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음학
장명재 지음 / 야스미디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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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을 만들어낼 수 없다는 것이 얼마 전까지의 지배적인 이론이었다. 지능이나 과학적 분석능력, 수리력 등에서는 인간을 앞서는 인공지능(AI)을 만들 수 있지만 창의력이나 감정을 갖는 인간과 똑같은 인조인간을 만들 수는 없다는 논리다. 그리고 그것은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고 인정돼 온 분위기다. 그러나 AI의 등장은 불과 수년만에 지능이 인간을 뛰어넘고, 이젠 감정도 탑재가 가능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창의력도 얼마 못 가서 인공지능에 뒤질 수 있다는 섬뜩한 얘기도 들린다.

이 같은 추세라면 인간 피부, 장기와 기능, 뇌와 신경계, DNA 등 유전요소까지 인간과 같은, 어쩌면 인간을 뛰어넘는 우월한 인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분위기다. 최근 AI가 보여준 능력은 이에 공감할 만한 일이 많이 있다. 지능과 경험, 지식과 지혜 등 인간의 능력 최고점에 달한 의학 능력도 AI가 대신하는 경우로 많이 대체되고 있다. 고도의 지식과 양심에 의해 판결하는 판사의 재판도 AI로 가능하다고 뉴스는 전한다. 이런 추세라면 이번 세기가 가기 전에 어쩌면 인공지능을 탑재한 인조인간이 탄생해 인간보다 모든 능력에 앞서는 우월한 인조인간이 탄생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스러운 말도 들린다.

 


 

상상력과 창의력의 상징인 문학 등 예술계도 아직 점령 당하지 않았지만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최근 문학계는 이른바 SF(Science Fiction) 타임슬립 소설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노래하는 음악도 마찬가지다. 작곡은 물론 성악 가수와 똑같은, 어쩌면 더 우월한 능력의 인조 가수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얼마 전 독자가 시청하던 TV 프로그램에서 뮤지컬 가수 옥주현의 가창력과 음정, 음색에 거의 비슷한 목소리 가수를 보여준 적이 있다. 당사자가 나와 있는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느 쪽이 가수가 직접 부른 노래인지 헛갈렸다. 독자도 마찬가지다. 일부러 눈을 감고 목소리로만 판단하려 했지만 도저히 분간하기 어려웠다. 물론 독자의 노래 해석 실력 부족이긴 하겠지만 얼핏 들어선 도저히 분간할 수 없었다.

우리가 노래 부르고 즐기는 것을 '음악'이라고 표기한다. 음악이라는 표기는 작곡, 음악사, 악보, 노래, 가사, 음악이론 등 모든 것을 통틀어 한 단어로 표기한다. 다른 학문처럼 '~학'으로 표시하지 않는다. 대체로 예술 분야에 이런 게 많은 듯하다. 미술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문자를 써서 그런지 문학과 영화학 등은 '학'자를 붙여도 어색하지 않다. 저자는 이 책 『음악과 음학』을 통해 '음악'과 '음학'의 다른 점을 분명히 하고 음악다운 음악을 얘기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으로 보인다.

 


 

저자 정명재는 '음악다운 음악', '음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답보다는 독자들과 함께 생각해보고 음악의 발전을 위해 더 노력하고 더 연구해야 한다는 이유에서 이 책을 썼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AI와 같은 첨단 기술의 빠른 발전과 함께 많은 부분에서 아무 준비 없이 갑작스러운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고, 음악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현재와 앞으로의 음악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저자는 이를 돕기 위하여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질문과 키워드를 중심으로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 이 책은 음악 전공자를 넘어 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해 쓴 책임을 밝힌다.

독자로서는 얄팍한 음악 지식을 넓히고 음악에 대한 흥미를 고조시키는 좋은 계기가 되는 책이란 생각이다. 저자는 "AI는 인류의 삶 속 인간의 영역이라고 당연히 생각했던 곳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한 뒤 AI 시대를 맞이하여 음악의 모든 것에 다시 생각해보고 음악을 확립해 나가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의 음악은 오랜 시간을 보내며 음학화 되었다. 음학화 되어가는 시간 동안 음악이 가지고 있었던 많은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그리고 음악이 음학화될수록 AI는 음악 속 자신의 영역을 더 확장시키고 있다. 만약 음악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의미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결국 AI는 인간에게서 음악을 빼앗아 가게 될 것이라고 우울한 전망을 내놓는다.

 


 

이 책의 구성을 살펴본다. 음악에 조에가 있는 사람들은 모두 다 아는 단어들이겠지만 음악가가 키워드를 뽑아 한 장(章)을 구성하고 음악 이야기를 끌어간 책을 처음 본 독자로서는 음악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단어들로 머릿속에 기억하기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예외 없이 모든 단어를 서평에 써본다. 지루한 독자들은 양해해 주시길 바라고 죄송한 말씀 대신한다.

1장. 삶 그리고 음악

짝사랑, 레고, 그림, MP3, 계산원, 언어 배우기, 육하원칙, 한국인의 삶과 음악, 트로트, 삶 그리고 음악, 전공과 음악, 음악이 만든 기적, 언어와 음악, 사회구조와 음악, 비움의 미학

2장. 음악다운 음악

9명의 뮤즈, 소리, 살아있음, 단절, 숨표, 쉼표, 침묵, 향신료, 저격수, 지루함, 아는 맛, 대한민국 박수, 미국음악, 춤, 춤이 상실된 음악, 디테일과 기본, 건축, 쌀밥, C형 근관

3장. 음학이 된 음악

비밥과 락, 비틀즈, 영화 인셉션, 흔들리는 기준, 오디션 프로, 루이 암스트롱, 거미줄, 손전등, 사진과 음악, 빈티지 스피커와 앰프, 조립 설명서, 코로나, 전문의, 해탈, 낚시, 노키즈존, 7080, 음악의 3요소, 임재범, 블루스, 동병상련, 퓨전음식, 보사노바

4장. 음악교육

기타튜닝, 기술 그리고 기교, 크리스마스, 테니스와 음악, 기본기와 자세, 지도자와 선수, 히딩크, 먹고사는 문제, 마스터 클래스, 티에리 앙리, 식물 기르기, 어린아이, 이발사와 미용사, 패턴, 복싱, 즉흥성, 챔피언, 스파이, 미술과 프리재즈, 야채카레, 레시피

5장. 음악의 미래

AI, 바둑기사 이세돌, 예술가, 복기

 


 

이렇게 적어보니 저자의 이 책 집필 의도가 어렴풋이 읽히고, 음악의 많은 것을 이해하고 흐름을 숙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특히 좋아하는 축구선수와 바둑기사 등의 얘기는 이해를 쉽게 도와주었고, 독자의 정확한 뜻을 수용하는 데 큰 역할을 해주었다. 몇 곳을 발췌해 여기에 적는다. 너무 긴 글은 독자가 임의로 압축해 서술한 부분도 있고, 올림말로 쓰인 어미를 예삿말로 바꾸어 표기함을 미리 밝힌다.

 

국내를 대표하는 K-pop 외에 트로트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랑받는 음악이 되었다. 사람들은 갑자기 열풍을 일으키며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트로트의 인기 비결에 궁금해한다. 쉽게 생각하면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을 넘어 트로트의 인기 비결은 인간의 삶과 음악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부분이다.

- 1장 「삶 그리고 음악」 중에서

숨표와 쉼표는 음악을 전공한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쉽게 지나치고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요소 중 하나다. 결국 이와 같은 태도로 인하여 숨표와 쉼표는 있어야 할 위치에 존재하지 않게 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과거부터 많은 음악의 대가들은 이것들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다. 우선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숨표와 쉼표를 마치 동일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 2장 「음악다운 음악」 중에서

 


 

분명히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는 클래식음악은 존재한다. 한때 지휘자 금난새의 '해설이 있는 클래식' 공연이 국내에서 큰 열풍을 일으켰던 적이 있다. 이 공연의 등장 이후로 일반 대중에게 있어 클래식음악의 호감도가 많이 좋아진 것을 볼 수 있었다. 기존에 클래식음악에 대하여 전혀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도 이 공연을 다녀온 이후 정말 재미있게 관람했다는 후기를 남겼다.

- 2장 「음악다운 음악」 중에서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 가수 임재범이 '여러분'이라는 노래를 방송에서 부른 장면은 쉽게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인상을 각인시켜 놓았다. 특히 노래 말미에 그가 울부짖듯 포효하는 장면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박혀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이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고 노래가 끝난 뒤에도 깊은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 3장 「음학이 된 음악」 중에서

2002년 히딩크 감독의 지도 아래 박지성, 이영표 등과 같은 한국 축구에 있어 실력 있는 선수들이 쏟아져 나왔다. 분명히 그동안 한국선수들이 받았던 평가를 기반으로 기술을 향상시키는 훈련만 했다면 4강이라는 결과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이는 학생이 가지고 있는 보이지 않은 장점과 단점을 명확하게 분석하고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 4장 「음악교육」 중에서

 


 

이제 AI가 악기를 연주하는 기사는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심지어 AI가 작곡했다는 음악에 대한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음악을 이론적으로만 접근해서 옳고 그름만을 판단한다면 이제 모든 음악은 AI의 몫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현재 이론보다 우선적으로 지켜가야 할 부분은 바로 예술성이다.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감정과 감성을 예술로 승화시켜 AI가 아직 가지고 있지 않은 78수(이세돌과 AI 바둑에서 이세돌이 이긴 판의 78번째 수, '신의 묘수'라고 불리운다-독자 주)가 필요한 상황이다. 인간이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예술이라는 분야는 결코 AI가 접근할 수 없는 분야로 남게 될 것이다.

- 5장 「음악의 미래」 중에서

 

저자 : 장명재

 

20대의 대부분의 시간을 영국에서 보내며 그곳에서 음악, 사진 그리고 미술등 다양한 예술문화를 경험하며 유럽의 선진 예술 문화에 눈을 뜨게 된다. 한국에 돌아와 일본을 비롯하여 여러 매스컴에 소개되는 유명한 까페를 운영하다 홀연히 뉴욕으로 재즈를 공부하러 떠났다. 그에게 있어서 영국에서의 삶이 나를 중심으로 하는 공연이었다면 뉴욕에서 그가 마주한 것은 다른 사람을 위한 음악교육이었다. 특히 재즈역사를 중심으로 대중음악을 연구하면서 “음악과 음학”외에도 다양한 책을 집필중에 있으며, 현재는 영국 미국 일본을 왕래하며 한국에서는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재즈공연 및 좋은 연주자들과 함께 하는 마스터 클래스를 준비중에 있으며, 저서로는 “기초가 연주하게 한다” “상식으로 읽는 대중음악” “루이 암스트롱 연주곡 모음집”이 있다. LONDON CENTRE OF CONTEMPORARY MUSIC COLLEGE 실용음악 졸업, NEW YORK QUEENS COLLEGE 재즈 연주 졸업, 현재 목원대학교에서 대중음악의 이해를 가르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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