있었다. 어릴 적 공부도 잘하지 못했고, 성인이 된 뒤 웨이트리스와 청소부 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갔지만, 자신의 언어적 소질을 발견하고 외국어를 배워 작가, 번역가가 되는 과정에서 어쩌면 자신에게 무한한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갖게 된다. 마침내 저자는 공대 교수가 되면서 10년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수준의 인생 역전을 이뤄냈다. 그 뒤 자신과 비슷하게 잠재력을 발현한 이들의 삶을 추적하고 그 내용을 정리해 온라인 강의로 널리 알렸다. 타고난 재능, 운, 부를 이기는 성공을 써내려간 이들의 이야기는 전 세계 수백만 명에게 감동을 주며 역전의 과정과 방법 등 ‘인생 강의'를 해주는 것이다.

 


 

수많은 베스트셀러와 자기계발서는 주로 위대한 한 인물의 업적을 다루며 이들처럼 열정적으로 살 것을 권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람은 저마다 성격과 처한 상황이 다르기 마련이다. 1만 시간의 법칙을 안다고 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많은 이들이 입버릇처럼 ‘나는 안 될 거야’라는 말을 하며 자신의 한계를 규정한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만약 지금 당신이 직장에서 해고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 것 같은가? 비슷한 상황에서 스티브 잡스가 한 말을 살펴보자.

“애플에서 해고당한 것은 내 인생에서 일어난 최고의 사건입니다. 성공했다는 중압감이 초심자로 돌아간다는 홀가분함으로 바뀌었으니까요.”

누군가는 수입원이 사라진 바람에 걱정이 늘고, 새로운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는 막막함과 동시에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듯한 패배감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잡스와 같이 삶의 변화를 이룬 이들은 ‘관점의 재구성’에 뛰어났다. 이들은 부정적인 사건을 마주해도 긍정적인 사고를 하며 실수는 기회로, 실패는 오히려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일보 전진으로 여겼으며, 목표가 현실이 되도록 움직였다. 실제로 이러한 사고의 전환은 과학적 근거가 있는 방법이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부정적인 사건을 긍정적으로 바꾸어 생각하면 투쟁-도피 반응이 일어나는 뇌의 중추인 편도체에서 비롯되는 부정적 정서가 소멸된다.

 


 

좌절감과 실패감에 빠져서 자신을 비난하고 있다면 그런 행동은 당장 멈추어라. 중요한 것은 삶에서 만나는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삶도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때론 빠르게, 때론 느리게. 자신이 모르는 분야에선 빠르게 변화하는 것처럼 느끼고, 자신이 잘 아는 분야는 더디게 변화한다고 느낄 수 있다. 이때 변화를 감지했다면, 자신의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된다면 기존 생각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당신이 오랜 시간 동안 한 가지 일을 전문적으로 했거나, 중년의 나이라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 인생은 변화하기에 늦은 감이 있다"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명백한 변명일 뿐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주위를 둘러보라. 변화하는 능력은 곧 생존과도 직결되는 필수요소가 되었다. 기술부터 경제, 사회 및 정치 구조에 이르기까지 앞으로 유일하게 변하지 않는 것은 ‘변화’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저자는 성별, 나이, 직업 등 모든 생물적·사회적 조건과 상관없이 누구나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시한다. 예를 들어 역사 철학자 겸 과학자 토머스 쿤은 역사를 뒤바꾼 획기적인 발견 자료를 검토하다가 한 가지 패턴을 발견했다.

혁명적인 발견을 한 사람은 대개 두 집단으로 나뉘었는데, 한 집단은 젊은이들로 이뤄졌고 나머지 집단은 나이에 상관없이 본인의 전공 분야나 진로를 전환하는 데 성공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나이에 한계를 두지 않고 세상의 모든 것을 참신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마침내 세상을 뒤흔들 발견을 찾아낸 것이다. 게다가 실제로 두뇌 운동만 꾸준히 해주면 노년층의 뇌파 활동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나이가 들었다고 신체 기능이 완전히 따라주지 않는다는 생각도 편견일 뿐이다.

결국 인생을 바꾸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젊은 나이, 넉넉한 자본, 든든한 뒷배경, 다양한 지식이 아니다. 모든 가능성의 시작은 바로 ‘생각의 전환’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달라지겠다는 사소한 다짐이 삶을 바꾼다는 말이다.

 


 

이렇게 관점을 바꾸고 생각을 전환한 후 성공한 사람들은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변화를 위한 배움을 계속해야 한다고 저자는 언급한다. 저자는 성공의 길 마지막 과정이자 귀결점을 '배움'에 뒀다. 배움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저자는 싱가포르의 교육기관에 예를 든다.

"노동자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결국 복지 체계가 우수한 고소득의 일자리가 필요한데, 이런 점을 깊게 고려하여 싱가포르는 국가적으로 일자리 관련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최근 들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전문직과 관리직, 임원에 종사하는 노동인구가 증가했다. 다만 인구 고령화와 기술의 발달로 많은 직업이 사라졌다. 어렵게 익힌 기법과 기술이 서서히 그 가치를 잃어가는 중인 것이다. 사람들은 새로운 소프트웨어와 장비, 이전과 다른 경영 방식을 습득해야 하고 나아가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 하는 방식마저 다시 배워야 한다. 과거 경력이란 각 단계마다 한동안 머무르는 징검다리와 같았으나 현대 사회의 경력은 ‘컨베이어 벨트’에 가깝다. 어떤 단계에 있든 간에 계속 움직이고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p. 216)

 


 

요즘은 노년 생활 대책으로 누구나 '배움'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미국이나 선진국의 예가 아니라 우리 나라도 마찬가지다. 노년 생활의 시작은 어느 날 갑자기 오지만 누구나 다 걱정한 만큼 대책을 마련할 길이 없다고 말한다.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야지... 평생 그렇게 살아왔는데 그때 가서 어떻게든 살게 되겠지... 하는 마음을 갖고 산다. 걱정은 되지만 대책은 없다는 식이다.

누구나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사회 시스템 때문에 은퇴 전에 노년 생활까지 대비해 미리 노후나 노년 생활에 대해 배우기는 어렵다. 노년 생활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부터, 어떻게 노년 생활을 하고 싶은가에 중점을 두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 평생 학교서나 일터에서나 배움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경제적으로 부족하더라도 노년 생활에 대해 그리 큰 걱정을 하진 않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지금 없다면 배워서 만들면 된다는 낙관적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죽을 때까지 배움의 자세를 갖고 살아야 한다는 말이 실감난다. 노년 생활을 '노후 대책'과 연계해 연금이나 모아놓은 돈 등이 부족하기 때문에 불안해 한다.

배움의 자세로 사는 사람은 경제적 부를 쌓아놓지 않은 한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경제적 부를 쌓지 못하더라도 삶의 자세가 '평생 배워야 한다'로 각인된 사람은 상대적으로 불안과 걱정이 덜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저자는 이 책에서 노년 생활까지 언급하지 않지만 성공 과정에서도, 성공 후에도 '배움'은 가장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독자도 지금까지 읽은 자기계발서나 에세이 또는 신문 기사 중에서 이 책에 특별한 애정을 갖는 것은 '배움'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아날로그 세대는 디지털 시대의 요구에 충분히 따라가지도 못했다. 그러나 어떻게든 디지털 세대의 한중간에서 살아왔다. 더 크고 급격하게 변할 제 4차 산업혁명 시대라 할지라도 걱정을 하지 않는 이유다.

 

저자 : 바버라 오클리

 

오클랜드대 공학부 교수, 고등학교 졸업 직후 군에 입대해 1년간 캘리포니아 몬터레이 국방언어연구소에서 러시아어를 공부했다. 미 육군의 지원으로 워싱턴대에 진학해 슬라브어문학과를 우등 졸업했다. 언어적 재능은 뛰어났지만 평생 ‘수학 포기자’로 살아온 바버라 오클리는 미국 육군통신대 소대장으로 발령받아 독일에서 통신장교로 4년간 근무하면서 공학적 지식의 필요성을 깨닫는다. 전역 후 다시 공부를 시작해 점차 수학과 과학을 공부하는 법을 깨우쳐 워싱턴대에서 전기공학 학사학위를, 오클랜드대에서 전기컴퓨터공학 석사학위를, 동대학원에서 시스템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미국 의생명공학원 석학회원이자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 산하 의용생체공학회 부회장으로도 활동중이다. 오클랜드대 우수 교육자상을 비롯해 STEM 교육학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 이에게 주는 체스터 F. 칼슨상, 생명공학 교육 분야에서 모범적인 업적을 남긴 이에게 주는 테오 C. 필킹턴상,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 선정 윌리엄 E. 세일 교육 공로상 등을 수상했으며 미시간주 올해의 교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 학습사이트 코세라Coursera에서 ‘학습법 배우기Learning How to Learn’ 강좌를 진행하고 있으며 전 세계 320만 명 이상이 이를 통해 능률적인 학습법을 터득하고 있다. 해당 강의는 한국어 자막 서비스도 지원한다. 한때 웨이트리스와 청소부 등을 전전하며 근근이 살아가던 저자는 자신에게 언어에 대한 재능이 있음을 발견하고 러시아어를 배워 통역사, 작가로 활동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누구나 잠재력을 갖고 태어나며, 이를 발현하는 것은 결국 개인의 의지에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또 한 번의 도전을 통해 간절히 원했던 교수라는 꿈을 이루어냈다. 저자는 자신과 같이 특별한 재능이 없는, 부모에게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지도 않은 ‘평범한’ 사람들이 이루어낸 성취에 주목했고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들에게는 변화하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가 있었다. 실패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결과물이었다. 그녀는 꿈을 현실로 이룬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 ‘마인드 시프트’, ‘학습법 배우기(Learning how to learn)’라는 온라인 강의를 제작했다. 강의는 개설 첫해에만 200여 개국, 무려 100만 명 이상의 수강자로부터 찬사를 들으며 꿈을 잃은 사람들을 깨우는 통로가 되었고, 『인생을 바꾸는 생각들』이라는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었다. 이 책은 출간 즉시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전 세계 언론의 극찬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나쁜 유전자』, 『냉혹한 친절』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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