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으로 시작하는 여유로운 아침 - 아침 3분, 데카르트와 함께 하루를 열다
오가와 히토시 지음, 이정환 옮김 / 나무생각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독자는 '철학'을 생각할 때 늘 '왜', '언제'에 가장 집중한다. 즉 철학이 '왜 필요한가'란 의문이다. 사는 데 철학이 필요한 이유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물론 책이나 학교에서 철학이 인간의 삶을 연구하는 학문이란 것은 배워 알지만 인간의 삶을 '학문적으로 연구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얻지 못했다. 또 철학은 '언제 필요한가'에 대해서도 궁금증을 가졌다. 이리저리 생각해보면 결국 답은 하나로 통일될 것 같은데 일목요연하게 간단한 문장으로 정리하기에는 독자의 철학적 지식은 금세 한계를 드러낸다. 철학을 정식으로 공부해본 적이 없는 것이 노출되는 지점이다. 가끔씩 '삶'에 대해 생각해보고, '나'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철학적 주제인 '무엇을 위해 사는가'에 대해 깊이 생각도 해봤지만 어떤 하나도 명쾌하게 답을 내지는 못한 채 수십년을 살아왔다. 굳이 철학을 하지 않아도 사는 데 큰 지장이 없었고, 가끔씩 필요하면 책을 읽고 지식을 채움으로써 갈증은 해소됐다.

이 책 『철학으로 시작하는 여유로운 아침』은 데카르트*의 사상과 그의 저서를 바탕으로 인생에 도움이 될 만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전한다. 저자 오가와 히토시는 데카르트의 저서 『방법서설』, 『성찰』, 『철학 원리』, 『정념론』 등 4권을 바탕으로 철학을 이야기한다.

* 데카르트(Descartes, Rene, 1596~1650) : 프랑스의 철학자, 수학자, 물리학자, 생리학자. 라틴 이름은 레나투스 카르테시우스(Renatus Cartesius)이며, '근대철학의 아버지'라 불리우며, 합리주의 철학의 길을 열었다. 또한 해석기하학의 창시자. 투렌 지방의 귀족 출신. 스콜라학의 교육을 받고 군대근무를 한 후, 당시 유럽 최초의 자본주의 국가인 네덜란드에 머물러, 자연과학과 철학을 연구하고 그에 대한 저술을 시작했다.그는 동시대인인 영국의 프란시스 베이컨과 마찬가지로 지식 연구의 목적은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고 기술을 개발하며, 원인ㆍ결과의 연관을 취하여 인간 본질을 개선하는 데 있다고 보았다.(독자 주)

 


 

데카르트는 서양 사상사의 큰 흐름을 ‘신앙’에서 ‘이성’으로 바꾼 '혁신적인' 철학자다. 지동설을 주장한 갈릴레이가 종교 재판에 회부된 시기이니, 얼마나 혼란스러웠을지 가늠이 된다. 이런 시대에도 냉철한 이성을 잃지 않은 데카르트는 직접 참여하고 거듭 고민함으로써 시대를 구분 짓는 위대한 사상의 틀을 확립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도 데카르트가 살았던 때 못지않게 광기와 혼란으로 가득하다. 그동안 믿어왔던 모든 가치관과 세계관이 흔들리고 개개인의 절망의 깊이는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시대에 일본 대중철학자 오가와 히토시가 데카르트에서 그 해법을 찾은 까닭은 무엇일까? 그 어느 때보다 ‘사유의 힘’이 필요하다고 믿은 탓으로 보인다. '나'라는 인간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을 때, 암울한 현실을 이겨낼 답이 필요할 때, 철학은 한 걸음 앞에서 우리를 이끌어주고, 한 걸음 더 나아가도록 뒤에서 힘껏 밀어준다. 데카르트는 당대를 지배하던 성서의 권위에 의존하지 않고 “모든 것을 근본적으로 뒤엎고 첫 번째 기초부터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가장 확실한 지식’을 찾아 헤맸다. 도저히 의심할 수 없는 확실한 지식을 얻기 위해 의심해볼 수 있는 모든 것을 의심해보고, 마침내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는 위대한 명제를 도출하게 된 것이다. 우리에게도 이런 명료한, 의심할 수 없는 잣대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것, 우리가 보고 있는 모든 것이 의심스러울지라도 우리의 이성이 우리에게 다시 인간의 존엄함을 선물하고 시대의 다리를 건너도록 이끌어줄 것이다.

 


 

책에 따르면 데카르트 철학의 시작은 '우리가 무엇을 알 수 있는가?'이다. 그래서 그는 의심할 여지없이 확실한 지식을 찾기 위해 모든 것을 의심해 본다. 우리의 감각이 전달하는 것은 절대 믿지 않는다. 심지어 그는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조차도 의심했다. 철저하게 모든 것을 의심하던 그는 확실한 사실을 하나 알게 됐다. 데카르트는 자기가 모든 것을 의심하고 있으며, 또한 이것이 자기가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사실이라는 점이다. 모든 것을 의심한다 해도 더 이상 의심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사실은? 그것은 바로 '내가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데카르트가 의심한다면, 그가 생각한다는 것 역시 확실하다. 그리고 그가 생각한다면, 그가 생각하는 존재라는 것 또한 확실하다. 그러므로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라는 사실 외에는 확실한 게 하나도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데카르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데카르트는 생각하는 인간과 이성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성의 능력으로 신이 창조한 세계에 대한 지식에 도달할 수 있다고 했다. 그의 철학은 이후에 등장하는 스피노자와 칸트, 헤겔과 같은 철학자들에게 아주 큰 영향을 준다.

 


이 책은 데카르트 철학의 정수(精髓)를 일상생활에서 점검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해설을 덧붙여두었기 때문에 보다 진지하고 깊이 있게 스스로를 돌아보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1부에서는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에서 핵심 내용을 발췌해 이성을 올바르게 이끌고 직관을 키우게 한다. 2부에서는『성찰』의 핵심 내용을 통해 강한 의지를 다진다. 의심을 통해 자신에 대한 확실성을 찾을 수 있게 안내한다. 3부에서는 『철학 원리』를 통해 가장 평범한 것에서부터 원리를 찾고 예리하게 사고하도록 이끈다. 4부에서는 『정념론』을 통해 인간의 기본적인 여섯 가지 정념을 이해하고 세계를 포용하는 법을 말한다. 이 책은 원전이 주는 부담감을 덜도록 저자가 가능한 한 쉽게 생활에 밀착하여 풀어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가장 보편적인 점검이 가능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1부 지혜를 탐하라 -《방법서설》에서

2부 강한 의지를 다져라 -《성찰》에서

3부 예리하게 사고하다 -《철학 원리》에서

4부 세계를 껴안으라 -《정념론》에서



 

저자에 따르면 시대를 초월해 내려오는 철학에는 우리의 하루를 바꿀 강력한 힘이 있다. 철학은 일상과 동떨어진 관념이 아니다. 철학하는 우리와 철학하지 않는 우리의 하루는 얼마나 달라질까? 아침에 눈을 떠서 출근했다가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기까지 우리의 1분 1초는 참 분주하다. 성실히 살고 있다고 자부하면서도 어딘가 공허하고 자존감이 없어지는 느낌이라면 잠시 숨을 고르고 점검을 해야 하는 시점이다. 나의 하루를 위해, 나의 풍요로운 인생을 위해 아침 3분 정도는 투자할 수 있지 않을까? 아침 3분이면 부담 없이 산뜻하게 시작할 수 있다.

이 책은 데카르트의 『방법서설』, 『성찰』, 『철학 원리』, 『정념론』 등 4권에서 우리 현대인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내용을 발췌하고, 사고를 확장시킬 수 있도록 해설을 덧붙였다. 당신의 일과 인생에 도움이 되는 진짜 교양이다. 무역상사 사원, 공무원, 대학교수 등 이색적인 경력을 가진 '대중철학자' 오가와 히토시만이 쓸 수 있는 데카르트 초역이다. 아침에 커피 한 잔이 주는 깨어남과 신선함을 이 진지하면서도 산뜻한 책에서도 충분히 맛볼 수 있다. 데카르트가 아침잠에서 당신의 생각을 깨우고 하루를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원동력을 선물할 것으로 기대된다.

 


 

예컨대 4부 『정념론』의 경우 데카르트는 도덕적 이상을 그의 기계론적 자연관, 생리학적 인간관 위에 기초한 육체와 정념(情念, passion)의 자유로운 지배에서 찾았다. 우리의 마음은 자연적으로 정념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지배력을 갖고 있으나, 강렬한 정념은 쉽게 마음의 지배에서 벗어난다. 마음과 정념을 지배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사람에 따라서는 보다 강한 지배력을 갖고 있는 사람과 보다 정념에 약한 사람, 즉 '강한 마음'과 '약한 마음'이 있다. 그러나 데카르트는 아무리 약한 마음도 정념을 훈련시켜 지도하게 되면 모든 정념에 대하여 절대적인 지배권을 갖게 된다고 한다.

이 정념이 지배되고 통제된 이상 형태를 그는 '고매함'(generosite)이라 한다. '고매함'은 정념을 충분히 통제하고, 스스로 가장 선하다고 판단한 모든 것을 실행하는 의지를 결코 잃지 않는 데서 이루어진다. 그는 인간에게 있어서 참된 행복이란 정념을 완전하게 지배함으로써 도달되는 최고 선의 경지라고 말했다.


우리는 오각형이 어떤 모양인지 이해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이해를 머리에 그릴 수 있다. 하지만 천각형은 이해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상상하는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갑자기 머릿속이 긴장된다. 아니, 긴장이 요구된다고 표현하는 쪽이 더 어울릴 것이다. 이 긴장은 미지의 대상에 대한 불안과 기대로부터 오는 것이다. 지금까지 본 적도 없는 것, 아직 이해하지 못한 것을 대하게 되었을 때의 두근거리는 느낌이다. 유령 저택에 들어갈 때의 두근거림보다는 선물 상자를 열어볼 때의 두근거림, 설렘에 더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더구나 자신이 그 상상을 낳은 것이니 설레지 않을 수 없다. 상상은 현재의 자신이 바로 다음 순간에 오는 미래의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다.(p. 106)

 


 

저자 : 오가와 히토시(小川仁志)


1970년 교토에서 태어났으며, 교토대학 법학부를 졸업한 뒤, 나고야시립대학 대학원에서 인간문화 박사 후기 과정을 수료했다. 야마구치대학 국제종합과학부 교수, 도쿠야마 공업고등전문학교 준교수, 미국 프린스턴대학 객원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무역상사 사원, 공무원 등 이색적인 경력을 가진 철학자로, ‘철학 카페’를 운영하면서 대중철학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전공은 공공철학, 정치철학이다. 주요 저서로 《인생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 《철학의 교실》 《심야 라디오》 《철학 용어 사전》 《청춘을 위한 철학 에세이》 《철학의 교양을 읽는다》 《철학자의 뇌를 훔쳐라》 《곁에 두고 읽는 서양철학사》 《자유나라 평등나라》 등 다수가 있다.


역자 : 이정환


경희대학교 경영학과와 인터컬트 일본어학교를 졸업했다. 리아트 통역 과장을 거쳐, 현재 일본어 전문 번역가 및 동양철학, 종교학 연구가, 역학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작은 건축》 《연결하는 건축》 《2억 빚을 진 내게 우주님이 가르쳐준 운이 풀리는 말버릇》 《지적자본론》 《나는 내가 아픈 줄도 모르고》 《그래도 사람은 달라질 수 있다》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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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실용음악 화성학 - 입문자도 입시생도 독학하기 쉬운 음악이론, 개정판 실용음악 화성학
이화균 지음 / 해피엠뮤직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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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독자는 책을 통한 음악 공부는 중학교 때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기억을 돌이켜보면 고등학교 1학년 때 음악시간이 주 1시간 있었지만 대입 시험에 들어가지 않아서 음악 교사가 와서 피아노에 합창하는 식으로 시간을 때웠다. 독자가 '시간을 때웠다'고 표현한 것은 교사나 우리들의 의사와 상관 없이 교과 과정을 담당하는 교육자들이 만들어놓은 대로 실시했기 때문이다. 고 1때 배운 몇 개의 노래는 나중에 사회생활 할 때 엄청나게 유용한 배움이었다. 원어로 5~6개를 가르쳐 주신 그대로 수십 년간 잊어버리지 않고 노래 지적을 당할 때 한 번씩 불러 대단한 반향을 불러 일으키는 상황도 연출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오 솔레 미오' '데니 보이' 등 널리 불리던 클래식 곡이었다. 그러나 당연히 고 2때부터는 음악 시간이 교과 과정에서 빠지는 바람에 더 이상의 음악 공부를 해본 적이 없다. 물론 기타를 배울 때 별도로 애창곡 악보집이나 기타 코드가 붙은 가요집 정도는 들여다봤지만 정통으로 배운 것도 아닌 데다 기타마저 취미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음악 자체가 멀어진 점이 아쉽다.



이 때 이 책 『기초 실용음악 화성학』에서도 지적하지만 한자식 표현이 많았던 것도 기억난다. 저자 이화균은 "음악을 즐기는 수준에서 공부로 넘어가는 과정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한자식 표현, 현대 음악과는 상관없는 오래된 관행, 그 당시의 부족한 정보의 탓으로 혼란스러운 적이 많았습니다. 요즘은 사정이 나아져서 많은 교재가 나왔지만 아직도 대다수의 교재는 기본적인 부분을 생략해 너무 어렵거나 불필요한 내용이 많아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이는 학생들과 수업을 하면서 늘 느끼는 것입니다. 지금은 다양한 매체의 발전과 한류음악의 열풍으로 많은 분들이 음악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여러 유명 음악인의 연주를 완벽히 흉내 내곤 합니다. 이러한 분들은 음악에 대한 소질이 대단할 것 같지만 오선보 상의 음표조차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교재는 음악에 대한 기초적인 이론과 화성학의 전반적인 내용을 제공합니다. 이 교재를 통해 많은 분들이 음악 이론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기를 바랍니다."라고 이 책의 집필 취지를 밝혔다.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초적인 악전으로 시작해서 음성이나 화음, 다이아토닉 코드까지 설명하고 장마다 연습문제를 풀 수 있게 해서 그 내용을 습득하도록 했다. 연습문제를 풀면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내용을 다시 한번 보게 되어 무리 없이 책의 내용을 소화할 수 있다. 이 책을 공부하면 쉬운 음악부터 고급의 음악 세계로 가는 클래식까지 공부할 수 있는 기초는 마스터할 수 있도록 자세한 설명과 수시 연습문제 등의 도움을 받게 구성돼 있다. 매우 끌리는 음악 교재이다.

책의 내용에 있어 이론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각종 악보 등이 그림으로 예시가 되어 있어 최대한 시각적인 효과와 더불어 이해를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앞으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음계의 소리를 들으면서 책의 내용을 연습하는 것이 음악을 알아가는데 좋을 것 같다. 책을 살펴보면 어렸을 때 배웠던 것부터 한 번도 배우지 못한 내용까지 음악 기초 전반에 걸쳐 실었다. 음악 공부를 하려는 사람에게는 필수 과정으로 보인다. 독자도 작곡처럼 어려운 일은 아니더라도 악보를 보고 음이나 멜로디를 흉내 내볼 정도는 해보고 싶다는 희망에 따라 이 책을 공부하려 책을 손에 들었다. 기초부터 가르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집필한 저자의 의지가 보이는 책 소개글에 책의 내용을 잘 써놓아 처음의 마음으로 시작한 독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어 매우 유용하다는 생각이다.



기본적인 책 저술 원칙을 세우고 거기에 따라 쓴 것으로 추측된다.

① 입문자도 입시생도 독학하기 쉬운 음악이론 : 교재는 음악 이론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을 대상으로 구성하였습니다. 그리고 배운 내용을 정리할 수 있도록 각 단원의 상세한 내용 이후에 핵심정리를 수록했다.

② 수업 중 자주 받는 질문에 대해 따로 정리 : 음악을 공부하면서 많이 질문하거나 실제로 현장상황에서 궁금할 수 있는 사항은 Check! 항목에 따로 풀이했다.

③ 자주 쓰는 용어의 정리 : 음악 이론은 한글 표기와 영문 표기가 뒤섞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교재에서는 두 표기를 모두 사용하지만 실전에서 좀 더 많이 쓰는 표기를 앞에, 사용 빈도가 떨어지는 표기를 뒤에 기재했다

④ 책에 있는 건반에 직접 기입하면서 문제 풀기 : 각 단원의 중간이나 마지막에는 연습문제가 있으며 그에 대한 해답은 마지막 부록에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초보자가 좀 더 쉽게 풀이할 수 있도록 건반 이미지를 함께 수록했다.

⑤ 알아두면 좋은 정보 : 음악 이론 본문보다 중요도는 떨어지지만 실제 현장상황에서 알면 좋은 내용은 부록에 수록했다.


이 책은 누구나 쉽게 공부할 수 있도록 최대한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 그래도 이해가 어렵다면 유튜브 '해피엠기타'의 동영상 강의로 공부해 볼 것을 권유하고 있다. 물론 책에 사이트 주소나 유튜브 주소가 모두 기재돼 있어 언제든 접속해 의문점을 해결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저자 : 이화균

아현산업정보학교 실용음악과 수료하고, 백석대학교 컨서바토리 실용음악과와 상명대학원 뮤직테크놀로지학과 실용음악과를 졸업하였다. 디지털 싱글 “390, 청춘의 노을, 진이에게” 등 개인 앨범과 그 외 여러 음악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유튜브 음악 교육 채널 “해피엠기타”를 운영하면서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다양하게 기타와 음악 이론을 지도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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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란사 - 조선의 독립운동가, 그녀를 기억하다
권비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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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순 열사는 알아도 그를 가르친 선생은 우리가 잘 모른다. 배우지 않아서다. 물론 유관순의 업적이 너무 커서 가리워진 이유도 있을 터다. 그러나 그런 학생을 가르친 선생 역시 못지 않을 터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인물 '하란사'다. 중국이름 같기도 하고 어쩌면 외국어를 중국식으로 읽은 발음 같기도 하지만 '하'가 성씨고 '란사'가 이름이라면 조금은 우리 이름 같기도 하다.

이 책 『하란사』는 최초의 여성 유학생으로 자신이 배운 것을 토대 삼아 계몽 운동을 벌였던 독립운동가 하란사에 대한 이야기이다. 당시의 독립운동은 비단 신분이 높거나 나랏일을 하는 이들만의 일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귀중한 사례여서 더 기억해야 할 인물이다. 국난에 가족을 잃어버리고 배를 곯다가 도둑질을 하던 소년, 임금이 능행길 중 머무르던 화성행궁에 성병 검사소를 차린 일제에 반발해 만세를 외친 기생들, 평범하게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거나 다리 밑 거지들을 돕는 아낙 등 소설에 등장하는 평범한 민초들도 모두 독립을 향한 열망을 가슴에 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란사』는 특별한 이들이 아닌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은 독립운동가는 1만 5,000여 명이지만, 독립운동 참여자 인원은 약 300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이 어마어마한 수의 독립운동가를 한 명 한 명 모두 기억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 『하란사』의 이야기 속에 새롭게 태어난 인물 '하란사'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에는 그녀뿐만 아니라 독립의 의지를 불태웠던 평범한 민초들까지도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 있는 듯 독자들의 가슴에 뜨거움이 올라오게 한다. 이 또한 그들을 기억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저자 권비영은 「작가의 말」을 통해 "자료는 여기저기 조금씩 흩어져 있었지만, 정작 알고 싶은 사실들은 알 길이 없었다. 거기에 상상력을 입혀 나라 위해 독립운동을 하고, 여성 교육에 힘쓴 란사의 일생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고백하건대, 나는 어떤 인물에 푹 빠지게 되면 거의 무아지경이 된다. 나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하란사 이야기를 하고 자료를 구걸하고 꿈에서도 그녀를 찾아다녔다. 『덕혜옹주』를 쓸 때와 비슷한 증세였다. 쓰는 동안 캄캄한 밤길을 걷는 듯한 느낌에 답답하기도 했지만, 그것이 내 몫의 ‘하란사 찾아내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초고를 완성하고, 원고를 다듬는 동안 그녀는 내 안에 머물렀다. (…) 2020년, 그녀의 위패가 현충원에 모셔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는 현충원으로 달려갔다. 그녀를 본 듯이 반가워서 위패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당당하고 거룩한 삶을 기리며 묵념했다. 램지어 교수의 망발이 회자되고 있던 터라 그녀의 고결한 삶이 더욱 우뚝 느껴졌다. 그녀가 내게로 다가와 웃어주었다. 나는 그제야 원고에 마침표를 찍고 출판사에 넘길 수 있었다.

억울하게 흩어진 영혼들이 얼마나 많을까. 나와 눈이 마주치는 영혼들의 이야기를 살려내 쓰는 것이 그들 영혼을 조금이라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방법이 될까?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숭고한 삶을 기억하는 일에 일조할 수 있을까?



책이 출간되는 날, 나는 현충원으로 달려가 그녀의 위패 앞에 『하란사』를 바치리라. 또 어떤 경로로든 나와 마주칠 영혼이 있다면, 시간이 얼마가 걸릴지라도 그들의 이야기를 찾아내고 풀어내야 할 것 같다."라고 쓰고 있다. 저자의 열정에 감복한다.

이 책을 통해 주인공 하란사뿐만 아니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의친왕'의 명칭도 바로 알게 됐다. 책에 따르면 본문 중 의친왕을 ‘의왕’과 ‘의친왕’을 혼용해 썼지만 ‘의친왕’은 이미 일반인들에게 익숙한 호칭이나, 그것은 일본식 호칭이라고 밝히고 있다. ‘의왕’이 옳은 표현이니 앞으로는 그렇게 써야 할 것이다. ‘이강’이나 ‘의화군’이란 호칭도 역시 맞는 표현이라고 한다.

또 하나 ‘하란사’의 본명은 ‘김란사’인데, 이 책에서는 ‘하란사’로 표기했다는 것. ‘하란사’는 이화학당에 입학해 세례를 받고 얻은 영어 이름 ‘낸시(Nancy)’의 한자 음역에 남편인 하상기의 성을 따른 것이다다. 그러나 김란사 선생의 유족들이 수년에 걸쳐 적극적으로 공론화하여 본명인 ‘김란사’로 바로잡았다고 한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화영은 몇 달 전 의화군(의친왕)과 함께 비밀스러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떠난 오랜 친구 란사가 독살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화영은 소문이 조작된 것이길 간절히 소원하며, 당당하고 똑똑한 신여성 란사를 떠올린다.

오래 전, 꼬마 도둑에게 소매치기를 당할 뻔한 화영을 란사가 돕게 되어 두 사람은 안면을 트게 된다. 이후 남편의 도움으로 이화학당에 입학한 화영은 그곳에서 란사를 만나 인연을 쌓는다. 기혼자는 들어올 수 없는 이화학당에 기지를 발휘해 입학한 란사는 본래 이름 대신 이화학당의 선교사가 지어준 이름 ‘낸시’를 한문식으로 고치고 남편의 성인 ‘하’ 자를 따와 ‘하란사’라는 이름을 갖는다.

“기혼자는 못 들어온다 하니까 기발한 발상을 해서 입학이 허가되었다지.”

“기발한 발상이라니”

“어느 날 그녀가 밤중에 프라이 선생님 앞에 나타났대. 가지고 온 등불을 선생님 앞에서 끄면서 말했다는 거야. 우리가 캄캄하기가 이 꺼진 등불 같으니 우리에게 학문의 밝은 빛을 줄 수 없겠느냐고. 그래서 그를 기특하게 여긴 선생님 덕에 입학 허가를 받았대.”

“오호, 그런 용기 있는 여자도 있네.”

화영은 그 여자가 궁금했다. 그러다가 그녀가 학교에 온 첫날, 우연히 복도에서 마주쳤다. 화영은 단박에 그녀를 알아보았다. 아, 도둑을 잡아준 여인이, 본처의 패악을 잠재워준 여인이 바로 그녀였다. 반가웠다. 그녀도 화영을 알아보았다.(pp. 38~39)



미국 웨슬리언 대학으로 유학을 떠난 란사는 그곳에서 이 강, 대한제국의 왕자인 의친왕을 만나 그의 옆에서 독립에 대한 투지를 지켜보며 자신의 애국심과 독립 의지도 날로 키워간다. 의친왕에 대한 충성심이 깊어질수록, 그에 대한 마음도 깊어진다. 유학을 다녀와 이화학당의 사감이 된 란사는 ‘욕쟁이 사감’, ‘호랑이 사감’이라는 별명을 얻지만, 그 거친 언행 뒤에는 조선의 여성들을 가르치고 계몽시켜 독립을 돕고자하는 열망이 존재했다. 그녀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한다, 신여성이 많아져야 나라를 위한 운동도 할 수 있다’라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던 중, 의친왕을 도와 파리 강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을 거쳐 가던 그녀는 의문의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란사가 조용히 그의 곁에 앉아 뒤를 이어 「독립선언서」를 외웠다. 란사가 문장을 외우는 동안 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앉아서 들었다. 그러다 란사가 외우기를 멈추면 눈을 뜨고 그다음을 이었다.

“낡은 시대의 유물인 침략주의와 강권주의에 희생되어 우리 민족이 수천 년의 역사상 처음으로 다른 민족에게 억눌리는 고통을 받은 지 10년이 지났다…….”

그러고는 또다시 침묵이 흘렀다. 그가 또 술 한 잔을 마셨다. 안주도 없이. 술잔을 잡은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말없이 그가 술잔을 내밀었다. 란사도 말없이 잔을 받아들었다. 목젖을 타고 내려가는 술이 독약만큼이나 썼다. 술 한 잔 마시고 한 문장 외우고, 또 한 잔 마시고 한 문장 외우기를 여러 번. 그의 눈에서는 피눈물 같은 눈물이 흘렀다. 그것은 아버지에 대한 추모이며 한 나라의 황제였던 고종에 대한 조문이며 구렁텅이에서 나라를 구해보려는 민초들의 열망이었다. 그들은 벌써 몇 번이나 같은 문장을 되뇌고 있었다.

“3·1 독립선언서는 대한의 자존이다. 조선을 세운 지 4,252년, 모든 행동은 질서를 존중하며 우리의 주장과 태도를 떳떳이 하고 정당하게 하라.”

초옥의 나무들이 떨었다. 술에 담긴 하늘도 시퍼렇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에 그는 오로지 술을 마셨다. 입을 다물고 눈을 닫고 귀를 닫고, 마음엔 아무것도 담지 않았다. 아니 담을 수가 없으리라. 가끔 입을 열어 하는 말은 ‘이보게’가 다였다. 그러다 술에 갇히면 맥없이 쓰러졌다. 그는 살아 있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팔다리 다 잘린 허깨비, 그는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그럴 수만 있다면, 땅속으로 사라질 수만 있다면, 흔적 없이 사라질 수만 있다면……. 그는 그러고 싶을 것이다. 란사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다. 다만, 그의 곁에서 함께 술을 나눈 친구 하란사가 있었다.(pp. 233~234)


저자 : 권비영

경상북도 안동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2학년 때 서울로 올라왔다. 어려서부터 글쓰기를 좋아해 소설가 되는 게 꿈이었다. 중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소설을 썼는데, 그걸 보신 선생님들로부터 칭찬과 주목을 받았다. 곧 소설가가 될 거라 믿었다. 정말 그런 줄 알았다. 그러나 소설가의 길은 멀고 아득했다. 신춘문예에도 몇 번 떨어졌다. 박완서 선생님을 마음의 멘토로 삼은 덕에, 늦게나마 1995년에 신라문학대상으로 등단의 과정을 거쳤다. 꿈을 이룬 셈이다.

2005년도에 첫 창작집 『그 겨울의 우화』를 발표하였고, 2009년에 출간한 『덕혜옹주』가 베스트셀러 도서에 선정되며 독자들로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2016년 상영된 동명의 영화 [덕혜옹주]의 원작으로 지금까지 꾸준한 사랑을 이어오고 있다. 독자들의 사랑에 감사하며 더 열심히 쓰겠다는 다짐이 5년 만에 『은주』로 결실을 본다. 여전히 ‘한국문인협회’와 ‘소설21세기’에 몸담고 있으며, 앞으로도 꼭 쓰고 싶은 주제의 소설을 몇 권 더 쓸 계획이다.

2016년에는 일제강점기인 1940년대를 살아간 세 여자 이야기를 그린 장편소설 『몽화』와 중·단편집 『달의 행로』를 펴냈다. 『엄니』는 『몽화』 이후 3년 만에 발표하는 장편소설로, 가족 구성원의 역할과 의미에 대한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 그는 현재 [한국소설가협회]와 [소설21세기]에 몸담고 있으면서, 아직 머릿속에서 익지 않은 몇 편의 장편을 쓸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되기를 꿈꾸고 있다. 그의 소설은 지금까지 러시아 일본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여러 나라에서 번역 출간되어 해외독자들과도 소통해오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유학생이자 유관순 열사의 스승이며, 덕혜옹주의 오라버니인 의친왕 이강과 함께 꺼져가는 조선의 등불을 지키려 했던 독립운동가 하란사의 여정을 담아낸 『하란사』를 펴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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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
고요한 지음 / &(앤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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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에 나이란 숫자를 보고 판단하는 타인들의 시선일 뿐이다. 마거릿은 죽은 남편 게리에 대한 사랑을 잊지 못하고 장을 통해 죽은 남편을 대신한 젊음을 보며 대리 만족을 느낀다. 장 또한 그녀의 요구를 들어줌으로써 자신의 영주권 획득을 위한 목적에 다가가는 만족할 만한 거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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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
고요한 지음 / &(앤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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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다보니 문득 고(故) 최인호 작가의 「깊고 푸른 밤」이 생각난다. 당시 인기가 좋아 영화로도 제작돼 '장사진'을 이룬 매표소와 '암표'가 등장하는 등 이상 열기로 뉴스에까지 등장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 작품도 이 소설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처럼 미국 불법 체류자로 살아가는 한국인의 모습이 그려진다. 당시 최인호 작가는 인터뷰를 통해 "1980년대 초 나는 어느 날 도망치듯 미국으로 떠났었다. 미국에서 반 년 가까이 낭인생활을 하던 나는 그 곳에서 절망 속에 신음하며 망명객처럼 은둔하고 있었다. … 그렇게 낭인생활을 보내고 돌아온 후에도 나는 역시 거의 반 년 동안 글을 멀리하고 있었다. 한밤중에도 알 수 없는 불안에 빠져 형광등을 수술실처럼 환히 밝히고 잠자는 두려움 속에서 지내다가 어느 날 문득 다시 글을 쓰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을 느꼈다. 그 열정이 빚어낸 첫 작품이 바로 「깊고 푸른 밤」이다."고 밝힌 바 있다.

스토리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당시 조국(한국)에 대한 불만을 품고 미국으로 건너가 두 인물의 이야기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로스앤젤레스로 뻗어 있는 해안 도로를 달리는 여행을 통해, 비극적인 망명 생활의 고통을 감각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 소설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 역시 미국 사회에서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살아가는 한 남성의 이야기다. 이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장은 자신의 품에 안겨 자는 흑인 여자를 밀어내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 바람에 여자가 눈을 떴다. 여자가 허리를 끌어당겼지만 장은 침대 밖으로 나가 벗어둔 청바지를 입었다. 여자는 상체를 반쯤 일으켜 침대에 기댄 후 말보로를 꺼내 라이터불을 붙였다. 사방으로 담배 연기가 퍼졌다. 장은 검은색 롱패딩을 입고 침대에 있는 베개를 집어 짝퉁 버버리 잠옷 가방에 넣은 뒤 여자를 쳐다보았다. 이불 위로 여자의 검은 가슴이 드러났다. 여자는 담배를 입에 문 채 턱으로 방 한쪽에 있는 탁자를 가리켰다. 탁자에는 구겨진 100달러 지폐 두 장이 놓여 있었다."

이 소설 남자의 직업은 난생 처음 들어보는 '스너글러'(snuggler, 편안한 숙면을 위해 껴안아 주는 이색 직업, 독자 주)이다. 이런 직업이 있는 줄 처음 알았으나 어떤 직업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여자의 숙면을 위해 안아준다는 말에서 풍기는 세속적 인식에서 부끄러운 직업인 것처럼 느껴진다.

 


 

이 책의 저자 고요한 역시 이 소설의 집필 계기는 스너글러란 직업 때문이었음을 「작가의 말」을 통해 밝힌다.

"뉴욕을 배경으로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은 4년 전이었다. 뉴욕이란 도시에 '스너글러'란 직업이 있다는 기사를 본 날이었다. 세상에 뉴욕은 어떤 도시이기에 사람을 안아주는 직업이 있을까. 대체 얼마나 쓸쓸한 곳이기에. 뉴욕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동시에 호기심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그때부터 내 머릿속에는 뉴욕의 밤거리를 떠돌아다니며 사람을 안아주는 한국인 불법체류자가 떠올랐다. (...) 외로움만큼 사람을 슬프게 하는 게 어디 있을까, 외로움만큼 사람을 고독하게 하는 게 어디 있을까. 그렇게 외롭고 고독한 도시에서 스너글러가 탄생하는 건 당연했다. 그곳에 나는 한국인 불법체류자인 장이란 인물을 거닐게 했다.

이국의 거리를 걸으며 장이 본 것은 낯선 백인과 낯선 거리와 낯선 풍경일 것이다. 그 순간 장이 그리워한 것은 그가 떠나온 한국일 것이다. 낯선 곳에 가면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떠나온 곳을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은 불법체류자가 아니었던가."

 


 

삶에서 가장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은 무엇일까? 노년일까, 가난일까. 이 두 가지의 절망은 모두 악마의 상점 명품관에서 오랫동안 각광받던 상품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예기치 못했던 보너스 찬스가 생겼다.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던 방향으로부터 돌풍이 불어온 것이다. 임지훈 문학평론가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말한다. 그가 쓴 이 책의 뒷 부분에 있는 「작품 해설」을 통해서다.

“우리는 여전히 사랑을 모른다. 우리는 여전히 사랑이 궁금하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도 사랑에 빠진다. 사랑으로 도망치고, 사랑에서 도망친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이번에는 정말로, 진실한 사랑의 대상을 만났다고. 혹은 이것은 진실한 사랑이 아니었다고. 끊임없이 긍정하고 부정하는 쳇바퀴 속에서도 우리는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다. 포기하지 못한다. 그것이 없어도 우리의 삶은 돌고 돌 테지만, 그건 단지 우리 삶의 과잉된, 돌출된, 여분의 어떤 것에 불과하겠지만……. 그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 사랑에 빠지고, 자신이 모르는 사이 사랑을 지나쳐온 자신을, 과거가 되어버린 사랑을 바라본다.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두 손으로부터, 아무것도 남지 않은 두 손에 이르는 그의 순간들을, 우리는 ‘사랑’이 아니라면 무어라 부르면 좋을까.”

 


 

이 소설의 주인공은 한국 이름으로는 '장인수', 하지만 '데이비드'로 불리는 그의 직업은 '스너글러'이다. 몸을 팔지는 않는, 섹스 없이 하룻밤 동안 여자를 안아주는 스너글러. 그래서 그는 이렇게 표현한다.

"물론 그런 사람도 있죠. 하지만 난 그들과 달라요. 따뜻한 체온을 나눠주며 외로운 사람을 위로해 줘요. 사람의 체온만큼 따뜻한 건 없잖아요. 그러니까 나는 잠옷 가방을 메고 여자의 집을 찾아가 겨울밤을 같이 보내주는 산타클로스 같은 존재죠."

"산타클로스요?"

"네. 나는 늘 뉴욕의 밤을 따듯하게 만드니까요."(p. 38)

장은 불법체류자 신분이지만 여자 친구도 있다. 그래서 장의 목적은 '마거릿'(73세의 흑인 여자)과의 결혼을 통해 취득될 영주권이다. 뉴욕의 거리를 당당하게 걸어다니기 위해서는, 다친 연인의 다리를 치료해주기 위해서는 영주권을 얻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프러포즈의 대상이 '마거릿'인 것도 딱히 그녀이기 때문도 아니다. 스너글러인 장이 불법체류자 생활을 멈추려면 미국 여자와 결혼하는 방법밖에 없었는데 젊은 여자들은 한낱 동양인에 불과한 장에게 관심이 없었고 "관심을 보이다가도 불법체류자인 걸 알면 더는 만나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서 여자들을 안아주러 다닐 때 젊은 여자보다 나이 든 여자에게 잘 해줬"던 가운데, 마거릿이라면 자신과 결혼해줄지도 모른다는 미약한 확신을 얻었기 때문이다.

 


 

장에 대한 인물 설명이 소설 전개 부분에 일부 언급된다. 엄마와 이혼한 아버지가 뉴욕에 온 것은 30년 간 운영하던 공구 공장이 파산한 후다. 친구들에게 손을 벌렸지만 도움을 받지 못해 세탁소를 하는 친구가 있는 뉴욕으로 온 아버지. 아버지가 떠난 후 장은 학자금 대출도 갚고 생활비도 마련해야 했기에 일자리를 찾아보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뉴욕 맨해튼에서 한국어 교사를 구한다는 광고를 발견해 전화를 걸어 일단 선수금을 입금하고 뉴욕행 비행기를 탔다.

그러나 뒤늦게 취업사기라는 걸 깨닫게 된다. 자다 이불이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눈을 뜨면 어둠 속으로 검은 물결 같은 아버지의 등이 보였다. 얼마나 검은지 아버지는 어둠을 끌어안고 자는 것 같았다. 순간 장은 서울에서 뉴욕까지 떠내려와 태평양을 표류하고 있는 것 같았다.(p. 73)

불행은 왜 한 번에 오는지... 어느 일요일 새벽 아버지는 빌딩 청소 아르바이트를 나갔다 교통사고를 당했고 집주인은 집 계약 기간이 만료되어 나가달라고 한다. 도움의 손길을 얻고자 아버지 친구 세탁소를 찾아갔으나 그런 곳은 없었다. 그 와중에 비자가 만료됐고 불법체류자가 된 장. 이때부터 힘겨운 생활이 시작된다.

 


 

이 소설은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로 독자에게도 그 의미를 되새기게 해준다.

"어쩌면 인생이란 수프 맛 같은 건지 몰라. 어느 땐 싱겁고 어느 땐 짜고, 게리가 죽고 나서 내 인생은 싱거웠지만 이젠 간이 맞아. 수프는 짭조름해야 맛이 나. 그래서 말인데 나도 여생은 나를 위해 살고 싶어. 그러니까 내 결혼은 걱정 마. 너도 앞으론 네가 좋아하는 사랑을 찾아서 살아. 이젠 일년에 한두 번 오는 너를 기다리며 살진 않을 거야."(p. 141)

 

마거릿의 독백 같은 말은 '사랑과 결혼'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처음에 데이비드는 내게 철새 같은 방문객이었어. 그런데 어느 때부터 데이비드를 부를 때면 마음이 설렜어. 데이비드를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행복하던지. 데이비드가 오는 날은 목욕을 하고 가장 아름다운 잠옷을 입었지. 늙은이 냄새가 날까 봐 이도 두 번씩 닦았어. 가끔은 질투도 했지. 다른 여자를 안아주러 간 게 아닐까 하고. 폴로 산책을 한 번씩 더 시킨 것도 이 때문이야. 그리고 어느 때부터 난 폴로에게 데이비드 이야기를 늘어놓았지. 그때부터 나를 찾아오는 방문객을 잡고 싶었어."

장은 마거릿 이야기를 듣다 어떤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가 떠올라 휴대폰으로 검색했다. 시를 쓴 사람은 정현종이라는 시인이었다. 장은 「방문객」을 영어로 번역해 읽어줬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마거릿이 미국 시냐고 물어 한국 시라고 말했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는 거라는 말에 공감해. 데이비드를 기다리면서 나도 그런 생각을 했거든. 더 이상 데이비드는 내게 방문객이 아냐. 이제 나의 미래야."(p. 134~135)

 


 

소설의 결말 부분으로 가면 왜 이 소설의 제목이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이고 왜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이고, 왜 삶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는지 드러나기 시작한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뉴욕의 '2500 스퀘어 피트짜리 집'에서, 그는 거리를 바라본다. 아무것도 가지 못한 손으로로부터 그는 이제 집과 영주권을 얻었다. 자신의 욕망이 완전하게 실현된 자리에서, '장'은 정말 모든 걸 얻은 것만 같다. 단지 그 자신, 불법체류자이자 스너글러이며 '데이지'의 연인이었던 '데이비드 장'을 대가로 치르고서 말이다. 이제 그는 완전한 '게리'가 되었다. 다만,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게리'가 되었다. 사랑도, 연인도, 그 모든 순간을 과거에 두고 와버린 '게리'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거래'의 대가라고도, '사랑'의 대가라고도 쉽사리 말할 수 없는 '그'를 앞에 두고 있다. '장'이라고도 '게리'라고도 부를 수 없는 '그', '장'의 모든 것과 '게리'의 모든 것을 지불해 버린 '그'를 말이다.

 

저자 : 고요한

 

전북 진안에서 태어나 원광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2016년 ≪문학사상≫과 ≪작가세계≫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번역문학 전문저널 ≪애심토트≫(ASYMPTOTE)에 단편소설 〈종이비행기〉가 번역 소개됐다. 2020년 첫 소설집인 ≪사랑이 스테이크라니≫가 출간되면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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