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하루가 숲이라면 - 나를 완전하게 만드는 숲과의 교감
세라 이벤스 지음, 공보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숲체험이나 숲교육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싱그러운 초록색 잎사귀가 (그러나 의외로 초록으로 칠해진 양은 많지 않다) 

보기만 해도 기분을 부드럽고 상쾌하게 만든다.


쨍하지 않고 편안하여, 포레스트 테라피라는 원래 제목에 고개가 끄덕여지고

<당신의 하루가 숲이라면>이라는 우리말 제목은 자연 속에서 그 일부가 되어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을 명상하고픈 감성을 건드린다.


사실, 빌딩숲에서 갑갑함을 느끼지 않는 도시 인간이지만

그래도 시간을 따라 느리지만 확실하게 변해가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잠깐씩 누릴 때마다 감동하며 그 순간을 남기는 사람이기도 하다.


주말에 포근한 침대 밖으로 나오는 일이 무엇보다도 힘들긴 하지만

피톤치드를 한껏 뿜뿜- 하며 화사한 햇살을 초록으로 물들이는

나무의 제각각의 잎사귀와 가녀리게 뻗어나가는 가지를 올려다 볼 때면

왜 <<나는 자연인이다>>를 로망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지 

이해가 갈 때가 있다.


세라 이벤스는 몸과 영혼에 이로운 것이 자연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독자가 자연으로 들어가 편안해질 수 있도록 

이 책으로 돕겠다고 선언한다.

과연, 책을 읽다보면 여러 잡지사와 미디어에서 일한 그녀의 경력이 

허투루 쌓인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책의 구성은 포레스트 테라피, 

즉 숲 치유법이 왜 우리에게 필요한 지 얘기하며 시작된다.

사무실에 종일 갇혀서 전자기기에 둘러싸인 생활의 

속도감과 편리함, 반복됨 속에

단순함, 고요함, 몸을 움직이는 즐거움, 자연과 야외활동의 

엄청난 효과를 빼앗기지 말자며 숲 치료를 소개한다.


꼭 시간을 내어 멀리 떠나야 하는 숲이나 산이 아니어도

가까운 공원을 산책하는 것만으로 우리 몸과 마음, 영혼이 치유되는 것을

느긋하게 느껴보자는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다.


저자의 말대로 이것은 경쟁이나 의무, 미션이 아니기 때문에

살을 빼거나 마음수양같은 목적에 얽매이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서 좋았다.


아침 공복에 물을 마시고, 점심 시간에 가볍게 산책을 하고

해가 뜨고 지는 광경을 담담하게 바라보는 매일의 활동은 

자연을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쉽고 소소하지만 한번 스며들면 편안하고 강렬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시간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자연과 숲의 모습을 만끽하는 방법을

음식, 음악, 책, 인테리어 팁, 계절감을 담은 행사와 의복들을 들어 제안했다.

잡지의 '이 달의 자연' 코너를 일년 치 모아 읽는 기분이다.


자연 속에 들어가 만날 수 있는 동물과 식물을 대하는 방식은

싱긋- 미소짓게 한다.





조금 날이 선선해지면... 이라고 핑계를 대고 있었다.

밖에 나가기만 하면 녹아버릴 것 같은 무더위가 무서웠기 때문이다.

아마 저자 세라 이벤스도 한국의 8월을 겪는다면 

7,8월 한낮에는 (살고 싶다면) 장시간 외출금지라고 할 것이다. ㅎ


그러나, 이제 가을이 다가오고 있고 여름밤의 바람은 기분 좋게 살랑거린다.

집 앞 공원으로 나가 잠깐의 산책이라도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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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꿈은 안녕하신가요? - 열여덟 살 자퇴생의 어른 입문학 (入文學)
제준 지음 / 센세이션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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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꿈이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에 갑작스럽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다.

꿈이 뭐였지? 
사상 유래없는 금액의 1인 수혜자로서 로또 당첨같은 
지극히 소중한 기원(!)은 꿈이라고 말하기엔 상당히 현실적이다.

어렸을 때 장래희망을 꿈이라고 말하기엔
만만치 않은 현실(출근이나, 출근길의 대중교통..등)의 무게가 압박을 더하는 것 같다.

유명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정면의 얼굴로 응시하면서 질문하는 표지는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자퇴생, 18세 소년, '어쩌다 어른'이 되기 싫은 사람은 출판사의 이름(센세이션)과는 달리
요즘은 그렇게 특이한 케이스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 제준(유월)의 글은 생각하게 한다.
자퇴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자유와 선택을 억압하는 시스템의 부당함에 대해 
목놓아 토로하지도 않는다.

프롤로그의 첫문장은 으레 글자를 읽어가던 독자의 나른함에 노크한다.

"2020년 7월, 세상에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그리고 2019년 8월에 출간한 책의 첫머리에
'되었다'는 과거형을 쓰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고작해야 작년 봄에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다음해인 올해 두 권의 책을 출간 (한 권은 공동저자이다)한 청년의 글은
남들과는 조금 다른 선택을 한 사람의 솔직한 마음을 담아
읽을 수록 점차 저자가 옆에서 이야기를 건네는 듯한 생각에 빠져들게 한다.
마치,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는 기분이랄까? 

저자를 지지하고 믿어주는 부모님과의 대화
곪아가는 고민에 시원한 터트림을 준 선생님의 이야기
학교 친구와 자퇴 후 각종 모임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과의 교류로
유월씨는 삶의 거친 파도를 유영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음을 솔직히 말해준다.

자퇴를 하고 난 다음, 게으름을 실컷 부리고 시간을 낭비했던 것도 
찬찬히 들여다보는 여유를 갖게 되니 진부하게 여겼던 세상이 달라보인 것도
마치, 하늘 속의 구름이 바람을 만나 모양과 속도를 바꾸어 가듯
반복적이면서도 유연하게 자기의 틀을 변화시키는 모습들은
여행, 독서, 글쓰기, 스피치의 형태로 나타나고, 성장한다.
  





개성이 존중받고 다양성이 강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사회가 편안하게 생각하는 소위 '정상 범주'인 궤도가 있다.

나이가 어릴 수록, 경험이 없을 수록 그 궤도의 틀은 강건하여 
벗어나려는 시도를 "철없다, 인내심이 부족하다, 유난이다" 며 주저 앉힌다.

꿈의 무게는 크기와 상관없이 모두 똑같다는 말을 믿는다면,
"아직 어려서" "더 살아봐야 세상을 알지" 같은 시간의 잣대로
고민하고 생각하고 사유하고 탐험하는 작가의 글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나는 얼마나 성장했으며, 내 꿈은 씩씩하게 잘 버티고 있는가를
문득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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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과 친구 되기 - 좋은 삶을 위한 내밀한 사귐
클레멘스 제드마크 지음, 전진만 옮김 / 책세상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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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판형에 두껍지 않은 책, 

그러나 이 책을 펼치면 그 깊이와 거대함에 매료될 것이다.


책을 읽기 전엔 <나 자신과 친구되기>라는 (인지되기) 쉬운 제목과

디자인으로는 '아쉽습니다' 평점을 줘야할 표지에

(나에게는) 낯선 이름의 저자로 기대가 높진 않았다.


요즘 유행하는 행복'추구형' 책 중 하나가 아닐까 싶었더니

읽고 나서는 이게 왠일!! 

위에서 언급한 얄팍하고 하찮은 이유로 ^^;; 

사람들의 선택을 덜 받을까 안타까울 정도로 멋진 책이다.


신학자이자 철학자이며, 교수로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책을 주로 쓴 

저자 클레멘스 제드마크는 자신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의 중요함, 

한번 뿐인 인생을 소중한 것으로 채우며 살아야 하는 이유를

힐데 도민의 <터널>이라는 시로 말하며 책을 연다.


"두려워 마/꽃이 필 거야/우리 바로 뒤에서"


그리고 마음을 울리는 첨언.


소중한 삶은 한 인간을 훌륭하게 만들어 다른 꽃과 열매를 맺게 한다.


저자는 총 9챕터에 걸쳐 자신을 발견하고, 

삶을 능동사로 살아가는 인간의 성장에 대해

때로는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고, 

인생의 여정에서 만난 사람들을 소개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철학자이자 신학자이며 책을 쓴 저자와 비슷한 삶을 살아간

우리에게도 친숙한 C.S.루이스, 앨리스 먼로, 얀 마텔, 

루트비히 비트켄슈타인 등의 저서와 인생 이야기를 통해 

익숙함 속에서 새로운 배움이 일어나게 한다.


175p의 얇은 책에서 지분을 상당히 차지하고 있는 

(무려 57개의 각주에 대한!) 상냥하고도 멋진 참고문헌도 

이 책을 통해 만나게 된 새로운 책, 생각, 삶, 행복에의 가치관을 

더 탐구해볼 수 있는 훌륭한 가이드북의 역할을 한다.

 


잘 산다는 것, 행복하다는 것, 의미있는 삶이란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게 답인가, 싶다가도 그 생각 고쳐먹으라는 듯 

곧장 알쏭달쏭한 과제를 내어주는 삶이란 과목의 수강생인 우리에게

먼저 그 문제를 깊이있고 다양하게 풀어본 인생선배들의 에센스를 만나는 것이

책이 아닐까 한다.


한번 읽고 말 책이 아니다.

익숙해서 미처 깨닫지 못하거나 지긋지긋하지만 결코 떨어질 수 없는

나 자신과의 관계설정에 위기가 올 때

한 인간의 삶이 타인의 삶에 각인시키는 역동성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느끼게 될 때

지혜를 구하는 마음으로 펼칠 '족보'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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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을 포기했다
김천균 지음 / 책들의정원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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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설명이 '오늘영업중 휴무' 같은 느낌적인 느낌의 책
<나는 행복을 포기했다>

너도 나도 행복하고 싶어서 이런 저런 방법을 찾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지 않아서 속상해 하는 사람을 위한 책도 있는데
저자는 왜 이런 책을 냈을까?

들어가는 말에 저자의 생각이 잘 드러난다.
돈, 건강, 인기, 권력, 명예, 명성, 학식, 가족, 인간관계.
모두 행복을 위해 필요한 조건들 같고, 그 중에 하나라도 삐끗- 하면
나의 행복의 나머지 부분은 존재감을 상실하거나 너무 큰 비중으로 의존하게 되는데
그렇 설명이 '오늘영업중 휴무' 같은 느낌적인 느낌의 책
<나는 행복을 포기했다>

너도 나도 행복하고 싶어서 이런 저런 방법을 찾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지 않아서 속상해 하는 사람을 위한 책도 있는데
저자는 왜 이런 책을 냈을까?

들어가는 말에 저자의 생각이 잘 드러난다.
돈, 건강, 인기, 권력, 명예, 명성, 학식, 가족, 인간관계.
모두 행복을 위해 필요한 조건들 같고, 그 중에 하나라도 삐끗- 하면
나의 행복의 나머지 부분은 존재감을 상실하거나 너무 큰 비중으로 의존하게 되는데
그렇게 하다보면 행복의 지속가능성은 떨어지고야 만다.

무엇을 위해서 살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대답으로
김천균 저자는 의미있고 가치있는 삶, 행복, 을 얘기한다.
철학과 역사를 공부하고, 국가와 사회에 관심을 가져 미국정치로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은
과연, 책의 열혈 독자인가보다.

그의 책은 마치, 세상의 모든 책들의 좋은 글귀 모음집처럼
각 챕터와 그곳에 실린 에피소드에 걸맞는 글과 말이 함께 한다.
 




웹툰 제목으로도 쓰이고 곧 드라마로도 방영된다는 '타인은 지옥이다' 를 두고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와 신부 피에르의 시공간을 뛰어넘은 논박이 재미있다.

쉽게 읽히다가도 잠시 멈춰서 이 말의 뜻은 무엇일까- 하고 곱씹어 책을 읽게 된다.




저자가 소개하는 각 인물들의 작품/책과 그들의 삶을 함께 펼쳐보여주고
연관검색어처럼 비슷한 삶을 살거나 혹은 아예 다른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을 
곧바로 이어붙여 스토리텔링의 꿀잼을 느낄 수 있다.

더불어, 행복에 관련된 다소 말랑말랑하고 힐링 위주의 책을 읽은 후 느끼는 
다소 몽환적이고 영롱한 (그래, 인생 뭐 있냐...) 기분 대신에
두뇌와 마음의 캐비넷이 지식 +1, 상식 +1 으로 채워지는 인문학적 뿌듯함도
이 책의 장점이다.  



책을 읽고 나니, 이 책을 지인들에게 읽도록 한 뒤 

시원한 바람이 부는 여름날 밤에 
간단한 안주와 함께 차가운 맥주를 앞에 두고서,
짱짱한 햇살에 부서지는 초록색 잎을 유리창 밖에 놓고 
단단한 쿠키를 곁들인 아아를 앞에 두고서,
두런두런 모여서 방향등 켜지 않고 두서없이 얘기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현재와 닿아있고 과거를 떠올리게 하며 미래를 생각하게 하는 
이 책의 종횡무진처럼!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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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마음 바깥에 있었습니다 - <고통을 달래는 순서>의 김경미 시인이 차곡차곡 쌓아올린 일상의 풍경
김경미 지음 / 혜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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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북을 책으로 내면(이라는 가정이 좀 우습다만) 이럴 것이다.

역시 라디오 프로그램의 원고를 쓰는 작가의 책 답게

내용도 심플하며 여운이 깊다.

라디오의 한꼭지를 맡을 정도의 길이감과

듣고 난 다음 싱긋- 웃음이 지어질 정도의 일상적임,

그리고 왠지 하루의 나머지 동안엔 잊혀져 있다가

잠자리에 들 때쯤 슬쩍- 떠올라서 고개를 끄덕일만한 공감력.

라디오 매체의 매력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매력도 바로 느끼게 될 것 같다.

누군가의 이야기이지만,

그것이 나의 일상과도 겹치는 그 마법같은 순간을

이 (원고를 엮어 만든)책은 잘 잡아서

종이 위에 활자로 박아 놓았다.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다가도

문득, 주변의 사물에 말을 거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ㅎ

별 것 아닌 일에 의미를 부여하며

뭉클해하고 위로를 받기도 하는 에피소드를 읽으면

남들 앞에서는 '오그라든다'는 표현으로

그저 속으로 묻어두던 일들이

나만의 일만은 아님에 반가운 기분도 든다.

대도시가 아닌 곳의

한적함과 여유로움, 조용함과 정다움에 대한 로망은 있지만

도시의 북적임, 고층건물 그리고 무심함이 그리워졌던

시골에서의 일상이

다른 관점에서이지만 고스란히 담겨 있던 것을 읽을 때 ^^

무료함을 잊기 위해 틀어둔 라디오에 어느새 빠져들어

경청하게 되고야 마는

그런 사소한 일탈의 즐거움을 이 책으로 느낄 수 있다.



매끈매끈한 좋은 질감의 종이와

어느 불빛 아래에서 읽어도 눈이 편안한 색감

그리고 분명 검은색인데, 읽을 때의 기분이나 상태에 따라

커피색처럼, 초콜렛색처럼 혹은 시나몬색처럼

빛깔을 바꾸는 것 같은 영롱한 글자들이

책을 읽는 시간의 여유로움을 더욱 인상적으로 남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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