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어른.한 때 아이에게 청소년 권장서에 가까운 책들을 잔뜩 검색해서 주기적으로 안겨줬었다. (얼마나 읽었는지는 알 수 없다)내 기억으로는 그 중에 한 권이다.언제나 고백하지만 감정을 건드리는 책을 잘 못보는 쪽이다. (누가 그러던데. 눈물이 나는 건 그만 보라는 거라고) 그래서 소설책은 내 기호에 맞는 것만 보게 된다. 굳이 정서적인 부분을 좀 덜 건드릴 수 있는 추리소설이라던가, 너무 오래된 명작이라 공감의 거리가 좀 있는 것들이라던가.어쩌면 다혈질인 성격에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을 눈뜨고 보는 게 너무 힘들어서 피하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어른이 덜 된 징표일지도)이 책에서는 아이들이 어쩔 수 없이 부당한 일을 겪게 된다면, 곁에 있는 어른들은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물론 바람직한 태도에 대해서도 언급해준다.난,작은 유진이의 부모를 비난할 수 없다고 느꼈다. 어른들은 위협을 느낄 때 본능적으로 어떻게 움직일까.소설이지만 작은 유진이 부모처럼 행동할 가능성이 있는 부모가 별로 없을 것이라 생각하는가?작은 유진의 아빠는 내가 못살아서 이런 일을 겪는 것이라고 했다. 방향도 비뚤어졌고 옳지도 않지만 남 탓이 아니라 자기 탓이었다.책임감에 시달리는 어른들은 종종 판단이 흐려지기도 한다. 어른이라고 감정을 배제하고 이성적인 태도만 갖기는 어렵다.한편,머리가 커가는 아이들은 부모를 사랑하기도 하지만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서 잔인하게 굴기도 한다. 중심이 덜 잡힌 상태에서는 마찬가지로 남 탓도 자기 탓도 옳지 않은 경우가 많다. (기본적으로 탓이라는 것 자체가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나 싶기는 하다)가끔 엄마가 나에게 ‘너같은 애 낳아보라‘ 고 했던 말을 곱씹어 보면, 딸은 역시 맞추기 힘들지 않을까? 라고 종종 지레짐작을 했던 것이 생각난다. 좀 멀리 간 얘기일 수 있는데, 사람들은 정말 돈 때문에 애를 안낳는 것일까.여기에 나오는 이상적인 가족의 행태는 개인적으로 좀 옛스럽게 느껴진다. 작가의 나이 때문일 수도 있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족의 형태가 변하지 않아서 일 수도 있다.어떤 까닭에서든 꾸준한 공감의 이유는,백지로 태어나 유년 시절을 사춘기로 마무리하며 성장하는 인간의 에누리없는 모습 때문일 것이다.물론 부모가 되겠다고 결심했다면 에누리없이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가끔 아이에게 화가 난다면 내 유년기를 보정없이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이성적으로는 알고 있다.)도덕적인 인격을 갖춘 온전한 어른이 되는 것은 뭔가 환상같다.옛날 부모님같은 어른이 버겁다면 아이들 앞에서 무게잡고 어른인 체만 안해도 좀 쉬워질지도.나아가 부모라면 필시 사랑과 그것을 드러냄에 있어서의 고민도 필요할 것이다. (감정이 앞설 때를 대비하여.)현대에 와선 어른이라는 잣대, 아니 어른이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좀 유동적이라는 느낌이다.(정말 돈이 없어서 아이를...?)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부모는 어른인가.2024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