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가고 싶어졌습니다 - 애호가가 되고 싶은 당신을 위한 미술관 수업
김찬용 지음 / 땡스B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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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그림 감상을 위해 전시회를 수십 차례 찾아 다녔다. 코로나 팬데믹이 발발하기 전의 일이다. 자의라기보다 타의가 많았다. 그래도 자주 가다 보니 익숙해지고, 익숙하다보니 하나씩하나씩 그림 지식이 쌓이긴 했다. 미술 전공자도 아닌 독자가 그림을 좋아하는 애호가를 따라다니며 하나둘 씩 주워듣고 가끔은 생각도 해보며 적잖게 지식을 쌓았다. 그러나 전시회를 자주 간다고 해서 따로 공부하지 않은 탓에 그림의 흐름이나 역사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다. 머릿속엔 각 작품의 특징만 기억됐지, 서양 미술의 흐름조차 파악되지 않았다. 다행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시회가 열리지 않아 내심 안타까웠지만 때를 맞춰 그림에 관한 책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온라인으로 주문해서 읽기 시작했다. 시험 공부하듯 매달리지 않았지만 읽은 만큼 미술의 흐름이나 역사 등은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감상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림을 좋아한다는 게 그림 감상법을 잘 안다는 말과 동의어일 텐데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이때 눈에 띄었던 책이 『김찬용의 아트 내비게이션』이다. 지금 서평하려는 책 『미술관에 가고 싶어졌습니다』의 저자다. 저자 김찬용은 『아트 내비게이션』을 쓸 때(2021) 이미 도슨트 14년차라고 했다. 지금은 17년차 도슨트인 셈이다. 『아트 내비게이션』은 독자 같은 '초보 감상자'나 입문자에게 안성맞춤 미술 길 안내서였다. '내비게이션'이란 표현을 쓴 것도 이해가 갔다. 저자는 그 책에서 독자들에게 “좋아하는 시대, 좋아하는 그림부터 함께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그림을 배우고 감상하는데 꼭 알타미라 동굴부터 보고 배울 필요는 없다는 논리였다. 『아트 내비게이션』이 탄생한 이유이다. 그 책은 도슨트 김찬용의 노하우로 설계된 '최단 거리 미술사 여행'이란 말을 들을 정도였다. 팬데믹 훨씬 이전의 일이지만 클림트 전시회, 샤갈 전시회가 예술의 전당에 있는 미술관에서 열린 적이 있다. 먼저 그림 크기가 커서 놀랐다. 그리고 그림과 관객 사이가 매우 가까워 오히려 전체 그림을 감상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를 보았을 때의 느낌과 정반대였다. 〈모나리자〉는 파리까지 직접(물론 여행 중이었지만) 기대를 안고 갔는데 사람이 많고, 크기도 작아 멀리서 그림이 걸려 있다는 사실만 확인하는 정도로 보고 말았다. 크게 실망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클림트나 샤갈 전시회 때는 반대의 느낌을 받으며 '모나리자 트라우마'는 해소됐다. 이 책 『미술관에 가고 싶어졌습니다』는 그의 책이어서 더욱 관심이 갔다.



출판사의 책 소개글에는 "우리는 왜 미술관에 갈까? 아마 일상에서 찾을 수 없는 새로운 감각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며 운을 뗀 뒤 "미술 작품을 온라인으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직접 전시회장을 걸으며 한 작품 한 작품 마주하는 감동에 비할 수 없다"고 책 출간 의의를 설명하고 있다. 저자의 설명을 따라 가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전시를 찾아 감동을 느끼러 나가고 싶은 마음이 생겨날 것이라고 책의 내용을 귀띔한다. 독자로서도 이 책은 미술관에 방문하는 감상자들에게 작품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데 충실하게 쓰였다는 데 동의한다. 저자 김찬용은 〈서문〉을 통해 "그저 인증샷을 찍기 위해 미술관에 방문해봐도 좋다"고 다독이고, "좋은 전시를 발견하는 방법을 세세하게 설명하고, 작품이 많다고 좋은 전시가 아님"을 말한다. 

전시회 주최 측은 미술을 즐기려는 애호가에게 선택지 많도록 다양하고 좋은 작품을 전시하는 목표로 하지만 여건 상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국내 미술계는 분단 국가라는 특성상 해외의 국보급 미술품을 들여오는 데 있어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독자로서는 처음 듣는 이야기지만 아마 위험 부담이 크다는 이야기일 것 같다. 쉽게 표현하면 분실, 훼손 등의 위험 부담률이 크다는 의미인 것 같다. 당연히 유치 관계자들의 노력과 더 많은 대여료 등이 든다는 말이다. 지금은 팬데믹을 통해 대한민국의 방역 수준이나 의료 체계 등이 잘 알려져 그런 부담이 많이 줄였다고 저자는 밝힌다. 차츰 위험성이 줄었다고 판단되면 좋은 작품을 많이 유치하는 데 전시 주최측이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섹션 0〉부터 〈섹션 5〉까지 6개 섹션으로 이루어져 있다. 섹션0 〈미술관이 뜨고 있다〉, 섹션1 〈좋은 전시를 고르는 안목〉, 섹션2 〈전시를 200% 즐기려면〉, 섹션3 〈작품별 감상법〉, 섹션4 〈해외 미술관 사용법〉, 섹션5 〈국내 미술관 사용법〉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해외 미술관 사용법〉과 〈국내 미술관 사용법〉은 다른 책에서 못 보던 독창적인 내용이어서 눈길을 끈다. 각 섹션에는 한 가지씩 〈Pick〉을 두어 전시해설가 김찬용의 인생작가, 인생 전시, 인생 작품을 소개해 독자들도 자신만의 인생작가, 인생 전시, 인생 작품을 찾아보도록 독려한다. 이에 앞서 책의 중반부에는 인물화, 정물화, 풍경화, 추상화, 조각, 판화, 개념미술까지 작품별 감상법을 도슨트의 시각으로 설명해준다.



미술은 선사시대부터 인류가 즐겨온 것이고, 꽤 오랜 시간 예술적 소양을 갖춘 일부 부유층이 향유하는 문화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이젠 미술 전시가 대중의 한가운데로 들어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대형 미술관뿐 아니라 갤러리, 카페 등 여러 공간에서 전시가 기획되면서 다양한 전시를 접할 수 있게 되었고, 전시장은 엄숙하고 고상해야 한다는 인식이, 젊은 관람객이 늘면서 인스타그래머블하고 개성 있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하지만 앞서 독자가 언급한 대로 미술에 대한 지식 없이 전시를 관람하고 나오면 ‘제대로 본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 때가 많다. 17년째 현장에서 도슨트로 근무하고 있는 저자 김찬용은 전시를 좀 더 잘 즐기고 싶은 관람객들을 위해 자신의 전시 취향을 발견하는 법부터 국내외 미술관 추천까지 이 책을 통해 친절하게 안내한다. 저자는 국내에서 수많은 관람객을 미술관으로 이끌었던 「야수파 걸작전」 「라울 뒤피전」 「에드워드 호퍼전」 등 수백여 전시에서 도슨트로 활약했다. 이 책은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해설하는 그대로 원고를 정리했기에 더 실감나고 살아 있는 생생한 설명이 이어진다. 기존에 알고 있던 것이라면 확신으로 바뀌고, 몰랐던 것은 새롭게 얻으면 미술 지식이나 감상에 대해서는 중급 이상의 실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의 전작 『김찬용의 아트 내비게이션』과 이 책 『미술관에 가고 싶어졌습니다』을 모두 읽은 독자의 기대이기도 하다. 그만한 상식과 감상법, 미술 정보 등이 자세하게도 설득력 있게 잘 정리돼 실려 있다. 특히 해외 미술관 방문이 낯선 독자들을 위해 파리, 로마, 마드리드, 런던, 베를린, 암스테르담, 브뤼셀, 빈, 뉴욕, 도쿄에서 총 71개 미술관, 국내 미술관에 방문할 독자들을 위해 전국에서 106개 미술관을 특징별로 정리 및 추천하고 있다. 그가 공부하는 도슨트라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다. 

책의 가장 앞 자리에는 어떤 글이 실려 있을까? 「세계에서 가장 인기 많은 미술관」에 대한 설명이다. 자신의 경험에 따라 답변은 다를 수 있겠지만 먼저 정답을 밝힌다. 답은 〈모나리자〉를 소장하고 있는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이다. 2018년 한 해 평균 1,0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하며 절정기에 올랐다고 한다. 그러나 2020, 2021년 팬데믹의 영향으로 방문객의 70~80%를 잃어 한 해 평균 270만 명이 방문했으나,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한 2022년 773만 명, 2023년 890만 명이 방문해 완전 회복에 곧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만날 수 있는 미국 뉴욕의 MoMA(뉴욕현대미술관), 인기 있는 인상파 거장들의 대표작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 수많은 역사적 유물로 가득 차 있는 영국 런던의 영국박물관 등도 거론되고 있지만 1,000만을 넘긴 곳은 루브르 박물관밖에 없는 모양이다. 루브르 박물관이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미술관으로 손에 꼽힌다는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루브르는 평상시에도 3만5,000여 점의 작품을 전시실에 선보이고, 수장고에 보관 중인 소장품이 50만 점이 넘어 질릴 만큼 수많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박물관이다. 저자는 감춰둔 이야기 하나를 이 지점에서 꺼낸다.

"여기서 놀라운 기록은 2022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이 방문한 미술관 5위에 대한민국 서울의 국립중앙박물관이 그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이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508만 명이 방문해 2위에 랭크된 바티칸 박물관, 409만 명이 방문해 3위를 한 영국박물관, 388만 명이 방문해 4위에 자리 잡은 테이트 모던에 이어 한 해 341만 명이 방문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관람객이 찾은 미술관으로 기록되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어떻게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인기 미술관이 될 수 있었을까?"(p.25~26)

저자에 따르면 국립중앙박물관의 방문객은 단 하나의 이유가 아닌, 여러 가지 내외부의 요인에 의해 증가했을 것이다. 아마도 현재 시점에서 예상해 볼 수 있는 가장 크게 작용한 외부 요인 중 하나는 팬데믹의 영향이다. 지난 2년 여의 팬데믹 기간 동안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밀폐된 공간에 오랜 시간 머물러야 하는 문화생활을 거리는 분위기가 형성됨에 따라 사회적 거리 두기의 제한이나 걱정 없이 편히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술관은 영화관이나 공연장을 방문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사람들에게 대안이 되어준 측면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미술관은 한창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심했던 2020, 2021년에도 관람객이 밀집되는 도슨트 서비스 운영의 취소나 형태 변형이 있었을 뿐, 미술관 방문과 관람 자체에는 큰 제한이나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우리나라는 코로나에 대한 초기 방역과 대응을 잘해낸 국가로 손에 꼽히기에, 상대적으로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고, 최초에는 영화관 데이트나 공연 관람의 대체제로 즐기기 시작한 미술관 관람이란 문화생활이 많은 이들의 일상에 자리 잡은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앞서 책의 내용을 말할 때 각 섹션 마지막에 〈Pick〉를 하나씩 게재했다고 언급했다. 첫 섹션이 끝난 후 저자가 채택한 'Pick'은 '전시해설가 김찬용이 주목한 작가'로 반 고흐를 꼽았다. 「감상을 시작하기에 좋은 화가, 반 고흐」란 제목이다. 워낙 유명한 화가이기에 웬만한 독자들은 이미 알고 있는 화가다. 그런데 왜 저자가 주목했을까? 아마 저자의 미술 감상법의 첫 번째 항목이 아닐까? 독자는 생각한다. 모르는 것을 붙잡고 씨름하지 말고, 아는 것부터 하나하나 착실히 배우는 것이 지루함을 버리고, 관심을 붙잡아 두기에 적절한 감상법이란 주장 말이다. 이 이야기는 전작 『김찬용의 아트 내비게이션』에서도 같은 취지의 소개를 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독자는 기억한다. 빈센트 반 고흐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색채 화가 중 한 명이다고 운을 뗀 뒤 저자는 국내 미술계 내부에서는 반 고흐에 대한 콘텐츠를 준비할 땐 '빈센트 반 또흐'라고 농담할 정도로 국내에서 사골처럼 많이 소개되고 선보인 예술가라고 부드럽게 소개한다. 반 고흐는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 걸까?

책에 따르면 세간에 알려진 그의 슬픈 인생과 그에 부합되는 표현력을 가진 작품들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는 말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집에 구매해 두었던 명화집을 통해 우연히 마주하게 된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은 왠지 모르게 빠져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고, 작품에 얽힌 사연을 알고 나니 작품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느껴졌다. 반 고흐는 당시 가장 의지했던 애증의 동료 폴 고갱과의 충돌로 귀를 절단한 후 마을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을 피해 정신병원에 들어갔다. 홀로 병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새벽녘 풍경을 그린 화가의 상황을 상상하며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전혀 사실적이지 않음에도 불타는 듯 보이는 나무와 휘몰아치는 저 밤 풍경이 오히려 더 진실되게 느껴졌다. 나는 그렇게 미술에 빠져들었다.

물론 지금은 반 고흐가 단순히 인생의 드라마에 매몰되어 평가되어야 할 화가가 아닌, 특유의 색감과 탁월한 표현력에서 그 진가를 찾을 수 있는 위대한 예술가라고 저자는 생각한다고 덧붙인다. 그럼에도 입문자 입장에서 반 고흐만큼 쉽게 공감하며 호감을 가질 수 있는 작가는 많지 않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모르겠다면 반 고흐로부터 시작할 것을 저자는 독자들에게 권유한다.



섹션3 〈작품별 감상법〉은 독자에게 조각품의 감상법에 각별한 감흥을 안겨준다. 조각의 역사와 발전에 관한 간단한 소개와 함께 현대의 조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이해하는 것이 좋다는 저자의 설명이다. 나름 공부 좀 했다고 독자도 '르네상스 조각' 하면 미켈란젤로가 떠오르지만 실제 작품 배경이나 작품 제작 과정, 뒷 이야기에 대해서는 완전 문외한이다. 대부분 회화 위주의 책을 읽었기에 그럴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위대한 조각가의 조각을 한 번도 직접 본 적이 없어서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런 독자들의 사정을 안다는 듯이 설명을 이어간다. 저자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조각가로 추앙받는 미켈란제로 부오나로티의 〈피에타〉에 대해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한다. 

우선 이 작품을 마주하면 숭고한 종교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저자는 밝힌다. 어쩌면 더 생생하게 예수의 죽음을 마주한 성모 마리아의 모습을 목격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털어놓는다. 저자는 기존에 제작된어온 다른 〈피에타〉들에 비해 너무 젊은 성모 마리아의 모습과 사후 경직이 일어나지 않고 잠든 듯 늘어져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 때문에 오히려 사실성이 결여되었다고 하는 의견도 있으나, 〈피에타〉는 그런 지적을 초월할 정도로 아름다운 표현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대작이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예수가 주인공이 아니라 성모 마리아가 주인공처럼 보인다고 지적하는 당시 비판자들에게 미켈란젤로의 정곡을 찌르는 답변을 확인하고는 비판을 잠재울 만하다고 충분한 작품이다며 저자는 말한다. 미켈란젤로의 당시 답변은 "이 조각은 신에게 바치는 것이니 감히 인간의 시선으로 평가하지 마라."이다. 실제로 피에타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오히려 성모 마리아는 조형적 배경이 되어버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온전히 볼 수 있다고 한다.<책 사진 참조>


저자 : 김찬용


17년째 미술 현장에서 활동 중인 전업 도슨트.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후 전시 해설에 관심을 갖게 되어, 2007년부터 많은 미술관을 다니며 자원봉사로 전시 안내를 시작했다. 10여 년간 현장에서 버티며 당시에는 전무했던 전업 도슨트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을 개선했다. 2015년부터 도슨트가 미술관과 관람객 사이에서 훌륭한 매개자의 역할을 한다는 점을 인정받기 시작했고, 도슨트를 업으로 삼는 사람이 늘어났다.

국내외 100여 개 이상의 전시에서 해설하며 수백만 관람객을 미술 애호가의 길로 안내한 그는, 예술의 대중화가 아닌 누구나 예술을 통해 일상에 자극을 느낄 수 있는 ‘대중의 예술화’를 추구하며 국내외 주요 미술관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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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의 새 - 나는 잠이 들면 살인자를 만난다
김은채 지음 / 델피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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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지하실의 새』의 소설 작품이다. 표지화엔 새 한 마리가 덜렁 그려져 있다. 새 한 마리로 표현하기엔 부적절하다. 머리와 부리, 목까지만 그림 안에 들어 있는 모습이다. 그것도 옆모습이다. 약간 벌어진 부리도 무언가를 갈구하는 듯한 모습이다. 검은색 새다. 인상적인 것은 새의 눈이다. 빨간색이 동그랗게 자리하고 있다. 잠시 '새의 눈알이 빨갛던가?' 하는 착각을 가져본다. 소설에선 흔하지 않지만 이 소설은 표제어 아래 부제도 붙어 있다. 「나는 잠이 들면 살인자를 만난다」. 섬찟하다. 표제어보다 훨씬 강렬하다. 10장(章)으로 이루어진 목차의 제목을 훑어보고 첫 장을 넘긴다. 첫 장의 제목은 「쥐도 새도 모를 새」다. '감쪽같이'란 의미로 쓰이는 관용어다. 앞의 새는 하늘을 나는 동물 '새'이지만 뒷 부분의 새는 '사이'의 준말이다. "가장 선두에 서는 새는 어떻게 정해지는 걸까?" '새 박사'쯤 되는 사색인가? 뒷 문장은 주인공 김하진의 생각이 이어진다. "회색 빌딩 사이로 새 떼가 날아가고 있었다. 인위적이고 정갈한 'ㅅ'을 그리는 비행, 가장 맨 뒤에 있는 새가 눈에 들어왔다. 뒤쳐져도 무리에서 떨어져 나가도 아무도 모를 새. 거기에 있다는 걸 아무도 모르는 그런 새. 나는 꽤 자주 그런 새가 되는 꿈을 꾼다.(p.9)

주인공인 하진은 스물아홉 살의 소설가다. 최근 놀라운 스릴러물이 독자들의 큰 호평에 힘입어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에 올랐다. 그러나 그에게는 남모르는 비밀이 있다. 부제로 쓰였던 '잠이 들면 살인자를 만난다'는 것이다. 꿈속에서 하진은 매번 누군가가 참혹하게 살해되는 현장을 목격한다. 목격자는 새가 된 하진 자신이다. 더 꿈 같은 이야기는 새이자 목격자일 뿐이지만, 가해자가 피해자의 시체를 먹는 느낌조차도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마치 가해자와 일심동체인 듯한 감정이고 감각이다. 꿈에서 깨어나도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꿈속의 상황이나 느꼈던 감각 등이 생생하게 살아 있기 때문이다. 하진은 꿈속의 이야기를 모두 다 소설로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처음엔 악몽이라고 치부했던 사건들이지만 점점 이상한 것들이 느껴진다. 그리고 결국 꿈속에 봤던 사건들이 어디선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꿈속에서 본 사건을 소설로 썼고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어 하진은 유명 인사가 됐다. 그런데 소설 속 사건과 실제 일어난 사건이 놀랍게도 정확하게 일치한다면···? 경찰이 수사에 들어가면 이 사실은 범인으로 하진을 지목할 수밖에 없다. 사건 현장에서 채집된 단서 등이 소설 속 내용과 일치한다면 우선 의심이 될 것이다. 거기다 범인만이 알 수 있는 것을 소설 내용에 담겼다면 혐의자가 아니라 용의자 혹은 범죄자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터다.



꿈과 현실이 분간이 안 되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본다. 실제 경험한 사람도 많을 것이다. 문학 작품, 특히 스릴러나 미스터리에서는 단골 소재다. 꿈은 현실일 수 없다. 그러나 이 말은 꿈은 현실과 전혀 다른 것일 수도 없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꿈에 대해 관심을 가진 학자들은 대단히 많다고 한다. 고대 학자나 철학자들도 꿈에 관심이 많았고 학문적으로 연구도 했지만 과학적 근거를 찾을 때까지는 수백~수천 년을 기다려야 했다. 최초로 과학적 토대 위에서 연구한 사람은 지그문트 프로이트다. 프로이트 이전의 학자들은 대부분 꿈의 형상들은 그저 외부 자극들의 흔적이거나 무의미한 연상작용일 뿐 그 자체가 과학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프로이트의 과학 의지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꿈꿀 때의 표상활동 역시 각성시의 표상활동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중요한 인간의 정신활동이며, 거기에는 나름대로의 규칙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프로이트가 신경질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연구 분석한 결과 히스테리 환자들의 자유연상 과정에서 꿈에 관한 이야기가 집요하게 반복되어 나타난다는 사실이 눈에 띄었다. 그들은 마치 최면에 빠진 것처럼 자신의 꿈을 말하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환자들의 꿈 이야기 속에 그들의 억압된 기억이 섞여 나오는 것을 알아챘다. 굳이 최면을 통해 환자를 몽유 상태에 빠지게 하지 않고도 환자의 억압된 심리 세계로 들어가는 통로를 찾은 것이다. 『꿈의 해석』은 프로이트 연구의 결정판이다. 이는 고대부터 계속되어온 '해몽서'의 현대적 판본에 불과하다는 폄훼를 받기도 했다. 도대체 과학을 뭘로 아느냐는 과학주의자들의 비웃음과, 광인의 세계를 이성의 세계로 식민화했다는 탈근대주의자들의 비판 사이에서 프로이트의 '꿈의 과학'은 어정쩡한 곳에 위치한 것처럼 보였다. 제목에 명확히 표현되어 있는 것처럼 프로이트는 꿈을 '해석해야 할 텍스트'로 간주한다. 마치 성서에 숨겨진 신의 뜻을 해석하듯이 꿈의 숨겨진 의미를 해석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태고로부터 유전되거나 관습적으로 굳어진 상징을 분석할 때도 결코 꿈을 꾼 사람에게 떠오르는 연상을 무시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프로이트의 꿈 해석학이 지닌 가장 중요한 특징이 여기에 있다. 꿈을 꾼 사람의 말, 연상, 자기 해석과 분리해서 '저기' 해석을 기다리고 있는 꿈 텍스트란 없다는 것. 거기다가 분석하는 사람의 해석과 현재의 분석 상황까지 포함하여 구성되는 것이 바로 꿈 텍스트라는 것이다. 당시 프로이트의 과학관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나 양자물리학적 과학관을 선취한 것이다. 『꿈의 해석』은 1900년이라는 출판 연도가 상징하는 것처럼, 19세기 실증과학의 몸에서 태어났지만 20세기의 과학정신을 가진 책이다.(서양의 고전을 읽는다)



이 책 『지하실의 새』는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뿐만 아니라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란 소설도 생각나게 한다. 『변신』은 세일즈맨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눈을 뜨자 자신의 몸이 이상하게 변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자신의 몸이 어느 사이에 무수한 다리를 지닌 한 마리 커다란 벌레로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하고 생각해 보았으나, 분명히 꿈은 아니었다. 그가 출근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정을 알고자 찾아온 가게 지배인은 그 이상스러운 모습을 보고 놀라 도망가고, 어머니는 졸도하고, 아버지는 방안으로 쫓아 버리고 문을 닫았다. 가족들을 끔찍이 사랑했던 그레고르였으나 이제는 가족들한테 미움을 받고, 아버지가 던진 사과에 등을 맞아 그 상처 때문에 식욕도 없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누이동생이 켜는 바이올린 소리에 끌려 옆 방으로 기어갔다. 그 결과 이상스러운 그의 존재가 하숙인에게 알려져 그는 방안에 갇혀야만 했고, 식사는 누이동생이 날라다 주게 되었다. 그는 천장에 매달리는 것으로 겨우 자신을 위로하고 있었다. 가족들도 이제 그가 죽기를 바라고 있었다. 상처가 더욱 악화된 것과 이제는 죽어야겠다고 생각한 어느 이른 아침, 종탑에서 울리는 종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죽어 갔다. 가족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하나님께 감사하며 오랜만의 화사한 봄볕을 받으며 교외로 소풍을 나갔다. 성숙한 딸의 몸짓을 보며 아버지는 이제 좋은 사윗감을 선택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지하실의 새』와 『변신』의 차이점은 분명해 보인다. 전자는 꿈속의 '나'와 현실의 '나'는 육체적 외양이 다르다. 꿈에선 새이고 현실에선 멀쩡한 스물아홉 살의 작가이다. 후자는 꿈속 인물처럼 주인공의 신체가 현실로 변한다. 그래서 카프카는 현실의 부조리와 관념 속 이상의 차이점을 극명하게 드러낸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비해 김은채의 『지하실의 새』는 현실의 '하진'이 꾸는 꿈속의 주체는 '새'이며 인간으로서의 감정과 감각을 갖고 있다. 때문에 꿈속에서 목격한 모든 것을 현실에서 기억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는 하진은 10살 이전의 기억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럼 하진의 10살 이전의 기억의 망각, 꿈속의 새, 그리고 현실의 나의 관계가 어떤 연결고리를 가진 것일까? 



하진의 기억으로는 보육원에 들어간 것도 10살, 떠난 것도 10살이었다. 기억의 첫 줄은 보육원 수녀가 하진의 손을 잡고 복도를 걸어가던 그때부터이다. 10살 이전의 기억을 조금도 가지고 있지 않은면서 보육원에서의 짧은 생활은 기억하고 있다. 기억이 시작한 당시 하진은 온몸에서 시궁창 냄새가 났고, 수녀는 그런 하진의 손을 잡고 성큼성큼 복도를 걸었다. 수녀의 걸음이 빨라질수록 하진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수녀는 하진을 곧장 욕실로 데리고 갔다. 욕실은 넓고 또 샤워기도 여러 개 있었다. 욕실에 들어서자마자 하진은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추운 게 아니었다. 기억 없이 몸만 알고 있는 공포감이 몸에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벙어리처럼 단순한 표현조차도 못하는 상태였다. 얼추 목욕 준비가 되자, 수녀가 하진의 옷을 벗겼다. 그제야 하진이 입던 옷이 얼마나 낡고 지저분한지 또 얼마나 앙상했는지가 알게 됐다는 점을 기억해 낸다. 수녀는 회색 수녀복이 진하게 물들어 가는 것도 무시한 채 묵묵히 하진의 몸을 닦았다. 수녀는 앙상한 하진의 몸 위로 샤워 타월을 문대며 말한다.

"하진아, 이제부터 여기서 지내는 거야."

"······."

수녀가 '하진'이라고 부른다. 자신도 모르는 이름을 수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이름을 아느냐고 묻진 않았다.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말하지 않았다.

"당분간 밖에는 나가지 말고 여기에 있거라. 여기엔 네 친구들도 있고 또 필요한 건 다 있어."

"······."

역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수녀의 움직임에 맞춰 찰랑거리는 십자가만 빤히 바라봤다. 수녀도 딱히 하진의 대답을 바란 것 같지는 않았다.



이후 보육원 측에서 하진을 서둘러 입양시킨다. 입양된 곳에서의 좋은 기억은 별로 없다. 처음 입양되었을 때는 그래도 비교적 편안한 느낌이었지만, 날이 갈수록 꿈속인지 현실인지 기억도 어슴푸레한 '안 좋은 기억'들 뿐이다. 20살 성인이 되던 해 양부모가 죽었다. 금실이 좋았던 양부모는 자신들의 결혼기념일을 꼬박꼬박 챙겼다. 그 기념으로 여행을 갔다가 덤프트럭과 충돌하여 길에서 즉사했다. 즐거운 시작과 다르게 허망한 끝. 비록 잉크와 종이 쪼가리로 맺어진 부모 자식 사이였지만, 슬펐다. 내 겉모습에 쉽게 애정을 주고 또 쉽게 외면하기도 했지만, 쉬웠던 애정처럼 쉽게 버리진 않았으니까. 그래서 그들의 죽음은 슬펐다. 하진이 길바닥에서 죽지 않고 살 수 있었던 것은 그들 덕분인 것은 분명했다. 그들이 하진의 울타리였던 것을 분명히 기억하고 인지했다. 그것마저 완전히 없어지자 울타리 안에 망아지는 고삐가 풀렸다. 요단강을 건너기 직전 뱃사공이 돌려 보냈다. 그렇게 죽음의 코앞까지 다녀오고 나서야 내가 살고 싶어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승의 뱃사공 대신 정신과 의사를 마주했다. 의사는 좋게는 유쾌한 사람이었고, 나쁘게는 가벼웠다. 

"뻔하다고 할 수 있지만,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데는 운동만한 게 없어요."

하진은 이번에는 살해범 의혹을 받고 있다. 분명 하진은 사람을 살해한 적은 없지만 자신이 그 살해 현장을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독자들은 알고 있다. 꿈속에서 새가 되어 범행을 목격했고, 그것을 그대로 소설로 옮겼을 뿐이라고. 그러나 그러나 사건의 수사가 시작되자 범인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이를 테면 시체 유기 장소 등)을 정확하게 소설에 쓰고 있으니 수사관이나 일부 독자 입장에서는 작가가 사람을 살해하고 그 장면을 소설로 써서 일약 베스트셀러가 됐다는 서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빠져 나올 수 없는 용의자이다. 여론의 비난마저 높게 일자 하진은 변호사에게 의뢰한다. 이 소설의 첫 머리 부분에서 새에 대한 단상은 변호사 사무실에서다. 자신의 변호를 의뢰한 최강운 변호사. 그는 살인자 변호로 유명세를 탄 사람이다.



수상한 마을 사람들 그리고 지겹도록 눈에 거슬리는 스티커 한 장. 소설가 김하진에게 보이는 것과 새가 된 하진의 시선으로 목격하는 장면 사이의 부조화는 팽팽한 긴장감을 부른다. 『지하실의 새』는 꿈과 현실이 뒤엉켜 아이러니하게 조합되며 답답하면서도 숨 막히는 조용한 스릴러의 미묘한 세계를 창조하고, 묵묵히 끌어간다. 누군가 이 악몽의 날개를 꺾어 주길 바랄 뿐이다. 소설 작품이니만큼 더 이상의 줄거리나 대화 등에서 언급은 어렵다. 다만 힌트를 말한다면 '꿈의 해석'을 얼마나 과학적으로 하느냐와 꿈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일은 범죄나 수사와 아무 관련이 없다 등의 질문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의사도, 형사도, 변호사도 모두 꿈과 현실의 사이에서 자신마저 이해하지 못하는 일에 관한 주인공 하진의 마음속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이다. 물론 그것은 저자 김은채의 몫이고 독자들은 읽기만 하면 된다. 단 상징으로 나타나는 모든 것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먼저 읽은 독자로서 권유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소설은 10개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장에는 제목이 있다. 대부분 새와 관련되어 있다. ① 쥐도 새도 모를 새 ② 현실과 꿈, 사이에 올빼미 ③ 예정된 조우 ④ 처음 만난 오래된 친구 ⑤ 얌전한 뻐꾸기의 울음 ⑥ 낮게 나는 새 ⑦ 올빼미의 낮 활동 ⑧ 새장 ⑨ 마지막 의례 ⑩ 날지 않는 새 등이다. 


꿈을 꿨다. 새가 되지도 않았고, 새장에 갇히지도 않았다. 나는 반바지와 반팔을 입고 호수 근처를 걸었다. 그렇게 얼마간 걷다가 자리를 잡고 호수에 발을 담갔다. 호수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 아래는 죽은 사람도 걸쭉한 피도 흐르지 않았다. 그저 맗고 투명한 물 속에 내가 비쳐 보였다. 호수를 둘러싼 나무들 사이에서 피비린내 대신 기분 좋은 새소리와 청량한 바람이 불어왔다. 생애 처음으로 꾸는 '평범한 꿈'이 너무나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꿈을 꾸고 있었다. 이것이 나의 꿈이다. 

팔 안쪽에 딱지가 앉았다. 비행은 끝났다. 새는 더 이상 날지 않는다.(p.248)


저자 : 김은채


필름 영사기가 돌아가는 영화관에서 자랐다. 연령 제한 영화도 제한 없이 마음껏 보며 키와 함께 이야기에 대한 애정도 키워 나갔다. 이야기를 통해 사람이 성장하고 연결되는 힘을 몸소 경험하고 방송작가로 일찍이 업을 정했다. 지금은 평범한 직장인이 되었지만 퇴근 후 영화 시나리오, 문학, 에세이 등 분야를 불문하고 글을 쓰는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그 질경이 같은 성격 덕에 스토리 작가로 스릴러 웹툰 「홀더」를 연재했다. ‘이야기를 기획’하는 사람으로 누군가의 마음에 기분 좋은 흔적을 남기고 싶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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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빛내줄 스마트폰 사진 - 실패 없는 구도와 감성 색감 보정으로 사진 잘 찍는 법
담이 지음 / 빌리버튼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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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은 우리 일상을 손 안에서 해결하는 마법의 도구이다. 작은 휴대전화 하나가 컴퓨터를 손에 들고 다니는 것처럼 일상의 일을 처리할 수 있어 스마트폰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현대 사회에서 돈보다 귀중한 '시간'을 획기적으로 절약할 수 있는 '마법'을 누구나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디지털 시대로 바뀌면서 수많은 것들이 인간의 노동 없이 해결되는 신세계가 열린 것이나 다름없는 세상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해결해야 하는 일들은 이젠 앉아서 휴대폰으로 척척 해결한다. 돈을 찾거나 맡기는 일도 은행에 직접 갈 필요가 없어졌고, 물건을 사는 일도 직접 가서 구매할 필요가 없다. 세상의 거의 물건을 스마트폰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유통체계도 바뀌어가고 있다. 스마트폰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원동력이자 전 단계임을 실감하고 있다. 

독자도 물론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나올 때부터 줄곧 사용하고 있으니 20년은 넘었을 것이다. 스마트폰의 크기는 점점 작아지고도 기능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독자 기억으로는 새 스마트폰이 출시될 때마다 업그레드되는 부분에 꼭 끼어 있는 것이 카메라 기능이다. 일상에서 카메라는 단순 즐기는 도구가 아니라 점점 더 기능이 확대되어 영화도 찍고, 심지어는 범죄 증거로도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독자는 사진에 대해 문외한이나 다름없다. 당초 스마트폰이 나올 때부터 사진과는 관계 없는 직종에 있다보니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놀러 가거나 여행 때 요긴하게 쓰는 정도다. 그런데 집에서 서평을 쓸 때도 카메라를 이용해 사진을 첨부해야 하니 할 수 없이 카메라로 찍어 사진을 찍다보니 스스로 찍어놓고도 마음에 든 사진은 발견하기 힘들다. 인화하는 것도 아니어서 책 한 권 서평에도 수십 장의 사진을 찍어 그나마 쓸 만한 것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마음에 쏘옥 든 사진은 한 번도 없던 것 같다. 원래 사진 찍는 기술이 없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 『내 인생을 빛내줄 스마트폰』을 보니 뒤늦게 많은 후회가 된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사진만 봐도 '예술 사진'으로 보이는 장면이 많다. 책의 저자 담이는 누구나 스마트폰을 갖고 있고, 언제든 찍을 수 있는데 기능을 제대로 모르거나 사용하지 않아 좋은 사진을 못 쓰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안 지 오래되었다. 저자의 이야기로는 최소한 2년은 넘은 듯하다. 우선 자신이 사진 전공한 전문가도 아니었기에 당연한 일이다. 요즘은 사진을 주로 하는 SNS의 발달로 사진은 중요하게 쓰인다. 가능하다면 좋은 사진을 걸어야 SNS 이용에도 도움이 되는 시대다.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한 이유도 독자처럼 사진을 많이 사용하면서도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 더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분들이 많아서다. 저자가 〈프롤로그〉에 쓴 집필 취지도 "스마트폰의 발전으로 우리는 손쉽게 셀카, 가족, 연인, 풍경, 명소, 음식 등 하루에도 몇십 장씩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촬영합니다. 하지만 다시 보면 마음에 들거나 기억에 남는 사진은 몇 장 되지 않습니다. 일상을 빛내줄 사진을 찍는 방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며 이 책에 매력적인 사진을 찍는 방법 9가지를 알려준다. 

저자에 따르면 누구라도 쉽고 재미있게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고 보정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사진에 대한 전문 지식이나 고가의 장비가 없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원리를 이해하고 몇 가지 팁만 알아도 지금보다 훨씬 멋지고 특별하게 일상의 순간들을 담아낼 수 있다. 스마트폰 사진 찍기의 기초를 탄탄하게 쌓고, 한번 알아두면 평생 활용할 수 있는 보정 방법까지 제대로 배울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밝힌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순간부터 스마트폰 카메라를 보다 슬기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당장 적용 가능한 것만을 위주로 책을 썼다고 말한다. 물론 책의 후반부엔 심화된 기능을 사용해 고도의 예술 작품으로서의 사진 찍기도 가능하도록 책의 내용을 풍요롭게 꾸몄다고 설명한다. 차근차근 따라 하면 스마트폰 카메라를 100% 이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저자의 자신 있는 말에 벌써부터 기대에 마음이 설렌다.



독자의 기억으로는 옛날 어렸을 때 가까운 곳에 소풍 가거나 가족 여행을 갔을 때도 카메라는 늘 아버지 차지였다. 독자는 다루지도 못했지만 다루려 하지도 않았다. 사진을 찍으면 자신은 안 찍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청춘 때는 연인과 추억을 남길 만한 사진을 찍기가 오히려 불편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을 가슴에 담아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핑계였지만 말이다. 결혼 후 아이의 행복한 표정이나 아름다운 풍경 등도 대부분 아내 몫이었다. 이래저래 미루다 보니 사진 찍기가 점점 싫어지기도 했다. 특별히 삶에 문제될 것도 없어서 그럭저럭 스마트폰을 누르기만 하면 되니 편리함을 바탕으로 사용하기는 하지만 특별한 목적 없이는 카메라를 잘 사용하지 않아서 카메라 기능이 엄청나게 발전된 상황에서 정작 원하는 사진 찍기는 불가능할 것처럼도 느껴졌다. 그러나 "삶에서 빛이 나는 순간을 사진으로 담아 간직할 수 있다는 건 근사하고 감동적인 일"이라는 저자의 말에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다. 저자가 스마트폰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면서 터득한 스마트폰으로 사진 잘 찍는 핵심 노하우를 가르쳐 준다니 이렇게 고마울 데가···. 마치 독자를 위한 책 같은 느낌이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스마트폰 촬영 기초 다지기〉, 2부 〈스마트폰 촬영 핵심 공식〉, 3부 〈상황별 스마트폰 촬영 비법〉, 4부 〈스마트폰 색감 보정 실전편〉 등이다. 각 부에서는 카메라 기능과 조작법 등에 대해 다시 장(章)으로 나누어 자세하게 하나씩 글과 사진을 붙여 설명해준다. 기초부터 실전까지 조목조목 다져나갈 수 있게 구성했다. 이를 테면 1부 1장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서는 몰라서 못한 독자의 낯이 조금 뜨거워질 정도로 지적을 받는다. 소마트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마루고 있는 분이 계시냐고 묻는다. 저자의 질문에 '많다'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이 드러난다. 소프트웨어 안내창이 뜨면 즉시 실행할 것을 권유한다. 사실 독자는 "알지 못한 것을 함부로 만지지 말 것"이란 편견을 가진다. 우연히 받은 '보이스피싱' 때문이다. 뒤늦게 알아차리고 경찰청으로 신고하고 부랴부랴 지급 정지시키고 조치를 하느라고 애깨나 썼던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다. 그때 경찰 한 분이 하는 조언이 "잘 모르는 전화번호나 국제발신 등의 전화나 문자는 무시하거나 바로 지워라"였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이유를 저자에게서 이 책을 통해서 듣고서야 비로소 직접 해볼 수 있게 됐다. 업데이트 이유는 스마트폰을 최신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해서 사용자의 편리성을 향상시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구글 보안 패치와 안정화 코드가 적용되어 다양한 앱들의 충돌 오류를 바로잡아 준다고도 알려준다. 사진을 함께 게재해 방법을 조목조목 가르쳐주는 데 굉장히 쉬운 방법이란 걸 뒤늦게 깨우친다. 스마트폰 카메라 설정에서도 사진·동영상 촬영과 색감 보정을 진행할 때 최적화된 카메라 설정 방법이 있다고 일러준다. 저자만의 방법을 귀띔해주기도 한다. 자신이 사용할 때 가장 좋은 설정값이다. 역시 사진과 함께 설명을 해주고 빨간 펜으로 표시까지 해주는 노련한 솜씨를 보여준다. 인텔리전트 기능에 대한 설명은 피사체를 더욱 생생하게 촬영하기 위해 좋은 기능이 있다고 한다. 

'밝기'는 색상을 육안으로 더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서 [밝기]는 최대로 설정할 것을 요청한다. [더 밝게] 기능이 있다면 이 기능도 설정하라고 말한다. [밝기 최적화]는 꼭 해제해줄 것도 당부한다. 밝기 최적화는 주변 밝기에 따라 화면 밝기가 자동으로 변하는 기능이라고 한다. 색상을 정할 때 밝기가 계속 달라지면 불편하기 때문에 이를 해제하는 것이 좋다고 이유까지 설명한다. 아이폰일 경우 따로 설명을 더하고 있다. 「렌즈 황용하기」에서는 스마트폰의 뒷면을 확인해보면 몇 개의 렌즈가 있느냐에 따라 역할과 기능이 추가된다고 한다. 1개가 있으면 광각렌즈, 2개 있으면 초광각렌즈와 광각렌즈, 3개 이상이라면 망원렌즈가 추가로 탑재되어 있는 모델이다. 모두 사용법에 따라 적은 차이지만 큰 효과로 나타난다고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1장에서는 이 밖에도 「수직/수평 맞추기」, 「노출/초점 맞추기」, 「날씨 확인하기」, 「흔들림 제어하기」 등 기초적이지만 잘 모르는, 또 알아도 잘 사용하지 않는 부분도 한 번쯤 설명에 따라 실시해보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SNS에서 눈에 띄는 사진은 도대체 어떻게 찍는 걸까? 독자는 잘 사용하지 않지만 가끔씩 볼 때마다 SNS에서 보는 사진들이 '잘 찍었다'라고 생각되는 사진들이 많다. 저자는 대부분은 보정 작업을 거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슬쩍 보정에도 숨겨진 법칙이 있다고 내민다. 지금까지 보정이 어려웠던 이유는 보정의 개념과 과정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스마트폰 크리에이터 ‘담이’만의 특별한 보정 과정을 따라오면 사진에 다 담지 못했던 그날의 분위기를 표현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 책은 〈라이트룸〉 앱 ‘무료 버전’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보정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보정의 순서가 왜 중요한지, 어떻게 해야 색감 표현이 더 잘 되는지, 사진에 따라 보정 과정이 왜 다른지 등 정확하게 짚어준다. 한 끗이 달라지는 보정 효과와 심화 과정까지 단계별로 책에서 공개하고 있다. 보정의 퀄리티를 높이고 나만의 색감과 분위기를 표현하고 싶다면 '일상이 화보가 되는 매력적인 사진' 찍기를 시도해 볼 것을 권유한다.

2부 〈스마트폰 촬영 핵심 공식〉에서는 「빛 활용하기」 「구도 잡기」 「앵글 바꾸기」 「프레임 만들기」 「원근감 살리기」 「시선 강화하기」 등에 대한 특별한 강의가 있다. 모두 사진을 잘 찍고 좋은 사진으로 일상의 즐거움을 더할 수 있는 방법이기에 하나씩 습득해 나갈 것을 독자들에게 권유한다. 

일상에서 가장 많이 찍는 인물, 풍경, 음식 등 장르별 촬영 포인트와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프로 모드 팁까지 세세하게 정리해 초보자는 물론 중급자까지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3부에는 「인물 사진 촬영 비법」「정물 사진 촬영 비법」「음식 사진 촬영 비법」「커피 사진 촬영 비법」「풍경 사진 촬영 비법」 등을 실었다. 역시 사진과 자세한 설명이 모두 있어 문해력이 약한 분들도 사진과 그림으로만 봐도 알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빛을 이해하고 카메라 위치 잡는 법, 실패 없는 프레임, 상황별 구도에 따라 앵글 바꾸기 등 스마트폰 카메라의 기본 설정과 다양한 기능을 알아보고 따라만 해도 사진의 퀄리티가 달라지는 걸 느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지금까지 균형감 없는 구도로 찍고 어설픈 색감으로 보정했던 사진에서 벗어나 나만의 촬영 스킬을 쌓고 싶다면 당장 이 책과 함께할 것을 추천한다.



이 책 『내 인생을 빛내줄 스마트폰』은 보정 기능을 익히고 감각을 기를 수 있도록 실습 예시 사진을 무료로 제공한다. 감성 노을, 에메랄드 하늘, 선명한 건물과 야경, 향수와 추억의 느낌, 반려동물, 화사한 인물, 맛있어 보이는 음식 등 일상에서 가장 많이 찍고 보정하는 사진을 9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었다. 차근차근 따라 하다 보면 기초가 탄탄하게 쌓이면서 보정 실력이 향상될 거라고 저자는 확신하고 있다. 카메라 기능은 물론 일반 용어도 서투른, 완전 문외한인 독자도 따라할 자신감이 생긴다. 또 자세하고 차분하게 방법을 하나씩 구체적으로 제시한 저자를 볼 때 하루이틀 준비한 책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이런 과정이 밑바탕이 되어 남들과는 차별화된 사진을 찍고 어떤 사진이든 보정할 수 있는 응용력이 생길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참'이라고 말하고 싶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가진 장점을 이용해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고, 나만의 감성을 표현하는 하나의 도구로 활용하길 독자는 기대한다.


저자 : 담이


@creator.dami

국내 최초로 ‘스마트폰 촬영 예술가’라는 직업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 등에서 잘 찍고 예쁘게 보정하는 스마트폰 촬영 노하우를 공유합니다. 삼성, 메타 등 굴지 기업과 협업한 경험은 물론 다양한 기업의 제품을 창의적으로 알리는 브랜디드 콘텐츠도 제작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스마트폰 하나로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과 영상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았으면 좋겠습니다. 원하는 색감으로 다채롭게 보정해 일상의 행복을 느끼고, 오랜 시간 추억이 깃들었으면 합니다. 하루 한 장, 스마트폰 사진이 삶을 풍요롭게 하는 휴식 같은 선물이 되길 바랍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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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청춘 세트 - 전2권 청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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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사랑을 받았지만 아쿠타가와 상에 연이어 낙방하고 문단으로부터 혹평을 들었던 다자이 오사무 또한 서른아홉에 아쿠타가와와 같은 선택을 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뇌하는 청춘을 보낸 두 소설가의 단편집을 낸 출판사 측의 기획 의도는 오늘을 사는 청춘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시대가 달라도 사는 데는 늘 같은 세대의 같은 고민이 있다. 이는 인간의 삶이 시대를 불문하고 한결같았고, 늘 힘들었기 때문이란 반증이기도 하다. 두 작가의 많은 작품이 오늘날 고전문학으로 분류되었다. 그러나 현대 청춘들은 "고전은 어렵고 딱딱하다", "늘 보수적이며 융통성 또한 없다"는 이유로 기피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 또한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였다. 이른바 고전주의 시대였다는 영국 등 서양에서도 젊은이들은 고전주의를 좋아하지 않았고, 기존 질서에 반기를 들었다. 그들이 자라서 성인이 되었을 때는 또다른 문예사조가 머리를 내민다. 그렇게 역사와 시대의 흐름은 순환하고 흘러가는 것이다. 

이 책이 오늘날 청춘들이 고전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 흥미롭게 재해석하며 읽을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한 이유이기도 하다. 더불어 더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원작의 의미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현대적으로 풀었다. 이는 각 책의 일러두기에 모두 적혀 있다. 이 책 두 권 세트에는 '청춘 노트'도 끼워져 있으니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출판사 측의 바람이다. 이 ‘청춘 노트’에는 내 청춘의 한 페이지를 기록하든지 메모 형식이든 필사든 각자의 필요에 의해 이용하면 훗날 중요한 기록이 될 수도 있다. 책과 노트로 이뤄진 이 청춘 세트는 ‘나약한 마음이 창피해서 우울해져 버린’ 청춘들에게 ‘나약한 게 아니라 괴로움이 너무 무거운 거야’라는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다.

이 시리즈 책 두 권을 모두 번역한 역자 최고은은 다자이 오사무와 그의 작품을 표현하는 수많은 수식어들이 있지만 그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이 '청춘의 열병'이라고 말한다. 역자에 따르면 다자이 오사무 작품에 이런 수식어가 붙은 것은 1948년 6월 13일, 서른여덟의 젊다면 젊은 나이에 연인 야마자키 도미에와의 동반 자살로 세상을 떠났지만 75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독자들을 얻으며 널리 읽히고 있는 데다 특히 청년 시절 다자이 작품에 빠져들었다고 고백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다자이 오사무' 하면 누구나 『인간 실격』을 떠올린다. 이 소설 작품은 '나'라는 화자가 서술하는 서문과 후기, 그리고 이 작품의 주인공 요조가 쓴 세 개의 수기로 구성되어 있다. 태어날 때부터 다른 '인간들'을 이해할 수 없었던 요조는 그 인간 세계에 스스로 동화되기 위해 '익살꾼'을 자처해 가며 노력하지만 번번이 좌절하고, 결국 마약에 중독되고 자살을 기도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거듭된 동반 자살 기도에서 여자만 죽고 혼자 살아남은 요조는 마지막 희망이었던 본가로부터도 절연 당하고 외딴 시골집에서 쓸쓸히 죽음만을 기다리는 '인간 실격자'가 된다는 내용이다. 

또한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유명한 대표작 『인간 실격』은 특유의 요설체와 일인칭 고백체로, 이루어진 탁월한 작품이라는 것이 역자 최고은의 평가다. '나'의 자의식과 자기혐오를 장황하고 집요하게 묘사하는 한편, 심각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해학과 난센스를 섞어 웃음을 유발하는 그의 작가적 특성이 섬세한 감수성을 가진 청년 세대에게는 내 이야기처럼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라고 역자 최고은은 설명한다.

역자에 따르면 실제로 다자이 오사무의 청춘은 파란만장했다. 아오오리 현 쓰가루의 부유한 명문가에서 태어났지만, 대학 시절 좌익 운동에 참가했다가 좌절한 경험, 예술과 생활 사이에서의 갈등, 지방 출신으로서 고향에 대해 느끼는 복잡한 갈등, 약물 중독, 두 번의 결혼과 복잡한 이성 관계, 생애 여덟 번에 걸친 자살 시도 등 그의 짧은 생애를 장식한 사건과 감정들은 그를 절망으로 몰아갔으나 그는 이 고뇌를 문학 속에 녹여 냈다고 역자는 분석한다. 때문에 그의 문학은 흔히 '사소설(私小說)'-작가가 직접 체험한 일을 소재로 삼아, 경험을 그대로 쓴 소설-로 여겨졌고, 그렇게 읽혀 왔다는 게 역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단편집에 수록된 「부끄러움」에서도 알 수 있듯, 다자이는 '사소설=작가가 경험한 일을 그대로 쓴 것'이라 여기며 소설 속 세계와 작가의 실생활을 혼동하는 읽기 방식을 정확히 인식하고, 그것을 교묘하게 비튼 소설을 쓰고 있다. 「어릿광대의 꽃」 역시 다자이 자신의 동반 자살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삼인칭으로 서술되는 이야기 중간중간에 이 소설을 쓰는 작가 '나'가 등장해(물론 이 작가 '나' 역시 다자이 본인이라고는 할 수 없다.) 메타 레벨에서 소설의 방법론에 관해 이야기하는 등 작품을 작가의 경험 그 자체로 읽는 흐름을 방해하고 상대화한다고 강조한다.



역자 최고은은 책 뒷 부분 〈옮긴이의 말〉을 통해 "작가의 사생활이나 사상 등을 작품에 투영해 읽는 방식이 잘못됐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작가의 실생활과 말로 구축된 허구의 소설 세계가 교차하거나, 또는 어긋날 때 나타나는 새로운 리얼리티가 주는 깨달음과 감동이 있기 때문이다. 작가 다자이 오사무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소설을 방불케 하는 그의 파란만장한 생애가 반영된 작품 내용이 읽는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작품 내적 세계와 외적 세계의 낙차를 이용하는 전략을 효과적으로 구사하는 작가적 역량에 있기도 하다."고 밝힌다. 

이 책에 실린 다자이 오사무의 12편의 단편 소설을 통해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특성을 살펴본다. 우선 1934년에 발표한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는 집주인인 '나'와 그의 집에 세들어 사는 세입자, 세이센의 특이한 관계를 그린 작품으로, 천재를 동경하는 '나'와 그런 '나'의 성격에 맞추어 자기를 변화시키는 세이센의 얽히고설키는 과정이 실소를 자아내지만, 주체로서의 나와 근대인의 자의식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구절도 많다. 메이지 이후 '입신양명'을 목표로 인격을 갈고닦는 '쳥년' 상이 세계대공황으로 인한 취직난 등으로 점차 성립하지 않게 된 동시대적 상황을 연상케 하는 실험적인 형식의 작품이다. 

사이센은 새로 맞이한 아내에 대해 역시나 다소 찝찝했는지, 내 시선을 피하듯 기다란 머리카락의 비듬을 털거나 무릎을 몇 번이고 폈다 꼬았다 하면서 웅변을 늘어놨어. 

"정말 괜찮으세요? 저도 곤란해서요."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그럼요." 그는 내 말을 가로막듯 괜찮다고 연거푸 말하며 쾌활하게 웃더라. 나는 그 말을 믿었어.

그때 방금 전의 소녀가 은쟁반에 홍차를 받쳐 들고 왔어.(p.45)

이어 1935년 발표된 「어릿광대의 꽃」은 1930년, 카페 직원이었던 다나베 아쓰미와 가마쿠라 해안에서 약을 먹고 동반 자살을 기도했다가, 여성만 죽고 다자이만 살아 남은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다자이 본인의 실제 경험이 투영되어 있지만 사이사이에 소설을 쓰는 작가 '나'의 고백을 넣은 형식이 인상적이다.



「우바스테」(1938) 역시 두 남녀의 동반 자살 여정을 그린 이야기로, 1937년 첫 아내였던 하쓰요가 자신의 사돈인 화가 고다테와 부정을 저지른 사건에 충격을 받아, 하쓰요와 동반 자살을 시도한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애증과도 같은 부부의 관계와 삶에 대한 애수가 감도는 가운데도 다자이 특유의 위트를 잊지 않는 어둡고고 밝은 작품이다. 1939년 발표된 「여학생」은 여성 일인칭 고백체로 진행된다. 그의 소설가로서의 중기를 대표한다. 열내 살 여학생의 일상을 의식의 흐름에 따라 그리고 있는데 사춘기 특유의 자의식과 섬세한 내면 묘사가 눈에 띈다.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와 부로하하는 여성의 자아를 읽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의 기분은, 재미있다."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다자이의 애독자였던 아리아케 시츠가 자신이 쓴 일기를 다자이에게 보냈고, 「여학생」은 이 일기와 상당 부분 중복된다고 한다. 독자의 일기를 그대로 인용, 붙여 넣기 한 소설이라는 혹독한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패러디, 번안을 문학적 수법으로 이용했던 다자이 문학의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역자 최고은의 입장이다. 

아침은 왠지 뻔뻔스럽다. 서글픈 일들이 수없이, 수많이 가슴에 떠올라서 견딜 수가 없다. 싫어, 싫어. 나는 아침에 가장 추하다. 두 다리가 기진맥진 지쳐서, 그래서 더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숙면을 취하지 못한 탓일까. 아침은 건강하다는 건 거짓말이다. 아침은 잿빛이야. 언제나 늘 똑같아. 가장 허무해.

(중략)

아침에는 늘 자신이 없다. 잠옷 차림으로 화장대 앞에 앉는다. 안경을 안 쓰고 거울을 들여다보면, 얼굴이 조금 흐릿하고 촉촉하게 비친다. 내 얼굴에서 안경이 제일 싫지만, 다른 사람은 모르는 안경의 장점도 있다. 안경을 쓰고 먼 곳을 보는 게 좋다. 전체가 흐릿하고, 꿈속에 있는 거섳럼, 작은 구명으로 들여다보는 그림처럼 멋지다. 

(중략)

제 감정을 죽이고 남에게 봉사하는 건 분명 좋은 일이지만, 앞으로 매일 이마이다 씨 부부 같은 사람들에게 억지로 웃어 주거나 맞장구를 쳐야 한다면, 미쳐 버릴지도 모르겠다. 나 같은 건 감옥에도 들여보내 주지 않겠지. 불현듯 우스운 생각이 들었다. 감옥은커녕 하녀로도 못 쓸 것이다.



1940년 발표한 「젠조를 그리며」는 소설가인 '나'가 고향 신문사에서 도쿄에서 활약하는 동향 출신 예술가들의 좌담회의 촟대장을 받으며 생긴 내면의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일본 북부 쓰가루 출신의 다자이가 고향과 집안에 대해 느끼는 복잡한 감정이 잘 묘사돼 있다. 결국 망쳐 버린 좌담회에 절망한 '나'를 위로해 준 건, 속아서 산 줄 알았던 장미나무였다는 결말의 소박한 아름다움이 인상적이다. 작중의 좌담회는 실제 개최했던 모임을 모델로 했다고 한다. 탁한 목소리로 소리친 예술가는 유명한 판화가인 무나카타 시코로 추정된다는 평가다. 제목의 모델로 했는데, 제목의 젠조는 쓰가루 출신의 선배 작가이자 1928년 세상을 떠난 가사이 젠조를 말한다. 「젠조를 그리며」와 같은 해 발표된 「달려라 메로스」는 일본 교과서에도 실리는 유명한 작품이라고 역자는 전한다. 마지막에서 밝히고 있듯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 정확히 말하면 시의 일본어 번역을 원전으로 하고 있다. 우정과 믿음이라는 고전적인 주제를 현대적으로 변주해 다시 쓴 다자이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금주의 마음」이 발표된 1943년은 태평양전쟁으로 인해 술을 배급제로 받을 수밖에 없던 시절이었다. 이런 귀한 술을 둘러싼 인간 군상의 행태와 그럼에도 차을 수밖에 없는 술의 매력을 유머러스하게 그린 작품이다. 이 단편집을 통해 작가 다자이의 '청춘'을 물론, 그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면 옮긴이로서는 더없는 기쁨이 될 것이라고 역자 최고은은 밝힌다. 


저자 : 다자이 오사무(Dazai Osamu, だざい おさむ, 太宰 治, 津島修治)


1909년 6월 19일, 일본 아오모리 현 쓰가루 군 카나기무라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쓰시마 슈지[津島修治]이다. 그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에서 성장했으나 가진 자로서의 죄책감을 느꼈고, 부모님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게 성장한다. 1930년, 프랑스 문학에 관심이 있었던 그는 도쿄제국대학 불문과에 입학하지만, 중퇴하고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이후 소설가 이부세 마스지[井伏_二]의 문하생으로 들어간 그는 본명 대신 다자이 오사무[太宰治]라는 필명을 쓰기 시작한다. 그는 1935년 소설 「역행(逆行)」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1935년 제1회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단편 「역행」이 올랐지만 차석에 그쳤고, 1936년에는 첫 단편집 『만년(晩年)』을 발표한다. 복막염 치료에 사용된 진통제 주사로 인해 약물 중독에 빠지는 등 어려운 시기를 겪지만, 소설 집필에 전념한다. 1939년에 스승 이부세 마스지의 중매로 이시하라 미치코와 결혼한 후 안정된 생활을 하면서 많은 작품을 썼다.

1947년에는 전쟁에서 패한 일본 사회의 혼란한 현실을 반영한 작품인 「사양(斜陽)」을 발표한다. 전후 「사양」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인기 작가가 된다. 그의 작가적 위상은 1948년에 발표된, 작가 개인의 체험을 반영한 자전적 소설 「인간 실격」을 통해 더욱 견고해진다. 수차례 자살 기도를 거듭했던 대표작은 『만년(晩年)』, 『사양(斜陽)』, 「달려라 메로스」, 『쓰기루(津?)』, 「여학생」, 「비용의 아내」, 등. 그는 1948년 6월 13일, 폐 질환이 악화되자 자전적 소설 『인간 실격(人間失格)』을 남기고 카페 여급과 함께 저수지에 몸을 던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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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청춘 세트 - 전2권 청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다자이 오사무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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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일본 문학 작품을 잘 읽지 않는 편이다. 예전에 비하면 많이 완화되었지만 일본에 대한 적개심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교육 받은 항일·반일·극일의 한복판에 독자의 세대는 끊임없이 반일 감정을 갖도록 배웠다. 실제로 역사를 배울 때 그들은 군부를 앞세운 식민지 확장 정책을 100년 가까이 계속했다. 동북아시아는 물론 동남아시아까지 침략해 수많은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남겼다. 역사에 남은 증거자료와 증인들이 수없이 쏟아지는 데도 그들은 침략을 인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피해국의 발전을 위해 도움을 준 것이라고 인정할 수 없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거쳐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 당시 메이지유신 주역들은 대부분 영국(대영제국)에 유학 가서 그들의 문화부터 정치, 외교, 군사까지 배웠다. 그리고 그대로 따라했다. 일본은 동양에서 가장 먼저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인 당사국이다. 놀라울 정도의 선진국으로의 진척이 빨랐다. 특히 군사 무력 확대는 그대로 식민 침략의 선봉이 되었다. 가장 가까이 있던 한반도와 중국의 여러 곳이 일본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제지할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이었던 중국 역시 청나라 말기와 민간 정부의 힘으로 일본의 군사력을 막을 수 없었다. 동남아의 각국들은 도미노 쓰러지듯 게속해서 일본의 침략에 속수무책이었다. 20세기 들어 시도한 전쟁에서 실패한 적이 없는 일본은 아시아 제일을 넘어 세계 강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막강한 군사력을 갖게 됐다. 제1차 세계대전에도 군대를 보내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미국의 태평양함대를 기습 공격함으로써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힘을 빼려고 시도했다. 특히 일본 해군은 태평양에서의 제해권을 확보한 듯했다. 

이 책 『청춘』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와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 중 당시 일본 젊은이들의 사랑과 인생관, 가치관 등을 엿볼 수 있는 단편소설 각 12편씩을 묶어 1, 2권 출판사 기획 시리즈로 동시 출간했다. 일본 문학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두 작가의 유명세와 당시 젊은이들의 세태를 파악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읽고 싶은 책'이 됐다.



독자가 이 두 권의 책에 시선이 고정된 것은 두 작가 모두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요절 작가이다. 왜 그들은 스스로 삶을 끝냈을까? 당시 일본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후세 일본 청년들도 일본의 국보급 작가들로 꼽을 정도로 문재(文材)가 뛰어난 작가들인데도 말이다. 이들은 일본이 근대화를 시작해 단숨에 산업화하고 군사력을 집중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무렵에 태어나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직후까지 살았던 작가들이다. 한마디로 청년기의 일본인으로서 청년기의 일본을 살다 간 문인들이다. 독자가 이들 작가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이유는 이들이 그린 '일본 청년기'는 어떤 모습일까?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일본 청년기'란 표현은 독자가 임의로 붙인 명칭이며, 두 작가가 왕성한 문필 활동한 기간이 일본 100년 중 가장 왕성한 기간이란 의미에서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1892년 도쿄의 서민 지역인 시타마치에서 태어났다. 집안이 어렵고 외가로 양자로 입적한 듯하다. 문재나 두뇌가 명석하고 뛰어났던 모양이다. 도쿄제국대학 영문학과를 차석으로 졸업했다고 한다. 당시 영문학자이자 최고의 문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나츠메 소세키로부터 단편 『코』가 절찬을 받으며 일약 다이쇼 시대 문단의 총아로 떠올랐다니 스승과 제자로 만난 것으로 보인다. 영국 유학에서 돌아온 나츠메 소세키의 작품 경향은 당시 전성기에 있던 자연주의에 대하여 고답적, 관상적인 입장이었다. 『산시로[三四郞]』(1908), 『그후』(1909), 『문(門)』(1910)의 3부작에서는 심리적 작풍을 강화하였고, 다시 『피안 지나기까지』(1912), 『마음』(1914) 등에서는 근대인이 지닌 자아·이기주의를 예리하게 파헤쳤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알려진다.

이 책 『청춘』에 실린 작품을 번역한 최고은은 책 뒷 부분 〈옮긴이의 말〉에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작품 중 '청춘'을 테마로 한 단편들을 모은 것"이라며 "청춘을 테마로 하고 있긴 하지만, 삼십오 년이라는 짧은 생애 속에서도 뛰어난 재능을 선보인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청춘'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라는 게 보다 적절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역자에 따르면 1927년 7월 음독자살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십여 년의 작가 생활 동안 수많은 명작을 발표했으며 명실공히 일본 근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힌다. 전통 설화나 고전을 재해석한 「라쇼몽」 「코」, 기독교를 소재로 한 「난징의 그리스도」 같은 작품이 눈에 띄는 초기를 거쳐, 「지옥변」처럼 예술지상주의를 다룬 작품들을 발표한 중기, 「점귀부」 「톱니바퀴」 「어느 바보의 일생」처럼 작가 자신의 모습이 짙게 반영된 사소설적 작품들을 발표한 말기에 이르기까지, 아쿠타가와는 그야말로 다채로운 작품 세계를 선보인 뛰어난 재능의 작가였다. 하지만 개인사적으로 어릴 적 친어머니가 정신 이상을 일으킨 탓에 외가에 맡겨져 자라다 외삼촌의 양자가 된 일, 겨혼을 생각한 첫사랑과 집안의 반대로 헤어지게 된 일, 존경하던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죽음, 시인 히데 시게코와의 불륜 등 결코 평탄한 인생은 아니었다. 유서로 남긴 「어느 옛 벗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그는 자신의 자살의 동기에 관해 다음과 같이 적었다며 역자는 일부를 소개한다.

"자네는 신문의 삼 면 기사에서 생활고나, 병고나, 또는 정신적 고통이나, 다양한 자살의 동기를 발견하겠지. 하지만 내 경험에 따르면, 그것들만이 동기의 전부라 할 수는 없네. 대부분은 동기에 이르는 과정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지. 자살자는 대체로 레니에(프랑스의 시인 앙리 드레니에-옮긴이 주)가 그린 것처럼 무엇 때문에 자살하는지 모를 거야. 그건 우리의 행위만큼이나 복잡한 동기를 내포하고 있어. 하지만 적어도 내 경우에는 그저 막연한 불안이야. 무언가 나의 장래에 대한 그저 막연한 불안 때문이지."(p.320~321)

이처럼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인간적 고뇌와 생에 대한 불안의 정체성을 알아내기엔 편지 내용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역자는 판단하는 것 같다. 이 단편집에 실린 열두 편의 작품을 잘 읽고 접근한다면 완전치는 않겠지만 불안의 윤곽과, 고뇌 속에서 피어난 문학적 재능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청춘'이란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고 벅차다는 우리나라 한 수필가의 「청춘예찬」이란 수필이 떠오른다. 사실 ‘청춘’만큼 반짝거리는 단어도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다른 한편으로 청춘은 반짝거리지 못할까 봐 두려워지는 때이기도 하다. 20대에 나쓰메 소세키로부터 “문단에서 유례없는 작가가 될 것”이라고 인정받으며 일본 문학계에 화려하게 등장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서른일곱의 젊은 나이에 막연한 불안을 이유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한 일본 작가의 소설 속으로 들어가본다. 

이 소설집에는 아주 짧은 작품도 있지만 중편에 해당될 정도의 긴 소설도 있다. 「갓파」는 꽤 긴 중편소설로서, 어느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갓파 나라를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이다. 독자로서는 소설의 길이에 상관없이 '갓파'가 무엇인가가 더 궁금해서다. 처음 듣는 단어고, 국적이 불분명해서 더 관심이 갔다. 소설 제목 아래에는 한자어 '하동(河童)'이라고 적혀 있다. '물가의 아이'(?) '물의 아이'(?) 독자처럼 일본어를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서인지 소설 맨 앞 부분에 "부디 Kappa라고 발음해 주십시오.)라고 씌어 있다. 역자 최고은은 친절하게 주를 달아놓았다. (갓파는 물에 사는 일본 요괴로, 지역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데 도쿄 가나가와현에서는 갓파라고 불린다. 아쿠타가와 역시 그런 이유로 이 구절을 넣었다고 1927년 〈문예춘추〉와의 대담에서 밝힌 바 있다.-옮긴이 주)

소설은 〈서문〉부터 시작한다. 한 페이지 분량의 서문에는 "이것은 어느 정신병원의 환자 제23호가 누구에게나 들려주는 이야기다. 그는 이미 서른이 넘었을 것이다. 그러나 언뜻 보기에는 아주 젊은 광인이었다. 그의 반평생 경험은-아니,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그는 그저 가만히 두 무릎을 안고 가끔 창밖으로 눈길을 주며(쇠창살이 달린 창밖에는 마른 잎조차 보이지 않는 떡갈나무 한 그루가 눈 내릴 듯 흐린 하늘에 가지를 뻗고 있었다.) 원장인 S박사와 나를 상대로 이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전혀 움직이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는 예컨대 "놀랐다."라고 말할 때면 갑자기 얼굴을 뒤로 젖히기도 했다. 이 소설은 〈서문〉 이후 17개의 번호만 붙은 채 이어진다. 분량이 꽤 긴 중편소설이라고 앞서 언급한 바 있다.



역자의 견해를 빌리면 인간 세계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갓파 나라의 문화와 사상 등에 대한 서술은 이야기 자체만 놓고 봐도 흥미진진하다. 소설은 곳곳에서 당시 사회에 대한 풍자와 날카로운 비판 정신도 엿볼 수 있다. 갓파 나라에서 긴간 세계로 돌아온 '나'가 결국 정신병원에 갇히는 결말에서는 다른 세계를 경험한, 즉 경계를 넘은 자는 이단자로서 사회에서 배제된다는 염세적인 메시지를 읽어 낼 수도 있지만, 갓파들이 우정을 잊지 않고 '나'를 찾아오고, '나' 역시 친구 갓파를 만나러 다시 갓파 나라로 가고 싶다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서는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엿볼 수도 있지 않을까. 작중 S박사는 아쿠타가와의 친구, 시인이자 의사인 사이토 모키키롤 모델로 했다는 설이 있다.

17개로 나뉘어진 작품 중 9번 일부를 여기에 옮겨본다.

"하지만 실례가 될지 모르지만, 푸후 신문은 노동자 편을 드는 신문이지 않습니까. 그곳 사장인 쿠이쿠이도 당신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건······."

"푸후 신문 기자들은 물론 노동자의 편입니다. 그러나 기자들을 지배하는 건 쿠이쿠이 말고는 없습니다. 그리고 쿠이쿠이는 이 게르의 후원을 받지 않을 수 없죠." 

(중략)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칠 년 전의 전쟁은 분명 어느 암컷 갓파 때문에 시작된 게 틀림없습니다."

"전쟁? 이 나라에도 전쟁이 있었습니까?"

"있었고말고요. 앞으로도 언제 일어날지 모릅니다. 이웃 나라가 있는 한······."

저는 사실 이때 처음으로 갓파 나라도 국가적으로 고립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게르의 설명에 따르면, 갓파는 항상 수달을 가상의 적으로 삼고 있다고 합니다.(p.152~153)



저자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Ryuunosuke Akutagawa, あくたがわ りゅうのすけ, 芥川 龍之介)


일본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1892년 도쿄의 서민 지역인 시타마치에서 태어났다. 외가에 양자로 들어가 두 이모가 그를 양육하는 환경에서 자랐다. 도쿄제일고등학교를 거쳐 도쿄제국대학 영문학과에 입학해 차석으로 졸업했다. 기쿠치 칸, 구메 마사오 등과 재학생 시절 동인지 『신사조』를 발간해 『라쇼몬』 『코』 등의 단편을 발표했는데 나츠메 소세키로부터 단편 『코』가 절찬을 받으며 일약 다이쇼 시대 문단의 총아로 떠올랐다. 전공인 영문학을 비롯해 프랑스, 독일, 러시아문학으로부터 크게 영향을 받아 간결하면서도 평이하고 명쾌한 필치가 특징이지만 한문에도 조예가 깊었다. 왕조물’, ‘기독교물’, ‘에도물’, ‘개화기물’, ‘현대물’ 등의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나생문(羅生門)』, 『마죽(芋粥)』 등 150편 정도의 단편 소설을 남겼다.

초기에는 일본 고대 설화 문학에서 소재를 취해 보편적이면서 현대적인 인간 에고이즘의 내면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썼고, 이후 예술지상주의적인 경향의 작품들, 에도 시대 그리스도교 박해를 다룬 기리시탄 작품들, 일본의 근대화를 주제로 한 작품들 등을 쓰다가 말년에는 자살을 염두에 둔 듯 자신의 삶을 무자비하게 조롱하고 야유하는 자전적인 작품들이 많다. 1927년 7월 24일 새벽, 비가 세차게 내리는 가운데 다바타의 자택에서 치사량의 수면제를 복용하고 자살했다. 그가 밝힌 자살의 이유는 ‘장래에 대한 그저 막연한 불안’이었다. 아쿠타가와의 자살은 관동대지진과 더불어 일본 근대사에서 다이쇼라는 한 시대의 종언으로 느껴질 정도로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던졌다. 1935년 아쿠타가와의 친구였던 문예춘추의 사주 기쿠치 칸이 아쿠타가와상을 제정했고 현재까지도 이 상은 일본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문학상으로 인정된다.


역자 : 최고은


도쿄대학교 대학원 총합문화연구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동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일본 전후 문학을 중심으로 공부하며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무라타 사야카의 『소멸세계』, 기리노 나쓰오의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 『인형 탐정』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의 『서브머린』, 『칠드런』,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히가시노 게이고의 『옛날에 내가 죽은 집』, 요네자와 호노부의 『부러진 용골』, 미치오 슈스케의 『스켈리튼 키』, 요코야마 히데오의 『64』, 『그림자밟기』, 미카미 엔의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시리즈, 모리무라 세이치의 [증명] 시리즈를 비롯해 『인사이트 밀』, 『절규성 살인사건』, 『46번째 밀실』 『도미노』, 『덧없는 양들의 축연』, 『거대 투자 은행』, 『소녀지옥』, 『침묵의 거리에서 1, 2』, 『말레이 철도의 비밀』, 『백년법 상,하』, 『골든애플』 등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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