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의 천재들 - 전 세계 1억 명의 마니아를 탄생시킨 스튜디오 지브리의 성공 비결
스즈키 도시오 지음, 이선희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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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애니메이션(만화영화)에 대한 가장 큰 추억은 흑백TV다. 당시는 컬러 TV가 우리나라에 도입되기 전이어서 컬러 애니메이션은 가끔씩 출시되는 영화로서의 애니메이션뿐이었다. 미키마우스, 톰과 제리는 가장 잘 아는 애니메이션이고 '디즈니'란 말도 그때 처음 들었다. 80년대부터 컬러 TV가 도입되어 애니메이션을 컬러로 즐기게 된 것이다. 그러나 독자로서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80년대엔 만화영화를 즐기기엔 너무 나이가 많았고, 혹시라도 TV 컬러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으면 "나잇값도 못한다" "애들이랑 앉아서 낄낄거리며 보고 있는 모습이라니..." 핀잔을 듣기 일쑤였다.

그렇게 독자에게서 애니메이션은 멀어져 갔다. 한참 잘 나가는 걸로 얘기되던 일본 만화는 아마 수입이 금지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번역본도 선별해서 출간했던 것 같고, 일본 만화라는 게 확실히 드러나는 것은 TV는 물론 책으로도 발간이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그래도 만화를 즐기는 일부 친구들은 어떻게 일본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나 감독 등의 이름을 줄줄 외우는 사람도 있었다.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하느 과도 없었던 것 같다. 그 친구를 통해 본 일본 애니메이션이 왜 인기를 누리고 있는지 대체적으로 한 번이라도 본 친구들은 '이해하겠다'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애니메이션과 한 번 멀어지니 나중에는 내용이 너무 뻔해서 볼 마음이 없었다. 역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제작하다보니 나이 좀 들었다고 '유치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세상살이 때가 더 묻었다고 봐야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90년대를 넘어서면서부터는 금지가 풀렸는지 일본 애니메이션이 정말 정신없이 몰려온 것으로 독자는 기억한다. 그때 이름을 들어본 것들이 지금도 전설처럼 남아 있는 것도 많다. 세계 최고로 불리울 정도로 넓은 시장과 기술적 측면에서 결코 디즈니에 뒤지지 않다고 자부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지브리 스튜디오'에 관한 책이 얼마 전 출간돼 독자의 손에까지 왔다.

새로운 세기에 접어든 지난 2001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무려 3,500억 원에 달하는 흥행 수입을 올리며 디즈니로 대표되던 애니메이션 업계에 새로운 돌풍을 일으킨 스튜디오 지브리. 내놓는 작품마다 히트 행진을 이어가며 최고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우뚝 선 데 걸린 시간은 불과 10년도 안 된다고 한다. 전설적이라 할 만한 비약적인 발전 성과를 낸 곳이다. 이 책 『지브리의 천재들』의 저자 스즈키 도시오는 신문으로 비유한다면 '세기의 특종'을 한 셈이다. '지브리'를 어떤 곳인지, 뭐하는 곳인지는 대부분 알지만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얼마만한 수익을 내는지 등 회사 경영과 제작 관련해서는 일절 베일에 싸여 있었다. 저자가 특종을 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사실 저자는 지브리의 설립자이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곳은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를 주축으로 운영된다는 사실 외에는 알려진 것이 별로 없는 상태였으니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보물창고를 개방해놓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이 책 『지브리의 천재들』이 출간되면서 지브리 스튜디오의 시작부터 운영 방식, 매 작품을 성공으로 이끈 비결은 물론이고, 일본 내 작고 보잘것없던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세계 최고의 상상력 왕국으로 이끈 두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타 이사오의 파트너십까지, 단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지브리 스튜디오의 모든 비밀이 밝혀졌다. 이 책은 스튜디오 지브리를 향한 뜨거운 관심을 증명이라도 하듯 출간 즉시 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화제를 불러모았다고 한다.

 


 

책에 따르면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두 천재 감독을 지켜보며 스튜디오 지브리의 성장을 이끌어온 저자는 지브리의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다카하타 이사오와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두 천재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두 거장의 독보적 상상력이 스튜디오 지브리를 최고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스즈키의 찬사에 두 감독은 이렇게 화답한다.

“항상 똑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보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죠. 하지만 관점을 바꾸면 세계는 좀 더 유연해지고,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갖가지 모습을 보여줍니다.”

서로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주며 스튜디오 지브리를 지켜낸 두 천재 감독, 그리고 그들을 최고의 자리로 이끈 또 한 명의 천재. 이 세 사람의 유연한 사고와 철학은 그 어떤 리더십보다, 그 어떤 마케팅 전략보다 위대한 힘을 발휘했다. 파트너에 대한 신뢰와 작품에 대한 열정만으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른 스튜디오 지브리의 모습을 통해 조직과 기업 생존의 새로운 방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발표한 애니메이션 19편의 제작 과정 최초 공개한다는 점이 가장 크게 부각됐고,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의 관심을 폭발적으로 끌어모았다. 시골로 이사 온 두 자매 사츠키와 메이가 숲의 도토리나무 요정이라 불리는 토토로를 만나며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이웃집 토토로」는 스튜디오 지브리를 전 세계에 알린 대표작인 동시에 미야자키 하야오를 거장의 반열에 올려놓은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웃집 토토로」의 기획이 10년 동안 제작자에게 거절당하고, 감독 역시 다른 사람으로 내정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 19편의 제작 과정이 최초 공개된 이 책에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가오나시가 스토리를 변경하는 도중 3분 만에 급조된 캐릭터라든지, 「이웃집 토토로」의 주인공 사츠키와 메이가 본래 같은 인물이었다는 등 지브리의 만화를 사랑하는 팬이라면 깜짝 놀랄 만한 충격적인 비밀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또한 열악했던 애니메이터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모든 스태프들을 정규직화하고, 직장 내 어린이집을 지었으며, 여성 스태프들을 위해 두 배 넓은 화장실을 직접 설계하는 등 조직의 리더로서 고민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경영가적 면모도 확인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최고라 부르는 것들은 결코 한순간에 완성되지 않았다. 끊임없이 부딪히고 깨지며 조금씩 센성장해온 결과물이다. 3D 애니메이션이 주류로 떠오른 지금도 종이에 직접 그림을 그리고, 디즈니로 대표되던 애니메이션 업계에 매혹적인 캐릭터와 독보적인 색감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만화영화의 패러다임을 전환한 노장의 두 애니메이터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타 이사오. 그리고 두 사람의 열정과 신념을믿고 흔들림 없이 지지해준 스즈키 도시오. 비록 지난 2018년 다카하타 감독이 숨지면서 지브리 스튜디오는 한쪽 날개를 잃게 되었지만 오랜 시간 동안 세 사람이 일구어낸 집념의 흔적은 여전히 굳건하게 지브리 왕국을 지탱하고 있다. 그 주춧돌은 신의와 믿음이다.

 


 

책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만든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단연 따뜻함이다. 모험 활극과 러브스토리를 넘나들며 다양한 스토리라인을 선보이지만 그 안에는 인간에 대한 존중, 특히 어린아이를 향한 감독의 애정이 두드러진다. 실제로 그의 작품 속 주인공은 대체로 어린아이이며 ‘절대 악’으로 불리는 인물 역시 등장하지 않는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이분법적으로 선과 악을 나누기보다 각자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부딪히는 지점을 세심하게 표현해냄으로써 모든 인물의 행동에 대해 타당성을 부여한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사고력은 더 넓은 세계를 창조해내는 밑바탕이 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어린이들의 1시간은 어른의 10년과 맞먹는다. 어렸을 때 인상 깊게 본 작품은 어른이 된 후 오랫동안 무의식에 남는다. 능력의 차이는 5배를 넘지 않지만 의식은 100배의 차이를 낳는다. 이 때문에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이 재미와 오락성을 넘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단단한 신념으로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가치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고 유연한 사고로 표현해내는 것. 그리고 마음속 깊이 새겨진 의식을 바탕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은 30년 동안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천재 감독이 우리에게 건네는 마지막 숙제일 것이다.

 


 

저자 : 스즈키 도시오

 

주식회사 스튜디오 지브리 대표이사 겸 프로듀서. 1948년 나고야시에서 태어났다. 1972년 게이오기주쿠대학 문학부를 졸업하고, 출판사 도쿠마쇼텐에 입사, <주간 아사히 예능>을 거쳐 1978년 애니메이션 잡지 아니메주의 창간에 참가했다. 아니메주의 부편집장, 편집장으로 12년 남짓 근무했다. 그 과정에서 미야자키 하야오와 연을 맺어, 1984년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가 제작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 1985년에는 스튜디오 지브리 설립에 참가해, 1986년 《천공의 성 라퓨타》 1988년 《반딧불의 묘》와 《이웃집 토토로》, 1989년 《마녀 배달부 키키》 등 다카하타 이사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 제작에 관여한다. 89년부터 스튜디오 지브리에 전념. 이후 1991년 《추억은 방울방울》부터 2016년 《붉은 거북 ~ 어느 섬 이야기》까지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발표한 모든 작품을 기획, 프로듀스했다. 2014년 제64회 일본 예술선장문부과학 대신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영화도락』, 『스튜디오 지브리의 현장 스토리』, 『지브리의 철학』, 『스즈키 도시오의 지브리 땀범벅』, 『바람에 실려』, 『지브리의 동료들』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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