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선생
곽정식 지음 / 자연경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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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중년의 나이쯤 되신 분들에겐 여름방학 숙제로 '곤충채집' 제출을 기억할 것이다. 그때는 귀찮은 숙제였지만 '관찰력'을 기르는 과제였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중학교 올라가 중3 영어 교과서에 각종 무기에 관한 내용이 실려 있었는데 굉장히 신기했다. 예를 들어 헬리콥터가 잠자리를 본떠서 만들었다는 것과 박쥐의 음파탐지 능력을 활용해 물속 잠수함을 찾아내는 능력과 레이더 등이 대표적 예로 들었다. 흥미로웠고 열심히 배워 지금도 기억에 생생할 정도로 인상적인 내용이었다. 군사 무기로 사용한 것은 대부분 곤충이나 작은 동물들의 특별한 기능에서 영감을 받은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관찰력은 과학의 첫걸음이라고 했나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어렸을 때 곤충채집은 더운 날 들에 나가 나비, 잠자리, 풀벌레(방아개비, 여치, 메뚜기 등)가 대부분이었다. 과제물 내놓을 때 잘된 것은 교실 뒤에 붙여놓고 교육을 시킬 정도로 화제거리의 숙제였다. 또 지방 대도시에 살았던 독자지만 인근 야산에는 이런 곤충이나 풀벌레는 굉장히 많아서 반나절이면 '면피'할 정도의 곤충을 쉽게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 언제부터인지 곤충채집 숙제는 없어졌다고 들었다. 생물을 잡아 표본을 만든다는 것은 교육상 오히려 안 좋다는 판단이었다고 들은 바 있다.

 


 

그때 가장 큰 적은 '벌'이었다. 자칫 쏘이면 족히 며칠 고생을 했기 때문이다. 꽃 근처에 가면 늘 주위를 맴도는 벌들이 있었다. 그래서 꽃이 있는 곳을 피해 풀이 많은 곳으로 가서 곤충채집을 했던 기억도 지금은 아름다운 추억 중의 하나로 남아 있다. 학교의 과제와는 달리 개미들이 유독 많았고(지금에 비해) 개미들은 작은 재미를 주었다. 유리병에 흙을 담아 개미 몇 마리 잡아 놓으면 어김없이 굴을 파고 들어가 자신들의 집을 짓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신기하고 기특해 재미 있게 관찰했던 기억도 있다.

매미는 우렁찬 울음소리에 비해 잡기는 조금 까다로운 편이었다. 조심조심 매미 울음소리 들리는 곳으로 가면 대개 매미를 발견할 수 있었지만 잡기는 어려웠다. 너무 높은 곳에 있어 장대를 포충망을 달아 높이 올려도 닿지 않은 곳에 있었다. 간혹 나무로 기어올라가 잡을라치면 인기척을 느끼면 재빠르게 날아가버린 경험도 여러 번 있었다. 서울로 이사 온 이후로는 곤충에 대한 기억도 없고 관심도 잃어버려 더 이상의 친근감을 가질 수 없었다. 그러니 지금 기억 속에 곤충은 수십년 전으로만 남아 있다. 고향의 아늑함과 고향 친구들과의 도타운 정도 기억과 함께 모두 묻힌 것이다.

 


 

이 책 『충선생』의 저자 곽정식은 곤충학자는 아니지만 곤충에 대단한 애정이 있었던 것 같다. 자신의 직업과는 별 상관 없는 일인데 곤충에 매료된 것 같다. 곤충학자로 유명한 파브르와 같은 관심과 애정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머리말」에 따르면 이 책을 쓰는 데 제법 시간이 걸렸지만 지치지 않게 쓸 수 있었던 것은 어린 시절의 생태계에 대한 아련한 추억 때문이다. 아련한 추억의 조각들은 벌레들에 대하여 '잘 안다'라는 과도한 자심감을 느끼게 했다. 사실 그 자신감으로 책을 쓰기로 결심했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저자는 여기서 포기하면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을 것 같아 일단 쓰기로 결심한 후 자료를 차근차근 모았다고 술회한다. 그 어렵고 지난한 과정에서 곤충과 벌레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깨우쳤다고 말한다. 그는 이렇게 표현한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스승이 되었다."

이 책의 제목에 '선생'이란 단어가 추가된 이유다. 한참 책을 써 나가던 2019년 초 '어떻게 해야 곤충에 대한 좋은 정보를 잘 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에 빠져 애태우다 문득 중국 곤명시(昆明市)가 떠올랐다고 한다. 이후 중국 곤명시에 있는 '자원곤충연구소'에 전화해 "우리 동양철학과 곤충에 대한 해석론을 널리 전파하고자 한다"고 설득해 그곳을 방문해 중국 연구원들과 이것저것 많은 의견을 나누었다. 특히 진드기와 나비를 연구하는 Chen Hang(?航) 박사에게 많은 의견을 들었다. 책을 써 나가다 보니 단순히 자연과학적 묘사보다는 동양의 문화인류학적 내용까지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 이 책의 발간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밝힌다.

 


 

저자가 곤충과 벌레들에게서 배운 것은 어떤 것이고 관찰하고 연구하고 자료를 보충한 것들은 어떤 것일까. 저자의 표현대로 단순한 자연과학적 묘사를 넘어 문화인류학적으로 확대해 나간다. 예컨대, "한여름이 되었음을 알리는 곤충중에 매미(?)를 빼놓수가 없다. 매미는 곤충들 중에서도 몸집이 크고 볼륨감이 있어 어릴때 방학숙제인 곤충 채집에서 귀하신 몸으로 대우를 받았다. 참매미는 온도가 섭씨 23도 이상일때 울고 시작하고 말매미는 섭씨 27도부터 운다. 낮에는 도시가 시골보다 덥고 말매미는 도시의 소음을 이길 정도의큰 소리로 울어야하기 때문에, 시골 매미보다 도시매미가 더 크게 운다는 말이 맞다. 매미의 울음소리는 구애를 위해서이기 때문에 수컷만 운다. 암컷 매미는 울지 않는다. 수컷 매미는 옆구리 근육을 비벼서 내는 소리를 배 속의 빈 공명실로 보내 소리를 증폭시킨다. 매미 알들은 나무껍질 속에서 일년을 지내고 부화하여 유충이 되면 스스로 나무에서 떨어져 나무뿌리 수액을 빨아먹으며 5년간 네번의 허물을 벗고 성충이 된다. 그리고 6~7년만에 나무 위로 다시 올라가 우화와 탈피를 거쳐 비로서 매미가 된다.

매미의 탈피를 의인화 하여 매미가 허물을 벗는다는 뜻의 금선탈각(金???)은 유방이 항우에게 포위되었을때 부하가 유방으로 변장하고 대신 잡히고 그 틈을 타고 유방이 무사히 도망갔다는 고사에서 유래하였다.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게되면 매미 소리가 잡자기 뚝 끊긴다. 매미는 조금만 한기를 느껴도 울지 못하고 힘을 잃는다. 가을 매미를 한선(寒?)이라고 하는데 찬바람을 맞은 매미처럼 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않는 것을 금약한선(?若寒?) 이라고 한다.

'매미는 머리의 파인 줄이 선비의 갓끈과 비슷하니 지혜를 갖추었고, 이슬이나 나무의 수액을 먹고 사니 맑으며, 농부가 지은 곡식을 축내지 않는 염치가 있고, 다른 곤충과 달리 집이 없으니 검소함이 있다. 여기에 때를 봐서 떠날 줄 아는 신의의 덕까지 가지고 있다' 이것을 매미의 오덕(다섯가지 덕목)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 책을 5개의 장으로 나눠 각 장에 해당하는 곤충과 파충류 등을 다루면서 특이점이나 생명 유지 방법 등 생태 기능적 특징은 물론 신체적 특징의 인문학적 해석으로 자연과학을 이용한 우리 생활에 많은 필요한 많은 연구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Part 1. 가까이 있는 충선생

잠자리, 매미, 꿀벌, 나비, 귀뚜라미, 반딧불

Part 2. 멀어져 가는 충선생

쇠똥구리, 사마귀, 땅강아지, 방아깨비

Part 3. 지상에 사는 충선생

개미, 거미, 지네

Part 4. 해충으로만 알려진 충선생

모기, 파리, 바퀴, 메뚜기

Part 5. 곤충이 아닌 충선생

개구리, 두꺼비, 지렁이, 뱀

 


 

저자는 이 책 마지막 부분 「맺는말」을 통해 발간 취지는 물론 '충선생' 예찬을 다시 되풀이해 강조한다.

"앎은 크지만 깨우침은 적은 세상에 살고 있다. 물론 알아야 한다. 우리의 앎이 단순한 지식의 확대로 끝난다면 그것은 허무한 이야기이다. 인간의 앎과 소유에 대한 욕망 그리고 그것들에 대한 권태로 물질문명의 발전을 이루었다. 물질문명이 발전할수록 동(動)의 시간이 늘어나면서 소박한 정(靜)의 시간은 줄어들어만 간다."

 

저자 : 곽정식

 

가장 가난하지만 풍요로웠던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저자(1957년)는 시간(時間), 공간(空間), 인간(人間)에 대한 감수성이 풍부하다. 대학에서는 정치학과 경영학을 공부하였고 기업에서 35년을 근무하면서 기업윤리, 기업의 사회적 책임, 해외 업무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였다. 그 외에도 스위스 제네바 소재 UN과 지방정부에서도 수년간 근무하였다. 주요 저술로는《THE GLOBAL STEEL SCRAP》(1997), 《생존과 자존》(2013), 《KOREAN INSIGHTS》(2018)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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