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선생
곽정식 지음 / 자연경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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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중년의 나이쯤 되신 분들에겐 여름방학 숙제로 '곤충채집' 제출을 기억할 것이다. 그때는 귀찮은 숙제였지만 '관찰력'을 기르는 과제였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중학교 올라가 중3 영어 교과서에 각종 무기에 관한 내용이 실려 있었는데 굉장히 신기했다. 예를 들어 헬리콥터가 잠자리를 본떠서 만들었다는 것과 박쥐의 음파탐지 능력을 활용해 물속 잠수함을 찾아내는 능력과 레이더 등이 대표적 예로 들었다. 흥미로웠고 열심히 배워 지금도 기억에 생생할 정도로 인상적인 내용이었다. 군사 무기로 사용한 것은 대부분 곤충이나 작은 동물들의 특별한 기능에서 영감을 받은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관찰력은 과학의 첫걸음이라고 했나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어렸을 때 곤충채집은 더운 날 들에 나가 나비, 잠자리, 풀벌레(방아개비, 여치, 메뚜기 등)가 대부분이었다. 과제물 내놓을 때 잘된 것은 교실 뒤에 붙여놓고 교육을 시킬 정도로 화제거리의 숙제였다. 또 지방 대도시에 살았던 독자지만 인근 야산에는 이런 곤충이나 풀벌레는 굉장히 많아서 반나절이면 '면피'할 정도의 곤충을 쉽게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 언제부터인지 곤충채집 숙제는 없어졌다고 들었다. 생물을 잡아 표본을 만든다는 것은 교육상 오히려 안 좋다는 판단이었다고 들은 바 있다.

 


 

그때 가장 큰 적은 '벌'이었다. 자칫 쏘이면 족히 며칠 고생을 했기 때문이다. 꽃 근처에 가면 늘 주위를 맴도는 벌들이 있었다. 그래서 꽃이 있는 곳을 피해 풀이 많은 곳으로 가서 곤충채집을 했던 기억도 지금은 아름다운 추억 중의 하나로 남아 있다. 학교의 과제와는 달리 개미들이 유독 많았고(지금에 비해) 개미들은 작은 재미를 주었다. 유리병에 흙을 담아 개미 몇 마리 잡아 놓으면 어김없이 굴을 파고 들어가 자신들의 집을 짓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신기하고 기특해 재미 있게 관찰했던 기억도 있다.

매미는 우렁찬 울음소리에 비해 잡기는 조금 까다로운 편이었다. 조심조심 매미 울음소리 들리는 곳으로 가면 대개 매미를 발견할 수 있었지만 잡기는 어려웠다. 너무 높은 곳에 있어 장대를 포충망을 달아 높이 올려도 닿지 않은 곳에 있었다. 간혹 나무로 기어올라가 잡을라치면 인기척을 느끼면 재빠르게 날아가버린 경험도 여러 번 있었다. 서울로 이사 온 이후로는 곤충에 대한 기억도 없고 관심도 잃어버려 더 이상의 친근감을 가질 수 없었다. 그러니 지금 기억 속에 곤충은 수십년 전으로만 남아 있다. 고향의 아늑함과 고향 친구들과의 도타운 정도 기억과 함께 모두 묻힌 것이다.

 


 

이 책 『충선생』의 저자 곽정식은 곤충학자는 아니지만 곤충에 대단한 애정이 있었던 것 같다. 자신의 직업과는 별 상관 없는 일인데 곤충에 매료된 것 같다. 곤충학자로 유명한 파브르와 같은 관심과 애정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머리말」에 따르면 이 책을 쓰는 데 제법 시간이 걸렸지만 지치지 않게 쓸 수 있었던 것은 어린 시절의 생태계에 대한 아련한 추억 때문이다. 아련한 추억의 조각들은 벌레들에 대하여 '잘 안다'라는 과도한 자심감을 느끼게 했다. 사실 그 자신감으로 책을 쓰기로 결심했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저자는 여기서 포기하면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아 일단 쓰기로 결심한 후 자료를 차근차근 모았다고 술회한다. 그 어렵고 지난한 과정에서 곤충과 벌레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깨우쳤다고 말한다. 그는 이렇게 표현한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스승이 되었다."

이 책의 제목에 '선생'이란 단어가 추가된 이유다. 한참 책을 써 나가던 2019년 초 '어떻게 해야 곤충에 대한 좋은 정보를 잘 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에 빠져 애태우다 문득 중국 곤명시(昆明市)가 떠올랐다고 한다. 이후 중국 곤명시에 있는 '자원곤충연구소'에 전화해 "우리 동양철학과 곤충에 대한 해석론을 널리 전파하고자 한다"고 설득해 그곳을 방문해 중국 연구원들과 이것저것 많은 의견을 나누었다. 특히 진드기와 나비를 연구하는 Chen Hang(?航) 박사에게 많은 의견을 들었다. 책을 써 나가다 보니 단순히 자연과학적 묘사보다는 동양의 문화인류학적 내용까지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 이 책의 발간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밝힌다.

 


 

저자가 곤충과 벌레들에게서 배운 것은 어떤 것이고 관찰하고 연구하고 자료를 보충한 것들은 어떤 것일까. 저자의 표현대로 단순한 자연과학적 묘사를 넘어 문화인류학적으로 확대해 나간다. 예컨대, "한여름이 되었음을 알리는 곤충중에 매미(?)를 빼놓수가 없다. 매미는 곤충들 중에서도 몸집이 크고 볼륨감이 있어 어릴때 방학숙제인 곤충 채집에서 귀하신 몸으로 대우를 받았다. 참매미는 온도가 섭씨 23도 이상일때 울고 시작하고 말매미는 섭씨 27도부터 운다. 낮에는 도시가 시골보다 덥고 말매미는 도시의 소음을 이길 정도의큰 소리로 울어야하기 때문에, 시골 매미보다 도시매미가 더 크게 운다는 말이 맞다. 매미의 울음소리는 구애를 위해서이기 때문에 수컷만 운다. 암컷 매미는 울지 않는다. 수컷 매미는 옆구리 근육을 비벼서 내는 소리를 배 속의 빈 공명실로 보내 소리를 증폭시킨다. 매미 알들은 나무껍질 속에서 일년을 지내고 부화하여 유충이 되면 스스로 나무에서 떨어져 나무뿌리 수액을 빨아먹으며 5년간 네번의 허물을 벗고 성충이 된다. 그리고 6~7년만에 나무 위로 다시 올라가 우화와 탈피를 거쳐 비로서 매미가 된다.

매미의 탈피를 의인화 하여 매미가 허물을 벗는다는 뜻의 금선탈각(金???)은 유방이 항우에게 포위되었을때 부하가 유방으로 변장하고 대신 잡히고 그 틈을 타고 유방이 무사히 도망갔다는 고사에서 유래하였다.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게되면 매미 소리가 잡자기 뚝 끊긴다. 매미는 조금만 한기를 느껴도 울지 못하고 힘을 잃는다. 가을 매미를 한선(寒?)이라고 하는데 찬바람을 맞은 매미처럼 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않는 것을 금약한선(?若寒?) 이라고 한다.

'매미는 머리의 파인 줄이 선비의 갓끈과 비슷하니 지혜를 갖추었고, 이슬이나 나무의 수액을 먹고 사니 맑으며, 농부가 지은 곡식을 축내지 않는 염치가 있고, 다른 곤충과 달리 집이 없으니 검소함이 있다. 여기에 때를 봐서 떠날 줄 아는 신의의 덕까지 가지고 있다' 이것을 매미의 오덕(다섯가지 덕목)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 책을 5개의 장으로 나눠 각 장에 해당하는 곤충과 파충류 등을 다루면서 특이점이나 생명 유지 방법 등 생태 기능적 특징은 물론 신체적 특징의 인문학적 해석으로 자연과학을 이용한 우리 생활에 많은 필요한 많은 연구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Part 1. 가까이 있는 충선생

잠자리, 매미, 꿀벌, 나비, 귀뚜라미, 반딧불

Part 2. 멀어져 가는 충선생

쇠똥구리, 사마귀, 땅강아지, 방아깨비

Part 3. 지상에 사는 충선생

개미, 거미, 지네

Part 4. 해충으로만 알려진 충선생

모기, 파리, 바퀴, 메뚜기

Part 5. 곤충이 아닌 충선생

개구리, 두꺼비, 지렁이, 뱀

 


 

저자는 이 책 마지막 부분 「맺는말」을 통해 발간 취지는 물론 '충선생' 예찬을 다시 되풀이해 강조한다.

"앎은 크지만 깨우침은 적은 세상에 살고 있다. 물론 알아야 한다. 우리의 앎이 단순한 지식의 확대로 끝난다면 그것은 허무한 이야기이다. 인간의 앎과 소유에 대한 욕망 그리고 그것들에 대한 권태로 물질문명의 발전을 이루었다. 물질문명이 발전할수록 동(動)의 시간이 늘어나면서 소박한 정(靜)의 시간은 줄어들어만 간다."

 

저자 : 곽정식

 

가장 가난하지만 풍요로웠던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저자(1957년)는 시간(時間), 공간(空間), 인간(人間)에 대한 감수성이 풍부하다. 대학에서는 정치학과 경영학을 공부하였고 기업에서 35년을 근무하면서 기업윤리, 기업의 사회적 책임, 해외 업무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였다. 그 외에도 스위스 제네바 소재 UN과 지방정부에서도 수년간 근무하였다. 주요 저술로는《THE GLOBAL STEEL SCRAP》(1997), 《생존과 자존》(2013), 《KOREAN INSIGHTS》(2018)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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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 조선의 일기들
박영서 지음 / 들녘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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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을 일컬어 '기록의 민족'이라고 할 수 있다는 한 사학자의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조선왕조실록>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무렵이었던 것으로 독자는 기억한다. 조선왕조실록이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자세하고 공정한 국정 전반에 대한 기록이라고 한다. 더욱이 왕이라 할지라도 당대(후대 왕도 그렇지만) 에 열람할 수 없게 되어 있다고 하니 얼마나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록일까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정치라는 것이 자신의 편은 후하게, 상대편에겐 없는 죄도 뒤집어씌울 수 있는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곳이다. 특히 최고권력자에게는 당연히 민감하게 신경 쓰일 것이다. 자신이 선정을 베풀었는지 악행을 일삼은 불민한 왕이었는지가 판가름하는 중요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만일 아무리 신념 굳은 사관이 쓰는 기록이라도 당대에 열람할 수 있다면 당연히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기록된 것을 빼거나 고칠 우려가 크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고 공정한 기록을 남기는 일은 공정과 평등 등 민주주의를 행동으로 보여준 단면이기도 하다.

더욱이 사관들이 어떻게 기록할지 모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공정하고 개방적인 정치를 하려 애썼을 것으로 추정된다. 왕은 물론 당대에 정치하는 사람들은 기록을 일절 볼 수 없게끔 제도화한 선조들의 공정에 대한 신념은 세게 어디에 내놔도 손색 없는 역사 정신이다. 그 사학자가 '기록의 나라'라고 자랑스럽게 말한 것도 그만큼의 깊은 뜻을 가진 것이다. 결국 우리 정치나 민족의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되었으리란 점은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누구에게 보여줄 리 없는 사관의 기록은, 개인적으로 보면 남에게 보여줄 리 없는 일기와 맥락이 비슷하다. 때문에 조선왕조실록은 감추고 싶은 비밀스러운 일도 왜곡 은폐할 필요가 없었고, 개인의 일기도 나중에 고쳐 쓰지 않는다. 자신이 쓴 일기라고 나중에 고쳐 쓴 적이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책 『시시콜콜한 조선의 일기들』은 우리 선조들의 삶에 대한 기록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거짓말을 일기에 쓰는 사람은 없다. 이 때문에 이런 개인적인 일기들은 민생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재미 있는 것은 재미대로, 비밀스러운 것은 비밀대로, 슬픈 일은 슬픔대로 읽혀질 것이다. 당연히 조선왕조실록에서 볼 수 없는 민생이 담겨 있다. 개인에게 오늘의 삶은 일기가 되고, 그 일기가 쌓이면 역사가 된다. 평범하지만 찬란했던 역사의 참 주인공들이 써 내려간 알짜배기 역사책을 만나는 것이다.

이 책은 저자 박영서의 두 번째 책이다. 저자는 전작 『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에 이어 이번에는 조선 사람들의 ‘일기’에 주목했다. 일기는 가장 사적인 기록이다. 개인의 치열했던 삶의 흔적이 세세하게 녹아 들어가 있다.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달을 보며 자리에 들 때까지 시시각각 스쳐 지나간 온갖 감정과 생각과 행동의 흔적들이 조용히 내려앉으면 일기가 된다. 그러나 일기는 거시적이기도 하다. 일기를 쓴 사람이 자신이 살아 숨쉬던 시대와 어떻게 교차하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따라서 일기는 개인이라는 씨실과 시대라는 날실이 직조된 저마다의 직조물인 셈이다. 똑같은 일기가 나올 수 없는 이유다.

 


 

저자는 망국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원한 이순신 장군의 마음과 활약을 읽는 일은 『난중일기(亂中日記)』 덕분에 가능했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사투를 이해하게 된 데에는 김구의 『백범일지(白凡逸志)』 역할이 크다. 『안네의 일기』 덕분에 우리는 유태인 소녀 안네가 겪었던 나치 치하의 참혹상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었고, ‘일기문학의 정수’라는 평가를 받는 『아미엘의 일기』는 매일매일 행해지는 내면의 성찰과 명상이 어떻게 격조 높은 문학으로 탄생하는지 보여준다고 말한다. 이 모두 일기가 개인의 사유와 행동 및 희망과 절망을 담아내며, 동시에 후대 사람들에게 한 시대의 영광과 추락을 전해준다는 것을 뜻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조선 시대 사람들이 쓴 일기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그들은 왜 글을 썼을까? 글은 양반의 전유물이었으니 일반 백성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길은 없는 걸까?

저자에 따르면 조선 사람들은 자신을 성찰하고 타인을 이해하고 시대를 통찰하기 위해 일기를 썼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조선이라는 나라에 살면서 자신의 존재를 잊지 않기 위해, 시대정신을 기록하기 위해, 후대에 남길 정신적인 유산을 축적하기 위해 일기를 썼다. ‘높으신 양반’ 네트워크 안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 보려고 목숨 걸었던 마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내미가 긴 병치레에 들어가자 눈물로 밤을 지새우는 아버지의 애타는 심정, 백성은 먹고살기도 힘든 마당에 정력제를 구해오라 다그치는 양반네를 고급스러운 유머로 받아치는 마음, 근성 있는 대탈주를 감행한 조선 노비판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며 ‘아이고, 내 재산’(당시 노비는 가축처럼 재산이지 사람으로 대접하지 않았다)을 되뇌는 주인의 분통 어린 심정. 양반들의 속사정은 물론 함께 호흡하던 일반 백성의 시시콜콜한 일상까지 모두 담아낸 이 기록들은 오늘날까지 우리의 마음을 다채로운 빛으로 채워준다.

 


 

이 책에는 가히 조선 사람들의 웃기고도 슬픈 조선 사람의 속마음,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조선의 하루가 담겨 있다. 특히 독서의 재미를 위해 저자가 직접 그린 주요 등장인물의 캐리커처와 저자가 직접 쓴 한문일기 필사본이 실려 있다. 다른 책에서 경험할 수 없는 이 두 가지 자료만으로도 독자들의 선택은 행운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국사에 재미를 붙이고 싶은 학생들, 읽을거리를 찾아 온오프라인 서점을 방황하는 독서가들, 그리고 ‘역사라면 한국사, 한국사라면 미시사’를 외치는 역사 마니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이 책에 소개된 자료들은 모두 전문 연구자들과 연구기관 관계자들이 쏟아부은 노력의 결과물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조선시대 개인일기 학술조사’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된 조선의 개인 일기들은 무려 1431건에 이른다. 여행 중에 쓴 여행일기, 전쟁 중에 쓴 전란일기, 궁중의 여인들이 쓴 궁중일기, 단맛 짠맛 다 드러나는 생활일기, 공무를 수행하던 중에 쓴 사행일기 등 짧게는 수십 일, 길게는 몇 세대가 이어 쓴 일기들이 있다. 우리는 그 수많은 기록자료 덕분에 21세기 책상에 앉아 조선 사람들의 생활상을 비교적 낱낱이 확인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때로 예능 프로그램을 볼 때처럼 웃을 수 있고, 때로는 슬픈 영화를 볼 때처럼 눈시울을 붉힐 수도 있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만큼 기록에 푹 빠져 일기의 주인들과 완전히 공명할 수 있다. E.H 카의 말처럼 “과거의 조선인들과 현재의 우리가 대화하는 것”이다. 조선왕조 500년 역사를 남긴 선조들과 소통하며, 이제 또 다른 21세기 대한민국의 역사를 함께 만들어가는 중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글은 선비들의 전유물이어서 민초, 노비들은 자신들의 생활이나 생각을 직접 글로 남긴 것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자기 ‘라인’을 과거에 합격시키기 위해 거주지를 허위로 등록하게 하고, 과거장까지 이끌고 온 조즙의 뻔뻔한 행위에 동네의 선비들은 분개합니다. 감독관과 응시생의 말싸움은 점차 커져, 둘 다 시험장을 나가버리는 ‘벤치 클리어링’이 발생하죠. 초유의 감독 거부와 응시 거부 사태는 결국 부상자를 초래하죠. ‘조즙의 얼굴이 흙빛이 되어 고개를 떨궜다.’라는 내용은 조즙 자신도 본인의 행위가 비도덕적임을 인식하고 있었음을 암시합니다.

즉, 비록 ‘관례적’으로 온갖 종류의 부정행위가 매우 자주 벌어졌지만, 그런 행위가 부정한 것이라는 최소한의 인식은 공유했다는 뜻입니다. 아마도 과거 시험장의 부정행위는 야근을 하지 않고 수당을 입력하는 우리 시대의 ‘관례’ 같은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어떠한 부정한 행위가 ‘관례’가 되는 순간, 오히려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 바보 취급을 받곤 하죠. 몽둥이로 두들겨 맞은 한 선비처럼요.

- 「나는 네가 과거 시험장에서 한 일을 알고 있다」 중에서

 


 

1614년 3월 2일 『계암일록(溪巖日錄)』

오늘 아침, 승문원(承文院)?에 첫 출근을 했다. 들어가자마자 윤 대리님이 엄청나게 괴롭히기 시작했다. 나를 대청마루의 현판 밑으로 내보내 시를 짓게 했다. 오 과장님은 끝도 없이 시 짓는 문제를 내어서 나를 괴롭혔다. 그가 너무, 너무 미웠다. 저녁에는 선배들 집을 돌면서 명함을 돌렸다. 열심히 말을 달려 윤 차장님, 오 과장님, 김 대리님, 윤 대리님 댁 등을 포함해 열네 곳이나 명함을 돌렸다. 기진맥진한 상태로 숙소에 돌아오니, 민 부장님이 “오늘 하루 정말 고생 많았지? 내일부터는 허참례(許參禮)를 할 때까지 명함을 그만 돌려도 되네.”라고 하셨다.

 

설레고 떨리는 마음으로 첫 출근을 한 38세의 ‘뉴비 공무원’ 김령. 그러나 그를 기다린 것은 따뜻한 환대와 조언이 아닌, 쉴 틈 없이 몰아붙이는 신고식이었습니다. 업무 시간에는 선배들이 일도 안 하고 온갖 퀴즈를 내며 김령을 괴롭히더니, 이제는 ‘명함 돌리기’를 시켰습니다. 명함 돌리기 풍습은 많은 곳을 돌아야 했기에 육체적으로 매우 힘든 일이었습니다. 김령도 열네 곳이나 되는 집을 두루 돌아다니며 명함과 함께 인사를 드렸죠.

게다가 꼭 귀신 분장을 한 것처럼 낡고 찢어진 옷을 입어야 했는데, 야간통행금지 시간에 사람들을 단속하는 경찰도 이들을 붙잡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일부러 창고에 가두고 밤늦게까지 뉴비 관원을 붙잡고 얼굴에 먹물을 칠하는 모습이 담겨 있죠? 주변에서는 아예 BGM까지 깔아주며 제대로 놀리는 모습입니다. 신입생 환영회 때의 추태가 동기들 사이에서 내내 회자되듯, 조선 시대에도 이때 망가지는 모습이 관직 생활 내내 술안주로 쓰였겠죠?

- 「신입 사원들의 관직 생활 분투기」 중에서

 


 

아내 김돈이가 이토록 거칠고 예민하게 반응한 까닭은 하녀들이 전해준 거리의 풍문 때문이었습니다. 기생 종대가 마치 이문건의 두 번째 부인이 된 것처럼 행세하면서, 이문건과 있었던 ‘베드 토크(bed talk)’를 자랑하고 다닌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죠. 만약 이 소문이 사실이라면, 아내의 항의는 정당합니다. 그런데 이문건은 사실이 아니라며, 대꾸할 가치도 없다며 차가운 태도로 일관합니다. 오히려 쓸데없이 거짓 소문을 전하는 아내의 하녀들을 비난하죠. 하지만 이미 전과(?)가 있는 남편의 해명을 믿기 어려웠던 아내는 삶의 의욕을 잃습니다. 음식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건강이 점점 악화하죠. 어느 날은 눈물을 펑펑 흘리며, 남편에게 “기생 종대가 보고 싶어서 나랑은 못 살겠지? 그렇지?”라며 우격다짐을 펴기도 합니다.

이문건은 날이 갈수록 수척해지는 아내의 상태를 걱정합니다. 그래서 며느리나 하녀에게 아내를 제대로 모시라며 혼을 내면서 엄한 곳에 화풀이를 하지만, 결국 본인이 풀어야 하는 문제임을 알았죠. 기생집 사장님과 남편, 그리고 아내 사이의 삼자대면이 벌어지고, 다시는 기생 종대가 이문건을 만날 일이 없다는 확약을 받고 나서야 이 일은 마무리될 수 있었습니다.

- 「식구인지 웬수인지 알 수가 없다」 중에서

 


 

오희문이 끔찍이도 아꼈던 막내딸, 단아는 잔병치레가 잦은 소녀였습니다. 그럴 때마다 오희문 부부는 전쟁을 치르듯, 아이의 치료를 위해 모든 것을 다했습니다. 특히, 아이가 먹고 싶은 것이 있다고 말할 땐,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구하기 위해 발바닥에 땀 나듯 뛰었죠.

1596년 9월 25일 『쇄미록(鎖尾錄)』

단아의 병세가 약간 나아진 것 같지만, 여전히 말을 제대로 못 하고 밤새 통증에 시달렸다. 우리 부부는 서로 교대하며 밤을 새워 단아를 돌봤다. 며칠째 이러니, 내 정신이 어디 붙어 있는지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단아가 간신히 입을 움직여, “아버지……. 석류가 먹고 싶어요”라고 하기에 백방으로 구해봤는데 이 동네에서는 구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편지를 보내 지인에게 석류가 있는지 물었더니, 저녁에 석류를 보내주었다. 단아는 석류를 보자마자 아픔이 무색하게 얼굴이 환해지면서, 그 자리에서 석류를 깨물어 반 개를 먹었다.

 


 

이 책은 ‘공명 유도서’다. 저자가 “책을 엮을 때 독자들이 일기 속 주인공과 충분히 공명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미리 밝힌 이유다. 일기의 주인공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생활상과 시대를 마주할 때 비로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조선이라는 나라를 온몸으로 느낄 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의 의미는 회고나 복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현재의 순간을 사는 우리 자신 역시 찬란하게 빛나는 존재임을 깨닫는 데서 증폭한다. 저자가 원문 및 번역문을 쉽게 접하실 수 있는 생활일기들을 주로 선정한 것도 이 같은 매락에서다. 시시콜콜한 일상 속의 사건 중심으로 각 장을 꾸리면서도 등장인물들의 삶을 조망하기 위해 노력한 이 책을 통해 보통의 삶 따위 가뿐히 뛰어넘은 인생 선배들의 삶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역사 해석의 새로운 길이 될 것이다.

 

저자 : 박영서

 

1990년생이며 충주의 작은 사찰에서 살고 있습니다. 금강대학교에서 불교학을 배우면서, 한편으로는 철학 플랫폼 ‘철학이야기’를 도반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글을 쓴다는 핑계로 골방에서 뒹굴뒹굴하며 보내고 있습니다. 무언가에 완연히 몰입하는 시간만큼 행복해지는 시간이 없습니다. 역사는 저를 행복하게 하는 소중한 우물 중 하나입니다. 물 흐르듯 유려하거나 논리적으로 탄탄한 글을 쓰지는 못합니다.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도 잘 못 씁니다. 다만, 제가 울고 웃었던 것만큼 누군가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덕후’의 마음으로 쓰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이 참 많았던 10대와 20대를 뒤로 하니, 이제는 바깥이 아니라 자신의 안에서 이루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에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어렵다’는 말이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시대 안에서 ‘어려워도 행복한 삶’이 어떤 삶인지 한번 살아보겠노라, 오기를 부리는 중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가르침,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인스타그램 : @ddirori0_099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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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베이
조조 모예스 지음, 김현수 옮김 / 살림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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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는 일상을 빼앗긴 채 1년 여를 코로나와 싸우고 있다. 전 세계적인 일이라 지구촌 어디든 쉽게 갈 수도, 올 수도 없이 가능한한 활동을 줄이고 먹고 사는 데만 신경 쓰고 있다. 국내에서도 봄이라고 하지만 예전 같으면 앞다퉈 열리고 있을 각종 축제를 취소한 채 코로나 방역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백신이 접종되기 시작했고, 빠르고 느린 차이는 있지만 우리 나라의 경우 최소한 10~11월이면 100% 접종을 완료할 수 있다는 게 방역 당국의 말이다. 이에 따라 활동 반경도 최소한으로 한 채 숨죽이며 코로나 종식을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다. 못 가면 더 가고 싶은 게 여행이고, 답답하고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면 여행이 최고의 처방전이다.

집콕으로 집안에서만 생활하는 게 일상이 되어 버린 느낌마저 있다. 오랜 기간의 집콕 생활로 피로감이 쌓이고 집안에서 즐기는 취미를 갖고 있는 사람은 그래도 덜 하겠지만 평소 활동적이고 취미 생활도 주로 실외에서 하는 사람들에겐 창살만 없지 감옥 생활처럼 느껴질 것이란 추측도 어렵지 않다. TV도 이런 우리들의 상황을 감안 될 수 있는 대로 대리만족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도록 프로그램을 편성해 내보내는 게 역력하다. 불행하게도 출연자가 코로나에 감염돼 자가격리에 들어갔다는 얘기를 들으면 안타깝지만 위로 격려의 마음만 보낼 뿐 어찌할 도리가 없다. 이럴 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무척 아름다운 곳에서 벌어지는 사랑 이야기가 즐거움이 되고 우울감도 해소해준다. 이 소설 『실버베이』가 안성맞춤형 책이다.

 


 

아직은 자연이 훼손되지 않아 아름답기 그지없는 호주의 작은 만, 실버베이에서 벌어지는 우리 일상 같은 이야기가 우리를 미소 짓게 한다. 넉넉한 미소와 편안한 여유를 갖고 쉽게 읽어갈 수 있는 작품이어서 '코로나 집콕'하는 독자들에게는 오랜만에 편안하고 행복한, 그리고 일상적인 미소가 온 얼굴에 퍼질 만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로맨스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저자 조조 모예스는 우리 독자들에게도 낯익은 이름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저자다. 그가 쓴 『미 비포 유』는 섬세하고 사실적인 심리 묘사로 사랑 이야기를 극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 작품으로 이미 1,500만 명의 독자를 확보한 소설가이다. 이 소설은 영화로도 제작돼 다시 한 번 큰 열풍을 일으키기도 한 작품이다. 그는 이 작품을 포함 3편의 장편소설로 우리 머릿속에 각인돼 있는 탁월한 사랑 이야깃꾼이다.

『미 비포 유』가 ‘존엄사’라는 무거운 주제를 대중성 있게 담아냈다면, 『미 비포 유』의 마지막 이야기인 『스틸 미』는 삶을 새롭게 시작하는 주인공을 통해 ‘삶의 주체성’을 다룬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이에 비해 『실버베이』 작가 특유의 쉽게 읽히는 문체와 가볍고 톡톡 튀는 대사로 이루어져 있으며, ‘환경과 개발의 대립’을 보여주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품이다. 실버베이를 지키려는 라이자와 개발을 성사시키기 위해 영국에서 온 마이크가 서로에게 다가가며 생기는 변화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삶의 키를 잡고 있는 자신의 손이 모든 것을 조정할 수는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이로써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끌고 가는 작가의 솜씨는 여전하다는 느낌이다. 사실 이 소설은 『미 비포 유』 이전에 출간된 작품이라 한다. 환경과 개발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사랑, 독자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를 곁들여 끌어나간다.

 


 

고래들의 이동경로로 쓰이는 바다를 끼고 있는 호주의 작은 만, 실버베이. 라이자는 과거의 비밀과 아픔을 묻어둔 채, 이모가 운영하는 실버베이 호텔에서 딸과 함께 조용히 살아간다. 이모의 배였던 ‘이스마엘호’를 물려받아 고래 관광 일을 하며, 관광객이 없을 땐 혼자 배를 몰고 나가 고래를 바라보는 게 유일한 낙이다. 이런 라이자에게 호텔에 장기 투숙하게 된, 영국에서 온 남자 마이크가 눈에 들어온다.

처음엔 이곳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듯한 마이크가 이상하기만 했는데 같이 고래를 보러 가고, 자신의 딸 해나와 친근하게 어울리며 점차 이곳에 동화되어 가는 그의 모습을 보며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그런데 느닷없는 실버베이의 개발 소식은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흔든다. 게다가 그 개발 계획의 중심에 마이크가 있다는 사실은 그녀에게 큰 배신감이 아닐 수 없다.

 


 

영국에서 리조트 개발을 성사시키기 위해 실버베이로 온 마이크는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실버베이 호텔’에 머물며 이 사업의 가능성을 조사하고 개발 승인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수백만 달러가 걸린 이 개발 프로젝트를 성사시킨다면 마이크의 미래는 지금보다 더 안정적일 것이 분명했다.

회색 도시, 높은 건물 안에서 계절의 변화라고는 느낄 새도 없이 살아가던 과거의 일상과 너무 다른 실버베이에서의 생활이 주는 어색함도 잠시, 그곳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동화되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굴곡 없는 삶처럼 굴곡 없는 감정으로 살아온 그에게 라이자는 처음 느껴보는 감정을 안겨준다. 이곳에 머물수록 그의 가치관은 뿌리째 흔들리고 그의 삶은 새로운 방향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캐슬린은 소녀시절에 자신이 뉴사우스웨일스에서 가장 큰 상어를 잡았던 사실을 일흔여섯의 할머니가 되었어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몇년 동안 상어 소녀로 유명했고 그 명성으로 실버베이 호탤은 유명해져서 손님들이 많았다. 실버베이 호텔을 자신이 운영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현대식으로 개조하는게 좋겠다고 했지만 캐슬린은 손님이 적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필요한 만큼 돈을 벌고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관광객들은 큰 돌고래를 보기 위해 찾아왔고 고래관광선을 타고 바다로 나가 고래를 만나게 되면 환호했다. 열한 살인 라이자의 딸 해나도 고래를 보면 환호했고 캐슬린과 라이자 그리고 고래관광선을 운영하는 지역 사람들은 아름다운 자연을 보호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고래 구경을 오는 관광객이 적으면 실버베이 호텔이 어려웠지만 오히려 관광객이 너무 많으면 바다 생물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균형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자연을 지키면서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을 원하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마이크는 회사에 입사해서 주니어 파트너로 성공하고 있었고 조만간 사장의 딸 버네사와 결혼을 앞두고 있었지만 결혼을 준비하면서 자신이 버네사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동생 모니카에게 고백한다. 타고난 모험가가 아니라 조사와 분석 그리고 준비과정을 통해 신중하게 계획하는 마이크는 자신의 성공이 버네사와는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시니어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몇 건의 일을 진행시키면 지금보다 더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에 복합레저단지 휴양 리조트 개발을 조사하면서 부지가 될 호주의 작은 만을 찾게 된 것이다.

마이크가 나타나자 사람들은 그가 관광객이라고 했지만 고급 양복을 입고 혼자서 더 좋은 호텔도 많은데 만(灣)의 제일 끝부분에 있는 낡은 실버베이를 숙소로 선택한 사실이 의아했다. 마이크가 실버베이에 도착했을 때 마침 해나의 생일파티가 열리고 있었는데 해나스 글로리라는 이름을 가진 파란색 소형 보트를 선물받은 해나는 기뻐하지만 그레그의 선물에 라이자는 화를 냈고 그런 캐슬린의 행동에 그레그는 해나를 평범하게 키우지 않으면서 가족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실버베이에 나타난 마이크를 보면서 캐슬린은 그가 자신의 호텔에 묵는 이유가 궁금하면서 조카 라이자와 사귈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캐슬린은 라이자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해나에게 좋은 아빠를 만나게 해주는 것이 좋다고 했지만 라이자는 이모의 제안을 거부하고 있었다. 캐슬린은 동생의 딸 라이자에게서 동생을 보게 되고 라이자와 해나를 통해 집안의 핏줄이 이어지는 사실을 흐뭇하게 생각한다.

 


 

라이자는 과거의 비밀로 마음을 열지 알았고 이스마엘호로 고래관광선을 운영하면서 혼자 고래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라이자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동거하던 남자의 폭력을 피해 실버베이로 왔고 해나의 동생에 대한 슬픈 기억을 간직하면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전혀 어울리지 않았던 마이크가 나타나자 그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고래관광선을 운행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아름다운 자연과 바다와 고래를 보면서 마이크는 자신이 몰랐던 세상을 보게 된다. 라이자를 통해 성공을 향해 달려가던 자신에게 진심으로 필요한 게 무엇인지도 생각한다.

과거의 아픔으로 마음을 열지 못했던 라이자와 사랑을 믿지 않았던 마이크의 사랑은 새로운 삶을 보게 하지만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실버베이를 찾았던 남자와 자연을 보존하는 것을 원하는 여자의 로맨스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몹시 궁금하다.

『미 비포 유』를 통해 안락사라는 민감한 주제와 로맨스로 마음을 울렸던 로맨스 소설의 여왕 조조 모예스의 『실버베이』는 환경과 개발에 대한 균형의 문제와 로맨스가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소설이다. 스스로 운명을 만들어나가지만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 때 믿음으로 자신을 지켜나가고 묵묵히 촤선을 다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아름답게 전해지고 개발을 위해 환경을 희생한다는 것의 의미와 그것을 지키기 위해 싸우기도 하지만 때로는 환경과 개발의 적절한 균형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알려주고 있다. 소설이 마지막으로 치달으면서 '개발과 환경'의 대립구조와 함께 균형이 중요함으로 로맨스의 앞날도 예고하는 탁월한 구성의 소설이다.

 


 

저자 : 조조 모예스

 

런던에 있는 로열 홀로웨이 대학(RHBNC)에서 공부했고, 시티 대학교에서 저널리즘을 배웠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인디펜던트」 등에서 1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한 뒤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마무리하고 전업 작가가 되었다.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로서 꾸준히 사랑받아온 그는 전 세계적으로 1,500만 부 가까이 팔린 『미 비포 유』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미 비포 유』는 동명의 영화로도 각색되어 흥행에 성공했다. 첫 책인 『SHELTERING RAIN(비를 피하기)』 이후 『원 플러스 원』 『허니문 인 파리』 『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 『더 라스트 레터』 『스틸 미』 등의 소설을 썼는데, 모든 작품이 비평가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그의 소설은 46개 국어로 번역되었고 12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전 세계에서 4,000만 부 이상 팔렸다. 최신작 『THE GIVER OF STARS』도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모으며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역자 : 김현수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번역대학원에서 문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글과 음악으로 소통하는 것이 좋아 라디오 작가로 일하기도 했고, 글밥 아카데미 출판번역과정을 수료했다. 옮긴 책으로는 『먹고 기도하고 먹어라』 『나무처럼 살아간다』 『피터래빗의 정원』 『자기만의 방』 『불을 끄는 건 나야』 『해볼 건 다 해봤고 이제 나로 삽니다』 『식수전쟁2017』 『에너지전쟁2030』 『미라클모닝』 『직장살이의 기술』 『의욕의 기술』 『혼자라도 괜찮아』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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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음학
장명재 지음 / 야스미디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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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을 만들어낼 수 없다는 것이 얼마 전까지의 지배적인 이론이었다. 지능이나 과학적 분석능력, 수리력 등에서는 인간을 앞서는 인공지능(AI)을 만들 수 있지만 창의력이나 감정을 갖는 인간과 똑같은 인조인간을 만들 수는 없다는 논리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고 인정돼 온 분위기다. 그러나 AI의 등장은 불과 수년만에 지능이 인간을 뛰어넘고, 이젠 감정도 탑재가 가능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창의력도 얼마 못 가서 인공지능에 뒤질 수 있다는 섬뜩한 얘기도 들린다.

이 같은 추세라면 인간 피부, 장기와 기능, 뇌와 신경계, DNA 등 유전요소까지 인간과 같은, 어쩌면 인간을 뛰어넘는 우월한 인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분위기다. 최근 AI가 보여준 능력은 이에 공감할 만한 일이 많이 있다. 지능과 경험, 지식과 지혜 등 인간의 능력 최고점에 달한 의학 능력도 AI가 대신하는 경우로 많이 대체되고 있다. 고도의 지식과 양심에 의해 판결하는 판사의 재판도 AI로 가능하다고 뉴스는 전한다. 이런 추세라면 이번 세기가 가기 전에 어쩌면 인공지능을 탑재한 인조인간이 탄생해 인간보다 모든 능력에 앞서는 우월한 인조인간이 탄생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스러운 말도 들린다.

 


 

상상력과 창의력의 상징인 문학 등 예술계도 아직 점령 당하지 않았지만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최근 문학계는 이른바 SF(Science Fiction) 타임슬립 소설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노래하는 음악도 마찬가지다. 작곡은 물론 성악 가수와 똑같은, 어쩌면 더 우월한 능력의 인조 가수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얼마 전 독자가 시청하던 TV 프로그램에서 뮤지컬 가수 옥주현의 가창력과 음정, 음색에 거의 비슷한 목소리 가수를 보여준 적이 있다. 당사자가 나와 있는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느 쪽이 가수가 직접 부른 노래인지 헛갈렸다. 독자도 마찬가지다. 일부러 눈을 감고 목소리로만 판단하려 했지만 도저히 분간하기 어려웠다. 물론 독자의 노래 해석 실력 부족이긴 하겠지만 얼핏 들어선 도저히 분간할 수 없었다.

우리가 노래 부르고 즐기는 것을 '음악'이라고 표기한다. 음악이라는 표기는 작곡, 음악사, 악보, 노래, 가사, 음악이론 등 모든 것을 통틀어 한 단어로 표기한다. 다른 학문처럼 '~학'으로 표시하지 않는다. 대체로 예술 분야에 이런 게 많은 듯하다. 미술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문자를 써서 그런지 문학과 영화학 등은 '학'자를 붙여도 어색하지 않다. 저자는 이 책 『음악과 음학』을 통해 '음악'과 '음학'의 다른 점을 분명히 하고 음악다운 음악을 얘기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으로 보인다.

 


 

저자 정명재는 '음악다운 음악', '음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답보다는 독자들과 함께 생각해보고 음악의 발전을 위해 더 노력하고 더 연구해야 한다는 이유에서 이 책을 썼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AI와 같은 첨단 기술의 빠른 발전과 함께 많은 부분에서 아무 준비 없이 갑작스러운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고, 음악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현재와 앞으로의 음악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저자는 이를 돕기 위하여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질문과 키워드를 중심으로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 이 책은 음악 전공자를 넘어 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해 쓴 책임을 밝힌다.

독자로서는 얄팍한 음악 지식을 넓히고 음악에 대한 흥미를 고조시키는 좋은 계기가 되는 책이란 생각이다. 저자는 "AI는 인류의 삶 속 인간의 영역이라고 당연히 생각했던 곳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한 뒤 AI 시대를 맞이하여 음악의 모든 것에 다시 생각해보고 음악을 확립해 나가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의 음악은 오랜 시간을 보내며 음학화 되었다. 음학화 되어가는 시간 동안 음악이 가지고 있었던 많은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그리고 음악이 음학화될수록 AI는 음악 속 자신의 영역을 더 확장시키고 있다. 만약 음악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의미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결국 AI는 인간에게서 음악을 빼앗아 가게 될 것이라고 우울한 전망을 내놓는다.

 


 

이 책의 구성을 살펴본다. 음악에 조에가 있는 사람들은 모두 다 아는 단어들이겠지만 음악가가 키워드를 뽑아 한 장(章)을 구성하고 음악 이야기를 끌어간 책을 처음 본 독자로서는 음악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단어들로 머릿속에 기억하기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예외 없이 모든 단어를 서평에 써본다. 지루한 독자들은 양해해 주시길 바라고 죄송한 말씀 대신한다.

1장. 삶 그리고 음악

짝사랑, 레고, 그림, MP3, 계산원, 언어 배우기, 육하원칙, 한국인의 삶과 음악, 트로트, 삶 그리고 음악, 전공과 음악, 음악이 만든 기적, 언어와 음악, 사회구조와 음악, 비움의 미학

2장. 음악다운 음악

9명의 뮤즈, 소리, 살아있음, 단절, 숨표, 쉼표, 침묵, 향신료, 저격수, 지루함, 아는 맛, 대한민국 박수, 미국음악, 춤, 춤이 상실된 음악, 디테일과 기본, 건축, 쌀밥, C형 근관

3장. 음학이 된 음악

비밥과 락, 비틀즈, 영화 인셉션, 흔들리는 기준, 오디션 프로, 루이 암스트롱, 거미줄, 손전등, 사진과 음악, 빈티지 스피커와 앰프, 조립 설명서, 코로나, 전문의, 해탈, 낚시, 노키즈존, 7080, 음악의 3요소, 임재범, 블루스, 동병상련, 퓨전음식, 보사노바

4장. 음악교육

기타튜닝, 기술 그리고 기교, 크리스마스, 테니스와 음악, 기본기와 자세, 지도자와 선수, 히딩크, 먹고사는 문제, 마스터 클래스, 티에리 앙리, 식물 기르기, 어린아이, 이발사와 미용사, 패턴, 복싱, 즉흥성, 챔피언, 스파이, 미술과 프리재즈, 야채카레, 레시피

5장. 음악의 미래

AI, 바둑기사 이세돌, 예술가, 복기

 


 

이렇게 적어보니 저자의 이 책 집필 의도가 어렴풋이 읽히고, 음악의 많은 것을 이해하고 흐름을 숙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특히 좋아하는 축구선수와 바둑기사 등의 얘기는 이해를 쉽게 도와주었고, 독자의 정확한 뜻을 수용하는 데 큰 역할을 해주었다. 몇 곳을 발췌해 여기에 적는다. 너무 긴 글은 독자가 임의로 압축해 서술한 부분도 있고, 올림말로 쓰인 어미를 예삿말로 바꾸어 표기함을 미리 밝힌다.

 

국내를 대표하는 K-pop 외에 트로트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랑받는 음악이 되었다. 사람들은 갑자기 열풍을 일으키며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트로트의 인기 비결에 궁금해한다. 쉽게 생각하면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을 넘어 트로트의 인기 비결은 인간의 삶과 음악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부분이다.

- 1장 「삶 그리고 음악」 중에서

숨표와 쉼표는 음악을 전공한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쉽게 지나치고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요소 중 하나다. 결국 이와 같은 태도로 인하여 숨표와 쉼표는 있어야 할 위치에 존재하지 않게 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과거부터 많은 음악의 대가들은 이것들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다. 우선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숨표와 쉼표를 마치 동일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 2장 「음악다운 음악」 중에서

 


 

분명히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는 클래식음악은 존재한다. 한때 지휘자 금난새의 '해설이 있는 클래식' 공연이 국내에서 큰 열풍을 일으켰던 적이 있다. 이 공연의 등장 이후로 일반 대중에게 있어 클래식음악의 호감도가 많이 좋아진 것을 볼 수 있었다. 기존에 클래식음악에 대하여 전혀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도 이 공연을 다녀온 이후 정말 재미있게 관람했다는 후기를 남겼다.

- 2장 「음악다운 음악」 중에서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 가수 임재범이 '여러분'이라는 노래를 방송에서 부른 장면은 쉽게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인상을 각인시켜 놓았다. 특히 노래 말미에 그가 울부짖듯 포효하는 장면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박혀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이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고 노래가 끝난 뒤에도 깊은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 3장 「음학이 된 음악」 중에서

2002년 히딩크 감독의 지도 아래 박지성, 이영표 등과 같은 한국 축구에 있어 실력 있는 선수들이 쏟아져 나왔다. 분명히 그동안 한국선수들이 받았던 평가를 기반으로 기술을 향상시키는 훈련만 했다면 4강이라는 결과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이는 학생이 가지고 있는 보이지 않은 장점과 단점을 명확하게 분석하고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 4장 「음악교육」 중에서

 


 

이제 AI가 악기를 연주하는 기사는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심지어 AI가 작곡했다는 음악에 대한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음악을 이론적으로만 접근해서 옳고 그름만을 판단한다면 이제 모든 음악은 AI의 몫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현재 이론보다 우선적으로 지켜가야 할 부분은 바로 예술성이다.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감정과 감성을 예술로 승화시켜 AI가 아직 가지고 있지 않은 78수(이세돌과 AI 바둑에서 이세돌이 이긴 판의 78번째 수, '신의 묘수'라고 불리운다-독자 주)가 필요한 상황이다. 인간이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예술이라는 분야는 결코 AI가 접근할 수 없는 분야로 남게 될 것이다.

- 5장 「음악의 미래」 중에서

 

저자 : 장명재

 

20대의 대부분의 시간을 영국에서 보내며 그곳에서 음악, 사진 그리고 미술등 다양한 예술문화를 경험하며 유럽의 선진 예술 문화에 눈을 뜨게 된다. 한국에 돌아와 일본을 비롯하여 여러 매스컴에 소개되는 유명한 까페를 운영하다 홀연히 뉴욕으로 재즈를 공부하러 떠났다. 그에게 있어서 영국에서의 삶이 나를 중심으로 하는 공연이었다면 뉴욕에서 그가 마주한 것은 다른 사람을 위한 음악교육이었다. 특히 재즈역사를 중심으로 대중음악을 연구하면서 “음악과 음학”외에도 다양한 책을 집필중에 있으며, 현재는 영국 미국 일본을 왕래하며 한국에서는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재즈공연 및 좋은 연주자들과 함께 하는 마스터 클래스를 준비중에 있으며, 저서로는 “기초가 연주하게 한다” “상식으로 읽는 대중음악” “루이 암스트롱 연주곡 모음집”이 있다. LONDON CENTRE OF CONTEMPORARY MUSIC COLLEGE 실용음악 졸업, NEW YORK QUEENS COLLEGE 재즈 연주 졸업, 현재 목원대학교에서 대중음악의 이해를 가르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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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바꾸는 5가지 법칙
김종원 지음 / 토네이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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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본바탕이 어디 가겠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말이다. 우리 일상은 지금 상태에 큰 충격이나 변화 없이 평안하기를 원한다. 큰 충격이나 변화가 일어나기를 바라는 사람은 현재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한, 그러면서 스스로 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일 뿐이다.

인간은 원래 현 상태에 만족하면 더 이상의 변화를 원치 않는 본성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사회는 개인이 끊임없이 더 나아지기를 요구한다. 경쟁 사회의 속성이다. 이 때문에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은 도태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독자도 우리 사회 조직이 경쟁 시스템으로 구조화됐고, 유기적 연결 관계를 갖고 발전해 나간다는 데 동의한다. 문제는 '전제'에 있다. 끊임없는 경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과 현재에 안주하고 싶다는 본성이 서로 위배된다는 데 공감하고 있지만 인류 사회의 구조를 단번에 바꿀 힘을 그 누구도 갖고 있지 않다.

경쟁 속에서 매일 매일 힘겨운 사투를 벌이면서 인간은 일상을 유지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그것이 인간의 삶이다. 때문에 조금씩이라도 더 나아지는 내일을 기대하며 오늘을 아낌없이 투자하고 온 힘을 기울여 자신을 단련시킨다.

 


 

‘무엇이 어제와 다른 삶을 살게 하는가?’라는 강렬한 질문에서 시작하는 이 책 『인간을 바꾸는 5가지 법칙』은 삶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로 ‘사는 환경, 만나는 사람, 시간을 쓰는 방식, 언어를 대하는 태도, 생각하는 방법’을 꼽고 있다. 이 책은 김종원 작가가 ‘끊임없는 노력과 좋은 습관 만들기’라는 기존의 자기계발서 틀에서 벗어나 ‘5가지 요소로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법’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출간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일상의 변화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마치 집에 설치한 오래된 수도배관을 통째로 드러내 다시 설치하는 일과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게 귀찮거나 돈이 많이 든다고 해서 물이 새는 수도관을 뜯어내고 다시 설치하지 않는다면, 결국 새어 나온 물에 지반이 약해져 집이 무너질 것이다. 늘 똑같은 삶에서 벗어나 내 안에 최고의 모습을 깨우는 법을 담은 책 『인간을 바꾸는 5가지 방법』과 함께라면, 지독한 무기력함에서 새롭게 도약하는 삶으로 전환하는 일이 결코 기적이 아님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독자는 믿는다.

 


 

책을 시작하면서 저자는 묻는다. 무슨 일을 시도해도 언제나 성공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 아니면 노력한 시간에만 의미를 두고 계속 실패하는 삶을 살고 싶은가?

세상에는 두 종류의 변화가 있다.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반드시 지성이 뒤를 따라야 할 수 있는 변화가 있다. 우리가 자신을 바꾸려는 모든 시도에서 자꾸만 실패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의지는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지성은 자신을 쉽게 허락하지 않아 가진 사람이 적다.

세상에는 의지 하나로만 이룰 수 있는 변화는 거의 없다. 또한 운이 좋아 그런 결과를 낼 수 있다고 해도 의지로 어렵게 이룬 변화는 더 의지가 강한 사람에 의해 빼앗기게 된다. 그러나 ‘지성이 이끄는 의지’로 이룬 변화는 자신만의 것이라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는다. 세상에는 지속적으로 자신이 머무는 공간을 옮기면서도 언제나 뭐든 잘해내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변화를 위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늘 성공하며 승승장구한다. ‘행복한 변화주의자’인 이들은 언제 어디서든 행복하게 자신이 스스로 변화를 주도하며 산다. 그들은 조직 안에 있지만 조직을 넘어서서 자신의 경력을 발전시키며, 한 공간에 존재하지만 유연한 사고와 적응력을 통해 다른 공간에서도 주인으로 살고 있다. 그렇다면 행복한 변화주의자들이 가진 ‘지성이 이끄는 의지’는 무엇이고, 그들이 삶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강력한 무기는 무엇인가?

 


 

책에 따르면 우리는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모호한 부분을 사라지게 해야 한다. 스스로 시작한 변화에 모호한 것이 남아 있다면 그것을 제대로 주도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드시 ‘나는 왜 변화를 결심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한 줄로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 한 줄이 선명해질 때까지 이유를 다듬고 또 다듬어야 한다. 이 명확한 이유가 ‘지성이 이끄는 의지’를 장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에서는 김종원 작가가 20년 넘게 인문학을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발견한 ‘인간의 본성까지 변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요소 5가지(환경, 사람, 시간, 언어, 생각)’을 소개한다. 그리고 이를 체계화하여 ‘좋은 감정이 머무는 공간을 확보하라, 시간이 나를 쓰게 하지 마라, 자신의 언어를 발견하고 장악하라, 원하는 미래를 말하라, 최고의 예술 작품을 감상하라’ 등 현실에서 즉각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특히 변화를 ‘시작하는 방법’과 ‘지속하는 방법’을 수록하여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책에서 소개한 방법들이 완전히 내 삶의 일부가 되도록 구성했다.

불공평한 세상에서 저울이 공평해지는 순간은 오직 ‘변화를 선택한 순간’뿐이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지금 삶이 마음에 들지 않는가? 불가능한 목표를 이루고 싶은가? 더 높은 차원의 삶을 살고 싶은가? 저자의 질문에 답하는 방법을 찾는 독자들에게는 이 책이 놀라운 해답과 돌파구를 제공할 것이다.

 


 

저자는 그동안 『하루 한마디 인문학 질문의 기적』,『인문학적 성장을 위한 8개의 질문』,『아이를 위한 하루 한 줄 인문학』 등 폭넓은 연령층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으며 발표한 책을 모두 베스트셀러에 올린 최고의 인문학 작가로 떠올랐다. 이젠 인문학적 자기계발 분야의 최고 전문가의 입지를 굳힌 상태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의 저서들의 면면을 살펴본 독자라면 쉽게 알지만 그는 사회에서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인간으로서의 삶을 지속하기 위한 자신을 단련시키는 방법에 주력해왔다. 그의 저서는 당연히 자기계발서가 되었고 인문학적 바탕 위에서 방안을 제시하고, 과정을 제안함으로써 강한 설득력을 확보했다. 이는 그의 주장대로 사는 삶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호소력을 가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번 출간한 책에서도 앞에서 언급한 5가지 요소(환경, 사람, 시간, 언어, 생각)로 분류하고 각 부문에서 스스로 어떤 과정을 거쳐 결과에 도달하는 데 가장 좋은가를 독자들과 함께 의견을 나누며, 저자 자신의 주장을 내놓음으로써 독자들에게 자기계발의 의욕과 필요성, 그리고 어떻게 목표를 이룰 것인가에 상세한 설명과 사례를 곁들여 설명해 공감을 얻고 있다. 그것은 저자가 오랜 공부와 경험, 연구와 사색 등 '더 나은 삶'에 천착함으로써 얻어낸 통찰력과 지혜를 쏟아냈기 때문이라고 독자는 확신한다.

 


 

내가 성장을 위해서 분명한 자기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면 자영업자는 “그건 하루 일과가 분명히 정해진 직장인이나 가능하죠”라고 말하고, 직장인들은 “그건 하루 일과가 자유로운 자영업자나 가능하죠”라고 말하며 자신이 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언제나 그렇다.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100명을 모아도 일상이라는 돌을 움직이지 못한다. 그래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한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며, 생산적 시간관리는 “어떻게 하면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어떤 위대한 신도 스스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손은 잡아줄 수 없다.

- p.180, 「법칙 3 어제와 시간을 다르게 써라: 시간을 성장에 연결하는 7가지 태도」 중에서

 

이런 질문을 해본 적이 있나? “출발선은 누가 정하는 건가?” 나는 세상에 정해진 출발선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과 반대로 뛸 수도 있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경기장을 찾아가면 된다. 아니, 굳이 경기장에서 뛸 필요도 없다.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면 방법이 생긴다.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라. 불리하다고 생각하지 말자. 그것은 다른 곳에 내게 유리한 위치가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 그만 울고, 유리한 곳을 찾아라.

- p.225, 「법칙 4 어떤 순간에도 말의 품격을 잃지 마라 : 원하는 미래를 말하라」 중에서

 


 

저자는 다섯 가지를 일일이 설명하고 주석을 달아 정리해주면서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주의할 점을 잊지 않는다. 한마디로 '더 나은 삶은' 단순한 노력, 결심, 계획 등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으며, 설령 운이 있어 한 번쯤 기회를 얻었더라도 겸손한 태도로 꾸준히 지속해야 한다는 점을 각인시킨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 정도는 잘나갈 때가 온다. 그것은 그의 재능과 운이 만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진짜 실력은 그렇게 나타난 현상을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행운으로 끝내지 않고, 죽는 날까지 일정한 속도로 성장하게 만든다. 매일 무언가를 반복한다는 것은 스스로 자기 운을 키우는 일이다."

- p.285, 「지속하려면 혼자 보내는 시간의 힘을 믿어라 : 큰 그릇은 오래 빚어야 한다」 중에서

 

저자 : 김종원

 

수많은 독자가 신뢰하고 따르는 인문 교육 전문가. 인문학 고전을 공부하며 깨달은 지식을 독자들이 맞닥뜨리는 고민에 적용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옮기는 데 정평이 나 있다. 세상의 틀을 바꾼 세기의 천재들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모두 사색가라는 점을 깨달았다. 그들의 경쟁력은 생각의 깊이에 있었고, 그것은 사색에서 비롯되었다. 사색이 깊어지고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성장하는 속도도 달라진다. 저자는 그들처럼 살아가기 위해 오랜 세월 치열하게 사색하며 연구했다.

대표작으로는 인문 교육의 멘토가 되어준 『아이를 위한 하루 한 줄 인문학』 시리즈를 포함해 『인문학적 성장을 위한 8개의 질문』, 『문해력 공부』, 『하루 한마디 인문학 질문의 기적』, 『부모 인문학 수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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