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등대로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12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애리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6월
평점 :
오전에 바깥 볼 일이 있어,
뒷 부분을 한 대여섯 페이지 정도 남겨 놓고 책을 덮었는데
도무지 결말을 짐작할 수가 없는지라.
이런 경우가 없는데.
급한 마음에 마지막 페이지만을 읽어내렸으나
내 머릿속은 더 꼬여버리고 말았다.
에라 끝까지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안되겠구나,
집에 들어와서 끝을 보는데( 보면서 그제야 이마를 탁 따리며 앞의 복선들을 곱씹고 정리하고 그러고 있는데)마지막 장을 남겨놓고
아이가 하교했다.
아, 끝을 보고 싶어. 온전하게 끝을 맺고 싶어. 알 걸 다 알고 싶어.
“아들 미안해. 엄마가 이걸 봐야겠어.”
하지만 결국엔 짬을 내어 간식을 주고,
맞은 편에 앉아 대화를 하고
학원을 보내고.
그리고 간식 접시를 치우던 와중에
굳이 구체화 시키지 않으려 했던 것과 대면해 버렸다.
‘내가 이 이상 집중력을 내면, (집안일 외의)
조금 있다가 학원에서 온 아이에게 기침 약을 먹일 수가 없다.’
그랬다.
——
램지 부인의 삶은 모두에게 에너지를 나눠주는데 맞추어져 있었고, (여건에 맞추느라 충전의 시간 조차도 맘대로 허가받지 못한)
아이들의 이상향, 남편의 이상향, 주변(이웃의) 이상향
전형적인 어머니의 그것이 아니었나.
그의 모습은 풍족하고 기운이 넘치는 모습으로 묘사되었지만,
결국엔 (오래가지 않아)스러졌고, 아이들도 현실 속에서 그가 그린 앞날만큼의 밝은 미래들을 가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반면 릴리의 삶은 그에 대조적이라고 할 만큼
밖으로의 에너지는 고사하고,
외모부터, 뭐하나 내세우기 힘든 빈한 느낌의 노처녀로 묘사되지만,
나름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스스로의 입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등대로의 여행을 동경하며 시작된 얘기는
유년기적 상상과 어머니의 보살핌 속에 흘러가다가,
실제 등대의 실체를 아버지와 함께 마주함으로서 현실의 삭막함으로 끝을 맺으며,
그 와중에 램지씨를 위시하고, 딸내미 아들내미(릴리까지)의 화해를 끌어낸다.
그렇게 현실에서도 화해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릴리가 마음 속에서 램지씨에 대한 회한을 털어버리고 그림을 완성시키듯,
죽여버리고 싶기도하고, 이해받고 싶기도 했던 친부에 대한
양가의 감정을,
버지니아 울프는
그렇게 다 날려버리고 매듭짓고 싶었던 것이 아닐런지.
- 그리고 그렇게 진짜 편해질 수 있나? 싶기도 하고.
——
개인적으로 이렇게 끈덕지게(? 감정의 가닥을 잡고 묘사하며 기술해 나가는 방식의 글을 좋아한다.
죄와벌도 생각나고.
차이점이라면 작가가 여자라 여성의 입장에서 끈덕지니까 덜 보편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랄까:-)
특별한 느낌을 주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