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매혹적인 고전이라면 -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고전 읽기의 즐거움 서가명강 시리즈 15
홍진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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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명강은 '서울대에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의 약자이고

<이토록 매혹적인 고전이라면>은 이 서가명강 시리즈의 15번째 책이다.



'삶에 교양과 품격을 더해줄 지식 아카이브!' 라는 홍보문구는 

조금, 낯 간지러운 구석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

서울대를 세상과 동떨어진 그들만의 리그나 고색창연하게 '상아탑'으로 놔두지 않고

일상에 치이고 지쳐 배움에 대한 열정이 있었는지조차 모르겠는 사람들의 마음에

시원하고 새로운 바람을 넣어주고 불씨를 되살려주는 서가명강은 반가운 기획이다.


공부를 좋아하는데 (그럴거라 성급하게 단정지어 일반화해 생각해본다.)

남들보다 잘하기까지 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현직 서울대 교수진들이

유익한데다가 심지어 흥미롭기까지 한 강의를 팟캐스트, 유튜브와 함께 

책으로 내어, 독자로 하여금 찬찬히 오래오래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수 있게 했다.


이번에는 독일문학과 운명처럼 만났다는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홍진호 교수의 차례다.

해와 달에도 성별을 붙이고 철학하기 딱 좋은 언어라는 독일어.

헤세, 칸트, 니체, 괴테. 카프카만 들어도 느낌이 딱 오는 엄근진의 독일 문학을

홍보의 문구대로 어떻게 재미있고 흥미있게 풀어갈지, 

마치 용사가 떠나는 모험의 첫걸음을 관전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어려운 것을 거부하며 익숙함의 그늘 속에 굳어가는 머리에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독일의 명작을 -그것도 고전 명작을- 재미있게 읽으며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한

홍진호 교수의 노력과 현타(또는 고백)의 모먼트를 책에서 발견할 때마다

숲 속에서 길을 잃을 뻔한 초심자를 살려주는 나뭇가지의 리본을 보는 기분이었다.


그 시대와 그곳에 살지 않았던 한국인인 독자에게 비타민처럼 제공하는

작품이 쓰인 시대의 사회문화적 맥락의 상세한 설명과,

이미 한번 독일문학을 한바퀴 돌아본 -그리고 여전히 사랑에 빠져있는- 경험자의

'전통적인 문학작품을 올바르게 감상하고 즐기는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고전을 읽고 싶은 욕망과 왜 이걸 시작했는지 후회하는 마음 속에서 갈팡질팡하는

나와 비슷한 동료들이 곳곳에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특히, 책을 읽고 느꼈던 나의 감정과 감상이 새로운 해석을 만나 깨지는 것이

두렵기도 했다는 학자 vs 독자의 경험을 진솔하게 얘기하는 교수님을 통해

<데미안>이 괜히 <데미안>이 아니고 '알'은 곳곳에 있구나- 를 새삼 느꼈다.


읽다가 포기한 책, 있는지도 몰랐던 책, 이해했다고 착각했던 책들에 대한

구조적 해석과 맥락에 기반을 둔 분석이라는 새로운 안경을 쓰고 접하니

이런 고맥락의 작품들을 중고등학교 교양도서로 무작정 밀어넣는 일은 

자라나는 세대에 대한 범죄가 아닐까- 하는 마음이 불쑥 든다만,

또 '권장도서'라는 압박이 없다면 고전을 읽으려는 시도조차 안하겠지- 싶기도 하다.



이래저래 서가명강 시리즈는 학생, 어른, 학부모라는 타이틀을 떠나

'배움'의 여정에 있는 모두가 읽으면 도움이 될 책인가보다.


짧은 영상이나 방송을 통해 스치고 마는 말로만 듣는 것보다 

훨씬 신경써서 다듬고 골라낸 글로 차분하게 읽는 것이 참 좋다.

-물리적으로 그리고 심정적으로도- 먼 서울대까지 가지 않고서 누리는 것도.

'내 멋대로 해석하며 즐길 권리'를 마음껏 행사하며 학점의 압박에서 자유로운 것도.


아직 끝으로 진입하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리겠지만

그냥 시간에 쫓기듯 후루룩- 넘겨버리기에는 아까운 책이라 공들여 읽으련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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