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마음 바깥에 있었습니다 - <고통을 달래는 순서>의 김경미 시인이 차곡차곡 쌓아올린 일상의 풍경
김경미 지음 / 혜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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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북을 책으로 내면(이라는 가정이 좀 우습다만) 이럴 것이다.

역시 라디오 프로그램의 원고를 쓰는 작가의 책 답게

내용도 심플하며 여운이 깊다.

라디오의 한꼭지를 맡을 정도의 길이감과

듣고 난 다음 싱긋- 웃음이 지어질 정도의 일상적임,

그리고 왠지 하루의 나머지 동안엔 잊혀져 있다가

잠자리에 들 때쯤 슬쩍- 떠올라서 고개를 끄덕일만한 공감력.

라디오 매체의 매력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매력도 바로 느끼게 될 것 같다.

누군가의 이야기이지만,

그것이 나의 일상과도 겹치는 그 마법같은 순간을

이 (원고를 엮어 만든)책은 잘 잡아서

종이 위에 활자로 박아 놓았다.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다가도

문득, 주변의 사물에 말을 거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ㅎ

별 것 아닌 일에 의미를 부여하며

뭉클해하고 위로를 받기도 하는 에피소드를 읽으면

남들 앞에서는 '오그라든다'는 표현으로

그저 속으로 묻어두던 일들이

나만의 일만은 아님에 반가운 기분도 든다.

대도시가 아닌 곳의

한적함과 여유로움, 조용함과 정다움에 대한 로망은 있지만

도시의 북적임, 고층건물 그리고 무심함이 그리워졌던

시골에서의 일상이

다른 관점에서이지만 고스란히 담겨 있던 것을 읽을 때 ^^

무료함을 잊기 위해 틀어둔 라디오에 어느새 빠져들어

경청하게 되고야 마는

그런 사소한 일탈의 즐거움을 이 책으로 느낄 수 있다.



매끈매끈한 좋은 질감의 종이와

어느 불빛 아래에서 읽어도 눈이 편안한 색감

그리고 분명 검은색인데, 읽을 때의 기분이나 상태에 따라

커피색처럼, 초콜렛색처럼 혹은 시나몬색처럼

빛깔을 바꾸는 것 같은 영롱한 글자들이

책을 읽는 시간의 여유로움을 더욱 인상적으로 남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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