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자동차 캠핑 가이드 - 캠핑카부터 차박까지 차에서 먹고 자고 머무는 여행의 모든 것 대한민국 가이드 시리즈 5
허준성.여미현.표영도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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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날이 점점 따뜻해지고, 이제 봄이라는 게 실감난다. (미세먼지도....)
작년, stay home이나 집콕이라는 말로 사람들의 이동이 줄어들었던 덕분인지
손과 발로 훼손되고 쓰레기로 더럽혀지지 않은 자연은 부쩍 더 싱그러워진 기분이다.

팬데믹으로 여행도 제한이 되고 그 방식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여러 명이 우르르 모여가서 왁자지껄하게 즐기는 분위기도 나쁘진 않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선 그럴 수 없다는 점에서 그립기도 하다)
복잡한 머리와 마음에 시원한 한줄기 바람을 불어넣고
휴대폰이 잘 터지지 않는 곳에 일부러 찾아가서 모처럼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고
한적한 곳에서 자유를 누리는 차박 (캠핑카)이 인기를 끌었다.




"잠은 편안한 곳에서 자야하는 거 아니야?"
"너무 한적한 곳이라 위험하면 어쩌지?"
"전기가 안 들어오면, 와이파이가 안 터지면, 어떻게 살지?!!!"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생각에, 돈 좀 써서 호텔/콘도/펜션을 선택하곤 했지만
sns에 올라오는(!) 자연의 일부분처럼 갬성있게 녹아들어 있는 차박이나 캠핑 사진을 보면
그 매력이 궁금했고, 많은 걸 갖추지 않은 초보자도 즐길 수 있을지 궁금했다.

<대한민국 자동차 캠핑 가이드>는 캠핑카부터 차박까지
내 차(혹은 렌트차)로 언제든 어디로든 이동하고, 먹고 자고 쉬고 머무는 여행에 대한
경험만렙+전문가들의 유용한 팁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단촐하게 떠나, 오로지 내가 하고 싶은 것들로 꽉 채워진 여행! 
내가 원하는 때 일어나서 하고 싶은 것을 시간과 장소 제한없이 할 수 있는
기동력과 프라이버시를 모두 갖춘 차박은 언택트 시대에 적합한 여행 같다.

가족과 함께 하는 차박은 문명에서 잠시 벗어나 '자연'으로 들어가면서
서로와 보내는 시간을 더욱 밀도있고 의미있게 만들어준다.
각자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지만 벽이나 문으로 단절되지 않아 금방 모일 수 있는 것과
휴대폰, 오락, TV에서 잠시 떨어져 나오는 것만 익숙해진다면
돌멩이나 나뭇가지 가지고도 재미있게 놀고 깔깔대며 웃기도 하고
타닥타닥 소리를 내는 모닥불 앞에서 속깊은 이야기를 꺼낼 수 있기도 하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어도 ^^ 귀가에 대한 스트레스나 음주운전 위험없이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니까- 적당히 마시며 즐길 수 있는 캠핑!
숙소비나 식당에서 음식을 사먹는 경비를 확- 줄여 경제적이기까지 하니 얼마나 좋은가!

화장실이 걱정되면 시설이 갖춰진 캠핑카나 카라반을 고르면 된다.
나에게 맞는 차량을 선택할 수 있도록 모델별 특징, 예산도 꼼꼼히 가이드 해준다.
혹시 '장비병'이 있는 사람이라면 캠핑카를 구입할 때 꼭 참고해야할 만한
캠핑카 제작,판매사 부터 보험과 운전, 견인과 캠핑카 활용 기본 매뉴얼이 잘 실려있다.



Part 3과 4에서 다루는 지역별 여행정보 및 자동차 캠핑정보는
내가 다녀온 여행지를 캠핑이나 차박의 형태로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색다른 경험과 추억을 쌓을 수 있는 명소, 지역축제, 먹거리 등 꿀팁이 가득하다.
'차'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만큼, 전국 가스 충전소 정보, RVing하기 좋은 캠핑장,
자동차 캠핑에 유용한 어플도 소개하고 있어, 오토캠핑에 궁금한 점이 생기면
차례에서 찾아 펼치기만 하면 된다! 


집에서 목적지로 이동하는 수단으로서 기능하는 차가 아니라

이동하는 시간과 여정까지도 모두 여행이 되도록 함께 둘러보기 좋은 곳이나
드라이브하기 좋은 곳들을 아낌없이 전수해주는 20년 내공의 전문가들, 고맙습니다ㅠㅠ.
캠퍼들의 로망 제주도는 특별히 part 5를 전부 할애해서 한땀한땀 알려주어
여행가고 싶은 마음을 제대로 자극시킨다.


책만 보고 있어도 좋은데, 진짜 여행을 떠나면 얼마나 더 좋을까?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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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스 -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도시의 역사로 보는 인류문명사
벤 윌슨 지음, 박수철 옮김, 박진빈 감수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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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도시는 늘 새롭거나 낯설다.

오래도록 옛모습을 유지하면서 변화를 거듭하는 다른 나라들과는 다르게,

개발->재개발 또는 리모델링이라는 이름으로 거대하고 낡은 아파트 단지가

송두리째 사라진 자리에 새로운 형태의 대단지가 뚝딱뚝딱 지어지는 곳.

행정구역상 한 이름 속에 있는 도시에서도 내가 아는 지역을 벗어나면

완전히 새로운 '문명'과 '문화'가 존재하는 곳, 메트로폴리스.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라는 표지의 말은 결코 과장되지 않았음을,

기원전 4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그때도 '도시'가 있었다. 놀랍게도!-

무려 6000년에 걸친 인류 문명을 꽃피웠던 26개의 도시들을 연대기 순으로

쭉 훑어보는 기획을 결심하고 667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책을 쓴 작가는

-하긴, 6000년을 담는데 667페이지라면 충분히 압축한 것이겠지- 

영국의 촉망받는 역사학자 벤 윌슨이다.

그리고 이 책을 번역한 박수철님은 전공이 서양사학이며

책의 감수는 사학과 교수이자 미국 도시사를 전공한 박진빈님이다.



전공자-전공자-전공자가 만나 삼각형을 이루어서인지

벤 윌슨이 다루는 도시의 이야기는 영화나 만화까지 섭렵하며 다채롭고

개념과 배경지식이 탄탄한 번역가 덕분에 글은 이해하기 쉽고 유려하다.

책에 나오는 익숙한 도시와 초면인 도시들(우르크, 하라파, 뤼벡, 테노치티틀란 등)

그리고 어마어마한 미주 -과연 이걸 누가 읽을까 싶기도 하다-도

지적 호기심이 충만하거나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주기 충분하다. 

 


지금까지 도시라는 단어를 듣고 떠올린 것은 시골과는 다른

편리한 시설이 잘 갖추어져있고 다양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으며

일거리가 많아 사람이 많이 사는 중심지 정도의 공간적/지리적 특성만 떠올렸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도시들의 면모를 읽으면서 배운 것은

도시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스스로 적응하고 사라지고 다시 태어나는

일종의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이면서 인간의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현상적 존재라는

새로운 개념이 생기면서 '도시'는 '우주'만큼이나 하나의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버거울 정도로 엄청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자연 속에서는 다른 동물들에게 밀릴(!) 수 밖에 없는 열악한 신체조건의 인간이

집단생활과 지능, 지성을 발휘하여 '문명'을 이룩하고

그 문명을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미학적으로 구현해 낸 공간이자 삶의 방식인

'도시'라는 하드웨어를 구축한 것에서 1차로 놀랬고,

애써 만들어놓은 하드웨어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고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문자, 숫자, 기술, 계급, 화폐라는 소프트웨어/OS를 고안해내고

자신의 방식이 국지성을 버리고 세계로 잠식해나가도록 하는 면에서는

요즘 사람들의 손에 하나씩은 들려있는 휴대폰의 속성이 떠올랐다.



인간이 사교, 유희, 공동체성, 타지역과 구별되는 독창성을 확보하여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선망'과 '욕망'의 대상이 되도록 발전시키는

정치적, 상업적 권력이 도시라는 상품을 발전시켜가는 '문명화'과정에서

주도권을 쥐지 못하거나 상품을 살 수 있는 여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특히 여성, 노인, 어린이, 장애인, 이방인)과 동물, 자연 같은 존재들이

수탈, 착취, 전쟁 같은 전혀 '문명'적이지 못한 억압 속에 차별받고 소외당하고

불평등과 불공정에 반발하고 투쟁하고 저항하는 과정을 통해

오래도록 공고히 그 모습을 유지할 것만 같았던 도시의 기능과 모습이 변하는 과정도

6000년의 역사를 통해 다른 듯 비슷한 패턴으로 반복되는 것도 흥미로웠다.



한번에 후루룩- 읽어버릴 수 없을 방대한 양과 많은 지식들에 홀린 

전쟁사, 문명사, 세계사, 도시건축, 여행, 역사학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관점에서 이 책을 읽고 짧게 남긴 추천사를 읽으며 느낀 것이 

책을 읽기 전과 후에 다르게 다가온 점도 재미있었다. 

미래학자들이나 공학자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을지도 궁금해지고

아무래도 처음은 어마어마함에 좀 질린 마음으로 숙제하듯 읽었기에,  

한번 더 이 책을 읽으면 미래의 나는 또 어떤 부분에 매료될 지도 기대가 된다.




역시, 도시는 늘 새롭고 낯설어서 매력적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메트로폴리스 #벤윌슨 #매일경제신문사 #도시의역사 #인류문명사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서평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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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커피생활자 -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과 살다보니
나카가와 와니.나카가와 쿄코 지음, 김진아 옮김 / 북핀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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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입맛의 소유자들은 커피의 '산미', '풍미'를 미묘하게 구분하고

로스팅이나 추출의 방식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커피의 재미를 누리는 것 같다.


지금이야 업무를 위한 연료이자 숨 좀 돌리며 정신을 찾게 하는 힐링포션인 커피지만

학생 때에는 저 씁쓸한 것이 뭐가 좋다고 마시는지 이해할 수 없었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에스프레소는.....어려운 커피이다.)


카페에 가서 본인이 원하는 옵션을 추가하며 -혹은 빼며- 커스터마이징하는 

맛잘알 분들을 보면, 여전히 대단하게 여겨진다.

게다가, 카페에 자유롭게 드나들며 여유롭게 커피를 마실 수 없는 이 시국에

집에 그윽한 커피 향을 퍼뜨리며 힐링의 시간을 갖고 싶은데

무엇을 준비하고, 어디부터 배우고, 어떤 커피를 사야 내 취향에 맞을지

너무 복잡하지는 않게, 그러나 꼭 필요한 것을 배워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어쩌다 커피생활자>가 무척 도움이 될 것 같다.


재배한 지역이나 로스팅한 곳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원두의 세계에 익숙한 사람 중에

늘 마셔보던 것 말고 새로운 커피에 도전하고 싶다면 -그리고 실패를 줄이고 싶다면-,

좀 더 섬세하게 커피를 만끽하고 싶다면, 이 책을 통해 얻어갈 팁이 꽤 많을 것이다.


<어쩌다 커피생활자>는 제목도 제목이지만, 부제가 더 마음에 와 닿았다.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과 살다보니'.  ^^

전문가 옆에 있다보니 점점 명확하게 잡히는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게 된

팔로워의 여정이 펼쳐질 것 같은 기대감이 마구마구 든다.


책의 공동 저자 나카가와 와니는 작가 및 로스터로 커피에 대한 애정을

중학생 시절부터 키워온 사람이다. 

직접 로스팅한 커피콩을 팔거나 커피 교실을 열 정도로 해박한 지식의 소유자.


나카가와 쿄코는 의류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 와니씨와의 결혼을 계기로

일상을 즐기는 커피와의 생활에 대해 sns 활동을 하고 있다.




이 두 사람이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매일 밥을 짓는 것처럼 커피를 골라 내리고,

커피를 맛있게 추출하고 담아낼 '나만의' 도구를 고르고 사용하는 법,

커피콩을 고르는 방법과 직접 로스팅을 하여 세상 다시 없는 커피를 만드는 것을

편안한 사진과 재미있는 글로 알차게 채워놓은 것을 따라 읽다보면 

기분이 몽글몽글 좋아지는 마법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이 성공인지 실패인지도 모른채, 커피 가루에 물을 부어 내린 후 마셨던

씁쓸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매우 공감하게 될, '부풀어 오르게 커피 내리기'는

특히 도움을 많이 얻은 챕터이다.




또, 커피를 통해 내 취향과 성향을 파악하는 것에 대해 새삼 생각해보게 되었다.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그 순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경험'이 되는 커피랄까. ^^

향과 맛의 미묘한 차이에 맞춰 어울리는 디저트를 곁들이는 홈카페의 팁은 보너스!





수육이나 커피잼처럼 커피나 커피가루를 활용해서 음식을 만들어보긴 했지만

커피를 넣어 스튜처럼 조림을 만들거나, 생선에 커피를 넣는다는 것은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카레라이스, 스테이크, 오믈렛 등 

음식에 새로운 맛과 풍미를 더하는 방법은 과연 그 맛이 어떨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마지막으로 '커피'하면 떠오르는 나라를 여행하고 현지에서 즐기는 낭만까지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커피의 무궁무진한 매력을 

부담스럽지 않게 느끼고 알 수 있어 읽는 내내 즐거웠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북핀 #어쩌다커피생활자 #나카가와와니 #나카가와쿄코 #커피를사랑하는사람과살다보니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서평이벤트 #홈카페 #로스팅 #커피의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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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매혹적인 고전이라면 -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고전 읽기의 즐거움 서가명강 시리즈 15
홍진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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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명강은 '서울대에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의 약자이고

<이토록 매혹적인 고전이라면>은 이 서가명강 시리즈의 15번째 책이다.



'삶에 교양과 품격을 더해줄 지식 아카이브!' 라는 홍보문구는 

조금, 낯 간지러운 구석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

서울대를 세상과 동떨어진 그들만의 리그나 고색창연하게 '상아탑'으로 놔두지 않고

일상에 치이고 지쳐 배움에 대한 열정이 있었는지조차 모르겠는 사람들의 마음에

시원하고 새로운 바람을 넣어주고 불씨를 되살려주는 서가명강은 반가운 기획이다.


공부를 좋아하는데 (그럴거라 성급하게 단정지어 일반화해 생각해본다.)

남들보다 잘하기까지 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현직 서울대 교수진들이

유익한데다가 심지어 흥미롭기까지 한 강의를 팟캐스트, 유튜브와 함께 

책으로 내어, 독자로 하여금 찬찬히 오래오래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수 있게 했다.


이번에는 독일문학과 운명처럼 만났다는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홍진호 교수의 차례다.

해와 달에도 성별을 붙이고 철학하기 딱 좋은 언어라는 독일어.

헤세, 칸트, 니체, 괴테. 카프카만 들어도 느낌이 딱 오는 엄근진의 독일 문학을

홍보의 문구대로 어떻게 재미있고 흥미있게 풀어갈지, 

마치 용사가 떠나는 모험의 첫걸음을 관전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어려운 것을 거부하며 익숙함의 그늘 속에 굳어가는 머리에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독일의 명작을 -그것도 고전 명작을- 재미있게 읽으며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한

홍진호 교수의 노력과 현타(또는 고백)의 모먼트를 책에서 발견할 때마다

숲 속에서 길을 잃을 뻔한 초심자를 살려주는 나뭇가지의 리본을 보는 기분이었다.


그 시대와 그곳에 살지 않았던 한국인인 독자에게 비타민처럼 제공하는

작품이 쓰인 시대의 사회문화적 맥락의 상세한 설명과,

이미 한번 독일문학을 한바퀴 돌아본 -그리고 여전히 사랑에 빠져있는- 경험자의

'전통적인 문학작품을 올바르게 감상하고 즐기는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고전을 읽고 싶은 욕망과 왜 이걸 시작했는지 후회하는 마음 속에서 갈팡질팡하는

나와 비슷한 동료들이 곳곳에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특히, 책을 읽고 느꼈던 나의 감정과 감상이 새로운 해석을 만나 깨지는 것이

두렵기도 했다는 학자 vs 독자의 경험을 진솔하게 얘기하는 교수님을 통해

<데미안>이 괜히 <데미안>이 아니고 '알'은 곳곳에 있구나- 를 새삼 느꼈다.


읽다가 포기한 책, 있는지도 몰랐던 책, 이해했다고 착각했던 책들에 대한

구조적 해석과 맥락에 기반을 둔 분석이라는 새로운 안경을 쓰고 접하니

이런 고맥락의 작품들을 중고등학교 교양도서로 무작정 밀어넣는 일은 

자라나는 세대에 대한 범죄가 아닐까- 하는 마음이 불쑥 든다만,

또 '권장도서'라는 압박이 없다면 고전을 읽으려는 시도조차 안하겠지- 싶기도 하다.



이래저래 서가명강 시리즈는 학생, 어른, 학부모라는 타이틀을 떠나

'배움'의 여정에 있는 모두가 읽으면 도움이 될 책인가보다.


짧은 영상이나 방송을 통해 스치고 마는 말로만 듣는 것보다 

훨씬 신경써서 다듬고 골라낸 글로 차분하게 읽는 것이 참 좋다.

-물리적으로 그리고 심정적으로도- 먼 서울대까지 가지 않고서 누리는 것도.

'내 멋대로 해석하며 즐길 권리'를 마음껏 행사하며 학점의 압박에서 자유로운 것도.


아직 끝으로 진입하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리겠지만

그냥 시간에 쫓기듯 후루룩- 넘겨버리기에는 아까운 책이라 공들여 읽으련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이토록매혹적인고전이라면 #홍진호 #21세기북스 #독일고전문학 

#서가명강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서평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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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시작하면 세상도 시작합니다 - 더 정의롭고 선한 세상을 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
프란치스코 교황 지음, 이현경 옮김 / 더숲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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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보기가 겁나는 시대다.

흉악- 이라는 말로도 다 담을 수 없는, 

인류애가 바닥을 치고 혐오감과 절망감까지 드는 그런 일들이 

지금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고 그 '어디선가'에서 겪고 있지 않는 나머지는

경악하고 비판하며 마음의 동요를 겪다가 자기의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어버린다.


"웃어라, 온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만 울게 될 것이다."

유명한 영화에 나와 유명하게 된 엘라 휠러 월콕스의 '고독'이라는 시의 첫 구절이다.


살면서 이렇게 보고 들은 말과 이야기들을 직접 삶으로 겪게 되는 순간이 온다.

사무치는 마음으로 그 시간을 견뎌낸 사람들의 마음이 차갑게 얼어붙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할 일이다.


나 하나 움직인다고 세상이 바뀐다고 믿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이며 인생과 세상을 잡아먹히지 않고 살아남아야 하는 

정글로 만들어 버리며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정의롭고 선한 세상은 분명히 가능한 일이며, 당신에게서부터 시작된다고

확신을 가득 품고 꾸준하게 따뜻히 말하는 목소리가 있다.


1936년 부에노르아이레스에서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라는 이름으로 태어나 

2013년 제266대 가톨릭교회 교황에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종교의 입지가 좁아지고

국가간의 엄청난 경제적 격차만큼이나 큰 국민간 소득계층의 양극화로

사람들의 마음이 사막처럼 폐허가 되어 버리고

필요와 효율, 이익으로 모든 것이 치환되고 

힘 있는 자가 무지막지하여 역설적으로 세련되어 보이는 방법으로

힘 없는 사람, 동물, 자연을 마음껏 이용하는 것이 당연한 이 시대에

소탈한 모습으로 종교와 관계없이 사람들의 마음에 청량감을 준 프란치스코 교황.


남들의 눈을 의식하거나 '자리'에 걸맞기 위한 행동과 말이 아니라

때로는 수천년 동안 꼼짝도 하지 않은 기존 관념과 법칙을 무너뜨려버리는

과감한 행보와 소신 발언으로 '가난한 자들의 아버지'라 불리는 교황은

사회적으로 소외된 모든 사람, 동물, 자연, 존재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교황님의 메시지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까닭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단순하고도 본질적인 얘기를 꾸밈없이 한다는 것,

본인의 실천으로 메세지를 살아 움직이는 마중물이 되게 만드는 것,

그리고 혼자 고군분투하다 지치고 상처입은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지금까지의 노력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다고 깊은 감사와 위로를 표하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느껴 

절망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도록 희망과 용기를 북돋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득 깨닫게 된다.

지금 내가 편안하게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은

과거의 누군가가 꿈꾸고 투쟁하고 실천해서 세상에 존재하게 한 것임을.


<당신이 시작하면 세상도 시작합니다>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시작을 시작하자. 

나의 현재가 누군가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당신이 곧 세상이다. 

그만큼 당신과 또다른 당신들은 소중하고 아름다운 존재다.






#당신이시작하면세상도시작합니다 #에세이 #프란치스코교황 #이현경 #더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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