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줄거리
일단 이 소설은 인물관계도 없이 읽기 어렵다
왜냐... 내가 그냥 쉽게 읽으려다가
다시 첫장으로 돌아가서
인물관계도 쓰면서 읽었거덩...
그리고 마지막장 옮긴이의 말에서도
관계도 그리길 권유 하심...
(첫페이지 써주셨더라면..^^)
일본 이름이라 어렵고(이름 왜케 길어)
등장인물이 많다

줄거리는 정말 별거 없다
이전 직장(출판사)에서 알게된
시게모리 츠토무
시노나 간지
미야시타 치사코
이 세명이 새해 전날
호텔방에서 엽총으로 동반자살을 한다
이 세사람의 자살사건을 시작으로
그 주변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래서 인물이 많이 등장한다!
사실 저 관계도 외에
다른 인물들이 있기는 한데
이것만 보아도 충분히
이해하며 읽을 수 있다

상대방을 다 안다는 착각
자살한 인물들의 유족들 (가족,지인 등)은
왜 자살했는지에 대해 고민해보고
기억을 더듬어 보기도 한다.
그러면서 한 사람에 대해
주변인물들이 기억하는 조각들이 맞추어진다.
그 조각들은
전부 다 다른 모양과 다른 색상의 조각들이었다
한 사람에 대한 기억인데도 말이다

p250
하지만 애초에 누군가에게
모든 것을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미도리는 생각한다
p138
어머니가 누군가에게 이름이 불린다는 건
신기한 느낌이 드는 일이었습니다.
p158
하지만 저는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당신'도
아닌 '간지 씨'였던 할아버지를 한 번이라도 좋으니
멀리서 보고 싶었는데, 하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이라는 건
얼마나 복잡한 건지,
우리는 평생 그 사람의
일부분만 보며 살아가면서
다 아는 듯한 착각에 빠져 사는 것은 아닐까
그러니
누군가를 완벽하게 안다고 생각하는 건
얼마나 큰 오만인가
아무리 오래 알고 지낸 관계라고 하더라도
그 사람 전체를 다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부터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의 출발점 인 것 같다

죽어야 하는 이유
이 작품에는 대립되는 구도가 있다
아직 젊은 도우코와
80이 넘은 간지,츠토무,치사코
죽어야만 하는 이유와
죽음을 상상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p131
도우코에게 죽음은 아직 먼 무언가다.
젊은 나이에 죽는 사람도 있고
어차피 반드시 올 무언가라고
이치상으로는 알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건 어려웠다
특히 이렇게 맛난 것을 먹고 있을 때에는.
p152
" 어째서고 뭐고, 나는 이미 끝났으니까."
p153
나는 돈은 있지만,
돈이 있어도 갖고 싶은 게 없어져 버렸어.
갖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보고 싶은 사람도,
이곳엔 이제 하나도 없어.
-도우코에게 죽음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것이지만
츠토무에게 죽음은
상상도 아니고 미래도 아닌
'끝나버렸다는' 현실이다
-도우코는 맛난음식 하나로도 살 이유가 있지만
치사코는 더 이상 원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
나이를 먹는다는 게 이런 건가?
거꾸로 생각해서
젊게 산다는 것은
먹고 싶은게 있고
갖고 싶은게 있고
가고 싶은게 있는
욕망이 있는 상태라고 할 수도 있겠다
무언가를 원한다는 것이
소중한 감정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