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활 건강
김복희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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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시인들의 일상과 건강을 위한 생활체육 등을 주제로 쓴 에세이라고 해서 관심이 컸다. 지인 중 여성 시인이 한 분도 없으니 더욱 이들 시인들의 일상이 궁금하기도 했다. 또 시를 쓰는 사람들은 절제된 생활과 겸허한 태도가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그렇고 더욱이 여성 시인들이기에 생활 자체가 모범적이리라 하는 독자만의 선입견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그들의 일상과 건강, 생활은 따라할 수만 있다면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도 이 책을 꼭 읽고 싶은 이유였다. 독자의 이 마음을 출판사 소개글은 "다친 마음에 힘을 주고 지친 몸을 눕게 하는, 여성 시인 열 명의 생활 건강 에세이"라고 표현해 독자의 마음을 강하게 끌어당겼다.

한 시인은 자신의 생활을 “일상에서 작고 아름답고 반짝이는 것들을 찾아내며 살고 싶다. 그것들엔 돈이 들지 않으니까. 아니, 값을 매길 수 없으니까.”라는 표현으로 "역시 시인의 표현은 우리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구나" 하는 독자의 감탄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요즘 선뜻 건강함을 묻기에는 조심스러운 코로나 팬데믹으로 환란의 시기다. 지금도 코로나의 시간은 계속 흐르고, 생활은 굴러가야 한다. 매일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를 발표하는 방역 당국이 '4치 유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며 방역 협조를 당부하는 방송마저 일상적으로 들릴 정도로 지리한 시간이다. 치열하고 감동적인 의사와 간호사들의 코로나 환자 치료의 소식도 일상이 되다보니 감동까지 줄어든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버티고 코로나 종식으로 맑은 공기를 숨쉴 때야 비로소 남의 건강도 걱정하고, 혹시 환자라도 주위에 있으면 돌봐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숨막히는 하루하루가 지나고 있다.

평소 즐기지 않던 TV도 전례없이 시청 시간이 늘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 TV에 한 번 두 번 눈을 주다 보니 (제작진의 의도겠지만) 유명인들이 나와 우리들 대신 활발한 활동을 대신해 건강함을 선사한다. 옛날 골프선수 박세리, 개그우먼 김민경도 나와 건강함을 자랑 삼아 위로와 위안을 주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는 모습도 눈물겹다. 그러다가 어느덧 그들이 좋아지기도 하고, 따라하고 싶은 의욕도 솟는다. 이럴 즈음 펴낸 책 『나의 생활 건강』은 선물이고 격려였다.

 


 

2020년대를 살아가는 젊은 여성 시인들의 생활 건강은 무엇일까. 현재 주목받고 있는 시인 열 분(김복희, 유계영, 김유림, 이소호, 손유미, 강혜빈, 박세미, 성다영, 주민현, 윤유나)은 코로나 일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삶을 살까. 우리 보통 사람보다 감수성도 짙고, 다양한 감정을 지녔을 시인들의 삶의 편린을 맛보기에 이 책은 충분하다. 이 책에서는 시인들이 저마다의 다채로운 언어와 독특한 스타일로 생활과 건강에 대해 그려낸다. 글의 사이에는 시인이 보내준 매력적인 사진 한 장씩이 포함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물, 친구, 설화, 술, 오디, 반타블랙, 엄마, 새벽, 먹이, 방, 산책, 복숭아, 여행 가방, 고양이, 기계, 미술관, 나무토막 고구마구이, 할머니, 고백, 스트레칭, 김밥, 동남아의 겨울, 사랑, 빛, 산책, 일기, 유칼립투스 폴리안…… 이 책의 뒷표지에 낙서처럼 흩어져 있는 단어들이다. 시인들이 쓴 에세이에 등장하는 단어들이리라.

 


 

출판사에 따르면 “좋아하는 일에 자주 노출시켜 무기력에 대비”(p. 12)한다는 김복희는 술 마시기, 읽기, 쓰기가 주는 기쁨에 대해 이야기한다. 김유림은 유쾌하고 엉뚱한, 미로 같은 글에서 여행 못 갈 때 사용하는 여행 가방의 내부(‘고양이’ ‘새’ ‘밤’ ‘폐지’ ‘North Side Waterfall’)를 묘사하며 테두리가 있다는 감각의 건강함에 대해 말한다. 강혜빈은 부캐 시대를 살아가는 프로 N잡러(시인, 사진작가, 브랜드 마케터, 강사, 불문학도)로서 고군분투하는 삶을 드러낸다.

생활 건강은 아무래도 자주 만나는 가까운 사람들 덕분에 가능할까. 세 명의 필자는 가족을 꼽았다. 그중에서도 엄마와 할머니. “웃을 때와 울 때의 입매” “사랑을 시작하면 좋은 먹이부터 챙겨주려는 습성” 등 “엄마 자국”(p. 41)이 많은 유계영은 건강함을 주는 엄마라는 토대에 대해 이야기하고, 윤유나는 ‘새끼의 마음’에서 느끼는 엄마에 대한 양가감정을 풀어낸다. 손유미는 자신을 “살찌우다가도 드물게 체하게 하는”(p. 85) 할머니에 대한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리드미컬하게 전개해나간다.

 


 

또 월간 『SPACE』에서 일하는 건축 전문 기자이기도 한 박세미는 방을 소재로 잡았다. 빛과 그림자, 점, 선, 면, 무게, 밀도, 온도, 질감…… 방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들을 차분하게 짚어낸다. 주민현이 좋아하는 공간은 미술관이다. 일상을 리프레시할 수 있는 미술관에서 그는 “좋아하는 그림을 보며 사랑의 풍경을 모은다”(p. 173).

물론 건강함에 대해 다소 심상하지만, 저마다의 이채로운 활기를 말하는 시인도 있다. “건강하지 않음을 밝힘으로써, 그것이 건강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p. 66) 알리기 위해 쓴다는 이소호는 언택트 시대에 혼자 노는 하루를 콘셉트 삼는다. 그는 기록하고 고백하는 게 불행을 예방한다고 밝힌다. “건강을 위하여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p. 143)는 성다영이지만, 그가 건강한 이유는 동거견 오디 덕분이다. 하루에 두 번 산책을 하기에.

이렇듯 『나의 생활 건강』에서는 독특한 개성을 지닌 시인들이 흥미로운 일상을 풀어놓는다. 이 생활과 건강은 우리에게 건네는 따뜻하고 섬세한 안부가 될 것이다.

 


 

시인들이라 해서 특별한 코로나 팬데믹 극복 방법은 없다는 점은 확인됐다. 그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도 확인된다. 또 그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 역시 겸허한 자세로 절제된 생활을 하는 점이 거의 대부분 우리와 같다. 다만 감정과 느낌을 글로, 시(詩)로 표현한다는 점이 우리와 다른 점일 뿐이다. 그 점은 독자에게 영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말할 수 없는 아우성이 나올 때 글로 표현하는 것도 자신을 더 단단히 하는 데 큰 몫을 할 수 있구나 하는 점이다.

시인들은 감정 표현을 글로 한다. 격한 느낌을 시로 쓴다. 감출 수 없는 희로애락을 자신을 위해서는 절제하고 남을 위해서는 더할 수 없는 날카로운 칼도 휘두른다. 그래서 그들은 시인이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잘 이겨내고 있는, 우리와 같은 일상을 사는 생활인이다. 그리고도 남을 위해서는 사력을 다해 노력한다. 그래서 그들은 어려운 시대의 시인이다.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물리적인 이동 없이 갈 수 있다. 활자를 읽고 쓰는 순간, 그걸 읽고 쓰는 나는 쉽게 이동할 수 있다. 마시는 것은 뭐 마셔보면 알 것이다. 중력이 사라지는 것도 경험할 수 있다.(김복희)

거울 앞에 서면 알게 된다. 나를 사람 구실하게 만들어준 멀쩡한 육체는, 타인의 정성과 수고가 만든 것이다!(유계영)

끝이 있다는 느낌, 막다른 벽에 부딪힐 거라는 느낌은 좋다. 그 또한 나의 생활이고 나의 건강이다. 끝이 있다는 감각은 건강하다. 테두리에 대한 감각도 건강하다. 테두리 혹은 사방의 벽을 감각하며 가방을 걸어서 여행을 가지 않기.(김유림)

‘참으면 병이 된다’는 말씀을 지키지 않고, 나는 병이 되기 전에 꼭 어딘가에 쓰고 남겼다. 영원히 박제된다는 생각은 전혀 부끄럽지 않았다. 말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아픔이 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이소호)

이 사랑이 나의 살과 기립근을 이뤄 날 일으키고 허허벌판에 홀로 서 있을 때에도 아주 혼자는 아니게 한다는 것. 그러므로 아주 먼 길을 걷는 데에도 끄떡없게 한다는 것을, 안다.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랑이, 나의 생활과 건강을.(손유미)

 


 

우리는 다름으로부터 타협을 배울 수 있다. 퍼즐을 맞추어가듯이. 각자 좋은 거 하면서 살면 된다. 만약 좋아하는 게 같다면? 호들갑 떨면서 같이 좋아하면 된다.(강혜빈)

나는 침대에 누웠을 때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아주 간단하게 생긴 모빌을 달아놓고, 내가 아기가 되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나는 거의 죽어 있지만 나의 방은 건강히 살아 있다고 느끼기도 한다.(박세미)

혼자 산책을 하면 오히려 생각이 많아지는데, 오디와 산책하면 오디의 기분에 집중하게 되면서 생각이 사라지곤 한다. 가끔씩 오디를 보면 내가 너무 생각을 많이 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성다영)

일상에서 작고 아름답고 반짝이는 것들을 찾아내며 살고 싶다. 그것들엔 돈이 들지 않으니까. 아니, 값을 매길 수 없으니까.(주민현)

볼수록 짙어지는 밤을 보면서, 블랙을 몇 번 발음했다. 이상하지, 블랙이 눈에 보이는 게. 밤이 보이고 교통신호가 보인다. 눈을 깜빡였다. 내 몸이 몹시 하얗게 느껴졌다. 내 몸이 몹시 하얗다.(윤유나)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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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마음 퍼실리테이션 - 행복을 기다리는 당신을 위한 셀프 테라피
우보영 지음 / 봄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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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자기계발서가 쏟아져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닌 것으로 출판계나 서점가에서는 풀이하고 있다. 이들 업계는 자기계발서가 가장 많은 판매부수를 기록한 것이 한두 해만의 일은 아니라면서도 코로나로 인해 심리학, 정신의학, 상담심리학 등과 연계해 더 많은 책이 제작되었다고 입을 모은다.

자기계발서는 자신의 마음이나 정신을 더 단단히 만듦으로써 자신의 사회 적응력이나 직업 적응 능력을 키위 사회생활을 능동적으로 해나가기 위한 것이니만큼 오랜 코로나 팬데믹으로 약하고 상처 받은 마음을 다시 고쳐 맴으로써 자신의 능력이나 적응력을 키우기 위해 독자들이 많이 찾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심리학과 의학과 연계한 자기계발서는 다소 어렵고, 단순 직장 적응 능력을 키우는 책은 기존에 많이 발간된 형식이어서 새로움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이에 따라 최근 나오는 자기계발서는 이론에 실천을 접목시켜 저자와 독자가 함께 훈련해나가는 능력 개발서가 많이 나오고 있다. 이 책 『30일 마음 퍼실리테이션』는 마음 치유 이론은 정신의학, 심리학에서 따온 것이지만 저자가 현장에서 직접 행동하고 얻은 경험에 의한 자기계발서여서 의미가 깊다. 또 실제 수강하면서 행동하는 과정은 수련비가 부담되는 경우도 많아 책으로 펴내 집에서 혼자 실천하면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한가지 한가지 차근차근 해나가는 과정을 자세히 소개할 뿐만 아니라 각 장마다 실천 과정을 체크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수 있도록 각종 체크리스트를 함께 책에 실어 크게 환영받고 있다.

 


 

이 책 제목의 퍼실리테이션(facilitation)은 '용이하게 함' '편리화' '촉진' 등의 의미다. '마음 퍼실리테이션(mind facilitation)'은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마음의 건강을 촉진하는 일이다. 내 감정의 원인과 행동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싶은데 주변의 시선이 두려워서, 1회 기준 10만 원을 웃도는 상담 비용이 부담스러워서, 이런 것도 고민이 될 수 있나 싶어서 상담소 찾기를 망설이는 이들을 위해 저자가 혼자 할 수 있는 마음 치유를 알려준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심리상담가이자 마음 퍼실리테이터로 활약 중인 우보영은 이 책을 통해 일상에서 누구나 쉽고 즐겁게 스스로 마음을 돌보는 방법을 소개한다. 자신과의 대화 가이드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실제 상담 방식에 기반하여 4주(30일) 코스로 구성됐다. 다루는 주제는 다양하다. 일, 사랑, 가족, 친구, 돈 등 삶의 전반과 성장 과정, 내면의 욕구, 사고방식, 자존감 등 자아의 모든 것을 이야기한다. 독자가 가장 편한 장소에서 독자가 가장 편한 시간에 이 책을 집어 든 순간 '나만의 상담소'가 펼쳐질 것이다.

저자와 함께 ‘마음 퍼실리테이션’을 직접 해본 이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한다. 내 마음에 솔직해지니 내 행동의 진짜 이유를 이해하면서 비로소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고도 한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일상, 특히 패닉에 가까운 팬데믹 상황을 살아가는 보통의 우리들에게 이 책이 조금 더 행복한, 조금 덜 아픈 삶을 선사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에 따르면 자존감의 높고 낮음은 중요하지 않다. 자존감의 건강 상태를 살펴봐야 한다. 자존감이 낮아서 고민인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인생은 성공과 실패, 환희와 좌절, 순항과 난항의 반복이다. 영원히 자존감이 높은 사람도, 영원히 자존감이 낮은 사람도 없다. 다만 지금 내 마음의 상태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자존감이 높았다가 낮아지고 다시 높아지는 그 폭이 크지 않게 내 마음 상태를 돌봐야 한다. 이때 자존감이 건강한지 건강하지 않은지가 관건이다.

건강한 자존감은 자기 가치에 대해 확신이나 긍정적인 평가가 가능한 상태, 반대로 건강하지 않은 자존감은 마음이 불안하고 자기 의심을 하는 상태다. 따라서 행복은 자존감이 높은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다. 자존감을 건강한 상태로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오늘 당장 누릴 수 있는 아주 작은 행복의 힘을 믿는다. 그 힘을 만들어내는 아주 작은 생각의 변화를 존중한다. 우리에게는 매일을 크리스마스처럼 만들 능력이 있다. 나의 마음 상태를 들여다보고 감정을 다루는 일에 서툴러서 잠시 방황할 뿐이다. 제자리에서 행복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내 마음과의 대화법을 공유한다.

 


 

30일(약 4주) 동안의 프로그램은 자신을 마주보고, 들여다보고, 파악하고, 치유하는 데 맞춰져 있다. 책에 따르면 내 마음의 상태를 알려면 ‘자신과의 대화’가 필요하다.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마음의 건강을 촉진하는 일이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하다. 지금 내 마음 상태가 어떠한지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하면서 문제를 점검하며 행복으로 나아가는 과정으로, 자존감을 일상에서 건강하게 오래 유지하는 비법이다. 매일 저자 개인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Essay),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한 테라피(Therapy), 마음 상태를 들여다보는 문답 활동(Exercise) 3단계에 걸쳐 내 마음 상태를 들여다볼 수 있다. 주제도 다양하다. 일, 사랑, 가족, 친구, 돈, 어린 시절, 사고방식, 내면의 욕구 등 삶과 자아의 전반을 다룬다. 공감과 위로, 정보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이 책 발간에 앞서 편집자도 직접 이 프로그램에 따라 실천해본 내용을 인터뷰를 통해 밝히고 있다.

"먹어보지 않다고 맛있다고 파는 사람들, 아주 미워합니다. 그래서 이 책도 제가 직접 해보고 만들었습니다. 내 마음과 대화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정말 한 달이면 충분한지 궁금했거든요."

 


 

Q. 마음 퍼실리테이션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이 또한 지나간다’는 것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나중에 마음이 흔들릴 때, 지난날 보내온 희로애락을 눈으로 다시 보면서 지금 이 순간도 덤덤히 견뎌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거든요. 매일 생각해 볼 주제가 정해져 있고,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심리학적 처방을 내려주니까 적당히 감성적이고 적당히 이성적이라 좋았습니다. 저처럼 하루를 기록하거나 돌아보고 싶은데, 그 방법을 잘 모르겠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Q. 마음 퍼실리테이션을 하며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A. [사실이야? 다시 봐봐. 어쩌라고?] 3단계 생각 방정식입니다. 우리의 경험은 ‘사건 - 자동적 사고 - 결과(감정/행동)’으로 이뤄지는데요. 이때 자동적 사고는 워낙 순식간에 일어나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도 전에 감정에 반영된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직장 상사가 나에게 업무상의 지적을 했는데 순간 기분이 상해서 ‘저 사람은 나를 싫어해’라고 받아들이는 거죠. 이럴 때 자동적 사고를 점검하기 위한 세 가지 질문을 던지는 거예요. ‘그 생각이 사실인가? 다르게 볼 여지가 있는가? 그 생각이 나에게 도움이 되는가?’ 저의 경우 대부분 사실이 아닌 기분 탓으로 결론이 났어요. 지금도 감정의 굴레에서 빠져나오고 싶을 때 유용하게 쓰는 방법입니다.

Q. 마음 퍼실리테이션을 통해 얻은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A. 저의 단점, 좌절, 실패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 책을 따라서 나의 어린 시절, 연애 패턴, 가족 문화, 친구 관계 등을 반추하였는데요. 케케묵은 감정과 과거의 순간을 떠올리는 게 힘들 때도 있었지만, 그 모든 시련을 무사히 잘 보내왔다고 생각하니 스스로가 대견해졌어요. 앞으로 무슨 일이 닥쳐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하며 씩씩하게 헤쳐 나아갈 용기가 생겼어요. 자랑스러운 내 모습도 좋지만 외면하고 숨기고 싶은 내 모습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나를 온전히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덩달아 회복 탄력성도 좋아지고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일상을 살아가는 보통의 우리들에게 이 책이 조금 더 행복한, 조금 덜 아픈 삶을 선사하리라 생각합니다.

 


 

열등감이란 구멍 난 독과 같아서 여간 노력해도 채우기 쉽지 않은 영역임은 확실하다. 무엇보다 독에 난 구멍에만 정신이 팔린 나머지 그 옆에 핀 예쁜 꽃을 볼 여유조차 사라진다. 하지만 우리는 구멍만 가지지 않았다.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 퍽퍽한 열등감을 촉촉이 적셔줄 나만의 아름다움이 있다.

- 「6일.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하다」 중에서

 

생각은 감정을 촉진하고, 감정은 행동을 유발한다. 그래서 생각과 감정을 몇 차례 오가고 나면 문제를 실제보다 몇 배는 확대해 체감하면서 어느새 생각은 확신이 되고 사실처럼 믿게 된다. 그 순간 자신의 감정과 행동에 타당성이 생긴다. ‘그가 나를 늘 무시해 왔기 때문에 내가 그를 미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는 식이다.

- 「20일. 섣부른 추측이 사람 잡는다」 중에서

 


 

심리학자들은 우리의 삶에 긍정적이고 중요한 영향을 미친 사람들을 ‘의미 있는 타인Significant Others’이라고 부른다. 나에게 의미 있는 타인은 누구일까? 의미 있는 타인은 나를 성장하게 하고 심리적 에너지를 채워주는 존재다. 관계 속에서 나를 위한다는 이유로 나의 약점을 후벼 파는 사람은 굳이 곁에 두지 않아도 괜찮다.

- 「27일. 때로는 뼈를 깎는 손절도 필요하다」 중에서

 

저자 : 우보영

 

더 위로 심리연구소 대표이자 ㈜블룸컴퍼니의 마스터 마음 퍼실리테이터로서 마음을 돌보고 긍정 심리를 배양해서 건강하고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는 법을 전한다. 한국상담학회 전문상담사, 한국가족상담협회 가족상담사, 여성가족부 청소년상담사이자 국제긍정심리학회(IPPA)정회원이다. 광운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심리치료교육 석사 과정을 마치고, 싱가포르경영대학의 MBSAT(MINDFULNESS-BASED STRATEGIC AWARENESS TRAINING TEACHER) 코스를 수료하고 마음 챙김 티처로도 활동 중이다. SK, 두산,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 국내 유수의 기업과 다수의 기관에 출강하면서 누구나 쉽고 즐겁게 자신의 마음에 대해 돌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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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셀름 그륀.안드레아 라슨 지음, 안미라 옮김 / 챕터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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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치유가로 유명한 안셀름 그륀 신부는 인간은 누구나 소중한 존재이며, 자신만의 삶의 흔적을 남기고 그 흔적으로 세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우리의 영성적 과제는 자신의 유일무이한 모습을 발견하고, 이 세상에 유일무이한 삶의 흔적을 남기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륀 신부의 조언처럼 자신의 양심과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자신에게 어떤 역할이 주어졌는지, 끊임없이 자기 삶을 돌아볼 수 있을 것이란 점에 우리는 큰 위안을 받으며 그의 말을 귀담아 들으려 노력한다.

르륀 신부는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가 부와 아름다움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신의 가치를 유일무이한 자신의 존재 속에서 발견하지 못하고, 세련된 옷이나 멋진 자동차같이 신분이나 지위를 보여주는 것들 속에서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뭔가를 보여주어야 하는 삶,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위해 또는 다른 사람들이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야 하는 삶은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런 삶을 살다 보면, 나의 삶은 뒤틀리고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맞추는 데 급급해지기 마련이다"고 경계를 게을리하지 말 것을 주문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수많은 기대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어떻게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 가치 있다고 느낄 수 있을까?

이 책 『너답게 나답게』의 저자이자 그륀 신부의 조카인 안드레아 라슨은 세 자녀의 엄마로서 가장 힘든 시기를 뒤로 하고 이제는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하며 작가로서 섬세하고 예리한 눈으로 인생의 고민을 바라보고 있다. 일반인들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사는 그륀 신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삼촌의 삶과 삶의 자세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나가면서,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에 대한 해답을 던져주기도 하고 색다른 시각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일반인들과 동떨어져 보이는 삼촌의 삶 속에도 평범한 고민과 갈등이 존재하고, 그렇기 때문에 삼촌의 조언이나 삶의 태도가 우리들에게 설득력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때로는 그륀의 조언들이 지나치게 이상적이거나 현실의 삶을 모르는 수도사의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라슨과의 대화 속에서 현대인들의 궁금증이나 답답함이 해소되기도 한다.

 


 

이 책은 '치유하는 영성' 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것처럼 그륀 신부와 그의 조카 안드레아 라슨이 대화한 내용을 책으로 묶어냈다. 철학, 신학 경영학을 전공한 삼촌인 그린 신부와 세 아이를 키우는 조카 안드레아 라슨의 대화이다. 삼촌과 조카이지만 서로 다른 환경에서 영성과 인생을 논하는 이야기 책이라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특히 안드레아 라슨의 우리들의 삶에서 부닥치는 현실적인 질문을 하고 그륀 신부는 상담 의뢰인에게 하는 대화처럼 부드럽고 쉽게 풀어서 답변을 하고 있어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책에 따르면 심리학자 칼 융은 사람은 인생의 중반에 이르기까지는 명예욕이 있어야 무언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다른 삶의 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인생의 중반에 이르러서는 그냥 존재하는 법, 진정성 있는 존재가 되는 법, 내면에 집중하는 법, 그리고 외적인 부에 집착하는 대신 영혼의 풍요로움을 발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칼 융은 변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성공적인 삶이라고 했다. 그것은 지속적으로 외적인 성공을 이룬 사람은, 자신의 내면을 더 깊이 들여다보며 하느님이 자신에게 준 본연의 모습을 회복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칼 융의 이론과 정확하게 부합하지는 않지만 그륀 신부의 '아름다움'에 관한 설명은 맥을 같이 한다. "아름다움은 인간을 치유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아름다움은 가능한 많은 것을 소유하고 사치스럽게 살아가는 것과는 무관하다. 때로 지나치게 사치스럽게 장식한 집이 거부감을 일으키기도 한다. 부에는 추한 모습도 존재한다. 어떤 부자들은 취향이 없기도 하다. 그들은 그저 부를 자랑하고 싶을 뿐인 것이다. 그들이 입는 옷, 그들이 사는 집, 그들의 생활방식은 내면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수단이 되지 못하고 있다.)(p. 104)

그륀 신부는 책에서 "우리는 왜 사는가?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해 비유적이지만 이해 가능한 설명을 덧붙인다.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신경정신과 교수 빅터 프랭클은 오늘날 사람들은 (프로이트 시절처럼) 욕구나 억압 때문에 병이 들기보다는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병이 든다고 했다. 삶의 의미를 찾는다는 것은 건강과 직결되어 있는 것이 명백한 듯하다. 그리고 삶의 의미는 돈을 많이 벌거나 성공한 것만으로 충족되지는 않는다.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은 인간을 넘어 하느님이라는 존재가 가진 비밀에 접근하게 된다. 우리가 찾는 삶의 의미는 우리 자신보다 더 큰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그 의미를 토대로 우리는 살아갈 수 있게 된다."(p. 203)

 


 

이 책은 시작과 끝이 같다. 이 책은 고대 로마 철학자 세네카의 말로 문을 연다. "끊임없이 비바람을 맞으며 견뎌낸 나무만이 견고하고 강하다. 비바람을 맞으면서 뿌리가 견고해지고 강해지기 때문이다." 「들어가는 말」의 제목은 "나는 지금 무엇을 바라고 있는가"이다.

「들어가는 말」을 통해 그륀 신부는 수도사이자 동시에 그륀 일가의 구성원이란 사실에 대해 "내가 그들보다 더 높거나 우월한 존재가 아닌, 형제들 중 하나인 것을 발견하게 된 것이지. 가족이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공유한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일원이라는 사실은 나에게 커다란 안정감을 준다"고 말한다. 수도사를 선택한 자신이 그동안 회의감이나 어려운 점을 어떻게 극복했느냐는 조카의 물음에 답한 내용이다. 자신의 이름이나 가족, 모두가 자신에게는 힘이 되고 안정감을 주는 존재들이란 의미이다. 이렇게 시작한 책은 「차례」에서 보여지는 대로 풍요, 외로움, 상공, 명예욕, 만족, 돈, 소유, 노동, 하느님 상, 철학적 질문, 하느님과 여성, 비판과 위기에 대처하기, 인생길 그리고 마지막에 남는 것들을 다룬다. 그리고 마지막 「맺는 말」의 제목은 다시 서두의 세네카의 명언 '비바람을 맞으며 견뎌낸 나무만이 견고하고 강하다'이다.

영성과 종교를 우선 순위에 둔 삼촌과 사랑하는 이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가정 중심의 조카의 대화가 우리에게 삶의 위안이 되고 희망을 북돋는 책으로 거듭났다.

 


 

이 책 『너답게 나답게』는 앞에서 언급한 대로 노신부 안셀름 그륀과 조카 안드레아 라슨이 독일과 미국에서 편지로 주고받은 대화 형식의 글들을 엮은 것이다. 평생 수도원에 머물며 성경의 가르침에 따른 삶과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깨달은 삶의 지혜를 조카와 동세대에게 전하고 있다. 두 저자는 사랑, 관계, 직업, 외로움, 책임감, 기대와 실망, 믿음과 의심, 건강과 죽음, 종교와 신앙 등 우리가 살면서 직면하게 되는 다양한 문제들을 이야기한다. 온전히 나답게, 성공적인 인생을 꿈꾸는 현대인들의 현실적인 고민과 조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 : 안셀름 그륀

 

1945년 독일 융커스하우젠에서 태어나 1964년 뷔르츠부르크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바로 성 베네딕토회 뮌스터슈바르차흐 대수도원에 들어갔다. 1965년부터 1974년까지 성 오틸리엔과 로마 성 안셀모 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전공하고, 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후 뉘른베르크에서 경영학을 공부했고, 오랫동안 뮌스터슈바르차흐 대수도원의 재정 관리자로 일했다. 현재는 피정 지도와 영성 지도, 강연과 저술을 주로 하고 있다. 그는 지역과 종교를 뛰어넘어 많은 독자의 영혼에 깊은 울림을 주는 우리 시대 최고의 영성 작가다. 저서로는 『다시, 새롭게 시작하세요』, 『너 자신을 아프게 하지 마라』, 『하루를 살아도 행복하게』, 『지금과 다르게 살고 싶다』, 『나를 아프게 하는 것들』, 『당신은 이미 충분합니다』, 『딱! 알맞게 살아가는 법』, 『우애의 발견』, 『지쳐 있는 당신에게』 등이 있다.

 

저자 : 안드레아 라슨

 

1978년생으로, 세 아이를 키우며 미국에서 살고 있다. 그녀는 안셀름 그륀의 여동생 린다 야로쉬의 딸이다. 어머니와 함께 모녀 관계에 관한 책을 집필하였고, 최근에는 『오래도록 사랑하기』라는 제목의 상담서를 출간하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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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다르게 살기로 했다 - 생각이 현실이 되는 마법의 주문
제이크 듀시 지음, 하창수 옮김 / 연금술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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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독서법은 평범하다. 손에 잡은 책을 다 읽을 때까지 다른 책은 안 읽는다는 기준도 없다. 닥치는 대로 이것저것 읽는 편이다. 읽고 싶은 책도 다른 대부분의 독자들과 마찬가지로 제목, 저자, 분야 등으로 선택한다. 예전에는 제목만 보면 책의 분야는 굳이 따질 필요가 없었다. 제목에 이미 분야의 특성이 배어 있다. 그러나 요즘은 좀 달라진 것 같다. 소설 같기도, 에세이 같기도 한 제목이 많아 제목만 보고 고르기는 어렵게 됐다. 자기계발 책도 제목만 보고는 독자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집지 못한다. 그만큼 많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반가운 일이다. 일단 책을 읽기 시작하며 가급적 집중한다. 숙독을 위해서다. 예전에는 정독이라 표현했지만 독자는 숙독이란 말이 더 좋다.

마지막으로 독자의 독서 특성이 하나 더 있다. 재독, 삼독에 관한 일이다. 일반 문예작품, 소설이나 에세이 등은 대개 한 번만 읽는다. 논저 등 철학적 사고력이 요하는 작품은 보통 재독을 한다. 재독을 해도 이해를 못하면 책을 덮는다. 독자의 지식이나 독해력 부족을 인정하는 것이다. 다만 독자는 책 읽을 때 밑줄을 많이 치는 편이어서 다시 혹시 들춰볼 일 있으면 밑줄 그은 부분을 더 정성껏 읽는다. 가끔 효과를 본 적이 있어 이 독서법을 계속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삼독이다. 독자로선 여간해선 삼독하는 책은 없다. 옛날 학창시절에 교과서도 한 번 읽으면 끝이었는데 무슨 박사학위 딸 것도 아닌데 삼독까지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심정에서다. 그러나 최근 한두 권씩 삼독 책으로 분류한다. 가장 먼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혜민 저)을 세 번 읽었다. 그래서 이 책에는 밑줄도 세 가지 색으로 그어져 있다. 특별히 어려워서가 아니라 생각할 게 많아서다. 그리고 처음 읽었을 때와 두 번 읽었을 때, 그리고 세 번째 읽었을 때의 느낌이 달랐다. 구체적으로 지적하기는 어렵지만 독자의 생각이 조금씩 커지는 느낌이다. 에세이를 세 번 읽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일이다.

그리고 이 책 『오늘부터 다르게 살기로 했다』이다. 세 번을 읽기로 처음부터 작정했다. 외관은 평범한 자기계발 에세이류로 보인다. 그러나 읽을수록 머릿속에 감겨든다. 이 봄 이 책과 함께 행복할 것이다.

 


 

이 책에는 저자 제이크 듀시가 발견한, 성공한 삶을 이끄는 에너지와 태도, 지혜 전반이 담겨 있다. 이 책이 번지르르한 말의 향연에 그치는 평범한 자기계발서 류가 아닌 것은 작가가 자신의 삶에 적용해 그 효용성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작은 도시 안에서 이름이 조금 알려진 농구선수였던 그가 어떻게 전 세계 젊은이를 향해 꿈과 도전의 영감을 불어넣는 멘토로, 변화와 혁신을 바라는 기업이 줄을 서는 기업 강연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을까?

그는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 질문했다. 그의 질문들과 해답을 얻어 가는 과정, 결국 얻게 된 해답과 해답으로 무엇을 했는지를 좇아가면서, 독자는 성공한 이들의 삶이 그다지 특별하지 않음에 놀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와 비슷할지언정 확실히 차이가 있음 또한 발견하게 될 것이다. 훈계조로 인생을 가르치려 하거나 실천에 옮길 수 없는 성공 규칙으로 기를 죽이는 책이 아닐까 하는 걱정은 접어 두어도 좋다. 현실에 발을 딛고, 내일을 변화시킬 수 있는 확실한 방법, 나로부터 시작되는 기분 좋은 변화를 이끌 ‘나만의 주문’을 이 책 안에서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저자의 자신감에 찬 말에 대한 의혹은 이 책을 읽기 시작해 10페이지를 넘기지 않고 사실일 것이란 확신으로 옮겨진다.

이 책에서 그동안 미처 몰랐던 수많은 이야기로부터 교훈을 얻게 될 것이다. 또한 이 책에서 배운 지식을 활용한다면 목적을 가진 삶, 헌신하는 삶, 성취로 충만한 삶이 가능해질 것이다.

화가들과 깊은 관련을 가진 ‘drawing(그림, 그리기)’이란 단어는 비전과 상상력, 독창성, 헌신, 인내 등을 요구하는 창조적 행위다. 이 단어는 삶을 향해 나아가는 데 필요한 요소들에 대한 완벽한 메타포다. 우리는 매일 최선을 다하기 위해 화가들의 기법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화가는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끊임없이 비전이나 아이디어를 보고 읽고 찾아내려 한다. 그리고 상상 속의 그것들을 실제의 화면에 구현하는 작업을 해낸다. 이는 자신의 고유한 창의력을 통해 진정한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것과 동일한 기법이다. 이러한 일이 우리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아마 이 책을 덮기 전에 자신만의 고유한 답을 얻게 될 것이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자신의 삶을 사세요.”

제이크 듀시라는 젊은이가 내린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참 멋진 답이다. 그는 여기에 슬쩍 덧붙인다. “누구의 것도 아닌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선 먼저, 무엇을 원하는지, 그것을 알아야 합니다”라고. 또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이 청년은 원하는 것을 왜 알아야 하는지, 그걸 정확히 알고 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친절하지만 단호하게 들려준다.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과 창조하고 싶은 것이 합일되어 있어야만 합니다. 지금 삶을 구성하는 사람들, 장소들, 패턴들과 관계된 모든 문제들은 깡그리 잊고, 되고 싶고 만들어내고 싶은 것들과 손을 잡아야 합니다. 이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모든 개혁가들이 성취하려고 시도했던 바로 그 방법입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젊은 현자의 다음 발길이, 궁금해진다.

- 하창수 「옮긴이의 말」 중에서

 


 

이 책의 특징은 여느 자기계발서와 약간 결이 다르다. 방법론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고 실천적인 방법이 제시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이 한 번 쭈욱 훑어볼 수도 있고, 독자처럼 삼독을 할 수도 있은 이유다. 단순히 방법만 배울려면 한 번만 읽어도 족하다. 그러나 방법의 이유, 달성 가능성 등을 숙고하려면 재독, 삼독이 불가피하다. 더 깊은 곳에 있는 원리에 접근하려면 말이다.

이 책은 유명인들의 명언이 많이 인용됐다. 우리가 많이 봐왔던 것들이 대부분이다. 저자는 격언 뜻 자체만 인용하려는 것이 아니다. 왜 이 격언이 이 시점에 인용된 것인가는 독자가 잘 살펴 읽으면 쉽게 헤아릴 수 있다. 격언이 나온 과정과 진정한 뜻을 모두 헤아리고 명심해두면 우리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그 시점부터 삶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삶에서 뽑아져 나온 격언이지만 우리 각자의 삶에 그대로 적용해 바로 그런 삶으로 바뀐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그 격언의 뜻을 열 번이고 백 번이고 되뇌이면서 격언의 태생부터 생기는 과정, 그리고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파악해 우리 스스로의 삶에 적용함으로써 격언대로의 삶에 조금 다가가는 것이다. 이런 좋은 실천은 거듭해 습관으로 익힌다면 그 격언의 삶에, 아니 어쩌면 그 격언을 생산해낸 위인의 삶에도 조금 더 가깝게 가는 삶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유명 인사들의 삶을 통해서 현실적인 조언을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느 책에서든,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겠지만 누군가는 실천해 변화된 삶을 바로 확인할 수 있기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어나갈 수 있다. 좋은 생각은 기본이고, 실천과 반복으로 습관화해야 비로소 삶의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저자의 삶이 다른 사람과 조금 특이한 점은 있다. 그렇다고 그가 신(神)이 아님은 물론이다.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인간일 뿐이며 우리와 조금 다른 점은 삶의 근본 원리에 깊게 천착했고, 공부와 노력, 실천, 명상을 통해 변화의 기본 원리를 터득해낸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 저자는 오늘부터 다르게 살기로 결정했다면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스스로 그 길을 찾아내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을 자신에게 해 주길 요청한다. 시작과 방법은 이미 책에 나와 있고, 실제 질문 등 답변하기 쉽지 않은 질문 역시 16가지를 써놨다. 답변하기 어렵지만(정답이 없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질문들이다. 우리 삶의 변화를 위해 꼭 거쳐야 할 통과의례라고 생각하고 진지한 응답을 고민한다면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다고 독자는 믿는다.

 


 

저자 : 제이크 듀시(Jake Ducey)

 

열아홉 살 여행에서 얻은 깨달음을 기록한 『바람 속으로』의 출간과 함께 미국 출판계가 인정한 젊은 작가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테드엑스(TEDx)의 스타 강연가로 발돋움한 후, 21세기를 이끌어 갈 동기부여 전문가로 기업 강연을 비롯해 다양한 매체와 무대에서 왕성하게 활약하고 있다. 또한 『바람 속으로』 집필에 영감을 준 여행 이후, 비영리기관 ‘자립연구소(Self Reliance Institute)’를 설립해 산마르코스에 과테말라 아이들을 위한 학교 건립 기금을 모으고, 부모가 없는 아이들이 함께 지낼 수 있는 집을 짓는 일도 계속하고 있다. 『오늘부터 다르게 살기로 했다(원제 The Purpose Principles)』는 생각을 실천으로 이끄는 접근법을 유쾌하고 생동감 있게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은 성공에 이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매 순간 맞닥뜨리는 난관에 도전하게 하고, 열정과 목적을 갖고 적극적으로 살아가도록 영감을 불어넣어 준다. 제이크 듀시는 개개인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세상을 바꾸고 가장 멋진 삶으로 나아가게 하는 길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위해 동시대를 살아가는 자신과 같은 젊은이들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원하는 꿈을 실현하도록 마법의 주문을 걸고 있다.

 

역자 : 하창수

 

소설가이자 번역가. 1987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소설 「청산유감」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1991년 장편소설 『돌아서지 않는 사람들』로 한국일보문학상, 2017년 단편 「철길 위의 소설가」로 현진건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지금부터 시작인 이야기』 『수선화를 꺾다』 『서른 개의 문을 지나온 사람』 『달의 연대기』, 장편소설 『천국에서 돌아오다』 『그들의 나라』 『함정』 『1987』 『봄을 잃다』 『미로』, 작가 이외수와의 대담집 3부작 『먼지에서 우주까지』 『마음에서 마음으로』 『뚝,』 등을 출간했다. 옮긴 책으로는 『허버트 조지 웰스』 『어니스트 헤밍웨이』 『윌리엄 포크너』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킴』 『소원의 집』 『마술 가게』 『친구 중의 친구』 『당신에게 사랑할 용기가 있는가』 『어떤 행복』 『과학의 망상』 『답을 찾고 싶을 때 꺼내 보는 1000개의 지혜』 『바람 속으로』 『당신을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아요』 『명상의 기쁨』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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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 칸타빌레 - '가다' 없는 청년의 '간지' 폭발 노가다 판 이야기
송주홍 지음 / 시대의창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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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 막노동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건설현장에서 막일하는 사람이 떠오른다. 흔히 '노가다'란 석 자로 불리웠지만 일본식 용어에서 파생돼 나온 것으로, 우리말로 순화해 '막일꾼' '막노동꾼'으로 바꾸었다. 그러나 현장에서나 그들과의 대화에선 여전히 노가다로 지칭된다. 큰 건물이든, 작은 집이든 건설현장에는 이들이 있다. 필수 필요 인력이기 때문이다. 큰 건물이나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건설에는 기계화돼 크고 무거운 물건을 크레인으로 옳기지만 작은 집을 지을 땐 여전히 이들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력이다. 집 곳곳이 그들의 숙련된 기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 집은 겉으로도 번듯해야 하고, 내부는 더 튼튼해야 한다. 이 일은 대개 숙련된 막노동자들이 한다.

잡지사 기자로 근무하다 이른바 노가다 일을 하게 된 지 3년이 된 초보 노가다꾼 송주홍 저자가 쓴 『노가다 칸타빌레』는 우리가 어렴풋이 짐작만 하고 있는 노가다의 세계를 텍스트로 풀어준 신선한 에세이이다. 지금까지는 왜 이런 에세이나 책이 없었을까. 독자 생각으로는 막노동이 엄청나게 힘든 일이고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는 일이라 그들이 글을 쓰거나 책을 낸다는 것은 엄두도 못낼 일일 터다. 힘든 일 끝날 때쯤 동료들과 어울려 술 한잔 하는 게 어쩌면 일의 스트레스, 삶의 스트레스를 풀 유일한 기회가 아닐까. 그런데 어떻게 글을 쓰고 책을 낼 수 있겠는가.

 


 

작년 노가다꾼을 향한 사회의 시선을 단적으로 보여준 일이 있었다. 예쁜 얼굴로 유명했던 학원 수학 강사가 갑작스레 노가다 비하 추문에 휩싸여 사과영상을 올린 일이 있었다. 고등학생들을 대학에 보내는 일을 주업으로 하고 있는 강사이기에 공부를 독려하려고 한 표현이었겠지만, "공부 못하면 노가다를 하게 된다"는 강사의 표현은 노가다를 향한 우리 사회의 시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못 배우고 기술도 없어 하는 일이 막노동이라는 인식이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듣기 좋은 말은 실제 인식과는 거리가 멀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노동자보다는 근로자로 지칭하고, 육체 노동자보다 정신 노동자가 돈도 더 많이 벌고, 귀한 일이다라는 인식이 변하지 않은 것 같아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아마 그 강사도, 노가다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저 공부가 아닌 몸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란 추측은 가능하다. 그래서 이 책 『노가다 칸타빌레』는 사회 인식을 변화하는 데 한몫을 할 수 있는, 상당히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목에 쓰인 '칸타빌레'는 음악 용어다. 칸타빌레란 칸토(canto:노래)를 형용사화한 말로 ‘노래하듯이’라는 뜻이다. 노가다와 칸타빌레는 어딘지 어색하다. 서로 호응이 안 되는 단어가 합쳐져 무슨 뉘앙스를 풍기는지 수십 번을 되뇌이며 생각해도 독자의 지식 부족과 노가다 일 무경험이어서인지 어떤 이미지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노동일을 노래 부르듯이 즐겁게 한다라는 의미인 것도 같고... 『노가다 칸타빌레』는 건설현장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나, 저자가 느끼고 경험한 일들의 기록이다. 현장 기록이니만큼 사실적이고 듣기 거북한 일본어나 일본어에서 조금 변형된 표기가 많다. 일제강점기 때 각 건설현장에서 조선인 노동자를 데려다 일을 시켰기 때문에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특히 이 책은 건설현장에서 각자 맡은 일에 따라 직군별로 나누어 하는 일과 그들의 애환 등을 가감없이 서술한다. 일본식 표기를 그대로 쓴 것도, 그들의 거친 언행도 사실적 표현을 위해 순화시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저자의 뜻이리라. 책 마지막 부분에 현장에서 쓰이는 용어를 사전식으로 정리해 놓은 것으로 보아 독자의 추측이 맞다라는 느낌이다. 건설현장 노동자도 하는 일이 각기 다르다. 맡은 일이 다르니 일당(하루 임금)도 다르다. 하루 10만원에서 25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이 책은 외부인의 눈에는 다 똑같아 보이는 노동자들을 한 사람 한 사람 하는 일에 따라 분류하여 그들의 일을 텍스트로 전환해준다. 단순히 직업 가이드북처럼 설명해주는 것이 아니라 위트와 묘사를 겻들여 풍성한 에세이로 표현한다. 독자로서는 읽기도 편하고 마음도 무장해제한 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저자를 따라 노가다꾼의 하루를 추적해본다. 넥워머를 입고 각반을 찬다. 못주머니를 두르고 카우보이처럼 망치를 쓱 빼본다. 안전화를 신고 선글라스와 안전모를 쓴다. X자 안전벨트를 걸치고는 작업용 장갑을 바짝 당겨 손가락을 한번 움직인다. 어지럽게 널브러진 자재 위로 소음과 먼지와 욕설이 뒤엉킬 눈앞에 풍경이 펼쳐진다. 현장이 열린다.

‘노가다꾼’의 아침 풍경이다. ‘데마’(일거리가 없어 쉬는 날) 맞은 날이 아니면, 새벽 5시에 일어나 눈꼽만 떼고 현장으로 향한다. 6시에 출근해 아침밥을 먹는다. 7시에 일을 시작해 몸에 열기가 돌면 9시 참 시간이 된다. 참 먹고 일하다 보면 어느새 11시 반, 대충 작업복을 털면서 함바집으로 향한다. 점심 먹을 때가 되었으니까. 밥을 빠르게 ‘흡입’하고 1시까지 휴식한다. 그렇게 오후 일과가 시작된다. 그런데 3시가 되면 또 참 시간이다. 배고픈 것도 있지만 쉬는 시간이어서 꿀맛이다. 참 먹고 다시 일하다 보면 4시 반, 하던 일을 정리하고 5시에 퇴근한다. 이후는 개인의 시간이다.

 


 

책에 따르면 건설 현장에는 참으로 많은 사람이 일하고 있다. 건축 공정에 따라 제각기 맡은 일을 충실히 해낸다. 처음 인력사무소에 발을 들인 저자는 현장 잡부로 일하면서 여러 공정을 두루 겪었다. 목수 밑에서 일할 때는 “투바이 못 좀 죽여라”(각목 튀어나온 못을 정리해라)에 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바리했다. 곰방 일을 할 때는 ‘신체 건장한 청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주저앉아야 했다. 흙손으로 곱게 갠 시멘트를 벽에 바르는 미장공 조수로 일할 때는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쉬워 보이는 작업을 하는 철근공이 왜 위험하고 복잡한 작업을 하는 목수보다 임금을 많이 받는지 어렴풋이 생각도 했다. 지름 5센티미터 쇠파이프 위에 서서 구조물을 설치하는 비계공의 작업은 그야말로 아찔했다.

그뿐인가? ‘전설로만 전해지는 못아줌마’를 비롯해, 자재를 수거하는 ‘핀아줌마’, 현장에 먹선으로 도면을 옮기는 ‘먹아줌마’ 등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위대한 여성들 또한 현장에 있다. 또 세계 각지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리 곁의 현장에서 우리들이 살아갈 공간을 묵묵히 짓고 있다. 그리고 현장 사람들의 배를 든든하게 채워줄 함바 식당 사람들이 있다.

 


 

저자 : 송주홍

 

글 쓰는 노가다꾼. 낮에는 집을 짓고, 밤에는 글을 짓는다. 책을 읽으며 힘든 시간을 견뎠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글로 세상을 위로하고 싶었다. 글쟁이로 살게 된 이유다. 대전과 서울에서 기자로 일했다. 그 뒤로도 출판과 홍보 관련 일을 하며 살았다. 서른둘, 모든 걸 정리하고 노가다 판에 왔다. 머리나 식힐 요량이었던 노가다 판에서 삶을 배우는 중이다. 함께 쓴 책으로 《우리가 아는 시간의 풍경》(2016)이 있다.

 

저자는 이들과 함께 일하면서, 무거운 벽돌을 나르며 몸을 짓누르는 ‘중력’을 이겨내고, 시멘트가 굳지 않게 물로 시간을 사기도 하며, 거푸집에 들이붓는 콘크리트의 거대한 ‘압력’에 맞서 싸운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를, 즉 자신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이 책에 담아냈다. 자신이 만든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공간 그 이상의 의미'일 거라고 생각하면서, 형틀목수인 저자는 오늘도 망치질을 한다. 막노동꾼 노가다가 책을 냈으니 대한민국 노가다 중 처음이리라. 그래서인지 인터뷰도 했다.

 


 

- 건설노동 가운데 형틀목수 작업이 가장 어렵다고 하는데, 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노가다 판'에서는 형틀목수를 탑 오브 더 탑으로 여겨요. 항상 무거운 걸 날라야 하고 위험하고 기술 배우기도 어렵거든요. 일당도 상대적으로 높지 않고요. 그런데 제가 따분한 걸 못 참는 성격이에요. 어릴 때부터 항상 들어온 잔소리가 '넌 어떻게 된 놈이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냐?'였어요. 그런 저에게 형틀목수라는 직업은 너무나 매력적이었어요. 잡부 시절, 형틀목수가 일하는 걸 종종 지켜봤어요.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무언가를 분주하게 들고 나르고, 서로 소리를 지르는 모습들. 나도 저기에 섞여 같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죠. 그러다가 형틀목수 '오야지'에게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어요. 마다하지 않고 덥석 그 손을 잡았죠.

 


 

- 그 선택에는 후회가 없나요?

같이 일했던 형님 가운데 40년 가까이 형틀목수만 하신 형님이 있어요. 진짜 베테랑 목수죠. 그 형님이 언젠가 농담 반으로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40년을 했는데도 적성에 안 맞아. 너도 더 늦기 전에 빨리 다른 일 알아봐.' 자신도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다른 일 알아볼까 한다고요. 한바탕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형틀목수 일이라는 게 그래요. 솔직히 말해, 진짜 힘들어요. 이제 좀 적응할 법도 한데, 아침에 일어나면 어김없이 삭신이 쑤셔요. 파스 뿌리기가 일상이에요. 가끔 '무슨 부귀영화를 누르겠다고 이러고 있나….' 싶죠. 그런데, 정말 재밌어요. 아침마다 손목은 '욱신욱신' 하지만 심장도 '두근두근' 해요. 오늘은 또 얼마나 재미난 일이 벌어질까 기대하는 거죠. 후회했으면 벌써 그만뒀을 거예요.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기에도 모자란 인생, 하기 싫은 일까지 하면서 살지는 말자는 주의거든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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