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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칼레인 5
박수련 지음 / 자음과모음 / 2000년 10월
평점 :
품절
위칼레인은 사실 1권은 별로 재미없다. 왕자의 대역으로서 신보를 찾아나서는 모험기로서, 차례차례 신보를 찾아나가는 과정이 약간 식상하기도 할 뿐더러 뭔가 두근두근거리는 요소가 없달까. 그렇지만 1권에서 이 소설을 덮어버린다면, 그건 정말 큰 손해를 보는 행위다. 2권부터 이 소설의 진정한 매력이 발현되기 때문이다. 원래 평민, 그것도 고아에다 도둑이기까지 했던 최하류층의 인물로서 갑자기 왕자가 된 그이기에 그는 주변의 귀족이나 왕족들관 관점부터가 다른 사고를 한다.
평민 등에게 욕을 먹어도 그저 웃어넘기고, 귀한 척 잘난 척 남을 찍어누르지도 않고 말이다. 별 생각없이 평민이 되고싶다 운운하는 어린 왕의 배부른 소리를 현실을 적나라하게 꼬집어줌으로써 쑥 들어가게 하기도 한다. 그리고..무엇보다 자신이 혐오하던 그런 귀족의 무리에 편입됐다 하여 과거를 잊고 오만해지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고지식한 순수를 보인다. 그런 그에게 동료들-선견의 능력자 엘지오네, 소드마스터 로셀리트, 에셀리드의 주인 뮤 등이 진심으로 끌리게 되고, 애정을 갖게 되고, 그 또한 그들을 사랑하게 된다.
이런 일련의 인간관계도 흐뭇하기 짝이 없는 따스함을 안겨주지만, 의외의 생활력 강한 왕자에게 이끌려 그에 동화되려 애쓰는 귀족자제들의 모습도 마찬가지로 흐뭇하다. 뭐..그리고 소위 고위귀족자제분들을 매료시킨 그 점에 대리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한다.^^;
위칼레인에는 여러 매력적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미중년에 대한 본인도 모르고 있던 열정을 불태운 인물, 로이암 그란쥬 공작이야말로 최대 카리스마가 아닐까 한다. 외전에서 잘 드러나듯 속을 알 수 없는 능구렁이 정치인 같던 그는 사실 이상정치 실현에 평생을 바친 상당히 건전한 정열에 불타는 사람이었던 것이다.게다가 원래 소드마스터였고 최대무가 세를리오즈가의 장남이었던 것은 정말 충격..역시 로셀리트의 최연소 소드마스터는 혈연이었음을 알았다..
개성적이고 매력적인 여러 인물들, 매끄러운 문체와 짜임새있는 전개, 무엇보다 최근의 판타지소설들처럼 이리저리 질질 늘이지 않고 할말만 한다는 식으로 5권으로 마무리지은 그 결말이 무엇보다 맘에 든다. 다 읽고나서 '왜 더 없는 거야~'하며 아쉬워한 흔치 않은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