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과 유진 - 개정판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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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어른.

한 때 아이에게 청소년 권장서에 가까운 책들을 잔뜩 검색해서 주기적으로 안겨줬었다. (얼마나 읽었는지는 알 수 없다)
내 기억으로는 그 중에 한 권이다.

언제나 고백하지만 감정을 건드리는 책을 잘 못보는 쪽이다. (누가 그러던데. 눈물이 나는 건 그만 보라는 거라고) 그래서 소설책은 내 기호에 맞는 것만 보게 된다. 굳이 정서적인 부분을 좀 덜 건드릴 수 있는 추리소설이라던가, 너무 오래된 명작이라 공감의 거리가 좀 있는 것들이라던가.

어쩌면 다혈질인 성격에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을 눈뜨고 보는 게 너무 힘들어서 피하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
(어른이 덜 된 징표일지도)

이 책에서는 아이들이 어쩔 수 없이 부당한 일을 겪게 된다면, 곁에 있는 어른들은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바람직한 태도에 대해서도 언급해준다.

난,
작은 유진이의 부모를 비난할 수 없다고 느꼈다.
어른들은 위협을 느낄 때 본능적으로 어떻게 움직일까.
소설이지만 작은 유진이 부모처럼 행동할 가능성이 있는 부모가 별로 없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작은 유진의 아빠는 내가 못살아서 이런 일을 겪는 것이라고 했다. 방향도 비뚤어졌고 옳지도 않지만 남 탓이 아니라 자기 탓이었다.
책임감에 시달리는 어른들은 종종 판단이 흐려지기도 한다. 어른이라고 감정을 배제하고 이성적인 태도만 갖기는 어렵다.

한편,
머리가 커가는 아이들은 부모를 사랑하기도 하지만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서 잔인하게 굴기도 한다. 중심이 덜 잡힌 상태에서는 마찬가지로 남 탓도 자기 탓도 옳지 않은 경우가 많다. (기본적으로 탓이라는 것 자체가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나 싶기는 하다)

가끔 엄마가 나에게 ‘너같은 애 낳아보라‘ 고 했던 말을 곱씹어 보면, 딸은 역시 맞추기 힘들지 않을까? 라고 종종 지레짐작을 했던 것이 생각난다. 좀 멀리 간 얘기일 수 있는데, 사람들은 정말 돈 때문에 애를 안낳는 것일까.

여기에 나오는 이상적인 가족의 행태는 개인적으로 좀 옛스럽게 느껴진다. 작가의 나이 때문일 수도 있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족의 형태가 변하지 않아서 일 수도 있다.
어떤 까닭에서든 꾸준한 공감의 이유는,
백지로 태어나 유년 시절을 사춘기로 마무리하며 성장하는 인간의 에누리없는 모습 때문일 것이다.
물론 부모가 되겠다고 결심했다면 에누리없이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가끔 아이에게 화가 난다면 내 유년기를 보정없이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이성적으로는 알고 있다.)

도덕적인 인격을 갖춘 온전한 어른이 되는 것은 뭔가 환상같다.
옛날 부모님같은 어른이 버겁다면 아이들 앞에서 무게잡고 어른인 체만 안해도 좀 쉬워질지도.
나아가 부모라면 필시 사랑과 그것을 드러냄에 있어서의 고민도 필요할 것이다. (감정이 앞설 때를 대비하여.)

현대에 와선 어른이라는 잣대, 아니 어른이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좀 유동적이라는 느낌이다.
(정말 돈이 없어서 아이를...?)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부모는 어른인가.

20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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