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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역시나 독자를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특이한 발상과, 명료한 메세지 전달... 이사카 코타로 특유의 재치가 그대로 묻어나는 작품이다.
이 마왕은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잊어버린 세상과 맞서는 형제들의 이야기다.
오늘날의 세상은 어떠한가.. 인터넷을 통해 온갖 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 세상이다. 얼핏보면 정보의 홍수, 지식 앞에서 만인이 평등한, 이상적인 세계에 근접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실상을 알고보면 그 정보의 부피만 턱없이 부풀려진 것일뿐, 그 질적인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빈약하기 그지 없는 것이다. 그러한 세상에서 우리는 필요한 정보를 취하고,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하고 선택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결국 그 정보에 휘둘려져.. 획일화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현실 세계를 반영한 이 마왕에서는 생각없이 획일화 되고 있는 군중심리를 이용한 정치인 이누카이를 악으로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그 '악'보다 더 나쁘게 묘사되는 것이 이누카이에 동조하여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흐름에 휩쓸리는 군중의 모습이다. 바로 어리석은 우리의 모습그 자체인 것이다. 내 발등에 불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이놈의 세상..될대로 되라지... 하는 마음으로 방관하는 사이에... 우리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그것은 단순한 방치에 대한 죄책감을 넘어서 하나의 공포로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사카 코타로는 희망의 불씨마저 완전히 꺼트리고 싶지는 않았는지... 그러한 세상에 불안감을 느끼며 세상을 구하고자 뛰어든 형제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초능력까지 가진 이들은 얼핏 영웅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가진 힘은..세상을 바꾸기에는..참으로 미약해 보인다. 고작 상대방의 입에서 자신이 의도한 한 문장의 말을 나오게 할 수 있는 형 안도와 10분의 1이라는 확률의 행운을 가진 동생 준야.
하지만 그들이 가진 가장 큰 힘은 바로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것이며,,, 그렇게 미약하더라도, 엉터리라도 자신의 생각을 믿고 대결해 나간다면,, 그리고 그런 이들이 우리 사회에 많아진다면 세상은 분명 바뀔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이사카 코타로가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어두운 밤, 아버지가 아들을 데리고 말을 몰고 있다. 그가 아들에게 묻는다.
"아들아, 왜 얼굴을 가리느냐?"
"아버지, 보이지 않아요? 관을 쓴 마왕이 있어요." 하고 아들이 대답한다.
"그건 안개란다."
"아버지, 들리지 않아요? 마왕이 무언가 속삭여요."
"마른 잎의 소리란다. 진정하렴."
"아버지, 보이지 않아요? 마왕의 딸이 있어요."
"보이지만 저건 버드나무란다."
"아버지, 이제 마왕이 나를 붙잡고 있어요."
마침내 아버지도 예삿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전속력을 다해 말을 몬다. 죽을힘을 다해 집에 당도한다. 하지만 아버지가 말을 몰아 집에 도착했을 때 품에 안겨 있던 아이는 이미 죽어 있었다. 마왕의 존재를 알아채고 아버지에게 호소했지만, 아이는 구원받지 못한 것이다.
-마왕 中 슈베르트의 마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