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스 -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도시의 역사로 보는 인류문명사
벤 윌슨 지음, 박수철 옮김, 박진빈 감수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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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도시는 늘 새롭거나 낯설다.

오래도록 옛모습을 유지하면서 변화를 거듭하는 다른 나라들과는 다르게,

개발->재개발 또는 리모델링이라는 이름으로 거대하고 낡은 아파트 단지가

송두리째 사라진 자리에 새로운 형태의 대단지가 뚝딱뚝딱 지어지는 곳.

행정구역상 한 이름 속에 있는 도시에서도 내가 아는 지역을 벗어나면

완전히 새로운 '문명'과 '문화'가 존재하는 곳, 메트로폴리스.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라는 표지의 말은 결코 과장되지 않았음을,

기원전 4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그때도 '도시'가 있었다. 놀랍게도!-

무려 6000년에 걸친 인류 문명을 꽃피웠던 26개의 도시들을 연대기 순으로

쭉 훑어보는 기획을 결심하고 667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책을 쓴 작가는

-하긴, 6000년을 담는데 667페이지라면 충분히 압축한 것이겠지- 

영국의 촉망받는 역사학자 벤 윌슨이다.

그리고 이 책을 번역한 박수철님은 전공이 서양사학이며

책의 감수는 사학과 교수이자 미국 도시사를 전공한 박진빈님이다.



전공자-전공자-전공자가 만나 삼각형을 이루어서인지

벤 윌슨이 다루는 도시의 이야기는 영화나 만화까지 섭렵하며 다채롭고

개념과 배경지식이 탄탄한 번역가 덕분에 글은 이해하기 쉽고 유려하다.

책에 나오는 익숙한 도시와 초면인 도시들(우르크, 하라파, 뤼벡, 테노치티틀란 등)

그리고 어마어마한 미주 -과연 이걸 누가 읽을까 싶기도 하다-도

지적 호기심이 충만하거나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주기 충분하다. 

 


지금까지 도시라는 단어를 듣고 떠올린 것은 시골과는 다른

편리한 시설이 잘 갖추어져있고 다양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으며

일거리가 많아 사람이 많이 사는 중심지 정도의 공간적/지리적 특성만 떠올렸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도시들의 면모를 읽으면서 배운 것은

도시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스스로 적응하고 사라지고 다시 태어나는

일종의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이면서 인간의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현상적 존재라는

새로운 개념이 생기면서 '도시'는 '우주'만큼이나 하나의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버거울 정도로 엄청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자연 속에서는 다른 동물들에게 밀릴(!) 수 밖에 없는 열악한 신체조건의 인간이

집단생활과 지능, 지성을 발휘하여 '문명'을 이룩하고

그 문명을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미학적으로 구현해 낸 공간이자 삶의 방식인

'도시'라는 하드웨어를 구축한 것에서 1차로 놀랬고,

애써 만들어놓은 하드웨어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고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문자, 숫자, 기술, 계급, 화폐라는 소프트웨어/OS를 고안해내고

자신의 방식이 국지성을 버리고 세계로 잠식해나가도록 하는 면에서는

요즘 사람들의 손에 하나씩은 들려있는 휴대폰의 속성이 떠올랐다.



인간이 사교, 유희, 공동체성, 타지역과 구별되는 독창성을 확보하여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선망'과 '욕망'의 대상이 되도록 발전시키는

정치적, 상업적 권력이 도시라는 상품을 발전시켜가는 '문명화'과정에서

주도권을 쥐지 못하거나 상품을 살 수 있는 여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특히 여성, 노인, 어린이, 장애인, 이방인)과 동물, 자연 같은 존재들이

수탈, 착취, 전쟁 같은 전혀 '문명'적이지 못한 억압 속에 차별받고 소외당하고

불평등과 불공정에 반발하고 투쟁하고 저항하는 과정을 통해

오래도록 공고히 그 모습을 유지할 것만 같았던 도시의 기능과 모습이 변하는 과정도

6000년의 역사를 통해 다른 듯 비슷한 패턴으로 반복되는 것도 흥미로웠다.



한번에 후루룩- 읽어버릴 수 없을 방대한 양과 많은 지식들에 홀린 

전쟁사, 문명사, 세계사, 도시건축, 여행, 역사학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관점에서 이 책을 읽고 짧게 남긴 추천사를 읽으며 느낀 것이 

책을 읽기 전과 후에 다르게 다가온 점도 재미있었다. 

미래학자들이나 공학자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을지도 궁금해지고

아무래도 처음은 어마어마함에 좀 질린 마음으로 숙제하듯 읽었기에,  

한번 더 이 책을 읽으면 미래의 나는 또 어떤 부분에 매료될 지도 기대가 된다.




역시, 도시는 늘 새롭고 낯설어서 매력적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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