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나이 드는 사람들에게
와타나베 쇼이치 지음, 김욱 옮김 / 슬로디미디어 / 202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19세기 이후 과학의 눈부신 발전과 함께 의학도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다. 특히 각종 질병의 원인인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페니실린 등 마이신류의 발견은 웬만한 바이러스 질병에 대항할 수 있는 의학의 위대한 업적이다. 이른바 '걸리면 죽음'이라는 각종 질병의 공포와 고통으로 해방되는 쾌거다.

이후로도 의학은 놀라운 발견과 발명이 잇따르면서 현대 의학이 '못 고치는 병이 없을 정도'로 발전을 거듭했다. 이 때문에 '오래 살고 싶은' 인류의 영원한 욕망을 어느 정도까지 충족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른바 '백세 시대'의 문을 연 것이다. 인류의 평균 수명은 60에서 80으로 늘어나는가 싶더니 이젠 85~90세에 이를 정도로 늘어났다. 건강관리만 조금 곁들여진다면 100세의 삶을 누리는 시대다. 인구 고령층의 증가는 또다른 사회문제를 야기하지만 아무튼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은 달성돼 가는 모양새다.

 


 

그러나 오랜 산다는 것 자체만 갖고는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킬 수 없다. 100세를 맞이하되 20~30년간 병석에 누워 타인의 수발을 받아야만 사는 '환자로서의 삶'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큰 병 없이 오래 사는 것이 우리 인간이 원하는 장수요, 100세 시대인 것이다. 건강하지 못한 채로 의학의 힘으로 20~30년을 누워 지낸다면 자신은 물론 가족에게, 사회에 오히려 고통을 안겨주게 될 뿐 인간다운 삶을 기대하긴 어렵다.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나이 들고 늙어간다. 죽음은 삶이라는 긴 여정 끝에 다다르는 마지막 관문이라고 할 수 있다. 성장하며 맞이하는 첫 뒤집기나 첫걸음마처럼, 나이 드는 일도 처음 맞이하는 인생의 한 과정이다. 저자는 이 과정을 어떻게 하면 멋지고 값진 시간으로 채울 수 있을지 50가지의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 있다. 이 책 『처음 나이 드는 사람들에게』는 저자 와타나베 쇼이치의 경험과 삶의 지혜가 곁들인 에피소드 형식으로 열거해 놓은 것으로 중년의 사람에게는 당장, 그 이하의 연령층에는 곧 다가올 미래다.

 


 

저자는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영문학자이자, 사회평론가, 베스트셀러 작가로 활동했던 분이다. 이 책은 죽는 그 순간까지 놓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썼다. 여생에도 지적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치열하고 날카로운 성찰과 따뜻한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 이를테면 건강한 뇌를 만드는 규칙적인 생활, 노년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방법과 같은 구체적인 조언이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과 같은 깊은 사유까지 50가지의 지혜를 전한다. ‘지금 내가 사는 곳이 나의 고향이다’와 같은 조언과, 노후에도 자금을 보유해야 한다는 냉정한 지적에서는 노년의 일상을 안온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현실적인 진단을 엿볼 수 있다. 빠른 은퇴와 고령화 시대로 인한 긴 여생의 시간을 어떻게 하면 값지게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더없이 좋은 필독서가 되리라 독자는 믿는다.

 


 

우리나라보다 더 일찍 조기은퇴와 고령화 시대로 접어든 일본도 이미 '인생은 60세 이후부터'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은퇴 후의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80세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60세 이후부터 주어진 20년이라는 시간은 한 인간이 태어나 성인이 되기까지의 긴 시간이다. 이 시간을 노년이라는 이유를 핑계 삼아 덧없이 흘려보낼지, 인생의 새로운 열매를 맺기 위해 노력할지는 각 개인의 선택이다.

값지고 멋진 여생을 보내기로 다짐했는데 방향을 잡지 못했다면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첫걸음마를 떼고 제대로 걷기까지 수없이 넘어지는 시행착오를 겪었던 것처럼, 갑작스레 닥쳐온 듯한 인생의 새로운 단계가 혼란스러울 수 있다. 이때 평생을 학자로서 지적 활동에 매진했으며 여든이 넘어서도 활발한 지적 활동을 멈추지 않았던 저자가 이 단계를 먼저 걸어온 자로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비단 중년에게뿐만 아니라,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을 하는 이에게라면 누구에게나 유용하다. 거듭 말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나이 들고 늙어가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인 사유와 노년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위한 조언, 노후의 경제력과 인간관계에 대한 냉정하면서도 통찰력 있는 시선이 담긴 이 책은 지적 여생을 보내기 위한 든든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책에 따르면 동창회에서 이미 3분의 1은 죽었고, 3분의 1은은 병상에 있고, 나머지만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비로서 나이듦을 실감하게 된다. 역시 인간의 장수와 건강은 최대의 욕망과 축복이 아닌가싶다. 저자는 노년을 직시하는 세월의 흔적은 거스를 수 없다는 이야기로 시작하며 에피소드와 사유로부터 얻은 지혜를 풀어놓는다. 기존에 알았던 사람을 오래간만에 만난 것뿐인데 세월의 풍파가 훑고 지나간 사람의 경우에는 몰라볼 정도라고 한다.

작가가 평생 학문하고 연구하는 삶을 살아서인지 책의 곳곳에서 드러나는 삶의 방식이 매우 지적이고 차분한 느낌이 든다. 또 조언의 많은 부분이 노년의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배우고, 취미를 익히고, 책을 읽고, 하는 것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가 주제가 되는 일이 잦다. 책의 뒷부분에 언급한 '사람의 육체는 나이 들어도 뇌는 언제나 20대처럼 활력과 자극을 원한다'는 말도 기억해둘 만하다. 외국어 공부도 그 중 하나라고 하니, 평생 게으름을 부리지말고 평생 배우는 마음으로 살아야 할 것 같다.

 


 

이 밖에도 고향을 추억속에만 남겨둬야 하는 이유가 눈에 띈다. 저자는 평생을 도시에서 살았던 사람이 고향에 대한 그리움만을 가지고 귀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귀띔한다. 다시 도시로 회귀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평생 일궈온 삶의 터전이 나고자란 도시가 아니더라도 인맥이나 기타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는 곳에서 여생을 보내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고 조언하고 있다. 언제든지 떠나갈 나의 고향이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지금 살고 있는 곳이 나의 고향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지내는 것이 좋다"고 강조한다. 전원생활에의 기분전환이 필요하다면 잠깐의 여행으로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또 최근 가 족체계와 구성원의 변화와 맞물려 손자는 기대하지 말라는 충고도 좋았다. 이제는 기성세대와 같은 결혼생활이나 인구 구조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돈에 관한 조언에서는, 여생에서는 내가 작은 사치라고 여겨질 만한 여행이나, 수집 등도 개인적인 활력소가 되니 실행해볼 것을 권하고 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장년의 노동시장에서 벗어나 많은 시간을 혼자 경영해야 하는 것이라는 말도 멋지지 않은가. 앞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년 이후 25년 정도 노년기를 맞이하게 되는데 지침으로 삼을 만한 이야기가 책을 꽉 채우고 있다. 문화도, 삶에 대한 시각도 조금은 다르겠지만 그래도 우리의 이웃인 일본이어선지 감성과 삶을 대하는 태도는 우리와 잘 맞는 것 같다. 오랜만에 차분한 노(老)교수의 인생 상담을 받은 것 같아 평온한 마음에 큰 도움이 된다.

 


 

저자 : 와타나베 쇼이치

 

1930년 야마가타 현에서 출생하여 조치대학 영문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서양문화연구과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그후 독일 뮌스터대학과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유학을 하고 조치대학 명예교수로 재직했으며 뮌스터대학에서 박사학위와 명예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지은 책으로 전문서 외에도 〈지적 생활의 방법〉, 〈앵글로색슨과 일본인〉 등의 다수의 저서가 있다.

 

역자 : 김욱

 

서울대 신문대학원에서 수학한 후 경향신문,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에서 30년간 기자생활을 했다. 그후 한국생산성본부 출판기획위원으로 10년간 기획과 집필, 번역을 전담하는 한편, 저서로는 <성공한 리더십 VS 실패한 리더십>, <관리자 성공학>, <희망과 행복의 연금술사>, <세계를 움직이는유대인의 모든 것>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강자생존이다, 다시 시작하라>, <오직 한 번뿐인 인생을 위하여>, <플루타르크 영웅전 1·2·3>, <오늘의 신문을 말한다>, <쇼펜하우어 문장론>, <약간의 거리를 둔다>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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