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이데몬 상·하 세트 - 전2권
최아일 지음 / 너와숲 / 2024년 1월
평점 :
〈마이데몬〉의 가장 큰 매력은 독특한 스토리라인이다. 재벌 상속녀 도도희와 한순간에 능력을 잃은 ‘악마’ 정구원은 계약 결혼을 한다. 그러나 그들의 결혼이 순탄치 못한 것은 예상된 일. 미처 예상치 못한 일들은 수많은 에피소드를 파생시키며 그들의 특별한 삶을 이끌어간다. 이 드라마는 로맨틱 코미디, 판타지, 오피스, 드라마 장르가 혼합되어 다양한 재미를 즐길 수 있다는 탁월한 장점도 있다. 시청자들이 크게 감정에 휩싸이지 않아도 결과적으로 감동을 이끌어내기에 꽤 높은 시청률도 이끌어냈다. 작가 최아일은 특히 "치열한 일상에 지친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작품을 구상했다고 밝힌다. 우리 삶에 가장 가까운 하나의 모델로서 기능하는 일상의 일들이 소재가 되어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저자 최아일은 "우리는 때로 서로를 상처 입히기도, 소중한 것들을 파괴하기도 하지만, 서로를 구원하는 순간이 더 많아 우리의 삶이 의미가 있다"는 작품 설명을 곁들이면서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이 책 『마이데몬』은 드라마 대본집으로 출판되었기에 「기획 의도」나 「등장인물」을 별도로 소개함으로써 드라마를 시청하지 않았어도 작품에 쉽게 접근하고,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이 드라마는 지난해 11월 24일부터 올해 1월 20일까지 SBS에서 금토드라마로 방영됐다. 아직 그 인기가 채 식지 않은 종영된 지 한 달도 안 된 드라마의 대본집을 출판한 것도 방송의 인기에 힘입은 바 크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이 드라마는 방영 내내 남녀 주인공의 ‘비주얼 화보집’으로 화제가 끊이지 않았었다. 특히 드라마 〈마이데몬〉은 국내에서의 인기는 물론 이젠 해외로 이어지고 있다. 드라마를 보지 않았을 경우 이 대본집 『마이데몬』은 드라마 영상을 같이 본다면 훨씬 즐겁게 감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마이데몬> 인물관계도. 출처 : SBS
표제어 '데몬(demon)'은 일반적으로 귀신, 수호신, 악마 등을 의미하며, 본래는 초자연적·영적 존재자를 나타내는 그리스어 다이몬(daim?n)에서 유래하는 말이라고 한다. 호메로스에서는 거의 〈신〉 또는 〈신의 힘〉의 동의어로서 취급되며, 모든 일을 일으키는 진정한 원인으로 생각되고 있다. 특히 갑자기 습격해오는 불가해하며 운명적인 힘은 선악을 불문하고 모두 다이몬에 돌려진다. 그 힘과 좋은 관계에 있는 경우가 에우다이몬(eudaim?n, 행복), 나쁜 관계에 있을 때가 카코다이몬(Kakodaim?n, 불행)이다. 헤시오도스는 황금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이 다이몬이 되어서 후세 사람들을 인도한다고 하였는데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지닌 수호령이라고 생각된 것이다. 플라톤은 이를 신과 인간과의 중간자로 위치지었는데 현대인이라면 무의식 영역에 작용한다고 규정되는 일체의 제력이 다이몬이었다.
종교학대사전에 따르면 데몬은 원래 반드시 사악함과는 결부되지 않는 존재자로, 천재적 인격의 특성으로서 이용되는 독일어 데모니시(damonisch) 등에 적극적 측면이 남아 있지만, 그리스교의 대두와 함께 이교의 신들이 배제되고, 다이몬=데몬도 귀신이나 악마와 동일시하게 되었다. 조로아스터교, 유대교, 이슬람교 등과 함께 선악이원론의 입장을 취하는 그리스도교 신학에서는 신이나 천사가 구성하는 선의 위계에 대응해서 악의 위계를 구상하는데, 데몬은 오로지 후자 속에 조직된 것이다. 악마, 악령의 총칭으로서 데모 중에서는 루시페르, 만몸, 아스모데우스, 사탄, 베르제브브, 레비아탄(리바이아산), 베르페고르 등이 대표적인데 근세에는 그 악마의 세계를 체계적으로 취급하는 악마학(데모놀로지)이 성립하고, 세부적인 논의가 전개되었다.
이 작품은 ‘악마 같은’ 재벌 상속녀 도도희와 한순간 능력을 잃어버린 ‘악마’ 정구원이 계약 결혼을 하며, 각종 에피소드의 연속으로 구성된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다. 작가 최아일의 구상부터 악마가 되어 버린 수호신의 대명사로 '데몬'이 주인공이다. 드라마 중 이름이 '정구원'이라는 점에서 소설적 구상이 시작되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런 데몬이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다시 수호신이 된다면? 그 상상으로부터 시작한 이야기가 바로 〈마이데몬〉이다.
앞서 백과사전의 풀이를 덧대 설명한 대로 인간과 계약을 맺는 것이 존재 이유인 데몬이다. 남자 주인공 ‘구원’(배우 송강)은 ‘에르메스를 입은 악마’ 같은 재벌 상속녀 '도희(배우 김유정)'와 계약 결혼을 한다. 같은 인간끼리도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파국으로 치닫기 십상인 결혼 생활인데 과연 구원과 도희는 이 계약을, 그리고 결혼을 지켜낼 수 있을까? 저자는 도도희를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아무도 믿지 못하는 미래그룹 소공녀'로 설정했고, 데몬 정구원은 "치명적인 매력의 완전무결한 존재, 하지만 능력을 상실한 데몬"으로 캐릭터를 창조했다. 간단하게 한 줄로 평가할 정도의 단순한 성격의 인물이 아니라서 아마 선과 악을 동시에 가진 인간으로 설정한 게 아닌가 싶다. 도도희는 미래그룹 계열사 〈미래 F&B〉의 대표다. '단짠'을 오가는 '솔트 라떼 같은 여자'다. 까칠한데 부드럽고 여린데 강인하다. '도도희의 탈을 쓴 도라희'라는 별명답게 도도하고 우아한 척하지만 실은 또라이 기질이 다분하다. 천숙의 자식들 속에서 이방인으로 자란 도희는 세상의 이치를 일찍 깨달았다. 사랑이니 행복이니 하는 것들에 시니컬하다. 그저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해.'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지내 온 탓이다. 하지만 구원을 볼 때마다 마음이 요동치고, 이성과 감정이 따로 놀아 갈등을 늘 갖고 산다. 그러나 겉으론 내색하지 않는다. "내가 너 같은 거 때문에 설렐 거 같아?"
남자 주인공 정구원 또한 만만찮다.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따뜻한 아이스커피 같은 남자'로 작가 최아일은 적었다. 그는 자신의 일이 좋다. 인생은 불공평하지만 계약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 않은가. 덫에 걸린 듯 고통 속을 살아가야 하는 불쌍한 인간들에게 자신은 일종의 로또라고 생각한다. "그는 묻는다. "천국을 위해 지옥 같은 현생을 살 것인가, 천국 같은 현생을 살고 지옥에 갈 것인가?" 무서울 것 없는 구원의 소망은 단 하나. 포식자로 폼 나게 영생을 사는 것. '하찮은 인간과는 다르다' 자만하는 그는 참으로 능력 있는 데몬이었다. 그녀(도도희)를 만나기 전까지는. 한편, 2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름을 바꿔 가며 대물림인 척 선월재단 이사장직을 지내는 구원을 보고 사정 모르는 사람들은 '씨도둑은 못한다'라며 감탄한다. 정일원, 정이원, 정삼원··· 정구원은 그의 아홉 번째 이름이다. 도도희는 그의 이름이 달콤하단다. 인공 감미료 같은 가짜 달콤함.
드라마 대본집은 요즘 출판계 대세인 것 같다. 최근 인기 좀 있는 드라마 대본집이 많이 나왔다. 독자도 몇 권째인지 헤아려 보진 않았지만 이 작품 포함하면 다섯 편은 넘은 듯하다. 드라마를 본 적도 있고, 아예 한 번도 본 적이없는 대본집도 읽은 경험이 있다. 우선 책이 화려하다. 인기 있는 드라마일수록 화려한 드라마 스틸컷을 많이 실었던 것도 있다. 이 책에는 등장인물을 제외한 드라마 중 스틸 컷을 거의 싣지 않았다. 독자로서 이유는 모르지만 조금 아쉬운 마음도 든다. 보관용으로 구입할 경우 아무래도 드라마의 가장 멋진 장면 등을 담은 사진을 함께 싣기를 원한다. 그러나 어떤 사정인지 모르지만 독자로서는 모두 다 좋다. 내용이 좋아서 눈요기감인 드라마 스틸보다 오히려 내용에 집중할 수 있다. 또 드라마를 보지 않은 독자에게는 상상력을 더 키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대본이나 시나리오 작가를 희망하는 사람에게는 참고서의 역할도 될 것이다.
드라마 대본집은 독자의 경험상 한두 출판사에 국한되어 있는 듯하다. 대체로 사극보다는 판타지나 액션물이 더 인기를 얻는 얻는 요즘 추세에 따라 빚어지는 현상일 터다. 독자로서 스토리에 집중하다 보면 드라마에서 놓친 부분을 책을 통해 다시 읽음으로써 더 자세하게 기억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특히 드라마나 영화는 명대사가 자주 회자되는데 이 드라마 대본집을 보면서 전후 사정을 겸해서 판단해보면 '왜 명대사가 되었나?' 이해할 수 있고, 더 적절한 대사를 찾아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드라마 대본집을 다시 읽는 특별한 이유가 될 것이다. 물론 앞뒤 사정을 잘 알면 명대사라고 지적된 부분에 대한 감동도 커진다.
이 드라마 〈마이데몬〉에서도 명대사가 눈에 많이 띈다. "이 남자를 버려야 내가 사는데···."(1권 p.80)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파괴자이자 구원자다.(2권, p.527) 여기에 드라마를 본 독자들은 드라마 장면을 상상하며 이 책과 견주어 본다면 연출(감독)의 작품 해석 능력은 물론, 영상 연출 능력도 엿볼 수 있다.
이 책의 출판편집자는 책의 앞 부분에 드라마의 〈기획의도〉를 세 가지로 나눠 적시하고 있다. 독자들의 이해를 위해서이다. ① 낯선 존재와의 로맨스 ② 구원자 혹은 파괴자 ③ 본성의 굴레 등이다. 모두 '데몬'에 대한 설명처럼 읽힌다. ① 낯선 존재와의 로맨스에서는 악마(데몬)에 대한 이미지다. 사실 우리는 '악마'라는 표현을 자주 쓰지만 실제 악마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다. 그저 인간의 욕망을 부추기는 위험하고 섹시한 나쁜 남자 정도의 이미지? 정도가 아닐까? 기획의도는 데몬을 원래의 의미 '인간의 수호신'으로 환원시키는 것이아니가 피다. 데몬과 인간이라는 이종(異種),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성(異性). 성격부터 가치관, 하물며 '부먹', '찍먹'의 취향까지 이질감 끝판왕인 구원과 도희의 로맨스가 험난하지 않을까? 독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② 구원자 혹은 파괴자에서는 "나는 인간에게 행복해질 기회를 주는 로또 같은 존재야." 인간의 입장에서는 마치 사채업자 같은 데몬이지만 그는 스스로를 '로또'라 여긴다. 인생의 위기에 손을 내밀고 결국에는 지옥으로 이끄는 데몬과의 계약, 과연 그는 구원자일까, 파괴자일까? 저자의 의도가 어디에 있든 독자들은 이 책을 읽고 나름대로 판단해볼 기회를 갖게 된다. 마지막으로 ③ 본성의 굴레에서 책에서는 하나의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전갈과 개구리'가 등장한 우화적 에피소드다.
"전갈이 개구리에게 자신을 업고 강 건너편으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하자 개구리가 묻는다.
"네가 날 독침으로 찌르지 않는다는 걸 어떻게 믿지?"
"너를 찌르면 나도 같이 물에 빠져 죽을 텐데 내가 왜 그렇게 하겠어?"
전갈의 답에 개구리는 전갈을 등에 업고 강을 건너기 시작한다. 하지만 강 중간쯤 커다란 나뭇가지에 놀란 전갈은 개구리의 등에 독침을 박고 마는데···. 개구리는 온몸이 마비된 채 물속에 잠기며 묻는다.
"왜 나를 찔렀어? 우리 둘 다 죽게 됐잖아?"
전갈이 슬프게 답한다.
"그게 내 본성이니까."
이 책 『마이데몬』은 상하 두 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두 16회에 걸쳐 방영됐다. 각 회차마다 각각의 독립된 제목이 있다. 1화 「안개 속을 살다」 2화 「누구나 마음속에 악마가 산다」 3화 「악마의 손을 잡다」 4화 「달콤하고도 위험한」 5화 「당신만이」 6화 「수레바퀴 속으로」 7화 「얼룩진 관계」 8화 「운명이라는 선택」 9화 「진실의 민낯」 10화 「알을 깨다」 11화 「불길한 것들의 천국」 12화 「파멸의 구원자」 13화 「과거라는 원죄」 14화 「우리라는 지옥」 15화 「운명의 끝」 16화 「우리라는 천국」 등이다.
주석훈(배우: 이상이)
천숙의 조카. 미래투자 대표. 최종회에서 노석민이 몰락 후, 미래 그룹의 새로운 회장으로 취임한다.
주천숙(배우: 김해숙)
미래그룹 창업주. 3회에서 사망했으며 후에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아들인 노석민의 의해 살해당했다. 13회에서 노석민이 도도희에게 말하기로는 주천숙이 도도희의 부모님을 죽였다고 한다. 믿지 않는 도희에게 녹음기를 통해 과거 천숙이 도희의 부모님과 미래그룹 관련으로 갈등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갈등 끝에 도희의 아버지가 폭로하겠다며 도희의 어머니와 나갔고 천숙은 차를 끌고 뒤따라갔다. 그러나 실상은 노석민이 도도희의 부모님을 죽인 진범이었고 주천숙은 사고현장에서 정구원과 마주했고 진짜 악마를 마주한 천숙은 탐욕에 물든 자신을 반성하고 속죄했으며 고아가 된 도희를 양육하게되었다. 사후 최종회에서 밝혀진 또다른 사실은 석민에게 살해되기 전부터 시한부 환자였다고 한다.
진가영(배우: 조혜주, 아역: 강혜원)
선월재단 무용가. 도도희랑 구원을 헤어지게 하려다가 이후 이건 심했다고 느꼈는지 마지막공연을 끝으로 한국을 떠날것으로 보였으나, 14회에서 재등장. 최종회에 어릴 적 자신이 정구원에게 구원받은 것처럼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던 어린 여자아이를 구하고 자신이 천사임을 밝혔다.
노석민(배우: 김태훈)
천숙의 첫째 아들. 미래전자 대표. 본작의 최종보스. 아내인 세라가 구원에게 석민이 자신의 어머니인 천숙과, 아들인 도경을 죽였다는 것을 밝혔다. 13회부터 본격적인 악마의 모습을 표출했다. 14회에서 투신자살 했다는 뉴스가 나왔지만 어디에도 시체가 보이지않았고 15회에서 버젓이 살아서 엽총으로 구원을 쏘려다 도희가 대신 맞고 죽자, 구원이 자신의 목숨과 맞바꿔 도희를 살려냈다.[4] 최종회에서 경찰에 체포된 석민은 대법원에서 사형선고 받고 무기 수감되는 비참한 결말을 맞는다.
노수안(배우: 이윤지)
천숙의 둘째 딸. 미래어패럴 대표. 오빠인 노석민이 어머니인 주천숙을 죽였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지고 노석민에게 적대감을 표출했다. 그리고 티격태격하던 도도희와 관계가 개선되었다.
김세라(배우: 조연희)
석민의 아내. 미래전자 상무. 12회에 아들인 노도경이 사망하면서 남편인 노석민과 관계가 틀어졌으며 13회에서 정구원에게 자신의 시어머니인 주천숙과 아들인 노도경이 남편인 노석민에게 살해됐음을 밝히고 14회에서 경찰서에 가 노석민의 관한 정보들을 제공했다. 노석민이 사형선고를 받은 후에는 남편이 아들에게 가한 학대를 방관한 것을 후회하며 가정 폭력 피해자 지원 센터 대표로 속죄의 삶을 살기로 한다.
저자 : 최아일
〈6년째 연애중〉을 쓰고, 〈S다이어리〉 각색을 했다. 그리고 오랜 잠수 끝에 〈철인왕후〉를 썼다. 쉽게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발버둥치는 인간의 처연함을 사랑하고, 용기 없는 이가 용기를 내는 이야기를 좋아하기에 그런 이야기에 계속 도전하고 싶다. 앞으로도 계속 웃음과 눈물이 차고 넘치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