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베이
조조 모예스 지음, 김현수 옮김 / 살림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일상을 빼앗긴 채 1년 여를 코로나와 싸우고 있다. 전 세계적인 일이라 지구촌 어디든 쉽게 갈 수도, 올 수도 없이 가능한한 활동을 줄이고 먹고 사는 데만 신경 쓰고 있다. 국내에서도 봄이라고 하지만 예전 같으면 앞다퉈 열리고 있을 각종 축제를 취소한 채 코로나 방역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백신이 접종되기 시작했고, 빠르고 느린 차이는 있지만 우리 나라의 경우 최소한 10~11월이면 100% 접종을 완료할 수 있다는 게 방역 당국의 말이다. 이에 따라 활동 반경도 최소한으로 한 채 숨죽이며 코로나 종식을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다. 못 가면 더 가고 싶은 게 여행이고, 답답하고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면 여행이 최고의 처방전이다.

집콕으로 집안에서만 생활하는 게 일상이 되어 버린 느낌마저 있다. 오랜 기간의 집콕 생활로 피로감이 쌓이고 집안에서 즐기는 취미를 갖고 있는 사람은 그래도 덜 하겠지만 평소 활동적이고 취미 생활도 주로 실외에서 하는 사람들에겐 창살만 없지 감옥 생활처럼 느껴질 것이란 추측도 어렵지 않다. TV도 이런 우리들의 상황을 감안 될 수 있는 대로 대리만족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도록 프로그램을 편성해 내보내는 게 역력하다. 불행하게도 출연자가 코로나에 감염돼 자가격리에 들어갔다는 얘기를 들으면 안타깝지만 위로 격려의 마음만 보낼 뿐 어찌할 도리가 없다. 이럴 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무척 아름다운 곳에서 벌어지는 사랑 이야기가 즐거움이 되고 우울감도 해소해준다. 이 소설 『실버베이』가 안성맞춤형 책이다.

 


 

아직은 자연이 훼손되지 않아 아름답기 그지없는 호주의 작은 만, 실버베이에서 벌어지는 우리 일상 같은 이야기가 우리를 미소 짓게 한다. 넉넉한 미소와 편안한 여유를 갖고 쉽게 읽어갈 수 있는 작품이어서 '코로나 집콕'하는 독자들에게는 오랜만에 편안하고 행복한, 그리고 일상적인 미소가 온 얼굴에 퍼질 만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로맨스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저자 조조 모예스는 우리 독자들에게도 낯익은 이름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저자다. 그가 쓴 『미 비포 유』는 섬세하고 사실적인 심리 묘사로 사랑 이야기를 극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 작품으로 이미 1,500만 명의 독자를 확보한 소설가이다. 이 소설은 영화로도 제작돼 다시 한 번 큰 열풍을 일으키기도 한 작품이다. 그는 이 작품을 포함 3편의 장편소설로 우리 머릿속에 각인돼 있는 탁월한 사랑 이야깃꾼이다.

『미 비포 유』가 ‘존엄사’라는 무거운 주제를 대중성 있게 담아냈다면, 『미 비포 유』의 마지막 이야기인 『스틸 미』는 삶을 새롭게 시작하는 주인공을 통해 ‘삶의 주체성’을 다룬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이에 비해 『실버베이』 작가 특유의 쉽게 읽히는 문체와 가볍고 톡톡 튀는 대사로 이루어져 있으며, ‘환경과 개발의 대립’을 보여주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품이다. 실버베이를 지키려는 라이자와 개발을 성사시키기 위해 영국에서 온 마이크가 서로에게 다가가며 생기는 변화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삶의 키를 잡고 있는 자신의 손이 모든 것을 조정할 수는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이로써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끌고 가는 작가의 솜씨는 여전하다는 느낌이다. 사실 이 소설은 『미 비포 유』 이전에 출간된 작품이라 한다. 환경과 개발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사랑, 독자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를 곁들여 끌어나간다.

 


 

고래들의 이동경로로 쓰이는 바다를 끼고 있는 호주의 작은 만, 실버베이. 라이자는 과거의 비밀과 아픔을 묻어둔 채, 이모가 운영하는 실버베이 호텔에서 딸과 함께 조용히 살아간다. 이모의 배였던 ‘이스마엘호’를 물려받아 고래 관광 일을 하며, 관광객이 없을 땐 혼자 배를 몰고 나가 고래를 바라보는 게 유일한 낙이다. 이런 라이자에게 호텔에 장기 투숙하게 된, 영국에서 온 남자 마이크가 눈에 들어온다.

처음엔 이곳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듯한 마이크가 이상하기만 했는데 같이 고래를 보러 가고, 자신의 딸 해나와 친근하게 어울리며 점차 이곳에 동화되어 가는 그의 모습을 보며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그런데 느닷없는 실버베이의 개발 소식은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흔든다. 게다가 그 개발 계획의 중심에 마이크가 있다는 사실은 그녀에게 큰 배신감이 아닐 수 없다.

 


 

영국에서 리조트 개발을 성사시키기 위해 실버베이로 온 마이크는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실버베이 호텔’에 머물며 이 사업의 가능성을 조사하고 개발 승인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수백만 달러가 걸린 이 개발 프로젝트를 성사시킨다면 마이크의 미래는 지금보다 더 안정적일 것이 분명했다.

회색 도시, 높은 건물 안에서 계절의 변화라고는 느낄 새도 없이 살아가던 과거의 일상과 너무 다른 실버베이에서의 생활이 주는 어색함도 잠시, 그곳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동화되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굴곡 없는 삶처럼 굴곡 없는 감정으로 살아온 그에게 라이자는 처음 느껴보는 감정을 안겨준다. 이곳에 머물수록 그의 가치관은 뿌리째 흔들리고 그의 삶은 새로운 방향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캐슬린은 소녀시절에 자신이 뉴사우스웨일스에서 가장 큰 상어를 잡았던 사실을 일흔여섯의 할머니가 되었어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몇년 동안 상어 소녀로 유명했고 그 명성으로 실버베이 호탤은 유명해져서 손님들이 많았다. 실버베이 호텔을 자신이 운영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현대식으로 개조하는게 좋겠다고 했지만 캐슬린은 손님이 적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필요한 만큼 돈을 벌고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관광객들은 큰 돌고래를 보기 위해 찾아왔고 고래관광선을 타고 바다로 나가 고래를 만나게 되면 환호했다. 열한 살인 라이자의 딸 해나도 고래를 보면 환호했고 캐슬린과 라이자 그리고 고래관광선을 운영하는 지역 사람들은 아름다운 자연을 보호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고래 구경을 오는 관광객이 적으면 실버베이 호텔이 어려웠지만 오히려 관광객이 너무 많으면 바다 생물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균형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자연을 지키면서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을 원하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마이크는 회사에 입사해서 주니어 파트너로 성공하고 있었고 조만간 사장의 딸 버네사와 결혼을 앞두고 있었지만 결혼을 준비하면서 자신이 버네사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동생 모니카에게 고백한다. 타고난 모험가가 아니라 조사와 분석 그리고 준비과정을 통해 신중하게 계획하는 마이크는 자신의 성공이 버네사와는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시니어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몇 건의 일을 진행시키면 지금보다 더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에 복합레저단지 휴양 리조트 개발을 조사하면서 부지가 될 호주의 작은 만을 찾게 된 것이다.

마이크가 나타나자 사람들은 그가 관광객이라고 했지만 고급 양복을 입고 혼자서 더 좋은 호텔도 많은데 만(灣)의 제일 끝부분에 있는 낡은 실버베이를 숙소로 선택한 사실이 의아했다. 마이크가 실버베이에 도착했을 때 마침 해나의 생일파티가 열리고 있었는데 해나스 글로리라는 이름을 가진 파란색 소형 보트를 선물받은 해나는 기뻐하지만 그레그의 선물에 라이자는 화를 냈고 그런 캐슬린의 행동에 그레그는 해나를 평범하게 키우지 않으면서 가족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실버베이에 나타난 마이크를 보면서 캐슬린은 그가 자신의 호텔에 묵는 이유가 궁금하면서 조카 라이자와 사귈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캐슬린은 라이자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해나에게 좋은 아빠를 만나게 해주는 것이 좋다고 했지만 라이자는 이모의 제안을 거부하고 있었다. 캐슬린은 동생의 딸 라이자에게서 동생을 보게 되고 라이자와 해나를 통해 집안의 핏줄이 이어지는 사실을 흐뭇하게 생각한다.

 


 

라이자는 과거의 비밀로 마음을 열지 알았고 이스마엘호로 고래관광선을 운영하면서 혼자 고래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라이자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동거하던 남자의 폭력을 피해 실버베이로 왔고 해나의 동생에 대한 슬픈 기억을 간직하면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전혀 어울리지 않았던 마이크가 나타나자 그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고래관광선을 운행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아름다운 자연과 바다와 고래를 보면서 마이크는 자신이 몰랐던 세상을 보게 된다. 라이자를 통해 성공을 향해 달려가던 자신에게 진심으로 필요한 게 무엇인지도 생각한다.

과거의 아픔으로 마음을 열지 못했던 라이자와 사랑을 믿지 않았던 마이크의 사랑은 새로운 삶을 보게 하지만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실버베이를 찾았던 남자와 자연을 보존하는 것을 원하는 여자의 로맨스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몹시 궁금하다.

『미 비포 유』를 통해 안락사라는 민감한 주제와 로맨스로 마음을 울렸던 로맨스 소설의 여왕 조조 모예스의 『실버베이』는 환경과 개발에 대한 균형의 문제와 로맨스가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소설이다. 스스로 운명을 만들어나가지만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 때 믿음으로 자신을 지켜나가고 묵묵히 촤선을 다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아름답게 전해지고 개발을 위해 환경을 희생한다는 것의 의미와 그것을 지키기 위해 싸우기도 하지만 때로는 환경과 개발의 적절한 균형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알려주고 있다. 소설이 마지막으로 치달으면서 '개발과 환경'의 대립구조와 함께 균형이 중요함으로 로맨스의 앞날도 예고하는 탁월한 구성의 소설이다.

 


 

저자 : 조조 모예스

 

런던에 있는 로열 홀로웨이 대학(RHBNC)에서 공부했고, 시티 대학교에서 저널리즘을 배웠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인디펜던트」 등에서 1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한 뒤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마무리하고 전업 작가가 되었다.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로서 꾸준히 사랑받아온 그는 전 세계적으로 1,500만 부 가까이 팔린 『미 비포 유』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미 비포 유』는 동명의 영화로도 각색되어 흥행에 성공했다. 첫 책인 『SHELTERING RAIN(비를 피하기)』 이후 『원 플러스 원』 『허니문 인 파리』 『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 『더 라스트 레터』 『스틸 미』 등의 소설을 썼는데, 모든 작품이 비평가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그의 소설은 46개 국어로 번역되었고 12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전 세계에서 4,000만 부 이상 팔렸다. 최신작 『THE GIVER OF STARS』도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모으며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역자 : 김현수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번역대학원에서 문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글과 음악으로 소통하는 것이 좋아 라디오 작가로 일하기도 했고, 글밥 아카데미 출판번역과정을 수료했다. 옮긴 책으로는 『먹고 기도하고 먹어라』 『나무처럼 살아간다』 『피터래빗의 정원』 『자기만의 방』 『불을 끄는 건 나야』 『해볼 건 다 해봤고 이제 나로 삽니다』 『식수전쟁2017』 『에너지전쟁2030』 『미라클모닝』 『직장살이의 기술』 『의욕의 기술』 『혼자라도 괜찮아』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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