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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검 3
김혜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불의 검. 북해의 별, 비천무 등의 멋진 시대극의 뒤를 잇는 작품이다. 단지 앞서의 작품들이 외국(프랑스, 중국)을 배경으로 삼았다면 불의 검은 우리 한민족의 고대-청동기에서 철기로 이행되는 시기-를 배경으로 삼은 것이 다르다. 우리네를 배경으로 했기에 우리네의 정서인 '한'과 '정'이란 독특한 정서가 작품 전반에 흐르고 있다. 주인공 아라와 가라한 아사가 속해있는 아무르족의 사람들이 내뱉는 말이나 행동들은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털털하고 정겨운 모습들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에도 불구하고 우리 것이 서서히 고사해가는 요즘, 불의 검의 존재는 어둠 속의 한 줄기 빛과도 같다.
게다가 뭐니해도, 불의 검은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기억을 잃은 상태에서 어울리지 않는 두 신분의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고, 어쩔 수 없이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또 숱한 고난을 극복하는 그 과정은 가슴저린 사랑노래로 가슴을 울린다. 거기에 더해지는 아무르, 카르마키, 중원의 정치적 세력다툼과 혈향가득한 격동은 그 사랑노래의 더할 나위없이 훌륭한 무대장치가 된다. 불의 검, 한국인이 아니라면 100% 공감할 수 없는 작품이며, 그래서 자신이 한국인임을 감사하게 만드는 작품이다.